그의 주위에 내가 유일한 여자는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신입생 여자애들은 성격좋은 그에게 붙어서 밥을 사달라며 졸라댔고 그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를 가르쳐주다가도 대충 마무리를 하고는 후배 여자애들에게 끌려나가기 일쑤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와 둘이서 밥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 몇번이나 "같이 저녁먹으러 갈래?"라고 속으로 되뇌였지만 그 말이 쉽게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우울해 보이는 내 모습이 매력없어 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환하게 웃어보려고 해도 이미 퇴화되어버린 웃음 근육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뻐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그 때만큼 화장을 열심히하고 치마를 많이 입고 다녔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누가 동아리방에 꽃을 갖다놨네.."
예쁘게 차려입고 동아리 방에 앉아있는 날이면 지나가던 선배들이 종종 그런 농담을 던지곤했다. 그 말에 왠지 그도 오늘 이쁘게 봐 줄거 같아서 속으로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대단한 정성이다.. 열녀났네."
하루는 그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을 때, 과선배가 지나가면서 툭 던진 얄미운 한마디였다. 난 그 때까지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걸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말에 큭큭대며 웃어댔다.
1년동안 한번도 나오지 않던 동아리에 거의 매일 출석을 하다시피 하고 늘 청바지만 입던 내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다니면서도 사람들이 모를거라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다.
내 볼은 봄날의 진달래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짝사랑이 들켜버린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려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의 표정에 안심이 되면서 서운했다. 모른척 하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밤마다 그가 했던 말 한마디, 그의 표정 하나, 그의 행동 하나를 곱씹으며 수백번 소설을 썼다가 지웠다.
9점 접바둑으로 처음 그를 이긴 날이었다.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만큼이나 나는 바둑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가 가르쳐주는 것 이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바둑책을 보고 티비에서 나오는 바둑강좌를 들었다.
"많이 늘었는데.."
"사부 덕이지.."
그 말과 함께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앞에 고개를 숙여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내 행동의 뜻을 몰랐고, 나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고맙다는 인사인 척 다시 고개를 들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욕망대로 행동했다.
나는 검지를 구부려 내 머리를 톡톡쳤다. 그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쓰담.."
"아!"
그게 우리의 첫 스킨쉽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많이 늘었네"라는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한번의 짧은 스침에 나는 지금까지 느꼈던 수많은 오르가즘보다 더 큰 희열을 느꼈다.
그 날 밤, 그의 손길을 떠올리며 자위를 마치고는 나는 후회했다. 이미 음란함에 길들여진 내 몸이 싫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몸은 더 끈끈해졌고 그의 앞에서 축축히 젖어있는 보지를 느낄 때마다 나는 내 얼굴에 씌워진 가면의 두께를 느꼈다. 그의 앞에서는 순진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꿈속에서처럼 발가벗고 엉덩이를 다 내보이며 기어다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그렇게 가식적이었다.
나는 먹고 있던 피임약을 끊었다. 정액을 받아내는 구멍이 아니라 여자가 되고 싶었다.
가끔 길거리에서 배를 불룩하게 내밀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자들을 볼 때면 나는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끄러워 섹스라는 단어도 입밖에 내지 못하면서 난 섹스를 한 여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알리고 다니는게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나는 그 여자들의 자랑스러움이 무엇인지 어렴풋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산부인과를 찾았다.
피를 뽑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최근의 섹스에 대한 몇가지 질문에 답하고 나는 진료대에 누웠다. 내 배위로 커튼이 가려지고 굵고 거친 목소리의 나이든 의사가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일단은 정상으로 보이네요."
"..."
"에이즈나 다른 성병 유무는 검사가 나와봐야 아니깐 1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오시구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리에 나는 안도했다. 혈액 검사결과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수많이 사람들의 입안에 들어갔나 나온거지만 깨끗히 씻어서 또 사용하는 식당의 수저처럼 내 몸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 가면놀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은 가면을 벗고 두 사람이 온전하게 만나는 것이라 했지만 나는 차마 가면을 벗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의 전부를 내보이면 그가 더 이상 나를 봐 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전부를 보여주는 대신에 나를 그림퍼즐처럼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그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차라리 처음 만난 남자앞에서 가랭이를 벌리는게 훨씬 더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오늘은 꼭 고백해야지 다짐하고 그의 앞에서 망설이기를 며칠을 반복했다. 그 날도 그랬다. 그의 앞에서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갈래?"
"응!"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나는 김밥을, 그는 비밤밥을 시켰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숫가락을 입안에 넣는걸 보며 용기가 생겼다. 밥을 다 먹은 그에게 말했다.
"술 마시러 갈래?"
"좋지!"
그가 흔쾌히 좋다고 말했을 때 나는 오늘 무슨 속옷를 입고 왔는지 생각하며 또 소설을 쓰고 있었다.
술자리는 우리의 사제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내 바둑실력이 생각보다 빨리 느는걸 무척 기뻐하며 말했고 나는 그게 다 사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때 한 번 쓰다듬어줬으면 했지만 그는 쓰다듬어주지 않았다.
여러가지 동아리 일들에 관한 이야기나 바둑 이야기를 빼고는 우리는 그리 할 말이 없었다. 말수가 천천히 줄어들어 우리 둘이 아무말없이 소주 한잔을 들이켰을 때 내가 물었다.
"여자친구 있어?"
"많지.. "
"그런거 말구.. 애인 있어?"
"아니.. 왜?"
애인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있었다면 뺐을 생각이었다.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는 내 빈잔에 다시 술을 채웠고 나는 그것마져도 들이키고는 그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대신 그의 앞에 놓인 수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 어떻게 생각해?"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몇 십초가 되지 않았을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내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쥐어짜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 좋아해?"
그가 되물었다. 이 순간이 내가 수없이 다짐하고 말성이기를 반복하며 기다렸던 그 순간이었다. 내가 그에게 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면 숨이 막혀 네다섯개의 음절을 다 말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나 대신에 그 말을 해주었고 나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응"
"넌 너무 우울해보여.."
그 말에 눈물이 터져나올거 같았다. 그가 다음 말을 바로 하지 않았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 것이다.
"근데.. 쓰담해달라고 할 때는 귀엽기도 하더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그는 수많은 말들을 덧붙였다.
처음 나를 봤을 때의 기억과 동아리에서 늘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내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싫지는 않았지만 새드무비의 주인공같은 느낌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사람같아 보였다고 했다.
끝날것 같지 않은 그의 말을 끊고 나는 안달이나 물었다.
"그래서?"
"나도 너 좋아해"
나는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쓰담!"
"웃으니깐 더 이쁘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주책없는 보지는 그의 손길에 또 젖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개가 되었다.
새로 들어온 신입생 여자애들은 성격좋은 그에게 붙어서 밥을 사달라며 졸라댔고 그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를 가르쳐주다가도 대충 마무리를 하고는 후배 여자애들에게 끌려나가기 일쑤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와 둘이서 밥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 몇번이나 "같이 저녁먹으러 갈래?"라고 속으로 되뇌였지만 그 말이 쉽게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우울해 보이는 내 모습이 매력없어 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환하게 웃어보려고 해도 이미 퇴화되어버린 웃음 근육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뻐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그 때만큼 화장을 열심히하고 치마를 많이 입고 다녔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누가 동아리방에 꽃을 갖다놨네.."
예쁘게 차려입고 동아리 방에 앉아있는 날이면 지나가던 선배들이 종종 그런 농담을 던지곤했다. 그 말에 왠지 그도 오늘 이쁘게 봐 줄거 같아서 속으로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대단한 정성이다.. 열녀났네."
하루는 그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을 때, 과선배가 지나가면서 툭 던진 얄미운 한마디였다. 난 그 때까지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걸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말에 큭큭대며 웃어댔다.
1년동안 한번도 나오지 않던 동아리에 거의 매일 출석을 하다시피 하고 늘 청바지만 입던 내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다니면서도 사람들이 모를거라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다.
내 볼은 봄날의 진달래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짝사랑이 들켜버린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려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의 표정에 안심이 되면서 서운했다. 모른척 하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밤마다 그가 했던 말 한마디, 그의 표정 하나, 그의 행동 하나를 곱씹으며 수백번 소설을 썼다가 지웠다.
9점 접바둑으로 처음 그를 이긴 날이었다.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만큼이나 나는 바둑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가 가르쳐주는 것 이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바둑책을 보고 티비에서 나오는 바둑강좌를 들었다.
"많이 늘었는데.."
"사부 덕이지.."
그 말과 함께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앞에 고개를 숙여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내 행동의 뜻을 몰랐고, 나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고맙다는 인사인 척 다시 고개를 들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욕망대로 행동했다.
나는 검지를 구부려 내 머리를 톡톡쳤다. 그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쓰담.."
"아!"
그게 우리의 첫 스킨쉽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많이 늘었네"라는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한번의 짧은 스침에 나는 지금까지 느꼈던 수많은 오르가즘보다 더 큰 희열을 느꼈다.
그 날 밤, 그의 손길을 떠올리며 자위를 마치고는 나는 후회했다. 이미 음란함에 길들여진 내 몸이 싫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몸은 더 끈끈해졌고 그의 앞에서 축축히 젖어있는 보지를 느낄 때마다 나는 내 얼굴에 씌워진 가면의 두께를 느꼈다. 그의 앞에서는 순진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꿈속에서처럼 발가벗고 엉덩이를 다 내보이며 기어다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그렇게 가식적이었다.
나는 먹고 있던 피임약을 끊었다. 정액을 받아내는 구멍이 아니라 여자가 되고 싶었다.
가끔 길거리에서 배를 불룩하게 내밀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자들을 볼 때면 나는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끄러워 섹스라는 단어도 입밖에 내지 못하면서 난 섹스를 한 여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알리고 다니는게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나는 그 여자들의 자랑스러움이 무엇인지 어렴풋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산부인과를 찾았다.
피를 뽑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최근의 섹스에 대한 몇가지 질문에 답하고 나는 진료대에 누웠다. 내 배위로 커튼이 가려지고 굵고 거친 목소리의 나이든 의사가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일단은 정상으로 보이네요."
"..."
"에이즈나 다른 성병 유무는 검사가 나와봐야 아니깐 1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오시구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리에 나는 안도했다. 혈액 검사결과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수많이 사람들의 입안에 들어갔나 나온거지만 깨끗히 씻어서 또 사용하는 식당의 수저처럼 내 몸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 가면놀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은 가면을 벗고 두 사람이 온전하게 만나는 것이라 했지만 나는 차마 가면을 벗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의 전부를 내보이면 그가 더 이상 나를 봐 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전부를 보여주는 대신에 나를 그림퍼즐처럼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그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차라리 처음 만난 남자앞에서 가랭이를 벌리는게 훨씬 더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오늘은 꼭 고백해야지 다짐하고 그의 앞에서 망설이기를 며칠을 반복했다. 그 날도 그랬다. 그의 앞에서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갈래?"
"응!"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나는 김밥을, 그는 비밤밥을 시켰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숫가락을 입안에 넣는걸 보며 용기가 생겼다. 밥을 다 먹은 그에게 말했다.
"술 마시러 갈래?"
"좋지!"
그가 흔쾌히 좋다고 말했을 때 나는 오늘 무슨 속옷를 입고 왔는지 생각하며 또 소설을 쓰고 있었다.
술자리는 우리의 사제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내 바둑실력이 생각보다 빨리 느는걸 무척 기뻐하며 말했고 나는 그게 다 사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때 한 번 쓰다듬어줬으면 했지만 그는 쓰다듬어주지 않았다.
여러가지 동아리 일들에 관한 이야기나 바둑 이야기를 빼고는 우리는 그리 할 말이 없었다. 말수가 천천히 줄어들어 우리 둘이 아무말없이 소주 한잔을 들이켰을 때 내가 물었다.
"여자친구 있어?"
"많지.. "
"그런거 말구.. 애인 있어?"
"아니.. 왜?"
애인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있었다면 뺐을 생각이었다.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는 내 빈잔에 다시 술을 채웠고 나는 그것마져도 들이키고는 그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대신 그의 앞에 놓인 수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 어떻게 생각해?"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몇 십초가 되지 않았을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내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쥐어짜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 좋아해?"
그가 되물었다. 이 순간이 내가 수없이 다짐하고 말성이기를 반복하며 기다렸던 그 순간이었다. 내가 그에게 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면 숨이 막혀 네다섯개의 음절을 다 말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나 대신에 그 말을 해주었고 나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응"
"넌 너무 우울해보여.."
그 말에 눈물이 터져나올거 같았다. 그가 다음 말을 바로 하지 않았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 것이다.
"근데.. 쓰담해달라고 할 때는 귀엽기도 하더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그는 수많은 말들을 덧붙였다.
처음 나를 봤을 때의 기억과 동아리에서 늘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내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싫지는 않았지만 새드무비의 주인공같은 느낌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사람같아 보였다고 했다.
끝날것 같지 않은 그의 말을 끊고 나는 안달이나 물었다.
"그래서?"
"나도 너 좋아해"
나는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쓰담!"
"웃으니깐 더 이쁘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주책없는 보지는 그의 손길에 또 젖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개가 되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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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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