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과 그 겨울의 끝을 아쉬워하며 찾아온 며칠의 꽃샘추위가 끝날 즈음의 봄이었다.
긴 겨울방학이 지겨웠다는 듯 학교는 학생들로 왁자지껄했고 나는 학부사무실 앞에 붙은 몇가지 공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네.."
과선배였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든 동아리 선배이기도 했다.
"어째 동아리 가입을 하고 한 번도 안 나오냐?"
"..."
"담주에 개강모임있으니 꼭 나와.."
"보고요.."
"안 돼. 꼭 나와야 해"
처음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 과선배때문이었다. 학교 광장에는 자신의 동아리를 알리려는 듯 수많은 동아리가 자리를 잡고 나이트의 삐끼처럼 신입생들을 붙잡아대고 있었다. 나는 그 곳을 지나다가 저 선배한테 붙잡혔다.
"신입생이죠?"
"네.."
"이거 재미난데 가입해서 한 배워보세요"
다른 동아리 모집하는 곳과 다르게 거기엔 달랑 좁고 기다란 책상 하나만이 넣여있었다. 책상위에는 노란 나무판이 있었고 다시 그 위에 조그마한 단지같은 것이 두 개 놓여있었다.
그 선배는 끈질기게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나는 귀찮은 마음에 그냥 동아리 가입서를 적었다. 어차피 동아리 활동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 같은 학부네?"
그렇게 일이 꼬여갔다. 그는 틈틈히 같은 학부건물에서 날 볼 때마다 왜 동아리에 안 나오냐고 했고 나는 그 때마다 약속이 있다거나 아프다고 했다.
그 날은 수업을 마치고 빨리 집에가기 위해 도망치듯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 선배와 마주쳤다.
"오늘 개강모임 알지?"
"오늘 좀 아파서요.."
아프다는 핑계는 너무 많이 써 먹었는지 그 선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가입하고 1년만에 처음 모임이라는 곳에 끌려갔다.
나처럼 억지로 끌려온 듯한 신입생 여자애 몇 명과 그렇게 끌려와서 그 곳에 뼈를 뭍게 된 여자선배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그를 만났다. 뿌연 담배연기와 오가는 술잔 사이로 그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그가 내 옆에 앉고는 말을 걸었다.
"같은 동기인데.. 첨 보네?"
"네.. 동아리에 안 나와서요."
"말 놔. 같은 동긴데"
"..."
그렇게 몇마디 나에게 말을 붙이고는 그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온갖 수발을 들고 있었다. 아주머니를 불러 모자란 안주와 술을 시키고는 가게 아르바이트생처럼 바쁘게 움직여댔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에도 그는 취한 사람들을 챙기고 사람들이 두고 간 가방들을 찾아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일어서는 나에게 와 말을 걸었다.
"많이 안 취했지?"
"네.."
"한국말 잘 못해?"
"네?"
"동기라고.. 말 놓으라고.."
집에 돌아와 누웠을 때 그가 생각났다. 온갖 수고스러운 일을 다 하면서도 늘 웃는 그 모습이 자꾸 떠 올랐다.
그 날 밤에 나는 꿈을 꿨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내 턱을 만진다. 나를 혀로 그의 손바닥을 핥는다. 어디를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그가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한동안 소파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계속 문을 바라보며 그가 오는지 기다리다 내다보려고 창가로 기어간다. 몸을 세워 벽을 집고 일어섰지만 창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두 다리는 무릅까지 잘려있고 창문은 너무 높다.]
창밖을 내다보려고 낑낑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예전에 누군가 그린 삽화를 본 적이 있었다. 강아지가 된 소녀였던가.. 제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속의 나는 그 삽화에 나오는 소녀같았다.
그 꿈은 오래오래 나를 따라다녔다. 같은 꿈을 계속 꾼다는 건 강박이다.
왜 내가 그의 꿈을 계속 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속에서 그를 갈망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서로 사랑하는 다정한 여인이 아닌 그의 개로 복종하는 모습이 자꾸만 꿈속에 나타났다.
[그는 내 목에 묵줄을 채우고는 공원을 산책시킨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만 아무도 발가벗고 묵줄을 한 채로 기어다니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나는 기분이 좋아 깡충거리며 그의 주위를 맴돌며 뛰어다닌다. 아랫배가 꽉 찬 듯한 느낌이다. 나는 애절한 눈빛으로 끙끙거리며 그를 쳐다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는 길가에 서있는 노란 은행잎이 주위에 가득 떨어져있는 나무옆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반으로 잘려나간 한쪽 다리를 들어 오줌을 누었고 오줌이 잦아들자 그는 티슈를 꺼내 내 보지를 닦아준다. 아무도 그런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어느샌가 나는 동아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동이리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 날도 그 과선배가 아니었으면 돌아갔을 것이다. 그 선배에게 붙잡혀 동아리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한쪽 구석에서 책을 보며 바둑판위에 뭔가를 놓아가고 있었다.
"영진아.. 애 바둑 좀 가르쳐봐라!"
그의 앞에 앉았을 때 나는 가슴이 너무 콩닥거려 혹시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말소리는 내 귓가에 웅웅거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가끔 알아들었냐며 쳐다보는 눈빛에 내 몸은 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는거 같았다.
한참 그의 앞에서 떨고 있을 때 과선배가 와서 말했다.
"소질은 있어보여?"
"오늘 처음 배운다는데요.. 아직 모르죠"
"네가 좀 잘 가르쳐봐라. 교류전에 7장 뛸 사람이 없다."
"그게 몇 달 가르친다고 되나요.."
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뭔가를 이야기했고 나는 이것이 어쩌면 그를 계속 볼 수 있는 핑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 배울만해?"
"응. 재미있어"
"내일도 와? 오면 더 가르쳐주고.."
"응.."
그가 한 말 중에 조사와 어미를 제외하고는 어떤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바둑책을 하나 샀다.
그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잘 한다는 칭찬이 듣고 싶었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 그 날 밤에 얇은 바둑입문서를 다 봤다. 축이 뭔지, 장문이 뭔지, 촉촉수가 뭔지 알게되었고 어떻게 하면 죽는 것인지 사는 것인지도 알게되었다.
그가 바둑을 가르쳐주기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나를 그를 "사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자꾸만 그의 이름대신에 "저기.."라고 부르는게 듣기 싫어서인지 그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꿈속에서 나는 그를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의 빛과 나의 어둠은 너무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늘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어둠속에 숨어있는 나를 생각하면 다시 우울해졌다.
웃으며 나를 가르쳐주고 있는 그의 앞에 앉은 나의 보지속에는 바둑알이 들어있었다.
어느 날 나는 바둑판을 정리하다가 그가 만지작거렸던 바둑알을 몇 개 집어왔다. 처음에 주머니에 넣고다니며 만지작거리던 바둑알은 어느새 보지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없을 때 화장실에서 보지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바둑알을 느끼며 보짓물을 흘려댔다. 오르가즘이 잦아들면 나를 자책하며 후회했다가도, 또 다시 나는 보지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는 많이 바빴다.
여기저기 사람들과 어울려서 놀기를 좋아해서인지 혼자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바둑을 가르쳐줄 때도 몇 통의 전화를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나와는 반대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그가 좋다가도 혹시나 나도 그냥 그 수많은 사람들중의 한 명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파란 호수같은 사람. 나는 그를 그렇게 생각했다.
잔잔하고 넓은 그에게 내 아픔을 다 던져도 받아줄거 같았다. 그의 여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더러운 내가 바라기에는 너무나 큰 소망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저 꿈에서처럼 충실한 개가 되어 그를 따를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따스한 봄날에 찾아온 그는 나비처럼 내 배를 간지럽혔고 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속으로 빠져들었다.
긴 겨울방학이 지겨웠다는 듯 학교는 학생들로 왁자지껄했고 나는 학부사무실 앞에 붙은 몇가지 공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네.."
과선배였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든 동아리 선배이기도 했다.
"어째 동아리 가입을 하고 한 번도 안 나오냐?"
"..."
"담주에 개강모임있으니 꼭 나와.."
"보고요.."
"안 돼. 꼭 나와야 해"
처음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 과선배때문이었다. 학교 광장에는 자신의 동아리를 알리려는 듯 수많은 동아리가 자리를 잡고 나이트의 삐끼처럼 신입생들을 붙잡아대고 있었다. 나는 그 곳을 지나다가 저 선배한테 붙잡혔다.
"신입생이죠?"
"네.."
"이거 재미난데 가입해서 한 배워보세요"
다른 동아리 모집하는 곳과 다르게 거기엔 달랑 좁고 기다란 책상 하나만이 넣여있었다. 책상위에는 노란 나무판이 있었고 다시 그 위에 조그마한 단지같은 것이 두 개 놓여있었다.
그 선배는 끈질기게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나는 귀찮은 마음에 그냥 동아리 가입서를 적었다. 어차피 동아리 활동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 같은 학부네?"
그렇게 일이 꼬여갔다. 그는 틈틈히 같은 학부건물에서 날 볼 때마다 왜 동아리에 안 나오냐고 했고 나는 그 때마다 약속이 있다거나 아프다고 했다.
그 날은 수업을 마치고 빨리 집에가기 위해 도망치듯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 선배와 마주쳤다.
"오늘 개강모임 알지?"
"오늘 좀 아파서요.."
아프다는 핑계는 너무 많이 써 먹었는지 그 선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가입하고 1년만에 처음 모임이라는 곳에 끌려갔다.
나처럼 억지로 끌려온 듯한 신입생 여자애 몇 명과 그렇게 끌려와서 그 곳에 뼈를 뭍게 된 여자선배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그를 만났다. 뿌연 담배연기와 오가는 술잔 사이로 그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그가 내 옆에 앉고는 말을 걸었다.
"같은 동기인데.. 첨 보네?"
"네.. 동아리에 안 나와서요."
"말 놔. 같은 동긴데"
"..."
그렇게 몇마디 나에게 말을 붙이고는 그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온갖 수발을 들고 있었다. 아주머니를 불러 모자란 안주와 술을 시키고는 가게 아르바이트생처럼 바쁘게 움직여댔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에도 그는 취한 사람들을 챙기고 사람들이 두고 간 가방들을 찾아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일어서는 나에게 와 말을 걸었다.
"많이 안 취했지?"
"네.."
"한국말 잘 못해?"
"네?"
"동기라고.. 말 놓으라고.."
집에 돌아와 누웠을 때 그가 생각났다. 온갖 수고스러운 일을 다 하면서도 늘 웃는 그 모습이 자꾸 떠 올랐다.
그 날 밤에 나는 꿈을 꿨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내 턱을 만진다. 나를 혀로 그의 손바닥을 핥는다. 어디를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그가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한동안 소파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계속 문을 바라보며 그가 오는지 기다리다 내다보려고 창가로 기어간다. 몸을 세워 벽을 집고 일어섰지만 창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두 다리는 무릅까지 잘려있고 창문은 너무 높다.]
창밖을 내다보려고 낑낑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예전에 누군가 그린 삽화를 본 적이 있었다. 강아지가 된 소녀였던가.. 제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속의 나는 그 삽화에 나오는 소녀같았다.
그 꿈은 오래오래 나를 따라다녔다. 같은 꿈을 계속 꾼다는 건 강박이다.
왜 내가 그의 꿈을 계속 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속에서 그를 갈망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서로 사랑하는 다정한 여인이 아닌 그의 개로 복종하는 모습이 자꾸만 꿈속에 나타났다.
[그는 내 목에 묵줄을 채우고는 공원을 산책시킨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만 아무도 발가벗고 묵줄을 한 채로 기어다니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나는 기분이 좋아 깡충거리며 그의 주위를 맴돌며 뛰어다닌다. 아랫배가 꽉 찬 듯한 느낌이다. 나는 애절한 눈빛으로 끙끙거리며 그를 쳐다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는 길가에 서있는 노란 은행잎이 주위에 가득 떨어져있는 나무옆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반으로 잘려나간 한쪽 다리를 들어 오줌을 누었고 오줌이 잦아들자 그는 티슈를 꺼내 내 보지를 닦아준다. 아무도 그런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어느샌가 나는 동아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동이리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 날도 그 과선배가 아니었으면 돌아갔을 것이다. 그 선배에게 붙잡혀 동아리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한쪽 구석에서 책을 보며 바둑판위에 뭔가를 놓아가고 있었다.
"영진아.. 애 바둑 좀 가르쳐봐라!"
그의 앞에 앉았을 때 나는 가슴이 너무 콩닥거려 혹시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말소리는 내 귓가에 웅웅거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가끔 알아들었냐며 쳐다보는 눈빛에 내 몸은 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는거 같았다.
한참 그의 앞에서 떨고 있을 때 과선배가 와서 말했다.
"소질은 있어보여?"
"오늘 처음 배운다는데요.. 아직 모르죠"
"네가 좀 잘 가르쳐봐라. 교류전에 7장 뛸 사람이 없다."
"그게 몇 달 가르친다고 되나요.."
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뭔가를 이야기했고 나는 이것이 어쩌면 그를 계속 볼 수 있는 핑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 배울만해?"
"응. 재미있어"
"내일도 와? 오면 더 가르쳐주고.."
"응.."
그가 한 말 중에 조사와 어미를 제외하고는 어떤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바둑책을 하나 샀다.
그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잘 한다는 칭찬이 듣고 싶었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 그 날 밤에 얇은 바둑입문서를 다 봤다. 축이 뭔지, 장문이 뭔지, 촉촉수가 뭔지 알게되었고 어떻게 하면 죽는 것인지 사는 것인지도 알게되었다.
그가 바둑을 가르쳐주기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나를 그를 "사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자꾸만 그의 이름대신에 "저기.."라고 부르는게 듣기 싫어서인지 그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꿈속에서 나는 그를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의 빛과 나의 어둠은 너무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늘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어둠속에 숨어있는 나를 생각하면 다시 우울해졌다.
웃으며 나를 가르쳐주고 있는 그의 앞에 앉은 나의 보지속에는 바둑알이 들어있었다.
어느 날 나는 바둑판을 정리하다가 그가 만지작거렸던 바둑알을 몇 개 집어왔다. 처음에 주머니에 넣고다니며 만지작거리던 바둑알은 어느새 보지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없을 때 화장실에서 보지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바둑알을 느끼며 보짓물을 흘려댔다. 오르가즘이 잦아들면 나를 자책하며 후회했다가도, 또 다시 나는 보지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는 많이 바빴다.
여기저기 사람들과 어울려서 놀기를 좋아해서인지 혼자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바둑을 가르쳐줄 때도 몇 통의 전화를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나와는 반대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그가 좋다가도 혹시나 나도 그냥 그 수많은 사람들중의 한 명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파란 호수같은 사람. 나는 그를 그렇게 생각했다.
잔잔하고 넓은 그에게 내 아픔을 다 던져도 받아줄거 같았다. 그의 여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더러운 내가 바라기에는 너무나 큰 소망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저 꿈에서처럼 충실한 개가 되어 그를 따를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따스한 봄날에 찾아온 그는 나비처럼 내 배를 간지럽혔고 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속으로 빠져들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