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 어디로 가는 거에요?"
그녀는 알듯 모를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 엷디 엷은 미소에도 그녀의 눈은 반달처럼 진하고 요염하게
감기었다. 그런 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또 이상한 상상에 빠져 허우적 댈 것이다. 이젠 안 된다.
나는 얼른 시선을 차창 밖으로 돌렸다.
5일 간의 죽을 듯했던 마음 고생이면 족하다. 그녀를 취하는 상상은 곧 현실에서의 악몽으로 되살아 난다.
나는 어떤 이유에건 그녀를 멀리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버긋하게 벌어진 석류처럼, 도톰한 입술을 열었다.
"승우는 밥 먹었니? 아직 안 먹었지?"
"... ..."
"승우야, 미안해. 이제 경찰서니 뭐니 이상한 말은 안 할 테니까 마음 놓고 얘기하자."
밥을 먹었다고 하면 그녀는 어떤 대답과 행동으로 날 궁지로 몰아 넣을까. 또 먹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녀는
마치 도화선과도 같다. 어떤 말,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녀의 해석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종국에는
시한폭탄의 마지막처럼 폭발할 것이다.
거기에 나는 밸런스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 아니, 밸런스는커녕, 꿉꿉한 당혹감에 시달리고 그 폭발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끔찍하다.
"오전 수업만 하느라고 밥 못 먹었지?"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승우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아무거나... 요..."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의도를 당최 유추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자가용은 어느덧 내가 가보지 못했던 초행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조그만 소읍 정도의 시골이라서 많이 돌아다녔다고 내심 자부하는 나였지만 지금 가는 길은 굉장히 낯선 길이었다.
이 근방으로는 친구들이 살지 않을 뿐더러 유년의 호기심을 잡아끌 만한 적당히 놀잇감도 없는 동네다.
그래서 지금의 낯선 광경이 펼쳐진 것일까.
낮인데도 군데군데 걷히지 않은 안개가 보였다. 촘촘한 사위로 굽이굽이 돌아난 계곡모양의 휘어진 아스팔트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얼마동안을 달리자 또 다른 소읍을 십리 정도 아껴둔 곳에 작은 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생전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곳이다.
그렇게 달려온 길,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의 자드락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포장에 흙먼지 날리는 돌너덜까지 가세하고 나니 그녀는 만만치 않은 운전 실력을 뽐내야 할 터였다.
보닛 양쪽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백미러로 바라본 뒷길은 지금까지 지나쳐 온 경사로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깨닫게 했다.
길섶으로 빼죽빼죽 튀어나온 나뭇잎들이 그런 백미러를 치고 지나갔다.
탁탁탁, 이내 고개를 숙이는 듯싶더니 오뚝이마냥 성큼 제자리를 찾는 잎사귀들은 어디 그거 가지고 되겠냐는 둥,
하느작거리며 탱글탱글한 춤까지 추어댔다.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덜커덩거릴 때마다 주행이 멎지 않을까 하는
꿉꿉한 마음이 가파른 경사로만큼이나 부담스럽게 작용했다.
하지만 성희 선생님의 운전 실력은 여자치고는 수준급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 다녀본 길처럼 아주 능숙하게
그 거친 길들을 굴복시켰다.
성희 선생님이 잠시 차를 세웠다. 미풍에 꽃내음이 진하게 전해 오자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물론 상대의 감정을 농락하는 그 반달같은 눈을 감아 내리면서 말이다.
미칠 것만 같았다. 애써 회피하고 끝끝내 외면해 보려고 하지만 그녀가 눈을 감을 때마다 나의 심장과 아랫도리는
자연의 힘으로 용두질을 쳐대는 느낌이었다. 그 뽀얀 볼살과 옅은 화장기. 지금이라도 그녀를 눕히고 싶었다.
아니, 눕힐 수 있었다. 그녀가 경찰서를 가지 않은 것은 다시 해석해 보면 나를 용서했다는 말이 아니던가. 더 나아가 나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미도 있으니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은 또 아니었을까.
여러모로 내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감행해 본다. 그러나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굳게 쥔 주먹에선 이미 땀이
흘러차 내렸고 내 목울대는 수분을 다 빼앗긴 채, 역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고요한 공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건만 귓가에선 왱, 하는 환청만 들려 온다.
그녀는 무방비다. 얼굴을 내밀고 두 팔로 턱을 괸 채 따스한 볕을 음미하고 있다. 볕의 그 눈부신 광도가 그녀의 겨드랑이와 허리 사이에 걸쳐져 있는 브래지어를 비춘다. 내 눈은 올곧게 거기로 향했다. 성당에서 그녀는 항상 복고적이고 두터운 의상을 입고 있어서 가슴의 크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그녀 가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가슴이다. 저 보드랍고 큰 가슴이 하얀 천 조각에 가리어져 있다. 그러나 그 천조각 마저도 흥분과 욕구에 보탬을 한다. 적당히 큰 가슴. 또래 여학생들 중 유달리 가슴만 발달한 친구들보다 크며 내가 지금껏 보아 온 어떤 여성들보다 크다. 그러나 무식하게 크거나 볼품 없이 쳐진 가슴이 아니다. 적당한 볼륨감과 확연한 굴곡이 오히려, 무조건 크기만 하고 둔해 보이는 가슴보다, 작아서 밋밋하고 식상한 가슴보다 더 짜릿하고 아름답다.
그녀의 가슴은 경탄 그 자체였다. 그 곳에 얼굴을 묻고 싶다. 실컷 그녀의 땀 냄새를 음미하고 사향에 넋을 잃어보고 싶고 아스라히 비치는 저 햇볕을 무대 삼아 그녀의 옷을 벗겨 이 자연에서 그녀의 음부에 내 남근을 넣어 버리고 싶다.
그런 상상은 곧 현실적인 용기를 잉태 시켰다. 얼마나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까.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경찰서라는 곳, 갈 거라고 생각지 않았던가. 이번엔 정말 시도나 해 보자.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를 낚아채기 위해 나는 몸을 크게 부풀렸다. 그것은 수컷의 본능이다. 암컷을 정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공작새가 그렇고 숫사자가 그러하며 하물며 나약해 빠진 미물들조차도 수컷은 제 몸을 부풀린다. 나 역시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어깨에 경직을 주고 숨을 크게 들여마시며 가슴에 힘을 주며 그녀를 낚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내가 막 그녀를 다시 한 번 범접하고자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그녀가 괴고 있던 턱을 들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말 황당한 순간이었다. 내 행동은 그 짧은 시간에 멈칫 했고, 그것은 곧 정지화면처럼 오래도록 나를 당황케 했다.
밖으로 나간 그녀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를 따라 나섰다. 아직 기회는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비 좁은 차 안 보다는 저 드넓은 풀밭에서 그녀를 눕혀 보리라.
바깥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툭 튀어나와있는 돌부리들이 햇살을 받아 석금처럼 빛났다.
들길 저 멀리 대지의 생명체들이 꿈틀거렸다. 하늘은 대자연의 모래집에서 잉태된 모든 만물을 향해
춘면을 부추기듯이 쑤석거렸고 양분을 쏟아내면서 생동감 있는 몸짓을 재촉했다.
따가운 햇볕을 돌아 온 여린 미풍이 살품을 에웠다. 뙤약볕과 바람, 기분 좋은 가을의 하모니였다. 그 하모니의
절정엔 그녀, 성희 선생님이 있었다.
두 눈을 한 껏 감고 기지개를 켜는 그녀, 블라우스가 가슴을 경계로 아래 위로 뻣뻣하게 서 있다. 그녀의 큰 가슴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타이트한 블라우스였다. 거기에 두 눈을 감고 기분 좋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
최소한 나는 짐승은 아니었다.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를 겁탈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는 또 다른 용기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기지개를 내리는 순간,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능청맞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내 자신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 가슴은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올 것만 같이 크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놀라거나, 뾰로퉁한 시선으로 내 손을 거부하거나, 다시 한 번 그 매섭고 화난 모습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그녀가 피식, 한 번 웃더니 천천히 맞잡은 내 손에 힘을 쥐었다. 허락이었다. 그녀가 나의 스킨십에 나지막한 힘으로 허락의 화답을 보내오고 있었다.
난 더더욱 용기가 생겼다. 하나를 허락했다면 열을 허락한 것이나 마찬가지. 내 정신세계는 그만큼 조악하고 유치했다.
나는 잡았던 손을 잠시 풀고는 그녀의 허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도 그녀는 허락할 것이다.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 희망은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대차게 나의 손을 몰아 냈다.
"너 또?!"
그 말에 나는 기겁을 하듯 말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절대 아니에요!"
무엇이 아니라는 건 지,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보는 내 자신이 그렇게 참담하고 비참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미모 만큼이나 카리스마도 넘쳤던 것이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긋 웃고는 내게 말했다.
"가자! 이제 다 왔어."
"어딜요?..."
"가면 알아!"
나는 또 다시 힘없는 졸개가 되어 그녀를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차 안에서 조금만 더 빨리 결정을 내렸더라면, 어쩌면 그녀도 허락과 거절의 경계에서 허락의 문으로 나를 인도 했을 지도 모르는데...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를 볼 때마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윽고 다다른 곳은 너른 양지 위에 세워진 별장 같은 곳이었다. 마당이 있고, 조경이 온화하게 꾸며져 있고,
본 적도 없는 대형 견이 달려나와 자가용과 나란히 걸으며 관심을 구걸하듯이 헐떡였다.
먼 발치 별장에서 낯선 여인이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와 꽤 많은 부분 그러니까 정확히 꼬집어 말하면 그 마력같은 눈맵시가 꼭 빼닮은 여인이었다. 그렇게 유추컨데 성희 선생님의 어머님인 것이 확실하리라.
하지만 가까이서 보자 얘기가 달랐다. 그녀의 어머니라면 중년의 나이 일텐데,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를 과하게 셈한 꼴이 되고 그녀의 언니 쯤으로 칭하기엔 약간 들어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름 자신을 잘 가꾸어 온 40대 중반 정도의, 미모가 아주 빼어난 여성이라고 말이다.
즉 그 빼어난 미모 때문에 그녀는 20대 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을 것이고 그 미모에 넋 나간 남편이 매일같이 발정난 개처럼 그녀의 다리를 벌렸을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것도 이상한 노릇, 일찌감치 성희 선생님을 임신한 것은 아닐까.
이것 역시 내 상상의 단서이지만 나는 근거 없는 상상은 하지 않는 관계로 어느 정도는 맞는 대목도 있으리라고 본다.
"성희 왔니?!"
그녀는 비록 슬리퍼에 간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살가운 표정에서 그 요염한이 돋보였다.
"네 엄마, 왔어요!"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녀의 엄마였다. 더 가까이에서 보자 이제 먹어봐야 40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 피부하며
반달같이 감아내리는 그 마성의 눈웃음. 두 모녀가 빼다 박아도 너무 빼다 박았다. 성희 선생님이 나이가 든다면
꼭 저런 미모로 변하리라.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느낌, 노안은 잠시 버려두고 기품과 중년의 우아함을 두루 갖춘 그런 여성으로 말이다.
"어머, 학생이랑 왔구나."
성희 선생님이 싱긋 웃으면서 얘기했다.
"네, 성당에서 교리 배우는 동생이에요. 얘가 머리가 나빠서 오늘은 특별 과외좀 하려구요."
그나마 다행이었고 이것이 인생역전이었다. 이제부터 나는 내 상상의 침대로 그녀의 엄마까지 끌어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탄탄함을 갖춘다면 쓰리섬도 서슴없이 불사하리라. 나는 그녀의 엄마를 보면서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면서 또 얄궂고도 음탕하며 유치한 상상을 한다.
-아, 누구부터 따 먹지? 그래도 성희 선생님?-
"엄마, 우리 아직 점심 안 먹었는데, 밥 좀 해주면 안 돼요?"
그녀의 엄마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같이 먹자. 나도 마침 안 먹었는데, 셋이 같이 먹으면 되겠다."
경찰서 행에서 빼어난 미모를 갖춘 두 여성과의 만찬. 실로 나는 과분한 현실에 맞딱뜨리고 있었다.
--------------------------------
언제 쯤 정사를 벌이나? 많이들 궁금하셨을 텐데, 오늘도 또 감칠 맛만 ^^
야설이면 야설에 맞게 가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기왕 이렇게 시작한 거, 여러분들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쓰고 싶네요
그렇게 되려면 개연성 없는 스토리에 진부한 정사관련 어휘들만 나열해선 안되겠죠.
야설이라고 해도 로맨스도 곁들이고 무엇보다 현실성 다분한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어서요.
물론 필력이 부족하고, 수정할 시간조차 없는 현 상황 속에선 그런 작품 나오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저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구요^^
앗 이번 편 쓰느라고 벌써 두 시간이나^^ 제가 요즘 개인시간 한 시간 내는 것조차도 아까운
실정이거든요. 그만큼 바쁜 일상이오니 이해해 주시구요.
개연성도 좋고 극중 리얼리티도 좋다지만 야설은 야설!
자 다음 편엔 정사씬이 나올 듯도 한데,
그간 극중의 주인공 역할을 수행해 온 성희 선생님일까요?
아니면 새롭게 등장한 그녀의 모친일까요?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포인트.
극중 주인공이 물론 승우이긴 하지만 이제 막 15살이잖아요. 과연 이 작품의 첫 정사 씬을
과연 승우가 하게 될까요?
기대 해 주세요.
아 그리고 댓글 추천 많이 안 달아 주시면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늦게 올릴 겁니다( 반 협박^^)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Comming Soon (직역: 순이가 온다) <... 웃으시라고 ^^
"선생님, 어디로 가는 거에요?"
그녀는 알듯 모를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 엷디 엷은 미소에도 그녀의 눈은 반달처럼 진하고 요염하게
감기었다. 그런 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또 이상한 상상에 빠져 허우적 댈 것이다. 이젠 안 된다.
나는 얼른 시선을 차창 밖으로 돌렸다.
5일 간의 죽을 듯했던 마음 고생이면 족하다. 그녀를 취하는 상상은 곧 현실에서의 악몽으로 되살아 난다.
나는 어떤 이유에건 그녀를 멀리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버긋하게 벌어진 석류처럼, 도톰한 입술을 열었다.
"승우는 밥 먹었니? 아직 안 먹었지?"
"... ..."
"승우야, 미안해. 이제 경찰서니 뭐니 이상한 말은 안 할 테니까 마음 놓고 얘기하자."
밥을 먹었다고 하면 그녀는 어떤 대답과 행동으로 날 궁지로 몰아 넣을까. 또 먹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녀는
마치 도화선과도 같다. 어떤 말,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녀의 해석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종국에는
시한폭탄의 마지막처럼 폭발할 것이다.
거기에 나는 밸런스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 아니, 밸런스는커녕, 꿉꿉한 당혹감에 시달리고 그 폭발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끔찍하다.
"오전 수업만 하느라고 밥 못 먹었지?"
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승우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아무거나... 요..."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의도를 당최 유추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자가용은 어느덧 내가 가보지 못했던 초행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조그만 소읍 정도의 시골이라서 많이 돌아다녔다고 내심 자부하는 나였지만 지금 가는 길은 굉장히 낯선 길이었다.
이 근방으로는 친구들이 살지 않을 뿐더러 유년의 호기심을 잡아끌 만한 적당히 놀잇감도 없는 동네다.
그래서 지금의 낯선 광경이 펼쳐진 것일까.
낮인데도 군데군데 걷히지 않은 안개가 보였다. 촘촘한 사위로 굽이굽이 돌아난 계곡모양의 휘어진 아스팔트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얼마동안을 달리자 또 다른 소읍을 십리 정도 아껴둔 곳에 작은 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생전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곳이다.
그렇게 달려온 길,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의 자드락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포장에 흙먼지 날리는 돌너덜까지 가세하고 나니 그녀는 만만치 않은 운전 실력을 뽐내야 할 터였다.
보닛 양쪽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백미러로 바라본 뒷길은 지금까지 지나쳐 온 경사로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깨닫게 했다.
길섶으로 빼죽빼죽 튀어나온 나뭇잎들이 그런 백미러를 치고 지나갔다.
탁탁탁, 이내 고개를 숙이는 듯싶더니 오뚝이마냥 성큼 제자리를 찾는 잎사귀들은 어디 그거 가지고 되겠냐는 둥,
하느작거리며 탱글탱글한 춤까지 추어댔다.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덜커덩거릴 때마다 주행이 멎지 않을까 하는
꿉꿉한 마음이 가파른 경사로만큼이나 부담스럽게 작용했다.
하지만 성희 선생님의 운전 실력은 여자치고는 수준급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 다녀본 길처럼 아주 능숙하게
그 거친 길들을 굴복시켰다.
성희 선생님이 잠시 차를 세웠다. 미풍에 꽃내음이 진하게 전해 오자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물론 상대의 감정을 농락하는 그 반달같은 눈을 감아 내리면서 말이다.
미칠 것만 같았다. 애써 회피하고 끝끝내 외면해 보려고 하지만 그녀가 눈을 감을 때마다 나의 심장과 아랫도리는
자연의 힘으로 용두질을 쳐대는 느낌이었다. 그 뽀얀 볼살과 옅은 화장기. 지금이라도 그녀를 눕히고 싶었다.
아니, 눕힐 수 있었다. 그녀가 경찰서를 가지 않은 것은 다시 해석해 보면 나를 용서했다는 말이 아니던가. 더 나아가 나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미도 있으니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은 또 아니었을까.
여러모로 내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감행해 본다. 그러나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굳게 쥔 주먹에선 이미 땀이
흘러차 내렸고 내 목울대는 수분을 다 빼앗긴 채, 역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고요한 공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건만 귓가에선 왱, 하는 환청만 들려 온다.
그녀는 무방비다. 얼굴을 내밀고 두 팔로 턱을 괸 채 따스한 볕을 음미하고 있다. 볕의 그 눈부신 광도가 그녀의 겨드랑이와 허리 사이에 걸쳐져 있는 브래지어를 비춘다. 내 눈은 올곧게 거기로 향했다. 성당에서 그녀는 항상 복고적이고 두터운 의상을 입고 있어서 가슴의 크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그녀 가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가슴이다. 저 보드랍고 큰 가슴이 하얀 천 조각에 가리어져 있다. 그러나 그 천조각 마저도 흥분과 욕구에 보탬을 한다. 적당히 큰 가슴. 또래 여학생들 중 유달리 가슴만 발달한 친구들보다 크며 내가 지금껏 보아 온 어떤 여성들보다 크다. 그러나 무식하게 크거나 볼품 없이 쳐진 가슴이 아니다. 적당한 볼륨감과 확연한 굴곡이 오히려, 무조건 크기만 하고 둔해 보이는 가슴보다, 작아서 밋밋하고 식상한 가슴보다 더 짜릿하고 아름답다.
그녀의 가슴은 경탄 그 자체였다. 그 곳에 얼굴을 묻고 싶다. 실컷 그녀의 땀 냄새를 음미하고 사향에 넋을 잃어보고 싶고 아스라히 비치는 저 햇볕을 무대 삼아 그녀의 옷을 벗겨 이 자연에서 그녀의 음부에 내 남근을 넣어 버리고 싶다.
그런 상상은 곧 현실적인 용기를 잉태 시켰다. 얼마나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까.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경찰서라는 곳, 갈 거라고 생각지 않았던가. 이번엔 정말 시도나 해 보자.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를 낚아채기 위해 나는 몸을 크게 부풀렸다. 그것은 수컷의 본능이다. 암컷을 정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공작새가 그렇고 숫사자가 그러하며 하물며 나약해 빠진 미물들조차도 수컷은 제 몸을 부풀린다. 나 역시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어깨에 경직을 주고 숨을 크게 들여마시며 가슴에 힘을 주며 그녀를 낚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내가 막 그녀를 다시 한 번 범접하고자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그녀가 괴고 있던 턱을 들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말 황당한 순간이었다. 내 행동은 그 짧은 시간에 멈칫 했고, 그것은 곧 정지화면처럼 오래도록 나를 당황케 했다.
밖으로 나간 그녀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를 따라 나섰다. 아직 기회는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비 좁은 차 안 보다는 저 드넓은 풀밭에서 그녀를 눕혀 보리라.
바깥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툭 튀어나와있는 돌부리들이 햇살을 받아 석금처럼 빛났다.
들길 저 멀리 대지의 생명체들이 꿈틀거렸다. 하늘은 대자연의 모래집에서 잉태된 모든 만물을 향해
춘면을 부추기듯이 쑤석거렸고 양분을 쏟아내면서 생동감 있는 몸짓을 재촉했다.
따가운 햇볕을 돌아 온 여린 미풍이 살품을 에웠다. 뙤약볕과 바람, 기분 좋은 가을의 하모니였다. 그 하모니의
절정엔 그녀, 성희 선생님이 있었다.
두 눈을 한 껏 감고 기지개를 켜는 그녀, 블라우스가 가슴을 경계로 아래 위로 뻣뻣하게 서 있다. 그녀의 큰 가슴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타이트한 블라우스였다. 거기에 두 눈을 감고 기분 좋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
최소한 나는 짐승은 아니었다.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를 겁탈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는 또 다른 용기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기지개를 내리는 순간,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능청맞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내 자신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 가슴은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올 것만 같이 크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놀라거나, 뾰로퉁한 시선으로 내 손을 거부하거나, 다시 한 번 그 매섭고 화난 모습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그녀가 피식, 한 번 웃더니 천천히 맞잡은 내 손에 힘을 쥐었다. 허락이었다. 그녀가 나의 스킨십에 나지막한 힘으로 허락의 화답을 보내오고 있었다.
난 더더욱 용기가 생겼다. 하나를 허락했다면 열을 허락한 것이나 마찬가지. 내 정신세계는 그만큼 조악하고 유치했다.
나는 잡았던 손을 잠시 풀고는 그녀의 허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도 그녀는 허락할 것이다.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 희망은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대차게 나의 손을 몰아 냈다.
"너 또?!"
그 말에 나는 기겁을 하듯 말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절대 아니에요!"
무엇이 아니라는 건 지,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보는 내 자신이 그렇게 참담하고 비참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미모 만큼이나 카리스마도 넘쳤던 것이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긋 웃고는 내게 말했다.
"가자! 이제 다 왔어."
"어딜요?..."
"가면 알아!"
나는 또 다시 힘없는 졸개가 되어 그녀를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차 안에서 조금만 더 빨리 결정을 내렸더라면, 어쩌면 그녀도 허락과 거절의 경계에서 허락의 문으로 나를 인도 했을 지도 모르는데...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를 볼 때마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윽고 다다른 곳은 너른 양지 위에 세워진 별장 같은 곳이었다. 마당이 있고, 조경이 온화하게 꾸며져 있고,
본 적도 없는 대형 견이 달려나와 자가용과 나란히 걸으며 관심을 구걸하듯이 헐떡였다.
먼 발치 별장에서 낯선 여인이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와 꽤 많은 부분 그러니까 정확히 꼬집어 말하면 그 마력같은 눈맵시가 꼭 빼닮은 여인이었다. 그렇게 유추컨데 성희 선생님의 어머님인 것이 확실하리라.
하지만 가까이서 보자 얘기가 달랐다. 그녀의 어머니라면 중년의 나이 일텐데,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를 과하게 셈한 꼴이 되고 그녀의 언니 쯤으로 칭하기엔 약간 들어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름 자신을 잘 가꾸어 온 40대 중반 정도의, 미모가 아주 빼어난 여성이라고 말이다.
즉 그 빼어난 미모 때문에 그녀는 20대 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을 것이고 그 미모에 넋 나간 남편이 매일같이 발정난 개처럼 그녀의 다리를 벌렸을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것도 이상한 노릇, 일찌감치 성희 선생님을 임신한 것은 아닐까.
이것 역시 내 상상의 단서이지만 나는 근거 없는 상상은 하지 않는 관계로 어느 정도는 맞는 대목도 있으리라고 본다.
"성희 왔니?!"
그녀는 비록 슬리퍼에 간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살가운 표정에서 그 요염한이 돋보였다.
"네 엄마, 왔어요!"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녀의 엄마였다. 더 가까이에서 보자 이제 먹어봐야 40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 피부하며
반달같이 감아내리는 그 마성의 눈웃음. 두 모녀가 빼다 박아도 너무 빼다 박았다. 성희 선생님이 나이가 든다면
꼭 저런 미모로 변하리라.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느낌, 노안은 잠시 버려두고 기품과 중년의 우아함을 두루 갖춘 그런 여성으로 말이다.
"어머, 학생이랑 왔구나."
성희 선생님이 싱긋 웃으면서 얘기했다.
"네, 성당에서 교리 배우는 동생이에요. 얘가 머리가 나빠서 오늘은 특별 과외좀 하려구요."
그나마 다행이었고 이것이 인생역전이었다. 이제부터 나는 내 상상의 침대로 그녀의 엄마까지 끌어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탄탄함을 갖춘다면 쓰리섬도 서슴없이 불사하리라. 나는 그녀의 엄마를 보면서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면서 또 얄궂고도 음탕하며 유치한 상상을 한다.
-아, 누구부터 따 먹지? 그래도 성희 선생님?-
"엄마, 우리 아직 점심 안 먹었는데, 밥 좀 해주면 안 돼요?"
그녀의 엄마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같이 먹자. 나도 마침 안 먹었는데, 셋이 같이 먹으면 되겠다."
경찰서 행에서 빼어난 미모를 갖춘 두 여성과의 만찬. 실로 나는 과분한 현실에 맞딱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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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쯤 정사를 벌이나? 많이들 궁금하셨을 텐데, 오늘도 또 감칠 맛만 ^^
야설이면 야설에 맞게 가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기왕 이렇게 시작한 거, 여러분들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쓰고 싶네요
그렇게 되려면 개연성 없는 스토리에 진부한 정사관련 어휘들만 나열해선 안되겠죠.
야설이라고 해도 로맨스도 곁들이고 무엇보다 현실성 다분한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어서요.
물론 필력이 부족하고, 수정할 시간조차 없는 현 상황 속에선 그런 작품 나오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저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구요^^
앗 이번 편 쓰느라고 벌써 두 시간이나^^ 제가 요즘 개인시간 한 시간 내는 것조차도 아까운
실정이거든요. 그만큼 바쁜 일상이오니 이해해 주시구요.
개연성도 좋고 극중 리얼리티도 좋다지만 야설은 야설!
자 다음 편엔 정사씬이 나올 듯도 한데,
그간 극중의 주인공 역할을 수행해 온 성희 선생님일까요?
아니면 새롭게 등장한 그녀의 모친일까요?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포인트.
극중 주인공이 물론 승우이긴 하지만 이제 막 15살이잖아요. 과연 이 작품의 첫 정사 씬을
과연 승우가 하게 될까요?
기대 해 주세요.
아 그리고 댓글 추천 많이 안 달아 주시면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늦게 올릴 겁니다( 반 협박^^)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Comming Soon (직역: 순이가 온다) <... 웃으시라고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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