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이 참 힘든 일이군요.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보려구요.
봐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술이 몸에 들어오자 금방 반응한다.
원래 잘 안마시는 이유 중 하나가 맛도 싫고 취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얼굴이 바로 빨개지는 것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홍당무가 된 내 얼굴을 보고 선예가 놀린다.
"얼굴 빨개지는 이유가 또 있었네? ㅋㅋㅋㅋㅋ"
술을 마시면 말 수가 적어진다.
술기운하고 싸우느라 그런다.
말 수가 적어지니까 선예가 이것 저것 물어본다.
형석이랑 지혜는 맥주 몇 잔 마시더니 바람 쐬러 간다고 나갔다.
둘이 나가고 한동안은 둘이 홀짝 홀짝 술만 마셨다.
그러다 답답했는지 선예가 왜 그리 말이 없냐구 물었다.
"술 마시면 술기운이랑 싸우느라 말 수가 적어져."
"정말? 에이. 그럼 먹이지 말껄. 이제 그만 먹어."
정말로 혼자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절주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놨다.
나랑 달리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오빠 여자친구 있어?"
"아니 없어. 있었는데 얼마전에 차였어.
"왜? 오빠 싫데?"
"설명할려면 길고 그렇게 좋은 이야기도 아냐. 내가 찌질해서 헤어진 거지 뭐."
"그랬구나..."
"넌 남친 있어?"
"남친은 없고 애인은 있어."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몰라도 돼."
그 때만 해도 그 말을 난 결혼 전제로 사귀는 것 정도로 이해했고 더 캐묻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 거 억지로 들을 생각도 없지만 나도 내 불쌍한 연애담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예전 부터 여자애들한테 그런 말을 듣곤 했다.
"오빠는 그냥 친오빠 같애. 왠지 남자로 느껴지진 않아."
정확히 중학교 때 부터 듣던 말이다.
처음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주변엔 항상 여자들이 있지만 정작 사귀진 못했다.
얼마전 헤어진 그녀도 나를 그런 정도로만 보던 여자들 중 하나였다.
나는 그래도 그녀가 좋아서 세 번을 프로포즈했고 그 때 마다 그녀는 친구로 남자고 했다.
특히 마지막 시도에서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간곡한 부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넌 나한테 정말 소중한 친구야.
그런 널 잃고 싶지 않아."
그냥 너랑 사귀고 싶진 않아라는 말을 그녀는 그렇게 단호하고 예쁘게 포장했다.
그러던 우리가 사귀게 된 건 내가 서울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그녀도 서울로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 친구가 없어서
자주 만나다가 사귀게 된 것이다.
막상 사겨 보니 왜 여자들이 날 남자로 보지 않는지 내 스스로도 알 것 같았다.
친구로서 나는 이야기 잘 들어주고 배려 잘 해주는 좋은 이성 친구지만
애인으로서는 우유부단하고 리더쉽 없는 철 없는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그녀는 무척 사랑해줬다.
친구일 때는 몰랐던 헌신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감동했지만
정작 나는 그녀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나는 점점 그녀 삶의 중심이 되어 갔지만 나는 그녀를 내 삶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직장인인 그녀와 대학생인 내가 갖는 여러가지 다른 점을 이유로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에게 그녀는 내 주위의 여러 친한 여자 친구 중 한명일 뿐이었다.
딱 그 만큼 배려했고 그 만큼 좋아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섹스를 하고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런 나를 그녀가 차버린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나는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하루는 그녀가 나에게 여자가 생겼냐고 물어봤다.
"생기면 생긴다고 말할께. 나 그렇게 의리 없는 놈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때 그녀는 차라리 다른 여자를 만나길 바랬다고 한다.
그랬다면 기꺼이 포기하거나 질투심에 불타올라 화를 냈을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지금 선예 앞에서 늘어 놓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녀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고 지금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내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술이 센 그녀지만 어느새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그녀의 주량을 내가 일리는 없지만 울기 시작한 걸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취할만큼 취한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그녀는 유부남과 사귀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울면서 또 웃으면서 내게 털어놨다.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그 남자와 만났던 일
그 남자의 차 안에서 강간이나 다름 없는 첫 경험을 한 일
피임을 하지 않아 두번이나 애를 지운 일
이혼하겠다고 장담하는 그 남자를 따라 시부모의 집에 갔다가 머리채를 잡혔던 일 등등...
대학교 2학년 여자애가 겪을 만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건들이
그녀의 입에서 눈물과 함께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삐삐를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밤새 그 남자는 수십통의 호출을 했다.
아마 지금쯤 자기 집 앞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아픔을 듣고 나는 무언가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빠졌다.
사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나는 그냥 평소처럼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격려해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날 따라 나는 그녀의 그런 혼돈스러운 삶에 종지부를 찍어줘야 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우리 여행가자."
군대 가기 전 혼자 여행할 요량으로 육개월을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이 있었다.
계획하기로는 나 혼자 한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닐 생각이었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단 일주일이라도 좋았다.
그렇게 난 내 평생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속마음으로도 이런 제안을 그녀가 받아줄리 없지 하며 마치 장난치듯 하지만 진지하게(?) 던졌다.
난 평소에 먹지 않는 술을 꽤나 마셨고 그녀의 호소는 나에게 큰 과제로 다가왔으니
남자로서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뿐이라는 명분 비스무래한 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도 나만큼이나 어리석었고 취했으며 또한 궁지에 몰려있었다...
그녀는 내 제안을 듣고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리라고 하려다가 그녀의 침묵이 거절 보다는 고민이라는 느낌을 받고
가만히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의외로 내 제안은 그녀에게 어떤 돌파구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겠다 말겠다는 말 보다 어디로 가느냐고 먼저 물어봤다.
나는 내가 수개월을 그려온 여행스케쥴을 그녀 앞에서 늘어놨다.
그것은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녀는 그 계획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맨 정신으로 들으면 여자가 따라올만한 여행이 절대 아니었지만
그녀는 내 말에 점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내 브리핑이 대충 끝나자 그녀는 나에게 운전 면허증이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일주일전 면허를 땄고
그녀는 렌트를 해서 타고 다니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왠지 수줍은 말투로 자기도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이 제법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도 나도 상당히 취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둘만의 밀월 여행에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
나는 그녀에게 굳이 무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어떤 부담도 지우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 말라고 했다.
심지어 우리는 함께 숙소에 묵을 때 번갈아가며 침대를 쓰자는 계획도 세웠다.
다시 말해서 한 명이 침대에서 자면 나머지는 바닥에서 그 다음날엔 위치를 바꿔서 자자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에 내가 차안에서 자고 너는 방에서 자는 걸로 하자고 했지만
그건 너무 무리라며 나는 오빠를 믿는 다는 말과 함께 그녀가 내 놓은 타협안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뭔가 충만한 기분을 만끽했다.
우리는 한층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녀는 마치 숙제라도 끝낸 것처럼 하품을 하며 이제 자러 가야겠다고 했고
나는 이만 집에 가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준호녀석이었다.
마치 자기집에서 자는 것처럼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심지어 발기까지 되어 있었다...
뭐 상당히 익숙한 시츄에이션이었으나 그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럼 마루에서 준호 옆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고 말했고
그녀는 알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왠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랄까 매우 어렵고 풀기 힘든 문제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그것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안도감이랄까?
거기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쇼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고 뭔가 산만한 느낌으로 잠이 들었다.
"오빠 자요?"
그 말에 눈을 떠보니 선예였다.
맞은편 벽에 시계를 보니 일곱시 반이었다.
아까 눈을 감기 전에 여섯시 반 정도였으니 한시간을 이러고 자고 있었던 거다.
선예는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짦은 반바지와 헐렁한 흰티를 입고 있었다.
금방 목욕을 했는지 상큼한 샴푸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잘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보니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서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졸린 눈을 떠보려고 눈을 비벼봤는데 손에 묻는 건 얼굴에서 흐르는 개기름이었다.
깨끗하게 씻고 나온 그녀와 너무 대조되는 것 같아서 미안했고
어서 준호를 깨워서 여기를 나갈 생각이 앞섰다.
"아냐. 이제 가야지. 아우 눈이 막 감기네... 준호 녀석 깨워서 가야 돼. 아르바이트 가야 된다고 했거든."
"준호 오빠는 아까 나갔어요. 시계 알람 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더니 늦었다고 헐레벌떡 나가던데요?"
문제는 여기서 어서 나가야겠다는 의지 보다 졸음이 더 강하다는 거다.
나는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부축하려고 하길래 깨어 보니 선예였다.
"오빠 목욕물 받아 놨어요. 가서 씻어요."
"뭐? 뭘 받어?"
"목욕말 받아 놨다고요. 가서 푹 담그고 나면 좀 개운해질거에요. 어서 일어나요."
왜 너는 아까와는 달리 나에게 이렇게 존대말을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의외로 힘이 센 그녀에게 이끌려 목욕탕으로 갔다.
나는 목욕탕에 들어섰고 나는 옷을 하나씩 벗어서 옆에 있는 수건 걸이에 걸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온도는 딱 적당했다.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탕에 몸을 쭉 펴고 누웠다.
따뜻하고 나른하고 모든게 좋았다.
"응?"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까 분명 내가 옷을 벗을 때 그녀도 내 뒤에 있었던 것 같았고 나는 왠지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번쩍 든 것이었다.
많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위를 눌리곤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가위에 눌렸나 싶었다.
피곤했지만 잠이 달아나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던 중 아까 나이트에서 들었던 이상한 느낌이 떠올랐다.
선예는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그녀도 분명히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었고 그것은 호감의 표시라기 보다는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금방도 선예가 나이트에서의 그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 어디서 봤지?"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물었다.
작은 소리는 아니어서 밖에 누군가 있었다면 들었을 것 같았다.
씻고 나와보니 조용했다.
거실에는 이불과 담요가 예쁘게 깔려 있었다.
그 위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녀에게 우리가 어디서 만났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다면 나오면 되고 안자고 있다면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그녀와 가희가 자고 있는 방을 똑똑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침대 위에는 가희만 자고 있었다.
어디갔지?
그 때 부엌쪽 작은 방에서 선예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오빠."
"들어가도 돼?"
"들어와요."
나는 들어가진 않고 문을 열고 밖에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거기 서있지 말고 들어와요. 아 그렇지 우리 연습해볼래요?"
"무슨 연습?"
"우리 여행가면 한 명은 침대에서 자고 한 명은 바닥에서 자기로 했자나. 번갈아 가면서."
"아 그거... 그게 뭐 연습이 필요하나?"
"음... 한번 쯤 시험해볼 필요는 있죠. 오빠가 나한테 음흉한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니까."
"참나... 나를 뭘로 보고. 그렇게 못 믿겠으면 가지 말든가."
내 대답에 그녀는 깔깔깔 웃더니 거실로 나가서 자기가 깔아 놓은 이부자리를 질질 끌고 오더니
침대 옆에 예쁘게 깔았다.
"여기서 자요. 난 침대 위에서 잘테니까. 설마 첫날 부터 나보고 바닥에서 자라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녀가 깔아 놓은 이부자리 옆에 엉거주춤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흘겨 보며 말했다.
"참 그 남자 숫기 없네. 그러니까 여자한테 차이지. 도대체 그런 재주로 여자랑 어떻게 잤대요?
혹시 여자가 먼저 덥친거 아니에요?"
"얘가 뭔 소리야. 쪼끄만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뭐 쪼끄매? 지는 얼마나 크다고. 오빠 170은 넘어요?"
"그럼. 당연히 넘지."
"170 몇인데."
"어... 그러니까... 171..."
그녀는 또 깔깔대며 웃는다.
나는 그녀의 웃음 소리에 힘입어 이불에 털썩 누웠다.
"잘 자라.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나 코 살짝 고니까 만약에 코 골면 머리를 옆으로 돌려.
그럼 조용히 잔데."
"ㅎㅎㅎ 누가 그래요?"
"전 여친이... 나는 내가 코고는 줄 몰랐는데 피곤하면 곤데더라..."
"오빠랑 전 여친이랑은 언제 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어요?"
"아 뭐래. 그런 걸 뭐하러 얘기해. 몰라. 어서 자."
그러자 그녀는 나한테 베개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야, 나는 얘기해줬다. 나쁜 놈. 빨리 말 안해?"
아 그랬지...
그녀는 겁탈 당하다 시피 했던 자기의 첫경험을 눈물로 고백했었다.
그것에 비하면 나는 평범했다.
그녀는 가끔 그녀의 언니네 집에서 자곤 했다.
언니는 이미 결혼해서 서울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녀가 나를 언니네 집으로 초대했다.
가보니 그녀의 언니도 있었고 그녀의 형부도 있었다.
나는 거기서 저녁식사를 하고 작은 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언니와 형부는 등산 모임이 있어 일찍 나가고 일어나 보니 그녀만 남아 있었다.
그녀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우리는 나란히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티비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내 손을 잡아왔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물었다.
"키스해도 돼?"
이미 키스 정도는 하는 사이였지만 그것은 섹스해도 되냐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이 그녀와 나의 첫경험이었다.
어설픈 애무에 자위로 단련된 나는 삽입한지 1분도 안 돼 그녀의 배 위에 정액을 토해놓았다.
"재미 없지? 뭐 이런 얘기를 다 들으려고 해."
"왜. 낭만적이고만."
"뭐가 낭만적이야... "
"그러고 보니 오빠 조루네?"
"뭐? 아니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솔직히 말해. 오빠 조루지?"
이건 정말 낭만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애와 여행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금새 후회가 밀려왔다.
"항상 그런 건 아냐. 가끔씩은 오래 해..."
자주 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가 조루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물론 첫 경험에서도 멋진 피스톤 질을 선보이는 남자도 있지만
나 같은 조루 성향의 남자들도 적지 않음을 여자들은 알 필요가 있다.
"가끔 씩은 오래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나가서 잘래."
"알았어 알았어. 남자가 그런 거 가지고 삐지긴. 오빠 진짜 남자 답지 못한거 알어?"
울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등들 돌려 누웠다.
"야 자.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알았어. 잘자요 오빠."
둘 다 말을 하지 않으니 조용했다.
아파트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 차 소리만 간간히 들려왔다.
어쩌면 우리의 여행이 이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일까?
"오빠. 우리 여행가는 거 잘하는 짓일까?"
적막을 깬건 그녀였다.
"왜 가기 싫어?"
"그건 아닌데...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잘 생각해봐. 나는 같이 가도 좋고 혼자 가도 좋고 그래."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살짝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무슨 말이 그래? 같이 가는게 좋으니까 가는 거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게 뭐냐?"
할 말이 없었다.
"오빠 예전 여친한테도 이랬지?"
그녀가 내 아픈 곳을 찔러왔다.
그녀도 아프게 해서 복수할 수 있었지만 잔소리 듣는 것도 왠지 싫진 않았다.
말로 상처 입었다고 복수하는 건 옛날 애인한테나 하던 짓이다.
우리는 이제 만난지 열두시간 정도나 되는 사이 아닌가?
"아까는 그렇게 떠나는게 우리한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필요한 것 같긴 해. 대신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
"오빠 그렇게 등돌리고 얘기하지 말고 보면서 얘기하면 안돼?"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 옆에 누웠다.
그녀는 이불을 덮고 있었고 난 이불 위에 누웠다.
그녀는 얘가 왜 이런데 하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나는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렇게 서로 천장을 보면서 얘기하는 거야.
왜 정말 사랑하면 마주 보지 않고 한 곳을 보는 거래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여행을 갈 사이니까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싫다고 하면 다시 내려갈께."
천장을 보던 선예는 나를 보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ㅎㅎㅎ 그래 차라리 이렇게 해.
착한척하면서 우유부단하게 구는 거 여자들은 정말 싫어하거든."
"난 착한척 한게 아니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뿐야.
근데 알고 보니까 그것도 맘에 안 들어하더라고..."
"그래.. 연애란게 쉬운 일이 아니지..."
"이미 해본 연애도 다시 하려면 어려운데 연애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런 관계는 더 어렵겠지?
그래서 너한테 선택권을 주는 거야. 책임지고 싶어도 나한테 책임질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겠거든."
"흠..."
그녀는 내 말에 생각에 잠기더니 몸을 나를 향해 돌리고 말했다.
침대가 흔들렸고 왠지 내 심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오빠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우리 그냥 여행 가지 말까?"
그럴까? 라고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그녀가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심지어 숨소리까지 느껴졌다.
왠지 다시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 같았다.
그래... 바로 이거다.
어설픈 사이로 여행하느니 차라리 연인처럼 여행을 떠나자.
"우리 차라리 사귈까?"
그 말은 아까 그녀에게 우리 여행가자고 했던 말이랑 비슷한 말투였다.
하지만 좀 더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툭툭 내뱉냐 너는?"
"어설픈 사이로 가는 것 보단 차라리 그러는게 낳지 않을까 싶어서.
넌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너 좋아하는 거 같거든."
"같다니?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지 같거든이 뭐냐 같거든이"
"좋아해. 너 되게 매력있어."
그 말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나를 때렸다."
좋다는 뜻인가?
"뭐야. 오빠. 진짜 짖궂어."
귀엽고 예쁘고 색시하고 발랄하고 신선하고...
그녀를 좋아하던 그 유부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참 자극적인 면이 있었다.
궁금한게 생겼다.
"넌 그 아저씨의 어떤 점이 좋았어?"
내 질문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은 것 같았다.
좋다는 말에 미소짓던 얼굴에 어둠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나는 팔을 머리에 괴고 그녀를 향해 누웠다.
그녀는 어떻게 말할까 눈동자를 갸웃거리다가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놀려고 그랬지.
능력있고 잘생기고 차도 좋고 고만고만한 또래 남자애들 보단 뭔가 있어 보였거든.
사실 아저씨가 나 덮칠 때도 싫지 만은 않았어.
다만 내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어서 당황했던 거지.
그 아저씨 아이들 본 적 있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거든.
하... 내가 그 아이들을 갖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스스로가 끔찍해지더라.
내가 싫어지니까 아저씨도 싫어지고 남자들이 다 싫어졌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어. 왜냐면 그 아저씨도 꽤 많은 것을 잃었거든.
지금도 이혼하네 마네 하는 중인걸?
그래서 한동안은 의무감으로 만났어.
만나서 밥먹고 술먹고 자러가고...
근데 정신차려 보니까 내 삶이 내 주변의 애들과는 너무 다른 거야.
그 얘길 아저씨한테 말했는데 날 떠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냐고 하더라고.
난 그냥 물어본건데...
그래서 그렇다고 했어.
그랬더니 막 날 때리더라고...
그게 그냥 때리는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막 나를... 온 몸을...
그리고서... 내 옷을 찢고 막 억지로 하는 거야...
난 안 할려고 몸부림 치고 그걸 또 막 때리고...
근데 더 끔찍했던게 뭔지 알아?"
이쯤에서 그녀는 엉엉 울었다.
우는 그녀를 가슴으로 안았는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막 하는데 느껴지더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그게 너무 싫은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거야.
그걸 그 남자도 알고.
그러면서 나보고 그러더라고.
너 같은 갈보년은 이런 걸 좋아해서 자기를 못 떠날거래.
자기는 한 눈에 알아봤었데"
그녀는 나에게 안겨서 마구 울었다.
눈물도 나고 콧물도 나고 그녀가 준 하얀색 티가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그녀가 내게 온전히 안겼다.
서 있을 땐 엉덩이를 살 짝 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금 내 몸을 빼면 그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정직하게 반응해왔다.
당연히 그녀도 느꼈다. 그녀의 허벅지와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눈을 들어 나를 봤다.
눈물에 콧물에 엉망이었지만 예뻐보였다.
키스를 했다. 그리고 깊게 깊게 혀를 내밀고 엮었다.
입을 때자 그녀가 말했다.
"오빠도 내가 더러워 보여요?"
왜 너는 이 타이밍에 그런 질문을 할까?
내 몸은 그런 네 고민과는 상관 없이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인데...
그녀의 가슴 허벅지 살결 같은 것들이 나를 옭아매서 미치게 만들고 있는 중인데...
숨이 막힐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섹스를 위해 거짓된 위로를 할 순 없었다.
솔직하게 말했다.
"잘 모르겠어."
"뭐라고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여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주니 좋네.
보통은 적당히 위로해주는데...
그럼 나는 고마워서 섹스해주고..."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그런 내가 싫은지 내 얼굴을 두손으로 쥐고 억지로 눈을 맞추게 했다.
"그래도 나랑 여행갈꺼야?"
"응"
"이런 여자랑 사귀고 싶어?"
".... 응"
"후회할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냥 나 만나지 마요."
"그럴까?"
"응..."
여행을 가고 말고 사귀고 말고를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지금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더 큰 걱정은 거짓말 보다 섹스였다.
섹스는 끝난 걸까?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눕히더니 내 위로 올라왔다.
내 흰 티를 벗기더니 상체 여기저기를 입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은 아직 채 마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섹시해보였다.
그래...
그녀는 그런 여자인가 보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처럼 더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남자가 그랬듯이 그녀를 유린하듯 다룰 줄 모른다.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그런 성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는 어느새 내 바지를 내리고 내 심볼을 쥐고 있었다.
섹스는 해봤지만 이렇듯 꿈꾸는 듯한 섹스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여자랑 함께라면 여행이 즐거운 정도가 아니라 황홀하지 않을까?
꼭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도 여행은 가자."
"응?"
그녀는 내 자지를 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지를 입에서 꺼내고 다시 물었다.
"뭐라고?"
"너랑 여행 가고 싶다고.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구경도 하고..."
그 다음 하고 싶은 건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지금도 하고 있는 건데도 말이다.
"또 뭐?"
"너랑 섹스하고 싶어."
"흐흐"
그녀의 입놀림이 더 과격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 자기야... 잠깐만..."
"응? 뭐라고? 지금 자기라고 그랬어?"
"아니 난 그냥..."
잊고 있었는데 난 조루다.
그녀의 보지에 넣어 보기도 전에 입에다 쌀 것 같았다.
"잠깐만 자기야 나 금방 나올 것 같애."
"맞다 오빠 조루지?
입에다 하나 밑에다 하나 거기서 거길 것 같은데? ㅋㅋㅋㅋ"
아... 이 농약 같은 가시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사정감이 몰려왔다.
여자 입에다 싸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가슴이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밑에 있어서 손에 닿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늦었다.
나는 그렇게 사정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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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편 쓰는데 서너시간이 훌 쩍 가네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대부분 실화고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적당히 이어 붙이는 부분은 있어요.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보려구요.
봐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술이 몸에 들어오자 금방 반응한다.
원래 잘 안마시는 이유 중 하나가 맛도 싫고 취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얼굴이 바로 빨개지는 것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홍당무가 된 내 얼굴을 보고 선예가 놀린다.
"얼굴 빨개지는 이유가 또 있었네? ㅋㅋㅋㅋㅋ"
술을 마시면 말 수가 적어진다.
술기운하고 싸우느라 그런다.
말 수가 적어지니까 선예가 이것 저것 물어본다.
형석이랑 지혜는 맥주 몇 잔 마시더니 바람 쐬러 간다고 나갔다.
둘이 나가고 한동안은 둘이 홀짝 홀짝 술만 마셨다.
그러다 답답했는지 선예가 왜 그리 말이 없냐구 물었다.
"술 마시면 술기운이랑 싸우느라 말 수가 적어져."
"정말? 에이. 그럼 먹이지 말껄. 이제 그만 먹어."
정말로 혼자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절주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놨다.
나랑 달리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오빠 여자친구 있어?"
"아니 없어. 있었는데 얼마전에 차였어.
"왜? 오빠 싫데?"
"설명할려면 길고 그렇게 좋은 이야기도 아냐. 내가 찌질해서 헤어진 거지 뭐."
"그랬구나..."
"넌 남친 있어?"
"남친은 없고 애인은 있어."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몰라도 돼."
그 때만 해도 그 말을 난 결혼 전제로 사귀는 것 정도로 이해했고 더 캐묻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 거 억지로 들을 생각도 없지만 나도 내 불쌍한 연애담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예전 부터 여자애들한테 그런 말을 듣곤 했다.
"오빠는 그냥 친오빠 같애. 왠지 남자로 느껴지진 않아."
정확히 중학교 때 부터 듣던 말이다.
처음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주변엔 항상 여자들이 있지만 정작 사귀진 못했다.
얼마전 헤어진 그녀도 나를 그런 정도로만 보던 여자들 중 하나였다.
나는 그래도 그녀가 좋아서 세 번을 프로포즈했고 그 때 마다 그녀는 친구로 남자고 했다.
특히 마지막 시도에서 그녀가 나에게 주었던 간곡한 부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넌 나한테 정말 소중한 친구야.
그런 널 잃고 싶지 않아."
그냥 너랑 사귀고 싶진 않아라는 말을 그녀는 그렇게 단호하고 예쁘게 포장했다.
그러던 우리가 사귀게 된 건 내가 서울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그녀도 서울로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 친구가 없어서
자주 만나다가 사귀게 된 것이다.
막상 사겨 보니 왜 여자들이 날 남자로 보지 않는지 내 스스로도 알 것 같았다.
친구로서 나는 이야기 잘 들어주고 배려 잘 해주는 좋은 이성 친구지만
애인으로서는 우유부단하고 리더쉽 없는 철 없는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그녀는 무척 사랑해줬다.
친구일 때는 몰랐던 헌신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감동했지만
정작 나는 그녀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나는 점점 그녀 삶의 중심이 되어 갔지만 나는 그녀를 내 삶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직장인인 그녀와 대학생인 내가 갖는 여러가지 다른 점을 이유로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에게 그녀는 내 주위의 여러 친한 여자 친구 중 한명일 뿐이었다.
딱 그 만큼 배려했고 그 만큼 좋아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섹스를 하고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런 나를 그녀가 차버린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나는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하루는 그녀가 나에게 여자가 생겼냐고 물어봤다.
"생기면 생긴다고 말할께. 나 그렇게 의리 없는 놈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때 그녀는 차라리 다른 여자를 만나길 바랬다고 한다.
그랬다면 기꺼이 포기하거나 질투심에 불타올라 화를 냈을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지금 선예 앞에서 늘어 놓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녀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고 지금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내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술이 센 그녀지만 어느새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그녀의 주량을 내가 일리는 없지만 울기 시작한 걸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취할만큼 취한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그녀는 유부남과 사귀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울면서 또 웃으면서 내게 털어놨다.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그 남자와 만났던 일
그 남자의 차 안에서 강간이나 다름 없는 첫 경험을 한 일
피임을 하지 않아 두번이나 애를 지운 일
이혼하겠다고 장담하는 그 남자를 따라 시부모의 집에 갔다가 머리채를 잡혔던 일 등등...
대학교 2학년 여자애가 겪을 만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건들이
그녀의 입에서 눈물과 함께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삐삐를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밤새 그 남자는 수십통의 호출을 했다.
아마 지금쯤 자기 집 앞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아픔을 듣고 나는 무언가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빠졌다.
사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나는 그냥 평소처럼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격려해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날 따라 나는 그녀의 그런 혼돈스러운 삶에 종지부를 찍어줘야 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우리 여행가자."
군대 가기 전 혼자 여행할 요량으로 육개월을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이 있었다.
계획하기로는 나 혼자 한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닐 생각이었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단 일주일이라도 좋았다.
그렇게 난 내 평생 가장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속마음으로도 이런 제안을 그녀가 받아줄리 없지 하며 마치 장난치듯 하지만 진지하게(?) 던졌다.
난 평소에 먹지 않는 술을 꽤나 마셨고 그녀의 호소는 나에게 큰 과제로 다가왔으니
남자로서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뿐이라는 명분 비스무래한 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도 나만큼이나 어리석었고 취했으며 또한 궁지에 몰려있었다...
그녀는 내 제안을 듣고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리라고 하려다가 그녀의 침묵이 거절 보다는 고민이라는 느낌을 받고
가만히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의외로 내 제안은 그녀에게 어떤 돌파구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겠다 말겠다는 말 보다 어디로 가느냐고 먼저 물어봤다.
나는 내가 수개월을 그려온 여행스케쥴을 그녀 앞에서 늘어놨다.
그것은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녀는 그 계획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맨 정신으로 들으면 여자가 따라올만한 여행이 절대 아니었지만
그녀는 내 말에 점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내 브리핑이 대충 끝나자 그녀는 나에게 운전 면허증이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일주일전 면허를 땄고
그녀는 렌트를 해서 타고 다니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왠지 수줍은 말투로 자기도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이 제법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도 나도 상당히 취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둘만의 밀월 여행에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
나는 그녀에게 굳이 무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어떤 부담도 지우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 말라고 했다.
심지어 우리는 함께 숙소에 묵을 때 번갈아가며 침대를 쓰자는 계획도 세웠다.
다시 말해서 한 명이 침대에서 자면 나머지는 바닥에서 그 다음날엔 위치를 바꿔서 자자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에 내가 차안에서 자고 너는 방에서 자는 걸로 하자고 했지만
그건 너무 무리라며 나는 오빠를 믿는 다는 말과 함께 그녀가 내 놓은 타협안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뭔가 충만한 기분을 만끽했다.
우리는 한층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녀는 마치 숙제라도 끝낸 것처럼 하품을 하며 이제 자러 가야겠다고 했고
나는 이만 집에 가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준호녀석이었다.
마치 자기집에서 자는 것처럼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심지어 발기까지 되어 있었다...
뭐 상당히 익숙한 시츄에이션이었으나 그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럼 마루에서 준호 옆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고 말했고
그녀는 알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왠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랄까 매우 어렵고 풀기 힘든 문제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그것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안도감이랄까?
거기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쇼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고 뭔가 산만한 느낌으로 잠이 들었다.
"오빠 자요?"
그 말에 눈을 떠보니 선예였다.
맞은편 벽에 시계를 보니 일곱시 반이었다.
아까 눈을 감기 전에 여섯시 반 정도였으니 한시간을 이러고 자고 있었던 거다.
선예는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짦은 반바지와 헐렁한 흰티를 입고 있었다.
금방 목욕을 했는지 상큼한 샴푸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잘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보니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서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졸린 눈을 떠보려고 눈을 비벼봤는데 손에 묻는 건 얼굴에서 흐르는 개기름이었다.
깨끗하게 씻고 나온 그녀와 너무 대조되는 것 같아서 미안했고
어서 준호를 깨워서 여기를 나갈 생각이 앞섰다.
"아냐. 이제 가야지. 아우 눈이 막 감기네... 준호 녀석 깨워서 가야 돼. 아르바이트 가야 된다고 했거든."
"준호 오빠는 아까 나갔어요. 시계 알람 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더니 늦었다고 헐레벌떡 나가던데요?"
문제는 여기서 어서 나가야겠다는 의지 보다 졸음이 더 강하다는 거다.
나는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부축하려고 하길래 깨어 보니 선예였다.
"오빠 목욕물 받아 놨어요. 가서 씻어요."
"뭐? 뭘 받어?"
"목욕말 받아 놨다고요. 가서 푹 담그고 나면 좀 개운해질거에요. 어서 일어나요."
왜 너는 아까와는 달리 나에게 이렇게 존대말을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의외로 힘이 센 그녀에게 이끌려 목욕탕으로 갔다.
나는 목욕탕에 들어섰고 나는 옷을 하나씩 벗어서 옆에 있는 수건 걸이에 걸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온도는 딱 적당했다.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탕에 몸을 쭉 펴고 누웠다.
따뜻하고 나른하고 모든게 좋았다.
"응?"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까 분명 내가 옷을 벗을 때 그녀도 내 뒤에 있었던 것 같았고 나는 왠지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번쩍 든 것이었다.
많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위를 눌리곤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가위에 눌렸나 싶었다.
피곤했지만 잠이 달아나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던 중 아까 나이트에서 들었던 이상한 느낌이 떠올랐다.
선예는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그녀도 분명히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었고 그것은 호감의 표시라기 보다는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금방도 선예가 나이트에서의 그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 어디서 봤지?"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물었다.
작은 소리는 아니어서 밖에 누군가 있었다면 들었을 것 같았다.
씻고 나와보니 조용했다.
거실에는 이불과 담요가 예쁘게 깔려 있었다.
그 위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녀에게 우리가 어디서 만났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다면 나오면 되고 안자고 있다면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그녀와 가희가 자고 있는 방을 똑똑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침대 위에는 가희만 자고 있었다.
어디갔지?
그 때 부엌쪽 작은 방에서 선예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오빠."
"들어가도 돼?"
"들어와요."
나는 들어가진 않고 문을 열고 밖에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거기 서있지 말고 들어와요. 아 그렇지 우리 연습해볼래요?"
"무슨 연습?"
"우리 여행가면 한 명은 침대에서 자고 한 명은 바닥에서 자기로 했자나. 번갈아 가면서."
"아 그거... 그게 뭐 연습이 필요하나?"
"음... 한번 쯤 시험해볼 필요는 있죠. 오빠가 나한테 음흉한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니까."
"참나... 나를 뭘로 보고. 그렇게 못 믿겠으면 가지 말든가."
내 대답에 그녀는 깔깔깔 웃더니 거실로 나가서 자기가 깔아 놓은 이부자리를 질질 끌고 오더니
침대 옆에 예쁘게 깔았다.
"여기서 자요. 난 침대 위에서 잘테니까. 설마 첫날 부터 나보고 바닥에서 자라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녀가 깔아 놓은 이부자리 옆에 엉거주춤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흘겨 보며 말했다.
"참 그 남자 숫기 없네. 그러니까 여자한테 차이지. 도대체 그런 재주로 여자랑 어떻게 잤대요?
혹시 여자가 먼저 덥친거 아니에요?"
"얘가 뭔 소리야. 쪼끄만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뭐 쪼끄매? 지는 얼마나 크다고. 오빠 170은 넘어요?"
"그럼. 당연히 넘지."
"170 몇인데."
"어... 그러니까... 171..."
그녀는 또 깔깔대며 웃는다.
나는 그녀의 웃음 소리에 힘입어 이불에 털썩 누웠다.
"잘 자라.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나 코 살짝 고니까 만약에 코 골면 머리를 옆으로 돌려.
그럼 조용히 잔데."
"ㅎㅎㅎ 누가 그래요?"
"전 여친이... 나는 내가 코고는 줄 몰랐는데 피곤하면 곤데더라..."
"오빠랑 전 여친이랑은 언제 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어요?"
"아 뭐래. 그런 걸 뭐하러 얘기해. 몰라. 어서 자."
그러자 그녀는 나한테 베개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야, 나는 얘기해줬다. 나쁜 놈. 빨리 말 안해?"
아 그랬지...
그녀는 겁탈 당하다 시피 했던 자기의 첫경험을 눈물로 고백했었다.
그것에 비하면 나는 평범했다.
그녀는 가끔 그녀의 언니네 집에서 자곤 했다.
언니는 이미 결혼해서 서울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녀가 나를 언니네 집으로 초대했다.
가보니 그녀의 언니도 있었고 그녀의 형부도 있었다.
나는 거기서 저녁식사를 하고 작은 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언니와 형부는 등산 모임이 있어 일찍 나가고 일어나 보니 그녀만 남아 있었다.
그녀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우리는 나란히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티비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내 손을 잡아왔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물었다.
"키스해도 돼?"
이미 키스 정도는 하는 사이였지만 그것은 섹스해도 되냐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이 그녀와 나의 첫경험이었다.
어설픈 애무에 자위로 단련된 나는 삽입한지 1분도 안 돼 그녀의 배 위에 정액을 토해놓았다.
"재미 없지? 뭐 이런 얘기를 다 들으려고 해."
"왜. 낭만적이고만."
"뭐가 낭만적이야... "
"그러고 보니 오빠 조루네?"
"뭐? 아니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솔직히 말해. 오빠 조루지?"
이건 정말 낭만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애와 여행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금새 후회가 밀려왔다.
"항상 그런 건 아냐. 가끔씩은 오래 해..."
자주 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가 조루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물론 첫 경험에서도 멋진 피스톤 질을 선보이는 남자도 있지만
나 같은 조루 성향의 남자들도 적지 않음을 여자들은 알 필요가 있다.
"가끔 씩은 오래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나가서 잘래."
"알았어 알았어. 남자가 그런 거 가지고 삐지긴. 오빠 진짜 남자 답지 못한거 알어?"
울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등들 돌려 누웠다.
"야 자.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알았어. 잘자요 오빠."
둘 다 말을 하지 않으니 조용했다.
아파트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 차 소리만 간간히 들려왔다.
어쩌면 우리의 여행이 이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일까?
"오빠. 우리 여행가는 거 잘하는 짓일까?"
적막을 깬건 그녀였다.
"왜 가기 싫어?"
"그건 아닌데...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잘 생각해봐. 나는 같이 가도 좋고 혼자 가도 좋고 그래."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살짝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무슨 말이 그래? 같이 가는게 좋으니까 가는 거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게 뭐냐?"
할 말이 없었다.
"오빠 예전 여친한테도 이랬지?"
그녀가 내 아픈 곳을 찔러왔다.
그녀도 아프게 해서 복수할 수 있었지만 잔소리 듣는 것도 왠지 싫진 않았다.
말로 상처 입었다고 복수하는 건 옛날 애인한테나 하던 짓이다.
우리는 이제 만난지 열두시간 정도나 되는 사이 아닌가?
"아까는 그렇게 떠나는게 우리한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필요한 것 같긴 해. 대신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
"오빠 그렇게 등돌리고 얘기하지 말고 보면서 얘기하면 안돼?"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 옆에 누웠다.
그녀는 이불을 덮고 있었고 난 이불 위에 누웠다.
그녀는 얘가 왜 이런데 하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나는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렇게 서로 천장을 보면서 얘기하는 거야.
왜 정말 사랑하면 마주 보지 않고 한 곳을 보는 거래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여행을 갈 사이니까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싫다고 하면 다시 내려갈께."
천장을 보던 선예는 나를 보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ㅎㅎㅎ 그래 차라리 이렇게 해.
착한척하면서 우유부단하게 구는 거 여자들은 정말 싫어하거든."
"난 착한척 한게 아니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뿐야.
근데 알고 보니까 그것도 맘에 안 들어하더라고..."
"그래.. 연애란게 쉬운 일이 아니지..."
"이미 해본 연애도 다시 하려면 어려운데 연애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런 관계는 더 어렵겠지?
그래서 너한테 선택권을 주는 거야. 책임지고 싶어도 나한테 책임질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겠거든."
"흠..."
그녀는 내 말에 생각에 잠기더니 몸을 나를 향해 돌리고 말했다.
침대가 흔들렸고 왠지 내 심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오빠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우리 그냥 여행 가지 말까?"
그럴까? 라고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그녀가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심지어 숨소리까지 느껴졌다.
왠지 다시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 같았다.
그래... 바로 이거다.
어설픈 사이로 여행하느니 차라리 연인처럼 여행을 떠나자.
"우리 차라리 사귈까?"
그 말은 아까 그녀에게 우리 여행가자고 했던 말이랑 비슷한 말투였다.
하지만 좀 더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툭툭 내뱉냐 너는?"
"어설픈 사이로 가는 것 보단 차라리 그러는게 낳지 않을까 싶어서.
넌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너 좋아하는 거 같거든."
"같다니?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지 같거든이 뭐냐 같거든이"
"좋아해. 너 되게 매력있어."
그 말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나를 때렸다."
좋다는 뜻인가?
"뭐야. 오빠. 진짜 짖궂어."
귀엽고 예쁘고 색시하고 발랄하고 신선하고...
그녀를 좋아하던 그 유부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참 자극적인 면이 있었다.
궁금한게 생겼다.
"넌 그 아저씨의 어떤 점이 좋았어?"
내 질문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은 것 같았다.
좋다는 말에 미소짓던 얼굴에 어둠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나는 팔을 머리에 괴고 그녀를 향해 누웠다.
그녀는 어떻게 말할까 눈동자를 갸웃거리다가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놀려고 그랬지.
능력있고 잘생기고 차도 좋고 고만고만한 또래 남자애들 보단 뭔가 있어 보였거든.
사실 아저씨가 나 덮칠 때도 싫지 만은 않았어.
다만 내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어서 당황했던 거지.
그 아저씨 아이들 본 적 있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거든.
하... 내가 그 아이들을 갖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스스로가 끔찍해지더라.
내가 싫어지니까 아저씨도 싫어지고 남자들이 다 싫어졌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어. 왜냐면 그 아저씨도 꽤 많은 것을 잃었거든.
지금도 이혼하네 마네 하는 중인걸?
그래서 한동안은 의무감으로 만났어.
만나서 밥먹고 술먹고 자러가고...
근데 정신차려 보니까 내 삶이 내 주변의 애들과는 너무 다른 거야.
그 얘길 아저씨한테 말했는데 날 떠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냐고 하더라고.
난 그냥 물어본건데...
그래서 그렇다고 했어.
그랬더니 막 날 때리더라고...
그게 그냥 때리는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막 나를... 온 몸을...
그리고서... 내 옷을 찢고 막 억지로 하는 거야...
난 안 할려고 몸부림 치고 그걸 또 막 때리고...
근데 더 끔찍했던게 뭔지 알아?"
이쯤에서 그녀는 엉엉 울었다.
우는 그녀를 가슴으로 안았는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막 하는데 느껴지더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그게 너무 싫은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거야.
그걸 그 남자도 알고.
그러면서 나보고 그러더라고.
너 같은 갈보년은 이런 걸 좋아해서 자기를 못 떠날거래.
자기는 한 눈에 알아봤었데"
그녀는 나에게 안겨서 마구 울었다.
눈물도 나고 콧물도 나고 그녀가 준 하얀색 티가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그녀가 내게 온전히 안겼다.
서 있을 땐 엉덩이를 살 짝 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금 내 몸을 빼면 그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정직하게 반응해왔다.
당연히 그녀도 느꼈다. 그녀의 허벅지와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눈을 들어 나를 봤다.
눈물에 콧물에 엉망이었지만 예뻐보였다.
키스를 했다. 그리고 깊게 깊게 혀를 내밀고 엮었다.
입을 때자 그녀가 말했다.
"오빠도 내가 더러워 보여요?"
왜 너는 이 타이밍에 그런 질문을 할까?
내 몸은 그런 네 고민과는 상관 없이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인데...
그녀의 가슴 허벅지 살결 같은 것들이 나를 옭아매서 미치게 만들고 있는 중인데...
숨이 막힐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섹스를 위해 거짓된 위로를 할 순 없었다.
솔직하게 말했다.
"잘 모르겠어."
"뭐라고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여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주니 좋네.
보통은 적당히 위로해주는데...
그럼 나는 고마워서 섹스해주고..."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그런 내가 싫은지 내 얼굴을 두손으로 쥐고 억지로 눈을 맞추게 했다.
"그래도 나랑 여행갈꺼야?"
"응"
"이런 여자랑 사귀고 싶어?"
".... 응"
"후회할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냥 나 만나지 마요."
"그럴까?"
"응..."
여행을 가고 말고 사귀고 말고를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지금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더 큰 걱정은 거짓말 보다 섹스였다.
섹스는 끝난 걸까?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눕히더니 내 위로 올라왔다.
내 흰 티를 벗기더니 상체 여기저기를 입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은 아직 채 마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섹시해보였다.
그래...
그녀는 그런 여자인가 보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처럼 더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남자가 그랬듯이 그녀를 유린하듯 다룰 줄 모른다.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그런 성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는 어느새 내 바지를 내리고 내 심볼을 쥐고 있었다.
섹스는 해봤지만 이렇듯 꿈꾸는 듯한 섹스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여자랑 함께라면 여행이 즐거운 정도가 아니라 황홀하지 않을까?
꼭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도 여행은 가자."
"응?"
그녀는 내 자지를 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지를 입에서 꺼내고 다시 물었다.
"뭐라고?"
"너랑 여행 가고 싶다고.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구경도 하고..."
그 다음 하고 싶은 건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지금도 하고 있는 건데도 말이다.
"또 뭐?"
"너랑 섹스하고 싶어."
"흐흐"
그녀의 입놀림이 더 과격해졌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 자기야... 잠깐만..."
"응? 뭐라고? 지금 자기라고 그랬어?"
"아니 난 그냥..."
잊고 있었는데 난 조루다.
그녀의 보지에 넣어 보기도 전에 입에다 쌀 것 같았다.
"잠깐만 자기야 나 금방 나올 것 같애."
"맞다 오빠 조루지?
입에다 하나 밑에다 하나 거기서 거길 것 같은데? ㅋㅋㅋㅋ"
아... 이 농약 같은 가시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사정감이 몰려왔다.
여자 입에다 싸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가슴이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밑에 있어서 손에 닿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늦었다.
나는 그렇게 사정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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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편 쓰는데 서너시간이 훌 쩍 가네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대부분 실화고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적당히 이어 붙이는 부분은 있어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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