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섰구나!"
나이트 죽돌이 녀석이 제법 큰소리로 말했다.
"뭐가 서? 응? 헐... 야... 너..."
내 옆에 있던 꽃미남 녀석이 아래를 보더니 말을 잊지 못한다.
다들 민망한 듯 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들은 서로 속닥대며 키득거리고 난리가 아니다.
심지어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장난으로 자꾸 테이블 밑을 들여다 보려고 했다.
그럴 때 마다 옆에 친구들이 "야 너 왜그래"하면서 말리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 꼭을 보는 남자애들은 좋다고 웃어댔고 나는 술도 먹지 않았는데 빨개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숙인 남자로 앉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다.
꽃미남 형석과 눈이 맞은 아가씨는 지혜.
죽돌이 준호 녀석이 눈독을 들이는 그녀는 선예.
아까 내 편(?)을 잠깐 들어줬던 여자애는 가희였다.
스테이지가 서너차례 바뀌면서 어느새 형석이와 지혜는 같이 앉아서 밀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준호 녀석은 선예 옆에 앉아 어떻게든 꼬시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술을 먹여서 보낼 요량이었는데 선예의 주량의 의외로 세서 오히려 준호가 지쳐가고 있었다.
지혜와 선예에 비해 비교적 순진해 보이는 가희는 왠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다소곳하고 청순한 매력에 나도 호감이 가는 중이었다.
새벽 세시가 넘어가자 준호 녀석이 포장마차에 가서 2차를 하자고 제안했다.
말하는 모양새가 벌서 혀가 꼬여서 조만간 맛이 갈 것 같았지만
선예를 어떻게든 오늘 넘어뜨리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선예는 좀 취한듯 보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집에 가기도 다들 애매한 모양인지 준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나이트를 나왔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오자 선예가 노래방을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노래방을 가면 술이 깨버리기 때문에 준호 녀석은 난감해했으나 선예가 앞장서서 가는 바람에
일행은 소주방 대신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선예를 바라보면서 가희가 말했다.
"선예가 노래방 가자는 거 보니까 기분 되게 좋은가봐요.
원래 노래 부르는 건 친한애들끼리만 가거든요.
근데 쟤 가수에요. 가수. 노래 진짜 잘해요."
노래방에 들어서자 마자 선예는 책도 안 보고 번호를 눌렀다.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녀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 이상이었다.
말할 때는 여자치고 중저음 보이스의 보이시한 매력이 있었는데
김현정 못지 않은 가창력으로 고음에서도 흔들림 없이 목소리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타고난 그루브 감도 있어서 노래 맞춰 추는 춤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가희 말이 맞았다.
그녀가 노래 부르는 걸 감상하느라 예약하는 것조차 잊고 있을 정도였다.
"와... 너 진짜 노래 잘한다... 오우... 김현정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애... 진짜루... 와... "
내가 감탄사를 늘어 놓자 가희가 말했다.
"얘 서울 가서 오디션도 보고 그랬어요. 진짜 잘하죠?"
그러자 선예가 "그런 말을 왜해"라고 소리치며 가희의 입을 막았다.
"정현이도 노래 잘해. 얘가 우리 동창 중에선 에이스야 에이스.
준호는 선예 술을 먹이느라 무리를 했는지 취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왠지 그럴 것 같앴어. 그런 목소리가 노래 잘하면 참 멋진데 함 해봐요."
선예는 준호의 말에 노래책을 나에게 집어주며 신나는 목소리로 노래를 권했다.
나도 노래 부르는거 좋아라 하고 나름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녀 옆에선 명함 내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막상 고르지 못하고 노래책만 뒤적이고 있으니까
선예는 책을 찾아 보지도 않고 번호를 누르더니 나에게 마이크를 넘겨줬다.
"자, 시간은 돈이에요. 다들 멍때리지 말고 어서 어서 예약해요.
정현 오빠 이 노래 알아?"
그녀가 눌러준 곡은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크... 이건 거의 내 18번인데...
하지만 난 왠지 주눅이 들어서 내숭(?)을 부렸다.
"이거? 여러번 들어보긴 했는데 불러 본 적은 없어."
불러 본 적이 없긴... 내가 마왕 팬클럽 회원이고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듣고 부른 노래다!
"응? 오 노래 꽤 하는데. 그봐 내가 노래 잘 할 것 같다고 했자나."
내가 노래를 시작하자 선예가 한 말이다.
술도 들어가고 새벽이고 하니 목소리도 트여서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와, 오빠도 노래 되게 잘 한다."
"잘 하긴, 너한테 비하면 나야 일반인이지."
"에이 겸손 떠는 것봐. 진짜야. 오빠 말하는 목소리랑 노래하는 목소리랑 완전 다른데?"
"그거 칭찬이냐 뭐냐?"
"당연히 칭찬이지."
어느새 노래방 기계는 나와 선예의 차지가 되었다.
형석이와 지혜는 노래방 한쪽에서 속닥거리다가 잠 깨러 간다며 나갔다가 감감 무소식이고
준호 녀석은 맛이 가서 어느새 노래방 쇼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착한 가희는 그런 준호가 쇼파에서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고 준호 머리를 자기 무릎에 괴어주고
우리 노래부르는 걸 감상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숙인채로 같이 잠이 들었다.
몇 번의 서비스 끝에 부르다 지쳐서 내가 그만 가자고 하자
그녀가 마지막으로 듀엣곡이나 한 번 부르자고 고른 곡은
그대안의 블루였다.
"너 이 노래도 알아?"
"그럼.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그러고 보니 오빠 김현철 닮았다?"
"야... 너 아까 부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애매한 표현들을 쓰는데... 하긴 그런 말 많이 들었다..."
"그지? 그지? 깔깔깔"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시작하자 그녀가 지그시 나를 쳐다봤다.
"우리 일어서서 불러요."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일어났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난 난 눈을 감아요..."
눈을 마주치며 그녀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왠지 어색해서 눈을 내렸는데 그녀의 가슴골이 보였다.
아까 한참 춤추며 노래를 부르더니 덥다고 가죽 자켓을 벗어 던진 그녀였다.
셔츠는 왼쪽 어깨로 쏠려 있었고 브라 끝이 어깨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보긴 좋았지만 계속 가슴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어느 쪽을 보아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으니
눈을 마주 보는 쪽이 아무래도 낭만적이다 싶어 애써 그녀와 눈을 맞췄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며 노래했다.
우리의 노래는 완벽했다.
적어도 내가 듣기엔 그랬다.
그녀와 나는 적절한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조금씩 완성해갔다.
"내 눈 빛 속... 그대... "
섹스폰 소리가 흐르는 짧은 간주 중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녀가 씨익 웃으며 손을 잡은채로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난 난 꿈을 꾸어요. 그대와의 시간은 멈춰지고..."
정말 시간이 멈춘듯 느껴졌다.
나는 열정을 다해 노래했고 마지막 가사가 끝나자 난 그녀의 눈이 아닌 입술과 눈을 맞췄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이 입술이 왠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충동적으로 뭘 해본적이 없는 나지만 왠지 이 일은 해야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반주가 끝날 때 까지 입술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입술은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반주가 끝나자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나도 눈을 감았다.
그녀가 예약해 놓은 노래가 흘러 나왔지만 더 노래할 수 없었다.
한손을 잡은채로 우리는 키스를 이어나갔다.
박정현의 ps i love you였다.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싶었다.
하지만 키스를 멈추고 싶진 않았다.
입술 사이로 혀를 넣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로 내 혀를 맞이 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에 거기가 반응했다.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아서 엉덩이를 살짝 뺐지만 왠지 그녀는 나에게 더 다가왔고
그 덕분에 내 거시기가 그녀의 아랫배를 살짝 찔렀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입술을 때고 털석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녀는 슬쩍 아래를 쳐다보더니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는 너무 정직해."
그러더니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혹시 그녀가 나를 변태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왠지 그녀도 그렇게 싫어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녀는 나를 등지고 노래를 불렀다.
그녀를 등 뒤에서 안아주고 싶었다.
안아주면서 그녀의 도톰한 가슴을 주물럭 거리고 싶었다.
그런 상상이 자꾸 드니까 잘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지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먹고 있는데
형석이와 지혜가 들어왔다.
"오오 분위기 좋은데~"
웃기는 년놈들이다. 이미 팔짱까지 끼고 있으면서.
아, 나는 키스도 했지.
"정현아, 지혜가 자기 아파트 가서 마저 한잔 하자고 하네. 같이 갈래?"
"글쎄 준호 녀석이 저렇게 뻗어 버려서."
선예가 잘 됐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얘네 오빠랑 원래 같이 사는데 지혜네 오빠 서울 갔거든요. 지혜네 아파트 진짜 좋아요. 쟤네 엄청 잘 살거든요."
"정현아 준호 녀석 데리고 나가자... 너 근데 왜 그렇게 어설프게 앉아 있냐? 너 또 설마..."
"아 아냐... 그게... 난 그냥..."
그런 나를 보고 지혜가 말했다.
"정현 오빠 어디 아파요? 속이 안 좋아요?"
아프긴. 개뿔...
"아냐 아무것도. 잠깐 앉아 있으면 돼."
그러자 선예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나만 보면 아픈가봐. 깔깔깔깔."
우리는 그렇게 지혜네 아파트로 향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다섯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혜 아파트는 이 지역에서 나름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형석이 녀석 재주도 좋지...
지혜는 마루 한쪽에 이불을 깔아 골아 떨어진 준호를 눕혔다.
가희는 몸이 안 좋은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고
나머지 네 명은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빠는 술 안 마셔요?"
내가 술을 안마시고 안주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선예가 말했다.
"응 난 술 안마셔."
"헐... 뭐야... 그러지 말고 마셔요."
"나 술 안 좋아해. 맛 없단 말야."
"오빠 안 마시면 나도 안 마실거야."
"먹기 싫음 말어.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을 왜 먹냐?"
선예는 빈 잔을 하나 가져와 맥주를 따라서 나에게 주며 말했다.
"이거 안 마시면 나 삐질꺼야. 어서 마셔."
형석이도 거들며 말했다.
"야 여자가 부탁하는 데 한잔이라도 좀 마셔라. 너 아예 안 먹는 것도 아니 잖아."
나는 원래 술을 잘 안마신다.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술의 쓴 맛을 별로 안 좋아한다.
취하는 기분도 싫어한다.
"알았어. 우리 선예 가수님께서 마시라면 마셔야지."
"진작에 그럴 것이지. 오늘 오빠 덕분에 기분 좋단 말이야. 난 노래 잘하는 사람 만나면 기분 좋아지거든."
"나도 그래.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불렀다."
사실 그 때만해도 술 좀 마시다 나와서 집에 가려고 했다.
설마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이트 죽돌이 녀석이 제법 큰소리로 말했다.
"뭐가 서? 응? 헐... 야... 너..."
내 옆에 있던 꽃미남 녀석이 아래를 보더니 말을 잊지 못한다.
다들 민망한 듯 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들은 서로 속닥대며 키득거리고 난리가 아니다.
심지어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장난으로 자꾸 테이블 밑을 들여다 보려고 했다.
그럴 때 마다 옆에 친구들이 "야 너 왜그래"하면서 말리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 꼭을 보는 남자애들은 좋다고 웃어댔고 나는 술도 먹지 않았는데 빨개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숙인 남자로 앉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다.
꽃미남 형석과 눈이 맞은 아가씨는 지혜.
죽돌이 준호 녀석이 눈독을 들이는 그녀는 선예.
아까 내 편(?)을 잠깐 들어줬던 여자애는 가희였다.
스테이지가 서너차례 바뀌면서 어느새 형석이와 지혜는 같이 앉아서 밀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준호 녀석은 선예 옆에 앉아 어떻게든 꼬시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술을 먹여서 보낼 요량이었는데 선예의 주량의 의외로 세서 오히려 준호가 지쳐가고 있었다.
지혜와 선예에 비해 비교적 순진해 보이는 가희는 왠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다소곳하고 청순한 매력에 나도 호감이 가는 중이었다.
새벽 세시가 넘어가자 준호 녀석이 포장마차에 가서 2차를 하자고 제안했다.
말하는 모양새가 벌서 혀가 꼬여서 조만간 맛이 갈 것 같았지만
선예를 어떻게든 오늘 넘어뜨리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선예는 좀 취한듯 보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집에 가기도 다들 애매한 모양인지 준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나이트를 나왔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오자 선예가 노래방을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노래방을 가면 술이 깨버리기 때문에 준호 녀석은 난감해했으나 선예가 앞장서서 가는 바람에
일행은 소주방 대신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선예를 바라보면서 가희가 말했다.
"선예가 노래방 가자는 거 보니까 기분 되게 좋은가봐요.
원래 노래 부르는 건 친한애들끼리만 가거든요.
근데 쟤 가수에요. 가수. 노래 진짜 잘해요."
노래방에 들어서자 마자 선예는 책도 안 보고 번호를 눌렀다.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녀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 이상이었다.
말할 때는 여자치고 중저음 보이스의 보이시한 매력이 있었는데
김현정 못지 않은 가창력으로 고음에서도 흔들림 없이 목소리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타고난 그루브 감도 있어서 노래 맞춰 추는 춤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가희 말이 맞았다.
그녀가 노래 부르는 걸 감상하느라 예약하는 것조차 잊고 있을 정도였다.
"와... 너 진짜 노래 잘한다... 오우... 김현정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애... 진짜루... 와... "
내가 감탄사를 늘어 놓자 가희가 말했다.
"얘 서울 가서 오디션도 보고 그랬어요. 진짜 잘하죠?"
그러자 선예가 "그런 말을 왜해"라고 소리치며 가희의 입을 막았다.
"정현이도 노래 잘해. 얘가 우리 동창 중에선 에이스야 에이스.
준호는 선예 술을 먹이느라 무리를 했는지 취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왠지 그럴 것 같앴어. 그런 목소리가 노래 잘하면 참 멋진데 함 해봐요."
선예는 준호의 말에 노래책을 나에게 집어주며 신나는 목소리로 노래를 권했다.
나도 노래 부르는거 좋아라 하고 나름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녀 옆에선 명함 내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막상 고르지 못하고 노래책만 뒤적이고 있으니까
선예는 책을 찾아 보지도 않고 번호를 누르더니 나에게 마이크를 넘겨줬다.
"자, 시간은 돈이에요. 다들 멍때리지 말고 어서 어서 예약해요.
정현 오빠 이 노래 알아?"
그녀가 눌러준 곡은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크... 이건 거의 내 18번인데...
하지만 난 왠지 주눅이 들어서 내숭(?)을 부렸다.
"이거? 여러번 들어보긴 했는데 불러 본 적은 없어."
불러 본 적이 없긴... 내가 마왕 팬클럽 회원이고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듣고 부른 노래다!
"응? 오 노래 꽤 하는데. 그봐 내가 노래 잘 할 것 같다고 했자나."
내가 노래를 시작하자 선예가 한 말이다.
술도 들어가고 새벽이고 하니 목소리도 트여서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와, 오빠도 노래 되게 잘 한다."
"잘 하긴, 너한테 비하면 나야 일반인이지."
"에이 겸손 떠는 것봐. 진짜야. 오빠 말하는 목소리랑 노래하는 목소리랑 완전 다른데?"
"그거 칭찬이냐 뭐냐?"
"당연히 칭찬이지."
어느새 노래방 기계는 나와 선예의 차지가 되었다.
형석이와 지혜는 노래방 한쪽에서 속닥거리다가 잠 깨러 간다며 나갔다가 감감 무소식이고
준호 녀석은 맛이 가서 어느새 노래방 쇼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착한 가희는 그런 준호가 쇼파에서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고 준호 머리를 자기 무릎에 괴어주고
우리 노래부르는 걸 감상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숙인채로 같이 잠이 들었다.
몇 번의 서비스 끝에 부르다 지쳐서 내가 그만 가자고 하자
그녀가 마지막으로 듀엣곡이나 한 번 부르자고 고른 곡은
그대안의 블루였다.
"너 이 노래도 알아?"
"그럼.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그러고 보니 오빠 김현철 닮았다?"
"야... 너 아까 부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애매한 표현들을 쓰는데... 하긴 그런 말 많이 들었다..."
"그지? 그지? 깔깔깔"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시작하자 그녀가 지그시 나를 쳐다봤다.
"우리 일어서서 불러요."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일어났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난 난 눈을 감아요..."
눈을 마주치며 그녀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왠지 어색해서 눈을 내렸는데 그녀의 가슴골이 보였다.
아까 한참 춤추며 노래를 부르더니 덥다고 가죽 자켓을 벗어 던진 그녀였다.
셔츠는 왼쪽 어깨로 쏠려 있었고 브라 끝이 어깨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보긴 좋았지만 계속 가슴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어느 쪽을 보아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으니
눈을 마주 보는 쪽이 아무래도 낭만적이다 싶어 애써 그녀와 눈을 맞췄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며 노래했다.
우리의 노래는 완벽했다.
적어도 내가 듣기엔 그랬다.
그녀와 나는 적절한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조금씩 완성해갔다.
"내 눈 빛 속... 그대... "
섹스폰 소리가 흐르는 짧은 간주 중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녀가 씨익 웃으며 손을 잡은채로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난 난 꿈을 꾸어요. 그대와의 시간은 멈춰지고..."
정말 시간이 멈춘듯 느껴졌다.
나는 열정을 다해 노래했고 마지막 가사가 끝나자 난 그녀의 눈이 아닌 입술과 눈을 맞췄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이 입술이 왠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충동적으로 뭘 해본적이 없는 나지만 왠지 이 일은 해야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반주가 끝날 때 까지 입술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입술은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반주가 끝나자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나도 눈을 감았다.
그녀가 예약해 놓은 노래가 흘러 나왔지만 더 노래할 수 없었다.
한손을 잡은채로 우리는 키스를 이어나갔다.
박정현의 ps i love you였다.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싶었다.
하지만 키스를 멈추고 싶진 않았다.
입술 사이로 혀를 넣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로 내 혀를 맞이 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에 거기가 반응했다.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아서 엉덩이를 살짝 뺐지만 왠지 그녀는 나에게 더 다가왔고
그 덕분에 내 거시기가 그녀의 아랫배를 살짝 찔렀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입술을 때고 털석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녀는 슬쩍 아래를 쳐다보더니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는 너무 정직해."
그러더니 노래를 마저 부르기 시작했다.
혹시 그녀가 나를 변태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왠지 그녀도 그렇게 싫어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녀는 나를 등지고 노래를 불렀다.
그녀를 등 뒤에서 안아주고 싶었다.
안아주면서 그녀의 도톰한 가슴을 주물럭 거리고 싶었다.
그런 상상이 자꾸 드니까 잘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지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먹고 있는데
형석이와 지혜가 들어왔다.
"오오 분위기 좋은데~"
웃기는 년놈들이다. 이미 팔짱까지 끼고 있으면서.
아, 나는 키스도 했지.
"정현아, 지혜가 자기 아파트 가서 마저 한잔 하자고 하네. 같이 갈래?"
"글쎄 준호 녀석이 저렇게 뻗어 버려서."
선예가 잘 됐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얘네 오빠랑 원래 같이 사는데 지혜네 오빠 서울 갔거든요. 지혜네 아파트 진짜 좋아요. 쟤네 엄청 잘 살거든요."
"정현아 준호 녀석 데리고 나가자... 너 근데 왜 그렇게 어설프게 앉아 있냐? 너 또 설마..."
"아 아냐... 그게... 난 그냥..."
그런 나를 보고 지혜가 말했다.
"정현 오빠 어디 아파요? 속이 안 좋아요?"
아프긴. 개뿔...
"아냐 아무것도. 잠깐 앉아 있으면 돼."
그러자 선예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나만 보면 아픈가봐. 깔깔깔깔."
우리는 그렇게 지혜네 아파트로 향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다섯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혜 아파트는 이 지역에서 나름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형석이 녀석 재주도 좋지...
지혜는 마루 한쪽에 이불을 깔아 골아 떨어진 준호를 눕혔다.
가희는 몸이 안 좋은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고
나머지 네 명은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빠는 술 안 마셔요?"
내가 술을 안마시고 안주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선예가 말했다.
"응 난 술 안마셔."
"헐... 뭐야... 그러지 말고 마셔요."
"나 술 안 좋아해. 맛 없단 말야."
"오빠 안 마시면 나도 안 마실거야."
"먹기 싫음 말어.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을 왜 먹냐?"
선예는 빈 잔을 하나 가져와 맥주를 따라서 나에게 주며 말했다.
"이거 안 마시면 나 삐질꺼야. 어서 마셔."
형석이도 거들며 말했다.
"야 여자가 부탁하는 데 한잔이라도 좀 마셔라. 너 아예 안 먹는 것도 아니 잖아."
나는 원래 술을 잘 안마신다.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술의 쓴 맛을 별로 안 좋아한다.
취하는 기분도 싫어한다.
"알았어. 우리 선예 가수님께서 마시라면 마셔야지."
"진작에 그럴 것이지. 오늘 오빠 덕분에 기분 좋단 말이야. 난 노래 잘하는 사람 만나면 기분 좋아지거든."
"나도 그래.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불렀다."
사실 그 때만해도 술 좀 마시다 나와서 집에 가려고 했다.
설마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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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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