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누우면 시커먼 그림자가 내 몸 위로 슬그머니 내려앉아 나를 덥쳤다. 끙끙거리며 그 손길을 벗어나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내 입안에 시커멓고 커다란 물건이라도 박혀있는 것처럼 나는 헉헉대며 어떤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나락속에 담궜던 두 발을 빼보려고 무던히 다짐했다. 그럴수록 나는 밤마다 가위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다.
꿈은 나를 유혹이라도 하려는 듯 잠이 들면 포로노를 틀어댔다. 그 때 세상에 남근같이 생긴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다. 둥글고 긴 것들이 전부 남근같이 보였고 길을 걷다가도 몇 번이고 자위의 유혹을 견뎌야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자 이제는 나를 협박했다. 검은 그림자는 나를 짖누르며 겁탈하듯 내 가면을 벗겨내려고 했다.
[왠일이야?]
[아저씨]
[...왜?]
[오늘 시간있으세요?]
나는 석달 정도를 버티다가 결국 항복을 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아저씨를 만난건 오래전의 일이었다. 한참 SM 커뮤너티를 들락거릴 때 구인글을 보고 처음 그를 만났다.
그는 섭을 찾는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델을 구한다는 그의 구인글은 거의 아무도 보지 않는 듯 낮은 조회수를 가지고 다른 글들사이에 파뭍혀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쪽지를 보냈고 그와 메신져를 통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섹스도 안해요?]
[원하면 안해도 돼.]
[스팽은 하세요?]
[응. 원하면..]
[그냥 묶기만 하는거에요?]
[응. 그거면 돼]
그는 거래를 하듯 말했다. 내 몸을 빌려주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나와 협상을 했다. 섹스를 원하지 않으면 않겠다고 했고,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으면 해 주겠다고 했다. 대신 묶여줘야 한다는 조건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스스로 돔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본디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일본 야동의 오타쿠같이 본디지에 빠져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싶어했다. 사진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에서 내 얼굴을 지우고 그에게 보여줬다. 사진을 보고는 그는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몇 번 내 사진이 맞냐고 되물었던게 기억이 난다.
우리는 메신저를 통해 1주일 정도 서로를 탐색한 끝에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38살이라는 그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동네에서 본다면 그냥 옆집 아저씨로 보였을 것이다. 결혼을 했지만 그는 아내 몰래 본디지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본디지를 해보려고 했지만 벌레 쳐다보듯 보는 아내의 눈길에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원하는 거 있어?"
"아뇨.. 그냥 본디지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본디지만?"
"네..."
나는 딱히 다른 걸 원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사실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묶이고 나면 그가 무슨 짓을 하던지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상황을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반항할 수 없는 그 상황,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념의 상황이라면 내 탓이 아니라고 나중에 변명할 수 있을테니깐.
모텔에 들어서자 그는 가방안에서 여러 묶음의 황색 로프를 끄집어냈다.
"옷은요?"
"벗을래?"
"..."
"보풀 뭍어나니깐 벗는게 좋을거야."
그는 벗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말해줬고 나는 그 이유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팬티와 브라만 남기고는 옷을 다 벗고 난 뒤에 등으로 손을 돌려 브라의 후크를 풀었을 때 그가 말했다.
"다 안 벗어도 되는데.."
민망한 상황이었다. 왠지 내 음탕한 마음이 들켜버린 거 같았다. 이미 풀려버린 브라를 가슴에 움켜쥐고는 멀뚱하게 서 있었다.
그도 자기가 한 말이 미안했던지 로프를 하나 들고 나에게 다가와 브라를 벗겨내며 말했다.
"가슴 이쁘네.."
나는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절벽은 아니지만 여자로써 조금 더 매력적인 가슴을 가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욕심이다. 클리토리스만큼이나 민감한 내 유두는 작은 가슴때문인지 늘 외면당했다.
뻔한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그의 말에 내 유두는 기뻐하며 단단해져갔다.
그는 뒤에 서서 내 팔을 등 뒤로 가져갔다. 까칠한 로프가 팔목을 스쳤다.
그는 팔이 단단히 묶였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로프를 한두번 가볍게 당기고는 두 줄의 겹쳐진 로프로 내 가슴 위쪽를 휘감았다. 그럴때마다 그의 손끝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고 조여오는 압박감과 그의 손길에 묘한 흥분이 일어났다.
그의 빠른 손놀림에 내 가슴 위쪽과 아래쪽은 단단히 묶였고 어깨를 타고 넘어온 로프는 가슴사이에 V자 모양을 만들었다.
"이쁘네. 가슴도 봉긋하고.."
묶인 내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나를 거울앞에 세웠다. 부끄러웠다.
그는 내 뒤에 서서 로프의 장력으로 솟아오른 내 가슴을 움켜쥐었고 일그러지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그와 두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단지 양손과 상체가 묶였을 뿐이었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같았고,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바닥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끌고 침대모서리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곧 나는 발목에서부터 무릅위까지 꽁꽁 묶였다.
묶여있는 내 옆에 그가 걸터 앉았다. 내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며 가끔씩 흘러내린 머리카락를 쓸어올려주었다.
"괜찮아? 조이는데 없고?"
"..."
"아프면 말해"
수치스러우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로프가 내 온 몸을 꼭 껴안고 있는 듯한 포근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건 모든 걸 포기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누구에게 내 몸을 다 맡기면, 아니 마음까지 다 맡기면 이런 감정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렇게 해 적은 없었다. 몸은 맡길지언정 마음은 맡기지 않았다. 처음 보는 남자앞에서 오르가즘에 온 몸을 떨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나는 차갑게 뒤돌아섰다.
그 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온전하게 나를 맡기면 이런 느낌이 들까...
온갖 생각과 상상을 하며 누워있을 때 그는 가방에서 특이하게 생긴 가위를 꺼집어냈다. 순간 나는 팬티가 잘려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긴장감은 곧 내 보지에서 찐한 보짓물을 짜냈지만 그는 그냥 가위를 침대위에 올려둘 뿐이었다.
그는 그랬다. 그는 묘한 긴장과 안도의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묶었다 풀었다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잡은 고기를 풀어주듯 그는 아무일없이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로프자국만이 묶여있던 내 모습을 기억할 뿐이었다.
어느 날 밤, 그는 메신저에서 말을 걸었다.
[지금 혹시 시간 돼?]
[왜요?]
[와이프도 친정가고 없고.. 같이 드라이브 좀 갈까해서..]
[음...]
사실 그와의 만남은 밋밋했다.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매일 집에서 먹는 식사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부족한 맛을 채워주기라도 하는 듯 만날 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주었고 나도 무료한 날이면 그냥 그렇게 몇 번 그를 만나왔다.
[해보고 싶은게 있어..]
[뭐요?]
[나의 로망 중 하나..]
"로망"이라는 단어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로망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머리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는 것. 너무 자주 꺼내고 만져서 닳고닳아 매끈거리며 반짝반짝 윤기를 내는 그런 물건같은 것, 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것.
그는 평소에 야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나도 말이 없었고 우리는 늘 일상적인 대화를 몇 번 주고 받다가 곧 대화를 멈추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로망"이라는 단어를 꺼집어냈고 나는 그의 반짝거리며 윤기나는 그것이 보고 싶었다.
그는 나를 차에 태우고는 한적한 시외로 빠져나가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다 벗어봐.."
밤이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 옆의 공터라지만 야외에서 옷을 다 벗는다는 것은 두렵고 긴장되는 것이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차가 있을까 두리번거리면서 나는 하나하나 옷을 벗었다. 그는 트렁크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꺼내고는 어두운 공터에서 내 두 팔을 뒤로 꺾어 익숙하게 팔과 가슴을 묶었다.
"뒷자리에 앉아봐.."
그는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중앙에 앉아..."
그가 내 한쪽 발목을 뒤문의 손잡이에 묶을 때, 나는 그가 어렴풋히 무엇을 할것인지 알아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가 야외에서 본디지를 해 보고 싶어하는 것일거라 생각했었지만, 로망이란 그리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로망인 것이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손잡이에 묶고는 조수석으로 들어와 남은 한쪽 다리를 반대편 문손잡이에 묶었다.
뒷좌석에 팔이 뒤로 묶인채 가랭이를 벌리고 있는 나. 아니, 오무릴 수 없어 두 다리가 활짝 벌려진채로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내가 벗어놓은 팬티를 내 머리에 뒤집에 씌웠다.
"출발할까?"
검정 팬티의 얇은 천사이로 그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렴풋히 보였다. 그나마 한적한 도로라는 것과 어두운 뒷좌석이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 때까진 그랬다.
얼마가지 않아 눈앞이 조금씩 밝아지다가 갑자기 환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두 눈을 감았다.
휭~하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다시 앞은 어두워져 있었고 내 몸은 긴장감으로 떨고 있었다.
"아저씨...."
"..."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저씨.. 무서워요."
"나 여기 있어.."
"이러다가 음주단속이라고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런 곳 아니야."
갑자기 또 눈앞이 환해졌다. 다리를 오무려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빛을 보지않기 위해 두 눈을 감는 것 뿐이었다. 그는 반대편에서 차가 올 때면 일부러 속도를 더 늦추는거 같았다. 내 머리속에는 느려진 자동차의 속도보다 더 느리게 맞은편에서 볼 수도 있을 내 모습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네번째였는지 다섯번째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옆으로 스쳐지나가던 자동차가 빵빵~하고 클락션을 울렸을 때 내 보지는 울컥하고 보짓물을 쏟아냈다. 분명 지나간 차에서 발가벗고 두 다리가 벌어져있는 내 모습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미숙한 바텐더같았다.
몇가지 안되는 재료로 몇가지 칵테일만 만들 수 있는 초보바텐더 같았다. 내 몸은 "수치"을 주문했지만 내 뇌는 "흥분"의 칵테일을 내 놓았다. 같은 재료의 조합이지만 비율만 약간 다른 칵테일 맛의 차이를 내 몸은 구별할 수 없었다.
이제 내 몸이 떨리는게 긴장감때문인지 흥분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 30개 정도의 불빛을 보고 난 후, 자동차는 떨리는 진동과 함께 돌튀기는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안전밸트 푸는 소리가 들렸고 곧 그는 내 머리에 씌워진 팬티를 벗겼다. 엉크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주고는 가만히 내 보지를 만졌다.
"많이도 흘렸네.."
그의 말에 나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젠 다시 돌아가야지?"
이제 절반을 마친 것이었다. 아직 절반이 남아있었다.
남은 절반은 아까와 같은 절반이 아니었다. 그는 조그마한 진동기를 꺼내 내 보지속으로 밀어넣었다. 미끌거리는 보지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받아먹었다.
그는 출발과 함께 진동기의 스위치와 뒤좌석의 실내등도 켰다. 이제는 눈앞을 가려주는 천도 없었다.
"눈 감지말고, 고개 숙이지 말고.. 똑바로 앞을 쳐다봐."
남자는 본능적으로 여자를 괴롭히는 DNA를 지니고 태어나는게 분명했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나락속에 담궜던 두 발을 빼보려고 무던히 다짐했다. 그럴수록 나는 밤마다 가위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다.
꿈은 나를 유혹이라도 하려는 듯 잠이 들면 포로노를 틀어댔다. 그 때 세상에 남근같이 생긴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다. 둥글고 긴 것들이 전부 남근같이 보였고 길을 걷다가도 몇 번이고 자위의 유혹을 견뎌야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자 이제는 나를 협박했다. 검은 그림자는 나를 짖누르며 겁탈하듯 내 가면을 벗겨내려고 했다.
[왠일이야?]
[아저씨]
[...왜?]
[오늘 시간있으세요?]
나는 석달 정도를 버티다가 결국 항복을 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아저씨를 만난건 오래전의 일이었다. 한참 SM 커뮤너티를 들락거릴 때 구인글을 보고 처음 그를 만났다.
그는 섭을 찾는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델을 구한다는 그의 구인글은 거의 아무도 보지 않는 듯 낮은 조회수를 가지고 다른 글들사이에 파뭍혀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쪽지를 보냈고 그와 메신져를 통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섹스도 안해요?]
[원하면 안해도 돼.]
[스팽은 하세요?]
[응. 원하면..]
[그냥 묶기만 하는거에요?]
[응. 그거면 돼]
그는 거래를 하듯 말했다. 내 몸을 빌려주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나와 협상을 했다. 섹스를 원하지 않으면 않겠다고 했고,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으면 해 주겠다고 했다. 대신 묶여줘야 한다는 조건은 절대적이었다.
그는 스스로 돔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본디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일본 야동의 오타쿠같이 본디지에 빠져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싶어했다. 사진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에서 내 얼굴을 지우고 그에게 보여줬다. 사진을 보고는 그는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몇 번 내 사진이 맞냐고 되물었던게 기억이 난다.
우리는 메신저를 통해 1주일 정도 서로를 탐색한 끝에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38살이라는 그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동네에서 본다면 그냥 옆집 아저씨로 보였을 것이다. 결혼을 했지만 그는 아내 몰래 본디지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본디지를 해보려고 했지만 벌레 쳐다보듯 보는 아내의 눈길에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원하는 거 있어?"
"아뇨.. 그냥 본디지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본디지만?"
"네..."
나는 딱히 다른 걸 원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사실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묶이고 나면 그가 무슨 짓을 하던지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상황을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반항할 수 없는 그 상황,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념의 상황이라면 내 탓이 아니라고 나중에 변명할 수 있을테니깐.
모텔에 들어서자 그는 가방안에서 여러 묶음의 황색 로프를 끄집어냈다.
"옷은요?"
"벗을래?"
"..."
"보풀 뭍어나니깐 벗는게 좋을거야."
그는 벗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말해줬고 나는 그 이유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팬티와 브라만 남기고는 옷을 다 벗고 난 뒤에 등으로 손을 돌려 브라의 후크를 풀었을 때 그가 말했다.
"다 안 벗어도 되는데.."
민망한 상황이었다. 왠지 내 음탕한 마음이 들켜버린 거 같았다. 이미 풀려버린 브라를 가슴에 움켜쥐고는 멀뚱하게 서 있었다.
그도 자기가 한 말이 미안했던지 로프를 하나 들고 나에게 다가와 브라를 벗겨내며 말했다.
"가슴 이쁘네.."
나는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절벽은 아니지만 여자로써 조금 더 매력적인 가슴을 가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욕심이다. 클리토리스만큼이나 민감한 내 유두는 작은 가슴때문인지 늘 외면당했다.
뻔한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그의 말에 내 유두는 기뻐하며 단단해져갔다.
그는 뒤에 서서 내 팔을 등 뒤로 가져갔다. 까칠한 로프가 팔목을 스쳤다.
그는 팔이 단단히 묶였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로프를 한두번 가볍게 당기고는 두 줄의 겹쳐진 로프로 내 가슴 위쪽를 휘감았다. 그럴때마다 그의 손끝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고 조여오는 압박감과 그의 손길에 묘한 흥분이 일어났다.
그의 빠른 손놀림에 내 가슴 위쪽과 아래쪽은 단단히 묶였고 어깨를 타고 넘어온 로프는 가슴사이에 V자 모양을 만들었다.
"이쁘네. 가슴도 봉긋하고.."
묶인 내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나를 거울앞에 세웠다. 부끄러웠다.
그는 내 뒤에 서서 로프의 장력으로 솟아오른 내 가슴을 움켜쥐었고 일그러지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그와 두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단지 양손과 상체가 묶였을 뿐이었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같았고,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바닥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끌고 침대모서리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곧 나는 발목에서부터 무릅위까지 꽁꽁 묶였다.
묶여있는 내 옆에 그가 걸터 앉았다. 내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며 가끔씩 흘러내린 머리카락를 쓸어올려주었다.
"괜찮아? 조이는데 없고?"
"..."
"아프면 말해"
수치스러우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로프가 내 온 몸을 꼭 껴안고 있는 듯한 포근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건 모든 걸 포기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누구에게 내 몸을 다 맡기면, 아니 마음까지 다 맡기면 이런 감정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렇게 해 적은 없었다. 몸은 맡길지언정 마음은 맡기지 않았다. 처음 보는 남자앞에서 오르가즘에 온 몸을 떨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나는 차갑게 뒤돌아섰다.
그 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온전하게 나를 맡기면 이런 느낌이 들까...
온갖 생각과 상상을 하며 누워있을 때 그는 가방에서 특이하게 생긴 가위를 꺼집어냈다. 순간 나는 팬티가 잘려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긴장감은 곧 내 보지에서 찐한 보짓물을 짜냈지만 그는 그냥 가위를 침대위에 올려둘 뿐이었다.
그는 그랬다. 그는 묘한 긴장과 안도의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묶었다 풀었다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잡은 고기를 풀어주듯 그는 아무일없이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내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로프자국만이 묶여있던 내 모습을 기억할 뿐이었다.
어느 날 밤, 그는 메신저에서 말을 걸었다.
[지금 혹시 시간 돼?]
[왜요?]
[와이프도 친정가고 없고.. 같이 드라이브 좀 갈까해서..]
[음...]
사실 그와의 만남은 밋밋했다.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매일 집에서 먹는 식사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부족한 맛을 채워주기라도 하는 듯 만날 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주었고 나도 무료한 날이면 그냥 그렇게 몇 번 그를 만나왔다.
[해보고 싶은게 있어..]
[뭐요?]
[나의 로망 중 하나..]
"로망"이라는 단어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로망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머리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는 것. 너무 자주 꺼내고 만져서 닳고닳아 매끈거리며 반짝반짝 윤기를 내는 그런 물건같은 것, 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것.
그는 평소에 야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나도 말이 없었고 우리는 늘 일상적인 대화를 몇 번 주고 받다가 곧 대화를 멈추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로망"이라는 단어를 꺼집어냈고 나는 그의 반짝거리며 윤기나는 그것이 보고 싶었다.
그는 나를 차에 태우고는 한적한 시외로 빠져나가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다 벗어봐.."
밤이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 옆의 공터라지만 야외에서 옷을 다 벗는다는 것은 두렵고 긴장되는 것이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차가 있을까 두리번거리면서 나는 하나하나 옷을 벗었다. 그는 트렁크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꺼내고는 어두운 공터에서 내 두 팔을 뒤로 꺾어 익숙하게 팔과 가슴을 묶었다.
"뒷자리에 앉아봐.."
그는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중앙에 앉아..."
그가 내 한쪽 발목을 뒤문의 손잡이에 묶을 때, 나는 그가 어렴풋히 무엇을 할것인지 알아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가 야외에서 본디지를 해 보고 싶어하는 것일거라 생각했었지만, 로망이란 그리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로망인 것이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손잡이에 묶고는 조수석으로 들어와 남은 한쪽 다리를 반대편 문손잡이에 묶었다.
뒷좌석에 팔이 뒤로 묶인채 가랭이를 벌리고 있는 나. 아니, 오무릴 수 없어 두 다리가 활짝 벌려진채로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내가 벗어놓은 팬티를 내 머리에 뒤집에 씌웠다.
"출발할까?"
검정 팬티의 얇은 천사이로 그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렴풋히 보였다. 그나마 한적한 도로라는 것과 어두운 뒷좌석이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 때까진 그랬다.
얼마가지 않아 눈앞이 조금씩 밝아지다가 갑자기 환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두 눈을 감았다.
휭~하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다시 앞은 어두워져 있었고 내 몸은 긴장감으로 떨고 있었다.
"아저씨...."
"..."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저씨.. 무서워요."
"나 여기 있어.."
"이러다가 음주단속이라고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그런 곳 아니야."
갑자기 또 눈앞이 환해졌다. 다리를 오무려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빛을 보지않기 위해 두 눈을 감는 것 뿐이었다. 그는 반대편에서 차가 올 때면 일부러 속도를 더 늦추는거 같았다. 내 머리속에는 느려진 자동차의 속도보다 더 느리게 맞은편에서 볼 수도 있을 내 모습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네번째였는지 다섯번째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옆으로 스쳐지나가던 자동차가 빵빵~하고 클락션을 울렸을 때 내 보지는 울컥하고 보짓물을 쏟아냈다. 분명 지나간 차에서 발가벗고 두 다리가 벌어져있는 내 모습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미숙한 바텐더같았다.
몇가지 안되는 재료로 몇가지 칵테일만 만들 수 있는 초보바텐더 같았다. 내 몸은 "수치"을 주문했지만 내 뇌는 "흥분"의 칵테일을 내 놓았다. 같은 재료의 조합이지만 비율만 약간 다른 칵테일 맛의 차이를 내 몸은 구별할 수 없었다.
이제 내 몸이 떨리는게 긴장감때문인지 흥분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 30개 정도의 불빛을 보고 난 후, 자동차는 떨리는 진동과 함께 돌튀기는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안전밸트 푸는 소리가 들렸고 곧 그는 내 머리에 씌워진 팬티를 벗겼다. 엉크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주고는 가만히 내 보지를 만졌다.
"많이도 흘렸네.."
그의 말에 나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젠 다시 돌아가야지?"
이제 절반을 마친 것이었다. 아직 절반이 남아있었다.
남은 절반은 아까와 같은 절반이 아니었다. 그는 조그마한 진동기를 꺼내 내 보지속으로 밀어넣었다. 미끌거리는 보지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받아먹었다.
그는 출발과 함께 진동기의 스위치와 뒤좌석의 실내등도 켰다. 이제는 눈앞을 가려주는 천도 없었다.
"눈 감지말고, 고개 숙이지 말고.. 똑바로 앞을 쳐다봐."
남자는 본능적으로 여자를 괴롭히는 DNA를 지니고 태어나는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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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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