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백미러로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그마한 거울을 통해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고개를 숙여 그의 눈길을 피했다.
"고개 들어야지.."
눈앞에 멀리 펼쳐져 있는 어둠은 안락했다. 몇 십미터 앞은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밝게 빛났지만 먼 곳은 어둑어둑하게 포근했다. 나는 시선을 그 어둠에 고정시켰다.
왜 우리는 빛은 희망이라고 말하고, 어둠은 절망이라고 말하며 어둠의 가치를 깎아내릴까?
모든 것을 덮어주고, 가려주고, 보듬어주는 어둠의 가치를 나 또한 무시해 오고 있었다. 에디슨의 발명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지만 절대적 안락을 앗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간이 불을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는 편리와 안락을 맞바꾸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짙은 어둠속에서 조그마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비틀어 어디엔가 숨기려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내 얼굴위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는 묶인채 강제로 그 운전자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흥분해갔다.
내 보지안에서 빠르게 진동하며 웅웅거리는 그 작은 물건은 나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그는 그런 내 표정을 관찰하는 듯 했다. 내 표정이 일그러질때마다 그는 진동기의 강도를 조금씩 높혔다.
"아.. 아저씨"
"왜?"
"저... 저 나올거 같애요.. 하악"
"싸!"
"시트는..."
나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물을 쏟아냈다. 보지안에 들어있는 진동기에 막혀 시원스럽게 뿜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들이킨 우유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지에서 맑은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물은 가죽 시트의 오목한 부분에 모여들었다.
그는 내 보지를 확인해보려는 듯 백미러를 아래로 내렸다.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그의 시선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빛을 걱정하며 나는 흐느끼고 있었다.
좁은 차 안은 내 신음소리로 가득찼다.
두려움은 어느새 기다림으로, 기다림은 이제는 익숙함으로 바뀌어 갔다. 마주오는 차의 불빛따위는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게 그 불빛을 받아내며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내가 눈을 감던, 고개를 숙이던, 온몸을 비틀어 조금이라도 자극을 더 느끼려고 보지를 시트를 문질러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 길가에 급하게 멈춰섰을 때 나는 감은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숨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고날까봐 더 이상 못하겠다."
"..."
"너보다 내가 더 떨리는거 같애."
내가 오르가즘에 취해 모든 걸 잊고 빠져들 때에도 그는 맨정신으로 자동차와 감정을 동시에 조정해야했으니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로망에 대한 그의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바지앞은 불룩하게 솟아올라있었지만 그것으로만 그의 느낌을 다 알 수는 없었다. 그의 로망을 훔쳐본 나의 느낌은 애액으로 범벅이 된 시트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시트를 닦아낼 때 나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옷을 다 입고도, 운전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그 수치스러움은 잘 씻겨지지 않았다. 이런 내 모습이 그에게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아저씨는 제가 별로에요?"
"좋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정말 좋아. 너처럼 이쁜 애를 누가 싫어해.."
"근데 왜 안해요?"
"..."
"언니한테 미안해서요?"
발가벗고 부끄러운 자세로 묶여서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있어도, 질퍽하게 보짓물을 흘려대며 신음하고 있어도 그는 나를 탐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보지를 탐하지 않았다. 내 몸은 그의 방식대로 수없이 탐해졌으니깐...
나를 더럽게 생각하는 건 아니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이라도 읽는 듯 그가 말을 이었다.
"안해 본 건 아냐. 나도 남자거든"
"..."
"다른 여자랑 자고 나면 죄책감같은게 들어. 이상하지? 다른 여자랑 모텔에 들어가서 벌거벗고 섹스보다 더 변태스러운 짓을 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안 드는데, 섹스하고 나면 이상하게 죄책감같은게 들더라."
"..."
"그리고 와이프랑 할 때는 안 그런데.. 다른 여자랑 하면 내 안에서 괴물이 자꾸 튀어나오려고 그래.."
왠지 나를 아껴주는거 같으면서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것같이 느꼈졌다. 우리의 거래의 방식대로 당신의 로망을 이루게 해줬으니 나에게 괴물을 보여달라고 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누구나 다 그런거 아니에요? 속에 다른 모습 하나쯤 숨기고 살잖아요."
"그럼 오늘 본게 너의 다른 모습인가?"
"내 속에는 암캐가 살고, 그의 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인가?"
그의 괴물을 보게 된 건 그를 알게된지 반년이 지나서였다.
폰에 찍힌 그의 이름. 통화버튼을 누르자 그의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부싸움 했어. 지랄같은 세상~"
웃을 일이 아닐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적당히 욕을 몇마디 섞어가며 그는 세상살이를 욕하다가 그는 대뜸 물었다.
"어디야?"
"집이에요.."
"그럼 근처에서 보자."
나는 그 순간 어쩌면 오늘 그 괴물을 만날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택시가 다가와 내 앞에 멈췄서고 그 안에서 그가 내렸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곧장 모텔로 향했다.
늘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그의 도구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오느라 그의 차에 두고 온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안 가져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늘 로프로 이어져있던 우리의 관계에 로프가 빠져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그는 적당히 취해있었고 언뜻언뜻 그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표정들이 읽혀졌다. 잘 웃는 그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그는 자주 웃어댔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멀뚱거리며 서 있는 나를 불렀다.
"이리 와봐!"
나는 삐죽거리며 그의 앞에 다가섰다.
"꿇어!"
무릅을 꿇어라는 소리같아 엉거주춤 무릅을 반쯤 굽혔을 때 갑자기 내 볼이 얼얼해졌다. 쫙~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옆으로 나뒹굴었다. 쓰러져 있는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내 얼굴을 세워며 물었다.
"이래도 보고 싶어?"
괴물을 말하는거 같았다.
"그는 알까? 지금 떨고 있는게 두려움이 아니라 쾌락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걸.. 이것 또한 멍청한 바텐더의 솜씨겠지만.."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고 나에게 물어봐 준 그가 고마웠다.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싶었다.
사는게 이게 뭐냐고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호탕하게 웃던 그도, 나를 파괴해 달라고 몸을 맡기면서도 어느 순간에 살려달라고 빌어대는 나도 웃겼다.
남자에게는 원초적인 물리력이 있다. 모든걸 포기하게 만들고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게 힘.
나를 짖누르고 바둥거리는 다리를 찢어벌리고 딱딱하게 발기된 물건을 밀어넣고는 내 목을 틀어잡고 나의 목숨은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말하는 듯 한 그. 볼이 얼얼할 정도로 귀싸대기를 맞으면서도, 조여오는 숨통에 곧 죽을거 같이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질퍽하게 보짓물을 흘리며 절정을 느끼는 나.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힌채로 똥개처럼 바닥에 싸질러 놓은 보짓물을 ?아먹으면서 보지에서 다음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끝없는 굴레.
그렇게 괴물과 암캐가 만났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술한잔 하고 싶어서요.."
나는 괴물을 불러내고 있었다. 그는 취해갔고 무덤덤한 그의 얼굴이 사라지고 웃음 띤 괴물의 모습이 가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 날 그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를 붙잡고 매달려 사정을 했다. 지금까지 밀린 모델비을 달라는 듯 작정하고 덤비는 나를 달래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며 그는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타결지었다.
나는 발가벗고 침대에 누웠다.
양팔이 묶여 침대다리에 고정되었다. 내 몸은 구부려져 보지가 하늘로 향해 훤히 보이도록 묶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이었다.
약속대로 그는 채찍으로 내 보지를 세차게 내리쳤다. 혹시 그가 약속을 어기는지 감시하듯 나는 맞을때마다 숫자를 하나하나를 세었다.
50대를 다 맞았을 때는 내 보지는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박아달라고 그랬다. 그는 그런 나를 말렸지만 나는 욕실에서 변기솔을 찾아들고 보지를 쑤셔버릴거라며 그를 협박했다. 어리광이고 투정이었다.
화끈거리는 보지속으로 그의 물건이 들어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짜릿한 고통에 신음을 질러댔다. 부어오른 보지는 그의 물건을 꽉 물고는 그의 조그마한 움직임 하나까지도 선명하고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몸에서 피가 다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은 몽롱해지고 눈 앞이 뿌옇게 흐려져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지는 연고가 발라져 빨갛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TV를 켜놓고는 천정만 바라보았다.
"아저씨.."
"응?"
"아저씨는 섭 안 구해요?"
"안 구해"
"왜요?"
"서로에게 구속이야.."
본디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구속이 싫다는 말이 너무 모순적으로 들렸지만 왠지 그의 마음을 알거 같았다.
누군가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인간의 소유욕이겟지만 소유하는 자와 소유당하는 자의 사이에는 집착이 싹튼다. 집착은 잔인한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이미 배웠다.
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아저씨 섭 해주려고 했는데.."
"전에 섭같은 건 안한다며?"
"마음이 바꼈어요."
"..."
"그리고 저 쿨해요. 집착같은 거 안해요."
내가 한 거짓말 중에 가장 소름돋는 거짓말이었다. 잔인한 결말을 뻔히 알면서 외로움때문에 그를 함정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넌 내가 감당 못 할거 같애"
"왜요?"
"미친년 같아!"
그의 말에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얼마만에 웃어보는 것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좀 전의 거짓말이 미안하기도 했고, 나를 웃게 해준 그가 고맙기도 했다.
"아저씨..."
"오늘따라 왜 자꾸 불러?"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해요. 아저씨 속에 쌓인거 제가 다 받아줄께요."
나의 새로운 협상 조건이었다. 가끔 괴물을 만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부터 나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꿀같이 달콤한 잠이었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었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 괴리가 커지면 불현듯 꿈 속에 괴물이 나타났다. 알람처럼 꿈은 나를 파괴할 시간을 알려주었다.
"고개 들어야지.."
눈앞에 멀리 펼쳐져 있는 어둠은 안락했다. 몇 십미터 앞은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밝게 빛났지만 먼 곳은 어둑어둑하게 포근했다. 나는 시선을 그 어둠에 고정시켰다.
왜 우리는 빛은 희망이라고 말하고, 어둠은 절망이라고 말하며 어둠의 가치를 깎아내릴까?
모든 것을 덮어주고, 가려주고, 보듬어주는 어둠의 가치를 나 또한 무시해 오고 있었다. 에디슨의 발명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지만 절대적 안락을 앗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간이 불을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는 편리와 안락을 맞바꾸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짙은 어둠속에서 조그마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비틀어 어디엔가 숨기려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내 얼굴위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는 묶인채 강제로 그 운전자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흥분해갔다.
내 보지안에서 빠르게 진동하며 웅웅거리는 그 작은 물건은 나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그는 그런 내 표정을 관찰하는 듯 했다. 내 표정이 일그러질때마다 그는 진동기의 강도를 조금씩 높혔다.
"아.. 아저씨"
"왜?"
"저... 저 나올거 같애요.. 하악"
"싸!"
"시트는..."
나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물을 쏟아냈다. 보지안에 들어있는 진동기에 막혀 시원스럽게 뿜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들이킨 우유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지에서 맑은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물은 가죽 시트의 오목한 부분에 모여들었다.
그는 내 보지를 확인해보려는 듯 백미러를 아래로 내렸다.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그의 시선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빛을 걱정하며 나는 흐느끼고 있었다.
좁은 차 안은 내 신음소리로 가득찼다.
두려움은 어느새 기다림으로, 기다림은 이제는 익숙함으로 바뀌어 갔다. 마주오는 차의 불빛따위는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게 그 불빛을 받아내며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내가 눈을 감던, 고개를 숙이던, 온몸을 비틀어 조금이라도 자극을 더 느끼려고 보지를 시트를 문질러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 길가에 급하게 멈춰섰을 때 나는 감은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숨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고날까봐 더 이상 못하겠다."
"..."
"너보다 내가 더 떨리는거 같애."
내가 오르가즘에 취해 모든 걸 잊고 빠져들 때에도 그는 맨정신으로 자동차와 감정을 동시에 조정해야했으니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로망에 대한 그의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바지앞은 불룩하게 솟아올라있었지만 그것으로만 그의 느낌을 다 알 수는 없었다. 그의 로망을 훔쳐본 나의 느낌은 애액으로 범벅이 된 시트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시트를 닦아낼 때 나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옷을 다 입고도, 운전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그 수치스러움은 잘 씻겨지지 않았다. 이런 내 모습이 그에게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아저씨는 제가 별로에요?"
"좋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정말 좋아. 너처럼 이쁜 애를 누가 싫어해.."
"근데 왜 안해요?"
"..."
"언니한테 미안해서요?"
발가벗고 부끄러운 자세로 묶여서 보지를 훤히 드러내고 있어도, 질퍽하게 보짓물을 흘려대며 신음하고 있어도 그는 나를 탐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보지를 탐하지 않았다. 내 몸은 그의 방식대로 수없이 탐해졌으니깐...
나를 더럽게 생각하는 건 아니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이라도 읽는 듯 그가 말을 이었다.
"안해 본 건 아냐. 나도 남자거든"
"..."
"다른 여자랑 자고 나면 죄책감같은게 들어. 이상하지? 다른 여자랑 모텔에 들어가서 벌거벗고 섹스보다 더 변태스러운 짓을 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안 드는데, 섹스하고 나면 이상하게 죄책감같은게 들더라."
"..."
"그리고 와이프랑 할 때는 안 그런데.. 다른 여자랑 하면 내 안에서 괴물이 자꾸 튀어나오려고 그래.."
왠지 나를 아껴주는거 같으면서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것같이 느꼈졌다. 우리의 거래의 방식대로 당신의 로망을 이루게 해줬으니 나에게 괴물을 보여달라고 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누구나 다 그런거 아니에요? 속에 다른 모습 하나쯤 숨기고 살잖아요."
"그럼 오늘 본게 너의 다른 모습인가?"
"내 속에는 암캐가 살고, 그의 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인가?"
그의 괴물을 보게 된 건 그를 알게된지 반년이 지나서였다.
폰에 찍힌 그의 이름. 통화버튼을 누르자 그의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부싸움 했어. 지랄같은 세상~"
웃을 일이 아닐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적당히 욕을 몇마디 섞어가며 그는 세상살이를 욕하다가 그는 대뜸 물었다.
"어디야?"
"집이에요.."
"그럼 근처에서 보자."
나는 그 순간 어쩌면 오늘 그 괴물을 만날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택시가 다가와 내 앞에 멈췄서고 그 안에서 그가 내렸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곧장 모텔로 향했다.
늘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그의 도구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오느라 그의 차에 두고 온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안 가져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늘 로프로 이어져있던 우리의 관계에 로프가 빠져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그는 적당히 취해있었고 언뜻언뜻 그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표정들이 읽혀졌다. 잘 웃는 그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그는 자주 웃어댔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멀뚱거리며 서 있는 나를 불렀다.
"이리 와봐!"
나는 삐죽거리며 그의 앞에 다가섰다.
"꿇어!"
무릅을 꿇어라는 소리같아 엉거주춤 무릅을 반쯤 굽혔을 때 갑자기 내 볼이 얼얼해졌다. 쫙~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옆으로 나뒹굴었다. 쓰러져 있는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내 얼굴을 세워며 물었다.
"이래도 보고 싶어?"
괴물을 말하는거 같았다.
"그는 알까? 지금 떨고 있는게 두려움이 아니라 쾌락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걸.. 이것 또한 멍청한 바텐더의 솜씨겠지만.."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고 나에게 물어봐 준 그가 고마웠다.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싶었다.
사는게 이게 뭐냐고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호탕하게 웃던 그도, 나를 파괴해 달라고 몸을 맡기면서도 어느 순간에 살려달라고 빌어대는 나도 웃겼다.
남자에게는 원초적인 물리력이 있다. 모든걸 포기하게 만들고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게 힘.
나를 짖누르고 바둥거리는 다리를 찢어벌리고 딱딱하게 발기된 물건을 밀어넣고는 내 목을 틀어잡고 나의 목숨은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말하는 듯 한 그. 볼이 얼얼할 정도로 귀싸대기를 맞으면서도, 조여오는 숨통에 곧 죽을거 같이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질퍽하게 보짓물을 흘리며 절정을 느끼는 나.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힌채로 똥개처럼 바닥에 싸질러 놓은 보짓물을 ?아먹으면서 보지에서 다음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끝없는 굴레.
그렇게 괴물과 암캐가 만났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술한잔 하고 싶어서요.."
나는 괴물을 불러내고 있었다. 그는 취해갔고 무덤덤한 그의 얼굴이 사라지고 웃음 띤 괴물의 모습이 가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 날 그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를 붙잡고 매달려 사정을 했다. 지금까지 밀린 모델비을 달라는 듯 작정하고 덤비는 나를 달래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며 그는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타결지었다.
나는 발가벗고 침대에 누웠다.
양팔이 묶여 침대다리에 고정되었다. 내 몸은 구부려져 보지가 하늘로 향해 훤히 보이도록 묶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이었다.
약속대로 그는 채찍으로 내 보지를 세차게 내리쳤다. 혹시 그가 약속을 어기는지 감시하듯 나는 맞을때마다 숫자를 하나하나를 세었다.
50대를 다 맞았을 때는 내 보지는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박아달라고 그랬다. 그는 그런 나를 말렸지만 나는 욕실에서 변기솔을 찾아들고 보지를 쑤셔버릴거라며 그를 협박했다. 어리광이고 투정이었다.
화끈거리는 보지속으로 그의 물건이 들어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짜릿한 고통에 신음을 질러댔다. 부어오른 보지는 그의 물건을 꽉 물고는 그의 조그마한 움직임 하나까지도 선명하고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 몸에서 피가 다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은 몽롱해지고 눈 앞이 뿌옇게 흐려져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지는 연고가 발라져 빨갛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TV를 켜놓고는 천정만 바라보았다.
"아저씨.."
"응?"
"아저씨는 섭 안 구해요?"
"안 구해"
"왜요?"
"서로에게 구속이야.."
본디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구속이 싫다는 말이 너무 모순적으로 들렸지만 왠지 그의 마음을 알거 같았다.
누군가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인간의 소유욕이겟지만 소유하는 자와 소유당하는 자의 사이에는 집착이 싹튼다. 집착은 잔인한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이미 배웠다.
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아저씨 섭 해주려고 했는데.."
"전에 섭같은 건 안한다며?"
"마음이 바꼈어요."
"..."
"그리고 저 쿨해요. 집착같은 거 안해요."
내가 한 거짓말 중에 가장 소름돋는 거짓말이었다. 잔인한 결말을 뻔히 알면서 외로움때문에 그를 함정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넌 내가 감당 못 할거 같애"
"왜요?"
"미친년 같아!"
그의 말에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얼마만에 웃어보는 것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좀 전의 거짓말이 미안하기도 했고, 나를 웃게 해준 그가 고맙기도 했다.
"아저씨..."
"오늘따라 왜 자꾸 불러?"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해요. 아저씨 속에 쌓인거 제가 다 받아줄께요."
나의 새로운 협상 조건이었다. 가끔 괴물을 만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부터 나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꿀같이 달콤한 잠이었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었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 괴리가 커지면 불현듯 꿈 속에 괴물이 나타났다. 알람처럼 꿈은 나를 파괴할 시간을 알려주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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