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타자마자 ㅊㅈ가 저한테
"과장님 오늘 죄송했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뭐가 죄송해?"
"오늘 일 하나도 안 하고 전화기만 붙들고 왔다갔다 했잖아요."
"괜찮아. ㅎㅎ. 너가 일이 밀려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하루 빽빽하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뭘~"
ㅊㅈ의 집까지는 약 15분 걸리는 거리입니다. 가면서 남친 못됐다고 너무 자기생각만 한다고 편들어주다가 들여보냈구요.
담날 출근했는데 되게 피곤해보이더라구요.
"어제 남친이랑 밤새 전화했구나?"
"네..어떻게 아셨어요?"
"눈이 쾡하다. 거의 못 잔거 같은데?"
"네 좀..."
하면서 커피를 타오길래 제가 커피 마시지 말고 휴게실가서 좀 자고 오라고 했습니다.
"어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예요."
"야 가서 자고 와. 너 완전 얼굴 썩었어."
"읏...그 정도예요? 힝~"
"ㅋㅋ 농담이고 자고 와 내가 말해놓을게"
등떠밀려서 가더니 거의 점심시간 다 될때까지 자더군요. 그 때는 우리 부서에 여직원이 그 직원 하나밖에 없어서 가능했습니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었을 때 ㅊㅈ가 옆으로 슥 오더니
"이거 드세요."
하면서 뭘 놓고가길래 보니까 건물 자판기에서 팔던 코코팜...
자기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주더라구요.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청포도가 머스켓이지?"
"네"
"머쓱해"
했더니 갑자기 빵터져서 막 깔깔깔깔 하고 웃는겁니다. 뭐야 미쳤나? 싶었다가
"왜? 뭐가 웃겨"
"ㅋㅋㅋ 아 저 그런 유머 되게 좋아해요 ㅋㅋㅋ 아우 배야"
"아 이게 재밌어? 딴데가서 하면 안 맞으면 다행인데?"
"ㅋㅋㅋ 전 좋아해요 그런거"
그 때 그냥 혼자 생각했습니다. 이 ㅊㅈ가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진짜 웃을 이유가 없는 개소리였거든요.
암튼 밤새 전화하고 남친이랑은 다시 안보기로 했다더군요. 이 때 ㅊㅈ가 이미 폴란드 가는 날짜가 잡혔던 때입니다.
3개월 후...우리 회사 알바기간 종료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떠나기로 했다네요. 뭐 그 이후 새로운 ㅊㅈ 뽑으면 되니까요.
암튼, 그러고 어느날 ㅊㅈ가 컴터 앞에 앉아있는데 손은 책상 밑으로 내린채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더라구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네? 아뇨 그냥...할 일이 없어서 뭐하지? 하고 있었어요."
"심심하구나?"
"네 좀...할 일은 많은데 왜 하기가 싫죠?"
"그건 아마도...외로워서 일껄?"
"에이 그건 아니다. 저 안 외로워요."
"외로운게 꼭 아 누굴 만나고 싶어 이런것만은 아니야. 그냥 공허함? 무기력감? 이런게 다 외로움이지"
"그래요? 좀 무기력한 느낌이 있긴 있어요."
"그게 왜 그런 줄 알아? 남친 있다가 없어져서 그래.. 처음엔 편하다는 생각만 들다가 이제 편한것도 지겨운거지. 누군가 곁에 있어줬음 하는것도 있지만 평소에 당연히 하던 차마시고, 나가서 밥먹고, 영화보고 이런걸 하다가 못 하니까 삶이 재미가 없는거야"
"음.. 듣고 보니 그런거 같아요. 주말에 되게 심심하거든요."
"거봐..그게 외로운거야~"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궁금해? ㅎㅎ"
"네"
"내가 얼마전까지 그랬거든. 전 여친이랑 헤어지고 괜히 술이 땡기더라구. 그게 사실 술이 마시고 싶은게 아니라 할일이 없으니까 그냥 술 생각이 나는거야. 옛날같으면 심심하면 여친한테 전화해서 불러냈을텐데 지금은 전화할 사람도 없거든"
"음...대리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전편에 과장이라고 썼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때는 대리였더라구요. 정정합니다.)
"심심하면 말해. 내가 영화 한 편 보여줄게."
"아 정말요?"
대충 그렇게 떡밥을 던졌는데...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이 ㅊㅈ는 건어물끼가 있는게 맞습니다.
사실 이러면서 촘 기대했었거든요. 연락오면 언제든 튀어나갈...근데 연락이 안 오길래 제가 먼저 했습니다.
"ㅊㅈ씨"
"네?"
"주말에 뭐해?"
"별 일 없는데요. 아시잖아요 ㅎㅎ"
"그럼 나랑 영화한편 안 볼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보러 갈 사람이 없어 ㅡㅜ"
"ㅎㅎ"
"싫어?"
"생각 좀 해보구요."
"얼~ 튕기는거야?"
"아 아니예요."
"아닌데 왜 빼? 내가 싫어?"
"아~ 그런거 아니구요. 그냥 귀찮아서 그래요."
"내가 집앞으로 데리러 갈게. 화장도 하지말고 그냥 나오기나 해."
"아~ 안 그러셔도 되요."
"됐어. 너한테 거부권은 없다. 넌 그냥 내일 나오는거야. 영화도 내가 골라. 넌 그냥 같이 봐주기만 하면 되."
"어...어...."
그 날이 금욜이었거든요. 주말이래봤자 바로 내일.
일하는 척 하면서 롯데시네마에 들어가서 시간을 대충 보고 메신저로
[낼 점심에 볼래 오후에 볼래]
[저 꼭 나가야 되요?]
[어 나와야 되. 내가 잡아먹냐? 영화한편 보자는건데, 언제가 좋아?]
[그럼 낮에껄로요....]
[그럼 2시꺼?]
[네]
[오케. 예매한다.]
하고 퇴근한 다음 집에 가자마자 ㅊㅈ한테 문자보냈습니다.
[낼 12시 쯤 데리러 갈게.]
[너무 빨라요..]
[밥은 안 먹어? 그럼 12시 반]
[네.]
담날 데리러 갔더니 화장을 했더군요. 회사에도 안 하고 오더니...근데 좀 안 어울리더라구요. 화장을 잘 못합니다.
제가 12시 10분에 도착해서 왔다고 천천히 나오라고 했더니 바로 나오더라구요.
"일찍 나왔네?"
"엄청 서둘렀어요. 아~"
"화장했네? 평소엔 안 하고 다니더니."
"ㅎㅎ 그래도 외출하는거니까"
"출근은 외출 아니고?"
"네!~ 출근은 일하러가는 거잖아요~"
"암튼 이쁘네"
"그래요? 전 남친은 화장하면 이상하다고 막 그러던데?"
"동네친구였다며..꾸미면 어색해서 그런거겠지. 그리고..."
"그리고 뭐요?"
"아냐 됐어"
"아~ 뭔데요 빨리 말해봐요."
"안 듣는게 좋아. ㅋㅋ"
"아~ 뭐예요~ 이상하다는거죠? 아~ 빨리 말해봐요~"
"이상하진 않아..음...화장이 익숙하진 않구나..하는 느낌? 진짜 이상한건 아니고, ㅊㅈ씨도 아직 사회초년병이니까 어색한게 어느정도 당연하지. 나중에 그건 점점 나아질거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갔다가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여자랑 영화보고 차 마시니까 좋네~"
"헤헤. 오늘 고마워요. 밥도 사주실 줄은 몰랐는데"
"뭘~ 내가 영화 혼자보기 그래서 불러낸건데, 20대 초반의 아가씨랑 영화 보려면 그정도 투자는 해야지"
"어 저 20대 초반 아닌데요."
"25이면 초반이지. 나이 많아서 좋겠소~"
"ㅎㅎ"
암튼 뭐 그날은 그렇게 데려다주었습니다. ㅊㅈ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ㅊㅈ야." (차 마시면서 말 놓기로 했음)
"네?"
"어차피 너 3개월 후면 떠나잖아. 그렇다고 그 동안 무미건조하게 시간보내다 가면 좀 억울하잖아."
"그건 그렇죠.."
"그니까 보고 싶은 영화같은거 있거나, 가보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봐. 어차피 나도 주말에 할일도 없고, 그냥 3개월 즐겁게 지내다 가라고"
"ㅎㅎ 네"
<계속>
"과장님 오늘 죄송했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뭐가 죄송해?"
"오늘 일 하나도 안 하고 전화기만 붙들고 왔다갔다 했잖아요."
"괜찮아. ㅎㅎ. 너가 일이 밀려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하루 빽빽하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뭘~"
ㅊㅈ의 집까지는 약 15분 걸리는 거리입니다. 가면서 남친 못됐다고 너무 자기생각만 한다고 편들어주다가 들여보냈구요.
담날 출근했는데 되게 피곤해보이더라구요.
"어제 남친이랑 밤새 전화했구나?"
"네..어떻게 아셨어요?"
"눈이 쾡하다. 거의 못 잔거 같은데?"
"네 좀..."
하면서 커피를 타오길래 제가 커피 마시지 말고 휴게실가서 좀 자고 오라고 했습니다.
"어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예요."
"야 가서 자고 와. 너 완전 얼굴 썩었어."
"읏...그 정도예요? 힝~"
"ㅋㅋ 농담이고 자고 와 내가 말해놓을게"
등떠밀려서 가더니 거의 점심시간 다 될때까지 자더군요. 그 때는 우리 부서에 여직원이 그 직원 하나밖에 없어서 가능했습니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었을 때 ㅊㅈ가 옆으로 슥 오더니
"이거 드세요."
하면서 뭘 놓고가길래 보니까 건물 자판기에서 팔던 코코팜...
자기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주더라구요.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청포도가 머스켓이지?"
"네"
"머쓱해"
했더니 갑자기 빵터져서 막 깔깔깔깔 하고 웃는겁니다. 뭐야 미쳤나? 싶었다가
"왜? 뭐가 웃겨"
"ㅋㅋㅋ 아 저 그런 유머 되게 좋아해요 ㅋㅋㅋ 아우 배야"
"아 이게 재밌어? 딴데가서 하면 안 맞으면 다행인데?"
"ㅋㅋㅋ 전 좋아해요 그런거"
그 때 그냥 혼자 생각했습니다. 이 ㅊㅈ가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진짜 웃을 이유가 없는 개소리였거든요.
암튼 밤새 전화하고 남친이랑은 다시 안보기로 했다더군요. 이 때 ㅊㅈ가 이미 폴란드 가는 날짜가 잡혔던 때입니다.
3개월 후...우리 회사 알바기간 종료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떠나기로 했다네요. 뭐 그 이후 새로운 ㅊㅈ 뽑으면 되니까요.
암튼, 그러고 어느날 ㅊㅈ가 컴터 앞에 앉아있는데 손은 책상 밑으로 내린채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더라구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네? 아뇨 그냥...할 일이 없어서 뭐하지? 하고 있었어요."
"심심하구나?"
"네 좀...할 일은 많은데 왜 하기가 싫죠?"
"그건 아마도...외로워서 일껄?"
"에이 그건 아니다. 저 안 외로워요."
"외로운게 꼭 아 누굴 만나고 싶어 이런것만은 아니야. 그냥 공허함? 무기력감? 이런게 다 외로움이지"
"그래요? 좀 무기력한 느낌이 있긴 있어요."
"그게 왜 그런 줄 알아? 남친 있다가 없어져서 그래.. 처음엔 편하다는 생각만 들다가 이제 편한것도 지겨운거지. 누군가 곁에 있어줬음 하는것도 있지만 평소에 당연히 하던 차마시고, 나가서 밥먹고, 영화보고 이런걸 하다가 못 하니까 삶이 재미가 없는거야"
"음.. 듣고 보니 그런거 같아요. 주말에 되게 심심하거든요."
"거봐..그게 외로운거야~"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궁금해? ㅎㅎ"
"네"
"내가 얼마전까지 그랬거든. 전 여친이랑 헤어지고 괜히 술이 땡기더라구. 그게 사실 술이 마시고 싶은게 아니라 할일이 없으니까 그냥 술 생각이 나는거야. 옛날같으면 심심하면 여친한테 전화해서 불러냈을텐데 지금은 전화할 사람도 없거든"
"음...대리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전편에 과장이라고 썼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때는 대리였더라구요. 정정합니다.)
"심심하면 말해. 내가 영화 한 편 보여줄게."
"아 정말요?"
대충 그렇게 떡밥을 던졌는데...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이 ㅊㅈ는 건어물끼가 있는게 맞습니다.
사실 이러면서 촘 기대했었거든요. 연락오면 언제든 튀어나갈...근데 연락이 안 오길래 제가 먼저 했습니다.
"ㅊㅈ씨"
"네?"
"주말에 뭐해?"
"별 일 없는데요. 아시잖아요 ㅎㅎ"
"그럼 나랑 영화한편 안 볼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보러 갈 사람이 없어 ㅡㅜ"
"ㅎㅎ"
"싫어?"
"생각 좀 해보구요."
"얼~ 튕기는거야?"
"아 아니예요."
"아닌데 왜 빼? 내가 싫어?"
"아~ 그런거 아니구요. 그냥 귀찮아서 그래요."
"내가 집앞으로 데리러 갈게. 화장도 하지말고 그냥 나오기나 해."
"아~ 안 그러셔도 되요."
"됐어. 너한테 거부권은 없다. 넌 그냥 내일 나오는거야. 영화도 내가 골라. 넌 그냥 같이 봐주기만 하면 되."
"어...어...."
그 날이 금욜이었거든요. 주말이래봤자 바로 내일.
일하는 척 하면서 롯데시네마에 들어가서 시간을 대충 보고 메신저로
[낼 점심에 볼래 오후에 볼래]
[저 꼭 나가야 되요?]
[어 나와야 되. 내가 잡아먹냐? 영화한편 보자는건데, 언제가 좋아?]
[그럼 낮에껄로요....]
[그럼 2시꺼?]
[네]
[오케. 예매한다.]
하고 퇴근한 다음 집에 가자마자 ㅊㅈ한테 문자보냈습니다.
[낼 12시 쯤 데리러 갈게.]
[너무 빨라요..]
[밥은 안 먹어? 그럼 12시 반]
[네.]
담날 데리러 갔더니 화장을 했더군요. 회사에도 안 하고 오더니...근데 좀 안 어울리더라구요. 화장을 잘 못합니다.
제가 12시 10분에 도착해서 왔다고 천천히 나오라고 했더니 바로 나오더라구요.
"일찍 나왔네?"
"엄청 서둘렀어요. 아~"
"화장했네? 평소엔 안 하고 다니더니."
"ㅎㅎ 그래도 외출하는거니까"
"출근은 외출 아니고?"
"네!~ 출근은 일하러가는 거잖아요~"
"암튼 이쁘네"
"그래요? 전 남친은 화장하면 이상하다고 막 그러던데?"
"동네친구였다며..꾸미면 어색해서 그런거겠지. 그리고..."
"그리고 뭐요?"
"아냐 됐어"
"아~ 뭔데요 빨리 말해봐요."
"안 듣는게 좋아. ㅋㅋ"
"아~ 뭐예요~ 이상하다는거죠? 아~ 빨리 말해봐요~"
"이상하진 않아..음...화장이 익숙하진 않구나..하는 느낌? 진짜 이상한건 아니고, ㅊㅈ씨도 아직 사회초년병이니까 어색한게 어느정도 당연하지. 나중에 그건 점점 나아질거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갔다가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여자랑 영화보고 차 마시니까 좋네~"
"헤헤. 오늘 고마워요. 밥도 사주실 줄은 몰랐는데"
"뭘~ 내가 영화 혼자보기 그래서 불러낸건데, 20대 초반의 아가씨랑 영화 보려면 그정도 투자는 해야지"
"어 저 20대 초반 아닌데요."
"25이면 초반이지. 나이 많아서 좋겠소~"
"ㅎㅎ"
암튼 뭐 그날은 그렇게 데려다주었습니다. ㅊㅈ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ㅊㅈ야." (차 마시면서 말 놓기로 했음)
"네?"
"어차피 너 3개월 후면 떠나잖아. 그렇다고 그 동안 무미건조하게 시간보내다 가면 좀 억울하잖아."
"그건 그렇죠.."
"그니까 보고 싶은 영화같은거 있거나, 가보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봐. 어차피 나도 주말에 할일도 없고, 그냥 3개월 즐겁게 지내다 가라고"
"ㅎㅎ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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