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를 넘은 시간.
이제 조금씩 술 취한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3층집인 거식의 집은 1층엔 식당과 약국 그리고 2층엔 건설회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 쨍그랑
거식이 모퉁이를 돌아 약국 앞을 지나는데 뭔가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온다.
순간 약국으로 뛰어간 거식.
술에 취한 듯한 30대 남자가 약국의 종업원인 은주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바닥엔 깨진 박카스 병과 병에서 나온 액으로 가득하다.
“야!! 약 달라고..”
“글세 그건 안된다니까요..”
“씨발. 다른데는 주는데 왜 안준다는 건데??”
“글세. 그 약은 여기선 못 드려요. 다른데 가서 사세요.”
“야!!! 씨발.. 지금 이시간에 문 열은 데가 없으니까 그러지!!”
“어쨌든 못드려요. 얼른 그만 가세요.”
“이.씨발X이..”
남자가 진열장 옆의 쪽문을 열고 들어가려 한다.
순간 거식이 뛰어가 남자를 막아선다.
“넌. 뭐야?”
“아. 전. 이쪽. 남편입니다..”
“뭐??... 아. 당신이 약사요?”
“아뇨. 약사님은 퇴근 하셨어요. 그리고 그 약은 약사님이 계셔야 드릴 수 있어서. 그런겁니다. 제 안사람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들어가서 찾아 볼게..”
“아.. 그러지 마시고 내일 아침에 오세요. 저희 오늘 데이트 하려고 하는데 좀 봐주십시오.”
거식이 사정을 하자 그제야 남자가 화가 풀리는지 머뭇거린다.
“에이. 씨발.됐수다. ”
꽝..
문을 세차게 닫아 버리고 나가는 남자.
그제야 은주가 쪽문을 열고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들고 나온다.
“씨발 새끼가 왜 병을 던지고 지랄이야..”
“....”
은주의 입에서 거친소리가 튀어 나온다.
봉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아 내고 나서야 거식에게 말을 건다.
“고마워요.”
“아녜요.. 별말씀을. 박카스 하나하고 우루사 하나 주세요.”
은주가 청소하는 모습을 멀뚱 멀뚱 바라보던 거식.
청소를 끝내는 은주를 보고 주문을 한다.
냉장고에서 박카스를 꺼내고 뚜껑을 돌려 따서 주는 은주.
160이 채 되지 않는 은주는 긴 머리를 묶고 약간은 동그란 얼굴이다.
매일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약국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지나갈 때 마다 인사를 나누었던 거식이다.
“시간 돼세요?”
“네??”
“술 한잔 할래요?”
“아.저...”
거식이 호주머니에 돈이 없다.
젠장할.. 쫏팔림이 찾아 온다.
“오늘 덕분에 별일 없었으니 제가 살께요? 괜찮죠?”
“.아...네..”
괜찮기는 뭐가 괜찮은지.;
술을 사고 나면 행여나 요즘 뜨고 있는 노래방이라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
젠장이다..
약국 문을 닫고 셔터를 내린다.
“멀리 가지 말고 저쪽에 새로 개업한 호프집 있던데 거기로 갈까요?”
“네. 그러죠..”
은주가 앞장서고 거식이 따라간다.
짧은 검정 스커트에 붉은 블라우스 그리고 검정색 하이힐을 신은 은주의 뒷 모습.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스커트에 달라붙은 엉덩이 살이 좌우로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보며 거식의 물건도 점점 성질을 내며 커지고 있었다.
“얼른 오세요. ”
“아?. 네...”
갑자기 은주가 걸음을 멈춘채 거식을 채근한다.
거식이 다가서자 갑자기 팔짱을 껴는 은주.
거식의 얼굴을 보고는 씨~익.웃는다.
그 웃음에.. 자신도 모르게 커져버린 물건에서 애액이 흘러 나왔다.
팔꿈치에 은주의 가슴이 느껴진다.
몰랑몰랑..
말랑말랑.
걸음을 걸을 때 마다 거식의 심장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어느덧 호프집에 이르자 팔짱을 떼어내고 문을 여는 은주.
호프집이 가까운게 한이다.
한 10,000Km 떨어져 있었으면.
그만큼 은주의 가슴에 대한 촉감은 대단했다.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40대 아주머니께서 은주와 거식을 맞이 한다.
구석진 창가에 자리를 잡는 은주.
이내 술과 안주를 시킨다.
거식에겐 물어 보지도 않은 채 주도권을 가져가는 은주.
그런 은주의 씩씩함. 당당함이 이상하게 끌린다.
그 순간. 자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거식이다.
꾀재재.. 츄리닝..
아. 세상은. 왜. 나를 만들었을까?
고민을 하는데 또래로 보이는 아가씨가 쟁반에 맥주와 안주를 가지고 온다.
“어서오세요. 근처 사시나 봐요?”
“네?.. 아.네..”
“자주 오세요. 많이 드릴께요.”
“아.. 네...”
은주를 무시한 채 거식에게 인사하는 아가씨.
또 하나의 레임드 출현인가?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거식에게 자주 오라고 말한 통통한 그리고 약간 체구가 있어 보임직한 아가씨가 그제서야 은주에게 인사를 하고 은주도 인사를 건넨다.
또 뵙네요라는 말에서 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는 듯 싶다.
“저도 같이 한잔 해도 돼요?”
“네. 그러세요. 그런데 일 아직 안 끝난 것 아니예요?”
“오늘은 손님도 별로 없고 엄마 혼자 해도 돼요.”
“네. 술 잔 가지고 오세요.”
거식은 끼어들 틈도 없이 두 사람이 결론을 내리고 이내 술잔을 가져 오더니 거식의 옆자리에 앉는다.
“지난번에 이름 가르쳐 줬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나이는 저보다 한 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전 이경아라고 해요. 나이는 24살. 그쪽은 황은주씨 맞죠? 23살”
“네 기억하시네요. 그리고 이쪽은 거식이..”
“.....”
경아가 거식을 바라보며 은주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이경아라고 합니다. 엄마 일 도와주고 있어요.”
“네 안녕하세요. 나거식입니다. 올해 26살입니다.”
“호홋.. 놀라신거 아니죠? 제가 원래 손님 자리에 앉지 않는데 오늘은 술 한잔 마시고 싶어서요.”
“아~ 네. 저야 상관없습니다.”
상관 없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경아는 거식을 무시한 채 은주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넋두리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대화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경아가 약국을 자주 들렸고 은주는 호프집이 오픈한지 보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벌써 7번이나 이곳을 다녀갔다고 했다.
자주 얼굴을 마주 하다 보니 좀 더 친숙 해지고 싶었다는 경아.
은주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젠 거식에 질문을 쏟아낸다.
“무슨 일 하세요?”
“저는 컴퓨터 쪽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시네요? 전 아직 대학생인데 매일 낮에는 학교에 가고 새벽까지 엄마일 도와드리고 있어요.”
“아~ 네.”
푸근한 웃음이다.
곰순이 같은 웃음이다.
“백수 아녔어요?”
“네???”
경아의 말이 끝나자 순간 은주가 되 묻는다.
“아뇨. 컴퓨터 쪽 일을 준비하면서 지금은 아이들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과외요? 무슨 과외? 대학입시 과외 시켜주는 거예요?”
“그런건 아니고 요즘 OA라고 워드프로세서 시험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거든요. 여자 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아. 그런데 그거 어려워요?”
“아뇨. 조금만 배우면 금방 이예요. 몇 년만 지나면 TV보다 더 쓰게 될걸요?”
“그래요? 저도 배우기는 해야 하는데..요즘 대형 약국의 경우에도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저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네? 뭐 어렵지는 않는데 시간이 되실지”
“몇시에 시간 되시는 데요?”
“전 통상적으로 9시에 끝나는데 점심때 시간 돼요.”
“점심때요?”
“네 약사님이 보통 12시부터 3시까지는 있으니까 점심 먹고 배워도 되는데”
“그럼 1시부터 3시까지 하실래요?”
어차피 남는 게 시간 한명 가르쳐 봐야 한달에 7만원 정도 받는 거식에게 수애와 수현 두명으로는 겨우 14만원 벌이 밖에 안되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께요. 그런데 교재는?”
“집에 있어요.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다.”
“저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경아가 자신도 배우겠다고 한다.
“네?”
“아니 이제 레포트도 출력해서 가져 오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디스켓으로 제출 하기도 해서요. 글씨 쓰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아..”
결국 경아는 주말에 이틀간 속성으로 가르치기로 결정한다.
하루만에 수현, 혜은, 은주와 경아. 4명의 수강생이 늘어 버렸다.
그래봐야 한달에 겨우 28만원 벌이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처럼 놀고 있는 백수 거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 자리에서 은주와 경아가 돈을 건네 준다.
간단히 맥주와 안주를 먹고 일어서는 세사람.
내일부터 바빠지는 거식이다.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자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여니 은주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서 있다.
거식의 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
이내 거식은 은주를 컴퓨터 앞에 앉게 하고 자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 보드로 다가선다.
“일단 은주씨는 시험을 볼 것도 아니니 바로 실습부터 시작할께요. 우선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부팅이 필요해요. 부팅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사용할 준비를 의미하는데 컴퓨터도 사람의 명령을 받고 그에 해당하는 실행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죠. 사전 준비를 위해 일반적으로 OS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컴퓨터 간의 번역 시스템으로 보면 됩니다.”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만약 지금처럼 키보드 A자를 누르면 화면에 A가 출력되기 위해선 입력과 번역 그리고 출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렇게 사람의 명령을 받고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OS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OS가 준비 되지 않으면 아무리 키보드를 쳐도 명령이 먹히질 않죠.”
“예를 들어 약국에서 약을 팔려면 기본적으로 약의 종류나 가격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것 같은 것인가요?”
거식이 은주의 옆에서 키보드를 누르며 설명을 해주자 느닷없이 약국의 예를 들으며 빤히 바라본다.
“뭐. 비슷 .. 하기는 해요..자 일단 목록 보는 것부터 해보죠. DIR 이라고 쳐보세요.”
일단 DOS 명령어부터 가르치기 시작하는 거식.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치고 신기해 하는 은주이다.
1시간의 강의시간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시간.
은주는 거식이 적어준 문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외우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키보드 자판.
qwertyuiop
asdfghjkl
zxcvbnm
그냥 보고 치면 될 것을 왜 외워야 하냐고 반문하는 은주였지만 거식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외우도록 시켰다.
외울 때 손가락의 위치 또한 외우라고 시킨 거식.
10여분 외우는 듯 싶더니 이내 하품을 하는 은주이다.
“하움.... 나 잠깐 눈 좀 부치고.”
그리고는 이내 작은 책상 밑으로 발을 쭈욱 뻗고는 누워 버린다.
은주의 뽀얀 허벅지가 두 눈에 들어 온다.
거식은 컴퓨터를 만지던 것을 그만 두고 창가로 간다.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봄날의 햇살을 바라본다.
10여분 동안 묵묵히 창가에 앉아 거리를 보던 거식이 막혔던 로직이 생각 나고 얼른 수업을 마친 후에 작업을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에 은주를 깨우려고 하는 순간.
거식의 눈에 은주의 다리가 보인다.
일반적인 좌탁.
그리고 그 좌탁 아래 그대로 누운 은주.
고개만 숙이면 그녀의 치마 사이로 뭔가가 보일 듯 싶다.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거식.
그리고 이내 손에 쥐었던 보드펜을 땅바닥에 떨어트린다.
-툭..
그 소리가 거식의 심장소리만큼 컸다.
차라리 천천히 내려 놓을 것이라는 후회마져 드는 거식이다.
은주를 바라보니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눈을 감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보드펜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두 눈은 은주의 치마 사이로 향한다.
원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거식이 은주를 자세하게 보기 위해 나름 애를 썼지만 치마속은 어둠과 함께 있다.
그래도 허벅지 깊은 곳까지 두눈에 들어와 거식의 심장을 두근 거리게 했다.
멍하니 은주의 허벅지를 바라보는 거식.
동시에 은주의 봉긋 솟은 가슴이 눈에 들어 온다.
이미 손에는 보드펜이 쥐어져 있다.
거식은 천천히 보드펜을 은주의 다리쪽으로 굴린다.
젠장할 윗부분과 아래 부분의 굵기가 다른 보드펜은 은주를 향해 가는 듯 하더니 이내 빙그르르 회전을 하며 좌탁의 옆으로 벗어나 버린다.
무릎을 꿇은 채 방바닥을 기며 조심스레 다가서는 거식.
가까이 다가선 거식의 눈에 은주의 종아리가 보인다.
다시금 보드펜을 줍는척 몸을 숙이는 거식.
순간 검정색 스커트 사이로 하얀색이 눈에 들어온다.
일자로 보여지는 은주의 속옷.
그러나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두근.두근.
거식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도둑 고양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거식은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천천히 손을 뻗어 스커트를 살짝 잡는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리자 한눈에 은주의 속살이 보인다.
하늘색.
흰색이 아닌 하늘색 팬티였다.
쭉 뻗은 다리 사이에 위치한 은주의 계곡을 작은 천 하나가 가리고 있었고 계곡이 자리한 부분은 약간 두툼해 보이기도 했다.
“뭐해?”
그 순간 들리는 벼락 치는 소리.
작은 목소리였지만 거식에겐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느껴졌다.
손을 놓아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뭐 하는 거냐니까?”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에 그제야 거식이 치마에서 손을 떼어낸다.
천천히 하늘하늘 내려가는 치마가 다시금 은주의 허벅지를 덮는다.
“아. 저. 그.그게... 아. 보드펜을 떨어트려서..”
거식이 당황해 하며 좌탁옆의 보드펜을 쥐어 보여준다.
“이.이게 여기 있었네. 난 다리 밑으로 들어 간 줄 알았어”
“.....”
어색한 침묵의 시간.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하면 덜 답답할진데 아무말 하지 않고 거식을 바라보는 은주이다.
“몇시야?”
“응.?. 세.3시.10분..”
“아 너무 오래 있었다. 늦어서 혼나겠네. 진잔 깨우지.”
“미안..”
“갈게..”
“저.저기...미안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려는 은주.
겨우 말문을 떼어낸 거식이다.
“됐어.. 보고 싶으면 말을 하지. 남자가 그게 뭐냐. 쩨쩨하게 도둑놈 마냥.”
“...”
“간다. 내일봐.”
“어?. 어.”
은주가 방을 빠져 나가고 거식은 이틀 연속 벌어진 이 난처한 상황에 짜증이 밀려온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모든게 지현 때문이다.
최지현. 나이 26. 직업 이빈이후과 간호사.
거식이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울 때 만난 여인이다.
벌써 2년째 만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현은 자신의 몸을 허락하질 않는다. 발렌타인데이나 생일날 아니면 크리스마스때 겨우 입맞춤을 나눌 뿐이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애 간장만 녹이는 지현으로 인해 거식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특히나 서울에서 돌아온 후 세달동안 데이트 할 돈 마저 없는 거식에게 수애를 비롯해 은주까지 여인의 향기가 거식의 욕정을 들끌게 만들었고 결국엔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거식이 결국 뛰쳐 내려간다.
은주에게 해명아닌 해명을 하기 위해서다.
딱히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행여나 동네에 변태로 소문이 난다면 쫏팔린 일이기 때문이다.
약국에 손님이 있어 문 밖에서 서성거린다.
계속 손님이 밀려 들고 어느덧 20여분이 지난다.
겨우 손님이 빠져 나가고 이내 문을 열고 거식이 들어선다.
검정 안경을 쓴 은주.
약을 팔때는 안경을 쓰는 듯 싶다.
“저. 아까는..”
“이거나 마셔.”
거식의 말문을 막고 은주가 냉장고 문을 열더니 박카스를 건네준다.
20여분간의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은주가 건네준 박카스를 한숨에 들어 마신다.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말을 꺼네려 하는데 약국 문이 열리고 180Cm는 되어 보임직한 의경이 들어온다.
“안녕?. 손님 계시네”
“왜 또?”
“나랑 사귀자니까”
“애인 있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난 영계 안키우거든.”
“그래봐야 나보다 한 살 많으면서 뭘 그렇게 팅겨. 그러지 말고 몇 달만 만나보자”
“찐득이도 아니고 진짜..”
은주가 쪽문을 열고 나온다.
호경이라는 의경은 은주가 허락하려는 것처럼 착각이 들어서 일까?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다.
그러나 은주가 쪽문을 열고 나오더니 이내 거식의 팔짱을 껸다.
“인사해. 내 애인 거식씨야. 자기야 얘는 나보다 어린데 자꾸 사귀자고 해.”
“응??........”
갑작스런 은주의 행동에 뭐라 말을 꺼낼 수 없는 거식이었다.
호경이라는 의경이 거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눈에 봐도 이건 자신의 적수가 아니다.
꾀재재한 얼굴 묶으려고 하는 듯 길은 머리.
그리고 츄리닝을 입은 거식을 은주의 애인이라니 도저히 믿을 가치 조차 없게 생각한다.
“야. 거짓말 하지 말고 말 같은 소리를 해라.”
거식은 호경이라는 의경의 말을 듣고는 이내 불쾌해진다.
물론 아무리 봐도 자신은 매력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남자는 맞다. 작은키에 지금 입고 있는 옷 꼬락서니도 그렇고 대충 슬리퍼를 신은 것도 그렇다.
그러나 대 놓고 말하는 호경의 모습에 불연 듯 화가 나는 거식이다.
순간 거식은 은주를 돌려 세우는 듯 싶더니 이내 은주의 입에 입맞춤을 한다.
“흡!!!”
갑작스런 거식의 행동에 은주가 놀라 입을 다문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식의 혀가 은주의 입술을 열려는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빨아대자 어느새 입술이 열리며 거식의 혀를 받아 드리는 은주이다.
은주는 거식의 행동에 당황해 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호경을 떼어내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쭈으읍..쭈읍.후르릅.
호경이 두 사람의 모습을 황당해 하며 바라본다.
두 눈을 감은 은주가 거식의 목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더욱 깊이 거식의 혀를 받아 들이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깊은 키스를 나눈다.
- 꽝..
호경이 얼굴이 붉어지며 약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모른다.
거식은 문 닫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냥 호경의 말에 불쾌하게 느껴져 이렇게라도 내가 애인이라는 증거를 보여 줄 의도였고 그 의도는 훌륭하게 통했다. 은주 역시도 그런 거식의 마음을 아는지 거식을 받아 들인 것이다.
거식의 머릿속이 하얀해 진다.
의도 한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지금 혀로 느껴지는 은주의 입안은 따뜻했고 꿀이 넘치는 것처럼 달콤했다. 은주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입맞춤에 정신 없는 거식.
상황 종료이다. 이젠 적군은 물러 났다. 작전 해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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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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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씩 술 취한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3층집인 거식의 집은 1층엔 식당과 약국 그리고 2층엔 건설회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 쨍그랑
거식이 모퉁이를 돌아 약국 앞을 지나는데 뭔가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 온다.
순간 약국으로 뛰어간 거식.
술에 취한 듯한 30대 남자가 약국의 종업원인 은주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바닥엔 깨진 박카스 병과 병에서 나온 액으로 가득하다.
“야!! 약 달라고..”
“글세 그건 안된다니까요..”
“씨발. 다른데는 주는데 왜 안준다는 건데??”
“글세. 그 약은 여기선 못 드려요. 다른데 가서 사세요.”
“야!!! 씨발.. 지금 이시간에 문 열은 데가 없으니까 그러지!!”
“어쨌든 못드려요. 얼른 그만 가세요.”
“이.씨발X이..”
남자가 진열장 옆의 쪽문을 열고 들어가려 한다.
순간 거식이 뛰어가 남자를 막아선다.
“넌. 뭐야?”
“아. 전. 이쪽. 남편입니다..”
“뭐??... 아. 당신이 약사요?”
“아뇨. 약사님은 퇴근 하셨어요. 그리고 그 약은 약사님이 계셔야 드릴 수 있어서. 그런겁니다. 제 안사람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들어가서 찾아 볼게..”
“아.. 그러지 마시고 내일 아침에 오세요. 저희 오늘 데이트 하려고 하는데 좀 봐주십시오.”
거식이 사정을 하자 그제야 남자가 화가 풀리는지 머뭇거린다.
“에이. 씨발.됐수다. ”
꽝..
문을 세차게 닫아 버리고 나가는 남자.
그제야 은주가 쪽문을 열고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들고 나온다.
“씨발 새끼가 왜 병을 던지고 지랄이야..”
“....”
은주의 입에서 거친소리가 튀어 나온다.
봉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아 내고 나서야 거식에게 말을 건다.
“고마워요.”
“아녜요.. 별말씀을. 박카스 하나하고 우루사 하나 주세요.”
은주가 청소하는 모습을 멀뚱 멀뚱 바라보던 거식.
청소를 끝내는 은주를 보고 주문을 한다.
냉장고에서 박카스를 꺼내고 뚜껑을 돌려 따서 주는 은주.
160이 채 되지 않는 은주는 긴 머리를 묶고 약간은 동그란 얼굴이다.
매일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약국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지나갈 때 마다 인사를 나누었던 거식이다.
“시간 돼세요?”
“네??”
“술 한잔 할래요?”
“아.저...”
거식이 호주머니에 돈이 없다.
젠장할.. 쫏팔림이 찾아 온다.
“오늘 덕분에 별일 없었으니 제가 살께요? 괜찮죠?”
“.아...네..”
괜찮기는 뭐가 괜찮은지.;
술을 사고 나면 행여나 요즘 뜨고 있는 노래방이라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
젠장이다..
약국 문을 닫고 셔터를 내린다.
“멀리 가지 말고 저쪽에 새로 개업한 호프집 있던데 거기로 갈까요?”
“네. 그러죠..”
은주가 앞장서고 거식이 따라간다.
짧은 검정 스커트에 붉은 블라우스 그리고 검정색 하이힐을 신은 은주의 뒷 모습.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스커트에 달라붙은 엉덩이 살이 좌우로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보며 거식의 물건도 점점 성질을 내며 커지고 있었다.
“얼른 오세요. ”
“아?. 네...”
갑자기 은주가 걸음을 멈춘채 거식을 채근한다.
거식이 다가서자 갑자기 팔짱을 껴는 은주.
거식의 얼굴을 보고는 씨~익.웃는다.
그 웃음에.. 자신도 모르게 커져버린 물건에서 애액이 흘러 나왔다.
팔꿈치에 은주의 가슴이 느껴진다.
몰랑몰랑..
말랑말랑.
걸음을 걸을 때 마다 거식의 심장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어느덧 호프집에 이르자 팔짱을 떼어내고 문을 여는 은주.
호프집이 가까운게 한이다.
한 10,000Km 떨어져 있었으면.
그만큼 은주의 가슴에 대한 촉감은 대단했다.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40대 아주머니께서 은주와 거식을 맞이 한다.
구석진 창가에 자리를 잡는 은주.
이내 술과 안주를 시킨다.
거식에겐 물어 보지도 않은 채 주도권을 가져가는 은주.
그런 은주의 씩씩함. 당당함이 이상하게 끌린다.
그 순간. 자신의 모습이 느껴지는 거식이다.
꾀재재.. 츄리닝..
아. 세상은. 왜. 나를 만들었을까?
고민을 하는데 또래로 보이는 아가씨가 쟁반에 맥주와 안주를 가지고 온다.
“어서오세요. 근처 사시나 봐요?”
“네?.. 아.네..”
“자주 오세요. 많이 드릴께요.”
“아.. 네...”
은주를 무시한 채 거식에게 인사하는 아가씨.
또 하나의 레임드 출현인가?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거식에게 자주 오라고 말한 통통한 그리고 약간 체구가 있어 보임직한 아가씨가 그제서야 은주에게 인사를 하고 은주도 인사를 건넨다.
또 뵙네요라는 말에서 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는 듯 싶다.
“저도 같이 한잔 해도 돼요?”
“네. 그러세요. 그런데 일 아직 안 끝난 것 아니예요?”
“오늘은 손님도 별로 없고 엄마 혼자 해도 돼요.”
“네. 술 잔 가지고 오세요.”
거식은 끼어들 틈도 없이 두 사람이 결론을 내리고 이내 술잔을 가져 오더니 거식의 옆자리에 앉는다.
“지난번에 이름 가르쳐 줬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나이는 저보다 한 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전 이경아라고 해요. 나이는 24살. 그쪽은 황은주씨 맞죠? 23살”
“네 기억하시네요. 그리고 이쪽은 거식이..”
“.....”
경아가 거식을 바라보며 은주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이경아라고 합니다. 엄마 일 도와주고 있어요.”
“네 안녕하세요. 나거식입니다. 올해 26살입니다.”
“호홋.. 놀라신거 아니죠? 제가 원래 손님 자리에 앉지 않는데 오늘은 술 한잔 마시고 싶어서요.”
“아~ 네. 저야 상관없습니다.”
상관 없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경아는 거식을 무시한 채 은주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넋두리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대화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경아가 약국을 자주 들렸고 은주는 호프집이 오픈한지 보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벌써 7번이나 이곳을 다녀갔다고 했다.
자주 얼굴을 마주 하다 보니 좀 더 친숙 해지고 싶었다는 경아.
은주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젠 거식에 질문을 쏟아낸다.
“무슨 일 하세요?”
“저는 컴퓨터 쪽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시네요? 전 아직 대학생인데 매일 낮에는 학교에 가고 새벽까지 엄마일 도와드리고 있어요.”
“아~ 네.”
푸근한 웃음이다.
곰순이 같은 웃음이다.
“백수 아녔어요?”
“네???”
경아의 말이 끝나자 순간 은주가 되 묻는다.
“아뇨. 컴퓨터 쪽 일을 준비하면서 지금은 아이들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과외요? 무슨 과외? 대학입시 과외 시켜주는 거예요?”
“그런건 아니고 요즘 OA라고 워드프로세서 시험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거든요. 여자 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아. 그런데 그거 어려워요?”
“아뇨. 조금만 배우면 금방 이예요. 몇 년만 지나면 TV보다 더 쓰게 될걸요?”
“그래요? 저도 배우기는 해야 하는데..요즘 대형 약국의 경우에도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저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네? 뭐 어렵지는 않는데 시간이 되실지”
“몇시에 시간 되시는 데요?”
“전 통상적으로 9시에 끝나는데 점심때 시간 돼요.”
“점심때요?”
“네 약사님이 보통 12시부터 3시까지는 있으니까 점심 먹고 배워도 되는데”
“그럼 1시부터 3시까지 하실래요?”
어차피 남는 게 시간 한명 가르쳐 봐야 한달에 7만원 정도 받는 거식에게 수애와 수현 두명으로는 겨우 14만원 벌이 밖에 안되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께요. 그런데 교재는?”
“집에 있어요.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다.”
“저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경아가 자신도 배우겠다고 한다.
“네?”
“아니 이제 레포트도 출력해서 가져 오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디스켓으로 제출 하기도 해서요. 글씨 쓰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아..”
결국 경아는 주말에 이틀간 속성으로 가르치기로 결정한다.
하루만에 수현, 혜은, 은주와 경아. 4명의 수강생이 늘어 버렸다.
그래봐야 한달에 겨우 28만원 벌이 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처럼 놀고 있는 백수 거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 자리에서 은주와 경아가 돈을 건네 준다.
간단히 맥주와 안주를 먹고 일어서는 세사람.
내일부터 바빠지는 거식이다.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자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여니 은주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서 있다.
거식의 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
이내 거식은 은주를 컴퓨터 앞에 앉게 하고 자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 보드로 다가선다.
“일단 은주씨는 시험을 볼 것도 아니니 바로 실습부터 시작할께요. 우선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부팅이 필요해요. 부팅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사용할 준비를 의미하는데 컴퓨터도 사람의 명령을 받고 그에 해당하는 실행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죠. 사전 준비를 위해 일반적으로 OS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컴퓨터 간의 번역 시스템으로 보면 됩니다.”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만약 지금처럼 키보드 A자를 누르면 화면에 A가 출력되기 위해선 입력과 번역 그리고 출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렇게 사람의 명령을 받고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OS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OS가 준비 되지 않으면 아무리 키보드를 쳐도 명령이 먹히질 않죠.”
“예를 들어 약국에서 약을 팔려면 기본적으로 약의 종류나 가격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 것 같은 것인가요?”
거식이 은주의 옆에서 키보드를 누르며 설명을 해주자 느닷없이 약국의 예를 들으며 빤히 바라본다.
“뭐. 비슷 .. 하기는 해요..자 일단 목록 보는 것부터 해보죠. DIR 이라고 쳐보세요.”
일단 DOS 명령어부터 가르치기 시작하는 거식.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치고 신기해 하는 은주이다.
1시간의 강의시간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시간.
은주는 거식이 적어준 문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외우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키보드 자판.
qwertyuiop
asdfghjkl
zxcvbnm
그냥 보고 치면 될 것을 왜 외워야 하냐고 반문하는 은주였지만 거식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외우도록 시켰다.
외울 때 손가락의 위치 또한 외우라고 시킨 거식.
10여분 외우는 듯 싶더니 이내 하품을 하는 은주이다.
“하움.... 나 잠깐 눈 좀 부치고.”
그리고는 이내 작은 책상 밑으로 발을 쭈욱 뻗고는 누워 버린다.
은주의 뽀얀 허벅지가 두 눈에 들어 온다.
거식은 컴퓨터를 만지던 것을 그만 두고 창가로 간다.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봄날의 햇살을 바라본다.
10여분 동안 묵묵히 창가에 앉아 거리를 보던 거식이 막혔던 로직이 생각 나고 얼른 수업을 마친 후에 작업을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에 은주를 깨우려고 하는 순간.
거식의 눈에 은주의 다리가 보인다.
일반적인 좌탁.
그리고 그 좌탁 아래 그대로 누운 은주.
고개만 숙이면 그녀의 치마 사이로 뭔가가 보일 듯 싶다.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거식.
그리고 이내 손에 쥐었던 보드펜을 땅바닥에 떨어트린다.
-툭..
그 소리가 거식의 심장소리만큼 컸다.
차라리 천천히 내려 놓을 것이라는 후회마져 드는 거식이다.
은주를 바라보니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눈을 감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보드펜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두 눈은 은주의 치마 사이로 향한다.
원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거식이 은주를 자세하게 보기 위해 나름 애를 썼지만 치마속은 어둠과 함께 있다.
그래도 허벅지 깊은 곳까지 두눈에 들어와 거식의 심장을 두근 거리게 했다.
멍하니 은주의 허벅지를 바라보는 거식.
동시에 은주의 봉긋 솟은 가슴이 눈에 들어 온다.
이미 손에는 보드펜이 쥐어져 있다.
거식은 천천히 보드펜을 은주의 다리쪽으로 굴린다.
젠장할 윗부분과 아래 부분의 굵기가 다른 보드펜은 은주를 향해 가는 듯 하더니 이내 빙그르르 회전을 하며 좌탁의 옆으로 벗어나 버린다.
무릎을 꿇은 채 방바닥을 기며 조심스레 다가서는 거식.
가까이 다가선 거식의 눈에 은주의 종아리가 보인다.
다시금 보드펜을 줍는척 몸을 숙이는 거식.
순간 검정색 스커트 사이로 하얀색이 눈에 들어온다.
일자로 보여지는 은주의 속옷.
그러나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두근.두근.
거식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도둑 고양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거식은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천천히 손을 뻗어 스커트를 살짝 잡는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리자 한눈에 은주의 속살이 보인다.
하늘색.
흰색이 아닌 하늘색 팬티였다.
쭉 뻗은 다리 사이에 위치한 은주의 계곡을 작은 천 하나가 가리고 있었고 계곡이 자리한 부분은 약간 두툼해 보이기도 했다.
“뭐해?”
그 순간 들리는 벼락 치는 소리.
작은 목소리였지만 거식에겐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느껴졌다.
손을 놓아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뭐 하는 거냐니까?”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에 그제야 거식이 치마에서 손을 떼어낸다.
천천히 하늘하늘 내려가는 치마가 다시금 은주의 허벅지를 덮는다.
“아. 저. 그.그게... 아. 보드펜을 떨어트려서..”
거식이 당황해 하며 좌탁옆의 보드펜을 쥐어 보여준다.
“이.이게 여기 있었네. 난 다리 밑으로 들어 간 줄 알았어”
“.....”
어색한 침묵의 시간.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하면 덜 답답할진데 아무말 하지 않고 거식을 바라보는 은주이다.
“몇시야?”
“응.?. 세.3시.10분..”
“아 너무 오래 있었다. 늦어서 혼나겠네. 진잔 깨우지.”
“미안..”
“갈게..”
“저.저기...미안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려는 은주.
겨우 말문을 떼어낸 거식이다.
“됐어.. 보고 싶으면 말을 하지. 남자가 그게 뭐냐. 쩨쩨하게 도둑놈 마냥.”
“...”
“간다. 내일봐.”
“어?. 어.”
은주가 방을 빠져 나가고 거식은 이틀 연속 벌어진 이 난처한 상황에 짜증이 밀려온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모든게 지현 때문이다.
최지현. 나이 26. 직업 이빈이후과 간호사.
거식이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울 때 만난 여인이다.
벌써 2년째 만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현은 자신의 몸을 허락하질 않는다. 발렌타인데이나 생일날 아니면 크리스마스때 겨우 입맞춤을 나눌 뿐이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애 간장만 녹이는 지현으로 인해 거식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특히나 서울에서 돌아온 후 세달동안 데이트 할 돈 마저 없는 거식에게 수애를 비롯해 은주까지 여인의 향기가 거식의 욕정을 들끌게 만들었고 결국엔 이 사단이 난 것이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거식이 결국 뛰쳐 내려간다.
은주에게 해명아닌 해명을 하기 위해서다.
딱히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행여나 동네에 변태로 소문이 난다면 쫏팔린 일이기 때문이다.
약국에 손님이 있어 문 밖에서 서성거린다.
계속 손님이 밀려 들고 어느덧 20여분이 지난다.
겨우 손님이 빠져 나가고 이내 문을 열고 거식이 들어선다.
검정 안경을 쓴 은주.
약을 팔때는 안경을 쓰는 듯 싶다.
“저. 아까는..”
“이거나 마셔.”
거식의 말문을 막고 은주가 냉장고 문을 열더니 박카스를 건네준다.
20여분간의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은주가 건네준 박카스를 한숨에 들어 마신다.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말을 꺼네려 하는데 약국 문이 열리고 180Cm는 되어 보임직한 의경이 들어온다.
“안녕?. 손님 계시네”
“왜 또?”
“나랑 사귀자니까”
“애인 있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난 영계 안키우거든.”
“그래봐야 나보다 한 살 많으면서 뭘 그렇게 팅겨. 그러지 말고 몇 달만 만나보자”
“찐득이도 아니고 진짜..”
은주가 쪽문을 열고 나온다.
호경이라는 의경은 은주가 허락하려는 것처럼 착각이 들어서 일까?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다.
그러나 은주가 쪽문을 열고 나오더니 이내 거식의 팔짱을 껸다.
“인사해. 내 애인 거식씨야. 자기야 얘는 나보다 어린데 자꾸 사귀자고 해.”
“응??........”
갑작스런 은주의 행동에 뭐라 말을 꺼낼 수 없는 거식이었다.
호경이라는 의경이 거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눈에 봐도 이건 자신의 적수가 아니다.
꾀재재한 얼굴 묶으려고 하는 듯 길은 머리.
그리고 츄리닝을 입은 거식을 은주의 애인이라니 도저히 믿을 가치 조차 없게 생각한다.
“야. 거짓말 하지 말고 말 같은 소리를 해라.”
거식은 호경이라는 의경의 말을 듣고는 이내 불쾌해진다.
물론 아무리 봐도 자신은 매력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남자는 맞다. 작은키에 지금 입고 있는 옷 꼬락서니도 그렇고 대충 슬리퍼를 신은 것도 그렇다.
그러나 대 놓고 말하는 호경의 모습에 불연 듯 화가 나는 거식이다.
순간 거식은 은주를 돌려 세우는 듯 싶더니 이내 은주의 입에 입맞춤을 한다.
“흡!!!”
갑작스런 거식의 행동에 은주가 놀라 입을 다문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식의 혀가 은주의 입술을 열려는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빨아대자 어느새 입술이 열리며 거식의 혀를 받아 드리는 은주이다.
은주는 거식의 행동에 당황해 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호경을 떼어내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쭈으읍..쭈읍.후르릅.
호경이 두 사람의 모습을 황당해 하며 바라본다.
두 눈을 감은 은주가 거식의 목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더욱 깊이 거식의 혀를 받아 들이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깊은 키스를 나눈다.
- 꽝..
호경이 얼굴이 붉어지며 약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모른다.
거식은 문 닫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냥 호경의 말에 불쾌하게 느껴져 이렇게라도 내가 애인이라는 증거를 보여 줄 의도였고 그 의도는 훌륭하게 통했다. 은주 역시도 그런 거식의 마음을 아는지 거식을 받아 들인 것이다.
거식의 머릿속이 하얀해 진다.
의도 한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지금 혀로 느껴지는 은주의 입안은 따뜻했고 꿀이 넘치는 것처럼 달콤했다. 은주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입맞춤에 정신 없는 거식.
상황 종료이다. 이젠 적군은 물러 났다. 작전 해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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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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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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