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애궂은 핸드폰만 주물떡거리고 있다.
과연 그녀가 원한 답이 무엇인지는 정리가 되지 않았고.....
“숙제 검사는 어떻게?”
산을 내려오면서 내가 물었다.
그런 나를 조용한 미소로 쳐다보던 그녀가 내게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무어라 입력을 하곤 핸드폰을 돌려 주었다.
“작가님 핸드폰에 복수초라고 입력했거든요.
숙제 마치시면 전화 주세요.“
“전화왔어요!”
갑자기 울리는 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감사합니다, ***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실례지만 누구신지.......”
“어머, 선생님 벌써 제 목소리도 잊으셨어요?
너무 서운한데요, 선생님.“
그때까지도 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치맨가........’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센생님, 저 윤미옥이라구요!”
그녀가 못내 서운한듯 꽥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윤 미 옥.
몇 개월 전 내게서 사진을 배우던 여자, 165센치 정도의 키에 체형이 약간 통통했던 여인.
사진 공부는 건성건성, 사진보다는 오히려 자연속에서 해방감을 더 느끼는 것 같았던 그녀.
그녀는 한 동안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왜?
“아, 미옥씨구나!. 하도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어쨌든 미안하네요, 숙녀분 목소리도 몰라보고.....“
나름 변명을 하는 내게 그녀가 대뜸 말했다.
“선생님, 오늘 점심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죠?”
“시간은 낼 수 있는데, 갑자기 무슨 일로.....”
아무리 생각해도 미옥씨가 나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선생님, 그런 말도 모르세요?”
광고에서 이순재씨가 그러잖아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하하하...>“
미옥씨의 엉뚱한 말에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럼 선생님이 허락하신 걸로 알고 열한시 반에 선생님 공장 앞으로 갈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미옥씨, 점심 잘 얻어 먹었으니, 제가 차 한 잔 살께요.”
다짜고짜 찾아온 미옥씨는 점심식사가 끝날때까지 왜 나를 호출했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만을 했다. 백세주 한 병을 마시면서......
마침 나는 내일 병원 검진이 예약되어 있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약간 얼굴이 발그레해진 미옥씨를 대신하여 그녀의 차를 운전하기로 했다.
“미옥씨, 멀지않은 곳에 조용한 찻집이 있으니 그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선생님이 알아서 가세요.”
미옥씨는 조수석에 편안히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기 위해 조수석으로 몸을 돌린 순간, 향긋한 그녀의 몸내음이 코끝을 간지렀다.
미옥씨는 내가 벨트를 채워주는 모습을 당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생님이 이렇게 벨트를 채워준 여자가 몇 명이나 되세요?”
“미옥씨가 처음인데요.”
“호호호.....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믿을께요, 선생님.”
“미옥씨, 국화차 맛이 어때요?”
어느새 우리는 램프의 향기란 찻집에서 노란 빛깔이 아름다운 국화차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향기도 좋지만, 저는 찻잔에 떠있는 작은 국화꽃이 더 마음에 드는데요.”“나도 지금 그 생각을 했는데, 우린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군요.”
미옥씨는 내 말을 들으며조용히 찻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차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마치 조심하지 않으면 꽃잎이 깨지기라도 할듯이.....
“미옥씨, 내게 무슨 할말이 있는 것 같은데......”그녀는 고개를 들어 한동안 내 눈에 눈을 맞추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옥씨의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미옥씨의 질문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선생님, 알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님, 진짜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미옥씨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나의 대답에 미옥씨는 탁자에 손으로 턱을 괸 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선생님은 결혼하신 후에 누군가 다른 여자를 사랑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이제 그녀의 질문 의도를 조금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결혼후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네요.”
그녀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젊은 여자분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시는데 그런 적이 없으시다구요?”
“미옥씨도 알다시피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여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관계로 만나는 겁니다.
사진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입장으로....“그랬다. 사진교습을 하면서 많은 여자들을 만난 것이 사실이었다.
사진의 특성상 남자들 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여성들이 사진을 배우고 싶어했다.
그러다보니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나를 보고 ‘꽃밭에서 논다’고 부러워 하기도 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여자도 있었지만, 만약에 사심으로 만남을 갖거나 하는 경우엔 온 동네에 소문이 나는 것은 순간의 일일터,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의 조그만 소도시에서는....
잠시 생각에 빠진 내게 미옥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만나신 거예요, 못 만나신 거예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안 만난 것이 정답일듯 싶은데요.”
“그 말씀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일부러 피하신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겠네요?”
“후후... 그렇다고 해도 되겠죠.”
한 동안 그녀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어 있는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선생님. 저 안아주세요!”
찻잔속의 국화 꽃잎이 행여 다칠세라 맛을 음미하던 미옥씨가 조용히 말하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니....갑자기...... 안아달라니요?”
내 목소리가 덩달아 떨리고 있음을 나는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진짜 곰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미옥씨의 눈엔 작은 이슬 방울 하나가 맺히더니, 오똑한 콧날을 따라 또르르 굴러 내리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갑자기 안아달라는 미옥씨의 말.
그것이 자신을 사진을 배웠던 제자가 아니라, 여자로 봐달라는 말이 아닌가?
나름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가진 미옥씨가 내게 왜?‘
지금껏 내가 봐왔던 그녀는 나이에 걸맞는 것들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 온 몸을 치장한 여자였다.
들리는 말로는, 남편은 지역에서 나름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대표이고, 아이들은 외국에 보내 공부를 시키고 있는 상류층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생활은 여유가 있고, 시간은 남아 돌아가고......
뭔가에 몰두하기 위해, 아니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진반에 등록했던 사람으로 나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
그녀의 얼굴에 흘러 내리던 눈물은 화장을 지우며 작은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작은 흔적을 바라보는 순간, 작은 흔적이 아니라 커다란 생채기로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시겠죠, 더군다나 여자가........?”
나는 미옥씨에게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그녀의 말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겨진 담배갑이 손에 잡혔다.
나는 엉겁결에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한 개비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라이터에 피어난 파란 불꽃은 제 짝을 찾아가듯 하얀 담배에 전이되어 하늘색 연기를 허공에 피워내고 있었다.
윤.미.옥.
내가 그녀를 여자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그녀는 중년 여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눈에 띄는 여인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풍족한 생활 여건에, 여유로운 시간.
어쩌면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 사진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열성적인 자세로 사진을 배우려 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가 뭐라고 눈치를 줘도 질문하고, 묻고.......
특히 모르는 것을 물어볼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초등학교에 갓 들어온 애기같았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연락을 끊었다.
사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수강생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연락을 끊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네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니 나는 그녀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담배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몸을 태우고, 하얀 연기는 작은 포말이 되어 허공을 감돌고 있었다.
길게 이어지는 침묵 끝에 말했다.
“미옥씨. 지금 미옥씨가 한 말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눈물 자욱이 흘러내린 미옥씨를 보면서 말했다.
“네, 선생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제가 당돌한 말을 해서 많이 놀라셨죠?.”
“네, 너무 놀랍고,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눈물 자욱을 찍어내면서 그녀가 말했다.
“왜 그러냐고 묻고 싶으시죠?”
그녀는 정확히 내 가슴이 원하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네, 솔직히...........”
‘선생님을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니.. 까..요..................‘
“미옥씨. 맥주 한 잔 어때요?”
“네. 좋아요, 선생님.”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제길.... 맥주가 없다.
냉장고안엔 요구르트 2개, 비타오백 2개, 그리고 작은 생수병 한 개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여긴 모텔이지.......’
“카운터죠?
여기 맥주 좀 몇 병 갖다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길.... 매상을 올려주는데도 사무적인 말투의 카운터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미옥씨,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 겁니까?”
그랬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미옥씨, 이리 앉으세요.”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객실 테이블 의자에 앉혔다.
작은 어깨를 통해 그녀가 살짝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옥씨, 분명히 말할께요.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미옥씨가 원하지 않는 행동은 어떤 것이든 하지 않을겁니다..
그러니까, 겁내거나, 떨지 마세요.
미옥씨가 그렇게 불안해 하면, 내가 나쁜 놈이 되잖아요.“
그리곤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자, 맥주 한잔 드세요!”
카운터에서 갖다 준 맥주를 두 개의 컵에 나란히 따른 후에 한잔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하얀 거품이 넘실대는 잔을 받아 든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건배해요, 우리.....”
“우리..... 좋아요, 대신 건배사는 미옥씨가 해요”
내가 잔을 들어 그녀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
‘우리, 두 사람을 위하여!
시원한 맥주가 맥주가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자 알싸한 기운이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어때요, 미옥씨?”
“맥주 맛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평소에 술 많이 안 드시는 모양이죠?”
“네, 거의 안 마시는 편이예요.”“그런데 오늘은......?”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그녀가 말했다.
“오늘은 오늘이니까요.”
“미옥씨. 산이 너무 예쁘네요.......”
모텔 창문 밖엔 신록이 우거진 산자락이 자리하고 있었다.
창문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뒤에 서서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그러게요, 지금껏 봤던 모습하곤 많이 달라 보이네요.”
“카메라로 보는 것 하곤 어때요?”
어느새 두 팔은 그녀의 어깨를 지나 앞 가슴에서 깍지를 키면서 물었다.
순간,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함께 뭉클한 중량감이 팔뚝을 지나 전해지고 있었다.
“달라요, 선생님.”그녀는 여전히 밖을 바라본 채 가슴을 덮고 있는 손위에 두 손을 모으면서 말했다.
“아마.....둘이 같이 한 곳을 바라복 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쏴아!
욕실에서 조용한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장대위에 그녀의 옷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욕실에선 샤워기의 간헐적인 물소리가 들렸다.
문 하나 사이에 그녀와 내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고적 모습으로 쏫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겠지.....
문득,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욕실을 향해 발을 옮겨 손잡이를 돌렸다.잠겨있는 손잡이는 더 이상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라의 모습으로 바디크림으로 몸을 닦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침실과 욕실 사이에 있는 유리는 밖에선 안을 볼 수 있지만, 안에선 밖을 볼 수 없는 반투명 유리로 구분지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그것을 모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모르고 태연하게 샤워를 했던 것이다.
내 눈이 고정되었다.
단 한 곳을 응시한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곳엔 조금 전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아름다운 여인이 전라의 모습으로 물줄기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었다.
행여 머리카락이 젖을까봐 커버를 머리에 썼지만 나머지 육체는 벌거숭이인 채로 몸을 씻고 있었다.
‘헉!, 그녀의 나신을 바라본 나는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동안 마음속으로 수없이 간음을 했던 여인,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여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슴의 목처럼 길게 이어진 목선이 끝나는 곳엔 손으로 만지면 터질듯한 유방이 풍만함을 자랑하며 솟아있고, 그 정점엔 갈색으로 채색된 두 개의 봉우리가 수줍은 미소를 띄운 채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손을 대면 ‘톡’터질듯이.......
이어지는 잘록한 허리의 곡선, 호리병을 연상케하는 허리 라인 아래엔 커다란 엉덩이가 마치 점령군처럼 그녀의 상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옷을 입었을 때의 그녀와는 또 다른 그녀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타올에 크린져를 묻혀 풍만한 가슴을 씻어 내리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음미하듯이 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잠겨진 손잡이를 부수고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제하면서 눈으로만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순간, 그녀가 의식하지 못한 채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 신비의 밀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하복부 중앙에 자리한 음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적당한 양의 음모는 그녀의 신비지를 다 가리지 못하는 듯 언뜻 보이는 신비의 계곡 위에만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그녀가 한 쪽 다리를 욕조 자리에 올리는 순간, 그녀의 핑크빛 계곡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디로 아름다웠다.
두 아이를 둔 주부의 신비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바디크린저를 타올에 듬뿍 묻혀 가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샤워기로 몸을 씻은 후에 타올로 온 몸을 가믄 순간 나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의자에 앉아 김 빠진 맥주를 목에 털어넣는 순간 욕실문이 빼꼼히 열리고,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잔뜩 기대하고 바라본 내눈엔 커다란 수건으로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가린 그녀가 있었다.
“선생님..... 저... 샤워 다 했는데...”
“아, 네.....”나는 허겁지겁 옷을 벗고 팬티 바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안엔 가득한 수증기가 안개처럼 내려 앉아 있었다.
윤미옥. 그녀의 향기와 함께.
나는 허둥거리며 샤워기로 몸을 씻었다.
대충 아랫도리만을 중점적으로 씻은 후에 거울 앞에 서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데, 세면대위에 있는 칫솔에 치약이 얹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준비해 둔 것이다.
나를 위해, 아니 우리를 위해........
그녀가 준비해둔 칫솔로 정성스레 양치를 한 후에 욕실문을 열고 나왔다.
환했던 방안엔 약간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밝은 불빛 아래서 마주 하기가 부끄러워 조도를 낮춰 놓은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놓았던 내 옷들이 가지런하게 화장대위에 그녀의 옷가지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런데 침대위에 있어야 할 그녀가 없었다.
그녀는 있었지만 그녀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침대에 누워 시트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숨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시트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드디어 사슴눈을 한 그녀가 벗겨지는 시트를 따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트를 가슴께까지 벗겨낸 후에 침대 모서리에 걸쳐 앉으며 말했다.
“미옥씨. 숨지 말아요.”
몸을 숙여 두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잡아,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연체동물처럼 내가 당기는 대로 몸을 일으켜, 시트로 가슴을 가린 채 앉았다.
“미옥씨”
그윽한 미소를 담은채 그녀에게 말했다.
“네, 선생님.”“미옥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그녀는 약간 겁에 질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옥씨.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누구의 남편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니예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허울을 모두 벗어던져 버린 인간 김태우와 윤미옥,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겁니다.
태초의 모습으로 만난 두 사람만.......,
미옥씨, 내 말뜻 알겠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아요, 선생님.”
나는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살며시 안으며 말했다.
“미옥씨. 안아주고 싶어요.”
그녀가 내게 안기며 말했다.
“선생님 품안이 넓고 따뜻해요.
꼬옥 안아주세요.“
“어떻게? 이렇게요?”
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우왁스럽게 가슴에 꽉 안아버렸다.
“아! 그렇게 꽉 안으면 아프단 말이예요. 부드럽게.....그것도 몰라요?”
그녀는 토라진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미옥씨가 너무 예뻐서........”“흥! 한 번 더 예뻐하면 갈비벼 다 부러지겠네요!”
“하하하, 그러면 아주 내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되겠네.
오히려 잘됐네, 뭐“
“미옥씨, 조금 전에 내가 누구의 남편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자고 말한 것 기억해요?”나의 진지한 표정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미옥씨.지금부터 나는 미옥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겁니다.
이성이 지배하는 사랑이 아니라 내 가슴이 시키는대로 미옥씨를 사랑할거라구요.
그래도 괜찮아요?“
“네, 선생님. 저도 그런 사랑을 원해요.
그렇게 해주세요. 선생님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을께요.“
“분명히 대답했어요. 다른 말 하기 없기예요.”
내가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선생님이나 다른 말 하시지 마세요.”
그녀가 새끼 손가락을 걸며 대답했다.
“미옥씨. 침대에서 나와 내앞에 서요.”“네.... 그건 부끄럽잖아요?”
“우리 사이에 부끄러워하면서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죠?
부그러워하지 말고 당당해져요, 우리......“내 말에 결심한 듯 그녀가 침데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그녀는 샤워를 끝낸 후에 언제 입었는지 팬티와 브레지어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눈부신 모습이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분홍색으로 맞춰 입은 팬티와 브레지어.
브레지어는 풍만한 그녀의 유방을 모두 담지 못하는 듯 컵이 겨우 유방의 반 정도만을 가리고 있었고, 가운데 모아진 골짜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앞부분이 망사로 처리된 팬티는 가리개라기보단 음부를 돋보이게 하는 자익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숭숭 뚫린 망사 사이로 음부으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고, 좁은 팬티 옆으로 그녀의 음모 몇 가닥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숨막히는듯한 그녀를 보노라니 내 성기는 이성과는 상관없이 코브라 대가리처럼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런 내 하반신을 무심코 쳐다본 그녀가 작게 소리쳤다.
“어머, 선생님, 민망해요!”
“만망하다니요?”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민망한건가요?“
그녀가 손으로 살짝 눈을 가린 채 말했다.
“미옥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순간엔 가장 인간적인 표현을 할거예요.
말을 빙빙 돌려서 하지 않을거라구요.
명칭도 가장 원초적으로 할겁니다. 내가 미옥씨한테 워하는 것도 적나라하게 할거예요.
그리고 미옥씨도 그렇게 나처럼 해야 됩니다. 아셨죠?그녀는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그녀가 원한 답이 무엇인지는 정리가 되지 않았고.....
“숙제 검사는 어떻게?”
산을 내려오면서 내가 물었다.
그런 나를 조용한 미소로 쳐다보던 그녀가 내게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무어라 입력을 하곤 핸드폰을 돌려 주었다.
“작가님 핸드폰에 복수초라고 입력했거든요.
숙제 마치시면 전화 주세요.“
“전화왔어요!”
갑자기 울리는 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감사합니다, ***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실례지만 누구신지.......”
“어머, 선생님 벌써 제 목소리도 잊으셨어요?
너무 서운한데요, 선생님.“
그때까지도 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치맨가........’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센생님, 저 윤미옥이라구요!”
그녀가 못내 서운한듯 꽥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윤 미 옥.
몇 개월 전 내게서 사진을 배우던 여자, 165센치 정도의 키에 체형이 약간 통통했던 여인.
사진 공부는 건성건성, 사진보다는 오히려 자연속에서 해방감을 더 느끼는 것 같았던 그녀.
그녀는 한 동안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왜?
“아, 미옥씨구나!. 하도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어쨌든 미안하네요, 숙녀분 목소리도 몰라보고.....“
나름 변명을 하는 내게 그녀가 대뜸 말했다.
“선생님, 오늘 점심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죠?”
“시간은 낼 수 있는데, 갑자기 무슨 일로.....”
아무리 생각해도 미옥씨가 나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선생님, 그런 말도 모르세요?”
광고에서 이순재씨가 그러잖아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하하하...>“
미옥씨의 엉뚱한 말에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럼 선생님이 허락하신 걸로 알고 열한시 반에 선생님 공장 앞으로 갈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미옥씨, 점심 잘 얻어 먹었으니, 제가 차 한 잔 살께요.”
다짜고짜 찾아온 미옥씨는 점심식사가 끝날때까지 왜 나를 호출했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만을 했다. 백세주 한 병을 마시면서......
마침 나는 내일 병원 검진이 예약되어 있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약간 얼굴이 발그레해진 미옥씨를 대신하여 그녀의 차를 운전하기로 했다.
“미옥씨, 멀지않은 곳에 조용한 찻집이 있으니 그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선생님이 알아서 가세요.”
미옥씨는 조수석에 편안히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기 위해 조수석으로 몸을 돌린 순간, 향긋한 그녀의 몸내음이 코끝을 간지렀다.
미옥씨는 내가 벨트를 채워주는 모습을 당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생님이 이렇게 벨트를 채워준 여자가 몇 명이나 되세요?”
“미옥씨가 처음인데요.”
“호호호.....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믿을께요, 선생님.”
“미옥씨, 국화차 맛이 어때요?”
어느새 우리는 램프의 향기란 찻집에서 노란 빛깔이 아름다운 국화차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향기도 좋지만, 저는 찻잔에 떠있는 작은 국화꽃이 더 마음에 드는데요.”“나도 지금 그 생각을 했는데, 우린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군요.”
미옥씨는 내 말을 들으며조용히 찻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차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마치 조심하지 않으면 꽃잎이 깨지기라도 할듯이.....
“미옥씨, 내게 무슨 할말이 있는 것 같은데......”그녀는 고개를 들어 한동안 내 눈에 눈을 맞추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옥씨의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미옥씨의 질문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선생님, 알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님, 진짜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미옥씨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나의 대답에 미옥씨는 탁자에 손으로 턱을 괸 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선생님은 결혼하신 후에 누군가 다른 여자를 사랑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이제 그녀의 질문 의도를 조금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결혼후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네요.”
그녀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젊은 여자분들을 그렇게 많이 만나시는데 그런 적이 없으시다구요?”
“미옥씨도 알다시피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여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관계로 만나는 겁니다.
사진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입장으로....“그랬다. 사진교습을 하면서 많은 여자들을 만난 것이 사실이었다.
사진의 특성상 남자들 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여성들이 사진을 배우고 싶어했다.
그러다보니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나를 보고 ‘꽃밭에서 논다’고 부러워 하기도 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여자도 있었지만, 만약에 사심으로 만남을 갖거나 하는 경우엔 온 동네에 소문이 나는 것은 순간의 일일터,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의 조그만 소도시에서는....
잠시 생각에 빠진 내게 미옥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만나신 거예요, 못 만나신 거예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안 만난 것이 정답일듯 싶은데요.”
“그 말씀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일부러 피하신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겠네요?”
“후후... 그렇다고 해도 되겠죠.”
한 동안 그녀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어 있는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선생님. 저 안아주세요!”
찻잔속의 국화 꽃잎이 행여 다칠세라 맛을 음미하던 미옥씨가 조용히 말하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니....갑자기...... 안아달라니요?”
내 목소리가 덩달아 떨리고 있음을 나는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진짜 곰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미옥씨의 눈엔 작은 이슬 방울 하나가 맺히더니, 오똑한 콧날을 따라 또르르 굴러 내리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갑자기 안아달라는 미옥씨의 말.
그것이 자신을 사진을 배웠던 제자가 아니라, 여자로 봐달라는 말이 아닌가?
나름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가진 미옥씨가 내게 왜?‘
지금껏 내가 봐왔던 그녀는 나이에 걸맞는 것들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 온 몸을 치장한 여자였다.
들리는 말로는, 남편은 지역에서 나름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대표이고, 아이들은 외국에 보내 공부를 시키고 있는 상류층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생활은 여유가 있고, 시간은 남아 돌아가고......
뭔가에 몰두하기 위해, 아니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진반에 등록했던 사람으로 나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
그녀의 얼굴에 흘러 내리던 눈물은 화장을 지우며 작은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작은 흔적을 바라보는 순간, 작은 흔적이 아니라 커다란 생채기로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시겠죠, 더군다나 여자가........?”
나는 미옥씨에게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그녀의 말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겨진 담배갑이 손에 잡혔다.
나는 엉겁결에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한 개비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라이터에 피어난 파란 불꽃은 제 짝을 찾아가듯 하얀 담배에 전이되어 하늘색 연기를 허공에 피워내고 있었다.
윤.미.옥.
내가 그녀를 여자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그녀는 중년 여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눈에 띄는 여인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풍족한 생활 여건에, 여유로운 시간.
어쩌면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 사진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열성적인 자세로 사진을 배우려 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가 뭐라고 눈치를 줘도 질문하고, 묻고.......
특히 모르는 것을 물어볼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초등학교에 갓 들어온 애기같았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연락을 끊었다.
사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수강생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연락을 끊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네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니 나는 그녀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담배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몸을 태우고, 하얀 연기는 작은 포말이 되어 허공을 감돌고 있었다.
길게 이어지는 침묵 끝에 말했다.
“미옥씨. 지금 미옥씨가 한 말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눈물 자욱이 흘러내린 미옥씨를 보면서 말했다.
“네, 선생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제가 당돌한 말을 해서 많이 놀라셨죠?.”
“네, 너무 놀랍고,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눈물 자욱을 찍어내면서 그녀가 말했다.
“왜 그러냐고 묻고 싶으시죠?”
그녀는 정확히 내 가슴이 원하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네, 솔직히...........”
‘선생님을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니.. 까..요..................‘
“미옥씨. 맥주 한 잔 어때요?”
“네. 좋아요, 선생님.”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
제길.... 맥주가 없다.
냉장고안엔 요구르트 2개, 비타오백 2개, 그리고 작은 생수병 한 개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여긴 모텔이지.......’
“카운터죠?
여기 맥주 좀 몇 병 갖다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길.... 매상을 올려주는데도 사무적인 말투의 카운터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미옥씨,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 겁니까?”
그랬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미옥씨, 이리 앉으세요.”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객실 테이블 의자에 앉혔다.
작은 어깨를 통해 그녀가 살짝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옥씨, 분명히 말할께요.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미옥씨가 원하지 않는 행동은 어떤 것이든 하지 않을겁니다..
그러니까, 겁내거나, 떨지 마세요.
미옥씨가 그렇게 불안해 하면, 내가 나쁜 놈이 되잖아요.“
그리곤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자, 맥주 한잔 드세요!”
카운터에서 갖다 준 맥주를 두 개의 컵에 나란히 따른 후에 한잔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하얀 거품이 넘실대는 잔을 받아 든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건배해요, 우리.....”
“우리..... 좋아요, 대신 건배사는 미옥씨가 해요”
내가 잔을 들어 그녀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
‘우리, 두 사람을 위하여!
시원한 맥주가 맥주가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자 알싸한 기운이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어때요, 미옥씨?”
“맥주 맛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평소에 술 많이 안 드시는 모양이죠?”
“네, 거의 안 마시는 편이예요.”“그런데 오늘은......?”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그녀가 말했다.
“오늘은 오늘이니까요.”
“미옥씨. 산이 너무 예쁘네요.......”
모텔 창문 밖엔 신록이 우거진 산자락이 자리하고 있었다.
창문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뒤에 서서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그러게요, 지금껏 봤던 모습하곤 많이 달라 보이네요.”
“카메라로 보는 것 하곤 어때요?”
어느새 두 팔은 그녀의 어깨를 지나 앞 가슴에서 깍지를 키면서 물었다.
순간,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함께 뭉클한 중량감이 팔뚝을 지나 전해지고 있었다.
“달라요, 선생님.”그녀는 여전히 밖을 바라본 채 가슴을 덮고 있는 손위에 두 손을 모으면서 말했다.
“아마.....둘이 같이 한 곳을 바라복 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쏴아!
욕실에서 조용한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장대위에 그녀의 옷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욕실에선 샤워기의 간헐적인 물소리가 들렸다.
문 하나 사이에 그녀와 내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고적 모습으로 쏫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겠지.....
문득,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욕실을 향해 발을 옮겨 손잡이를 돌렸다.잠겨있는 손잡이는 더 이상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라의 모습으로 바디크림으로 몸을 닦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침실과 욕실 사이에 있는 유리는 밖에선 안을 볼 수 있지만, 안에선 밖을 볼 수 없는 반투명 유리로 구분지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그것을 모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모르고 태연하게 샤워를 했던 것이다.
내 눈이 고정되었다.
단 한 곳을 응시한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곳엔 조금 전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아름다운 여인이 전라의 모습으로 물줄기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었다.
행여 머리카락이 젖을까봐 커버를 머리에 썼지만 나머지 육체는 벌거숭이인 채로 몸을 씻고 있었다.
‘헉!, 그녀의 나신을 바라본 나는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동안 마음속으로 수없이 간음을 했던 여인,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여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슴의 목처럼 길게 이어진 목선이 끝나는 곳엔 손으로 만지면 터질듯한 유방이 풍만함을 자랑하며 솟아있고, 그 정점엔 갈색으로 채색된 두 개의 봉우리가 수줍은 미소를 띄운 채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손을 대면 ‘톡’터질듯이.......
이어지는 잘록한 허리의 곡선, 호리병을 연상케하는 허리 라인 아래엔 커다란 엉덩이가 마치 점령군처럼 그녀의 상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옷을 입었을 때의 그녀와는 또 다른 그녀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타올에 크린져를 묻혀 풍만한 가슴을 씻어 내리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음미하듯이 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잠겨진 손잡이를 부수고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제하면서 눈으로만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순간, 그녀가 의식하지 못한 채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 신비의 밀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하복부 중앙에 자리한 음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적당한 양의 음모는 그녀의 신비지를 다 가리지 못하는 듯 언뜻 보이는 신비의 계곡 위에만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그녀가 한 쪽 다리를 욕조 자리에 올리는 순간, 그녀의 핑크빛 계곡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디로 아름다웠다.
두 아이를 둔 주부의 신비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바디크린저를 타올에 듬뿍 묻혀 가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샤워기로 몸을 씻은 후에 타올로 온 몸을 가믄 순간 나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의자에 앉아 김 빠진 맥주를 목에 털어넣는 순간 욕실문이 빼꼼히 열리고,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잔뜩 기대하고 바라본 내눈엔 커다란 수건으로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가린 그녀가 있었다.
“선생님..... 저... 샤워 다 했는데...”
“아, 네.....”나는 허겁지겁 옷을 벗고 팬티 바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안엔 가득한 수증기가 안개처럼 내려 앉아 있었다.
윤미옥. 그녀의 향기와 함께.
나는 허둥거리며 샤워기로 몸을 씻었다.
대충 아랫도리만을 중점적으로 씻은 후에 거울 앞에 서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데, 세면대위에 있는 칫솔에 치약이 얹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준비해 둔 것이다.
나를 위해, 아니 우리를 위해........
그녀가 준비해둔 칫솔로 정성스레 양치를 한 후에 욕실문을 열고 나왔다.
환했던 방안엔 약간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밝은 불빛 아래서 마주 하기가 부끄러워 조도를 낮춰 놓은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놓았던 내 옷들이 가지런하게 화장대위에 그녀의 옷가지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런데 침대위에 있어야 할 그녀가 없었다.
그녀는 있었지만 그녀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침대에 누워 시트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숨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시트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드디어 사슴눈을 한 그녀가 벗겨지는 시트를 따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트를 가슴께까지 벗겨낸 후에 침대 모서리에 걸쳐 앉으며 말했다.
“미옥씨. 숨지 말아요.”
몸을 숙여 두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잡아,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연체동물처럼 내가 당기는 대로 몸을 일으켜, 시트로 가슴을 가린 채 앉았다.
“미옥씨”
그윽한 미소를 담은채 그녀에게 말했다.
“네, 선생님.”“미옥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그녀는 약간 겁에 질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미옥씨.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누구의 남편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니예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허울을 모두 벗어던져 버린 인간 김태우와 윤미옥,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겁니다.
태초의 모습으로 만난 두 사람만.......,
미옥씨, 내 말뜻 알겠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아요, 선생님.”
나는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살며시 안으며 말했다.
“미옥씨. 안아주고 싶어요.”
그녀가 내게 안기며 말했다.
“선생님 품안이 넓고 따뜻해요.
꼬옥 안아주세요.“
“어떻게? 이렇게요?”
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우왁스럽게 가슴에 꽉 안아버렸다.
“아! 그렇게 꽉 안으면 아프단 말이예요. 부드럽게.....그것도 몰라요?”
그녀는 토라진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미옥씨가 너무 예뻐서........”“흥! 한 번 더 예뻐하면 갈비벼 다 부러지겠네요!”
“하하하, 그러면 아주 내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되겠네.
오히려 잘됐네, 뭐“
“미옥씨, 조금 전에 내가 누구의 남편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자고 말한 것 기억해요?”나의 진지한 표정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미옥씨.지금부터 나는 미옥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겁니다.
이성이 지배하는 사랑이 아니라 내 가슴이 시키는대로 미옥씨를 사랑할거라구요.
그래도 괜찮아요?“
“네, 선생님. 저도 그런 사랑을 원해요.
그렇게 해주세요. 선생님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을께요.“
“분명히 대답했어요. 다른 말 하기 없기예요.”
내가 장난스런 웃음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선생님이나 다른 말 하시지 마세요.”
그녀가 새끼 손가락을 걸며 대답했다.
“미옥씨. 침대에서 나와 내앞에 서요.”“네.... 그건 부끄럽잖아요?”
“우리 사이에 부끄러워하면서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죠?
부그러워하지 말고 당당해져요, 우리......“내 말에 결심한 듯 그녀가 침데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그녀는 샤워를 끝낸 후에 언제 입었는지 팬티와 브레지어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눈부신 모습이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분홍색으로 맞춰 입은 팬티와 브레지어.
브레지어는 풍만한 그녀의 유방을 모두 담지 못하는 듯 컵이 겨우 유방의 반 정도만을 가리고 있었고, 가운데 모아진 골짜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앞부분이 망사로 처리된 팬티는 가리개라기보단 음부를 돋보이게 하는 자익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숭숭 뚫린 망사 사이로 음부으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고, 좁은 팬티 옆으로 그녀의 음모 몇 가닥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숨막히는듯한 그녀를 보노라니 내 성기는 이성과는 상관없이 코브라 대가리처럼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런 내 하반신을 무심코 쳐다본 그녀가 작게 소리쳤다.
“어머, 선생님, 민망해요!”
“만망하다니요?”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민망한건가요?“
그녀가 손으로 살짝 눈을 가린 채 말했다.
“미옥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순간엔 가장 인간적인 표현을 할거예요.
말을 빙빙 돌려서 하지 않을거라구요.
명칭도 가장 원초적으로 할겁니다. 내가 미옥씨한테 워하는 것도 적나라하게 할거예요.
그리고 미옥씨도 그렇게 나처럼 해야 됩니다. 아셨죠?그녀는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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