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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56 1,153회 0건
-너 윤진이랑 영화보고 밥먹었다며? 이 새끼 그냥 친구라면서 존나 내숭이었네.

원찬이 민성의 책상위에 앉으면서 말을 걸었다. 민성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냥 친구면 영화보면 안돼?
-어쭈? 야. 꼴통. 지금 개기냐?
-개기는게 아니라 니가 먼저 시비를 걸잖아.

원찬은 예상치 못한 민성의 대꾸에 화가났다. 민성도 자기가 평소보다 조금 더 심하게 나갔는지 말을 이어나간 다음 바로 고개를 숙여 책을 보기 시작했다. 원찬은 민성의 뺨을 살짝 툭툭 쳤다.

-최민성. 꼴통새끼야. 나 봐봐. 고개 들어보라고 개새끼야.
-왜? 뭐 더 할말 있어?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원찬은 민성의 멱살을 잡았다가 이내 놓았다.

-알았다. 씨발... 니가 윤진이 좋아한다는데 내가 훼방을 놓으면 안되지. 잘 한번 해봐라.

원찬은 교실 밖을 나가면서 민성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민성도 쉬는시간에 옆반으로 가 윤진이에게 잠깐 얘기 하자고 불러냈다.

-어? 무슨일이야?
-윤진아, 너 원찬이랑 무슨 얘기한거야? 저런 놈이랑 엮여서 뭐 좋을게 없어.
-아니 그때 몇 번 토요일에 자습한거 말고는 딱히 뭐 없었는데.
-우리 영화 같이 본 이야기는 왜 했는데?
-그게 뭐 별다른 얘기도 아니고 그냥 영화한번 본건데, 왜 원찬이가 뭐래?
-아니. 그런건 아니고. 난 그냥 그런 애들이랑 엮이기가 싫거든.
-알았어. 니 말 알아들었어. 원찬이는 그렇게 나쁜애 같지는 않던데.. 난 뭐 너랑 더 친하니깐. ㅋㅋ 걱정마

민성은 윤진의 다짐을 받아내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민성은 재빨리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시험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다가 잠이 와서 잠깐 졸았는데 뒤에서 껄렁껄렁 한 목소리로 연도혁, 이재욱이 배원찬과 떠들고 있었다. 민성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순간 퍽하고 연도혁이 최민성의 뒤통수를 심하게 후려쳤다.

-악! 뭐야?

골이 흔들릴 정도로 머리를 심하게 맞은 민성이 뒤를 홱 돌아보며 도혁을 쳐다봤다.
-야 이 씨발놈아, 너 니 좆집한테 왜 우리 욕하고 다니냐?
-내가 무슨 욕을 했는데?
-너 원찬이에 대해서 얘기할 때 나랑 재욱이가 친구라고 했다며?
-근데 그게 뭐 잘못이야?
-니가 우리를 병신같이 생각했으니깐 원찬이에 대해서 얘기할 때 우리에 대해서 말했겠지

민성은 저번 한약 사건때 처럼 이번에도 원찬이라 쫄래쫄래 가서 도혁에게 일러바쳤구나 하고 생각했다. 윤진은 원찬에게 너 누구누구랑 친구더라 수준으로 말했으리라. 도혁과 재욱이 워낙 학교에서 악명이 높다 보니 그들과 친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험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당사자인 도혁과 재욱이 아니더라도 S고등학교 애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항이었다.

-개같은 새끼야. 우리랑 친구인게 뭐 어때서?

옆에서 사탕을 물고 있던 재욱도 한마디 거들었다. 민성이 앉아있던 책상 다리를 발로 툭툭 치면서 민성을 자극했다. 민성은 책을 덮고 재욱을 쳐다보았다.

-쳐다보면 어쩔건데? 뭐 한 대 치겠다?

재욱은 주먹으로 민성의 가슴을 가격했다. 두 대를 가격한 후 민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재욱을 밀어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재욱과 민성을 엉켜서 싸움이 시작 됐고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싸움 구경을 하려고 애들이 몰려들었다. 민성이 싸운다는 소리를 듣고 윤진도 민성의 교실로 달려왔다. 민성이 처음에는 재욱을 제압하는 듯 했으나 도혁이 민성의 어깨를 잡고 돌려 발로 배를 한 대 걷어찼다. 민성은 윽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 뒤 편으로 나뒹굴어졌다.

-이 좆밥새끼, 샌님인줄 알았는데 성깔 한번 있네

도혁이 씩 웃어보이며 민성에게 다가갔다. 윤진은 도혁과 민성 사이에 끼어 들어갔다.

-야 그만해. 왜 싸우고들 그래?
-너 뭐냐? 이 꼴통새끼가 니 기둥서방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니가 그 윤진이란 년이구나. 니 서방 오늘 존나 맞아야겠다. 불쌍하거든 이따가 집에가서 다리라도 한번 벌려주던지 하하

도혁의 말을 듣고 민성은 눈이 돌았다. 그대로 일어나 도혁에게 달려들었다. 호기롭게 덤비는 민성에게 도혁이 두어대 맞는가 싶더니 체격과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민성은 도혁에게 다시한번 주먹으로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코피가 터졌다.

-꼴에 사내새끼라도 존심은 있는 모양이네. 아 좆같다, 진짜. 내가 요새 너무 착하게 살았지? 이제는 별 좆밥같은 새끼들도 다 덤비네. 씨발 이 새끼, 지 여친이 욕먹으니깐 덤비는 거 봐봐. 벌써 몇 번은 먹었나부네. 하하하

도혁은 민성을 향해 침을 퉤 뱉더니 발로 민성의 허벅지를 다시 한 대 걷어찼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민성은 수세적인 자세로 막기에 급급했다. 도혁은 일방적인 구타를 한 뒤에 윤진을 쳐다봤다. 야릇한 미소를 띠면서 윤진의 교복 위아래를 훑듯이 쳐다보고는 그대로 교실로 나갔다. 민성은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양호실로 갔다. 간단한 치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윤진이 찾아왔다.

-민성아 괜찮아? 많이 다쳤지?
-아냐 괜찮아. 너한테 괜히 쪽팔린다.
-아니야. 그럴거 없어. 그 깡패같은 놈들이 나쁜거지. 질 나쁜 애들인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 인줄은 정말 몰랐다.
-너랑 나랑 친하니깐 진짜 별의 별 놈들이 다 시비를 건다. 그치?
-원찬이란 애.. 정말 어떤 애인지 알겠다. 니가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알거같아.





오늘도 민성은 원찬과 함께 영내 운전교육을 나갔다. 일주일 넘게 운전교육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출발, 정지는 익혔지만 아직도 오르막길이나 거친 도로에서는 시동을 꺼먹기 일쑤였다.

-내가 알기로는 운전병이 근무 안 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되게 다르다. 너도 근무 서? 너 서는거 한번도 못봤는데..

원찬이 민성에게 물어봤다. 원찬은 자대에 온 뒤 위병소 근무와 불침번 근무를 계속 섰기 때문에 불만이었다.

-나도 신병때는 근무 많이 섰지. 차 잡고는 불침번 초번만 서다가 1호차 잡고는 아예 근무 열외됐어. 난 운행이 많았거든. 근무서다가 연대장님 찾으면 안되잖아. 지금은 1호차 땠는데 계원 애들이 까먹었나, 아예 명단에 안 넣네. ㅋㅋㅋ 나 지금 근무서면 너보다도 못할거다. 부사수만 몇 번했지, 사수는 아예 한번도 안해봤어. 막상 수하하라고 하면 나 아무것도 모를걸 ㅋㅋ
-부럽다. 나도 빨리 차 잡아야 되는데. 배차 계원이 니 동기니깐 말좀 잘 해줘
-경철이? 걔가 다 하는거 아니야. 넌 그리고 수송관님하고 영외 운전교육도 한번 나가야돼. 거기서 합격을 받아야 단독 운행이 가능하지. 너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 두 번 영외로 나가서도 합격 못받으면 너 작업병으로 빠질걸 ㅋㅋㅋ 어차피 중형 특기인 애들이 다 레토나 몰 줄 알고 생각보다 길도 많이 알고 운전도 잘해서 굳이 레토나 특기만 고집할 이유가 없거든. 민규랑 정일이도 원래는 중형이야.
-씨발. 그래? 작업병으로 빠지면 일만 죽어라 하는거잖아. 나 그럼 탈영한다. ㅋㅋ 운전병으로 온 보람이 없잖아.
-ㅋㅋ 내가 일하기 싫어서 너 운전교육 봐준다고는 하지만 너 영내 교육 합격을 주는건 두식이 형이니깐 나한테 이러지말고 두식이 형한테 비벼봐라 ㅋㅋ
-아 그 새끼? 꼴뵈기 싫어서 말도 안건다 요새는.

원찬은 미간을 찌뿌리며 대답했다. 본인도 운전 교육 시간 이외에는 영내에서 작업만 하는 것이 싫었는지 나름 진지하게 운전교육에 임하고 있었다. 민성은 의자에 기대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 있어서 말했다.

-유소라가 누구야?
-어? 연락왔어? 핸드폰 줘봐?

원찬은 민성의 핸드폰을 몰래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민성은 원래 그런 놈이라 생각하고 일단을 화를 참았다.

-자기 방학하고 요새 알바한다고 하던데. 근데 너 내 핸드폰 언제 쓴거야?
-아.. 그때 불침번 하고 와서 충전하길래 한번 보내봤다. 공중전화 쓰면 다른 애들이 또 지랄지랄 하잖아. 내가 잠 안자고, 잠 줄여가면서 전화한다는데 왜 지들이 지랄인지...
-야 그래도 어떻게 남의 걸 그렇게 말도 안하고 쓰냐.
-야야.. 쏘리다. ㅋㅋ 나도 이번에 여친 면회온다고 할 때 내 폰 가져오라고 말하게. 영내 반입은 못하더라도 군장점에 맡기도 가끔씩 외박이나 운행 나갈 때 사용하려구. 운전병 애들 다 그렇게 쓰는 거 같던데?
-너 이제 이등병인 놈이 진짜 나쁜 것부터 하나둘씩 배워가는구나 ㅋㅋㅋ

민성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이내 표정이 차가워졌다. 원찬은 원찬 나름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사사건건 꼬투리 잡는 민성이 이내 못마땅했다. 군대 안이라 겉으로는 내색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점차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게 한가지 있어. 별건 아니고 전에 이야기나 나와서 그냥 한번 물어보는건데 윤진이랑은 어떻게 사귀게 된거야?

민성은 흘러가는 듯이 툭 질문을 던지고는 원찬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원찬은 민성의 의도가 훤히 보여 대답을 해줄까말까 뜸을 들이고 있었다.

-아~ 윤진이? 아 별거 아냐. 그냥 무작정 들이댔지.

원찬은 민성의 질문에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 민성이 생각하기에 그날 도혁과의 싸움 이후에 윤진은 원찬, 재욱, 도혁 그 세명을 질 나쁜 애들로 생각했을텐데 어떻게 원찬과 사귈수 있었을까? 민성은 그 점이 궁금했던 것이다. 원찬은 취사장 뒷 공터에 다시 차를 주차시켜놓고는 시동을 껐다. 이번에는 민성이 원찬에게 농땡이 피지 말라고 핀잔을 줄 수 없었다.

-윤진이가 그때 기말고사 끝나고 수학 단과반을 들었더라고. 난 그 소식 듣자마자 나도 바로 거기 등록했지.




윤진이 학원에서 교재를 수령 받고 있었다. 모의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른 후에 수학 공부를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2여름방학 때 수학을 잡아놔야 이후에 수학 때문에 다른 공부까지 피해를 입지 않겠다 하는 판단에서였다.

-어 윤진아, 너 이 수업 들어? 나도 이거 듣는데.. 잘됐다. 아는 애가 하나도 없어서 심심할까 했는데 너를 여기서 다 보네?

원찬은 우연히 윤진을 본 것처럼 인사하면서 다가갔다. 윤진은 지난번 도혁의 일도 있었고 민성의 당부도 무시할 수 없어서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원찬은 계속해서 윤진의 뒤를 따라왔다.

-저번에 일로 해서 나까지 이상하게 보는구나? 도혁이 그놈 그냥 같이 다니는거야. 초등학교랑 중학교까지 같이 나와서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친한 정도지. 나도 걔 그렇게 양아치처럼 하고 다니는거 별로 안좋아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 그때 모욕 준건 내가 한마디 했어. 그렇다고 그런놈이 너한테 찾아가서 사과할 성격은 못되고, 그냥 내가 사과할게.
-아냐, 니 사과 필요없어. 그리고 난 일부러 아는 애 없이 다니려고 이 학원 등록했거든. 너도 무슨 수업을 듣든 니 자유니깐 같이 다닌다는 개념없이 알아서 다니자.

윤진은 칠판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아 교재를 펼쳤다. 원찬은 윤진의 뒷자리로 가서 책을 폈다. 이번 기말고사때 반에서 원찬은 2등, 민성은 4등을 했다. 민성은 시험 전주에 있었던 도혁의 구타 때문에 악영향을 받았는지 살짝 성적이 미끄러졌다. 원찬이네 반에서 1등은 하는 한수라는 친구는 전교권 성적 이었기 때문에 아예 별개였고, 그 밑에서 원찬과 민성은 성적으로도 라이벌 구도가 있었다. 윤진은 제대로 수학공부를 하고자 약간 어려운 클래식을 신청했는데 수업을 한번 듣고는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끙끙 대는 윤진을 보면서 원찬은 차분히 한두 문제씩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윤진이 차갑게 반응했으나 점차 원찬의 설명을 들었고 잡담도 한두마디씩 늘어갔다. 방향이 비슷해 학원 차도 같은 차량으로 이동했고 방학이 시작할 때쯤에는 학원 수업 끝나고 간단히 떡볶이까지 먹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예배가 끝나고 찬송가 책을 정리하면서 민성은 윤진에게 물어보았다.

-너 요새 원찬이랑 같은 학원 다니더라
-응. 우연히 같은 학원 다니게 됐어.
-어떻게 들으면 유치할 수 있겠는데, 원찬이 걔랑 놀지마. 전에도 말했잖아.
-응 알아. 근데 뭐... 아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요새 공부는 잘돼?
-아니, 그냥 그렇지 뭐. 윤진아, 너 방학 시작하면 보충수업 할거야?
-응 하려구. 나 집에 있으면 공부 안되서 학교가서 수업듣고 자습하려구. 너도 할꺼지?
-응 나도 해야지. 빨리 방학좀 왔으면 좋겠다. 내년 여름방학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니깐 사실상 나의 학창시절의 마지막 여름방학이야.
-오~ 진짜 듣고보니 그렇네.

방학이 시작하고 민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를 했다. 어떤 날은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버스에서 윤진과 만나기도 했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학교도 같은 버스를 타고 하게 되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억압이 커질수록 비례해서 윤진에 대한 마음도 커져만 갔다. 대학을 갈 때 까진 연애를 할 여유도 의지도 없었지만 윤진은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커져만 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원찬 때문이라. 원찬은 가끔씩 민성과 윤진과의 사이에 끼어들어 윤진의 환심을 사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야 꼴통. 너랑 윤진이 같은 교회 다닌다며? 교회 다니는 년들이 더 잘 준다던데. 너도 윤진이가 언제한번 줄줄 알고 교회다니면서 기도하는거 아니냐?

하루는 원찬이 작정한 듯 민성에게 시비를 걸었다. 날도 덥고 스트레스가 만땅으로 치솟는 시기였기 때문에 민성은 원찬의 도발에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윤진이년 하복 타이트하게 입을 때마다 진짜 나 꼴려 미치겠다. 언제한번 먹든가 해야지. 안되겠다.

원찬의 도발은 계속 이어졌다. 민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만 저번처럼 괜히 덤볐다가 도혁과 재욱에게 빌미만 주는 꼴이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원찬이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윤진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민성이 자신이 윤진과 친하지 않았다면 윤진이 저런 쓰레기같은 자식에게 그런 모욕적인 취급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윤진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연애도 좋아하는 감정도 다 사치스럽다고 느껴졌다. 민성은 요새 내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새는 윤진이 수학문제를 알려달라고 할 때도 민성은 귀찮다며 혼자서 한번 끝까지 풀어보라고 종종 말했다. 그런데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그럴때마다 원찬이 윤진이 옆에 나타나 친절하게 수학문제를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민성에게는 윤진을 먹네마네 천박한 말들만 늘어놓고, 윤진앞에서는 다정한척 착한척을 다 하고 있었다. 원찬이 저 놈이 일부러 나를 자극해서 윤진이와 멀어지게 하려는구나. 그렇다고 윤진과 다시 친하게 지낼라치면 원찬의 도발과 괴롭힘은 더해져갔다. 민성은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어쩔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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