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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56 1,018회 0건
모처럼 민성은 원찬과 운전 교육을 나왔다. 요 며칠 두식이 운행이 많아 민성이 할 수 없이 운전 교육에 나선 것이다. 원찬은 두식보다 민성과의 교육을 당연히 더 좋아했다. 두식은 작은 실수에도 화만내고 성질을 냈기 때문이다. 원찬이 다소 능숙해진 솜씨로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두식이 그 새끼 없으니까 진짜 살 것같다. 전역하고 그 새끼 길에서 만나면 진짜 조져 놓을거야.
-글세.. ㅋㅋ 마음대로 될까? 너 두식이 형 입대 전에 뭐했는지 모르지? 괜히 죽사발 되지나 말고 ㅋㅋ
-병신같은게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도혁이 만큼 할까. 선임이라도 그냥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계급장 떼고 한번 제대로 붙어봐?

민성의 얼굴이 다소 경직됐다. 도혁이란 놈. 애써 잊고 살았는데 아직도 둘이 연락하고 있었구나. 민성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어봤다.

-아... 고등학교때 도혁이? 걔 요새 뭐한대? 잘 지낸대?
-걔 공익갔어? 되게 웃기지? 너도 현역인데, 그런 놈이 공익이라니. 사구체쪽이 안좋대.
-<나도 현역인데>라는 뭐야. 은근 뉘앙스 묘하네.
-아니, 아니.. ㅋㅋ 말이 그렇다는 거지.

민성이 살짝 기분 나쁜 제스쳐를 취하자 원찬은 웃으며 얼버무렸다.

-아냐, 민성이 너 되게 달라졌어. 군대에서 운동 많이 했나봐. 나도 빨리 운동해야 되는데. 군대 오니깐 잠도 잘 못자고 일만 죽어라 하고, 만성 피로인가 몸만 더 축나는거 같아.

원찬은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요새도 윤진이 찾아? 페x스북 보면 찾을 수도 있을 건데. 얼마 전에 친구랑 통화하다가 살짝 물어봤는데, 재수하고 나서 저 밑쪽으로, 어디였더라? 경북대인지 부산대로 대학 갔대.

갑작스런 윤진의 소식에 민성은 귀가 번쩍했다.

-페x스북에서 검색이 안되더라고.
-올~ 벌써 검색 다 해봤구나. 너 참 윤진이 좋아했지? 그럼 저번에 내가 윤진이 사겼다고 말했을때 기분 별로 안좋았겠네. 말을 하지. 그럼 말 조심했을텐데.
-좋아하긴. 그냥 집도 가깝고 초딩 동창이라 남들보다 조금 더 친했던 거지. 오히려 내가 윤진이랑 친하다고 너 겁나 질투했었잖아.
-ㅋㅋㅋ 언제적 이야기야. 그땐 내가 좀 어렸었지. ㅋㅋ

원찬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원찬은 사실 요즘 민성에게 살짝 불만인게 있었다. 계급차는 그렇다 치고 민성이 기두식과 함께 다니며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부쩍 기두식이 자신을 더 못살게 군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하는 심정으로 조금 더 윤진이 이야기를 짓궂게 했다.

-윤진이가 진짜 괜찮았는데. 맛도 쫄깃하고.

원찬은 옆을 흘기며 더 자극적인 말을 내뱉었다. 민성은 무표정인 얼굴로 의자에 기대 창밖을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근데 한 때 사겼다면서 어떻게 소식도 모를 수 있어?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다모임사이트 시절에도 그러지는 않겠다.
-모르지 뭐. 고3때 공부한다고 바쁘고 나 서울로 대학오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진거지. 안 그래도 우리 동창회 한번 해야 하는데.
-동창회는 무슨. 이제 다들 사회에서 자리잡고 여유 있을때 그때나 보는거지.
-그런가. 사실....

원찬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윤진이랑 안 좋게 헤어진 것도 있어.







기말고사가 끝난 뒤 더욱 사이가 멀어진 민성과 윤진의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수학 단과 학원도 매일 같이 다니고 학교에서도 자습시간에는 가까이 앉으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 즈음에는 서로 공부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교제를 합의했다. 주변 몇몇에게만 교제 사실을 알리고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윤진은 교제 전에 원찬에게 교회를 다닐 것을 권했고, 그 당시 별로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던 원찬은 매주 윤진의 교회를 나가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안된 어느날. 윤진과 원찬은 시내에서 데이트 도중 윤진이 원찬에게 말했다.

-원찬아, 이번 주에 우리 교회에서 청소년부 성경캠프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2박3일인데. 너 교회 다닌지 얼마 안되서 이번에 여기 가면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질 수 있을 거야.

윤진은 교회에서 제작한 캠프 안내문을 원찬에게 보여줬다. 원찬이 안내문을 천천히 훑어보며 말했다.

-어디로 가는데? 여기 유스호스텔이야? 건물이 좀 특이하다.
-그냥 다른 애들 수학여행으로도 가끔 가는 곳이래.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게임이나 행사 하고 숙소에서 자고. 식당도 다 있어.
-그래, 윤진이 니가 간다면 가야지.

교회 청소년부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원찬은 <성경캠프>를 간다는 거 자체가 살짝 오글거렸지만, 요새 윤진과 더욱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간다고 허락했다.

-이거 다 먹고 영화나 보러 갈래?
원찬은 숟가락으로 팥빙수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래. 시간이 조금 늦긴 하겠다. 빨리가서 표부터 예매하자.

윤진과 원찬은 극장으로가 표를 샀다.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다.

-윤진아, 여기 한층 아래 내려가면 오락실 있는데 가서 놀자.

윤진과 원찬은 오락실로 가서 몇 가지 게임을 즐겼다. 윤진이 워낙 오락 쪽에 젬병이라 이내 실증을 내서 옆에서 원찬이 오락하는 것을 쳐다보았다. 원찬은 윤진이 심심해하는 것을 보고 하던 판을 마무리 짓고, 오락실 내에 있는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오후 시간대이긴 하지만 평일인지라 오락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윤진이 노래할 때 원찬은 윤진의 옆으로 가 살며시 어깨를 끌어안았다. 짧은 티셔츠위로 봉긋한 윤진의 가슴이 보였다. 하얀 목덜미 뒤쪽으로 난 잔 털도 보였다. 원찬은 윤진의 목에 키스를 했다.

-히힛.. 야.. 간지러워.

윤진이 몸을 옆으로 뺐다. 그러나 그 좁디좁은 오락실 노래방 부스 안에서 윤진이 더 갈 곳은 많지 않았다. 원찬은 팔을 윤진의 등 뒤로 둘러 더욱 꽉 안았다. 윤진의 허리가 정말 한줌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늘었다. 원찬은 윤진을 끌어오더니 키스를 했다. 윤진의 입이 벌어지고 둘은 부스 안에서 열정적으로 키스를 했다.

원찬과 윤진의 첫키스는 사귀고 얼마 안되서 학원 건물에서 처음 했었다. 5층인 학원에서 보통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데 그날은 둘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늦은 시간이라 계단 쪽은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조명도 비상등만 켜져 있는 상태였다. 계단 중간에서 원찬은 윤진을 세우고 조용히 입을 가져갔다. 윤진도 피하지 않고 담담히 원찬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조신하고 정숙할 것 같았던 윤진의 혀가 자신의 혀를 감아오자, 원찬은 이유 모를 배반감을 느꼈고 그것이 더 원찬은 자극시켰다. 원찬은 윤진을 벽쪽으로 몰고 한 손으로는 뒷목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윤진의 가슴을 향해 갖다 대었다.

-으~ 응~ 아~안돼. 거기는.. 거기는 나중에.

윤진이 몸을 비틀며 원찬의 손을 피했다.
그 이후 종종 키스까지는 했지만 윤진은 가슴을 만지지 못하겠다. 원찬은 애가 닳았지만 언젠가를 기약하며 매번 거절만 당했다.

노래반주가 끝날 때 쯤에 둘은 입을 떼었다. 윤진은 아직도 키스 후가 창피한지 눈을 아래로 내리며 원찬의 눈길을 피했다. 부스 문 쪽에 노래 선곡표가 크게 붙어있어 안보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리문이 큰 것을 알고 윤진은 가방을 챙겨 나가자고 했다.

영화 보는 내내 원찬은 손을 쉬지 않았다. 처음에는 손을 뒤로 빼 윤진의 등을 만지다가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윤진은 영화관에서 옆에 사람도 있고 해서 크게 거부하지는 않고 계속 원찬에게 눈짓을 주었다. 원찬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크게 돌려 윤진의 배를 맨살로 만졌다. 군살하나 없는 날씬한 배였다. 윤진은 크게 소란을 내고 싶지 않았는지 배위에 있는 원찬의 손을 그대로 그 위에서 잡고만 있었다.



-뭐? 성경? 이 새끼 완전히 예수쟁이가 다 됐네. 하하하
도혁이 성경캠프를 간다는 원찬의 말에 크게 웃었다.

-아오. 말도 마라. 여자하나 사귀기가 쉬운게 아니다.

원찬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도혁과 재욱, 원찬은 학교 뒷 건물 소각장에서 모여 담배를 피고 있었다. 윤진이 원찬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에 적어도 화장실에서 피는 것은 자제하고 있었다. 도혁과 재욱과 어울리는 것도 자제하라고 했기 때문에 원찬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냥 한번 먹으려고 데리고 다니는거 아냐?
재욱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야, 줄거 같지도 않다. 젖탱이도 못만지게 하는데 어느세월에 줄거같냐.
-병신새끼야. 나 잡아 잡소 해야 먹는거야? 그냥 제껴. 그렇게 내숭까는 년들이 한번 뚫리면 오히려 더 서방 찾기 마련이다. 낄낄낄..
-시발, 얼마나 모범적인데, 나 지금 니네랑 여기서 담배피는 거 알면 또 잔소리 늘어놓을거다. 제끼려고 해도 기회야 있어야 제끼지. 학교 학원 집 교회.. 딱 요거. 밤에는 불러도 또 잘 나오지도 않아요... 참 나.. 공부는 씨발, 나보다도 못하는게 어지간히 열심히 하는 척 한다니까. 머리가 나쁜건지 뭔지.. 휴우~
-으이그.. 무능력한 새끼. 자지 떼다가 버려라. 그나저나 그년, 진짜 기집년이 뽀얀게 진짜 맛있게 생겼어. 너 먹고 꼭 우리한테도 한번 돌려라. 우리도 한번 따먹고 교회가서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거 아냐? ㅋㅋㅋ

도혁이 킥킥대며 원찬에게 말했다. 원찬은 씩 웃어보이며 쓰레기 더미 위로 꽁초를 휙 튕겨냈다.



교회 청소년부는 대략 50명 가량 되었다. 버스로 캠프장까지 이동하고 각자 방을 배정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은 청소년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학년이라 자연스럽게 각 방의 조장을 맡았다. 원찬도 원찬이네 조 조장을 맡았는데, 애들이 하나같이 맹하고 덜떨어져보였다. 이전에 교회를 몇 번 나가서 아예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여기 사람들은 틈만 나면 교회하고 노래 보르는 통에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원찬은 민성이 생각났다. 얘네들은 착한게 아니라 그냥 병신같은 것이었다. 이런 애들은 그냥 적당히 상대해주고 밟아주고 싶었다. 게임도 재미없고 윤진도 원찬도 조장을 맡아서 인지 생각보다 바빠 단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적었다.
첫 번째 날 밤, 강당에서 자기자랑 순서가 있었다. 자기자랑 이라고 해봐야 찬송가 컨테스트였다. 음향시설을 정비하던 전도사라는 사람이 앰프를 버스 안에 놓고 왔다고 했다. 윤진이 일어나 자기가 가져 온다고 했다. 원찬도 윤진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건물 밖은 시골이라 그런지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둘은 조심조심 걸으면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안에 앰프는 혼자 들기에는 무거운 크기였다.

-왜 그래? 빨리 이거 가져가야지.
-잠깐만 있어봐. 아직 시작하려면 시간 좀 남았잖아.

원찬은 윤진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윤진의 샴푸냄새가 코를 찔렀다.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끼워넣고 윤진에게 입을 맞추었다. 뒤로 밀려가던 윤진이 결국에는 원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 앉게 되었다. 깜깜한 밤에 새가 우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원찬은 호흡을 가쁘게 쉬면서 윤진의 위로 올라탔다.

-잠깐만 이러지마. 사람들 기다리잖아.
-잠시만.. 조금만 이러고 있자.

원찬은 윤진의 몸을 위에서 누르며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었다. 배와 갈비뼈 부근을 계속 어루만지며 키스를 이어갔다. 윤진은 좁은 시트 위에서도 계속 몸을 들썩이며 빠져나가려고 했다. 계속해서 윤진이 거부의 몸짓을 보이자 안달 날대로 난 원찬은 손을 위로 쑥 올리며 브라 안으로 윤진의 유방을 덥석 잡았다. 몰캉몰캉한 것이 정말 크진 않았지만 최상의 감촉이었다. 윤진은 순간 악!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원찬은 세게 밀어쳐냈다.

-원찬아, 너무 더워. 답답해. 나가자.
윤진이 살짝 짜증나는 투로 말하자, 원찬도 갑자기 화가 났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앰프를 들고 버스 밖으로 나갔다.

-원찬아 화 났어? 미안해. 화풀어.
윤진이 앰프를 같이 들려고 하자, 홱 뿌리치며 말했다.

-화 안났어. 이거 무거워. 그냥 나 혼자 들고 갈게. 둘이 들면 더 불편해.
-난 그냥 우리가 아직 학생이고 해서 신중하자는 거지. 난 사실 확신이 섰을 때 조금 더 진지한 스킨쉽을 했으면 하거든.
-아직 법적으로만 성인이 아닌거지, 우리도 이미 알거 다 아는 사이인데, 확신은 무슨 확신? 나는 뭐 신중하지 않아서 너 안는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건 아니구... 난 여자니깐 생각할 것도 많고 조심스럽다는 거야. 그거 이해 못해줘?
-알았어. 알았어. 그러니깐 이해 한다고. 화도 안났고 니 마음 이해한다는데 왜 자꾸 이렇게 굴어?

원찬은 강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윤진도 자기 조로 가서 자기자랑 준비를 했다.
윤진은 아까 있었던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윤진은 처음 자신의 입술까지 내준 원찬을 진심으로 좋아하기는 했다. 쾌활하고 공부도 잘하는 원찬이 자신에게까지 헌신적으로 해주는데 안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당당하고 화끈하게 자신에게 고백을 해준 원찬은 민성과 대비되는 면도 있었다. 민성은 심성이 착하고 온화하지만 맺고 끊는 게 없이 우물쭈물 하기만 했다. 결국 여자는 행동하는 남자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행실이 좋지 않고 싸가지 없을 것 같던 원찬이 자신에게 다가올때 반신반의 했지만 점점 원찬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귀고 얼마 안되서부터, 엄밀히 말하면 키스를 하고 스킨쉽의 농도가 진해지면서부터 원찬은 슬슬 실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본인은 조심한다고 하겠지만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은 흡연자 그 특유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담배로 몰래 피는 것 같았고 질나쁜 친구들과도 계속 어울리는거 같았다. 도혁이란 친구가 그중 제일 눈에 거슬렸다. 저번 민성이 일도 있고, 그 이후로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원찬은 그럴 때마다 항상 도혁 옆에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애들을 보면서 좋아하고 동조하기까지 했다. 윤진은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원찬에게 계속 주의를 주었지만 원찬은 윤진의 면전에서만 알았다는 투를 보이고 좀처럼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윤진은 혼전순결 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확신과 의지가 온전히 섰을때 자신의 몸을 허락하고 싶었다. 원찬의 간청 또는 압박에 의해서 자신의 몸을 내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순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었다. 아직까지도 원찬을 진심으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백퍼센트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원찬은 한번도 키스에서 끝내는 법이 없었다. 매번 그 이상의 스킨쉽을 거부하기도 미안했는지, 윤진은 점차 허락하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엉덩이나 허벅지, 등 정도는 원찬은 아무 거리낌 없이 손을 대곤 했다. 이러려고 자신을 만나나 하는 기분도 들었고, 값싼 여자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곤 했다.


캠프 두 번째 날은 오전에 간단한 게임을 하고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계곡에 가서 물놀이를 하기로 계획 되어 있었다. 윤진은 간편하게 옷을 입고 청소년부 친구들과 같이 걸어서 계곡으로 갔다. 원찬과 말을 하긴 했지만 원찬은 계속 뚱한 표정으로 윤진을 대했다. 계곡물은 생각보다 깊어, 성인 남자의 허리까지 들어갔다. 인솔 교사가 멀리 있는 바위를 가리키며 그 이상은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했다. 캠프 인원들은 하나같이 까르르 웃으면 물놀이를 했다. 원찬도 친해진 여자애들과 같이 물장구를 치며 장난을 했다. 요즘은 중3만 되더라도 발육이 남달라서 원찬은 여자애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쳤다. 윤진은 물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애들 노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누나도 이리 들어와요
-안돼.. 꺄악~ 옷 다 젖는단 말이야..

남자애들이 밖에 멀뚱히 앉아있는 윤진을 들어 물속에 쳐박았다. 윤진은 물이 차가운지 벌떡 일어나 바르르 떨었다. 입고 있던 옷이 몸에 달라붙어 몸 라인이 다 들어났다. 남자애들은 곤란해 하는 윤진이 재밌는지 계속 물장구를 쳤다. 원찬은 그 모습을 보고 질투나 나서 윤진쪽으로 걸어왔다.

-윤진아 저쪽으로 피해. ㅋㅋㅋ

원찬은 윤진을 에스코트하면서 남자애들이 노는 곳을 피해갔다. 그러나 원찬은 윤진을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윤진은 가슴까지 차 오는 깊이가 두려웠는지 두 손으로 원찬의 옷깃을 꽉 잡았다.

-괜찮아.. 여기는 별로 안깊어. 다리 닿을거야. 물 되게 시원하지?
-응.. 물도 진짜 깨끗하다. 물고기 보여.

윤진은 원찬이 화가 풀린 듯 하여 다행이었다.

-어제 일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나도 갑자기 화가나서 그랬어. 나도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우리 둘다 빨리 대학가자, 윤진아.

어제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원찬은 윤진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윤진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아무도 안볼 때 원찬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물놀이가 끝난 뒤 저녁을 먹고 교회 애들은 캠프 파이어 준비를 했다. 장작을 높게 쌓고 롤링 페이퍼를 할 종이나 펜 등을 준비했다. 9시가 넘어 완전한 밤이 되자, 모두가 둥글게 모여 앉은 가운데 장작에 불을 붙였다. 불이 활활 타오르고,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누군가는 서로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떠들면서 캠프 마지막 밤을 즐기고 있었다. 청소년부 애들 모두 롤링페이퍼를 쓰고 윤진과 원찬도 옆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중학교 1학년 애들부터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인솔교사들과 고등부 친구들은 운동장에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인솔교사들은 저희들끼리 따로 술을 마시려고 하는지 빨리 정리를 한다음 웬만한 나머지 잡일들은 윤진과 다른 친구들에게 맡겼다. 윤진은 책임감 있게 비품 들을 다 정리하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윤진아, 잘자. 하나도 못 씻었는데 어떡해?
-샤워장에 애들 다 빠져나갔을걸.? 이제 씻으면 되지 뭐.
-애들이 온수 다 썼을텐데 차가운 물로 씻어야 될 거 같아. 너 추위 많이 타는데 어쩌지?
-아니야, 괜찮아. 나 지금 너무 더워서 차가운 물도 괜찮을 거 같아. 원찬이 너도 씻고 잘자. 내일 아침에 보자.

윤진은 여자방 숙소로 들어갔다. 짐과 그동안 빨래감들을 대충 정리하고 수건과 샤워물품을 챙겼다. 여자애들은 타이트한 일정과 물놀이가 피곤했던지 대부분 골아떨어져서 잠을 자고 있었다. 윤진은 복도를 나서면서 끝에 있는 여자 샤워실로 갔다. 탈의실 문을 닫고 옷을 벗었다. 팔과 다리가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는지 많이 그을렸다. 상대적으로 옷안에 있었던 부위는 투명할정도로 하애 보였다. 샤워기 물을 틀어 몸에 틀었다.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머리를 감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밖에 문이 열리는 소리인가? 윤진은 의아해 했다. 문을 잠그지 않았나? 잠갔는지 안잠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설마 무슨일이 있을까 싶어
-미정이니?
하고 불러보았다. 그 이후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했다. 서둘러 머리와 몸에 있는 거품을 물로 다 헹궈내고 옷걸이에 걸어둔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샤워실을 나와 탈의실로 나갔다. 문은 여전히 닫혀있는 상태였다. 가까이서 보니 문은 잠겨있었다. 윤진은 아까 잘못 들었나 싶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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