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키득거리며 남자들의 지저분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헐....... 설마 술자리에서 하신 건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자 그는 뭐가 웃긴지 혼자 키득거리다가 내 쪽으로 손가락을 뻗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손가락이 나를 향한다고 생각해 무슨 뜻일까 의아했었다. 하지만 그 손가락의 방향성이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뒤쪽, 화장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지금 내 등 뒤에 있는 저 화장실에서 했다고?
나는 자동적으로 낮에 봤던 우지현의 얼굴을 더듬었다. 누르고 있던 술기운이 식도를 역류하는 것으로 모자라, 입구멍을 지나 뇌로 솟는 기분이었다. 정신이 흐려지니 방금 전까지 봤던 지현 씨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다, 지현 씨 이야기일 리가 없다. 나는 생각했다.
강 중위는 분명 커플과의 술게임에서 남자가 먼저 술에 지쳐 쓰러지고, 남은 여자 친구와 내 뒤에 있는 화장실에서 몰래 섹스를 나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강 중위가 이곳 BOQ에 들어온 것은 김상택이 죽고 난 후이다.
하지만 자꾸 내 뒷목을 끄는 느낌은 팔이 닿지 않는 등 뒤의 간지러움처럼 개운치 못했다. 나는 술기운에 정신이 잠식되어 가는 강 중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하셨다는 말입니까?”
강 중위는 내 말에 힘겹게 반응하는 것처럼 끄윽끄윽 거리며 “그래, 인마.”라고 희미하게 말했다. 말이라기보다는 그의 식도 사이에 넘치는 술이 출렁이며 나오는 파도소리 같았다.
“누구랑 하셨습니까?”
이번에도 강 중위는 끄윽끄윽 거리며 무언가 말했지만 꼬여있는 혀는 그 소리를 깨끗하게 뱉어내지 못했다.
나는 듣고 싶었다. 내 머리 위에 펼쳐지는 지현 씨와 강 중위의 섹스가 밀어닥치듯 떠올라 듣지 않고는 배겨 낼 수 없을 거 같았다. 이는 성적 발동이라기보다는 구미당기는 호기심을 풀고 싶은 욕심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중위 님?”
이번에도 강 중위는 힘겹게 “왜, 인마?”라고 답했지만, 이어서 그 화장실에서 지현 씨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나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보였다. 나는 몇 번 더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를 채근했지만, 그는 결국 완전히 잠에 빠져들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게 뭐 중요한가.’싶은 생각에 대답 듣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 밑 내 자리에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삼각관계였건, 강 중위가 이미 지현 씨와 몸을 섞었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 아닌가?
술기운이 무거워 잠도 빨리 들 줄 알았는데....... 가을밤이 깊어지자 낡은 BOQ의 어딘가에서 밤공기가 스며들어 발이 몹시 시려왔다. 그 때문인지 잠도 쉬이 들지 못했다. 발을 덮으려 이불을 내리면 어깨와 가슴팍에 한기가 들었고, 한기를 쫓으려 이불을 다시 올려 덮으면 발이 시려왔다. 몸을 웅크리고 자자니 맨바닥이라 그런지 허리가 아렸다.
그러다 낮에 본 지현 씨의 얼굴을 생각해내고 말았다. 청순해 보이는 눈매 아래로 어딘가 서슬 퍼렇게 보이던 입꼬리. 웃을 때 곱게 휘어지는 눈매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순수한 처녀와 같았지만, 보조개가 들어가며 올라가는 입꼬리에서는 되바라진 썅년의 비릿함이 느껴졌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미인이었지만 가까이 두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의, 매우 오묘했던 그녀.
허리가 계속 배겨 왔다. 나는 여러 번 뒤척이며 자세를 고쳐 누우면서도 지현 씨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 지현 씨의 이미지가 잠들려는 나를 자꾸 쫓아와 붙잡고 있는 것인가?
강 중위는 김상택이 죽기 전에 이미 그녀와 호감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죽은 김상택은 그걸 알았을까? 아니면 두 사람이 몰래 호감을 키우던 중 김상택이 사고로 죽은 것일까? 잠에 쉬이 못 드니 다시금 이런 생각까지 나를 괴롭혔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였을까. 이번에는 끼룩거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거슬렸다. 분명 창 밖에서 나는 것일 텐데, 나에게는 내 귓바퀴 속에 들어앉은 듯 징하고 날카롭게 들렸다.
결국 나는 강 중위와 지현 씨가 몸을 섞는 모습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누가 봐도 멋진 풍채와 넓은 어깨의 강 중위 아래에서 잔뜩 웅크린 채 그의 기둥을 받아내는 지현 씨의 신음이 귀뚜라미의 끼룩거리는 리듬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저 귀뚜라미는 강 중위와 지현 씨가 화장실에서 하는 걸 봤을까.
그러다 문득 김상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 중위와 지현 씨가 맨살로 아랫도리를 부비며 끙끙거리는 모습을 하반신이 날아가 버린 김상택이 검은 육신을 쓰고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화염에 그을리고 피가 튀어 검붉어진 육신이었지만 김상택의 눈동자만큼은 하얗게 불이 붙어 두 남녀의 정사를 올려다보는 장면.
꿈이었다.
언제 잠들었고, 얼마나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발이 시리고 귀뚜라미 소리가 거슬렸다.
밤이 길었다.
4. 오락실
그 무렵 우리 소대에는 어리버리한 신병 하나가 들어왔다. 모든 신병이 그렇겠지만 이 녀석은 유독 정신 못 차리고 헤매는 녀석이라 우리들은 멀쩡한 본명을 놔두고 ‘김얼벌’이라는 이름으로 녀석을 불렀다. 김얼벌은 녀석의 성씨와 어리버리를 줄인 말을 섞어 만든 별칭이었다.
녀석이 훈련소에서 실제로 행한 어리버리한 행동 하나를 소개하자면, 녀석이 화생방을 두 번 했다는 것이다.
원래 화생방은 분대 단위로 10명이 가스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인데, 가스실에서 나온 녀석이 정신수습 못하고 해롱거리다가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스실에 입장하지 않은 무리에 끼게 되어 다시 가스실에 들어갔다는 것. 그때부터 조교와 교관들이 녀석을 ‘얼벌이’라고 부른 것이 자대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녀석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은 통과의례로 내려오는 신고식 때의 일이다.
전입 온 첫날, 점호가 끝난 후 불을 모두 끈 상태에서 녀석을 내무실 한 가운데 세워놓고 여자경험을 이야기 하게 했다. 어둡게 소등한 상태였지만 키가 멀대 같이 컸기에 녀석의 실루엣은 전봇대처럼 도드라져 있었다. 녀석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두 팔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 채 자신의 경험을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경악한 것은 이 어리버리한 녀석이 고작 스물한 살의 나이로 여자 100명 이상을 섭렵했다는 것이다!
짓궂은 고참이 “신병, 너 여자 몇 명이나 먹어봤냐?”라고 개시하자, 얼벌이는 긴장 가득한 목소리로 “배....... 백 명 정도 해....... 해봤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답이 끝나기 무섭게 한 쪽 구석에서 ”미친놈! 소설 쓰네!“라는 말과 함께 깔깔 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문을 했던 고참은 확인 차 다시 물어봤다.
“몇 명?”
“백 명 정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거짓이거나 허풍이라 생각했다.
“너 구라 까다 걸리면 아가리 탈탈 털린다.”
“.......”
“정확하게 말해라. 몇 명?”
“.......”
녀석은 대답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이어졌고, 그 어둠 속에서 멀대같은 녀석은 손가락을 꼽는 시늉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답했다.
“백....... 이십 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순간 분산되어 들리던 웃음소리가 잠시 가시더니 1,2초 텀을 두고 “오~”라는 감탄사들이 일제히 들려왔다. 처음엔 나도 별 관심 없이 듣고 있다가 120명이라는 숫자를 듣고선 그 감탄사에 동참했다.
“우리 소대 역사상 최대구만.”
말년 병장 하나가 껄껄거리며 말하자 “아니지 말입니다. 이건 대대 전체를 통틀어도 짱이지 말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린 정말 120명의 여자와 자봤는지,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여자와 잘 수 있는지, 사회에서 뭐하던 놈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개중에는 “돈 주고 사먹은 거 아니야?”라는 빈정거림도 들려왔다. 성매매로 120을 쌓아 올렸다고 해도 재력만큼은 대단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긴장을 못 풀고 하나 씩 답을 했다.
“정확히는 백이십오륙 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그냥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호빠 그런 거 안 다녔습니다. 그냥 클럽이랑 오락실에서 일했습니다.”
“월급 받으면 안마 같은 건 다녔지만 그런 건 스무 번도 안 됩니다.”
“정말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답은 이거였다.
“여자는 한 번도 사겨본 적 없습니다.”
녀석의 말이 허풍인지 아닌지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과의례를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녀석과 야간 경계를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정말 120명의 여자와 잤는지 여부가 아니었다. 녀석이 말했던 ‘클럽’과 ‘오락실’이 궁금했다.
녀석이 말했던 클럽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클럽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우리들이 클럽에 즐기러 갔다면, 녀석은 클럽에 일하러 다녔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제가 공고를 다녔는데, 대학 갈 생각도 없고 취업되는 곳도 없어서 아는 형 소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형 하는 일이 클럽에서 사람들 관리하는 그런 일이었지 말입니다.”
“그 형이라는 사람이 조폭?”
“그런 거 아니지 말입니다. 조폭 그런 형들도 있었지만 예전부터 나이트나 주점 같은 거에서 일하던 형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 너는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데?”
“주방에서 일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놈이 어떻게 여자를 만나?”
내가 이렇게 묻자 녀석은 대답대신 실실 웃더니 “주방에서 일하는 쪽이 여자 만나기 더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녀석의 설명인 즉, 클럽에는 남자손님을 끌기 위한 ‘선수’ 혹은 ‘프로’들이 있다는 것이다.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삼십 명 정도 되는 일명 ‘와꾸’ 좋은 언니들이 일반 손님인 척 무리에 끼어 춤을 추거나, 일부러 일반 손님에게 아슬아슬하게 부비부비를 걸어댄다는 것.
“그런 선수들도 철저하게 50분 일 하고 10분 쉬는데 말입니다, 주로 주방이나 우리들 휴게실 와서 쉬지 말입니다.”
녀석은 조금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은 머리 깎고 안경 쓰고 이러고 있지만, 솔직히 옷 좀 제대로 입으면 가오가 나오는 스타일이었지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랑 쉬면서 담배 피고 그러다 보면 친해지고 그랬습니다.”
나는 마른 멸치 같이 빼빼하니 키만 멀대 같이 큰 여드름 청년의 뻥을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소리 않자 녀석은 흥이 났는지 이야기를 계속 풀었다.
“그리고 선수 말고 여자 손님들 중에서도 약에 취하거나 술에 꼴은 여자애들이 많이 나오지 말입니다. 그러면 걔들 밖에다가 버릴 수 없으니까 휴게실에서 재우고 그러는데 걔들이 잘 줍니다.”
듣던 중 나도 모르게 “이런 양아치 새끼들.”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백이십 채운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정색하며 다시 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그런 식으로 잔 여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서 일하다가 우연찮게 클럽 사장의 눈에 들었는데, 하루는 사장이 자신을 부르더니 ‘오락실’에서 일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란다.
오락실? 나는 어린 시절 시장골목에 있던 오락실을 생각했다. 동전을 넣으면 요란한 음악을 흘리며 현란한 색상의 캐릭터가 나와 재주를 넘던 그런 오락실. 코 묻은 동전 짤랑거리는 오락실에서 일한다고 여자가 꼬일까 싶었다.
하지만 녀석이 말한 오락실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녀석이 물었다.
“혹시 ‘바다나라’라고 아십니까?”
전혀 처음 듣는 거라고 했다. 그러자 녀석은 슬롯머신은 아냐고 물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레버 달린 기계가 떠올랐다. 쇠구슬 같은 걸 기계에 넣고 레버를 내리면 화면 속 숫자와 그림이 차래로 정렬하는 그런 게임. 흔히 777을 맞추거나 같은 그림을 나란히 정렬시키면 기계에서 엄청난 양의 쇠구슬이 쏟아져 나오는.
녀석은 바로 그런 오락실에서 일했노라, 자랑스럽게 말을 풀었다. 최근에 조금씩 성행하기 시작하여 이젠 어지간한 번화가에 하나 씩 있다면서, 자신은 그런 곳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역하고 저 찾아오시면 잘 터지는 기계로 모시겠습니다.”라며 실실 웃어댔다. 그런 게 따로 있냐고 묻자 모든 기계는 철저히 조작되고 계산되어진 채로 작동하는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동적으로 ‘도박’이라는 단어와 ‘불법’이라는 단어가 연달아 지나갔다. 녀석은 도박은 맞지만 불법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에 단속도 어렵고, 무엇보다 오락실의 실제 수입은 그런 슬롯머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어떤 게 실제 수입이냐고 물으니 녀석은 한동안 내 눈치를 보면서,
“아, 이런 건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라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면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지승 상병님은 조금 다르십니다.”
“어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여자랑 잤는지, 어땠는지 그런 거 물으시는데, 김지승 상병님은 제가 무슨 일 했는지, 어디서 일 했는지 그런 거 물으시지 말입니다.”
사실 나 역시 그가 어떤 경로로 그렇게 많은 여자들과 잤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조작이라느니, 계산이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니 오락실이라는 곳이 궁금해졌고, 그가 ‘실제 수입원’에 대해 말을 아끼니 그게 무언지 새롭게 궁금해졌을 뿐이다.
“우리 사장이 되게 젊었습니다. 삼십 조금 넘었던 거 같습니다. 사장이 클럽도 가지고 있고 오락실도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텔이랑 안마도 몇 개 가지고 있었지 말입니다. 진짜 뻥 안 보내고 매일 밤 에쿠스 타고 자기 가게들 돌면서 현금만 수금하는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에쿠스 트렁크랑 앞좌석까지 현금으로 꽉꽉 찼습니다.”
당시에는 오만 원 권이 없던 시절이었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그 에쿠스 운전했지 말입니다.”
“사장도 조폭이었냐?”
내가 묻자 녀석은 “아닙니다. 대기업에서 무슨 계산 같은 거 하는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계산?
“그런데 사장이 저 예뻐해서 가끔 저 데리고 다니면서 여자 넣어주고 그랬습니다.”
허탈했다. 백이십 명의 실화는 그렇게 쓰여졌던 것인가?
“그럼 너 업소 아가씨들이랑 하고 다녔다는 거냐?”
“.......”
녀석은 답이 없었다.
“사먹은 적 없다며?”
그제야 녀석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사먹은 건 아니지 말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럼 얻어먹은 거네?”라고 되묻자 녀석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변명했다.
“대가리 박아.”
나는 그 사장이라는 젊은 남자가 매일 밤 에쿠스를 끌고 다니며 수금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어떤 생명은 군대에서 지뢰에 맞아 그 빛이 꺼지고, 어떤 생명은 그 아귀에서 살아남아도 계속 군대에 발이 묶인 채 검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산이라는 게 뭐냐?”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녀석은 정말로 안 가르쳐 주려는 거 같았다. 나는 녀석을 일어서라 지시한 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기에 안 가르쳐 주냐?”라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원래는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건데.......”라고 몇 번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짜 수입원은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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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LUB]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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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설마 술자리에서 하신 건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자 그는 뭐가 웃긴지 혼자 키득거리다가 내 쪽으로 손가락을 뻗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손가락이 나를 향한다고 생각해 무슨 뜻일까 의아했었다. 하지만 그 손가락의 방향성이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뒤쪽, 화장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지금 내 등 뒤에 있는 저 화장실에서 했다고?
나는 자동적으로 낮에 봤던 우지현의 얼굴을 더듬었다. 누르고 있던 술기운이 식도를 역류하는 것으로 모자라, 입구멍을 지나 뇌로 솟는 기분이었다. 정신이 흐려지니 방금 전까지 봤던 지현 씨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다, 지현 씨 이야기일 리가 없다. 나는 생각했다.
강 중위는 분명 커플과의 술게임에서 남자가 먼저 술에 지쳐 쓰러지고, 남은 여자 친구와 내 뒤에 있는 화장실에서 몰래 섹스를 나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강 중위가 이곳 BOQ에 들어온 것은 김상택이 죽고 난 후이다.
하지만 자꾸 내 뒷목을 끄는 느낌은 팔이 닿지 않는 등 뒤의 간지러움처럼 개운치 못했다. 나는 술기운에 정신이 잠식되어 가는 강 중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하셨다는 말입니까?”
강 중위는 내 말에 힘겹게 반응하는 것처럼 끄윽끄윽 거리며 “그래, 인마.”라고 희미하게 말했다. 말이라기보다는 그의 식도 사이에 넘치는 술이 출렁이며 나오는 파도소리 같았다.
“누구랑 하셨습니까?”
이번에도 강 중위는 끄윽끄윽 거리며 무언가 말했지만 꼬여있는 혀는 그 소리를 깨끗하게 뱉어내지 못했다.
나는 듣고 싶었다. 내 머리 위에 펼쳐지는 지현 씨와 강 중위의 섹스가 밀어닥치듯 떠올라 듣지 않고는 배겨 낼 수 없을 거 같았다. 이는 성적 발동이라기보다는 구미당기는 호기심을 풀고 싶은 욕심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중위 님?”
이번에도 강 중위는 힘겹게 “왜, 인마?”라고 답했지만, 이어서 그 화장실에서 지현 씨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나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보였다. 나는 몇 번 더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를 채근했지만, 그는 결국 완전히 잠에 빠져들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게 뭐 중요한가.’싶은 생각에 대답 듣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 밑 내 자리에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삼각관계였건, 강 중위가 이미 지현 씨와 몸을 섞었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 아닌가?
술기운이 무거워 잠도 빨리 들 줄 알았는데....... 가을밤이 깊어지자 낡은 BOQ의 어딘가에서 밤공기가 스며들어 발이 몹시 시려왔다. 그 때문인지 잠도 쉬이 들지 못했다. 발을 덮으려 이불을 내리면 어깨와 가슴팍에 한기가 들었고, 한기를 쫓으려 이불을 다시 올려 덮으면 발이 시려왔다. 몸을 웅크리고 자자니 맨바닥이라 그런지 허리가 아렸다.
그러다 낮에 본 지현 씨의 얼굴을 생각해내고 말았다. 청순해 보이는 눈매 아래로 어딘가 서슬 퍼렇게 보이던 입꼬리. 웃을 때 곱게 휘어지는 눈매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순수한 처녀와 같았지만, 보조개가 들어가며 올라가는 입꼬리에서는 되바라진 썅년의 비릿함이 느껴졌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미인이었지만 가까이 두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의, 매우 오묘했던 그녀.
허리가 계속 배겨 왔다. 나는 여러 번 뒤척이며 자세를 고쳐 누우면서도 지현 씨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 지현 씨의 이미지가 잠들려는 나를 자꾸 쫓아와 붙잡고 있는 것인가?
강 중위는 김상택이 죽기 전에 이미 그녀와 호감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죽은 김상택은 그걸 알았을까? 아니면 두 사람이 몰래 호감을 키우던 중 김상택이 사고로 죽은 것일까? 잠에 쉬이 못 드니 다시금 이런 생각까지 나를 괴롭혔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였을까. 이번에는 끼룩거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거슬렸다. 분명 창 밖에서 나는 것일 텐데, 나에게는 내 귓바퀴 속에 들어앉은 듯 징하고 날카롭게 들렸다.
결국 나는 강 중위와 지현 씨가 몸을 섞는 모습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누가 봐도 멋진 풍채와 넓은 어깨의 강 중위 아래에서 잔뜩 웅크린 채 그의 기둥을 받아내는 지현 씨의 신음이 귀뚜라미의 끼룩거리는 리듬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저 귀뚜라미는 강 중위와 지현 씨가 화장실에서 하는 걸 봤을까.
그러다 문득 김상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 중위와 지현 씨가 맨살로 아랫도리를 부비며 끙끙거리는 모습을 하반신이 날아가 버린 김상택이 검은 육신을 쓰고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화염에 그을리고 피가 튀어 검붉어진 육신이었지만 김상택의 눈동자만큼은 하얗게 불이 붙어 두 남녀의 정사를 올려다보는 장면.
꿈이었다.
언제 잠들었고, 얼마나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발이 시리고 귀뚜라미 소리가 거슬렸다.
밤이 길었다.
4. 오락실
그 무렵 우리 소대에는 어리버리한 신병 하나가 들어왔다. 모든 신병이 그렇겠지만 이 녀석은 유독 정신 못 차리고 헤매는 녀석이라 우리들은 멀쩡한 본명을 놔두고 ‘김얼벌’이라는 이름으로 녀석을 불렀다. 김얼벌은 녀석의 성씨와 어리버리를 줄인 말을 섞어 만든 별칭이었다.
녀석이 훈련소에서 실제로 행한 어리버리한 행동 하나를 소개하자면, 녀석이 화생방을 두 번 했다는 것이다.
원래 화생방은 분대 단위로 10명이 가스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인데, 가스실에서 나온 녀석이 정신수습 못하고 해롱거리다가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스실에 입장하지 않은 무리에 끼게 되어 다시 가스실에 들어갔다는 것. 그때부터 조교와 교관들이 녀석을 ‘얼벌이’라고 부른 것이 자대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녀석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은 통과의례로 내려오는 신고식 때의 일이다.
전입 온 첫날, 점호가 끝난 후 불을 모두 끈 상태에서 녀석을 내무실 한 가운데 세워놓고 여자경험을 이야기 하게 했다. 어둡게 소등한 상태였지만 키가 멀대 같이 컸기에 녀석의 실루엣은 전봇대처럼 도드라져 있었다. 녀석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두 팔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 채 자신의 경험을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경악한 것은 이 어리버리한 녀석이 고작 스물한 살의 나이로 여자 100명 이상을 섭렵했다는 것이다!
짓궂은 고참이 “신병, 너 여자 몇 명이나 먹어봤냐?”라고 개시하자, 얼벌이는 긴장 가득한 목소리로 “배....... 백 명 정도 해....... 해봤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답이 끝나기 무섭게 한 쪽 구석에서 ”미친놈! 소설 쓰네!“라는 말과 함께 깔깔 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문을 했던 고참은 확인 차 다시 물어봤다.
“몇 명?”
“백 명 정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거짓이거나 허풍이라 생각했다.
“너 구라 까다 걸리면 아가리 탈탈 털린다.”
“.......”
“정확하게 말해라. 몇 명?”
“.......”
녀석은 대답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이어졌고, 그 어둠 속에서 멀대같은 녀석은 손가락을 꼽는 시늉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답했다.
“백....... 이십 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순간 분산되어 들리던 웃음소리가 잠시 가시더니 1,2초 텀을 두고 “오~”라는 감탄사들이 일제히 들려왔다. 처음엔 나도 별 관심 없이 듣고 있다가 120명이라는 숫자를 듣고선 그 감탄사에 동참했다.
“우리 소대 역사상 최대구만.”
말년 병장 하나가 껄껄거리며 말하자 “아니지 말입니다. 이건 대대 전체를 통틀어도 짱이지 말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린 정말 120명의 여자와 자봤는지,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여자와 잘 수 있는지, 사회에서 뭐하던 놈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개중에는 “돈 주고 사먹은 거 아니야?”라는 빈정거림도 들려왔다. 성매매로 120을 쌓아 올렸다고 해도 재력만큼은 대단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긴장을 못 풀고 하나 씩 답을 했다.
“정확히는 백이십오륙 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그냥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호빠 그런 거 안 다녔습니다. 그냥 클럽이랑 오락실에서 일했습니다.”
“월급 받으면 안마 같은 건 다녔지만 그런 건 스무 번도 안 됩니다.”
“정말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답은 이거였다.
“여자는 한 번도 사겨본 적 없습니다.”
녀석의 말이 허풍인지 아닌지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과의례를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녀석과 야간 경계를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정말 120명의 여자와 잤는지 여부가 아니었다. 녀석이 말했던 ‘클럽’과 ‘오락실’이 궁금했다.
녀석이 말했던 클럽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클럽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우리들이 클럽에 즐기러 갔다면, 녀석은 클럽에 일하러 다녔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제가 공고를 다녔는데, 대학 갈 생각도 없고 취업되는 곳도 없어서 아는 형 소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형 하는 일이 클럽에서 사람들 관리하는 그런 일이었지 말입니다.”
“그 형이라는 사람이 조폭?”
“그런 거 아니지 말입니다. 조폭 그런 형들도 있었지만 예전부터 나이트나 주점 같은 거에서 일하던 형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 너는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데?”
“주방에서 일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놈이 어떻게 여자를 만나?”
내가 이렇게 묻자 녀석은 대답대신 실실 웃더니 “주방에서 일하는 쪽이 여자 만나기 더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녀석의 설명인 즉, 클럽에는 남자손님을 끌기 위한 ‘선수’ 혹은 ‘프로’들이 있다는 것이다.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삼십 명 정도 되는 일명 ‘와꾸’ 좋은 언니들이 일반 손님인 척 무리에 끼어 춤을 추거나, 일부러 일반 손님에게 아슬아슬하게 부비부비를 걸어댄다는 것.
“그런 선수들도 철저하게 50분 일 하고 10분 쉬는데 말입니다, 주로 주방이나 우리들 휴게실 와서 쉬지 말입니다.”
녀석은 조금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은 머리 깎고 안경 쓰고 이러고 있지만, 솔직히 옷 좀 제대로 입으면 가오가 나오는 스타일이었지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랑 쉬면서 담배 피고 그러다 보면 친해지고 그랬습니다.”
나는 마른 멸치 같이 빼빼하니 키만 멀대 같이 큰 여드름 청년의 뻥을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소리 않자 녀석은 흥이 났는지 이야기를 계속 풀었다.
“그리고 선수 말고 여자 손님들 중에서도 약에 취하거나 술에 꼴은 여자애들이 많이 나오지 말입니다. 그러면 걔들 밖에다가 버릴 수 없으니까 휴게실에서 재우고 그러는데 걔들이 잘 줍니다.”
듣던 중 나도 모르게 “이런 양아치 새끼들.”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백이십 채운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정색하며 다시 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그런 식으로 잔 여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서 일하다가 우연찮게 클럽 사장의 눈에 들었는데, 하루는 사장이 자신을 부르더니 ‘오락실’에서 일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란다.
오락실? 나는 어린 시절 시장골목에 있던 오락실을 생각했다. 동전을 넣으면 요란한 음악을 흘리며 현란한 색상의 캐릭터가 나와 재주를 넘던 그런 오락실. 코 묻은 동전 짤랑거리는 오락실에서 일한다고 여자가 꼬일까 싶었다.
하지만 녀석이 말한 오락실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녀석이 물었다.
“혹시 ‘바다나라’라고 아십니까?”
전혀 처음 듣는 거라고 했다. 그러자 녀석은 슬롯머신은 아냐고 물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레버 달린 기계가 떠올랐다. 쇠구슬 같은 걸 기계에 넣고 레버를 내리면 화면 속 숫자와 그림이 차래로 정렬하는 그런 게임. 흔히 777을 맞추거나 같은 그림을 나란히 정렬시키면 기계에서 엄청난 양의 쇠구슬이 쏟아져 나오는.
녀석은 바로 그런 오락실에서 일했노라, 자랑스럽게 말을 풀었다. 최근에 조금씩 성행하기 시작하여 이젠 어지간한 번화가에 하나 씩 있다면서, 자신은 그런 곳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역하고 저 찾아오시면 잘 터지는 기계로 모시겠습니다.”라며 실실 웃어댔다. 그런 게 따로 있냐고 묻자 모든 기계는 철저히 조작되고 계산되어진 채로 작동하는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동적으로 ‘도박’이라는 단어와 ‘불법’이라는 단어가 연달아 지나갔다. 녀석은 도박은 맞지만 불법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에 단속도 어렵고, 무엇보다 오락실의 실제 수입은 그런 슬롯머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어떤 게 실제 수입이냐고 물으니 녀석은 한동안 내 눈치를 보면서,
“아, 이런 건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라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면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지승 상병님은 조금 다르십니다.”
“어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여자랑 잤는지, 어땠는지 그런 거 물으시는데, 김지승 상병님은 제가 무슨 일 했는지, 어디서 일 했는지 그런 거 물으시지 말입니다.”
사실 나 역시 그가 어떤 경로로 그렇게 많은 여자들과 잤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조작이라느니, 계산이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니 오락실이라는 곳이 궁금해졌고, 그가 ‘실제 수입원’에 대해 말을 아끼니 그게 무언지 새롭게 궁금해졌을 뿐이다.
“우리 사장이 되게 젊었습니다. 삼십 조금 넘었던 거 같습니다. 사장이 클럽도 가지고 있고 오락실도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텔이랑 안마도 몇 개 가지고 있었지 말입니다. 진짜 뻥 안 보내고 매일 밤 에쿠스 타고 자기 가게들 돌면서 현금만 수금하는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에쿠스 트렁크랑 앞좌석까지 현금으로 꽉꽉 찼습니다.”
당시에는 오만 원 권이 없던 시절이었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그 에쿠스 운전했지 말입니다.”
“사장도 조폭이었냐?”
내가 묻자 녀석은 “아닙니다. 대기업에서 무슨 계산 같은 거 하는 사람이었다고 했습니다.”
계산?
“그런데 사장이 저 예뻐해서 가끔 저 데리고 다니면서 여자 넣어주고 그랬습니다.”
허탈했다. 백이십 명의 실화는 그렇게 쓰여졌던 것인가?
“그럼 너 업소 아가씨들이랑 하고 다녔다는 거냐?”
“.......”
녀석은 답이 없었다.
“사먹은 적 없다며?”
그제야 녀석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사먹은 건 아니지 말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럼 얻어먹은 거네?”라고 되묻자 녀석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변명했다.
“대가리 박아.”
나는 그 사장이라는 젊은 남자가 매일 밤 에쿠스를 끌고 다니며 수금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어떤 생명은 군대에서 지뢰에 맞아 그 빛이 꺼지고, 어떤 생명은 그 아귀에서 살아남아도 계속 군대에 발이 묶인 채 검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산이라는 게 뭐냐?”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녀석은 정말로 안 가르쳐 주려는 거 같았다. 나는 녀석을 일어서라 지시한 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기에 안 가르쳐 주냐?”라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원래는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건데.......”라고 몇 번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짜 수입원은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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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LUB]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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