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찔렀다고요. 이렇게.”라며 지현 씨는 주먹 쥔 손을 내 쪽으로 흠칫 내밀어 보였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여러번 돌려본 공포영화라도 되는 듯, 침착하게 당시의 상황을 전해주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소한 시비가 있었고, 돌아와 보니 이미 모든 일은 벌어진 후였다고.
“죽지는 않았어요.”
지현 씨는 잠시 텀을 두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죽지는 않았는데 합의금을 요구했어요. 신고하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고.”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에게 “신고를 안 했다니요?”라고 되물었다.
“찔린 사람은 오락실에서 일하던 불법체류 조선족이었어요. 게다가 오락실 자체가 불법이라 그쪽에서도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나 봐요. 그리고 오빠가 군인인 걸 약점으로 물고 늘어진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많이 다친 거 아니었나요?”
“심각한 건 아니었나 봐요. 그리고 당장 수술을 받아.......”
“잠깐,” 나는 지현 씨의 말을 끊고 “칼에 찔린 상처라면 병원에서 경찰에게 알릴 텐데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무면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한 것까지 아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아무튼, 오락실에서 오빠랑 나를 감금했어요. 합의금을 줄 때까지 절대 나가지 못할 거라며, 처음에는 나를 가두고 오빠를 내보냈어요. 나를 인질로 잡은 거예요. 신고하거나 다른 마음먹으면 헌병에 알리고 나도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나 거짓인지.
“오빠라고 그 많은 돈을 갑자기 어떻게 구하겠어요? 게다가 탈영병 신분인데....... 결국 돈 못 채우고 돌아오니까, 이번엔 나를 내보내고 오빠를 감금했어요. 신고하긴 무섭고 도망가기는 더 무섭고....... 우리집 전세랑 적금 든 거, 동생이 제철소에서 일한 거 모두 긁었어요. 그래도 모자라더라고요.”
합의금으로 얼마를 요구했냐고 묻자 수술비 5천에 합의금 5천이란다. 그나마도 처음엔 2억을 요구했다고 했다.
“결국 내 이름으로 신용대출도 받았어요.”
액면 그대로 믿기엔 꺼림칙한 게 많았다.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은 사이인지는 내 알 수 없는 바이지만, 대체 그들이 뭐를 믿고 한 사람씩 풀어줬단 말인가? 그리고 지현 씨가 강 중위에게 그런 사랑을 베풀 정도로 사랑이 깊었단 말인가?
“믿지 않는 얼굴이네요, 지승 씨.”
그녀가 나를 꿰뚫어봤다.
“그럼 이건 뭐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그게 뭘 뜻하는지 몰라 잠자코 보고 있자니 그녀는 “신장을 팔았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금 경악했다.
“직접 안 보면 못 믿겠죠?”
그녀는 주변의 시선도 살피지 않고(어차피 우리 주변엔 다른 손님이 없었다) 블라우스를 들어 자신의 속살을 살짝 노출시켰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녀의 흰 살갗에 뚜렷한 수술자국이 보였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막 수술을 끝내어 실밥과 칼자국이 남아 있는 마르지 않은 상처는 아니었다. 이미 아물어 살과 살이 단단하게 이어진 자국의 일부였다.
“콩팥이라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감금된 지 2주 만에 팔았죠.”
이쯤 되니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이 여자는 나에게 무얼 바라기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지난 두 달간의 생지옥을 나에게 펼쳐놓는가 싶었다. 설마하니 아직도 돈이 부족하니 나에게 도와달라는 것인가? 아니면 보증이라도 서달라는 것인가?
목이 탔다. 나는 거의 줄지 않은 내 맥주병을 들고 두 모금을 들이켰다. 냉장 상태가 안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가 길어진 탓인지. 맥주는 시원함과 미지근함 중 하나를 택하라면 미지근하다 할 수 있을 만큼 냉기가 가신 상태였다.
잠시 우린 말없이 주변의 소음을 들었다. 늙은 주인은 TV 속 드라마를 멍청하게 들여다보고 있었고, 어린 알바생은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폼이었다. 우리 반대쪽에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무리들이 건배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 누구 하나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그 테이블의 황태 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가게 바로 옆이 화장실인지 물 내리는 소리와 철제문을 여닫는 소리가 진동과 함께 느껴졌다.
“그래서, 중위님은 지금 어딨어요?”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 안 물어보고 있었다.
“어제 자수했어요.”
그녀가 설명하길, 별 짓 다 해봐도 2천만 원이 모자랐고, 오락실 쪽에서는 그 2천만 원을 양보할 뜻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하기사 양보는커녕, 자신들을 죽이고 유기하는 쪽이 더 간단해보였다고 했다. 결국 강 중위 역시 신장을 하나 떼어내는 것으로 모든 계산을 마무리 하자고 제안한 건 그쪽이었고, 이미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강 중위는 각서를 쓰고 수술대에 누웠다고 한다.
과연 이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무엇보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현 씨는 너무도 감정 없이 말하고 있었다.
“내가 지승 씨를 보자고 한 건,”
“.......”
“말을 맞추기 위해서예요.”
말을 맞추다니, 무얼 말인가?
“오빠는 헌병대에 가서 이렇게 진술할 거예요. 지승 씨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납치가 되었고, 이런저런 협박들을 받다가 장기가 적출되는데,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도망 나왔다고. 절대 고의로 탈영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당한 거라고. 설마하니 앞길 창창하던 장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장기가 적출된 채 나타났는데 거짓이라 생각하겠어요? 그 앞뒤 상황만 잘 맞으면 되요. 도박이니 사람을 찔렀다느니, 감금이니 이런 말없이, 앞뒤 상황만 그럴 듯하게 만들면 오빠는 탈영했다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지승 씨가 거기에 맞게 증언만 해주면 되요. 오빠랑 헤어질 때 오빠가 심하게 취해서 몸도 잘 못 가누더라고. 그리고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고만.”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녀는 이 진술에서 쏙 빠지려 한단 말인가? 그리고 왜 강 중위가 자수하기 전에 직접 찾아오지 않았는가? 거기에 대한 그녀의 답은 간단했다.
“감금된 사람이 자기 차를 팔았다는 게 말이 되겠어요? 오빠 재산 정리하고 통장에서 인출한 사람이 여자 친구라고 진술하려면 나는 그 자리에 없던 게 되어야 하잖아요? 나는 그 자리에 없었던 거예요. 밖에서 오빠 걱정하고 돈을 모았다고 진술할 거예요.”
“글쎄요, 말이 안 되는데....... 그렇다면 지현 씨 직장은요? 그 이후 직장에 안 나간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내가 따지듯 짚자 그녀는 “그건 이미 처리했어요. 돈을 구하러 나올 때 사정이 생겨 퇴직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퇴직금까지 타갔으니까.”라고 답했다.
“왜 중위님이 직접 나오지 않고 지현 씨가 나온 거예요?”
“말했잖아요, 오빠는 어제 자수.......”
“그러니까, 왜, 자수하기 전에 나한테 연락을 안 했냐고요.”
그녀는 잠시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답했다.
“지승 씨한테 침착하게 연락을 하고 침착하게 자수를 하면, 과연 헌병대에서 뭐라고 생각할까요? 탈영병이 장기까지 잃고 자수하는데.......”
처음 가졌던 의심이 사라질 정도로 앞뒤의 이음새가 단단했다. 만약 그녀가 하는 모든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대단한 열녀일 것이다. 다만, 상식과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열녀라는 것이 꺼림칙했다. 도무지 경계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여자로군,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쓰다는 듯 웃으며 “그런데 지승 씨는 내 걱정은 안 되었나 봐요?”라고 물었다.
“어째 같이 고생한 나에 대해선 한 마디 걱정도 없네요?”
나에 대한 조소나 비난이 아니라, ‘나도 딱히 너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았다. 민망하면서도 섬뜩한 마음에 그녀의 안녕을 물었으나 그녀는 남은 맥주를 털어 마실 뿐 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나란히 한 병씩을 비우자 그녀가 소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큰일을 당한 여자가, 그리고 남자친구가 헌병대에서 탈영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렇게 태연하게 인적 한가한 지하에서 술을 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이 네 번째 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매번 달라지는 그녀의 이미지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죠?”
이번에도 그녀가 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흠칫한 마음에 대답할 타이밍을 잃었다. 그녀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알바생을 불러 소주를 주문했다.
---
내가 그녀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였다. 그녀의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김상택의 여자 친구로 등장했다가, 강 중위의 연인으로 나와 처음 마주했고, 어떨 때는 청순한 처녀의 모습으로, 어떨 때는 되바라진 썅년의 얼굴로 나타났던 그녀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변태적인 섹스를 즐기는 변녀의 모습을 보인 적도 있고, 지금 현재는 감금당한 남자친구를 위해 콩팥까지 뽑은 열녀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김얼벌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가 기억났다. 김얼벌이 일했다던 오락실에서 일하던 우지현과 꼭 닮았다는 여자. 나는 과연 그 여자와 지현 씨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혹은 전혀 관계가 없는지를 묻고 싶어 소주잔이라도 아작아작 씹을 수 있을 만큼 입이 간지러웠다.
그러다 문득 ‘나는 대체 왜 이 여자랑 술을 함께 마시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했다. 이 여자가 무엇이건 간에 그건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나’는 대체 왜 이 여자랑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 생각할수록 술잔은 깊어갔고, 정신 차리고 보니 그녀와 나는 말없이 이미 한 병을 비운 후였다.
먼저 말꼬를 튼 건 그녀였다.
“지승 씨는 어떻게 지내요? 학교? 아니면 아직?”
복학했다고 답하자 그녀는 여자 친구는 생겼냐고 물었다. 나는 사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만나는 여자는 있다고 답했다. 그 답이 그녀의 흥미를 이끌었는지, 그녀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두 팔꿈치를 테이블에 괴며 물었다.
“사귀는 건지 모르지만 만나는 여자? 그게 뭐에요? 혹시 유부녀라도 만나나?”
“그런 거 아니에요.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대체 나는 왜 이런 것을 변명하고 있단 말인가?
내가 퉁명스럽게 답하자 그녀는 오히려 눈을 더욱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군대 간 남자친구 둔 여자라도 만나는 거예요?”
기다란 꼬치가 내 엉덩이 살을 뚫고 들어와 내 장기를 꿰고 목과 어깨 사이의 어딘가로 뚫고 나간 기분이었다.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꿰뚫렸다. 나는 심하게 당황했다.
그녀는 내 눈치를 보더니 “어머....... 진짠가? 미안해요.”라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두 손을 모으고 “내가 원래 이런 거 잘 맞춰요.”라고 말했다. 사과인지 염장인지 모를 표정이었다.
“남친 군대 보낸 여자를 건드린 건,” 나는 조금 남은 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어디까지나 건드린 남자가 잘못이죠. 맞아요. 흔들리고 휘둘리는 여자가 무슨 죄겠어요? 여자란 원래 그런 건데.”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안 남았던 술을 넘길 때 ‘찌-욱-’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면 내 말이 ‘너 역시 김상택을 버리고 강 중위를 선택하지 않았느냐’라고 제대로 전달될 것이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내 이야기를 듣던 그녀의 눈가에 뜻 모를 웃음이 맺혔다. 그리고 1,2초 텀을 두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이내 보조개가 파이기 시작했다. 붉은 입술 사이로 시릴 정도로 하이얀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
그녀와 헤어져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었다. 그녀는 어디 갔다가 자취방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자 그녀는 친구 만나고 오는 길인데 몹시 피곤해서 곧장 씻고 자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나 거기로 갈게.”
“지금? 얼마나 걸리는데?”
내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그렁그렁 달린 목소리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딜 다녀왔으며 거기서 뭘 했는지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는 취해 있었다.
내가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팬티스타킹과 브래지어 차림으로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는 고개만 돌린 채 “왔어?”라고 짧은 인기척을 냈다.
나는 그대로 돌진하여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려 입을 맞췄다. 수진이는 짐짓 놀라며 “오빠, 왜 이래?”라고 나를 밀치려 했지만 그녀가 힘으로는 나를 당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도리어 몸무림 치던 그녀는 폭신하게 이불이 깔린 매트리스 위로 넘어졌다. 나는 넘어진 그녀 위로 올라탔다. 아직 외투를 벗지 못한 내 몸에서는 가을밤의 스산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알았어, 오빠, 일단 씻고.......”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외투를 벗어 한쪽으로 사납게 던졌다. 스산했던 외투자락이 침대 한 켠에 걸렸다.
“오빠, 무슨 일 있었어?”
나는 대꾸도 않고 내 청바지를 끌러 내렸다. 끌러 내리면서 속옷도 동시에 내렸다. 아직 채 완전히 발기하지 못한 페니스가 아래로 무겁게 덜렁거렸다.
“왜 그래, 갑자기 무섭게?”
“빨아줘.”
그녀의 기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나는 그놈의 망할 질문 따위는 그만두고 씨발 빨리 내 페니스를 빨아달라고 그녀를 닦달했다.
“진짜 오늘 이상하다, 오빠 아닌 거 같아.”
주저하는 그녀에게 “빨리! 나 그냥 빨리 하고 싶어서 그래.”라며 그녀의 손을 잡아 내 페니스로 이끌었다.
“너랑 섹스 하고 싶다고, 지금 당장!”
그녀와 근 두 달 알고 지내고 몸을 섞고 지내며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인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브래지어에 팬티스타킹 차림으로 엉거주춤 내 페니스를 잡고 입 안에 담그기 시작했다.
아....... 혀끝에 닿는.......
나는 침대 위에 두 다리로 서서, 수진이의 뒤통수를 두 손으로 붙잡고 꾸욱 당겼다. 발기가 차오를수록 그녀의 입놀림이 가빠졌다.
그녀는 자세가 불편하다며 내게 누워 보라 손짓했지만, 나는 도리어 그녀를 침대에 반듯이 눕히고 그녀의 팬티스타킹을 당겨 벗겼다. 몇 번 봤던 그녀의 보라색 속옷이 여과 없이 드러났고, 나는 그마저도 벗겨냈다. 팬티 속에서 한쪽으로 쓸려 가지런히 누워있는 그녀의 음모. 나는 그 음모를 손가락으로 헤쳐 그 안에 꽃잎을 벌리려 들었다.
“잠깐만.”
그녀가 두 손으로 꽃잎을 막고 나섰다.
“우리 씻고 하면 안 될까?”
순간 그녀의 따귀를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실제로 따귀를 붙여 올리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왜? 남자친구 면회 가서 좆물이라도 한 바가지 담고 왔냐? 이 썅년아?’라고 외칠 뻔 했다.
이 모든 회오리가 우지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모든 것을 섹스로 풀고 싶을 뿐. 나는 비겁하게도 다른 여자에게 ‘무언가 꿀린 듯한’ 감정을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젖기는커녕 매마르기까지 한 그녀의 균열로 꼿꼿해진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녀의 오럴로 묻어난 침이 이미 증발하여 살과 살이 쓸리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몇 번을 거칠게 문질러도 안 벌어지자 나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페니스 끝에 발랐고, 재차 그녀의 꽃잎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씻고 하자며, 거의 애원조로 빌고 있었다.
하지만 페니스의 끝이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을 건드리자 그녀는 도리어 내 허리를 끌어안고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오호라 그래 질러라 질러 방금 전 네 남친에게 그랬듯 찢어 달라고 애원해 보거라
나는 거세게 밀어 붙였다. 방음이 부실한 방에서 그녀의 신음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위로 아래로 튀어나갔다.
오호라 더 크게 질러라 질러 옆방 총각 앞방 처녀 모두 듣도록 질러라 이 썅년아 이 갈보년아 이 걸레 같은 년아
내 페니스 안쪽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속살에 내 것이 아닌 무언가가 미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호라 많이도 받아 왔구나 마를 새 없이 또 받아 넣으니까 좋더냐 이 썅년아 이 갈보년아 이 걸레 같은 년아
썅년을 박멸하자, 썅년을 박멸하자.
나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왈칵, 그 속살 안에 쏟아 붓고 말았다. 짧고도 허무하고도 의미 없는 정사였다. 나는 한동안 그렇게 수진이의 몸 위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는 다 안다는 듯이 내 등을 어루만지며 손바닥으로 톡톡 다독여주었다. 여자의 다독임이 못내 자존심 상하게 느껴졌다.
---
[IN THE CLUB]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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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여러번 돌려본 공포영화라도 되는 듯, 침착하게 당시의 상황을 전해주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소한 시비가 있었고, 돌아와 보니 이미 모든 일은 벌어진 후였다고.
“죽지는 않았어요.”
지현 씨는 잠시 텀을 두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죽지는 않았는데 합의금을 요구했어요. 신고하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고.”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에게 “신고를 안 했다니요?”라고 되물었다.
“찔린 사람은 오락실에서 일하던 불법체류 조선족이었어요. 게다가 오락실 자체가 불법이라 그쪽에서도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나 봐요. 그리고 오빠가 군인인 걸 약점으로 물고 늘어진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많이 다친 거 아니었나요?”
“심각한 건 아니었나 봐요. 그리고 당장 수술을 받아.......”
“잠깐,” 나는 지현 씨의 말을 끊고 “칼에 찔린 상처라면 병원에서 경찰에게 알릴 텐데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무면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한 것까지 아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아무튼, 오락실에서 오빠랑 나를 감금했어요. 합의금을 줄 때까지 절대 나가지 못할 거라며, 처음에는 나를 가두고 오빠를 내보냈어요. 나를 인질로 잡은 거예요. 신고하거나 다른 마음먹으면 헌병에 알리고 나도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나 거짓인지.
“오빠라고 그 많은 돈을 갑자기 어떻게 구하겠어요? 게다가 탈영병 신분인데....... 결국 돈 못 채우고 돌아오니까, 이번엔 나를 내보내고 오빠를 감금했어요. 신고하긴 무섭고 도망가기는 더 무섭고....... 우리집 전세랑 적금 든 거, 동생이 제철소에서 일한 거 모두 긁었어요. 그래도 모자라더라고요.”
합의금으로 얼마를 요구했냐고 묻자 수술비 5천에 합의금 5천이란다. 그나마도 처음엔 2억을 요구했다고 했다.
“결국 내 이름으로 신용대출도 받았어요.”
액면 그대로 믿기엔 꺼림칙한 게 많았다.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은 사이인지는 내 알 수 없는 바이지만, 대체 그들이 뭐를 믿고 한 사람씩 풀어줬단 말인가? 그리고 지현 씨가 강 중위에게 그런 사랑을 베풀 정도로 사랑이 깊었단 말인가?
“믿지 않는 얼굴이네요, 지승 씨.”
그녀가 나를 꿰뚫어봤다.
“그럼 이건 뭐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그게 뭘 뜻하는지 몰라 잠자코 보고 있자니 그녀는 “신장을 팔았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금 경악했다.
“직접 안 보면 못 믿겠죠?”
그녀는 주변의 시선도 살피지 않고(어차피 우리 주변엔 다른 손님이 없었다) 블라우스를 들어 자신의 속살을 살짝 노출시켰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녀의 흰 살갗에 뚜렷한 수술자국이 보였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막 수술을 끝내어 실밥과 칼자국이 남아 있는 마르지 않은 상처는 아니었다. 이미 아물어 살과 살이 단단하게 이어진 자국의 일부였다.
“콩팥이라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감금된 지 2주 만에 팔았죠.”
이쯤 되니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이 여자는 나에게 무얼 바라기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지난 두 달간의 생지옥을 나에게 펼쳐놓는가 싶었다. 설마하니 아직도 돈이 부족하니 나에게 도와달라는 것인가? 아니면 보증이라도 서달라는 것인가?
목이 탔다. 나는 거의 줄지 않은 내 맥주병을 들고 두 모금을 들이켰다. 냉장 상태가 안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가 길어진 탓인지. 맥주는 시원함과 미지근함 중 하나를 택하라면 미지근하다 할 수 있을 만큼 냉기가 가신 상태였다.
잠시 우린 말없이 주변의 소음을 들었다. 늙은 주인은 TV 속 드라마를 멍청하게 들여다보고 있었고, 어린 알바생은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폼이었다. 우리 반대쪽에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무리들이 건배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 누구 하나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그 테이블의 황태 냄새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가게 바로 옆이 화장실인지 물 내리는 소리와 철제문을 여닫는 소리가 진동과 함께 느껴졌다.
“그래서, 중위님은 지금 어딨어요?”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 안 물어보고 있었다.
“어제 자수했어요.”
그녀가 설명하길, 별 짓 다 해봐도 2천만 원이 모자랐고, 오락실 쪽에서는 그 2천만 원을 양보할 뜻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하기사 양보는커녕, 자신들을 죽이고 유기하는 쪽이 더 간단해보였다고 했다. 결국 강 중위 역시 신장을 하나 떼어내는 것으로 모든 계산을 마무리 하자고 제안한 건 그쪽이었고, 이미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강 중위는 각서를 쓰고 수술대에 누웠다고 한다.
과연 이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무엇보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보기엔, 지현 씨는 너무도 감정 없이 말하고 있었다.
“내가 지승 씨를 보자고 한 건,”
“.......”
“말을 맞추기 위해서예요.”
말을 맞추다니, 무얼 말인가?
“오빠는 헌병대에 가서 이렇게 진술할 거예요. 지승 씨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납치가 되었고, 이런저런 협박들을 받다가 장기가 적출되는데,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도망 나왔다고. 절대 고의로 탈영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당한 거라고. 설마하니 앞길 창창하던 장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장기가 적출된 채 나타났는데 거짓이라 생각하겠어요? 그 앞뒤 상황만 잘 맞으면 되요. 도박이니 사람을 찔렀다느니, 감금이니 이런 말없이, 앞뒤 상황만 그럴 듯하게 만들면 오빠는 탈영했다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지승 씨가 거기에 맞게 증언만 해주면 되요. 오빠랑 헤어질 때 오빠가 심하게 취해서 몸도 잘 못 가누더라고. 그리고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고만.”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녀는 이 진술에서 쏙 빠지려 한단 말인가? 그리고 왜 강 중위가 자수하기 전에 직접 찾아오지 않았는가? 거기에 대한 그녀의 답은 간단했다.
“감금된 사람이 자기 차를 팔았다는 게 말이 되겠어요? 오빠 재산 정리하고 통장에서 인출한 사람이 여자 친구라고 진술하려면 나는 그 자리에 없던 게 되어야 하잖아요? 나는 그 자리에 없었던 거예요. 밖에서 오빠 걱정하고 돈을 모았다고 진술할 거예요.”
“글쎄요, 말이 안 되는데....... 그렇다면 지현 씨 직장은요? 그 이후 직장에 안 나간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내가 따지듯 짚자 그녀는 “그건 이미 처리했어요. 돈을 구하러 나올 때 사정이 생겨 퇴직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퇴직금까지 타갔으니까.”라고 답했다.
“왜 중위님이 직접 나오지 않고 지현 씨가 나온 거예요?”
“말했잖아요, 오빠는 어제 자수.......”
“그러니까, 왜, 자수하기 전에 나한테 연락을 안 했냐고요.”
그녀는 잠시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답했다.
“지승 씨한테 침착하게 연락을 하고 침착하게 자수를 하면, 과연 헌병대에서 뭐라고 생각할까요? 탈영병이 장기까지 잃고 자수하는데.......”
처음 가졌던 의심이 사라질 정도로 앞뒤의 이음새가 단단했다. 만약 그녀가 하는 모든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대단한 열녀일 것이다. 다만, 상식과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열녀라는 것이 꺼림칙했다. 도무지 경계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여자로군,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쓰다는 듯 웃으며 “그런데 지승 씨는 내 걱정은 안 되었나 봐요?”라고 물었다.
“어째 같이 고생한 나에 대해선 한 마디 걱정도 없네요?”
나에 대한 조소나 비난이 아니라, ‘나도 딱히 너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았다. 민망하면서도 섬뜩한 마음에 그녀의 안녕을 물었으나 그녀는 남은 맥주를 털어 마실 뿐 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나란히 한 병씩을 비우자 그녀가 소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큰일을 당한 여자가, 그리고 남자친구가 헌병대에서 탈영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렇게 태연하게 인적 한가한 지하에서 술을 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이 네 번째 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매번 달라지는 그녀의 이미지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죠?”
이번에도 그녀가 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흠칫한 마음에 대답할 타이밍을 잃었다. 그녀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알바생을 불러 소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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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였다. 그녀의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김상택의 여자 친구로 등장했다가, 강 중위의 연인으로 나와 처음 마주했고, 어떨 때는 청순한 처녀의 모습으로, 어떨 때는 되바라진 썅년의 얼굴로 나타났던 그녀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변태적인 섹스를 즐기는 변녀의 모습을 보인 적도 있고, 지금 현재는 감금당한 남자친구를 위해 콩팥까지 뽑은 열녀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김얼벌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가 기억났다. 김얼벌이 일했다던 오락실에서 일하던 우지현과 꼭 닮았다는 여자. 나는 과연 그 여자와 지현 씨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혹은 전혀 관계가 없는지를 묻고 싶어 소주잔이라도 아작아작 씹을 수 있을 만큼 입이 간지러웠다.
그러다 문득 ‘나는 대체 왜 이 여자랑 술을 함께 마시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했다. 이 여자가 무엇이건 간에 그건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나’는 대체 왜 이 여자랑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 생각할수록 술잔은 깊어갔고, 정신 차리고 보니 그녀와 나는 말없이 이미 한 병을 비운 후였다.
먼저 말꼬를 튼 건 그녀였다.
“지승 씨는 어떻게 지내요? 학교? 아니면 아직?”
복학했다고 답하자 그녀는 여자 친구는 생겼냐고 물었다. 나는 사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만나는 여자는 있다고 답했다. 그 답이 그녀의 흥미를 이끌었는지, 그녀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두 팔꿈치를 테이블에 괴며 물었다.
“사귀는 건지 모르지만 만나는 여자? 그게 뭐에요? 혹시 유부녀라도 만나나?”
“그런 거 아니에요.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대체 나는 왜 이런 것을 변명하고 있단 말인가?
내가 퉁명스럽게 답하자 그녀는 오히려 눈을 더욱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군대 간 남자친구 둔 여자라도 만나는 거예요?”
기다란 꼬치가 내 엉덩이 살을 뚫고 들어와 내 장기를 꿰고 목과 어깨 사이의 어딘가로 뚫고 나간 기분이었다.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꿰뚫렸다. 나는 심하게 당황했다.
그녀는 내 눈치를 보더니 “어머....... 진짠가? 미안해요.”라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두 손을 모으고 “내가 원래 이런 거 잘 맞춰요.”라고 말했다. 사과인지 염장인지 모를 표정이었다.
“남친 군대 보낸 여자를 건드린 건,” 나는 조금 남은 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어디까지나 건드린 남자가 잘못이죠. 맞아요. 흔들리고 휘둘리는 여자가 무슨 죄겠어요? 여자란 원래 그런 건데.”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안 남았던 술을 넘길 때 ‘찌-욱-’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면 내 말이 ‘너 역시 김상택을 버리고 강 중위를 선택하지 않았느냐’라고 제대로 전달될 것이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내 이야기를 듣던 그녀의 눈가에 뜻 모를 웃음이 맺혔다. 그리고 1,2초 텀을 두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이내 보조개가 파이기 시작했다. 붉은 입술 사이로 시릴 정도로 하이얀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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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헤어져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었다. 그녀는 어디 갔다가 자취방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자 그녀는 친구 만나고 오는 길인데 몹시 피곤해서 곧장 씻고 자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나 거기로 갈게.”
“지금? 얼마나 걸리는데?”
내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그렁그렁 달린 목소리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딜 다녀왔으며 거기서 뭘 했는지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는 취해 있었다.
내가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팬티스타킹과 브래지어 차림으로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는 고개만 돌린 채 “왔어?”라고 짧은 인기척을 냈다.
나는 그대로 돌진하여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쪽으로 돌려 입을 맞췄다. 수진이는 짐짓 놀라며 “오빠, 왜 이래?”라고 나를 밀치려 했지만 그녀가 힘으로는 나를 당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도리어 몸무림 치던 그녀는 폭신하게 이불이 깔린 매트리스 위로 넘어졌다. 나는 넘어진 그녀 위로 올라탔다. 아직 외투를 벗지 못한 내 몸에서는 가을밤의 스산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알았어, 오빠, 일단 씻고.......”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외투를 벗어 한쪽으로 사납게 던졌다. 스산했던 외투자락이 침대 한 켠에 걸렸다.
“오빠, 무슨 일 있었어?”
나는 대꾸도 않고 내 청바지를 끌러 내렸다. 끌러 내리면서 속옷도 동시에 내렸다. 아직 채 완전히 발기하지 못한 페니스가 아래로 무겁게 덜렁거렸다.
“왜 그래, 갑자기 무섭게?”
“빨아줘.”
그녀의 기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나는 그놈의 망할 질문 따위는 그만두고 씨발 빨리 내 페니스를 빨아달라고 그녀를 닦달했다.
“진짜 오늘 이상하다, 오빠 아닌 거 같아.”
주저하는 그녀에게 “빨리! 나 그냥 빨리 하고 싶어서 그래.”라며 그녀의 손을 잡아 내 페니스로 이끌었다.
“너랑 섹스 하고 싶다고, 지금 당장!”
그녀와 근 두 달 알고 지내고 몸을 섞고 지내며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인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브래지어에 팬티스타킹 차림으로 엉거주춤 내 페니스를 잡고 입 안에 담그기 시작했다.
아....... 혀끝에 닿는.......
나는 침대 위에 두 다리로 서서, 수진이의 뒤통수를 두 손으로 붙잡고 꾸욱 당겼다. 발기가 차오를수록 그녀의 입놀림이 가빠졌다.
그녀는 자세가 불편하다며 내게 누워 보라 손짓했지만, 나는 도리어 그녀를 침대에 반듯이 눕히고 그녀의 팬티스타킹을 당겨 벗겼다. 몇 번 봤던 그녀의 보라색 속옷이 여과 없이 드러났고, 나는 그마저도 벗겨냈다. 팬티 속에서 한쪽으로 쓸려 가지런히 누워있는 그녀의 음모. 나는 그 음모를 손가락으로 헤쳐 그 안에 꽃잎을 벌리려 들었다.
“잠깐만.”
그녀가 두 손으로 꽃잎을 막고 나섰다.
“우리 씻고 하면 안 될까?”
순간 그녀의 따귀를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실제로 따귀를 붙여 올리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왜? 남자친구 면회 가서 좆물이라도 한 바가지 담고 왔냐? 이 썅년아?’라고 외칠 뻔 했다.
이 모든 회오리가 우지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모든 것을 섹스로 풀고 싶을 뿐. 나는 비겁하게도 다른 여자에게 ‘무언가 꿀린 듯한’ 감정을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젖기는커녕 매마르기까지 한 그녀의 균열로 꼿꼿해진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녀의 오럴로 묻어난 침이 이미 증발하여 살과 살이 쓸리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몇 번을 거칠게 문질러도 안 벌어지자 나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페니스 끝에 발랐고, 재차 그녀의 꽃잎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씻고 하자며, 거의 애원조로 빌고 있었다.
하지만 페니스의 끝이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을 건드리자 그녀는 도리어 내 허리를 끌어안고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오호라 그래 질러라 질러 방금 전 네 남친에게 그랬듯 찢어 달라고 애원해 보거라
나는 거세게 밀어 붙였다. 방음이 부실한 방에서 그녀의 신음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위로 아래로 튀어나갔다.
오호라 더 크게 질러라 질러 옆방 총각 앞방 처녀 모두 듣도록 질러라 이 썅년아 이 갈보년아 이 걸레 같은 년아
내 페니스 안쪽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속살에 내 것이 아닌 무언가가 미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호라 많이도 받아 왔구나 마를 새 없이 또 받아 넣으니까 좋더냐 이 썅년아 이 갈보년아 이 걸레 같은 년아
썅년을 박멸하자, 썅년을 박멸하자.
나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왈칵, 그 속살 안에 쏟아 붓고 말았다. 짧고도 허무하고도 의미 없는 정사였다. 나는 한동안 그렇게 수진이의 몸 위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는 다 안다는 듯이 내 등을 어루만지며 손바닥으로 톡톡 다독여주었다. 여자의 다독임이 못내 자존심 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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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LUB]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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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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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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