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고 학교에 나간 채경은 주변사람들에게서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
-너 창배선배랑 사겨?
눈치없기로 유명한 하영이 채경에게 다가왔다. 신입생때 모든 포커스가 채경에게 쏠리자 갖은 질투와 시샘을 보냈던 하영이었다. 채경보다 한 살 어렸지만 채경을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것이 과의 룰이라고 하더라도 채경과 친한 동기들은 모두 언니라고 불렀지만 하영은 꼬박꼬박 반말로 끄적였다.
-아니, 무슨 소리야? 누가 그래?
-음.. 몰라.. 나도 그냥 남들 하는 소리 들은거야.
하영은 쭈볏대며 복도를 걸어나갔다. 채경은 하영이 아니더라도 사실 수상한 루머가 학과에 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누구하나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명하기도 애매한 위치였다. 그날 창배가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 불안한 면도 있었다. 아마 창배가 소문을 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치가 떨렸다. 그러나 아무 증거도 없이 창배에게 가서 다짜고짜 따질 수는 없었다. 이럴 때 하소연할 단짝 친구 하나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신입생때 알바를 여러개를 하느라 친구들과 방과후에 제대로 놀지 못한 탓이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좋은 친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루머는 끊이지 않았다. 매번 누군가와 만난다는 소문이 들렸고 인기있는 남자 선배에게 꼬리를 친다는 소문도 매번 들렸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누가 주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지도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매번 대응을 하지 않았다.
채경은 수업이 끝나고 몇몇 친분이 있는 동기들과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는데 멀리서 창배와 수철이 지나갔다. 채경과 친한 아이들은 현재 떠돌고 있는 소문이 헛소문이라는 것을 알아주었다.
-언니, 아니죠?
가장 친한 은진이가 채경에게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채경이 미간을 찌뿌렸다.
-그럼 맞겠어? ㅋㅋ 소문이더라도 싫다.. 저런 사람은.. ㅋㅋ
채경의 넉살에 모두들 다같이 웃었다. 꼭 외모때문만은 아니었다. 창배는 잘난척이 심하고 일단 사람들을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에도 거드름이 심한 스타일이었다. 다들 선배이기 때문에 가끔 말을 섞을뿐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집이 좀 산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봐 수철은 같이 옆에 붙어다녔다. 둘은 나이트에서도 룸을 잡고 논다는 이야기가 들릴만큼 창배는 돈을 펑펑 쓰고 다녔다. 창배의 돈을 보고 따라다니는 여자도 몇 있어서 창배는 어지간한 여자는 자신이 다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인간들은 왜 군대 안가나 모르겠네...
은진이 낮은 목소리로 작게 말하였다. 같이 밥을 먹던 친구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수철선배는 이번학기 끝나고 공익으로 간다던데... 창배 선배는 뭐지? 빽으로 빠졌나?
친구 하나가 말하였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빠질 수 있겠어. 몸에 문제가 있던가 하겠지. 미국인인가? ㅋㅋ
채경이 농담을 했다.
채경은 학교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깐 커피를 뽑아 먹으려고 자리에서 나왔다. 마침 마주치기 싫은 창배와 수철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창배는 지난 번 일이 기억이 안난다는 듯이 채경에게 인사를 했다.
-채경아? 뭐해?
-네. 도서관에서 있어요.
-공부는 무슨.. 우리랑 놀래?
-하던 일이 있어서요.. 두분이서 재밌게 노세요.
-그러지 말고 영화한편 보러가자. 응?
창배는 지난 번 일에 대한 사과의 말이 한번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채경과 사귄다고 소문까지 퍼뜨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천연덕 스럽게 인사를 건네는게 너무 꼴뵈기 싫었다. 그러나 채경은 꾹참고 마지막까지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오늘은 두분 재밌게 노세요.
-그러면 다음에는 꼭 같이 노는거다.
-예,.예..
채경은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뉘앙스를 보낸 후에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창배는 수철의 얼굴을 바라보고 의기양양하게 표정을 지었다.
-봤냐?
-진짜야?
-당연하지. 그날 아주 대단했다니깐. 싫다고 앙탈 부리는 년이 몇 번 빨아주니깐 아주 질질 싸는데 내 옷까지 다 젖는 줄 알았다니까.
-맛있어? 저렇게 생긴 애들이 보지가 헐렁하다던데..
-아니야, 진짜 쫄깃해. 처녀인줄 알았다니깐...
-대단하다 진짜.. 근데 왜 영화보러 같이 안나가지?
-너 때문이잖아 짜식아. 그리고 아직 남자친구도 있다고 하는데 괜히 나랑 사귄다고 소문돌면 손가락질 받잖아. 가뜩이나 남자들한테 꼬리치고 다닌다고 이미지도 안좋은데..
창배는 채경의 몸을 표현할때는 엄지를 치켜 세우면서 말했다. 수철은 학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퀸카인 채경을 자신의 친구인 창배가 먹었다는 사실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야, 너 쟤랑 사귈거야?
-사귀긴... 학교 다니는 동안만 실컷 먹다가 헤어져야지. 결혼은 그래도 근본있는 여자랑 해야지. 저렇게 아무 것도 없는 애랑 결혼 했다가는 인생 배린다. 쟤 1학년때 알바 하느라 수업만 끝나면 쪼로로 달려갔던 앤데 집안 사정이야 안봐도 뻔하지.
-그럼 너 실컷 먹고 나도 한번 주라.
-너도 먹고 싶냐? ㅋㅋㅋ 알았어. 질릴 때 까지 먹고 너 줄게. 그때쯤이면 스킬도 더 늘어서 너 아마 넣자마자 쌀걸? ㅋㅋㅋ
창배는 입맛을 다시며 채경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엊그제 시현에게서 아주 금과도 같은 정보를 얻었다. 채경이 노브라 노팬티로 홀복같은 야한 원피스를 입고 편의점을 왔다갔다 했다는 정보였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꼭 채경을 한번 넘어뜨리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채경은 자리에 앉아 창배의 후안무치함에 부르르 떨었다. 애초에 남탓을 잘 하지 않고 자신의 탓을 주로 하는 채경이지만 창배는 정말 질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도 잘 되지 않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집에 왔다. 선우의 돈으로 얻은 집이라고 해도 사실 입주 당시부터 채경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다. 부친의 사업이 망한 이후에는 단칸방에서 지지고 볶고 살다가 이렇게 오피스텔 급의 투룸에서 사니까 집에 제일 좋았다. 공부도 집에서 할 때가 도서관에서 할 때보다 더 잘되는 기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책을 폈다. 지난번 서점에서 시현 때문에 급하게 산 그 책이었다. 반을 넘어 거의 다 읽어가고 있었다. 차 한잔과 독서를 하는 이 시간이 채경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 이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넘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다가 희주에게 문자가 온 것을 알았다.
<언니, 우리 지금 집으로 가는데 저녁 안먹었으면 칼국수 먹을래요?>
문자가 온 시간을 보니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그 시간이면 이미 도착을 했을텐데, 아무 말이 없었다. 채경은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언니.. 문자 안받아서 일이 있나 했어요. 저녁 먹었어요?
-너희 어디야?
-저희 정말 딱 칼국수 집 들어가기 직전이에요. 저녁 안먹었으면 얼른 나오세요. 3인분 시켜놓을게요.
채경을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 걷지 않아 칼국수 집에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반겨주었다.
-언니, 여기!
희주가 채경을 불렀다. 채경이 오기 전부터 이미 준기와 희주는 나란히 옆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채경은 자리에 앉아 둘을 지켜봤다. 수업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붙어 있을텐데 저렇게도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언니, 저희가 미리 시켰어요. 지금 드셔도 되요.
준기가 이미 접시에 국수를 담아 채경의 앞에 놓았다. 그 다음에는 희주의 앞에 더 많이 국수를 담았다.
-나 살빼야 되는데..
희주가 앙탈을 부리자 준기가 아빠 미소를 지었다.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냥 먹고 싶은거 다 먹어도 돼.
그런 말을 듣고서야 희주는 젓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너희 둘 여기까지 저녁을 먹으러 온거야?
-응.. 준기가 집에 자꾸 바래다 준다고 한거 아예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했어.
-준기네 집은 서울이라고 하지 않았어? 집에서 어머님이 밥 차려 놓으셨을텐데.
-저희 부모님 여행가셨어요. 지금 집에 가봐야 형 말고 아무도 없어요. 형도 일 때문에 집에 잘 안들어오고요.
-형이 있었어? 일 하신다고 하는거 보니깐 터울이 꽤 나나봐?
-네. 형은 지금 검사로 일하고 있어요. 터울이 꽤 나죠. 근데 형하고 저 사이에 누나 한명 더 있어요.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구요. 선우 형님도 미국에서 대학 나오셨다고 했죠? 무슨 학교에요?
-응.. 글쎄??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 ㅋ
채경은 얼버무렸다. 선우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실제로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목적있이 유학 간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도피성으로 간 유학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 당당하게 소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준기네 집안은 자체가 가풍있는 집안이었다. 희주네 부모님도 좋은신 분이었다. 좋은 집안들끼리 만난다고 생각을 하니 채경은 자신이 조금은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제가 다음달에 생일이거든요. 희주랑 같이 여행 갈까 하는데 희주가 자꾸 안간대요. 누나가 설득 좀 해주세요.
준기가 여행이야기를 꺼내자 희주가 눈을 흘겼다.
-여행은 무슨 여행이야. 서울에서 생일 파티 하자니깐.. 꼭 여행을 가야돼?
-생일이니깐.. 내년에 너의 생일때는 외국으로 갈 계획까지 짰는데?
-흥, 누가 간대? 언니, 준기 되게 응큼한거 맞지?
또 다시 사랑싸움을 하는 걸 보니 채경은 웃음이 났다.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듣고 있었다.
-여행이 왜 응큼해? 그냥 좋은 곳 가자는 건데... 정 그러면 진짜...
-진짜 뭐?
-진짜...아무 짓도...아니다.. 거짓말은 못하겠다. 으흐흐...
준기의 웃음에 희주도 따라 웃었다. 칼국수를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준기는 늦었다며 희주와 채경을 건물 앞까지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채경은 자신이 빠져주어서 키스라도 할 짬을 주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희주는 집으로 돌아와서 채경에게 고민상담을 했다.
-언니, 정말 여행 가도 될까요?
-그럼.. 가야지. 그때쯤이면 너희 사귄 것도 두달이 넘잖아. 그럼 뭐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지. 너희 솔직히 어디까지 갔어?
희주가 머뭇거리다가 속 시원히 털어놨다.
-저번에 학교 빈강의실에서 키스하면서 가슴까지 만졌어요.
-옷 위로?
-아니요. 안으로 손 넣어서...
희주는 말하기 민망한지 주춤 거리다가 끝내 모든 것을 다 말했다.
-준기가 아주 쑥맥은 아니네. 넌 어땠어? 준기가 그렇게 나오면 싫어?
-... 아니요... 싫진 않지만 여행까지 가는 건 쫌..
-너 혼전순결이야? 준기랑은 안할거야?
-... 그건 아니지만..
-그럼 그냥 여행 갔다와. 언제라도 할거면 너무 두려움 갖지말고 한번 해봐.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쫓겨서 하진 말구.. 니 생각과 판단에 모든 기준을 맡겨야지. 솔직히 말해봐. 준기랑 자고 싶어?
채경의 돌직구 질문에 한방 먹은 듯 하는 희주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네... 준기랑 하고 싶어요.
다소 진지한 말투에 채경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럼 이야기는 끝났네.
-근데 언니, 그게 정말 아파요?
-조금 아프겠지 처음엔... 근데 누구나 다 하는걸 보면 왜 하겠어? 엄청 좋으니까 하겠지.
-그래요... 언니도 아저씨랑 할 때 좋아요?
이번엔 희주가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거침없던 채경도 조금 당황했다.
-나?... 음.. 좋지. 좋으니깐 하겠지.
희주는 지난밤 채경의 신음소리를 떠올렸다.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날 이후에 희주는 베란다에서 채경의 창문 앞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짐을 새로 정리했다. 자신도 정리를 하면서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통로로 조심스럽게 기어가면 창문을 통해 채경의 방을 생생히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채경은 베란다 쪽은 신경도 안썼기 때문에 설마 그리로 희주가 엿볼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일단.. 그렇게만 알고 있을게요. 또 준기가 가자고 하면 그때 못이기는 척 가주죠 뭐 ㅋㅋ
희주는 생글생글 웃음을 지었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 희주는 샤워를 마치고 집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약속대로 채경의 방을 제외한 집청소는 희주가, 쓰레기 버리는 것과 음식물쓰레기 정리는 채경이 도맡아 했다. 둘다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집안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지 못했다. 그 시각 현관문의 번호키가 눌리는 소리가 나더니 선우가 들어왔다. 희주는 선우가 들어오자 인사를 했다.
-앗.. 안녕하세요. ㅋㅋ 그래도 여자 둘이 사는데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요.
-어.. 미안.. 내집같아서.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선우는 희주에게는 착하게 굴었다. 어찌보면 더 순할 것 같으면서도 채경보다도 더 할말은 다 하는 성격의 희주였다. 선우는 조심조심 하면서 채경이 방으로 쏙 들어갔다. 채경도 얼른 정리할 것은 정리하라고 하고 들어가 자라고 했다. 희주는 잘자라고 말한 다음 소등을 하고 자리에 가 누웠다.
예상대로 희주는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이야 채경의 방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겠지만 선우가 놀러오는 날이면 항상 안하는 날이 없었다. 희주는 둘이 섹스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희미하게 채경의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희주는 이불을 걷어 살금살금 거실을 가로질러 갔다. 발바닥 소리가 들릴까봐 양말을 신는 치밀함도 보였다. 베란다 샷시는 소리가 나지 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살금살금 베란다 통로로 걸어가는 희주는 채경의 방 창문앞에서 매우 망설였다. 혹시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기분에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몸이 떨려왔다. 항상 채경은 불을 켜놓고 섹스를 했기 때문에 어두운 희주쪽이 걸릴 일은 없었다. 그리고 채경의 창문 너머에 있는 복도부분은 항상 빨래를 너는 건조대가 있기 때문에 엄폐 할수 있었다.
-하항... 하...하..하...아하..하아...
채경의 신음소리가 거침없이 흘려나오고 있었다. 희주는 결심을 한듯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올렸다. 채경은 개처럼 엎드린 상태에서 선우가 채경의 엉덩이에 코를 박고 빨고 있었다. 처음 본 장면부터 오랄을 본 희주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채경은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창문이 닫혀있어서 들리지는 않았다.
-희주 고것이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네. 요샌 진짜 딸같애. 너랑 몇 살 차이도 안나는데.
-희주도 여자로 보는거에요?
-못 볼건 없지. 왜 질투나?
-질투는요. 희주 아직 남자 경험도 없는 아이에요. 건들지 마세요.
채경의 말에 선우는 묘한 흥분감이 생겼다. 아직 처녀란 말이지... 남친이 있다길래 벌써 먹혀도 여러번 먹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처녀란 말이 신기했다. 처음 채경을 모텔로 데려가 따먹었을때 생각이 났다.
-건들지 마세요?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말을 그렇게 했냐?
선우는 보지를 빨던 입을 떼고 엎드려 있는 채경의 둔부에 그대로 자지를 찔러댔다. 채경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어올려 비명을 질렀다.
-너 말 똑바로 안할래? 내가 요새 너무 잘해줬지?
선우는 채경의 엉덩이를 큰 손으로 찰싹하고 때렸다.
-죄송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하아..하아.. 하앙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고 뭐라고 하랬어?
-주인님.. 죄송해요.
-넌 영원한 내 암캐야. 다음부터 말할땐 항상 조심하도록 해.
-네 알겠어요.. 하앙.. 하.. 하....
희주가 창문 밖에서 본 채경의 표정은 고통에 가까웠다. 선우가 채경의 엉덩이를 때릴 때 채경은 입을 벌려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미세하게 부르르 떠는 모습을 포착했다. 섹스를 상상할 때 여자가 눕고 남자가 그 위에 있는 모습만 상상한 희주는 여자가 저렇게 개처럼 엎드려서 음란하게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자신도 채경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알콩달콩하게 연애하는 준기도 저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자신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뒤로 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묘한 성적 흥분감이 들었다. 한참을 채경을 뒤에서 괴롭히던 선우는 채경을 바로 눕힌 다음 정상위 자세로 섹스를 이어갔다. 다리를 쫙 벌려 선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쾌락에 들떠 침대시트를 손으로 쥐어짜며 신음소리를 냈다. 선우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너도 씨발 내가 좋지? 좋아서 이러는거지?
-네 좋아요. 주인님... 더 해주세요. 하항.. 하... 주인님.. 하앙..
-암캐같은년. 오늘은 오랜만에 입에 다 싸줄게 입벌려.
채경은 입을 벌리고 혀를 쭉 내밀었다. 그 천박하고 음탕한 자태에 희주는 뒤로 넘어질뻔 했다. 섹스를 하고 허리를 들썩이는 것보다 정숙하고 도도한 채경언니가 자기 손으로 유방을 주무르면서 혀를 내빼는 모습이 천박하고 음탕하게 보이기 그지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안으로 선우가 자지를 갖다대고 좆물을 쏟아내는 장면이었다. 희주는 둘의 섹스를 바라보면서 기절할뻔 했다. 채경은 선우의 자지를 물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둘 사이에 일이 마무리 되어 조용해 지기 전에 희주는 서둘러 베란다를 반대방향으로 기어 나왔다. 둘중 하나가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가기 전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희주는 잰 걸음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 별로 한 일이 없었지만 이마에 땀이 배어 나왔다. 어른들의 섹스란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자 더욱 놀라웠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워너비의 대상으로 생각한 채경이 그런 음란한 자태를 보이자 갑자기 그 모습도 더욱 예뻐보였다. 자신이 얼토당토 않은 도덕적 관념에 싸여 얼마나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지 생각해보였다. 자신도 채경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준기와 여행조차도 고민하던 자신이 너무 답답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준기가 선우처럼 자신을 더욱 음탕하게 다루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희주는 자신의 꽃잎에 조용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촉촉해진 것이 느껴졌다. 땀은 아니었다. 미끌미끌한 느낌이 들었다. 클리토리스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다가 계속 꽃잎을 만지면서 어느 특정한 부위가 대단히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 끝으로 조용히 그 부분을 어루만졌다. 상상속에서는 이미 준기가 자신을 뒤로 범하고 있었다. 희주는 준기에게 따먹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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