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내 바랐던 일이었다. 미진이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몰두했었고 그만큼 믿었었다. 내가 이만큼 했으나 너도 이만큼은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타산적인 마음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그 믿음 만큼은 확신하고 있었었다. 배신당한 여자가 사랑에 실패하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꼴을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었다.
울고 있던 미진이가 자전거를 세우고, 열쇠를 채우는 나를 발견하고는 일어서서 쭈뼛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휙하고 바람이 불었고, 가뜩이나 얇은 다리가 휘청하더니 쓰러지려고 해서 얼른 다가가서 잡았는데, 언제나처럼 미진이는 가볍디 가벼웠다.
"밥은 먹었어?"
"아니."
"먹으러 가자. 쓰러지겠다."
"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아니. 먹으러 가자. 할 이야기도 있고."
"안 들을래."
"그럼, 이야기 하지 않을 테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미진이를 데리고 간 곳은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밥을 먹었던 생선구이집이었다. 익숙하게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늘 먹던 삼치구이와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돈까스를 먹었지만, 이상스럽게도 배가 차지 않은 것처럼 음식냄새를 맡았더니 배가 고팠다.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에 다녀온 미진이의 얼굴은 말끔했다. 화장을 지웠는지, 늘 컨실러를 칠해서 가리는 왼쪽 눈 밑의 실점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보이는 얼굴이 더 앳돼 보였다.
음식이 나오고 먹지 않는 미진이의 공기에서 밥을 한 술 떠서 억지로 손에 쥐어주고는 삼치살을 발라서 그 위에 놓아주었더니, 그제야 삼키는 것을 보고서, 반찬으로 나온 오징어 젓갈을 한점 집어먹었다. 들큰한 비릿내가 났다. 뺨을 세게 맞아 피가 이 사이에 밴 것 같았다. 서로간에 말을 하지 않고 천천히 밥공기를 비웠다. 오래 굶었던 듯 밥을 조금만 먹였는데도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헤어지고 온거라며?"
"진수씨가 전화했어?"
"어. 잘했다. 네가 날 버리고 만난 남자라 이러는 게 아닌데, 그 녀석은 못 쓰겠더라. 남자를 만나려거든, 제대로 된 놈을 만나. 그리고 연애 한 번 잘못했다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것도 없어. 너 이제 스물 둘이야. 앞으로 스물, 서른은 만나야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거야. 알겠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돼."
"오빠."
"응?"
"왜 이렇게 됐지. 왜 이렇게 됐을까. 이상해. 오빠만 옆에 있으면, 난 언제나 부족한 게 없었거든. 우리끼리 돈이 없어서 오빠네 방에서 라면 끓여먹고 그럴 때도 나 되게 만족했었거든.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오빠, 내가 왜 그랬을까."
"헤어지는 남녀에게는 둘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아니야. 오빠가 무슨 잘못이 있어. 오빠."
"어."
"남승현이랑 만나는 거야?"
"응. 그러려고."
"그럴 것 같더라. 이제 와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그런데, 하나만 허락해주면 안될까."
"뭘."
"예전처럼 날 좋아해 달라고 하지 않을게. 승현이랑 만나도 좋아. 그래도 나 그냥 오빠 근처에 있으면 안될까. 오빠가 멀리 보이는 곳 정도에 있을게. 나 지금 오빠마저 의지하지 못하면, 내 생활이 엉망이 될 것 같아. 바보같은 일이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 많이 욕심내지 않을게. 의식하지도 못하게 그냥 오빠 멀리서 있을게. 그 정도는 허락해주라."
"응. 그렇게 하자."
"오빠, 그럼 나 갈게. 역시 맛있네. 고마워 오빠."
"응."
내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우유부단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미진이에게는 그래지지가 않았다. 멍하니 그대로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미진이가 계산을 하고 나갔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와서 방으로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는데, 상황을 모두 정리하려 했던 결심과는 달리, 상황은 오히려 더 좋지 않아졌다.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진수는 약간은 싸이코였고, 무슨 열등감 같은 것을 내게 풀려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쓸 줄 아는 놈이라는 점에 있었다. 날이 선 과도를 든 꼬마아이가 아무 의식없이 그것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이었다. 거기에 승현이를 생각한다면, 내가 미진이에게 그런 태도를 취해선 안됐다. 미진이가 망가지건 말건 그대로 모른 척 해야 했다. 모든 것은 의지문제였지만, 내 의지는 미진이에게만큼은 언제나 조금쯤은 해제되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짜증이 좀 나서, 언제나 화가 날 때면 하는 숫자세기를 했다. 250까지 천천히 수를 세는데도 정리되는 문제가 없었다. 잠을 자면 좀 나아질까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이번엔 시트에서 무슨 간장냄새 같은 것이 났다. 시트를 당장 갈고 싶었지만, 이상스럽게도 귀찮아서 방향을 바꿔서 누웠다. 불을 끄고, 그냥 눈을 감고 있다가, 돈까스 포장한 것이 생각이 나서 싸온 돈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을 마셨다.
문자가 와서 봤더니, 내일 예약진료를 끊어둔 병원에서 온 문자였다. 약간 귀찮아지기도 했지만, 승환이의 상태를 꼭 물어보고 싶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승환이 문제는 조금쯤이라도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같아 숨이 쉬어졌다.
잡생각을 해봐야 되는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되지 않는 공부라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다. 충분히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문제들인데도, 의외로 답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모르거나 헛갈리는 문제들을 제외하고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그래도 70퍼센트 정도는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울고 있던 미진이가 자전거를 세우고, 열쇠를 채우는 나를 발견하고는 일어서서 쭈뼛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휙하고 바람이 불었고, 가뜩이나 얇은 다리가 휘청하더니 쓰러지려고 해서 얼른 다가가서 잡았는데, 언제나처럼 미진이는 가볍디 가벼웠다.
"밥은 먹었어?"
"아니."
"먹으러 가자. 쓰러지겠다."
"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아니. 먹으러 가자. 할 이야기도 있고."
"안 들을래."
"그럼, 이야기 하지 않을 테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미진이를 데리고 간 곳은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밥을 먹었던 생선구이집이었다. 익숙하게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늘 먹던 삼치구이와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돈까스를 먹었지만, 이상스럽게도 배가 차지 않은 것처럼 음식냄새를 맡았더니 배가 고팠다.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에 다녀온 미진이의 얼굴은 말끔했다. 화장을 지웠는지, 늘 컨실러를 칠해서 가리는 왼쪽 눈 밑의 실점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보이는 얼굴이 더 앳돼 보였다.
음식이 나오고 먹지 않는 미진이의 공기에서 밥을 한 술 떠서 억지로 손에 쥐어주고는 삼치살을 발라서 그 위에 놓아주었더니, 그제야 삼키는 것을 보고서, 반찬으로 나온 오징어 젓갈을 한점 집어먹었다. 들큰한 비릿내가 났다. 뺨을 세게 맞아 피가 이 사이에 밴 것 같았다. 서로간에 말을 하지 않고 천천히 밥공기를 비웠다. 오래 굶었던 듯 밥을 조금만 먹였는데도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헤어지고 온거라며?"
"진수씨가 전화했어?"
"어. 잘했다. 네가 날 버리고 만난 남자라 이러는 게 아닌데, 그 녀석은 못 쓰겠더라. 남자를 만나려거든, 제대로 된 놈을 만나. 그리고 연애 한 번 잘못했다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것도 없어. 너 이제 스물 둘이야. 앞으로 스물, 서른은 만나야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거야. 알겠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돼."
"오빠."
"응?"
"왜 이렇게 됐지. 왜 이렇게 됐을까. 이상해. 오빠만 옆에 있으면, 난 언제나 부족한 게 없었거든. 우리끼리 돈이 없어서 오빠네 방에서 라면 끓여먹고 그럴 때도 나 되게 만족했었거든.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오빠, 내가 왜 그랬을까."
"헤어지는 남녀에게는 둘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아니야. 오빠가 무슨 잘못이 있어. 오빠."
"어."
"남승현이랑 만나는 거야?"
"응. 그러려고."
"그럴 것 같더라. 이제 와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그런데, 하나만 허락해주면 안될까."
"뭘."
"예전처럼 날 좋아해 달라고 하지 않을게. 승현이랑 만나도 좋아. 그래도 나 그냥 오빠 근처에 있으면 안될까. 오빠가 멀리 보이는 곳 정도에 있을게. 나 지금 오빠마저 의지하지 못하면, 내 생활이 엉망이 될 것 같아. 바보같은 일이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 많이 욕심내지 않을게. 의식하지도 못하게 그냥 오빠 멀리서 있을게. 그 정도는 허락해주라."
"응. 그렇게 하자."
"오빠, 그럼 나 갈게. 역시 맛있네. 고마워 오빠."
"응."
내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우유부단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미진이에게는 그래지지가 않았다. 멍하니 그대로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미진이가 계산을 하고 나갔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와서 방으로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는데, 상황을 모두 정리하려 했던 결심과는 달리, 상황은 오히려 더 좋지 않아졌다.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진수는 약간은 싸이코였고, 무슨 열등감 같은 것을 내게 풀려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쓸 줄 아는 놈이라는 점에 있었다. 날이 선 과도를 든 꼬마아이가 아무 의식없이 그것을 휘두르고 있는 형국이었다. 거기에 승현이를 생각한다면, 내가 미진이에게 그런 태도를 취해선 안됐다. 미진이가 망가지건 말건 그대로 모른 척 해야 했다. 모든 것은 의지문제였지만, 내 의지는 미진이에게만큼은 언제나 조금쯤은 해제되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짜증이 좀 나서, 언제나 화가 날 때면 하는 숫자세기를 했다. 250까지 천천히 수를 세는데도 정리되는 문제가 없었다. 잠을 자면 좀 나아질까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이번엔 시트에서 무슨 간장냄새 같은 것이 났다. 시트를 당장 갈고 싶었지만, 이상스럽게도 귀찮아서 방향을 바꿔서 누웠다. 불을 끄고, 그냥 눈을 감고 있다가, 돈까스 포장한 것이 생각이 나서 싸온 돈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을 마셨다.
문자가 와서 봤더니, 내일 예약진료를 끊어둔 병원에서 온 문자였다. 약간 귀찮아지기도 했지만, 승환이의 상태를 꼭 물어보고 싶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승환이 문제는 조금쯤이라도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같아 숨이 쉬어졌다.
잡생각을 해봐야 되는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되지 않는 공부라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다. 충분히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문제들인데도, 의외로 답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모르거나 헛갈리는 문제들을 제외하고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그래도 70퍼센트 정도는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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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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