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민아의 유혹
민아와 얼굴을 익히고, 2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을것 같다. 한동안 시험때문에 바쁜척을 하다가, 모처럼만에 채팅을 하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그녀가 뉴욕을 놀러오고 싶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진 약 2시간 정도의 거리, 마음만 먹으면 놀러오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거리였다.
-놀러오면 삐삐쳐..센트럴 파크에서 컵라면이라도 같이 먹게..-
처음에 나는, 가볍게 그녀의 얘기를 받아쳤였다. 친구들도 한 두명 있다고 말을 하고, 다니고 싶다는 학교도 구경해야 하고, 4박 5일동안 갈 곳은 많았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허나,얼마후 이어진,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이 내 가슴을 세차게 두들겼다.
-오빠..나 놀러가면..오빠네 집에서 지내면 안돼?-
발칙한(?) 제안이였다.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구, 아마 한달 이상 채팅을 주고 받다보니, 보이지 않는 상대인 나에 대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친밀감은, 내 생각 이상으로 꽤 높은 듯 했다.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뉴욕 지인들도 그녀를 재워줄만큼의 친분은 아닌 듯 했고, 그녀의 여행 목적도 그렇게 뚜렷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래..갈때 없으면 언제든지 와서 지내, 대신 나 건들면 안돼.-
일단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습관처럼 말을 뱉었다. 별로 꺼리낄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시간동안, 우린 서로의 은밀한 부분에 대해서 꽤 많은 얘기를 나누었었다. 즉, 그녀는 어느 정도 내 전적(?)을 알고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각인 시키며 주의를 준 것이었다. 혹시 모르지만, 올때 오더라도 확실히 하라는 내 메세지였다. 어쩌면 그녀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였지만 말이다.
-ㅋㅋ 알았어. 내가 맛있는거 쏠께 -
-맛 있는거 말구, 그냥 네 입술 정도면 충분할꺼 같은데? 뉴욕 물가 비싸자나..알지?-
말을 받아치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조금더 노골적으로 진도를 나갔다. 그녀의 반응을 더 지켜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그녀의 의중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훨씬 그녀의 반응은 유쾌했다. "알았어, 내가 인심쏠께" 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생각치도 않았는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뭔가 모를 묘한 기류가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확실히 민아가 여우 짓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혼자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결론은 아닌것 같았다. 서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각자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유한 상황에서, 나랑 4박 5일을 같이 지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내가 굳이 또 다른 해석을 할 필요가 있겠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었다.
미니 홈피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서 찍은 듯한 사진 속의 그 모습, 잠시 설레임이 밀려왔다. 어서 빨리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이런 음흉한(?) 생각을, 그녀는 얼마나 짐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일단 신이나서 여행 계획을 늘어놓기에 바뻤다. 허나, 나는 그녀의 말에 별로 집중을 하질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여행이야 뭐, 어짜피 방학이라 바쁠 일도 없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와 밤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에 쏠려 있었다.
이후, 그녀와 나는, 한 시간 넘게 채팅을 했던 것 같다. 채팅을 마치기 전, 나는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는 멘트를 그녀에게 날렸다.
-요새 추워, 우리 침대에서 꼭 붙어서 자야 돼, 이불도 하나 뿐이고, 무슨 말인지 알지?-
내 진한 농담에 또 한번 ㅋㅋ 거리며 웃는 그녀,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 들었겠다 싶었다. 모종의 거래가 끝난 셈이었다. 꼬리를 누가 먼저 쳤던 간에, 나와 민아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거래에 합의를 마친 것이었다.
4. 제이의 크리스마스
제이는, 시험을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바뻐보였다. 나랑은 다르게 졸업 마지막 학기인데도 그녀는 쉴틈이 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평일 저녁에 가끔 만나서 저녁을 먹는 거 빼고는, 그녀와 나는 여전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도 한번 좌절하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선뜻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튼, 제이랑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크리스마스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크리스마스 얘기를 하자면, 미국과 한국의 그 문화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은, 크리스마스 휴일 대부분을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 지낸다. 가깝던, 멀던,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며칠씩 보내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학교의 기숙사들이 명절 휴일에 거의 텅 빈 공간이 되버린다. 심지어 어느 곳은 휴일에 기숙사를 닫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제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거리, 뉴저지의 어느 동네에 살고 계셨다. 나도 전에 어느 주말 제이를 데려다 주면서 가본적이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제이가 크리스마스 휴일에 부모님 집에 간다고 했다. 매주 주말이면 그곳에 가긴 했지만, 이번에는 며칠 동안 머물 계획처럼 보였다. 교회 일도 많은 것 같았고, 부모님과 어디 놀러가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나한테 그 얘기를 하면서 조금 미안해 하는 듯 했다.
-아냐..나 전혀 신경쓰지마, 난 괜찮으니깐..나도 바뻐..-
괜찮았다. 사실이 그랬다. 내 머릿속엔 민아라는 카드가 있었으니깐, 그녀가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아니 오히려, 제이가 뉴욕에 없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홀가분해진것도 있었다. 왠지 신이 주신 절호의 찬스인것도 같고..모든 상황이 나를 위해서 척척 맞아 떨어지는 듯 해 보였다.
-오빠..크리스마스때 우리집에 와서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래?-
갑작스런 제이의 제안, 마음이 편치 않았나보다.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해왔다. 물론 나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를 다시 본다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민아를 혼자 뉴욕에 놔두고 움직인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일단 그날 봐서 얘기하자고 했다. 어쩌면, 눈이라도 한바당 쏟아져서 발이 꽁꽁 묶일지도 모를 노릇이니 말이다.
그날, 제이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서 민아와 채팅을 하면서, 제이의 크리스마스 스케줄에 대해서 은근 슬쩍 귀뜸을 해줬다. 그렇치 않아도 얼마전에 민아가 "오빠..오빠 여자친구가 내가 오빠네 집에서 자는 거 알면 난리치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했었기 때문에, 희소식(?)을 언급을 해주고 싶었다.
-여튼, 신경쓰지 말고 부담없이 편히 지냈다가 가-
민아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한숨 놓는듯한 그녀의 말투에서 그 마음을 짐작했었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민아는 여우였다.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의 의도는 정확하게 전달을 하면서, 사람을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아직 실제로 보지는 않아서, 채팅할때 느꼈던 그녀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민아가 마음에 들었다. 내숭 떨지 않아도,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놔도, 그녀라면 기분 좋게 나를 받아 줄 것 같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말이다.
여튼, 그렇게 모든 건 셋업이 되었고, 어느새 크리스마스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아가 뉴욕으로 오기로 한 날짜도 가까워지고, 내일 모레면 제이도 부모님 집으로 떠나고, 나는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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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민아와 얼굴을 익히고, 2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을것 같다. 한동안 시험때문에 바쁜척을 하다가, 모처럼만에 채팅을 하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그녀가 뉴욕을 놀러오고 싶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진 약 2시간 정도의 거리, 마음만 먹으면 놀러오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거리였다.
-놀러오면 삐삐쳐..센트럴 파크에서 컵라면이라도 같이 먹게..-
처음에 나는, 가볍게 그녀의 얘기를 받아쳤였다. 친구들도 한 두명 있다고 말을 하고, 다니고 싶다는 학교도 구경해야 하고, 4박 5일동안 갈 곳은 많았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허나,얼마후 이어진,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이 내 가슴을 세차게 두들겼다.
-오빠..나 놀러가면..오빠네 집에서 지내면 안돼?-
발칙한(?) 제안이였다.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구, 아마 한달 이상 채팅을 주고 받다보니, 보이지 않는 상대인 나에 대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친밀감은, 내 생각 이상으로 꽤 높은 듯 했다.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뉴욕 지인들도 그녀를 재워줄만큼의 친분은 아닌 듯 했고, 그녀의 여행 목적도 그렇게 뚜렷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래..갈때 없으면 언제든지 와서 지내, 대신 나 건들면 안돼.-
일단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습관처럼 말을 뱉었다. 별로 꺼리낄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시간동안, 우린 서로의 은밀한 부분에 대해서 꽤 많은 얘기를 나누었었다. 즉, 그녀는 어느 정도 내 전적(?)을 알고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각인 시키며 주의를 준 것이었다. 혹시 모르지만, 올때 오더라도 확실히 하라는 내 메세지였다. 어쩌면 그녀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였지만 말이다.
-ㅋㅋ 알았어. 내가 맛있는거 쏠께 -
-맛 있는거 말구, 그냥 네 입술 정도면 충분할꺼 같은데? 뉴욕 물가 비싸자나..알지?-
말을 받아치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조금더 노골적으로 진도를 나갔다. 그녀의 반응을 더 지켜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그녀의 의중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훨씬 그녀의 반응은 유쾌했다. "알았어, 내가 인심쏠께" 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생각치도 않았는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뭔가 모를 묘한 기류가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확실히 민아가 여우 짓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혼자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결론은 아닌것 같았다. 서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각자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유한 상황에서, 나랑 4박 5일을 같이 지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내가 굳이 또 다른 해석을 할 필요가 있겠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었다.
미니 홈피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서 찍은 듯한 사진 속의 그 모습, 잠시 설레임이 밀려왔다. 어서 빨리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이런 음흉한(?) 생각을, 그녀는 얼마나 짐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일단 신이나서 여행 계획을 늘어놓기에 바뻤다. 허나, 나는 그녀의 말에 별로 집중을 하질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여행이야 뭐, 어짜피 방학이라 바쁠 일도 없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와 밤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에 쏠려 있었다.
이후, 그녀와 나는, 한 시간 넘게 채팅을 했던 것 같다. 채팅을 마치기 전, 나는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는 멘트를 그녀에게 날렸다.
-요새 추워, 우리 침대에서 꼭 붙어서 자야 돼, 이불도 하나 뿐이고, 무슨 말인지 알지?-
내 진한 농담에 또 한번 ㅋㅋ 거리며 웃는 그녀,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 들었겠다 싶었다. 모종의 거래가 끝난 셈이었다. 꼬리를 누가 먼저 쳤던 간에, 나와 민아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거래에 합의를 마친 것이었다.
4. 제이의 크리스마스
제이는, 시험을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바뻐보였다. 나랑은 다르게 졸업 마지막 학기인데도 그녀는 쉴틈이 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평일 저녁에 가끔 만나서 저녁을 먹는 거 빼고는, 그녀와 나는 여전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도 한번 좌절하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선뜻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튼, 제이랑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크리스마스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크리스마스 얘기를 하자면, 미국과 한국의 그 문화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은, 크리스마스 휴일 대부분을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 지낸다. 가깝던, 멀던,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며칠씩 보내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학교의 기숙사들이 명절 휴일에 거의 텅 빈 공간이 되버린다. 심지어 어느 곳은 휴일에 기숙사를 닫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제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학교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거리, 뉴저지의 어느 동네에 살고 계셨다. 나도 전에 어느 주말 제이를 데려다 주면서 가본적이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제이가 크리스마스 휴일에 부모님 집에 간다고 했다. 매주 주말이면 그곳에 가긴 했지만, 이번에는 며칠 동안 머물 계획처럼 보였다. 교회 일도 많은 것 같았고, 부모님과 어디 놀러가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나한테 그 얘기를 하면서 조금 미안해 하는 듯 했다.
-아냐..나 전혀 신경쓰지마, 난 괜찮으니깐..나도 바뻐..-
괜찮았다. 사실이 그랬다. 내 머릿속엔 민아라는 카드가 있었으니깐, 그녀가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아니 오히려, 제이가 뉴욕에 없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홀가분해진것도 있었다. 왠지 신이 주신 절호의 찬스인것도 같고..모든 상황이 나를 위해서 척척 맞아 떨어지는 듯 해 보였다.
-오빠..크리스마스때 우리집에 와서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래?-
갑작스런 제이의 제안, 마음이 편치 않았나보다.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해왔다. 물론 나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를 다시 본다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민아를 혼자 뉴욕에 놔두고 움직인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일단 그날 봐서 얘기하자고 했다. 어쩌면, 눈이라도 한바당 쏟아져서 발이 꽁꽁 묶일지도 모를 노릇이니 말이다.
그날, 제이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서 민아와 채팅을 하면서, 제이의 크리스마스 스케줄에 대해서 은근 슬쩍 귀뜸을 해줬다. 그렇치 않아도 얼마전에 민아가 "오빠..오빠 여자친구가 내가 오빠네 집에서 자는 거 알면 난리치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했었기 때문에, 희소식(?)을 언급을 해주고 싶었다.
-여튼, 신경쓰지 말고 부담없이 편히 지냈다가 가-
민아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한숨 놓는듯한 그녀의 말투에서 그 마음을 짐작했었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민아는 여우였다.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의 의도는 정확하게 전달을 하면서, 사람을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아직 실제로 보지는 않아서, 채팅할때 느꼈던 그녀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민아가 마음에 들었다. 내숭 떨지 않아도,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놔도, 그녀라면 기분 좋게 나를 받아 줄 것 같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말이다.
여튼, 그렇게 모든 건 셋업이 되었고, 어느새 크리스마스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아가 뉴욕으로 오기로 한 날짜도 가까워지고, 내일 모레면 제이도 부모님 집으로 떠나고, 나는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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