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좀비공화국과 행복아파트 두 편에 올인하려 합니다. 뭐 가끔 단편으로 몇 작품 쓰겠지만 뷰어링을 통해 시리즈물을 작성하는 재미에 빠져 작성해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르가 경험담이지만 저가 직접 경험한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ㅋㅋㅋ 그냥 소설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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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파트 101동 101호.
“여기 짐 좀 받으세요.”
집사람이 나보고 짐을 받으란다. 궁시렁거리며 트럭에서 보따리 짐을 던지는 집사람이 못마땅했지만 오늘은 내가 가장의 노릇을 좀 해야 할 판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집이 20년 만에 아파트를 마련하여 이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20년 만에 장만한 집이다.
물론 은행에서 약간의 대출을 끼고 얻은 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명의로 된 나만의 집이 생긴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고?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내 집이지만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하지만 내 집이라는 기분이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자기 짐 안에 뭘 이리도 많이 쌓는지 가벼워보였는데 막상 들고 나니 무겁다. 귀찮아서라도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동하자는 나의 의견을 무시한 집사람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그때 그런 말을 할 때 어떻게 해서든 말렸어야 했거늘...
“여보, 이것도 옮겨줘요. 그거 옮기고 이것도.”
“에이씨! 그냥 한 번에 줘. 왔다갔다 하게 하지 말고!”
“무거우니까 그렇지.”
“달라고!”
오늘따라 왜 이리 신경질이 나던지. 아무리 일도 하지 않는 가장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은 자기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날 깔보는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막걸리 한 병이 생각났지만 대낮부터 취해 비틀거리기 싫어 속으로 꾹 참아야 했다.
“영차,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그것 봐. 내가 무겁다고 했잖아.”
집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나의 짜증에 신경질을 냈을 터인데 집을 사서 이사를 와서 인지 집사람은 종일 싱글벙글이다. 그것 봐, 내가 잘 살게 해준다고 했잖아. 나한테 시집오길 잘했지? 이 사람아...
일도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 아파트를 샀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물론, 나의 땀과 노력이 100% 담긴 집은 아니다. 집사람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집에서 인형 눈알 붙이기와 폐지, 고철을 모아 한 푼, 두 푼 모아 얻은 집이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짐 안 옮길 거야?”
“아, 잠깐 딴 생각 좀 하느라고.”
“빨리빨리 움직여. 아직도 한 짐이야.”
“잔소리는...”
“호호.”
저리 좋은가보다. 하긴,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에 집을 장만할 정도로 살았으면 우리 마누라 칭찬 받을 만하지. 나 같은 남자 만나서 그간 고생했지. 나를 만나 고생한 경험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 절대 잊지 말라고!
“하하!!”
“왜 저래?”
“아니 그냥. 웃음이 나오네.”
“그렇지? 당신도 집사서 이사 오니까 기분 좋지?”
“어? 으응...”
아내는 나의 웃음소리가 집을 사서 이사 왔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 웃는 소리인줄 아나보다. 나는 그저 자화자찬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 대부분의 이삿짐들이 아파트 안으로 옮겨졌고 일을 도와주기 위해 돈을 주고 고용한 아주머니가 일을 정리한다.
“수고하셨네요. 짐 옮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여기 일당이에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루일당 5만원치고는 정말 일을 잘한 아주머니에게 감사했다. 일당을 받고 돌아가는 아주머니 뒤로 나도 슬쩍 집사람 뒤에 줄을 서 본다. 그러자 집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날 지나쳐 간다. 기침을 해봤다.
“에헴!”
“응?”
“에헴, 에헴!”
“왜?”
나도 수고했으니 일당을 달라는 표현이었지만 집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일당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 중지를 비비며 돈을 달라는 시늉을 해본다.
“뭐? 돈? 왜?”
뭐. 돈. 왜. 이 딱 세 단어로 나의 하루일당은 퉁 쳐진 것 같았다. 더 이상 말하면 내가 우습게 되는 듯해서 말을 말았다. 집사람은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부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오후 5시가 조금 지나니 우리 사랑스런 강아지들이 집으로 도착했다.
“엄마! 우리 왔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들과 딸에게 팔을 벌리며 어서 달려들어 아빠의 품에 안겨오라며 손짓을 했다. 자식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것도 두 팔을 벌리며. 그래, 이런 맛에 자식새끼들 키우지. 나는 축복받은...
앞으로 달려오던 아들 녀석이 나를 지나치며 내 뒤편에 있는 집사람에게 안긴다. 뒤를 이어 들어온 딸 녀석도 나를 지나치며 아들과 같이 엄마에게 달려간다. 나는 마치 동상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 쉬고 눈꺼풀만 움직이는 동상.
민망한 내 팔을 접으며 집사람과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본 나는 왜 이제 왔냐며 최대한 다정스럽게 물었다.
“엄마, 여기가 우리 집이야? 좋다!”
“우와~ 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좋아. 엄마 최고!”
내 질문은 칡뿌리처럼 질겅질겅 씹혔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슬프지 않다. 왜냐면 우린 가족이니까. 실망한 내가 고개를 숙이며 작은방에 있는 짐을 옮기려고 들어가자 아들이 나를 부른다.
“아빠.”
“어? 그래. 아빠 불렀니? 왜 아들~”
나는 아들의 불음에 바로 돌아서 아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어떤 질문을 해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술 안 마셨네? 우와~ 대박!”
“뭐?”
그러자 옆에 있는 딸도 말을 했다.
“오늘도 마시면 사람이 아니지. 이런 날 술 마시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냐?”
“뭐?”
자식들이 아빠를 알기를 어떻게 알길래... 비참한 생각도 들었지만 뾰족하게 반문할 대답이 없어 그냥 싱거운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건지.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몹시도 생각이 났다. 살아 계실 때 잘할 걸.
저녁 늦게까지 짐을 정리하다보니 어느덧 대충 정리가 끝났다. 일단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이사 온 아파트는 총 15층 높이에 우리 집이 1층이다. 제일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층수이다.
높지 않기에 좋았고 폐쇄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방은 총 3개. 안방, 아들 방, 딸 방으로 이루어졌다. 욕심 같아서는 나만의 서재를 두고 싶었지만 형편이 그렇게 되지 않으니 할 수 없었다.
“여보, 오늘 저녁 이사 왔으니 자장면 시켜먹을까?”
“그러던가. 소주도 한 병...”
“흥! 그래, 좋아. 기분이다. 오늘만 마셔야 해?”
“네.”
이사하기 전 주문 한 소파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소파 없이 바닥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들과 자장면을 시키는 집사람이 거실에 모여 있었고 나는 작은방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가 하나보다. 깔깔거리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다.
나도 이제 정신 차리고 일 좀 해야 하는데... 5년 이상을 놀기만 했더니 다시 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신상태가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이제 정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인가. 나도 고민이 많은 사춘기를 지나 오춘기를 달리고 있나보다.
그런데 그때 작은방에 앉아 있는데 벽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울고 있다는 소리? 옆집에서 하는 말소리며 방귀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아파트 방음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집을 살 때 꼼꼼히 살펴본다고 봤지만 방음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뭐야? 소리가 이렇게 잘 들려.”
이사하고 처음으로 이 집을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돈이 얼만데... 방음이 이렇게 되지 않다니. 내일 아침 당장 관리사무소에 ?아가 방음에 대한 입주민의 첫 민원을 접수하고 만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그때. 소리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린데. 슬퍼서 우는 소리가 아니야.’
속으로 생각하며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촉각을 세워 집중하고 있었다. 집중을 한 귀를 통해 마치 소머즈의 능력이 발휘되고 흐느끼는 소리가 여자의 신음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분명 이 소리는 남녀가 잠자리를 할 때 나는 소린데. 옆집에서 지금 하고 있는 건가?’
소리가 들리는 벽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었다. 마치 귀로 밀어 옆집으로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가까게 밀착하고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나의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흐으응... 아... 아...”
분명 이 소리는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 내는 여자의 소리가 아니었다. 신혼 때 우리 집사람이 내던 소리와 비슷했고 일본 야동을 보면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아니 똑같았다. 소리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한 쪽 다리를 들고 마치 동네 강아지들이 영역 표시를 하듯 벽에 기대고 있었다.
“헉헉... 당신 오늘 너무 쪼이는 것 아냐?”
“왜요... 이러면 당신 좋아하잖아. 아...”
미치겠다. 하루 종일 무거운 이삿짐을 날라 피곤한 몸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성관계를 관음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젠장... 그러고 보니 이 방은 아들이 쓰기로 했다. 이 자식... 올해 14살인데 자위 엄청 하겠구먼. 휴지 값 많이 들겠어.
“아... 아...!!”
“입에다... 입에다가!”
옆집 남자가 사정을 하는 모양이다. 내 자세가 지금 나의 성기가 벽에 바싹 붙어 있어 발기되어 우렁찬 물건이 자극을 받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벽에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나이 49에 이게 무슨 추태인지...
그렇게 비비기 시작하는데 왠지 모를 황홀감을 느낀다. 내 모습이 정말 웃기게 보였을 것이다. 집사람이 지금 내 자태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하니?”
그래. 바로 이 소리. 집사람은 분명 이렇게... 어? 어어?! 옆집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뭐하니’ 소리에 눈을 뜨고 작은방 문 쪽을 바라보니 집사람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젠장... 들켰구나.
“벽에 붙어서 뭐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답해야 했다. 옆집은 이미 관계가 끝나서 더 이상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테니. 내가 변명만 잘 댄다면 집사람은 크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요... 요가...”
“요가? 이 밤중에 왠 요가?”
“하루 종일 이삿짐 날랐더니 몸이 찌뿌둥해서...”
“이상한 요가도 다 있네. 왜 벽에 달라붙어서 그러고 있어. 태어나 그런 요가는 처음보네.”
“그냥... 텔레비전에서 봤어.”
식은땀이 온 몸에서 치솟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집사람이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던 건지 잘 모르는 눈치다. 한숨을 내쉬며 내가 어떻게 해서든 작은방을 사수해야 했다. 이렇게 좋은 방을 아들 녀석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뭐라고 하면서 내가 작은방을 쓰지?”
생각해보자. 내가 작은방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 라는 명언이 있지 않는가. 자꾸 두드려라. 내 상상력과 핑계가 담긴 초인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작은방은 지난 해 여름, 장마 때 비가 셌던 모양이다. 도배를 하지 않았는데 물이 셌던 얼룩자국이 남아 있다. 얼룩이라... 얼룩...
‘유레카!’
거실 쪽을 살짝 보았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빠져 내가 있는 곳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먹으로 나의 방광이 위치한 아랫배를 쳤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꾹꾹 눌러가며 자극을 줬다. 나와라, 나와라...
할렐루야! 소변의 신호가 온다.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거실 쪽을 슬쩍 살펴보고 옆집 소리가 났던 벽에 실례를 했다. 급하게 만들 소변이라 다행히도 많은 양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가 셌던 곳에 물이 센다는 말을 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여보! 여보! 빨리 이리 와봐.”
나는 작업(?)을 끝내고 다급한 목소리로 집사람을 불렀다. 집사람은 귀찮아 죽겠다며 툴툴거린 채 내가 있는 작은방으로 왔다.
“왜 또?”
“여기 봐! 물이 센다고.”
“어머나! 여기 물이 왜 있지?”
“그... 그러니까. 이거 관리사무소에 가서 얘기해야겠는데?”
“그런데 왜 색깔이 이렇게 노랗지?”
젠장... 오줌이라 색깔이 노랗다고. 이걸 어떻게 변명대야 할까. 다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쇳물! 쇳물이라 그런가봐.”
“미치겠네. 이 집 볼 때 이런 것 없었는데. 왜 이사를 오니 발견되는 거야.”
“아들 녀석 아토피도 있는데 작은방에서 지내는 건 잠시 보류하지?”
“그럼 어디서 자?”
“우선 거실이나 안방에서 자면 되지.”
“속상하네.”
“아니면 내가 며칠 이방에서 지내고 물이 세는 곳을 확인할게.”
“그러시든가.”
됐다. 모든 작전이 성공이다. 역시 나의 지혜와 작전은 최강이다. 그렇게 속상해 하며 거실로 돌아가던 집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상한 눈으로 내가 서 있는 작은방을 노려보며 얘기한다.
“킁킁... 무슨 냄새 안 나?”
“냄새?”
“응. 지린내 같은 냄새도 나고. 킁킁.”
오줌이니까... 지린내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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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파트 101동 101호.
“여기 짐 좀 받으세요.”
집사람이 나보고 짐을 받으란다. 궁시렁거리며 트럭에서 보따리 짐을 던지는 집사람이 못마땅했지만 오늘은 내가 가장의 노릇을 좀 해야 할 판이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집이 20년 만에 아파트를 마련하여 이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20년 만에 장만한 집이다.
물론 은행에서 약간의 대출을 끼고 얻은 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명의로 된 나만의 집이 생긴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고?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내 집이지만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하지만 내 집이라는 기분이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자기 짐 안에 뭘 이리도 많이 쌓는지 가벼워보였는데 막상 들고 나니 무겁다. 귀찮아서라도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동하자는 나의 의견을 무시한 집사람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그때 그런 말을 할 때 어떻게 해서든 말렸어야 했거늘...
“여보, 이것도 옮겨줘요. 그거 옮기고 이것도.”
“에이씨! 그냥 한 번에 줘. 왔다갔다 하게 하지 말고!”
“무거우니까 그렇지.”
“달라고!”
오늘따라 왜 이리 신경질이 나던지. 아무리 일도 하지 않는 가장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은 자기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날 깔보는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막걸리 한 병이 생각났지만 대낮부터 취해 비틀거리기 싫어 속으로 꾹 참아야 했다.
“영차,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그것 봐. 내가 무겁다고 했잖아.”
집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나의 짜증에 신경질을 냈을 터인데 집을 사서 이사를 와서 인지 집사람은 종일 싱글벙글이다. 그것 봐, 내가 잘 살게 해준다고 했잖아. 나한테 시집오길 잘했지? 이 사람아...
일도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 아파트를 샀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물론, 나의 땀과 노력이 100% 담긴 집은 아니다. 집사람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집에서 인형 눈알 붙이기와 폐지, 고철을 모아 한 푼, 두 푼 모아 얻은 집이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짐 안 옮길 거야?”
“아, 잠깐 딴 생각 좀 하느라고.”
“빨리빨리 움직여. 아직도 한 짐이야.”
“잔소리는...”
“호호.”
저리 좋은가보다. 하긴,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에 집을 장만할 정도로 살았으면 우리 마누라 칭찬 받을 만하지. 나 같은 남자 만나서 그간 고생했지. 나를 만나 고생한 경험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 절대 잊지 말라고!
“하하!!”
“왜 저래?”
“아니 그냥. 웃음이 나오네.”
“그렇지? 당신도 집사서 이사 오니까 기분 좋지?”
“어? 으응...”
아내는 나의 웃음소리가 집을 사서 이사 왔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 웃는 소리인줄 아나보다. 나는 그저 자화자찬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 대부분의 이삿짐들이 아파트 안으로 옮겨졌고 일을 도와주기 위해 돈을 주고 고용한 아주머니가 일을 정리한다.
“수고하셨네요. 짐 옮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여기 일당이에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루일당 5만원치고는 정말 일을 잘한 아주머니에게 감사했다. 일당을 받고 돌아가는 아주머니 뒤로 나도 슬쩍 집사람 뒤에 줄을 서 본다. 그러자 집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날 지나쳐 간다. 기침을 해봤다.
“에헴!”
“응?”
“에헴, 에헴!”
“왜?”
나도 수고했으니 일당을 달라는 표현이었지만 집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일당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 중지를 비비며 돈을 달라는 시늉을 해본다.
“뭐? 돈? 왜?”
뭐. 돈. 왜. 이 딱 세 단어로 나의 하루일당은 퉁 쳐진 것 같았다. 더 이상 말하면 내가 우습게 되는 듯해서 말을 말았다. 집사람은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부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오후 5시가 조금 지나니 우리 사랑스런 강아지들이 집으로 도착했다.
“엄마! 우리 왔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들과 딸에게 팔을 벌리며 어서 달려들어 아빠의 품에 안겨오라며 손짓을 했다. 자식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것도 두 팔을 벌리며. 그래, 이런 맛에 자식새끼들 키우지. 나는 축복받은...
앞으로 달려오던 아들 녀석이 나를 지나치며 내 뒤편에 있는 집사람에게 안긴다. 뒤를 이어 들어온 딸 녀석도 나를 지나치며 아들과 같이 엄마에게 달려간다. 나는 마치 동상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 쉬고 눈꺼풀만 움직이는 동상.
민망한 내 팔을 접으며 집사람과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본 나는 왜 이제 왔냐며 최대한 다정스럽게 물었다.
“엄마, 여기가 우리 집이야? 좋다!”
“우와~ 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좋아. 엄마 최고!”
내 질문은 칡뿌리처럼 질겅질겅 씹혔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슬프지 않다. 왜냐면 우린 가족이니까. 실망한 내가 고개를 숙이며 작은방에 있는 짐을 옮기려고 들어가자 아들이 나를 부른다.
“아빠.”
“어? 그래. 아빠 불렀니? 왜 아들~”
나는 아들의 불음에 바로 돌아서 아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어떤 질문을 해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술 안 마셨네? 우와~ 대박!”
“뭐?”
그러자 옆에 있는 딸도 말을 했다.
“오늘도 마시면 사람이 아니지. 이런 날 술 마시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냐?”
“뭐?”
자식들이 아빠를 알기를 어떻게 알길래... 비참한 생각도 들었지만 뾰족하게 반문할 대답이 없어 그냥 싱거운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건지.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몹시도 생각이 났다. 살아 계실 때 잘할 걸.
저녁 늦게까지 짐을 정리하다보니 어느덧 대충 정리가 끝났다. 일단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이사 온 아파트는 총 15층 높이에 우리 집이 1층이다. 제일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층수이다.
높지 않기에 좋았고 폐쇄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방은 총 3개. 안방, 아들 방, 딸 방으로 이루어졌다. 욕심 같아서는 나만의 서재를 두고 싶었지만 형편이 그렇게 되지 않으니 할 수 없었다.
“여보, 오늘 저녁 이사 왔으니 자장면 시켜먹을까?”
“그러던가. 소주도 한 병...”
“흥! 그래, 좋아. 기분이다. 오늘만 마셔야 해?”
“네.”
이사하기 전 주문 한 소파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소파 없이 바닥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들과 자장면을 시키는 집사람이 거실에 모여 있었고 나는 작은방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가 하나보다. 깔깔거리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다.
나도 이제 정신 차리고 일 좀 해야 하는데... 5년 이상을 놀기만 했더니 다시 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신상태가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이제 정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인가. 나도 고민이 많은 사춘기를 지나 오춘기를 달리고 있나보다.
그런데 그때 작은방에 앉아 있는데 벽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울고 있다는 소리? 옆집에서 하는 말소리며 방귀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아파트 방음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집을 살 때 꼼꼼히 살펴본다고 봤지만 방음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뭐야? 소리가 이렇게 잘 들려.”
이사하고 처음으로 이 집을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돈이 얼만데... 방음이 이렇게 되지 않다니. 내일 아침 당장 관리사무소에 ?아가 방음에 대한 입주민의 첫 민원을 접수하고 만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그때. 소리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린데. 슬퍼서 우는 소리가 아니야.’
속으로 생각하며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촉각을 세워 집중하고 있었다. 집중을 한 귀를 통해 마치 소머즈의 능력이 발휘되고 흐느끼는 소리가 여자의 신음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분명 이 소리는 남녀가 잠자리를 할 때 나는 소린데. 옆집에서 지금 하고 있는 건가?’
소리가 들리는 벽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었다. 마치 귀로 밀어 옆집으로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가까게 밀착하고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나의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흐으응... 아... 아...”
분명 이 소리는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 내는 여자의 소리가 아니었다. 신혼 때 우리 집사람이 내던 소리와 비슷했고 일본 야동을 보면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아니 똑같았다. 소리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한 쪽 다리를 들고 마치 동네 강아지들이 영역 표시를 하듯 벽에 기대고 있었다.
“헉헉... 당신 오늘 너무 쪼이는 것 아냐?”
“왜요... 이러면 당신 좋아하잖아. 아...”
미치겠다. 하루 종일 무거운 이삿짐을 날라 피곤한 몸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성관계를 관음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젠장... 그러고 보니 이 방은 아들이 쓰기로 했다. 이 자식... 올해 14살인데 자위 엄청 하겠구먼. 휴지 값 많이 들겠어.
“아... 아...!!”
“입에다... 입에다가!”
옆집 남자가 사정을 하는 모양이다. 내 자세가 지금 나의 성기가 벽에 바싹 붙어 있어 발기되어 우렁찬 물건이 자극을 받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벽에 성기를 비비기 시작했다. 나이 49에 이게 무슨 추태인지...
그렇게 비비기 시작하는데 왠지 모를 황홀감을 느낀다. 내 모습이 정말 웃기게 보였을 것이다. 집사람이 지금 내 자태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하니?”
그래. 바로 이 소리. 집사람은 분명 이렇게... 어? 어어?! 옆집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뭐하니’ 소리에 눈을 뜨고 작은방 문 쪽을 바라보니 집사람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젠장... 들켰구나.
“벽에 붙어서 뭐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답해야 했다. 옆집은 이미 관계가 끝나서 더 이상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테니. 내가 변명만 잘 댄다면 집사람은 크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요... 요가...”
“요가? 이 밤중에 왠 요가?”
“하루 종일 이삿짐 날랐더니 몸이 찌뿌둥해서...”
“이상한 요가도 다 있네. 왜 벽에 달라붙어서 그러고 있어. 태어나 그런 요가는 처음보네.”
“그냥... 텔레비전에서 봤어.”
식은땀이 온 몸에서 치솟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집사람이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던 건지 잘 모르는 눈치다. 한숨을 내쉬며 내가 어떻게 해서든 작은방을 사수해야 했다. 이렇게 좋은 방을 아들 녀석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뭐라고 하면서 내가 작은방을 쓰지?”
생각해보자. 내가 작은방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 라는 명언이 있지 않는가. 자꾸 두드려라. 내 상상력과 핑계가 담긴 초인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작은방은 지난 해 여름, 장마 때 비가 셌던 모양이다. 도배를 하지 않았는데 물이 셌던 얼룩자국이 남아 있다. 얼룩이라... 얼룩...
‘유레카!’
거실 쪽을 살짝 보았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빠져 내가 있는 곳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먹으로 나의 방광이 위치한 아랫배를 쳤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꾹꾹 눌러가며 자극을 줬다. 나와라, 나와라...
할렐루야! 소변의 신호가 온다.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거실 쪽을 슬쩍 살펴보고 옆집 소리가 났던 벽에 실례를 했다. 급하게 만들 소변이라 다행히도 많은 양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가 셌던 곳에 물이 센다는 말을 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여보! 여보! 빨리 이리 와봐.”
나는 작업(?)을 끝내고 다급한 목소리로 집사람을 불렀다. 집사람은 귀찮아 죽겠다며 툴툴거린 채 내가 있는 작은방으로 왔다.
“왜 또?”
“여기 봐! 물이 센다고.”
“어머나! 여기 물이 왜 있지?”
“그... 그러니까. 이거 관리사무소에 가서 얘기해야겠는데?”
“그런데 왜 색깔이 이렇게 노랗지?”
젠장... 오줌이라 색깔이 노랗다고. 이걸 어떻게 변명대야 할까. 다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쇳물! 쇳물이라 그런가봐.”
“미치겠네. 이 집 볼 때 이런 것 없었는데. 왜 이사를 오니 발견되는 거야.”
“아들 녀석 아토피도 있는데 작은방에서 지내는 건 잠시 보류하지?”
“그럼 어디서 자?”
“우선 거실이나 안방에서 자면 되지.”
“속상하네.”
“아니면 내가 며칠 이방에서 지내고 물이 세는 곳을 확인할게.”
“그러시든가.”
됐다. 모든 작전이 성공이다. 역시 나의 지혜와 작전은 최강이다. 그렇게 속상해 하며 거실로 돌아가던 집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상한 눈으로 내가 서 있는 작은방을 노려보며 얘기한다.
“킁킁... 무슨 냄새 안 나?”
“냄새?”
“응. 지린내 같은 냄새도 나고. 킁킁.”
오줌이니까... 지린내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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