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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44 1,003회 0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합니다.
농사일에 바쁘다 보니 글을 쓸 시간을 내지를 못했네요.
그래도 저를 기다리실 한 분을 위해서라도 연중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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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0분이 지나도록 내릴 생각을 안했다. 한참을 지켜 보니 내 눈도 어두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인지 아까보다는 비교적 잘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만) 보이는 것 같았다. 거기에는...

한참을 지켜보다 보니 뒷문이 열리며 하이힐에 검은색 스타킹의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작은 쇼핑백을 든 은영씨가 내리는 것이었다. 오늘 복장은 블라우스에 하늘색 자켓, 그리고 아래에는 분홍색 스커트를 입고 있다. 하지만 나의 잔뜩 긴장하며 뭔가 대박날 것만 같았던 기대와는 다르게 혼자 내리는 것이었다. 내심 대순씨와 같이 내릴 거라는 상상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등장이었다. 나는 즉시로 미련을 버리고 은영씨에게 들키기 전에 얼른 지상으로 올라왔다. 괜히 마주쳐봤자 뻘쭘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청사 안으로 들어가서 1층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 아저씨랑 목례로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1층에서부터 2층을 거쳐서 우리 사무실이 있는 3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역시 평상시와 다르게 아주 조용하다. 조용하다기 보다는 밤이라면 왠지 어디선가 귀신이라도 툭 튀어나올 것처럼 아주 고요했다. 단지 누군가는 출근해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은 각 사무실마다 출입구의 작은 불투명한 창문을 통해서 비춰지는 형광등의 불빛이었다.

나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5층까지 있는 청사 내부를 마치 백사장에서 바늘이라도 찾을려는 모양으로 돌아다녔다. 출근 때 같았으면 구두를 신었을테니 구두굽 소리가 크게 울려서 왠지 어색해질 것 같았지만 오늘은 전에 첫 월급 타고 나서 기쁜 마음으로 그동안 봐두었던 세계적 유명 브랜드인 나이거 트레이닝복 상하의 차림에 다른 신발회사 운동화보다 더 가벼운 느낌을 주는 유명 메이커인 필래 운동화를 신었기에 바닥에 닿아 뚜벅거리는 구두소리나 그런 잡소리가 나지 않고 아주 조용조용해서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다행이지?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5층까지 갔다가 다시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2층까지 내려왔다가 마침 사무실에 어제 놓고 갔던 핸드폰 충전기를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도 여분의 충전기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 게임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여분의 배터리까지 충전을 해둬야 맘이 편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충전기를 직접 꽂고 하면 되겠지만 그러면 발열이 금세 심해져서 라면 끓여먹게 생긴 데다가 폰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계단 안전바를 잡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 올라갔다.

우리 사무실 앞이다. 문고리를 손에 잡는 순간 아까 봤던 은영씨의 날씬한 다리가 환상처럼 펼쳐졌다. 아.. 진짜 얼굴은 이쁜 얼굴이라기 보다는 약간 동그란 스타일의 귀엽다는 느낌이 더 들지만 몸매는 각선미가 쫙 빠진 것이 진짜 다리만 놓고 보면 모델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쭈욱 뻗어서 남심을 마구 흔들어놓는 그런 몸매의 소유자니까.. 지금 들어가면 한 번 더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를 한 번 더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입에는 이유 없이 침도 고였다. 아.. 난 늑대인걸까?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래도 감히 막내 직원 주제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면 왠지 불경죄에 걸려서 혼날 것 같아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은 완충장치가 잘 되어 있는 문이라서 열고 닫을 때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무실 직원들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실과의 특성상 문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참 좋았다.

문을 열면 항상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은영씨의 자리다. 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배치를 했는지는 몰라서 비록 각종 사무기기도 바로 옆에 있어서 문을 열자마자 각선미를 볼 수 없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단 들어서면 옆모습이 다 보이고 평소의 옷차림대로라면 보통은 허벅지가 살짝 보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일단 눈요기는 되니까 좋았다.

그런데 문 앞에서 문님께 공손히 절을 하고 두 손으로 문을 살짝 밀었을 때 뭔가 모를 이상한 느낌? 위화감?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에서부터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는 순식간에 파악이 되었다. 다른 사무실과 다른 점. 보통 입구 쪽과 근무자가 있는 쪽은 불을 켜놓기 마련인데 입구부터 어둑어둑하다. 마치 아무도 출근을 안한 것처럼 커튼도 내려져 있고 적막하다.

‘어? 분명 아까 주차장에서 은영씨가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봐도 자리에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물론 다른 일 보러 잠깐 다른 곳에 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일단은 출근을 했다는 표시로라도 불은 켜놓고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불 자체가 안켜져 있으니 좀 그랬다. 아까 주차장에서 본 게 20분 정도 전이니까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를 탔으니 시간이 걸릴 리도 없고 그렇다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주 멀쩡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는 셜록 홈즈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봤지만 아무런 이상한 낌새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에이... 어디 간 거겠지? 어차피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 신경 끄자!’

나는 은영씨 자리를 살짝 봤다. 출근한 건 맞다. 책상에 서류가 놓여져 있고 그 옆에 아까 본 핸드백도 내려져 있는 걸로 봐선 분명히 출근했다. 내가 괜한 쓸데 없는 걱정을 했나보다. 내 자리에서 충전기를 꺼내려고 서랍 손잡이를 잡는 순간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부스럭? 종이? 종이라...’

평소에 중요 문서를 파기할 때는 대형 파쇄기를 이용해서 문서를 흔적도 없이 분쇄해서 버리지만 별 쓸모없는 책자.. 예를 들면 여직원들이 우편물로 받아보고 있는 여성 월간지나 어디서 보내는건지 알 수도 없는 수많은 신문들과 물건 받고 보낼 때 유용하게 쓰고 있는 박스들과 홈쇼핑 안내책자 등등 별별 잡다한 물건들과 폐지에 가까운 것들이 사무실 끝편 응접실 안쪽으로 해서 구석에 쌓아놓고 있으니 어찌 보면 응접실이라기 보다는 창고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사물정리함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그 뒤로 5-6평 남짓 되는 공간에 그래도 냉온수기도 있고 전자렌지도 있고 동그란 작은 테이블 하나에 의자가 2개 있으니 나름 응접실 같은 느낌은 들었다. 물론 손님들이 오실 때는 여기로 모시는 것이 아니고 여기는 전적으로 직원들 전용 공간이므로 모두가 이해하고 동의해 준다면 안쪽으로 의자 부서진 것부터 겨울에 쓰던 히터 그리고 아까 말한 잡다한 것들이 쌓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부스럭 거리는 소리였다. 내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몇 초 지나자 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오늘 출근 직원인 정은영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은영씨라면 힐을 신었으니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그냥 부스럭 거리는 소리, 가만 보면 나처럼 운동화 같은 것을 신고 종이를 밟을 때 나는 소리였다.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 나 말고도 또 누군가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다른 때 같으면 반갑게 인사하면 좋겠지만 오늘은 쉬는 날인데 피차간에 굳이 마주쳐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무실에서 얼른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충전기는 아예 내 기억 속에서 접어서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고 내 시선이 비록 사물함으로 가려져 있지만 그곳을 투시해 보려는 듯이 응접실 방향으로 날카롭게 빛을 내며 옮겨졌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스윽...스윽...스윽....
부시럭...부시럭...부시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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