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80
오늘은 졸업식과 종업식이 함께 거행되는 날이다.
강당이 없는 우리 학교는 졸업식도 그냥 운동장에서 열린다. 행사의 끝은 전교생의 합창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
1학년부터 5학년까지의 학생이 1절을 합창하면 2절은 졸업생인 6학년이 이어받는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 ”
이 구절을 부르던 중 6학년에서는 “흑!”하는 울음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여학생 몇은 아예 눈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꼭 1년 후면 나도 저 줄에 서서 2절을 부르게 되겠지. 그때 나도 눈물이 날까. 어떻든 빨리 시간이 흘러 나도 졸업생이 되고 싶다.
개학식 날 고행자와 빠구리를 했고 오늘 종업식이 있기까지 나의 빠구리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내가 찾아가거나 어떤 여인에게 걸려들어 꼭 빠구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금촌리에 살며 내가 이미 경험한 여인들이었기에 그 사연을 다시 늘어놓는 것은 좀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빠구리만 해댄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벌려주겠다고 달려들지만 내가 거부한 여인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임가띠기다.
마을의 모퉁이를 돌다가 임가띠기와 딱 마주쳤다. 멀리서부터 보였다면 내가 먼저 피할 수도 있었는데 그럴 새도 없어 나는 고개를 꾸벅했다.
“영도야, 오랜만이네.”
그녀가 활짝 웃어보였지만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이 두툼해서 그냥 보기에도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는데 웃으면 벌어진 앞니에다 잇몸도 훤히 드러나 징그럽기까지 하다.
나는 여전히 말없이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녀가 불러 세웠다.
“영도야, 니 개장국 좋아하나?”
“와요?”
“이틀 전에 누렁이 잡아가 푹 고아놓은 기 있다. 니도 가서 한그릇 묵어 볼래?”
물론 나도 개고기를 좋아한다. 복날이면 우리집에서도 개를 잡을 때가 있고 이웃집에서 잡아도 나누어 먹기에 개고기는 가끔 먹게되는 농촌의 별식이었다.
개를 잡으면 일단 볏집으로 털을 태우는데 그전에는 껍질에서 털이 탄 노랑내가 나는 것 같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는 차츰 그 껍데기에 맛을 들여 개고기를 먹을 때 우선 껍데기에 손이 가곤 했다.
하지만 임가띠기가 지금 개장국을 들먹이는 것은 그 속셈이 뻔하다. 개장국 한그릇으로 나를 유혹해 빠구리를 한판 하자는 것이다.
“나는 개고기 못 먹어요.”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래고 영도야. 우리집에 잠깐 들렸다 가지 않을래?”
“와요?”
여전히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건만 그녀는 그 심술이 더덕더덕한 얼굴을 살짝 붉히는 것 같더니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 그래도 니캉 내캉은 우, 우짜다 그래 됐다 하더라도 정분을 나눈 사이 아이가? 내, 내는 그 뒤에도 니가 보고싶었고, 이래 만났으니 ······ ”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나온다. 그녀를 비웃어 줄 수도 있지만 우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녀가 정분이라고 표현한 우리들의 빠구리가 나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기억인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그녀와 내가 빠구리를 하게 된 발단은 내가 어쩌다 새할머니와 빠구리한 것을 그녀가 훔쳐본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자기도 나와 빠구리를 하게 해달라고 새할머니를 협박한 것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당시의 농촌 여인 치고는 살도 디룩디룩 찌고 얼굴도 못생긴데다 성깔도 못되어 한번은 아이들끼리 놀다 자기네 배추밭을 좀 밟았다고 험한 욕까지 퍼부어 혹 동네에서 만나도 나는 인사도 안했었다.
그러나 대구의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의 간호를 하느라 바로 이웃집인 임가띠기가 새할머니의 살림을 보살펴 주던 것 마저 못해주겠다고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나는 새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창 꿀렁거리는 현장을 남편인 임판돌에게 들킨 것이다. 임판돌은 다리를 좀 절지만 힘이 장사고 수염이 가득한 험상궂은 인상에다 가슴까지 털이 나 ‘소도둑’이니 ‘임꺽정’이라는 별명도 있는 남자였다.
그 소도둑 임꺽정이 낫을 들고 뛰어드는 바람에 나는 당장 그 낫에 찔려죽을 풍전등화의 목숨이었다. 임가띠기의 임기응변으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어서 자지가 안 빠지는 곤욕을 치루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녀의 보지 속을 맹렬히 드나들던 자지가 그녀의 남편이 낫을 들고 뛰어 들어온 순간부터 갑자기 덫에 걸린 듯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들기름도 발라보고, 냉수도 마시고, 천자문도 외우고, 내가 그녀의 젖통을 주물러주기도 하며 꽤 오랜 시간을 시달리다가 자지는 결국 덫 같은 보지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험한 일을 겪었음에도 “한번 하기로 약정했는데 중간에 끝내면 그 약속을 못 지킨 것이다.”라며 끝맺음을 하자고 생떼를 쓰는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니가 안 하마 갚을 돈을 안 갚은 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마 나는 느그 할매나 니한테 언제나 돈을 마저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있는 기다.”라는 협박에 정말 개같은 빠구리를 하고 풀려났다.
“꺽정이 아재는요?”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에 나는 우선 그녀의 남편을 방패로 삼았다. 낫을 들고 현장을 덮친 그날의 그 장면을 상상하면 그녀도 섬칫할 것이다.
“명수 아범은 지금 집에 없다. 하기야 있어도 괘않다. 명수 아범이 영도, 니하고는 또 해도 괘않다고 했으니, 히 히, ······ 이건 허가받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진 기라.”
참 뻔뻔스런 여인이다. 하기야 나도 그녀의 남편에게서 자기 마누라에게 가끔 해 줘라 라는 식의 말을 들었으니 콩가루 집안이기도 하지만 근본원인은 임가띠기가 너무 못되어 먹었기 때문이다.
임판돌에게 자기 마누라와 붙어있던 현장을 들킨 후 나는 우연히 그와 마주쳐 주막에 끌려갔다. 주막에는 고행자의 아버지 고명식도 미리 와있었고 그들의 술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빠구리한 여자 위주로 하는 농담처럼 말하자면 나는 "한구멍 동서"와 "장인"과 동석한 셈이다.
그 자리에서 임판돌이 히쭉 웃으면서 자기 마누라에게 가끔 해줘라 라는 것을 듣고 고명식이 의아해 하자
"그 여편네가 나한테 여러 가지로 못되게 굴었는데 간통현장을 들킨 뒤로 고부고분해졌다."는 것이다.
남편을 내세운 첫 방어는 효력이 없어 나는 두 번 째 방패를 꺼냈다.
"또 낑겨가 안빠지마 우얄라고요?"
"야야, 그건 ······ "
심통스런 얼굴에 비굴한 웃음까지 보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날 내가 너무 놀래가 갑자기 그리된 거 아이가? 그래도 빠진 뒤에 다시 제대로 했잖나? 이제는 그래 놀랠 일도 없을테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그녀는 여전히 나와 다시 빠구리하자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빠진 뒤에 제대로 했다고 ······ ? 그날 내가 얼마나 기가 막혔는데, 나는 이제 정공법으로 나갔다.
"그래도 아지매캉은 다시 안할라요. 보지 맛이 영 아인기라요."
"뭐라꼬 ······ ?"
그녀는 예상도 못했던 말을 이해하느라 그런지 잠시 틈을 두고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요 쥐방울만한 자슥이 어른을 놀려도 ······ 그래, 느그 할매 보지는 맛있더나?"
그녀는 내 말에 나와 빠구리 한번 더 하겠다는 희망은 꺾였을 것이다. 그 대신 심통이 발동하면서 결국 그녀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느긋한 기분이었다.
"쥐방울요? 그런데 아지매는 지금 쥐방울하고 빠구리하고 잡아 안달하는 거 아닌교? 또 우리 할매는 여기서 와 나오는겨?"
"요 자슥, 말하는 것 봐라. 그래 느그 할매하고 붙어먹은 기 잘한 기가? 남들이 알마 손주새끼하고 바람핀 할매 뿐 아니라 느그 할배 체면도 우찌 되겠노?"
"그 말은 아지매가 소문내겠다는 말인교?"
"못할 건 뭐고? 니가 이래 지금도 못되게 구는데 ······ "
"해보소. 남의 얼굴 검불은 탓하고 자기 얼굴 똥칠한 건 모른다 카더니 ······ 아지매는 창피한 일 없능겨? 대갓집 홍종구한테 아다 바치고 이 남자 저 남자 붙어먹고, 청지기 영감하고는 애첩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놀아난 아지매는 깨끗한겨?"
"뭐라꼬 ······ ? 니 그런 말 어디서 들었노? 어떤 연놈인지 알마 내가 세바닥을 뽑아 놀기다."
내 말에 깜짝 놀란 것이 역력하건만 그녀는 여전히 기가 죽지는 않았다.
"꺽정이 아재가 직접 말해준 기라요. 그럼 남편 혓바닥을 뽑아야겠네요."
"그 남정네가 ······ ? 어째 이런 알라한테 그런 말을 ······ ? 체, 그래봤자 그 일들은 명수아범도 다 알고 결혼 전에 양해가 된 기다."
"명수 히야는요? 또 동네사람들이 새로 알게되먀 ······ "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명수는 임판돌 부부의 큰아들로 20살쯤 되었고 지금 읍내 철공소에서 일하고 있다.
"흥, 내 소문은 많이 퍼져 알 사람은 다 안다. 또 이 나이에 옛날 일 들춰가 몇 사람 더 알아봤자 그기 뭐 대수고? 느그 할매 당할 망신 생각하마 별거 아닌 기라."
하기야 얼굴에 철판 깐 여인이니 그럴만도 하지. 게다가 그녀는 또 새할머니를 들먹인다. 나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그라마 꺽정이 아재가 친동생 민자하고 붙어먹고 아까지 배게 한 일은요?"
붉으락푸르락했던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철판을 깐 얼굴에도 이 말은 제대로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뭐라꼬 ······ ? 니가 그 일을 우째 아노?"
"아지매 입으로 말한 거 아닌교?"
"내가 언제 ······ ?"
"꺽정이 아재가 낫들고 뛰어 들어왔고 우리는 낑겨가 빼도박도 못할 때 아지매가 그 일 들춰가며 대든 것 아닌교? 그 덕택에 우리 둘 다 낫질은 모면했지만 ······ "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생각이 난 모양이다. 그럼에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기사 명수 아범, 지가 저지른 일이니 내캉은 상관없다."
"그래요? 그 비밀이 아지매 입에서 터져 나왔는데 아지매는 괜찮다고요?"
"그라마 니는 무사할 줄 아나? 명수 아범 화 나마 얼마나 포악스러운데 ······ "
"내사 맞아 죽어도 좋아요. 하지만 아지매 때문에 그 소문이 났다는 걸 알마 꺽정이 아재가 낫을 안 들었어도 아지매 목을 비틀 수는 있을끼라요. 내사 우리 할매 소문 한마디라도 나마 죽기를 각오하고 가만히 안 있을 기니 아지매도 알아서 하소."
나는 무기를 다 썼다. 그런데 그녀도 지금 나한테 반격하려는 낌새가 없다. 잠시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한층 순해진 어조로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내가 입다물마 니도 소문 안낼 수 있나?"
"하모요! 내사 그런 소문 퍼뜨릴 생각은 아예 없었심더. 그런데 아지매가 먼저 우리 할매 이야기를 꺼내니까 나도 참을 수만은 없는 기라요."
"알았다! 그럼 약속하자. 나는 니하고 느그 할매 일 봉창할게, 니도 절대로 입 다물기로 ······ "
"좋심더. 하지만 한마디라도 우리 할매 말이 밖에서 들리마 이 약속은 깨지는 기라요."
"알았다니까. ······ 아 참, 그 송산띠기가 ······ "
"예? 송산띠기가 뭘 ······ ?"
"아, 아이다. 그, 그건 내가 바로 처리할 기다. 원래 입바른 여자는 아니고 내가 거짓말했다고 말하마 ······ 우야튼 그 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니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데이."
이 여편네가 당황해 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입을 놀린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가 책임진댔으니 새할머니와 관련해 그녀의 입에 남아있던 불씨는 꺼진 것이고 이제 나한테 빠구리하자고 집적대지도 못할 것이다. 오랜만에 나는 통쾌한 기분이었다.
우리 교실에서 이어진 종업식에서 나는 대단한 선물을 받았다.
담임 선생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나누어 준 통지표를 펴보니 내 석차가 1/63이라고 나와 있었다. 영숙 누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비록 우리 교실 안에서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우등상과 개근상도 함께 탔다. 우등상은 성적이 1등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개근상을 타보기도 처음이다.
꼭 만 5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1등과 우등상, 개근상 모두 처음 맛보는 영광이다. 그런데 내가 1등 한 것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겼다.
두줄 앞자리에 앉아 있는 김정호가 가만히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아이들도 그것을 알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수근대고 있었다.
1, 2학년 때는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잘 안 나지만 3학년 이후 정호는 줄곧 반장을 하면서 반에서 1등도 도맡아 왔었다. 올해도 1학기 말이나 2학기 중간의 석차는 1등이었는데 학년말 성적에서 내가 치고 나온 셈이다. 그러니 눈물도 날 것이다.
정호에게 좀 미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어떻든 성적도 경쟁이다. 6학년이 되면 정호는 1등을 탈환하려고 기를 쓰겠지만 나도 1등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나의 1등 성적표는 우리집에서도 또 한사람을 눈물짓게 했다.
엄마는 내가 내민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을 보고 입이 함박처럼 벌어졌다.
"아이고, 우리 영도가 우째 이래 대단하노! 서울까지 가서 상도 타오더니 반에서도 1등을 다하고 ······ 이것들 갖고 동네 한바퀴 돌아야겠다. 참, 동네사람들 불러가 잔치라고 해야 되는 것 아이가?"
엄마는 1학기 때 2등을 한 것 가지고도 동네에 자랑을 하겠다고 들떠 있었는데 실제로 들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우리집에서 실제로 잔치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마냥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뿌듯했다.
점심밥상에는 모처럼 영숙 누나도 함께였다. 영미 누나는 어제 중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영숙 누나도 엄마와 함께 참석해 기념사진도 찍고 이틀 동안 휴가를 냈다고 어제 밤도 집에서 잠을 잤다.
영미 누나가 받아온 3학년 성적표의 석차는 28/57 이었고 우등상 개근상도 없었다.
밥상을 앞에 놓고 또 나의 1등과 우등상 개근상이 화제에 올랐고 엄마와 영숙 누나의 칭찬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런데 엄마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영숙이를 닮아가 영도도 1등을 하는데 영미, 니는 와 맨날 그 꼬라지고? 니도 정신 좀 차려라."
영미 누나가 밥 먹던 것도 중단하고 눈을 치뜬 채 엄마를 노려보더니 그 눈길이 나를 향한다. 그 표정이 표독스럽게까지 보여 나는 긴장했다.
영미 누나는 들고있던 숟가락을 꽝 소리가 나게 밥상에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엄마의 화가 난 얼굴은 당장 누나를 야단칠 기세다.
"으앙!"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어깨까지 들먹이며 영미 누나는 한동안을 흐느꼈다.
"그래, 나는 돌대가리다! 그런데 나를 이런 돌대가리로 싸질러 놓은 것은 어무이 아이가?"
"이눔의 가시나, 말버릇 좀 봐라!"
엄마가 손을 높이 쳐들었다. 아직도 거센 엄마의 성격으로 보아 뺨을 한 대 칠 수도 있다."어무이가 좀 참아라. 영미 심정도 좀 이해를 해 줘야지. 사람 따라 공부나 물리도 늦게 터지는 경우도 있다. 영도도 4학년 때까지는 그저 중간에서 맴돌다 갑자기 1등으로 뛰어 오르잖나? 영미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달라질 기다. 기다려 봐라. 영미야, 니도 앞으로 좀 잘할 수 있제?"
영숙 누나가 나서서 중재를 했다.
"잘하긴 뭘 잘해? 돌대가리로 태어났는데 ······ 에이 씨팔, 이런 돌대가리는 진작 공장으로 가야 하는데 ······ "
"저, 저 가시나 말버릇 좀 봐라! 주둥이를 지져놓거나 해야지 ······ "
영미 누나가 자리를 박차고 방을 나서는데 엄마는 앉은 채 손가락질만 해댔다. 나는 영미 누나의 입에서 씨팔이라는 소리까지 나오자 놀라기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심통쟁이든 돌대가리든 정말 엉뚱한 짓을 잘한다. 고등학생까지 될 여인의 입에서 어찌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영미 누나는 며칠 전 읍내 여고에 합격했다. 그 배경에는 영숙 누나의 도움이 컸다.
영숙 누나는 공장에 취직하고 싶다는 영미 누나를 얼르고 달래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공부실력을 평가해보니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2주동안 영숙 누나가 집에 오거나 읍내의 자취방에 영미 누나가 오도록 해 집중적으로 이른바 과외수업을 했고 그것이 분명히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읍내 여고의 합격을 확인했고 어제는 중학교 졸업식이라 기념사진도 찍고 탕수육과 짜장면도 먹으며 한껏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오늘 1등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을 들고 오자 심통이 폭발한 것이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건너방으로 가자 영미 누나가 아직도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두팔에 파묻고 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누나의 얼굴에는 눈물자욱이 얼룩져 있었다.
누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돌렸는데 “체!”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가 버린다.
나는 당장 할 일도 없어 서울대회에서 타온 기념품 중에 들어있는 <그림동화집>을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영숙 누나가 들어왔다.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느라 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누나는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영도야, 1등 한 거 다시 한번 축하한다.”
나는 빙긋 웃으며 두팔로 누나를 안았다. 누나도 팔을 벌리고 있었으니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우리는 얼싸 안은 자세가 되었다. 나는 입술을 들이밀며 키스를 하려 했다. 누나와 잠깐 입술이 맞닿기는 했다. 그러나 누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입술을 떼고 팔도 풀었다.
나는 당황하면서 무안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 얼굴은 몇 번 마주쳤지만 이렇게 오붓한 장소 오붓한 시간에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다.
영숙 누나가 금촌리 집에 온 것은 그저께 밤이지만 엄마와 영미 누나와 어울려 영미 누나의 여고 합격이 주 화제가 되었고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미 누나의 졸업식과 고교생이 될 앞날이 화제가 되어 내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침 이렇게 단둘이 있게 되어 벼르던 인사를 하는데 누나가 거부하고 몸을 떼니 나는 좀 당황했다.
“누부야, 와 ······ ?”
“영도야, 우리는 이제 이라마 안된다.”
누나는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왜 또 갑자기 ······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누나와의 첫 번 째 빠구리는 확실히 해프닝처럼 일어난 것이다.
겨울밤 이 방에서 둘만 자게 되며 추위 때문에 한 이불을 덮게 되었고, 그래서 별로 친밀감도 없고 평소 어려워했던 누나를 더듬다 마침 안방에서 아버지 엄마가 빠구리를 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충동적으로 우리도 그 흉내를 내게 된 것이다.
“아악! ······ 영자 아배, 아악!” 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둘다 잠시 몸을 떨었었다.
“누부야, 우리도 함 할까?”
“니가 할 줄 아나?”
이런 말을 주고 받은 뒤 누나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물론 그 다음에 누나는 무척 후회하고 “다시는 이런 일 절대로 없도록 하자.”고 나에게 다짐했었다.
그러나 작년 추석 전날 밤, 이 방에서 또 단둘이 자게 되면서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알았다. 내 옷은 내가 벗을게. 니나 빨리 벗어라.”
처음에 누나는 다소 망설임을 보이기는 했지만 막상 빠구리를 하기로 작정하고 나자 걸림돌이 없었다.
그날 우리는 별로 스스럼없이 서로의 첫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는 제재소 사장놈이 수면제를 먹이고 누나도 모르게 순결을 상실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누나는 또 내가 황달자와 빠구리하게 된 경위나 우리 마을 종가의 딸인 문경미와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세 번 째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나 자취방에서의 빠구리는 누나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누나가 해준 저녁밥을 먹는 밥상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뛰고 얼굴을 붉혔었다. 이미 4차례나 빠구리를 한 사이인데 호젓한 방에서 함께 밤을 보내자는 것은 빠구리하자는 제안이며 요청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거침없이 키스하고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서로를 애무하다 결국 한몸이 되었다.
누나는 흥분을 해도 집에서는 애써 소리를 죽였는데 그 외진 방에서는 신음과 비명도 거침이 없었다.
뜻밖의 방해꾼이 있기는 했다.
함께 자취를 하지만 그날밤 외박을 하기로 했다는 민경자가 갑자기 들이닥쳤고 우리가 알몸으로 뒤엉켜 이불도 걷어 제낀 채 한창 방아질을 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다.
누나는 창피함과, 그후 술주정도 겸해 경자가 나와 빠구리하겠다는 것을 저지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미 적나라한 장면을 들킨 약점 때문에 결국은 누나가 보는 앞에서 경자와 빠구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누나도 나도 예기치 못했고 억지로 피할 수도 없는 하나의 사고였다.
사고를 그런대로 마무리하게 되자 누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한테 빠구리를 마저 하자고 졸랐다.
“우리는 아까 다 못 끝냈잖나? 와, 이제 내캉은 하기 싫나?”라는 말까지 하면서 ······
잠든 경자를 옆에 두고 누나는 옷을 훌러덩 벗고는 자지도 처음으로 빨아주었다.
“ 내가 당장 뺏어 내 입에 넣고싶은 것을 참느라 혼났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경자가 내 자지 빠는 모습을 살짝 훔쳐봤던 누나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격정적인 빠구리가 끝나고서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렇게 자평했다.
“아, 너무나 황홀하면서 벅차다! 아까는 참 황당하고 참담했지만 그런대로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잘 보낸 기제.”
지금 이 방에서 누나의 태도에 당황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 크리스마스 이브의 감격이 아직도 나에게는 강렬하고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영도야, 우선 여기 좀 앉자. 안그래도 조용한 시간 내가 니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라 캤다.”
누나가 먼저 방바닥에 앉기에 나도 마주 앉았다.
“영도야, 그날 일은 모두가 순전히 내 잘못이다.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 괜히 남들 들썩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가 니한테 그런 모진 짓까지 ······ 흐윽!”
울먹울먹하면서 말을 꺼낸 누나는 중간에 아주 눈물을 흘리며 잠시 흐느꼈다. 나는 여전히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그때 누나의 말처럼 황당하고 참담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피날레는 멋지고 감동적이지 않았던가.
“니가 가고난 뒤에도 나는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후회하고 고민했다. 참말로 경자 언니 대신 내가 죽어야 옳다는 생각까지 많이 했다. 내가 먼저 니를 내방에서 자고 가라고 한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니한테 그런 모진 짓까지 하게하고, ······ 그 뒤에도 니한테 다시 해돌라 카고 ······ 참말로 내가 너무나 뻔뻔스럽고 못되어 묵은 기라. 그런데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바로 ······ 흐윽! ······ 친남매간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을 저질렀기 ······ 엉, 엉! ······ ”
“누부야, 나도 우리가 ······ 친남매라는 게 떳떳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또 우리가 그런 걸 남한테 들킨 것도 많이 창피한 일이제. 하지만 그 사고도 그런대로 잘 수습되고 그 뒤에 우리가 다시 했을 때도 누부야는 좋아했잖나? 그런데 와 그런 일들을 다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노?”
“그것 때문에 더욱 나 자신이 싫어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만드는 기라. 니한테 그런 곤욕을 치루게 하고 다시 내 욕심을 채울라 캤으니, 흐윽! ······ 나도 그 전에 싫어도 어쩔 수 없어 하고 나면 얼마나 비참하고 슬펐는데 니한테 그런 짓을 시키고, 흐윽! ······ 니가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겠노?”
가만히 듣다보니 누나가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 중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민경자와 빠구리를 했다는 문제인 것 같다. 경자가 나와 하겠다고 떼를 쓰는 것을 누나는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누나는 더구나 지난날 정말 싫었지만 제재소 사장이나 그 아들놈과 빠구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기억과 결부되어 더욱 자책과 자학을 하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부야, 그 경자 누부야 하고 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리 된 거지만 그리 힘 들거나 모진 짓은 아니었다.”
나는 누나에게 그 점을 이해시켜주고 싶었다.
“그럼 니는 그게 좋았단 말이가?”
“아니, 꼭 그래 말할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마음에 안 내켰다 캐도, ······ 뭐라 칼꼬? ······ 남자와 여자는 몸 구조나 생각이 다르다 칼까, ······ 하여튼 남자는 자지가 서야 여자 몸에 드갈 수 있잖나? 그래가 일단 드가고 나마 사정할 때는 비슷한 쾌감이 오는 기라.”
“그래서 ······ 니는 힘들거나 슬프지는 않았단 말이가?”
“거의 그런 셈이다. ······ 아, 그 전에 내가 이야기 했제. 황달자네 양조장에 그 7공주파 가시나 4명한테 끌려가가 강간당한 거 ······ 그때도 나는 기분이 개차반이고 겁도 났지만 사정할 때는 몸이 찌르르하고 기분도 좋은 기라.”
“그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내는 누나로서 영 마음이, ······ 아참, 그날 느그들 놔두고 내 혼자 출근하고 나서 니는 경자 언니하고 또 했나?”
나는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고 잠시 망설였고 화제를 돌렸다.
“경자 누부야는 뭐라 카더노?”
“내한테 아무 말 없더라.”
“그날 우리 본 거로도 다시 말 없고 ······ ?”
“그래. 그냥 잘 지낸다. 그런데 그 언니 맥 빠져 있는 거 보마 좀 안됐고 ······ 그런데 니 그날 그 언니캉 또 했나, 안했나?”
그 질문을 비켜가고 싶었지만 누나의 관심은 여전히 그것에 쏠려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 또 한번 했다.”
“니한테 또 막 떼를 쓰더나?”
“아이다. 누부야 가고 나니 혼자 울면서 나한테도 빨리 집에 가라고 하더라.”
“그래가 ······ ? 불쌍해서 또 한번 박아줬나?”
누나가 갑자기 샐쭉한 표정이다. 나는 쑥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 하여튼 그대로 나오기도 뭣 하고 ······ 그런데 끝나고 나서도 또 울더라.”
“와, 니가 뭘 잘못했나?”
“아이다. 나도 물어봤더니 그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서 그렇다고 ······ 하지만 나중에는 웃으면서 산타클로스한테 제일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 카다가 내가 산타클로스라 카더라.”
“흥, 그 언니가 제대로 재미는 봤구나. 우쨌든 니가 그래 힘들지도 슬프지도 안했다 카이 내 마음은 좀 놓인다.”
누나의 얼굴에 살짝 미소 같은 것이 스친다. 그것이 경자나 나에 대한 비웃음일 수도 있겠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 흐느끼기도 했던 그런 기분은 많이 정리된 것 같았다.
“그럼 누부야도 그래 마음 문을 닫지 말고 ······ 나는 누부야를 사랑한다. ······ 그러니 누부야도 다시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말고 그 전처럼 나를 대해 도.”
“뭐라꼬 ······ ? 그건 절대로 안된다. 내가 얼마나 혼자 맹세하고 다짐을 했는데 ······ 물론 나도 영도 니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건 순수한 내 동생으로서 ······ 니가 요즘 공부도 잘하고 착실하게 성장하는 게 누나로서 내가 보기에도 참말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저 이렇게 정다운 남매로, 다시는 그 길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을 기다.”
누나는 다시 단호한 표정이 되었다. 앞으로 영숙 누나와 나의 관계가 어찌 될지는 나도 지금 모르겠다. 하지만 누나의 태도로 볼 때 지금은 내가 어찌할 여지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내 발길은 재실로 향했다.
종업식에서 1등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까지 받으면서 내 기분은 한껏 고조되었는데 영미 누나가 심통을 부린데다가 영숙 누나마저 저렇게 등을 돌리니 나는 씁쓸하고 허전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꼽추할매를 못 만난 지가 벌써 석달 째가 다 되어간다. 한달에 한번은 만나기로 했는데 임가띠기 같은 계산법으로 하자면 오늘 만나서 3번을 몰아 해줘야 할 판이다.
석달 가까이 못 만난 것은 겨울방학 때 학술경진대회 참가로 바빴지만 개학 후에 찾아갔을 때도 문이 잠겨서였다.
“영도야, 오랜만이네.”
꼽추할매는 잠옷 차림인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 역시 오랜만이라 먼저 키스부터 하려했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포옹을 벗어나면서 말했다.
“내가 요새 몸이 좀 안좋다. 우선 여 좀 앉거라. 차를 한잔 줄까?”
우리는 쇼파에 마주 앉았다. 낮에는 영숙 누나가 키스를 거부하더니 저녁에는 꼽추할매마저 ······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는 코코아를 타주고 그녀는 엽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학 때는 바쁜 일이 생겨서 대구, 서울까지 갔다 오느라 못들렸고 얼마 전에는 일요일에 와 보니 문이 잠겼데요. 저녁 때 와도 그렇고 다음날 와도 여전히 ······ ”
“아, 내가 일이 있어 서울 좀 갔다 왔다. 그런데 니도 서울에 갔었나?”
나는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해서 군 예선과 도 예선에서 우승하고 서울대회까지 참가하게 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 주었다.
“아따, 우리 영도가 참말로 대단하구나! 공부도 그리 잘하고 ······ 서울가기 전에는 한번 찾아오지, 여비라도 좀 보태줘야 할 긴데 ······ ”
“그런데 할매, 어디 편찮으셨습니까? 아까 몸이 안 좋으시다 카셨는데 ······ ”
“응. 나도 한 2주 전에 서울까지 가서 병원에 며칠 입원했었다.”
그리고보니 얼굴이 좀 수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무슨 병인데요?”
“여자한테만 생기는 병, 그런데 이제 다 끝난 기다. 그래도 아직 그 후유증인지 기운이 좀 없다.”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그렇게 마주 앉은 채 시간이 가자 나는 좀 어색했다. 한달에 한번, 월부금을 갚는 기분으로 그녀를 만나면 그녀도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듯 키스를 퍼붓고 재빨리 서로 옷을 벗고 빠구리를 서둘러 왔던 사이다.
“할매, 편찮으시면 저는 오늘 그냥 갈까요?”
“응?”
그녀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놀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도 니를 몇 달만에 보는데 일단 방으로 드갈까?”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나를 손짓해 불렀다. 옷을 입은 채 나도 그녀 옆에 앉았다.
“그 새 키가 더 훌적 큰 것 같다.”
그녀는 내 머리부터 어깨를 쓰다듬더니 눈을 사르르 감은 채 입술을 들이민다. 비로서 나는 키스의 허가를 받았다.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이 맞닿고 혀가 오가는 중에 한손은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잠옷 속의 어린애 손바닥 만한 젖통이 손 안에 들어온다.
“하아! ····· ”
입술을 떼자 그녀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남자의 손길이 닿아서 그런가? 그냥 참고 버틸까 했는데 몸이 이상타. 영도야, 아주 그 옷 벗고 올라온나.”
오늘은 어째 모든 것이 슬로우템포다. 어떻든 내가 옷을 벗는 동안 그녀는 잠옷을 위로 벗어제끼고 팬티는 아래로 내려 결국 우리는 다 알몸이 되었다.
“아따, 언제 봐도 이래 늠름하다!”
그녀가 내 자지를 손으로 훑는 동안 내 손도 젖통을 번갈아 매만지다 보지로 옮겨졌다. 물기가 슬슬 배어나오고 있었다.
“아이, 그쨔 손가락은 넣지 말고 ······ 그래, 그렇게 손바닥으로 덮어만 도.”
그녀는 자지를 한손으로 움켜쥔 채 한동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다른 동작이 없었다. 나도 한손을 그녀의 보지 위에 얹은 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얼굴을 들어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영도야, 이 세상의 그 누구한테도 밝힐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니한테만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 ”
나는 잠시 긴장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가.
“나 임신했다! 아니 했었다!”
임신? 아기? ······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뜸을 들이면서 누구한테도 밝힐 수 없지만 나한테만은 말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나로 인해 임신했다는 것 아닌가. 내가 사정한 정액의 정자중 하나가 그녀 몸속에서 아기를 만든 것이다.
남자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지금껏 심각하게 내가 책임져야 할 경우는 없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일에는 내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어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지금 내 처지에 다른 길이 있겠나? 지울 수밖에 ······ ”
그녀의 표정이 다시 슬퍼보였다.
“지우다니 ······ ?”
“낙태수술을 했단 말이다. 2주 전에 서울가서 병원에 입원한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 말에 일단 나는 안도했다. 책임의 대상이 되는 아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이 남자로서 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하는데 많이 아팠어예?”
“마취했으니 그때는 몰랐제. 하지만 끝나고 나니 좀 아프더라.”
“죄송합니다.”
“그기 어디 니 잘못이가? 나이값고 못하고 제대로 단도리 못한 내 잘못이지.”
“그래도 문제의 발단은 저 때문에 ······ ”
책임질 일은 없어졌다 해도 여전히 게름직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도야, 니가 미안해 하거나 마음쓸 것은 없다. 그런데 내가 이 나이에 임신까지 했다는 게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뒤늦게 인생공부도 한 것 같다.”
그녀는 나를 오히려 위로하려는 듯 살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내 기분 탓인지 그 미소도 슬픔이 어린 것 같다.
“내가 이런 몸으로 시집도 가고, ······ 그건 부자 아버지 둔 덕이겠지만, ······ 알콩달콩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서방하고 몇 년 몸을 맞대로 살아도 봤제. 그런데 아기는 들어서지 않았다. 하기사 나는 기다리거나 바라지도 않았다. 내 몸이 보통사람들하고 다르니 아기 못낳는 것도 당연한 줄 알았던 기라.”
그녀가 이런 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꼽추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말까지 스스로 한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도 아플 것이다.
“그런데 두달 째 경도가 끊긴 기라. 나는 그게 ······ 여자는 갱년기라고 열두어살부터 경도를 시작해서 지겹게 하다가도 늙어가마 그게 끊기는 기라. 어떤 여자들은 그때가 되면 인생 다 살았다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카드만 가는 세월 우찌 막겠노? 나도 이제 갱년기가 왔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속이 메식메식하고 헛구역질도 나오고 ······ 혹시 이게 보통 여자들 입덧이라 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괜히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라 카는 기라. 가슴이 덜컥하고 눈 앞이 캄캄터라.”
그녀가 나에게 임신했다는 말을 했을 때 나도 가슴이 덜컥했으니 당사자의 그 심경은 나도 충분히 알것 같았다.
“그래가 바로 낙태수술을 ······ ?”
“아이다. 병원에서는 낙태를 하려면 남편이나 아기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하다 카더라.”
“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를 아기 아버지라고 병원에 끌고 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기분이다.
“와 표정이 그렇노? 히 히, 니를 병원에 데려 갔을까 봐? 그날은 병원을 그냥 나왔다. 온갖 생각들이 스쳐가더라. 나도 진짜 여자로구나 하는 감격도 있고 ······ 참말로 어디 심심산골이나 무인도에 가서 아기를 낳아보자 라는 생각도 드는 기라. 그래가 한 반달동안은 집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결국 다시 병원에 갔지. 현실을 우야겠노? 내가 이 나이에 아기를 밴 것도 그렇지만 과부가 아기를 낳는다면 우찌 되겠노? 그래가 2주 전에 다시 병원을 찾았지. 남편이나 아기 아버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저 병원에서 즈그들 책임 피하려고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갑더라. 두 번 째 가니 그냥 수술대에 올려 놓데.”
그녀의 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고백이든 심경토로든 임신을 그녀가 좋게 받아들였는지 나쁘게 받아들였는지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나 싫다고 떠난 서방이 3년만에 사망통지서로 대신할 때 나도 죽을라 캤다. 활개 한번 못펴보고 살아 온 내 인생 무슨 미련이 그리 있겠노? 그런데 우리 어무이가 내 죽음에 자물쇠를 채워 놓은 기라. 나 죽을 때 니도 같이 죽자 카는데 ······ 내가 그토록 어무이 눈물짓게 했는데 우째 그 말을 거역하겠노? 그런데 어무이 돌아가시고도 모진게 목숨인지 나는 그냥 살고 있제. 그러다 영도야, 니를 만난 기다.”
아까 잠깐 웃기까지 했던 그녀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 중에 그녀의 눈에 습기가 몰리는 것 같더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녀의 넋두리인지 신세타령인지 이와 비슷한 말을 나는 몇 번이나 들었다. 서울띠기와 술을 마시다가도 그랬고 나와 빠구리할 때도 옛날 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듣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 일을 화상하면서 그녀는 꼭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그녀가 앞날보다는 과거에 더 매달리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래 니한테 빠질지는 나도 몰랐다. 여자 몸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인지 ······ 니캉 그래 되면서 완전히 새 인생을 사는 것 같기도 한기라. 그런데 니 씨앗이 내 몸에서 또 새로운 생명을 만들었으니 ······ ”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나를 끌어안고 입술을 부벼댔다. 혀를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입술과 뺨을 부비다 입을 떼었다.
“수술이 끝나고 내 몸에서 나온 것을 보여달라 캤다. 그저 내 주먹만한 핏덩이더라. 그걸 얼음에 싸가 갖고 와서 내 묘자리 잡아놓은데에 아무도 모르게 파묻었다. 아가야! 이승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저승에서는 엄마캉 같이 정답게 살자고 ······ 어엉!”
그녀는 이제 소리까지 내면서 울었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흐느끼다가 눈물을 닦고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쑥스런 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무 주책을 떨었제? 그래도 누구한테라도 속을 한번 털어냈으니 후련키는 하다. ······ 영도야, 그래도 우리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니 들어올래?”
그녀가 벌린 가랑이에 나는 자지를 꼽으려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이야기만 한 탓인지 그녀의 보지는 좀 메말라 있었다. 나는 보지를 빨아주고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때 자지를 넣었다.
오늘의 그녀는 유난히 애처롭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가능한 한 그녀에게 성의를 베풀었다.
“아이고! ······ 엄마야! ······ 아이고! ······ 엄마야! ······ ”
그녀가 결국 그 소리를 지를 때 나는 사정했다.
오늘 나는 세여인의 눈물을 연달아 보았다. 더구나 그것은 모두 나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꼽추할매와의 빠구리가 끝나자 마무리는 그런대로 잘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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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연재를 계속하려 하는데 댓글이 점점 줄어드니 힘이 좀 빠지기도 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무관심이나 묵살은 춤추던 고래를 잠수하게도 한다" 라는 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졸업식과 종업식이 함께 거행되는 날이다.
강당이 없는 우리 학교는 졸업식도 그냥 운동장에서 열린다. 행사의 끝은 전교생의 합창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
1학년부터 5학년까지의 학생이 1절을 합창하면 2절은 졸업생인 6학년이 이어받는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 ”
이 구절을 부르던 중 6학년에서는 “흑!”하는 울음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여학생 몇은 아예 눈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꼭 1년 후면 나도 저 줄에 서서 2절을 부르게 되겠지. 그때 나도 눈물이 날까. 어떻든 빨리 시간이 흘러 나도 졸업생이 되고 싶다.
개학식 날 고행자와 빠구리를 했고 오늘 종업식이 있기까지 나의 빠구리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내가 찾아가거나 어떤 여인에게 걸려들어 꼭 빠구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금촌리에 살며 내가 이미 경험한 여인들이었기에 그 사연을 다시 늘어놓는 것은 좀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빠구리만 해댄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벌려주겠다고 달려들지만 내가 거부한 여인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임가띠기다.
마을의 모퉁이를 돌다가 임가띠기와 딱 마주쳤다. 멀리서부터 보였다면 내가 먼저 피할 수도 있었는데 그럴 새도 없어 나는 고개를 꾸벅했다.
“영도야, 오랜만이네.”
그녀가 활짝 웃어보였지만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이 두툼해서 그냥 보기에도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는데 웃으면 벌어진 앞니에다 잇몸도 훤히 드러나 징그럽기까지 하다.
나는 여전히 말없이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녀가 불러 세웠다.
“영도야, 니 개장국 좋아하나?”
“와요?”
“이틀 전에 누렁이 잡아가 푹 고아놓은 기 있다. 니도 가서 한그릇 묵어 볼래?”
물론 나도 개고기를 좋아한다. 복날이면 우리집에서도 개를 잡을 때가 있고 이웃집에서 잡아도 나누어 먹기에 개고기는 가끔 먹게되는 농촌의 별식이었다.
개를 잡으면 일단 볏집으로 털을 태우는데 그전에는 껍질에서 털이 탄 노랑내가 나는 것 같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는 차츰 그 껍데기에 맛을 들여 개고기를 먹을 때 우선 껍데기에 손이 가곤 했다.
하지만 임가띠기가 지금 개장국을 들먹이는 것은 그 속셈이 뻔하다. 개장국 한그릇으로 나를 유혹해 빠구리를 한판 하자는 것이다.
“나는 개고기 못 먹어요.”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래고 영도야. 우리집에 잠깐 들렸다 가지 않을래?”
“와요?”
여전히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건만 그녀는 그 심술이 더덕더덕한 얼굴을 살짝 붉히는 것 같더니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 그래도 니캉 내캉은 우, 우짜다 그래 됐다 하더라도 정분을 나눈 사이 아이가? 내, 내는 그 뒤에도 니가 보고싶었고, 이래 만났으니 ······ ”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나온다. 그녀를 비웃어 줄 수도 있지만 우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녀가 정분이라고 표현한 우리들의 빠구리가 나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기억인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그녀와 내가 빠구리를 하게 된 발단은 내가 어쩌다 새할머니와 빠구리한 것을 그녀가 훔쳐본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자기도 나와 빠구리를 하게 해달라고 새할머니를 협박한 것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당시의 농촌 여인 치고는 살도 디룩디룩 찌고 얼굴도 못생긴데다 성깔도 못되어 한번은 아이들끼리 놀다 자기네 배추밭을 좀 밟았다고 험한 욕까지 퍼부어 혹 동네에서 만나도 나는 인사도 안했었다.
그러나 대구의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의 간호를 하느라 바로 이웃집인 임가띠기가 새할머니의 살림을 보살펴 주던 것 마저 못해주겠다고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나는 새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창 꿀렁거리는 현장을 남편인 임판돌에게 들킨 것이다. 임판돌은 다리를 좀 절지만 힘이 장사고 수염이 가득한 험상궂은 인상에다 가슴까지 털이 나 ‘소도둑’이니 ‘임꺽정’이라는 별명도 있는 남자였다.
그 소도둑 임꺽정이 낫을 들고 뛰어드는 바람에 나는 당장 그 낫에 찔려죽을 풍전등화의 목숨이었다. 임가띠기의 임기응변으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어서 자지가 안 빠지는 곤욕을 치루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녀의 보지 속을 맹렬히 드나들던 자지가 그녀의 남편이 낫을 들고 뛰어 들어온 순간부터 갑자기 덫에 걸린 듯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들기름도 발라보고, 냉수도 마시고, 천자문도 외우고, 내가 그녀의 젖통을 주물러주기도 하며 꽤 오랜 시간을 시달리다가 자지는 결국 덫 같은 보지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험한 일을 겪었음에도 “한번 하기로 약정했는데 중간에 끝내면 그 약속을 못 지킨 것이다.”라며 끝맺음을 하자고 생떼를 쓰는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지만 “니가 안 하마 갚을 돈을 안 갚은 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마 나는 느그 할매나 니한테 언제나 돈을 마저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있는 기다.”라는 협박에 정말 개같은 빠구리를 하고 풀려났다.
“꺽정이 아재는요?”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에 나는 우선 그녀의 남편을 방패로 삼았다. 낫을 들고 현장을 덮친 그날의 그 장면을 상상하면 그녀도 섬칫할 것이다.
“명수 아범은 지금 집에 없다. 하기야 있어도 괘않다. 명수 아범이 영도, 니하고는 또 해도 괘않다고 했으니, 히 히, ······ 이건 허가받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진 기라.”
참 뻔뻔스런 여인이다. 하기야 나도 그녀의 남편에게서 자기 마누라에게 가끔 해 줘라 라는 식의 말을 들었으니 콩가루 집안이기도 하지만 근본원인은 임가띠기가 너무 못되어 먹었기 때문이다.
임판돌에게 자기 마누라와 붙어있던 현장을 들킨 후 나는 우연히 그와 마주쳐 주막에 끌려갔다. 주막에는 고행자의 아버지 고명식도 미리 와있었고 그들의 술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빠구리한 여자 위주로 하는 농담처럼 말하자면 나는 "한구멍 동서"와 "장인"과 동석한 셈이다.
그 자리에서 임판돌이 히쭉 웃으면서 자기 마누라에게 가끔 해줘라 라는 것을 듣고 고명식이 의아해 하자
"그 여편네가 나한테 여러 가지로 못되게 굴었는데 간통현장을 들킨 뒤로 고부고분해졌다."는 것이다.
남편을 내세운 첫 방어는 효력이 없어 나는 두 번 째 방패를 꺼냈다.
"또 낑겨가 안빠지마 우얄라고요?"
"야야, 그건 ······ "
심통스런 얼굴에 비굴한 웃음까지 보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날 내가 너무 놀래가 갑자기 그리된 거 아이가? 그래도 빠진 뒤에 다시 제대로 했잖나? 이제는 그래 놀랠 일도 없을테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그녀는 여전히 나와 다시 빠구리하자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빠진 뒤에 제대로 했다고 ······ ? 그날 내가 얼마나 기가 막혔는데, 나는 이제 정공법으로 나갔다.
"그래도 아지매캉은 다시 안할라요. 보지 맛이 영 아인기라요."
"뭐라꼬 ······ ?"
그녀는 예상도 못했던 말을 이해하느라 그런지 잠시 틈을 두고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요 쥐방울만한 자슥이 어른을 놀려도 ······ 그래, 느그 할매 보지는 맛있더나?"
그녀는 내 말에 나와 빠구리 한번 더 하겠다는 희망은 꺾였을 것이다. 그 대신 심통이 발동하면서 결국 그녀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느긋한 기분이었다.
"쥐방울요? 그런데 아지매는 지금 쥐방울하고 빠구리하고 잡아 안달하는 거 아닌교? 또 우리 할매는 여기서 와 나오는겨?"
"요 자슥, 말하는 것 봐라. 그래 느그 할매하고 붙어먹은 기 잘한 기가? 남들이 알마 손주새끼하고 바람핀 할매 뿐 아니라 느그 할배 체면도 우찌 되겠노?"
"그 말은 아지매가 소문내겠다는 말인교?"
"못할 건 뭐고? 니가 이래 지금도 못되게 구는데 ······ "
"해보소. 남의 얼굴 검불은 탓하고 자기 얼굴 똥칠한 건 모른다 카더니 ······ 아지매는 창피한 일 없능겨? 대갓집 홍종구한테 아다 바치고 이 남자 저 남자 붙어먹고, 청지기 영감하고는 애첩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놀아난 아지매는 깨끗한겨?"
"뭐라꼬 ······ ? 니 그런 말 어디서 들었노? 어떤 연놈인지 알마 내가 세바닥을 뽑아 놀기다."
내 말에 깜짝 놀란 것이 역력하건만 그녀는 여전히 기가 죽지는 않았다.
"꺽정이 아재가 직접 말해준 기라요. 그럼 남편 혓바닥을 뽑아야겠네요."
"그 남정네가 ······ ? 어째 이런 알라한테 그런 말을 ······ ? 체, 그래봤자 그 일들은 명수아범도 다 알고 결혼 전에 양해가 된 기다."
"명수 히야는요? 또 동네사람들이 새로 알게되먀 ······ "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명수는 임판돌 부부의 큰아들로 20살쯤 되었고 지금 읍내 철공소에서 일하고 있다.
"흥, 내 소문은 많이 퍼져 알 사람은 다 안다. 또 이 나이에 옛날 일 들춰가 몇 사람 더 알아봤자 그기 뭐 대수고? 느그 할매 당할 망신 생각하마 별거 아닌 기라."
하기야 얼굴에 철판 깐 여인이니 그럴만도 하지. 게다가 그녀는 또 새할머니를 들먹인다. 나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그라마 꺽정이 아재가 친동생 민자하고 붙어먹고 아까지 배게 한 일은요?"
붉으락푸르락했던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철판을 깐 얼굴에도 이 말은 제대로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뭐라꼬 ······ ? 니가 그 일을 우째 아노?"
"아지매 입으로 말한 거 아닌교?"
"내가 언제 ······ ?"
"꺽정이 아재가 낫들고 뛰어 들어왔고 우리는 낑겨가 빼도박도 못할 때 아지매가 그 일 들춰가며 대든 것 아닌교? 그 덕택에 우리 둘 다 낫질은 모면했지만 ······ "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생각이 난 모양이다. 그럼에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기사 명수 아범, 지가 저지른 일이니 내캉은 상관없다."
"그래요? 그 비밀이 아지매 입에서 터져 나왔는데 아지매는 괜찮다고요?"
"그라마 니는 무사할 줄 아나? 명수 아범 화 나마 얼마나 포악스러운데 ······ "
"내사 맞아 죽어도 좋아요. 하지만 아지매 때문에 그 소문이 났다는 걸 알마 꺽정이 아재가 낫을 안 들었어도 아지매 목을 비틀 수는 있을끼라요. 내사 우리 할매 소문 한마디라도 나마 죽기를 각오하고 가만히 안 있을 기니 아지매도 알아서 하소."
나는 무기를 다 썼다. 그런데 그녀도 지금 나한테 반격하려는 낌새가 없다. 잠시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한층 순해진 어조로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내가 입다물마 니도 소문 안낼 수 있나?"
"하모요! 내사 그런 소문 퍼뜨릴 생각은 아예 없었심더. 그런데 아지매가 먼저 우리 할매 이야기를 꺼내니까 나도 참을 수만은 없는 기라요."
"알았다! 그럼 약속하자. 나는 니하고 느그 할매 일 봉창할게, 니도 절대로 입 다물기로 ······ "
"좋심더. 하지만 한마디라도 우리 할매 말이 밖에서 들리마 이 약속은 깨지는 기라요."
"알았다니까. ······ 아 참, 그 송산띠기가 ······ "
"예? 송산띠기가 뭘 ······ ?"
"아, 아이다. 그, 그건 내가 바로 처리할 기다. 원래 입바른 여자는 아니고 내가 거짓말했다고 말하마 ······ 우야튼 그 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니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데이."
이 여편네가 당황해 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게 입을 놀린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가 책임진댔으니 새할머니와 관련해 그녀의 입에 남아있던 불씨는 꺼진 것이고 이제 나한테 빠구리하자고 집적대지도 못할 것이다. 오랜만에 나는 통쾌한 기분이었다.
우리 교실에서 이어진 종업식에서 나는 대단한 선물을 받았다.
담임 선생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나누어 준 통지표를 펴보니 내 석차가 1/63이라고 나와 있었다. 영숙 누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비록 우리 교실 안에서지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우등상과 개근상도 함께 탔다. 우등상은 성적이 1등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개근상을 타보기도 처음이다.
꼭 만 5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1등과 우등상, 개근상 모두 처음 맛보는 영광이다. 그런데 내가 1등 한 것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겼다.
두줄 앞자리에 앉아 있는 김정호가 가만히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아이들도 그것을 알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수근대고 있었다.
1, 2학년 때는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잘 안 나지만 3학년 이후 정호는 줄곧 반장을 하면서 반에서 1등도 도맡아 왔었다. 올해도 1학기 말이나 2학기 중간의 석차는 1등이었는데 학년말 성적에서 내가 치고 나온 셈이다. 그러니 눈물도 날 것이다.
정호에게 좀 미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어떻든 성적도 경쟁이다. 6학년이 되면 정호는 1등을 탈환하려고 기를 쓰겠지만 나도 1등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나의 1등 성적표는 우리집에서도 또 한사람을 눈물짓게 했다.
엄마는 내가 내민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을 보고 입이 함박처럼 벌어졌다.
"아이고, 우리 영도가 우째 이래 대단하노! 서울까지 가서 상도 타오더니 반에서도 1등을 다하고 ······ 이것들 갖고 동네 한바퀴 돌아야겠다. 참, 동네사람들 불러가 잔치라고 해야 되는 것 아이가?"
엄마는 1학기 때 2등을 한 것 가지고도 동네에 자랑을 하겠다고 들떠 있었는데 실제로 들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우리집에서 실제로 잔치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마냥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뿌듯했다.
점심밥상에는 모처럼 영숙 누나도 함께였다. 영미 누나는 어제 중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영숙 누나도 엄마와 함께 참석해 기념사진도 찍고 이틀 동안 휴가를 냈다고 어제 밤도 집에서 잠을 잤다.
영미 누나가 받아온 3학년 성적표의 석차는 28/57 이었고 우등상 개근상도 없었다.
밥상을 앞에 놓고 또 나의 1등과 우등상 개근상이 화제에 올랐고 엄마와 영숙 누나의 칭찬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그런데 엄마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영숙이를 닮아가 영도도 1등을 하는데 영미, 니는 와 맨날 그 꼬라지고? 니도 정신 좀 차려라."
영미 누나가 밥 먹던 것도 중단하고 눈을 치뜬 채 엄마를 노려보더니 그 눈길이 나를 향한다. 그 표정이 표독스럽게까지 보여 나는 긴장했다.
영미 누나는 들고있던 숟가락을 꽝 소리가 나게 밥상에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엄마의 화가 난 얼굴은 당장 누나를 야단칠 기세다.
"으앙!"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어깨까지 들먹이며 영미 누나는 한동안을 흐느꼈다.
"그래, 나는 돌대가리다! 그런데 나를 이런 돌대가리로 싸질러 놓은 것은 어무이 아이가?"
"이눔의 가시나, 말버릇 좀 봐라!"
엄마가 손을 높이 쳐들었다. 아직도 거센 엄마의 성격으로 보아 뺨을 한 대 칠 수도 있다."어무이가 좀 참아라. 영미 심정도 좀 이해를 해 줘야지. 사람 따라 공부나 물리도 늦게 터지는 경우도 있다. 영도도 4학년 때까지는 그저 중간에서 맴돌다 갑자기 1등으로 뛰어 오르잖나? 영미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달라질 기다. 기다려 봐라. 영미야, 니도 앞으로 좀 잘할 수 있제?"
영숙 누나가 나서서 중재를 했다.
"잘하긴 뭘 잘해? 돌대가리로 태어났는데 ······ 에이 씨팔, 이런 돌대가리는 진작 공장으로 가야 하는데 ······ "
"저, 저 가시나 말버릇 좀 봐라! 주둥이를 지져놓거나 해야지 ······ "
영미 누나가 자리를 박차고 방을 나서는데 엄마는 앉은 채 손가락질만 해댔다. 나는 영미 누나의 입에서 씨팔이라는 소리까지 나오자 놀라기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심통쟁이든 돌대가리든 정말 엉뚱한 짓을 잘한다. 고등학생까지 될 여인의 입에서 어찌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영미 누나는 며칠 전 읍내 여고에 합격했다. 그 배경에는 영숙 누나의 도움이 컸다.
영숙 누나는 공장에 취직하고 싶다는 영미 누나를 얼르고 달래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공부실력을 평가해보니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2주동안 영숙 누나가 집에 오거나 읍내의 자취방에 영미 누나가 오도록 해 집중적으로 이른바 과외수업을 했고 그것이 분명히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읍내 여고의 합격을 확인했고 어제는 중학교 졸업식이라 기념사진도 찍고 탕수육과 짜장면도 먹으며 한껏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오늘 1등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을 들고 오자 심통이 폭발한 것이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건너방으로 가자 영미 누나가 아직도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두팔에 파묻고 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누나의 얼굴에는 눈물자욱이 얼룩져 있었다.
누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돌렸는데 “체!”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가 버린다.
나는 당장 할 일도 없어 서울대회에서 타온 기념품 중에 들어있는 <그림동화집>을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영숙 누나가 들어왔다.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느라 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누나는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영도야, 1등 한 거 다시 한번 축하한다.”
나는 빙긋 웃으며 두팔로 누나를 안았다. 누나도 팔을 벌리고 있었으니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우리는 얼싸 안은 자세가 되었다. 나는 입술을 들이밀며 키스를 하려 했다. 누나와 잠깐 입술이 맞닿기는 했다. 그러나 누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입술을 떼고 팔도 풀었다.
나는 당황하면서 무안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 얼굴은 몇 번 마주쳤지만 이렇게 오붓한 장소 오붓한 시간에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다.
영숙 누나가 금촌리 집에 온 것은 그저께 밤이지만 엄마와 영미 누나와 어울려 영미 누나의 여고 합격이 주 화제가 되었고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미 누나의 졸업식과 고교생이 될 앞날이 화제가 되어 내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침 이렇게 단둘이 있게 되어 벼르던 인사를 하는데 누나가 거부하고 몸을 떼니 나는 좀 당황했다.
“누부야, 와 ······ ?”
“영도야, 우리는 이제 이라마 안된다.”
누나는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왜 또 갑자기 ······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누나와의 첫 번 째 빠구리는 확실히 해프닝처럼 일어난 것이다.
겨울밤 이 방에서 둘만 자게 되며 추위 때문에 한 이불을 덮게 되었고, 그래서 별로 친밀감도 없고 평소 어려워했던 누나를 더듬다 마침 안방에서 아버지 엄마가 빠구리를 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충동적으로 우리도 그 흉내를 내게 된 것이다.
“아악! ······ 영자 아배, 아악!” 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둘다 잠시 몸을 떨었었다.
“누부야, 우리도 함 할까?”
“니가 할 줄 아나?”
이런 말을 주고 받은 뒤 누나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물론 그 다음에 누나는 무척 후회하고 “다시는 이런 일 절대로 없도록 하자.”고 나에게 다짐했었다.
그러나 작년 추석 전날 밤, 이 방에서 또 단둘이 자게 되면서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알았다. 내 옷은 내가 벗을게. 니나 빨리 벗어라.”
처음에 누나는 다소 망설임을 보이기는 했지만 막상 빠구리를 하기로 작정하고 나자 걸림돌이 없었다.
그날 우리는 별로 스스럼없이 서로의 첫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는 제재소 사장놈이 수면제를 먹이고 누나도 모르게 순결을 상실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누나는 또 내가 황달자와 빠구리하게 된 경위나 우리 마을 종가의 딸인 문경미와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세 번 째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나 자취방에서의 빠구리는 누나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누나가 해준 저녁밥을 먹는 밥상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뛰고 얼굴을 붉혔었다. 이미 4차례나 빠구리를 한 사이인데 호젓한 방에서 함께 밤을 보내자는 것은 빠구리하자는 제안이며 요청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거침없이 키스하고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서로를 애무하다 결국 한몸이 되었다.
누나는 흥분을 해도 집에서는 애써 소리를 죽였는데 그 외진 방에서는 신음과 비명도 거침이 없었다.
뜻밖의 방해꾼이 있기는 했다.
함께 자취를 하지만 그날밤 외박을 하기로 했다는 민경자가 갑자기 들이닥쳤고 우리가 알몸으로 뒤엉켜 이불도 걷어 제낀 채 한창 방아질을 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다.
누나는 창피함과, 그후 술주정도 겸해 경자가 나와 빠구리하겠다는 것을 저지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미 적나라한 장면을 들킨 약점 때문에 결국은 누나가 보는 앞에서 경자와 빠구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누나도 나도 예기치 못했고 억지로 피할 수도 없는 하나의 사고였다.
사고를 그런대로 마무리하게 되자 누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한테 빠구리를 마저 하자고 졸랐다.
“우리는 아까 다 못 끝냈잖나? 와, 이제 내캉은 하기 싫나?”라는 말까지 하면서 ······
잠든 경자를 옆에 두고 누나는 옷을 훌러덩 벗고는 자지도 처음으로 빨아주었다.
“ 내가 당장 뺏어 내 입에 넣고싶은 것을 참느라 혼났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경자가 내 자지 빠는 모습을 살짝 훔쳐봤던 누나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격정적인 빠구리가 끝나고서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렇게 자평했다.
“아, 너무나 황홀하면서 벅차다! 아까는 참 황당하고 참담했지만 그런대로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잘 보낸 기제.”
지금 이 방에서 누나의 태도에 당황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 크리스마스 이브의 감격이 아직도 나에게는 강렬하고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영도야, 우선 여기 좀 앉자. 안그래도 조용한 시간 내가 니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라 캤다.”
누나가 먼저 방바닥에 앉기에 나도 마주 앉았다.
“영도야, 그날 일은 모두가 순전히 내 잘못이다.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 괜히 남들 들썩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가 니한테 그런 모진 짓까지 ······ 흐윽!”
울먹울먹하면서 말을 꺼낸 누나는 중간에 아주 눈물을 흘리며 잠시 흐느꼈다. 나는 여전히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그때 누나의 말처럼 황당하고 참담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피날레는 멋지고 감동적이지 않았던가.
“니가 가고난 뒤에도 나는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후회하고 고민했다. 참말로 경자 언니 대신 내가 죽어야 옳다는 생각까지 많이 했다. 내가 먼저 니를 내방에서 자고 가라고 한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니한테 그런 모진 짓까지 하게하고, ······ 그 뒤에도 니한테 다시 해돌라 카고 ······ 참말로 내가 너무나 뻔뻔스럽고 못되어 묵은 기라. 그런데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바로 ······ 흐윽! ······ 친남매간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을 저질렀기 ······ 엉, 엉! ······ ”
“누부야, 나도 우리가 ······ 친남매라는 게 떳떳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또 우리가 그런 걸 남한테 들킨 것도 많이 창피한 일이제. 하지만 그 사고도 그런대로 잘 수습되고 그 뒤에 우리가 다시 했을 때도 누부야는 좋아했잖나? 그런데 와 그런 일들을 다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노?”
“그것 때문에 더욱 나 자신이 싫어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만드는 기라. 니한테 그런 곤욕을 치루게 하고 다시 내 욕심을 채울라 캤으니, 흐윽! ······ 나도 그 전에 싫어도 어쩔 수 없어 하고 나면 얼마나 비참하고 슬펐는데 니한테 그런 짓을 시키고, 흐윽! ······ 니가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겠노?”
가만히 듣다보니 누나가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 중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민경자와 빠구리를 했다는 문제인 것 같다. 경자가 나와 하겠다고 떼를 쓰는 것을 누나는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누나는 더구나 지난날 정말 싫었지만 제재소 사장이나 그 아들놈과 빠구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기억과 결부되어 더욱 자책과 자학을 하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부야, 그 경자 누부야 하고 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리 된 거지만 그리 힘 들거나 모진 짓은 아니었다.”
나는 누나에게 그 점을 이해시켜주고 싶었다.
“그럼 니는 그게 좋았단 말이가?”
“아니, 꼭 그래 말할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마음에 안 내켰다 캐도, ······ 뭐라 칼꼬? ······ 남자와 여자는 몸 구조나 생각이 다르다 칼까, ······ 하여튼 남자는 자지가 서야 여자 몸에 드갈 수 있잖나? 그래가 일단 드가고 나마 사정할 때는 비슷한 쾌감이 오는 기라.”
“그래서 ······ 니는 힘들거나 슬프지는 않았단 말이가?”
“거의 그런 셈이다. ······ 아, 그 전에 내가 이야기 했제. 황달자네 양조장에 그 7공주파 가시나 4명한테 끌려가가 강간당한 거 ······ 그때도 나는 기분이 개차반이고 겁도 났지만 사정할 때는 몸이 찌르르하고 기분도 좋은 기라.”
“그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내는 누나로서 영 마음이, ······ 아참, 그날 느그들 놔두고 내 혼자 출근하고 나서 니는 경자 언니하고 또 했나?”
나는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고 잠시 망설였고 화제를 돌렸다.
“경자 누부야는 뭐라 카더노?”
“내한테 아무 말 없더라.”
“그날 우리 본 거로도 다시 말 없고 ······ ?”
“그래. 그냥 잘 지낸다. 그런데 그 언니 맥 빠져 있는 거 보마 좀 안됐고 ······ 그런데 니 그날 그 언니캉 또 했나, 안했나?”
그 질문을 비켜가고 싶었지만 누나의 관심은 여전히 그것에 쏠려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 또 한번 했다.”
“니한테 또 막 떼를 쓰더나?”
“아이다. 누부야 가고 나니 혼자 울면서 나한테도 빨리 집에 가라고 하더라.”
“그래가 ······ ? 불쌍해서 또 한번 박아줬나?”
누나가 갑자기 샐쭉한 표정이다. 나는 쑥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 하여튼 그대로 나오기도 뭣 하고 ······ 그런데 끝나고 나서도 또 울더라.”
“와, 니가 뭘 잘못했나?”
“아이다. 나도 물어봤더니 그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서 그렇다고 ······ 하지만 나중에는 웃으면서 산타클로스한테 제일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 카다가 내가 산타클로스라 카더라.”
“흥, 그 언니가 제대로 재미는 봤구나. 우쨌든 니가 그래 힘들지도 슬프지도 안했다 카이 내 마음은 좀 놓인다.”
누나의 얼굴에 살짝 미소 같은 것이 스친다. 그것이 경자나 나에 대한 비웃음일 수도 있겠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 흐느끼기도 했던 그런 기분은 많이 정리된 것 같았다.
“그럼 누부야도 그래 마음 문을 닫지 말고 ······ 나는 누부야를 사랑한다. ······ 그러니 누부야도 다시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말고 그 전처럼 나를 대해 도.”
“뭐라꼬 ······ ? 그건 절대로 안된다. 내가 얼마나 혼자 맹세하고 다짐을 했는데 ······ 물론 나도 영도 니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건 순수한 내 동생으로서 ······ 니가 요즘 공부도 잘하고 착실하게 성장하는 게 누나로서 내가 보기에도 참말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저 이렇게 정다운 남매로, 다시는 그 길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을 기다.”
누나는 다시 단호한 표정이 되었다. 앞으로 영숙 누나와 나의 관계가 어찌 될지는 나도 지금 모르겠다. 하지만 누나의 태도로 볼 때 지금은 내가 어찌할 여지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내 발길은 재실로 향했다.
종업식에서 1등 성적표와 우등상, 개근상까지 받으면서 내 기분은 한껏 고조되었는데 영미 누나가 심통을 부린데다가 영숙 누나마저 저렇게 등을 돌리니 나는 씁쓸하고 허전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꼽추할매를 못 만난 지가 벌써 석달 째가 다 되어간다. 한달에 한번은 만나기로 했는데 임가띠기 같은 계산법으로 하자면 오늘 만나서 3번을 몰아 해줘야 할 판이다.
석달 가까이 못 만난 것은 겨울방학 때 학술경진대회 참가로 바빴지만 개학 후에 찾아갔을 때도 문이 잠겨서였다.
“영도야, 오랜만이네.”
꼽추할매는 잠옷 차림인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 역시 오랜만이라 먼저 키스부터 하려했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포옹을 벗어나면서 말했다.
“내가 요새 몸이 좀 안좋다. 우선 여 좀 앉거라. 차를 한잔 줄까?”
우리는 쇼파에 마주 앉았다. 낮에는 영숙 누나가 키스를 거부하더니 저녁에는 꼽추할매마저 ······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는 코코아를 타주고 그녀는 엽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학 때는 바쁜 일이 생겨서 대구, 서울까지 갔다 오느라 못들렸고 얼마 전에는 일요일에 와 보니 문이 잠겼데요. 저녁 때 와도 그렇고 다음날 와도 여전히 ······ ”
“아, 내가 일이 있어 서울 좀 갔다 왔다. 그런데 니도 서울에 갔었나?”
나는 전국학술경진대회에 참가해서 군 예선과 도 예선에서 우승하고 서울대회까지 참가하게 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 주었다.
“아따, 우리 영도가 참말로 대단하구나! 공부도 그리 잘하고 ······ 서울가기 전에는 한번 찾아오지, 여비라도 좀 보태줘야 할 긴데 ······ ”
“그런데 할매, 어디 편찮으셨습니까? 아까 몸이 안 좋으시다 카셨는데 ······ ”
“응. 나도 한 2주 전에 서울까지 가서 병원에 며칠 입원했었다.”
그리고보니 얼굴이 좀 수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무슨 병인데요?”
“여자한테만 생기는 병, 그런데 이제 다 끝난 기다. 그래도 아직 그 후유증인지 기운이 좀 없다.”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그렇게 마주 앉은 채 시간이 가자 나는 좀 어색했다. 한달에 한번, 월부금을 갚는 기분으로 그녀를 만나면 그녀도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듯 키스를 퍼붓고 재빨리 서로 옷을 벗고 빠구리를 서둘러 왔던 사이다.
“할매, 편찮으시면 저는 오늘 그냥 갈까요?”
“응?”
그녀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놀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도 니를 몇 달만에 보는데 일단 방으로 드갈까?”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나를 손짓해 불렀다. 옷을 입은 채 나도 그녀 옆에 앉았다.
“그 새 키가 더 훌적 큰 것 같다.”
그녀는 내 머리부터 어깨를 쓰다듬더니 눈을 사르르 감은 채 입술을 들이민다. 비로서 나는 키스의 허가를 받았다.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이 맞닿고 혀가 오가는 중에 한손은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잠옷 속의 어린애 손바닥 만한 젖통이 손 안에 들어온다.
“하아! ····· ”
입술을 떼자 그녀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남자의 손길이 닿아서 그런가? 그냥 참고 버틸까 했는데 몸이 이상타. 영도야, 아주 그 옷 벗고 올라온나.”
오늘은 어째 모든 것이 슬로우템포다. 어떻든 내가 옷을 벗는 동안 그녀는 잠옷을 위로 벗어제끼고 팬티는 아래로 내려 결국 우리는 다 알몸이 되었다.
“아따, 언제 봐도 이래 늠름하다!”
그녀가 내 자지를 손으로 훑는 동안 내 손도 젖통을 번갈아 매만지다 보지로 옮겨졌다. 물기가 슬슬 배어나오고 있었다.
“아이, 그쨔 손가락은 넣지 말고 ······ 그래, 그렇게 손바닥으로 덮어만 도.”
그녀는 자지를 한손으로 움켜쥔 채 한동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다른 동작이 없었다. 나도 한손을 그녀의 보지 위에 얹은 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얼굴을 들어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영도야, 이 세상의 그 누구한테도 밝힐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니한테만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 ”
나는 잠시 긴장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가.
“나 임신했다! 아니 했었다!”
임신? 아기? ······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뜸을 들이면서 누구한테도 밝힐 수 없지만 나한테만은 말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나로 인해 임신했다는 것 아닌가. 내가 사정한 정액의 정자중 하나가 그녀 몸속에서 아기를 만든 것이다.
남자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지금껏 심각하게 내가 책임져야 할 경우는 없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일에는 내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어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지금 내 처지에 다른 길이 있겠나? 지울 수밖에 ······ ”
그녀의 표정이 다시 슬퍼보였다.
“지우다니 ······ ?”
“낙태수술을 했단 말이다. 2주 전에 서울가서 병원에 입원한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 말에 일단 나는 안도했다. 책임의 대상이 되는 아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이 남자로서 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하는데 많이 아팠어예?”
“마취했으니 그때는 몰랐제. 하지만 끝나고 나니 좀 아프더라.”
“죄송합니다.”
“그기 어디 니 잘못이가? 나이값고 못하고 제대로 단도리 못한 내 잘못이지.”
“그래도 문제의 발단은 저 때문에 ······ ”
책임질 일은 없어졌다 해도 여전히 게름직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도야, 니가 미안해 하거나 마음쓸 것은 없다. 그런데 내가 이 나이에 임신까지 했다는 게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뒤늦게 인생공부도 한 것 같다.”
그녀는 나를 오히려 위로하려는 듯 살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내 기분 탓인지 그 미소도 슬픔이 어린 것 같다.
“내가 이런 몸으로 시집도 가고, ······ 그건 부자 아버지 둔 덕이겠지만, ······ 알콩달콩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서방하고 몇 년 몸을 맞대로 살아도 봤제. 그런데 아기는 들어서지 않았다. 하기사 나는 기다리거나 바라지도 않았다. 내 몸이 보통사람들하고 다르니 아기 못낳는 것도 당연한 줄 알았던 기라.”
그녀가 이런 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꼽추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말까지 스스로 한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도 아플 것이다.
“그런데 두달 째 경도가 끊긴 기라. 나는 그게 ······ 여자는 갱년기라고 열두어살부터 경도를 시작해서 지겹게 하다가도 늙어가마 그게 끊기는 기라. 어떤 여자들은 그때가 되면 인생 다 살았다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카드만 가는 세월 우찌 막겠노? 나도 이제 갱년기가 왔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속이 메식메식하고 헛구역질도 나오고 ······ 혹시 이게 보통 여자들 입덧이라 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괜히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라 카는 기라. 가슴이 덜컥하고 눈 앞이 캄캄터라.”
그녀가 나에게 임신했다는 말을 했을 때 나도 가슴이 덜컥했으니 당사자의 그 심경은 나도 충분히 알것 같았다.
“그래가 바로 낙태수술을 ······ ?”
“아이다. 병원에서는 낙태를 하려면 남편이나 아기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하다 카더라.”
“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를 아기 아버지라고 병원에 끌고 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기분이다.
“와 표정이 그렇노? 히 히, 니를 병원에 데려 갔을까 봐? 그날은 병원을 그냥 나왔다. 온갖 생각들이 스쳐가더라. 나도 진짜 여자로구나 하는 감격도 있고 ······ 참말로 어디 심심산골이나 무인도에 가서 아기를 낳아보자 라는 생각도 드는 기라. 그래가 한 반달동안은 집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결국 다시 병원에 갔지. 현실을 우야겠노? 내가 이 나이에 아기를 밴 것도 그렇지만 과부가 아기를 낳는다면 우찌 되겠노? 그래가 2주 전에 다시 병원을 찾았지. 남편이나 아기 아버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저 병원에서 즈그들 책임 피하려고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갑더라. 두 번 째 가니 그냥 수술대에 올려 놓데.”
그녀의 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고백이든 심경토로든 임신을 그녀가 좋게 받아들였는지 나쁘게 받아들였는지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나 싫다고 떠난 서방이 3년만에 사망통지서로 대신할 때 나도 죽을라 캤다. 활개 한번 못펴보고 살아 온 내 인생 무슨 미련이 그리 있겠노? 그런데 우리 어무이가 내 죽음에 자물쇠를 채워 놓은 기라. 나 죽을 때 니도 같이 죽자 카는데 ······ 내가 그토록 어무이 눈물짓게 했는데 우째 그 말을 거역하겠노? 그런데 어무이 돌아가시고도 모진게 목숨인지 나는 그냥 살고 있제. 그러다 영도야, 니를 만난 기다.”
아까 잠깐 웃기까지 했던 그녀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 중에 그녀의 눈에 습기가 몰리는 것 같더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녀의 넋두리인지 신세타령인지 이와 비슷한 말을 나는 몇 번이나 들었다. 서울띠기와 술을 마시다가도 그랬고 나와 빠구리할 때도 옛날 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듣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 일을 화상하면서 그녀는 꼭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그녀가 앞날보다는 과거에 더 매달리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래 니한테 빠질지는 나도 몰랐다. 여자 몸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인지 ······ 니캉 그래 되면서 완전히 새 인생을 사는 것 같기도 한기라. 그런데 니 씨앗이 내 몸에서 또 새로운 생명을 만들었으니 ······ ”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나를 끌어안고 입술을 부벼댔다. 혀를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입술과 뺨을 부비다 입을 떼었다.
“수술이 끝나고 내 몸에서 나온 것을 보여달라 캤다. 그저 내 주먹만한 핏덩이더라. 그걸 얼음에 싸가 갖고 와서 내 묘자리 잡아놓은데에 아무도 모르게 파묻었다. 아가야! 이승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저승에서는 엄마캉 같이 정답게 살자고 ······ 어엉!”
그녀는 이제 소리까지 내면서 울었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흐느끼다가 눈물을 닦고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쑥스런 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무 주책을 떨었제? 그래도 누구한테라도 속을 한번 털어냈으니 후련키는 하다. ······ 영도야, 그래도 우리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니 들어올래?”
그녀가 벌린 가랑이에 나는 자지를 꼽으려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이야기만 한 탓인지 그녀의 보지는 좀 메말라 있었다. 나는 보지를 빨아주고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때 자지를 넣었다.
오늘의 그녀는 유난히 애처롭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가능한 한 그녀에게 성의를 베풀었다.
“아이고! ······ 엄마야! ······ 아이고! ······ 엄마야! ······ ”
그녀가 결국 그 소리를 지를 때 나는 사정했다.
오늘 나는 세여인의 눈물을 연달아 보았다. 더구나 그것은 모두 나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꼽추할매와의 빠구리가 끝나자 마무리는 그런대로 잘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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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연재를 계속하려 하는데 댓글이 점점 줄어드니 힘이 좀 빠지기도 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무관심이나 묵살은 춤추던 고래를 잠수하게도 한다" 라는 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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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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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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