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여인들 - 달맞이꽃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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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토요일, 아마도 새벽에 비가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엔 언제 그랬느냐 싶게 개어 맑은 날씨가 되었지만.
우거진 플라타너스 나무의 넓은 잎마다 매달린 물방울과 그렇게 물방울을 매단 잎을 화면 가득 채웠다가, 카메라를 천천히 돌려 맑게 개인 새파란 하늘을, 또 그 파란 하늘과 대조적으로 더 새하얗게 보이는 구름을 보여 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 방향으로 갈라져 비추는 햇살과 함께 내가 사는 집 지붕을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그런 구도로 영상을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토요일은 늦잠을 자곤 했다. 나만 그랬으려나? 수민이와 키스하고 돌아온 다음날에도 잠에서는 깨었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어서 꼼지락대며 리모콘으로 TV 채널만 돌려대고 있는데, 아침부터 누군가가 전화를 했다.
- 네...
- 오빠, 아직도 자요?
- 아니, 버얼써 일어났지...
사실은 그 말을 하는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뭐 하냐, 아침 먹었냐, 평소엔 주말 어떻게 지내냐, 오늘은 뭐 할 거냐... 자기랑 만나서 놀아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했다.
결국 내가 먼저 영화 보자는 소리를 하고서야 수민이는 전화를 끊었다. 극장이라는 데를 몇 년만에 가 보는 건지... 마지막으로 가 본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두운 곳, 사람 많은 곳, 시끄러운 곳... 이런 데를 내가 좀 싫어한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내가 먼저 영화 보자는 소리를 하다니... 내가 수민이에게 푹 빠지긴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집을 나서다가 깜짝 놀랐다.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시월이 지나고 십일월이 되었다고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무심코 전날 입었던 얇은 재킷을 걸치고 나갔다가 도로 들어와 점퍼로 바꾸어 입고 다시 나갔다.
극장 앞에서 만난 수민이는 전날과 다름없이 예뻤다.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와서 인사하고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자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게 더 예뻤다.
- 오빠...
- 어? 우와... 하룻밤 새에 더 예뻐졌네?
- 네? 아이, 무슨...?
- 진짜야. 수민이가 안 불렀으면 못 알아볼 뻔했는데?
- 치~... 어서 가기나 해요...
- 좀 쌀쌀하다, 그지?
- 그러게요. 갑자기 추워졌어...
- 따뜻하게 챙겨 입었어?
- 그럼요.
한참을 기다리다 입장해서 보기 시작한 영화는 지루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졸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처음에는 툭툭 치며 깨우더니, 내가 졸다 지쳐 일어났을 때에는 자기도 졸고 있었다. 영화는 그 정도로 진짜 무지무지 재미없었다.
수민이가 졸다 깨어났을 때, 우리는 영화를 끝까지 보는 걸 포기하고 중간에 그냥 나왔다. 제목이 뭐였는지, 주인공 역의 배우가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없었다.
극장을 나서면서 수민이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어제 YY가 소문 다 냈어.
- 그래? 뭐라 그랬는데?
하루 사이에 수민이의 말이 짧아졌지만 기분 나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말투도 귀여웠고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는 거니까.
- 오빠 봤다구... 아래층 아줌마, 아침부터 엄마한테 전화하구... 아유, 어떡해...
- 왜? 뭘 어떡해?
- 아줌마가 내 애인 봤다고 했단 말이야...
- 애인? 후후...
- 엄마가 결혼하고 싶v... 내가 지금 몇 살인데 결혼이야, 결혼이...
- 음... 몇 살이지?
- 치, 내 나이두 모르면서 무슨 애인이야?
- 왜 몰라? 스물 하나.
- 나이만 안다구 애인인가, 뭐...?
- 나이 알고, 이름 알고... 나머진 차차 알면 되지. 아, 예쁜 것도 알고.
- 피이~. 그러니까 아직 애인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 그런가? 쩝...
수민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뾰로통해서 입술을 잔뜩 삐죽 내밀고 눈을 흘기고 있었다.
- 뭐야~? 오빠, 내 애인 안 할 거예요?
- 아, 수민이가 아니라며~?
- 오빠는?
- 나? 서로 좋아하면 사귀는 거고, 사귀다 보면 애인이지, 이제부터 애인 하기 시~작! 뭐 이렇게 애인 하냐?
- 사귀다가 아니면?
- 그건 모르는 거야. 사귀다가 아니면 어떻게 한다... 그런 거 다 정해놓고 어떻게 만나니? 만나고 싶으면 그냥 만나는 거지. 만나고 싶다는 건 보고 싶다는 거고, 보고 싶은 건 좋아한다는 거 아닌가?
- 그럼, 오빠는 나 좋아하는 거네요?
나는 그 전날에도 좋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수민이는 그걸 잊었는지, 아니면 다시 확인하려는지 또 한번 물었다. 다시 듣고 싶으면 다시 듣고 싶다고 말을 할 것이지... 수민이의 손을 잡고 다시 걸었다.
- 수민이는 나 안 좋은데도 만나러 온 거야?
- 음...
- 뭐야...? 수민인 아닌데 나 혼자만 보고 싶어 했던 거야?
- 이그... 그래요. 보고 싶어서 왔어요. 됐어요?
- 그래, 보고 싶으면 보고, 그러는 거지, 뭐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미리 다 정한다고 정한 대로 되나?
수민이가 내 팔에 매달리듯 팔짱을 끼어 왔다. 어제 만져 본 수민이의 풍만한 가슴 볼륨이 내 팔에 전해져 왔다.
- 난... 어제 잘 때도 계속 오빠 보고 싶고 그랬는데...
- 진짜?
- 오빤 아니었구나?
- 아~니야. 나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제 집에 가기 싫어하는 거 봤잖아.
- 치, 그건 응큼한 짓 하려구 그런 거구.
- 그것도 좋으니까 하는 거야. 좋지도 않은 여자랑 왜 뽀뽀하고 싶겠냐?
- 오빠, 지금 또 그 생각 하지?
- 응. 난 왜 수민이만 보면 뽀뽀하고 싶지?
- 으유~, 진짜 응큼쟁이... 치~
그러면서 수민이는 팔짱을 낀 내 팔을 때렸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자지는 슬슬 기지개를 켰고, 수민이가 팔과 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 바지에 눌려 아프기 시작했다. 수민이의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 어디 잠깐 들어갈까?
- 어디요?
- 음... 편하게 뽀뽀할 만한 곳...
- 아이, 누가 들어요...
- 말했잖아.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 아유, 이 응큼쟁이 오빠를 어떡하면 좋아, 정말...
- 어떡하긴... 좋아해 줘야지...
- 으이잇, 정말... 오빤 진짜 그 생각 뿐이예요?
수민이는 얼굴을 붉히고 나를 툭툭 치면서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어제 나눈 키스와 애무가 수민이도 좋았던 모양이었다. 모텔로 데려갈까, 비디오방으로 갈까... 하다가 극장에서 방금 나왔다는 생각에 모텔을 향했다.
대낮에 여자와 모텔... 이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괜히 눈치가 보이고, 접수하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때도 그랬고, 나이를 한참 더 먹은 지금도 똑같다. 수민이도 마찬가지,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거의 다 가려질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뒤에 숨듯이 따라 들어왔다.
객실에 들어와서도 수민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수민이를 따뜻하게 꼬옥 안아 주었다. 수민이의 머리에서는 그때에도 좋은 향기가 났다.
- 흐음...
- 오빠...
- 왜?
- ......
- 괜찮아. 누가 본다고...
- 그래두......
그래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민이... 알고 보니 수민이는 남 볼까봐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나와 함께 모텔에 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미리 부끄러워하는 거였다. 어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내 혀를 빨아 대던 애가...
겉옷을 벗어 놓고, 셔츠만 입은 채 수민이를 다시 안아 주었다. 수민이는 그때까지도 내 시선을 피하며 아주 세게 나를 안아 왔다. 그런 수민이의 머리와 어깨, 등을 한참을 쓰다듬어주고 나서야 경직된 수민이 몸이 풀렸다.
- 흐음~ 좋다...
- ......
- 수민이는 어때? 좋아?
- ......
- 난 수민이 안고 있으니까 무지 좋은데...
- 나두...
수민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작게 끄덕였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수민이의 턱을 들어 올려 키스했다. 처음엔 가만히 입술만 대고 있다가 수민이의 입술이 달싹거릴 때, 윗입술부터 살짝 빨았다. 수민이가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발돋움을 하며 목을 안아 왔다. 수민이가 빠는 힘이 강해지더니 제가 먼저 혀를 내밀었다.
그걸 살살 달래어 입이 살짝 닿을 정도로만 입술을 벌리고 수민이 혀를 핥았다. 수민이가 자꾸 내 혀를 빨아들이려 덤볐지만, 살살 피하다가 가끔씩 넣어 빨게 해 주고, 또 혀를 빼서 안 주다가 내가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빨고... 그렇게 장난치듯 수민이를 애타게 만들며 키스했다.
수민이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 혀를 원하는 동안, 나는 키스하면서 수민이의 티셔츠를 밀어올리고 브라 호크를 풀어버렸다. 나도 셔츠 단추는 물론, 바지까지 다 풀어 헤친 상태였다. 그리고는 수민이의 가슴으로 손을 올렸다.
내 손에 넘치는, 그러면서도 탄탄한 가슴... 성형한 가슴이 그런 모양일까? 수민이를 침대에 눕히고서도 한참을 가슴만 빨고 있었다. 똑바로 누워도 조금밖에 내려앉지 않는 수민이의 가슴...
- 쭈웁... 할짝할짝... 쭈우웁...
- 아흑... 하아아... 하악, 오빠, 하아, 오빠아...
한쪽 가슴을 빨면서, 다른 가슴을 만지면서... 수민이와 키스하다가 귀를 빨고, 목을 빨고, 또 가슴을 빨고... 수민이는 눈도 못 뜨고 내 머리를 끌어안은 채 몸부림치며 오빠, 오빠만 불렀다.
팬티만 남은 수민이... 수민이의 매끈한 배를 핥으며 아래로 내려가자 수민이의 손이 내 등에서 어깨로, 머리로 미끄러졌다. 팬티 위로 수민이의 아랫배에 얼굴을 부볐다. 음... 향긋한 냄새. 여기도 향수를 뿌리나? 그 순간...
- 악~, 싫어...
수민이가 내 머리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났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수민이의 음부가 바로 밑인데...
- 괜찮아, 수민아...
- 아이, 싫어요. 더럽게...
- 뭐가 더러워? 수민인데...
- 아이, 진짜 하지 마요... 히잉~
- 알았어. 싫으면 안 할게.
- 약속했어요? 정말 하지 말아요? 응?
수민이가 울상을 지었다. 괜히 오래 우길 필요가 없다. 분위기만 깬다. 더 이상 우기지 않고 올라와 키스하며 팬티를 벗겼다. 수민이는 겁먹은 얼굴로 다리를 오므리며 힘을 주었지만 팬티를 벗기는 내 손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팬티는 쉽게 벗겨졌고 하체를 다 드러낸 수민이가 손으로 음부를 가렸어도 검은 숲이 일부 보였다.
- 콘돔 껴야겠지?
- 콘돔...이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는 수민이가 귀여웠다. 중간에 빼기 싫어서 처음부터 콘돔을 끼고 수민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수민이의 음모는 진짜 부드러웠고 수민이의 그곳은 충분히 젖어 있었다. 자지를 잡고 수민이의 균열을 따라 아래위로 귀두를 문질렀다. 수민이의 다리가 경직하는 게 느껴졌다.
처녀일까? 잠시 궁금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가 지금 내 밑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 여자가 처녀인지 아닌지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나를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면 더욱 더.
그 순간 수민이가 다리를 오므리고 무릎을 굽히며 온몸을 잔뜩 웅크렸다.
- 오빠, 잠깐... 잠깐만요...
- 응?
- 오빠, 나...
- .......
- 흑~
수민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참을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흐느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살짝 떨고 있었다.
- 수민이, 처음..... 이구나?
- .....
- 후우...
- 나... 키스도 어제 오빠가...
- 키스도?... 그랬구나...
- ......
- 얼마나 떨렸는데...
- 키스하는 게?
- 어제... 오빠가 키스만 한 게 아니잖아요.
- 하하, 그랬어? 쪽~
수민이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처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키스도 그렇고 애무에 대한 반응도 그렇고, 팬티를 벗길 때까지도 전혀 저항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는데 내가 하는 대로 다 받아들이다가 막상 팬티까지 벗기니까 비로소 겁이 난 건지...
수민이는 스물 한 살이 되도록 키스 한번 못 해본 여자였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의 입술을 처음 가진 게 나라니... 괜히 좋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게다가 첫 키스를 한 날 그렇게 깊은 곳까지 내 손에 다 내주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뻣뻣해져서 꺼떡거리는 자지는 침을 질질 흘리며 아우성을 쳤지만, 두려워하는 수민이에게 막무가내로 들이밀 수는 없었다.. 자지가 수민이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민이의 옆으로 내려와 수민이를 안았다. 가만히 감싸 안고 입맞추어 주었다.
- 쪽~ 수민이가 싫어하면 안 해.
- 오빠...
- 괜찮아. 키스만 해도 좋았어.
- 미안해요...
- 이런...? 수민이가 왜 미안해?
- 그래도...
- 괜찮아. 진짜 괜찮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후우...
수민이의 매끈한 등과 허리, 탱탱하고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수민이는 내 손길에 움찔거리면서 내 품에 파고들어 안겨 왔다. 삽입하고 싶은 걸 참느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자지에 힘이 들어가며 수민이의 몸을 눌렀다. 그런데, 심호흡을 하면서 눈을 좀 찡그렸었나 보다.
- 왜요? 아파요?
- 응?
- 이거... 이렇게 되면 아픈 거예요?
- 어? 뭐 그냥...
- 오빠...
- ......
자지가 너무 발기하면 좀 아픈 듯 느껴질 때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수민이는 아파서 그러는 걸로 오해한 거였다.
- 나도 오빠랑... 하고 싶기는 해요.
- 진짜?
- 웅~
- 근데? 아플까 봐?
- 아니, 아픈 것보다...
- 처음이라서 무서워?
- 무섭기도 하고...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그런... 아, 모르겠어요, 나도...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처음이라는 거, 다 그런 거다. 해도 될까?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혜진이와 처음 섹스할 때에도 그랬다. 해도 될까? 나, 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얘도 나를 사랑할까? 후회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그때의 나보다도 한참 어린, 게다가 여자인 수민이는 더 걱정스럽겠지.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수민이는 계속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안 해도 좋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내가 수민이를 섹스하려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키스만으로도 좋다는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수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맞추어 주었다.
- 오빤 지금 하고 싶은 거죠?
- 나 생각하지 말고, 수민이만 생각해.
- 네?
- 수민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 눈치 보지 말고,..
- 네...
- ......
- 근데, 오빠...
- 응?
- 다음... 에도 똑같겠죠?
- ......
- 그죠?
- 아마... 그렇겠지?
- 오빠... 나 사랑하는 거 맞죠?
처녀성... 나도 동정이라는 것에 대해 부담도 있었고 고민도 했지만, 여자들이 처녀성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남자에 비해서는 훨씬 클 것이다. 남자의 동정보다는 여자의 처녀성이 훨씬 더 많이 언급되는 것도 그게 더 중요하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여자들이 그 순간 사랑을 확인하는 건, 좀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을까?
그렇다고 그 질문하는 심정까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니까,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사랑한다면 허락할 수 있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논리를 주장하면서 그 논리의 근거를 남자의 말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난 여자가 아니니까.
애절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수민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부드럽게 속삭였다.
- 사랑해.
수민이의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가로 흐르는 눈물을 내 입술로 닦아 주었다. 바보같이 울긴... 짭짤한 눈물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 흑~......
- 사랑해, 수민아... 쪽~ 사랑해... 쪽~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 순간 여자 한번 따먹어 보려고 거짓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이 별 건가? 서로 좋아하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더 가까이 붙어 있고 싶고... 그게 사랑 아닌가 말이다. 나는 보고 싶었던 수민이를 안고 있었고, 그렇게 오래오래 있고 싶었다. 섹스를 하느냐 마느나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우는지 몰랐다. 이유를 모르니 울지 말라고 달랠 수도 없었고, 펑펑 울고 털어 버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입술로 수민이의 눈가를 한참 쓸어준 다음 수민이의 입술에 입맞추었다. 빨거나 혀를 내밀지 않고 부드럽게, 입술만 살짝살짝 움직이며 가끔 수민이의 입술에 힘주어 눌렀다.
내가 입술을 떼자 수민이가 내 목을 다시 끌어안았다. 귓가에 수민이의 숨결이 느껴졌다.
- 오빠...
- 쪽~......
- 언젠가는... 하게 되겠죠?
- 뭐... 평생 안 하지는 않겠지?
- 오빠... 나, 지금 오빠랑 할래요...
- 응? 괜히 일부러 그러지 마. 굳이 안 해도 돼.
- 다음에도 똑같을 거예요. 더 겁날 거 같애...
- 괜찮아. 다음에도 겁나면 그때도 안 하면 돼.
- 지금 괜찮을 거 같아요.
- 응...?
- 오빠가 막 하자고 그러고, 자꾸 하려고 했으면 더 무서웠을 거 같애...
- ......
- 오빠...
- 응?
- 오빠도 지금 하고 싶은 거죠?
- 후우......
- 대신... 부드럽게 해 줘야 돼요? 알았죠?
- 수민아...
- 나... 정우오빠라서 다행이야...
수민이의 마지막 말은 사람을 꽤 부담스럽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런 수민이에게 나는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결심을 굳히고 내 목을 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었다. 입을 꼭 무는지, 수민이의 턱이 움직이는 게 뺨에 느껴졌다. 그러다가, 수민이가 얼굴을 돌려 내 입술을 찾았다.
- 우움~
부드럽고 촉촉한 여자의 입술... 말랑말랑한 혀... 언제 빨아도 기분좋은 느낌... 게다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여자라면 더욱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수민이를 안은 채 눕히며 돌아누워 나는 수민이의 위로 한쪽 다리를 올렸다. 목을 받치듯 어깨를 끌어안고, 한 손은 수민이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키스하면서, 수민이의 포탄 같은 가슴을 주물렀다.
수민이가 내 볼을 잡고 머리를 밑으로 당겼다. 수민이가 내 머리를 당겨 이끌어간 곳은 자기의 가슴이었다. 다시 빨아달라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첫 섹스에서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큰 가슴에 비해 작고 귀엽기까지 한 꼭지를 혀로 쓸었다. 꼭지가 혀끝에서 이리저리 눌릴 때마다 수민이는 움찔거리며 내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 하앙~... 아흑...
- 쭈우웁~ 우음...
가슴을 빨 때, 나는 주로 옆구리에서 골반에 이르는 선을 쓰다듬는다. 일부러 그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손이 간다. 수민이는 손끝으로 골반뼈를 쓰다듬을 때 예민하게 반응했다.
- 흑~... 하윽~...
때로는 숨을 들이키며, 때로는 숨이 막히는 듯 신음하며... 수민이는 내 입술과 손길이 만들어내는 자극을 못 이기고 퍼덕거렸다. 한참을 움찔거리고,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다가 수민이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 오빠... 하아....
- 응, 수민아... 쫍~
- 오빠... 하아... 정우오빠.... 하아... 오빠...
- 그래, 수민아... 쫍~ 오빠야... 쫍~.....
가슴에 묻혀 있던 입술을 떼고 수민이를 바라보았다. 달뜬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와 눈을 맞추던 수민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입과 목이 움직이는 걸 봤을 뿐인데,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 수민아... 오빠 이제...
- 하아....
콘돔을 쓰려던 생각을 바꾸었다. 수민이의 처음을 맨살로 느끼고 싶었다. 수민이의 다리 사이로 몸을 넣으면서 수민이의 그곳을 확인했다. 처음으로 남의 몸이 닿게 될 수민이의 그곳은 젖은 정도를 넘어 바깥쪽까지 번질거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자지를 잡고 귀두만 문지르는데도 느낌이 좋았다.
수민이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다리 뿐만 아니라 온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말로는 하겠다고 했어도 긴장하고 있는 걸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자지를 수민이 보지 입구에 맞추어 살짝 물려 놓고 두 팔로 상체를 버티었다.
수민이는 두 손으로 내 팔을 움켜잡은 채, 눈썹에도 힘을 잔뜩 주고 나만 바라보며 가쁘게 숨을 쉬었다. 수민이의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슴... 수민이의 가슴... 조용히 수민이를 불렀다. 수민이는 말없이 그 큰 눈으로 올려다보기만 했다.
- 수민아...
- ......
- 싫으면 언제든지 말해. 알았지?
수민이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아픔이니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몸의 일부를 들이밀었다. 조심조심,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보다 조금 더 조심조심... 처음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수민이의 그곳은 빡빡했다. 그러나 중간에 잠깐도 멈추지 않고, 한번에 끝까지 밀어넣었다. 중간에 멈추는 것보다는 한번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콱 찌른다기보다는 쑤욱 밀어넣는 느낌으로 하체를 밀었다.
- 아... 악, 끄으흐흐... 아아...
- 수민아, 힘 빼고... 그렇지... 아파도 힘을 빼야 덜 아파.
- 하흐흐흑...
- 으음... 후우...
비명 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수민이의 손톱이 내 팔을 파고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 넣었다. 천천히, 천천히... 좁고 빡빡한 수민이의 몸 속으로... 잠시 후, 내 치골이 수민이의 치골에 닿았다. 내 몸의 일부가 수민이 몸 속으로 전부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섹스할 때 가장 좋은 느낌이 뭘까? 사정할 때? 사정 직전에 온몸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 다 좋지만, 나는 흠뻑 젖어 매끄러운 보지에 처음 들어갈 때가 가장 만족스럽다. 내가 차지한다는 느낌, 나를 받아들인다는 느낌, 내 몸 일부를 품은 여자를 꼬옥 안을 때 하나가 된 듯한 느낌...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수민이를 내려다 보았다. 내가 멈추고서도 한참 후에야 조심스레 눈을 뜬 수민이...
- 하아...
- 많이 아파?
- 흑~...
수민이가 흐느꼈지만 어떻게 달래줄 수가 없었다. 수민이의 젖은 눈가에 입맞추어 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수민이가 움직일 때마다 수민이의 보지가 빠듯하게 자지를 조여 왔다. 수민이가 팔을 들어 나를 안아도, 고개를 들어 내 입술을 찾아도, 수민이가 어떻게 움직여도 그때마다 그곳이 움찔거렸다.
- 부드럽게 하기로 했으면서... 흑~
- 미안... 쪽~
- 나... 꼭 안아 줘요, 흑~
수민이는 눈을 잔뜩 찡그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에는 찌푸린 얼굴도 예뻤다. 상체를 숙여 수민이를 안았고 수민이도 내 목에 매달려 왔다. 수민이 말대로 꼬옥 끌어안고 잠시 있다가 또 조심스레 하체를 움직였다.
- 아... 아흐으...
- 쪽~, 예뻐. 수민아...
수민이는 내 목에 감았던 팔을 풀고 나를 바라보며 손으로 내 볼을 감쌌다. 볼에 닿는 손바닥이 뜨거웠다. 양볼을 다 감싸고 어루만졌다. 내가 점점 속도를 빨리 하면서, 수민이는 더 이상 볼을 쓰다듬지 못하고 내 얼굴에 손을 대고만 있었다. 그러다 결국 다시 목을 껴안고 매달렸다.
찌걱..., 찌걱... 소리는 이랬고,
쑤욱, 푸우욱... 쑤우욱, 푸우욱... 느낌으로는 이랬다.
꽉 물린 결합부에서 찔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민이의 보지는 아주 빡빡하게 내 자지를 물어 왔다. 나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덜덜 떨며 수민이의 보지를 천천히 느꼈다. 수민이는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고 내 볼에 댄 손에만 힘을 주고 있었다. 앞니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은 여전히 힘주어 감고 있었다.
수민이의 보지는 내 자지를 놔두지 않고 자극했다. 수민이의 보지에서 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박동에 따라 맥동하면서 똑같은 주기로 내 자지를 조였다. 조였다가 풀고, 또 조이고... 느낌 하나하나에 집중할 정도로 세심하게 조심해서 움직였다.
천천히 움직이려고 애쓰며 움직였다. 자지를 많이 빼지 않고 조금만 뺐다가 또 넣는 식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렇게 해도 수민이는 온 얼굴을 찌푸렸고, 작은 움직임에도 자지에는 빠듯한 압박감과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하는 섹스라서였는지, 수민이가 예쁘고 섹시해서였는지,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려 애썼는데도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속도가 빨라졌고, 내가 빨라지면 수민이가 나를 더욱 더 끌어안으며 매달려 왔다. 그때마다 늦추려 애썼지만, 어느 순간 속도를 늦출 수 없게 되었고, 수민이의 비명 소리도 섹시했고, 그 섹시한 소리에 더 흥분이 되어, 자지에서는 금새 신호가 왔다.
- 아으, 하아... 오빠아... 흑~
- 아, 수민아... 수민아... 으으으으윽~
- 아윽~
캄캄한 눈 앞에서 빛이 번쩍였다. 크고 작은 불꽃, 번쩍이는 불빛... 눈을 뜨고 있어도 어두웠고, 감고 있어도 어두웠다. 뜨고 있어도 불이 번쩍였고, 감고 있어도 여기저기서 명멸했다. 나는 수민이 안에서 그렇게 폭발해 버렸다. 울컥~ 울컥~ 울컥~...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뿜어냈는지 몰랐다.
수민이는 내 목을 끌어안고,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 나에게 매달렸다. 처음으로 섹스를 경험하는 수민이를 배려하거나, 수민이의 느낌에 신경쓰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아득했다. 수민이의 팔에 안긴 채 수민이의 목, 쇄골, 어깨... 입술에 와 닿는 곳마다 입맞추었다.
뜨거운 정액을 모두 뿜어낸 내 성기가 조금이나마 줄어든 크기로 수민이의 몸에서 나올 때에도 수민이는 많이 아파했다. 수민이의 그곳은 내 늘어진 자지도 끝까지 물고 조여댔다. 수민이의 몸에서 내려와 바로 누워서 수민이를 끌어안았다. 수민이도 그냥 안겨 내 가슴에 기댔다. 바쁘게 콩닥콩닥거리는 수민이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수민이의 다리 사이를 확인했다. 시트에 묻을 정도로 피가 나지는 않았다. 내 성기와 수민이의 음부에 흔적이 좀 보일 정도? 그러나 그에 대해 언급하면 수민이가 민망할까 봐 그냥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 쪽~...
- .......
- 괜찮아?
- 네?
- 지금도 아파?
- 하으......
수민이는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내 품을 파고 들었다. 꼬옥 안아주는 것 말고,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 있었다. 잠을 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수민이를 안고 머리와 어깨만 쓰다듬었다.
아프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처녀성을 잃은 상실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그냥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내가 처음인지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살짝 걱정했지만, 있는 그대로 대답해 줘야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수민이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
수민이 숨소리가 잠든 것처럼 잔잔해졌다. 수민이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팔을 빼어 일어나려 했는데, 내가 움찔거리자마자 수민이가 고개를 들었다. 잠이 든 게 아니었었던 모양이다.
- 이제 가려고요?
- 응...? 아니, 씻으려고...
- ......
- 수민이도... 씻어야지?
- 아....
같이 씻을까 생각했지만 수민이 입장에서 부끄러울까봐 그냥 나만 먼저 씻고 나왔다. 이어서 들어간 수민이는 한참 있다 나왔다. 수건으로 감싸고 나오는 수민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 입맞춤... 수민이는 가만히 힘을 빼고 내가 빠는 대로 입술을 내주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 하루 종일이라도 빨고 싶은 수민이의 입술...
- 쫍~ 하아...
- 하아....
- 쪽~ 예뻐, 수민아...
- 오빠....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수민이를 놓아 주었다. 수민이는 알몸을 다 보였으면서도 돌아앉아서 속옷을 입었다. 섹스까지 한 사이에 속옷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부끄러워했다.
수민이는 그 이후로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때마다 눈을 맞추치며 가볍게 웃어 주었지만, 그러면 수민이는 또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누워 있었다. 자지는 또 불끈거리며 일어섰지만, 그렇게 아파하는 수민이에게 또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 많이 아팠어?
- 아이, 몰라요... 치~
- 수민이도 좋아하게 될 거야.
- 어우...
- 왜? 싫어?
- ......
- 수민아?
- 네?
- 후후... 그냥...
- 오빠...
- 수민이도 그냥? 후후...
- 나...
- 응... 수민이, 뭐...?
- 우리, 너무 빠른... 거 아니예요?
- 뭐가? 세ㄱ... 사랑 나눈 거...?
섹스라고 말하려다가 급히 표현을 바꿨다. 수민이는 또 걱정스런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만 끄덕였다.
- 오빠가...
- ....
- 나를... 그... 가벼운 여자라고...
- 바보... 그렇게 생각 안 해... 쪽~
- 오빠...
- 응?
- 나, 진짜 사랑해요?
- 수민아...
- ......
- 여자 한 번 안으려고 거짓말하지는 않아... 적어도...
- ......
아니, 그게 걱정되었으면 섹스하기 전에 말했어야지, 벌써 해 놓고 너무 빠른 거 아니냐느니, 가벼워 보인다느니... 저질러 놓고 쓸 데 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멍청하게도 난, 그때까지도 난 여자의 마음을 몰랐었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게 왜 쓸 데 없는 소리인지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하는 것보다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주는 게 훨씬 낫다는 걸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때는 몰랐었다. 그렇지만 신통하게도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 오빠가... 수민이 사랑해...
- ......
- 앞으로도 많이 사랑할게.
- 오빠...
또 코와 눈이 빨개지려는 수민이를 꼬옥 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모텔에서 나왔다. 수민이는 가만히 나를 따라 걸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손을 잡지도 않고, 팔짱을 끼지도 않았다. 조용히 옆에서 걷기만 했다. 딱히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전철을 타고 수민이네 집까지 바래다 준 다음, 집 앞에서 가볍게 키스하고 헤어졌다. 분위기도 없었고 여자를 즐겁게 해 줄 줄도 몰랐던, 바보 같았던 시절이었다. 뭐, 지금도 그때보다 딱히 낫다고 할 수 없는 바보지만...
- 쪽~ 잘 있어...
-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지?
- 피이... 진짜?
- 지금 수민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막 보고 싶을 거 같아.
- 진짜?
- 후후.... 응.
- 오빠...
- 응?
- 우리... 사랑하는 거 맞죠?
- 후후... 바보...
- 그럼, 오빠 이제 내 애인인 거예요?
- 응, 수민인 내 애인이고...
- 헤~...
수민이가 웃었다. 아이처럼 천진한 얼굴로 밝게 웃었다. 수민이는 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듯 진짜 힘들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민이가 들어간 후, 진짜 바로 그 순간부터 수민이가 또 보고 싶었다.
처음 데이트한 날 키스하고, 그 다음날 섹스하고..., 무지 빠른 진도였지만 수민이를 헤픈 여자, 쉬운 여자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난 지 이틀만에 한 것도 아니고 오래 보아 왔으니까. 또, 단지 섹스를 위해서 만나고 꼬신 여자들과 달리, 사랑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든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여인 지수민의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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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토요일, 아마도 새벽에 비가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엔 언제 그랬느냐 싶게 개어 맑은 날씨가 되었지만.
우거진 플라타너스 나무의 넓은 잎마다 매달린 물방울과 그렇게 물방울을 매단 잎을 화면 가득 채웠다가, 카메라를 천천히 돌려 맑게 개인 새파란 하늘을, 또 그 파란 하늘과 대조적으로 더 새하얗게 보이는 구름을 보여 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 방향으로 갈라져 비추는 햇살과 함께 내가 사는 집 지붕을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그런 구도로 영상을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토요일은 늦잠을 자곤 했다. 나만 그랬으려나? 수민이와 키스하고 돌아온 다음날에도 잠에서는 깨었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어서 꼼지락대며 리모콘으로 TV 채널만 돌려대고 있는데, 아침부터 누군가가 전화를 했다.
- 네...
- 오빠, 아직도 자요?
- 아니, 버얼써 일어났지...
사실은 그 말을 하는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뭐 하냐, 아침 먹었냐, 평소엔 주말 어떻게 지내냐, 오늘은 뭐 할 거냐... 자기랑 만나서 놀아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했다.
결국 내가 먼저 영화 보자는 소리를 하고서야 수민이는 전화를 끊었다. 극장이라는 데를 몇 년만에 가 보는 건지... 마지막으로 가 본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두운 곳, 사람 많은 곳, 시끄러운 곳... 이런 데를 내가 좀 싫어한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내가 먼저 영화 보자는 소리를 하다니... 내가 수민이에게 푹 빠지긴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집을 나서다가 깜짝 놀랐다.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시월이 지나고 십일월이 되었다고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무심코 전날 입었던 얇은 재킷을 걸치고 나갔다가 도로 들어와 점퍼로 바꾸어 입고 다시 나갔다.
극장 앞에서 만난 수민이는 전날과 다름없이 예뻤다.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와서 인사하고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자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게 더 예뻤다.
- 오빠...
- 어? 우와... 하룻밤 새에 더 예뻐졌네?
- 네? 아이, 무슨...?
- 진짜야. 수민이가 안 불렀으면 못 알아볼 뻔했는데?
- 치~... 어서 가기나 해요...
- 좀 쌀쌀하다, 그지?
- 그러게요. 갑자기 추워졌어...
- 따뜻하게 챙겨 입었어?
- 그럼요.
한참을 기다리다 입장해서 보기 시작한 영화는 지루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졸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처음에는 툭툭 치며 깨우더니, 내가 졸다 지쳐 일어났을 때에는 자기도 졸고 있었다. 영화는 그 정도로 진짜 무지무지 재미없었다.
수민이가 졸다 깨어났을 때, 우리는 영화를 끝까지 보는 걸 포기하고 중간에 그냥 나왔다. 제목이 뭐였는지, 주인공 역의 배우가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없었다.
극장을 나서면서 수민이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어제 YY가 소문 다 냈어.
- 그래? 뭐라 그랬는데?
하루 사이에 수민이의 말이 짧아졌지만 기분 나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말투도 귀여웠고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는 거니까.
- 오빠 봤다구... 아래층 아줌마, 아침부터 엄마한테 전화하구... 아유, 어떡해...
- 왜? 뭘 어떡해?
- 아줌마가 내 애인 봤다고 했단 말이야...
- 애인? 후후...
- 엄마가 결혼하고 싶v... 내가 지금 몇 살인데 결혼이야, 결혼이...
- 음... 몇 살이지?
- 치, 내 나이두 모르면서 무슨 애인이야?
- 왜 몰라? 스물 하나.
- 나이만 안다구 애인인가, 뭐...?
- 나이 알고, 이름 알고... 나머진 차차 알면 되지. 아, 예쁜 것도 알고.
- 피이~. 그러니까 아직 애인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 그런가? 쩝...
수민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뾰로통해서 입술을 잔뜩 삐죽 내밀고 눈을 흘기고 있었다.
- 뭐야~? 오빠, 내 애인 안 할 거예요?
- 아, 수민이가 아니라며~?
- 오빠는?
- 나? 서로 좋아하면 사귀는 거고, 사귀다 보면 애인이지, 이제부터 애인 하기 시~작! 뭐 이렇게 애인 하냐?
- 사귀다가 아니면?
- 그건 모르는 거야. 사귀다가 아니면 어떻게 한다... 그런 거 다 정해놓고 어떻게 만나니? 만나고 싶으면 그냥 만나는 거지. 만나고 싶다는 건 보고 싶다는 거고, 보고 싶은 건 좋아한다는 거 아닌가?
- 그럼, 오빠는 나 좋아하는 거네요?
나는 그 전날에도 좋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수민이는 그걸 잊었는지, 아니면 다시 확인하려는지 또 한번 물었다. 다시 듣고 싶으면 다시 듣고 싶다고 말을 할 것이지... 수민이의 손을 잡고 다시 걸었다.
- 수민이는 나 안 좋은데도 만나러 온 거야?
- 음...
- 뭐야...? 수민인 아닌데 나 혼자만 보고 싶어 했던 거야?
- 이그... 그래요. 보고 싶어서 왔어요. 됐어요?
- 그래, 보고 싶으면 보고, 그러는 거지, 뭐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미리 다 정한다고 정한 대로 되나?
수민이가 내 팔에 매달리듯 팔짱을 끼어 왔다. 어제 만져 본 수민이의 풍만한 가슴 볼륨이 내 팔에 전해져 왔다.
- 난... 어제 잘 때도 계속 오빠 보고 싶고 그랬는데...
- 진짜?
- 오빤 아니었구나?
- 아~니야. 나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제 집에 가기 싫어하는 거 봤잖아.
- 치, 그건 응큼한 짓 하려구 그런 거구.
- 그것도 좋으니까 하는 거야. 좋지도 않은 여자랑 왜 뽀뽀하고 싶겠냐?
- 오빠, 지금 또 그 생각 하지?
- 응. 난 왜 수민이만 보면 뽀뽀하고 싶지?
- 으유~, 진짜 응큼쟁이... 치~
그러면서 수민이는 팔짱을 낀 내 팔을 때렸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자지는 슬슬 기지개를 켰고, 수민이가 팔과 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 바지에 눌려 아프기 시작했다. 수민이의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 어디 잠깐 들어갈까?
- 어디요?
- 음... 편하게 뽀뽀할 만한 곳...
- 아이, 누가 들어요...
- 말했잖아.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 아유, 이 응큼쟁이 오빠를 어떡하면 좋아, 정말...
- 어떡하긴... 좋아해 줘야지...
- 으이잇, 정말... 오빤 진짜 그 생각 뿐이예요?
수민이는 얼굴을 붉히고 나를 툭툭 치면서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어제 나눈 키스와 애무가 수민이도 좋았던 모양이었다. 모텔로 데려갈까, 비디오방으로 갈까... 하다가 극장에서 방금 나왔다는 생각에 모텔을 향했다.
대낮에 여자와 모텔... 이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괜히 눈치가 보이고, 접수하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때도 그랬고, 나이를 한참 더 먹은 지금도 똑같다. 수민이도 마찬가지,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거의 다 가려질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뒤에 숨듯이 따라 들어왔다.
객실에 들어와서도 수민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수민이를 따뜻하게 꼬옥 안아 주었다. 수민이의 머리에서는 그때에도 좋은 향기가 났다.
- 흐음...
- 오빠...
- 왜?
- ......
- 괜찮아. 누가 본다고...
- 그래두......
그래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민이... 알고 보니 수민이는 남 볼까봐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나와 함께 모텔에 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미리 부끄러워하는 거였다. 어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내 혀를 빨아 대던 애가...
겉옷을 벗어 놓고, 셔츠만 입은 채 수민이를 다시 안아 주었다. 수민이는 그때까지도 내 시선을 피하며 아주 세게 나를 안아 왔다. 그런 수민이의 머리와 어깨, 등을 한참을 쓰다듬어주고 나서야 경직된 수민이 몸이 풀렸다.
- 흐음~ 좋다...
- ......
- 수민이는 어때? 좋아?
- ......
- 난 수민이 안고 있으니까 무지 좋은데...
- 나두...
수민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작게 끄덕였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수민이의 턱을 들어 올려 키스했다. 처음엔 가만히 입술만 대고 있다가 수민이의 입술이 달싹거릴 때, 윗입술부터 살짝 빨았다. 수민이가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고, 발돋움을 하며 목을 안아 왔다. 수민이가 빠는 힘이 강해지더니 제가 먼저 혀를 내밀었다.
그걸 살살 달래어 입이 살짝 닿을 정도로만 입술을 벌리고 수민이 혀를 핥았다. 수민이가 자꾸 내 혀를 빨아들이려 덤볐지만, 살살 피하다가 가끔씩 넣어 빨게 해 주고, 또 혀를 빼서 안 주다가 내가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빨고... 그렇게 장난치듯 수민이를 애타게 만들며 키스했다.
수민이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 혀를 원하는 동안, 나는 키스하면서 수민이의 티셔츠를 밀어올리고 브라 호크를 풀어버렸다. 나도 셔츠 단추는 물론, 바지까지 다 풀어 헤친 상태였다. 그리고는 수민이의 가슴으로 손을 올렸다.
내 손에 넘치는, 그러면서도 탄탄한 가슴... 성형한 가슴이 그런 모양일까? 수민이를 침대에 눕히고서도 한참을 가슴만 빨고 있었다. 똑바로 누워도 조금밖에 내려앉지 않는 수민이의 가슴...
- 쭈웁... 할짝할짝... 쭈우웁...
- 아흑... 하아아... 하악, 오빠, 하아, 오빠아...
한쪽 가슴을 빨면서, 다른 가슴을 만지면서... 수민이와 키스하다가 귀를 빨고, 목을 빨고, 또 가슴을 빨고... 수민이는 눈도 못 뜨고 내 머리를 끌어안은 채 몸부림치며 오빠, 오빠만 불렀다.
팬티만 남은 수민이... 수민이의 매끈한 배를 핥으며 아래로 내려가자 수민이의 손이 내 등에서 어깨로, 머리로 미끄러졌다. 팬티 위로 수민이의 아랫배에 얼굴을 부볐다. 음... 향긋한 냄새. 여기도 향수를 뿌리나? 그 순간...
- 악~, 싫어...
수민이가 내 머리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났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수민이의 음부가 바로 밑인데...
- 괜찮아, 수민아...
- 아이, 싫어요. 더럽게...
- 뭐가 더러워? 수민인데...
- 아이, 진짜 하지 마요... 히잉~
- 알았어. 싫으면 안 할게.
- 약속했어요? 정말 하지 말아요? 응?
수민이가 울상을 지었다. 괜히 오래 우길 필요가 없다. 분위기만 깬다. 더 이상 우기지 않고 올라와 키스하며 팬티를 벗겼다. 수민이는 겁먹은 얼굴로 다리를 오므리며 힘을 주었지만 팬티를 벗기는 내 손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팬티는 쉽게 벗겨졌고 하체를 다 드러낸 수민이가 손으로 음부를 가렸어도 검은 숲이 일부 보였다.
- 콘돔 껴야겠지?
- 콘돔...이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는 수민이가 귀여웠다. 중간에 빼기 싫어서 처음부터 콘돔을 끼고 수민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수민이의 음모는 진짜 부드러웠고 수민이의 그곳은 충분히 젖어 있었다. 자지를 잡고 수민이의 균열을 따라 아래위로 귀두를 문질렀다. 수민이의 다리가 경직하는 게 느껴졌다.
처녀일까? 잠시 궁금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가 지금 내 밑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 여자가 처녀인지 아닌지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나를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면 더욱 더.
그 순간 수민이가 다리를 오므리고 무릎을 굽히며 온몸을 잔뜩 웅크렸다.
- 오빠, 잠깐... 잠깐만요...
- 응?
- 오빠, 나...
- .......
- 흑~
수민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참을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흐느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살짝 떨고 있었다.
- 수민이, 처음..... 이구나?
- .....
- 후우...
- 나... 키스도 어제 오빠가...
- 키스도?... 그랬구나...
- ......
- 얼마나 떨렸는데...
- 키스하는 게?
- 어제... 오빠가 키스만 한 게 아니잖아요.
- 하하, 그랬어? 쪽~
수민이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처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키스도 그렇고 애무에 대한 반응도 그렇고, 팬티를 벗길 때까지도 전혀 저항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는데 내가 하는 대로 다 받아들이다가 막상 팬티까지 벗기니까 비로소 겁이 난 건지...
수민이는 스물 한 살이 되도록 키스 한번 못 해본 여자였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의 입술을 처음 가진 게 나라니... 괜히 좋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게다가 첫 키스를 한 날 그렇게 깊은 곳까지 내 손에 다 내주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뻣뻣해져서 꺼떡거리는 자지는 침을 질질 흘리며 아우성을 쳤지만, 두려워하는 수민이에게 막무가내로 들이밀 수는 없었다.. 자지가 수민이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민이의 옆으로 내려와 수민이를 안았다. 가만히 감싸 안고 입맞추어 주었다.
- 쪽~ 수민이가 싫어하면 안 해.
- 오빠...
- 괜찮아. 키스만 해도 좋았어.
- 미안해요...
- 이런...? 수민이가 왜 미안해?
- 그래도...
- 괜찮아. 진짜 괜찮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후우...
수민이의 매끈한 등과 허리, 탱탱하고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수민이는 내 손길에 움찔거리면서 내 품에 파고들어 안겨 왔다. 삽입하고 싶은 걸 참느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자지에 힘이 들어가며 수민이의 몸을 눌렀다. 그런데, 심호흡을 하면서 눈을 좀 찡그렸었나 보다.
- 왜요? 아파요?
- 응?
- 이거... 이렇게 되면 아픈 거예요?
- 어? 뭐 그냥...
- 오빠...
- ......
자지가 너무 발기하면 좀 아픈 듯 느껴질 때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수민이는 아파서 그러는 걸로 오해한 거였다.
- 나도 오빠랑... 하고 싶기는 해요.
- 진짜?
- 웅~
- 근데? 아플까 봐?
- 아니, 아픈 것보다...
- 처음이라서 무서워?
- 무섭기도 하고...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그런... 아, 모르겠어요, 나도...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처음이라는 거, 다 그런 거다. 해도 될까?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혜진이와 처음 섹스할 때에도 그랬다. 해도 될까? 나, 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얘도 나를 사랑할까? 후회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그때의 나보다도 한참 어린, 게다가 여자인 수민이는 더 걱정스럽겠지.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수민이는 계속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안 해도 좋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내가 수민이를 섹스하려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키스만으로도 좋다는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수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맞추어 주었다.
- 오빤 지금 하고 싶은 거죠?
- 나 생각하지 말고, 수민이만 생각해.
- 네?
- 수민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 눈치 보지 말고,..
- 네...
- ......
- 근데, 오빠...
- 응?
- 다음... 에도 똑같겠죠?
- ......
- 그죠?
- 아마... 그렇겠지?
- 오빠... 나 사랑하는 거 맞죠?
처녀성... 나도 동정이라는 것에 대해 부담도 있었고 고민도 했지만, 여자들이 처녀성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남자에 비해서는 훨씬 클 것이다. 남자의 동정보다는 여자의 처녀성이 훨씬 더 많이 언급되는 것도 그게 더 중요하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여자들이 그 순간 사랑을 확인하는 건, 좀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을까?
그렇다고 그 질문하는 심정까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니까,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사랑한다면 허락할 수 있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논리를 주장하면서 그 논리의 근거를 남자의 말에서 찾고 싶은 것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난 여자가 아니니까.
애절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수민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부드럽게 속삭였다.
- 사랑해.
수민이의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가로 흐르는 눈물을 내 입술로 닦아 주었다. 바보같이 울긴... 짭짤한 눈물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 흑~......
- 사랑해, 수민아... 쪽~ 사랑해... 쪽~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 순간 여자 한번 따먹어 보려고 거짓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이 별 건가? 서로 좋아하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더 가까이 붙어 있고 싶고... 그게 사랑 아닌가 말이다. 나는 보고 싶었던 수민이를 안고 있었고, 그렇게 오래오래 있고 싶었다. 섹스를 하느냐 마느나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우는지 몰랐다. 이유를 모르니 울지 말라고 달랠 수도 없었고, 펑펑 울고 털어 버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입술로 수민이의 눈가를 한참 쓸어준 다음 수민이의 입술에 입맞추었다. 빨거나 혀를 내밀지 않고 부드럽게, 입술만 살짝살짝 움직이며 가끔 수민이의 입술에 힘주어 눌렀다.
내가 입술을 떼자 수민이가 내 목을 다시 끌어안았다. 귓가에 수민이의 숨결이 느껴졌다.
- 오빠...
- 쪽~......
- 언젠가는... 하게 되겠죠?
- 뭐... 평생 안 하지는 않겠지?
- 오빠... 나, 지금 오빠랑 할래요...
- 응? 괜히 일부러 그러지 마. 굳이 안 해도 돼.
- 다음에도 똑같을 거예요. 더 겁날 거 같애...
- 괜찮아. 다음에도 겁나면 그때도 안 하면 돼.
- 지금 괜찮을 거 같아요.
- 응...?
- 오빠가 막 하자고 그러고, 자꾸 하려고 했으면 더 무서웠을 거 같애...
- ......
- 오빠...
- 응?
- 오빠도 지금 하고 싶은 거죠?
- 후우......
- 대신... 부드럽게 해 줘야 돼요? 알았죠?
- 수민아...
- 나... 정우오빠라서 다행이야...
수민이의 마지막 말은 사람을 꽤 부담스럽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런 수민이에게 나는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결심을 굳히고 내 목을 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었다. 입을 꼭 무는지, 수민이의 턱이 움직이는 게 뺨에 느껴졌다. 그러다가, 수민이가 얼굴을 돌려 내 입술을 찾았다.
- 우움~
부드럽고 촉촉한 여자의 입술... 말랑말랑한 혀... 언제 빨아도 기분좋은 느낌... 게다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여자라면 더욱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수민이를 안은 채 눕히며 돌아누워 나는 수민이의 위로 한쪽 다리를 올렸다. 목을 받치듯 어깨를 끌어안고, 한 손은 수민이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키스하면서, 수민이의 포탄 같은 가슴을 주물렀다.
수민이가 내 볼을 잡고 머리를 밑으로 당겼다. 수민이가 내 머리를 당겨 이끌어간 곳은 자기의 가슴이었다. 다시 빨아달라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첫 섹스에서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큰 가슴에 비해 작고 귀엽기까지 한 꼭지를 혀로 쓸었다. 꼭지가 혀끝에서 이리저리 눌릴 때마다 수민이는 움찔거리며 내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 하앙~... 아흑...
- 쭈우웁~ 우음...
가슴을 빨 때, 나는 주로 옆구리에서 골반에 이르는 선을 쓰다듬는다. 일부러 그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손이 간다. 수민이는 손끝으로 골반뼈를 쓰다듬을 때 예민하게 반응했다.
- 흑~... 하윽~...
때로는 숨을 들이키며, 때로는 숨이 막히는 듯 신음하며... 수민이는 내 입술과 손길이 만들어내는 자극을 못 이기고 퍼덕거렸다. 한참을 움찔거리고,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다가 수민이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 오빠... 하아....
- 응, 수민아... 쫍~
- 오빠... 하아... 정우오빠.... 하아... 오빠...
- 그래, 수민아... 쫍~ 오빠야... 쫍~.....
가슴에 묻혀 있던 입술을 떼고 수민이를 바라보았다. 달뜬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와 눈을 맞추던 수민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입과 목이 움직이는 걸 봤을 뿐인데,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 수민아... 오빠 이제...
- 하아....
콘돔을 쓰려던 생각을 바꾸었다. 수민이의 처음을 맨살로 느끼고 싶었다. 수민이의 다리 사이로 몸을 넣으면서 수민이의 그곳을 확인했다. 처음으로 남의 몸이 닿게 될 수민이의 그곳은 젖은 정도를 넘어 바깥쪽까지 번질거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자지를 잡고 귀두만 문지르는데도 느낌이 좋았다.
수민이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다리 뿐만 아니라 온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말로는 하겠다고 했어도 긴장하고 있는 걸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자지를 수민이 보지 입구에 맞추어 살짝 물려 놓고 두 팔로 상체를 버티었다.
수민이는 두 손으로 내 팔을 움켜잡은 채, 눈썹에도 힘을 잔뜩 주고 나만 바라보며 가쁘게 숨을 쉬었다. 수민이의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슴... 수민이의 가슴... 조용히 수민이를 불렀다. 수민이는 말없이 그 큰 눈으로 올려다보기만 했다.
- 수민아...
- ......
- 싫으면 언제든지 말해. 알았지?
수민이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아픔이니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몸의 일부를 들이밀었다. 조심조심,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보다 조금 더 조심조심... 처음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수민이의 그곳은 빡빡했다. 그러나 중간에 잠깐도 멈추지 않고, 한번에 끝까지 밀어넣었다. 중간에 멈추는 것보다는 한번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콱 찌른다기보다는 쑤욱 밀어넣는 느낌으로 하체를 밀었다.
- 아... 악, 끄으흐흐... 아아...
- 수민아, 힘 빼고... 그렇지... 아파도 힘을 빼야 덜 아파.
- 하흐흐흑...
- 으음... 후우...
비명 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수민이의 손톱이 내 팔을 파고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 넣었다. 천천히, 천천히... 좁고 빡빡한 수민이의 몸 속으로... 잠시 후, 내 치골이 수민이의 치골에 닿았다. 내 몸의 일부가 수민이 몸 속으로 전부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섹스할 때 가장 좋은 느낌이 뭘까? 사정할 때? 사정 직전에 온몸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 다 좋지만, 나는 흠뻑 젖어 매끄러운 보지에 처음 들어갈 때가 가장 만족스럽다. 내가 차지한다는 느낌, 나를 받아들인다는 느낌, 내 몸 일부를 품은 여자를 꼬옥 안을 때 하나가 된 듯한 느낌...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수민이를 내려다 보았다. 내가 멈추고서도 한참 후에야 조심스레 눈을 뜬 수민이...
- 하아...
- 많이 아파?
- 흑~...
수민이가 흐느꼈지만 어떻게 달래줄 수가 없었다. 수민이의 젖은 눈가에 입맞추어 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수민이가 움직일 때마다 수민이의 보지가 빠듯하게 자지를 조여 왔다. 수민이가 팔을 들어 나를 안아도, 고개를 들어 내 입술을 찾아도, 수민이가 어떻게 움직여도 그때마다 그곳이 움찔거렸다.
- 부드럽게 하기로 했으면서... 흑~
- 미안... 쪽~
- 나... 꼭 안아 줘요, 흑~
수민이는 눈을 잔뜩 찡그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에는 찌푸린 얼굴도 예뻤다. 상체를 숙여 수민이를 안았고 수민이도 내 목에 매달려 왔다. 수민이 말대로 꼬옥 끌어안고 잠시 있다가 또 조심스레 하체를 움직였다.
- 아... 아흐으...
- 쪽~, 예뻐. 수민아...
수민이는 내 목에 감았던 팔을 풀고 나를 바라보며 손으로 내 볼을 감쌌다. 볼에 닿는 손바닥이 뜨거웠다. 양볼을 다 감싸고 어루만졌다. 내가 점점 속도를 빨리 하면서, 수민이는 더 이상 볼을 쓰다듬지 못하고 내 얼굴에 손을 대고만 있었다. 그러다 결국 다시 목을 껴안고 매달렸다.
찌걱..., 찌걱... 소리는 이랬고,
쑤욱, 푸우욱... 쑤우욱, 푸우욱... 느낌으로는 이랬다.
꽉 물린 결합부에서 찔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민이의 보지는 아주 빡빡하게 내 자지를 물어 왔다. 나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덜덜 떨며 수민이의 보지를 천천히 느꼈다. 수민이는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고 내 볼에 댄 손에만 힘을 주고 있었다. 앞니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은 여전히 힘주어 감고 있었다.
수민이의 보지는 내 자지를 놔두지 않고 자극했다. 수민이의 보지에서 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박동에 따라 맥동하면서 똑같은 주기로 내 자지를 조였다. 조였다가 풀고, 또 조이고... 느낌 하나하나에 집중할 정도로 세심하게 조심해서 움직였다.
천천히 움직이려고 애쓰며 움직였다. 자지를 많이 빼지 않고 조금만 뺐다가 또 넣는 식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렇게 해도 수민이는 온 얼굴을 찌푸렸고, 작은 움직임에도 자지에는 빠듯한 압박감과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하는 섹스라서였는지, 수민이가 예쁘고 섹시해서였는지,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려 애썼는데도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속도가 빨라졌고, 내가 빨라지면 수민이가 나를 더욱 더 끌어안으며 매달려 왔다. 그때마다 늦추려 애썼지만, 어느 순간 속도를 늦출 수 없게 되었고, 수민이의 비명 소리도 섹시했고, 그 섹시한 소리에 더 흥분이 되어, 자지에서는 금새 신호가 왔다.
- 아으, 하아... 오빠아... 흑~
- 아, 수민아... 수민아... 으으으으윽~
- 아윽~
캄캄한 눈 앞에서 빛이 번쩍였다. 크고 작은 불꽃, 번쩍이는 불빛... 눈을 뜨고 있어도 어두웠고, 감고 있어도 어두웠다. 뜨고 있어도 불이 번쩍였고, 감고 있어도 여기저기서 명멸했다. 나는 수민이 안에서 그렇게 폭발해 버렸다. 울컥~ 울컥~ 울컥~...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뿜어냈는지 몰랐다.
수민이는 내 목을 끌어안고,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 나에게 매달렸다. 처음으로 섹스를 경험하는 수민이를 배려하거나, 수민이의 느낌에 신경쓰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아득했다. 수민이의 팔에 안긴 채 수민이의 목, 쇄골, 어깨... 입술에 와 닿는 곳마다 입맞추었다.
뜨거운 정액을 모두 뿜어낸 내 성기가 조금이나마 줄어든 크기로 수민이의 몸에서 나올 때에도 수민이는 많이 아파했다. 수민이의 그곳은 내 늘어진 자지도 끝까지 물고 조여댔다. 수민이의 몸에서 내려와 바로 누워서 수민이를 끌어안았다. 수민이도 그냥 안겨 내 가슴에 기댔다. 바쁘게 콩닥콩닥거리는 수민이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수민이의 다리 사이를 확인했다. 시트에 묻을 정도로 피가 나지는 않았다. 내 성기와 수민이의 음부에 흔적이 좀 보일 정도? 그러나 그에 대해 언급하면 수민이가 민망할까 봐 그냥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 쪽~...
- .......
- 괜찮아?
- 네?
- 지금도 아파?
- 하으......
수민이는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내 품을 파고 들었다. 꼬옥 안아주는 것 말고,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 있었다. 잠을 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수민이를 안고 머리와 어깨만 쓰다듬었다.
아프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처녀성을 잃은 상실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그냥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내가 처음인지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살짝 걱정했지만, 있는 그대로 대답해 줘야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수민이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
수민이 숨소리가 잠든 것처럼 잔잔해졌다. 수민이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팔을 빼어 일어나려 했는데, 내가 움찔거리자마자 수민이가 고개를 들었다. 잠이 든 게 아니었었던 모양이다.
- 이제 가려고요?
- 응...? 아니, 씻으려고...
- ......
- 수민이도... 씻어야지?
- 아....
같이 씻을까 생각했지만 수민이 입장에서 부끄러울까봐 그냥 나만 먼저 씻고 나왔다. 이어서 들어간 수민이는 한참 있다 나왔다. 수건으로 감싸고 나오는 수민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 입맞춤... 수민이는 가만히 힘을 빼고 내가 빠는 대로 입술을 내주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 하루 종일이라도 빨고 싶은 수민이의 입술...
- 쫍~ 하아...
- 하아....
- 쪽~ 예뻐, 수민아...
- 오빠....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수민이를 놓아 주었다. 수민이는 알몸을 다 보였으면서도 돌아앉아서 속옷을 입었다. 섹스까지 한 사이에 속옷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부끄러워했다.
수민이는 그 이후로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때마다 눈을 맞추치며 가볍게 웃어 주었지만, 그러면 수민이는 또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누워 있었다. 자지는 또 불끈거리며 일어섰지만, 그렇게 아파하는 수민이에게 또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 많이 아팠어?
- 아이, 몰라요... 치~
- 수민이도 좋아하게 될 거야.
- 어우...
- 왜? 싫어?
- ......
- 수민아?
- 네?
- 후후... 그냥...
- 오빠...
- 수민이도 그냥? 후후...
- 나...
- 응... 수민이, 뭐...?
- 우리, 너무 빠른... 거 아니예요?
- 뭐가? 세ㄱ... 사랑 나눈 거...?
섹스라고 말하려다가 급히 표현을 바꿨다. 수민이는 또 걱정스런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만 끄덕였다.
- 오빠가...
- ....
- 나를... 그... 가벼운 여자라고...
- 바보... 그렇게 생각 안 해... 쪽~
- 오빠...
- 응?
- 나, 진짜 사랑해요?
- 수민아...
- ......
- 여자 한 번 안으려고 거짓말하지는 않아... 적어도...
- ......
아니, 그게 걱정되었으면 섹스하기 전에 말했어야지, 벌써 해 놓고 너무 빠른 거 아니냐느니, 가벼워 보인다느니... 저질러 놓고 쓸 데 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멍청하게도 난, 그때까지도 난 여자의 마음을 몰랐었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게 왜 쓸 데 없는 소리인지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하는 것보다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주는 게 훨씬 낫다는 걸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때는 몰랐었다. 그렇지만 신통하게도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 오빠가... 수민이 사랑해...
- ......
- 앞으로도 많이 사랑할게.
- 오빠...
또 코와 눈이 빨개지려는 수민이를 꼬옥 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모텔에서 나왔다. 수민이는 가만히 나를 따라 걸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손을 잡지도 않고, 팔짱을 끼지도 않았다. 조용히 옆에서 걷기만 했다. 딱히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전철을 타고 수민이네 집까지 바래다 준 다음, 집 앞에서 가볍게 키스하고 헤어졌다. 분위기도 없었고 여자를 즐겁게 해 줄 줄도 몰랐던, 바보 같았던 시절이었다. 뭐, 지금도 그때보다 딱히 낫다고 할 수 없는 바보지만...
- 쪽~ 잘 있어...
-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지?
- 피이... 진짜?
- 지금 수민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막 보고 싶을 거 같아.
- 진짜?
- 후후.... 응.
- 오빠...
- 응?
- 우리... 사랑하는 거 맞죠?
- 후후... 바보...
- 그럼, 오빠 이제 내 애인인 거예요?
- 응, 수민인 내 애인이고...
- 헤~...
수민이가 웃었다. 아이처럼 천진한 얼굴로 밝게 웃었다. 수민이는 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듯 진짜 힘들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민이가 들어간 후, 진짜 바로 그 순간부터 수민이가 또 보고 싶었다.
처음 데이트한 날 키스하고, 그 다음날 섹스하고..., 무지 빠른 진도였지만 수민이를 헤픈 여자, 쉬운 여자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난 지 이틀만에 한 것도 아니고 오래 보아 왔으니까. 또, 단지 섹스를 위해서 만나고 꼬신 여자들과 달리, 사랑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든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여인 지수민의 첫 경험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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