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여인들 - 달맞이꽃 14장
생각해 보면, 나는 대학에 다니는 의미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남들 가니까 대학엘 갔고, 입학 후에도 그렇게 다니다가 그렇게 졸업하고 끝이었다. 학과 공부에 흥미가 없다 보니 다른 것에 더 빠져들었고, 대학생활을 생각하면 동아리 말고는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 물론, 대학이라는 사회를 경험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운 게 많겠지만 대학은 나에게 있어서 별로 크지 않은 의미일 뿐이었다.
수민이는 나와 달리, 자신이 바라고 원해서 대학에 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 데이트하고, 거의 매일 아침 내 원룸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학교에 헐레벌떡 가야 했으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쁘게 다니고 걷는 거리가 많아지면서, 수민이 표현으로는 뚱뚱했고 내가 보기엔 살짝 통통했던 수민이의 몸매는 학교에 다니면서 눈에 띄게 날씬해졌다. 거의 매일 보던 나는 살이 빠졌는지도 잘 몰랐었는데, 연수 때 찍은 단체사진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살이 빠지면서 허리가 잘록해져 가슴과 엉덩이를 비롯한 몸매의 굴곡은 더욱 더 드러났다.
- 학교에 계단이 많아서 그래요.
- 교문에서 강의실까지 걷는 것도 만만치 않겠던데?
- 맞아요. 우리 학교 진입로 엄청 길어. 아침에 강의실 도착하면 다리 아프다니까요.
- 그리고 또 있잖아.
- 또? 또 뭐?
- 아니, 나랑 둘이 하는 운동도... 큭~
- 운동? 오빠랑 무슨 운동?
- 사랑 나누는 게 얼마나 칼로리 소모가 많은데.
- 아유~ 오빠는 정말, 언제 어디서나 야해.
- 큭큭...
- 오빠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도 알아요? 어우~
- 후후... 날씬해지니까 좋아?
- 날씬하긴요? 이제야 보통 몸매 된 거지.
- 아니야, 딱 좋아. 더 빠지면 보기 싫을 것 같은데?
- 치~... 오빠만 그렇지, 난 아니란 말이예요.
- 더 빼지 마. 혹시 밥 굶고 그러면 안 돼?
- 깔깔깔.... 내가 왜 굶어요오~?
- 크크크...
수민이는 요즘 말로 베이글녀라고 할 만한 용모로 바뀌어 갔다. 원래 귀여운 손바닥만한 얼굴에 S라인 몸매까지 갖추어 가면서, 나는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태우기도 했다. 다른 놈이 수민이를 채가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관심있다고 추근대거나 일방적인 고백만 해도 화날 일이었다.
- 혹시 전화번호 달라는 놈 없어?
- 킥~ 그런 남자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 아니야... 오빠가 언제 수민이네 학교 가서 하루 종일 있어야겠다.
- 하루 종일 나 지켜주려구요? 크큭~
- 아니, 그건 하루 갖고 안 되지.
- 킥킥~ 그럼요?
- 음.... 학교 광장에서 1인 시위 하게.
- 무슨 이슈로?
- 샌드위치맨 할 거야. 인문학부 xx 학번 이수민은 한정우 거. 이렇게 써서.
- 깔깔깔....
- 웃지 마... 언놈이 수민이 채갈까 봐, 얼마나 걱정인데... 오빠 살 빠지는 거 안 보여?
- 아유... 나 이쁘다는 거, 오빠밖에 없거든요?
- 얼래? 그 학교 놈들 다 눈이 삐었네, 이거? 예쁜 게 뭔지 가르쳐 줄 수도 없고...
- 깔깔깔...
- 참, 나... 웃음이 나와? 오빠는 이렇게 걱정하는데.
- 오빠... 진~~짜 걱정 안 해도 돼요. 나, 오빠 눈에만 이쁘다니까요?
- 걱정이 안 돼야 안 하지.
그러면서도, 수민이가 날씬해지면서 제일 좋아한 건 물론,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나였다. 특히, 풍만했던 가슴은 언제부터인가 탄탄함이 좀 줄고, 탱탱하면서도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바뀌어서 나를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였다.
한번은 말랑말랑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가슴을 만지고 빨다 말고 벌떡 일어나 자지를 끼웠다. 예전에 언젠가 시도했었지만 별 느낌 없었던 파이즈리... 그러나 그날은 너무나 자극적이었던 수민이 가슴의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비벼대다가 결국 그대로 사정했다.
수민이의 턱에 뿜어진 정액은 목을 타고 천천히 흘렀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그 점액질을 문지르다가 손가락에 묻은 걸 핥아대었던 수민이... 그런 수민이를 입을 헤벌린 채 바라보기만 하다가, 바로 또 덤벼들어 수민이의 가슴을 빨아댔다. 내 자지는 금방 사정하고도 수민이의 그런 모습에 또 뻗쳐서 꺼떡거렸다.
- 하악, 오빠... 또?
- 쭈우웁... 할짝, 쭈웁~
- 하으응~, 오빠, 나 학교...
- 가만 있어 봐. 수민이 지금 얼마나 섹시한지 알아?
- 아이, 오빠... 지금 가도 늦는단 말이야... 하윽~
- 우움~... 후우... 후우...
- 하아... 오빠...
- 사랑해, 수민아...
학교 늦었다고 칭얼거리는 수민이를 놓아주지 않고 또 애무했고, 결국 수민이는 그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내가 떼를 쓰기도 했지만 사실은 수민이가 더 흥분해서 계속 날 자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날따라 많이 흥분했던 수민이는 두 번째 사랑을 나누면서도 금새 절정에 올랐고, 내가 사정할 때까지 거듭거듭 오르가즘을 반복했다.
우리 둘 다 처음 겪는 흥분이었고, 처음 보는 수민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사정하고 수민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수민이는 부들부들 떨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참 동안 껴안고 쓰다듬어 주다가 좀 진정된 듯해서 씻으러 갔지만,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도 수민이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결국 수민이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씻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오후였고, 학교에 가 봐야 소용없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수민이는 씻고 나서도 옷을 입기는커녕 내 품에 파고들었다.
- 오빠... 나 어떡해...? 힝~
- 왜? 무슨 일 있어?
- 나, 아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학교 가기 싫었단 말이야.
- 괜찮아. 매일 그러는 거 아니잖아.
- 오빠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 바보... 좋으면 계속 사랑하면 되지.
- 아니, 학교도 못 가고 아무 데도 못 가고 오빠랑만 있고 싶고...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 그러면 같이 있으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야...?
- 그래도... 나 이러다가 어떻게 될까 무서워.
- 뭐가 무서워? 괜찮아. 쪽~
- 사랑해요, 오빠.
입을 맞추어 주고 가만히 수민이의 눈을 바라보다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수민이의 입술을 덮쳤다. 수민이는 내 목에 매달려 내 혀를 오랫동안 빨았다. 매끈하고 보송보송한 수민이의 살결을 쓰다듬으며 아랫도리는 또 불끈거렸다. 아침에 세 번이나 사정하고 하루를 버틸 자신이 없어서 키스만 하고 놓아 주었지만, 수민이는 또 내려가서 내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잠깐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느끼다가 수민이를 달래어 겨우 떼어내고 옷을 입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수민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그날은 아무 것도 못하고 나하고만 있었으니까. 우리는 기왕 하루 땡땡이치기로 한 거, 재미있게 놀기로 했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그날 수민이가 해야 할 과제를 확인하고, 도서관에 가는 대신 인터넷 검색만으로 수민이와 함께, 사실은 거의 나 혼자 자료 수집을 후다닥 해치웠다.
파일로 만들고 꾸미는 건 나에게 맡기라고 큰소리 치는데 수민이가 질문 하나로 마우스를 놓게 만들었다.
- 오빠, 오피스 누가 가르쳐 줬었죠?
나는 hwp 와 엑셀 밖에는 쓸 줄 아는 게 없었다. 수민이가 파워포인트를 쓰는 걸 보고는 괜히 까불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엑셀은 대부분 수민이에게 배운 거고, 그나마 hwp 는 내가 수민이보다 좀 나았다. 중학교 때부터 만졌었고, 대부분의 단축키를 다 알고 있었으니까.
- 오빠, 포토샵은 안 깔려 있나 보네요?
- 포토샵? 저기 데스크탑엔 있을 거야. 켜 봐.
- 다행이다. 여기서 다 할 수 있겠다.
- 포토샵도 필요해?
- 뭐,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죠.
수민이가 포토샵을 쓸 때에는 입을 헤벌리고 수민이의 손놀림을 구경만 했다. 컴퓨터 조립할 때 불법복제로 깔아주는 포토샵... 나는 그 컴퓨터를 쓰는 동안 단 한번도 구동해본 적조차 없는 포토샵이었다.
내가 했으면 그렇게 빨리 끝내지 못했을 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민이가 더 예뻐 보였다. 뭐든 잘 하는 여자는 얼굴만 예쁜 여자보다 더 예쁘다. 그날 수민이는 세상 누구보다도 예뻤다. 뭐, 그날 뿐만 아니라 어느 날이나 그랬지만...
작성한 파일을 메일로 전송하자마자 놀러 나갔다. 언제부터인가 거의 내가 몰고 다니던 아버지 차로 수민이네 학교에 가서 학교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그 동네에서 유명했던 과일도 밭에서 직접 사먹고... 배부르다고 원두막에 잠시 눕는다는 게 낮잠까지 자고... 그렇게 그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는 길은 전에 돌아왔던 코스 그대로였고, 카섹스를 했던 수목원에도 또 들렀다. 이번엔 진짜 욕심부리지 않고 잠깐 바람만 쐬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사실, 다시 가 보자고 먼저 얘기를 꺼낸 것도 내가 아니라 수민이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수목원 주자창은 드문드문 차가 한두 대 있을 뿐, 거의 비어 있었다. 빗방울이 뿌옇게 맺힌 유리창을 바라보며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음악도 틀지 않아서 주위는 조용했다.
- 오빠...
- 응?
- 쪽~
- 후후후... 움~ 쪽~
- 오빤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 응? 으음... 언제지, 그게?
시월이었나? 첫 키스를 한 날이 생각났다. 그날 진하게 애무하다가 그냥 귀가했던 일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 음... 수민이가 스킨 로션 선물해준 날... 인가?
- 그 전엔 아니었구요?
- 수민이 예쁘다고 전부터 생각은 했었지.
- 그럼 그때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안고 뽀뽀했어요?
- 아, 맞다. 그 전부터였구나.
수민이는 연수원에서 살짝 뽀뽀한 걸 말하는 거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분위기가 나를 그렇게 이끌었지, 수민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하늘은 맑지, 별은 밝지, 호감가는 여자와 단 둘이 있지, 그 여자 향기는 좋지... 어쩌면 그 향긋함에 취한 건지도 몰랐다. 뭐, 수민이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분위기가...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 치, 그때는 순 응큼한 마음으로 했구나? 이 응큼쟁이 오빠.
- 아~니야, 좋았으니까 뽀뽀도 한 거지.
- 진짜?
- 그러엄~.
- 그때... 오빠가 뽀뽀 안 했으면 우리, 어떻게 됐을까요?
- 글쎄...? 그래도 수민이랑 만났을 거 같아.
- 난 그 훨씬 전부터 오빠 좋아했었는데...
- ......
수민이 목소리가 나지막했다. 인적이 없는 어두운 수목원의 분위기도 고즈넉했다. 수민이는 내 손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콘솔에 팔꿈치를 짚고 기댔고, 수민이는 내 팔에 머리를 기댔다.
- 오빠가 가끔 뭐 모르겠다면서 전화할 때, 진짜 좋았어요. 그래서 오빠가 물어보면 바로바로 알려주려고 일부러 더 공부하고... 그러면서도 정작 오빠 전화 오면 일부러 조금만 알려주고 끊고...
- 왜?
- 그래야 또 전화 올까봐...
- 후후... 그랬어?
- 그때, 나... 오빠가 날 좋아해서 일부러 그 핑계로 전화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었는데...
- 수민이가 좋으니까 수민이한테 물어본 거지.
- 근데 그날, 내가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오빠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그래서 너무 좋았었는데...
- 오빠도 그때 정말 좋았어, 수민아.
- ......
- 누가 먼저 좋아했든간에, 지금은 오빠가 수민이 사랑하잖아... 그지?
내 대답이 이렇게 설득력 없게 들린 적은 없었다. 아, 얘기가 왜 이렇게 됐지? 내가 어디서 대답을 잘못한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수민이 코가 빨갰다. 울고 있는 건가? 진짜 울어? 아니, 근데 왜 울지? 지금 한 얘기가 울 일인가?
- 오빠.
- 응?
- 나...
- 응, 수민이 뭐?
- 오빠가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 수민아, 갑자기 왜...
- 그럼 나, 오빠 곱게 보내줄 수... 흑~
- 갑자기 무슨 얘기야, 그게?
- 훌쩍~
- 에이, 참~... 왜 그런 생각을 해? 수민아, 응?
- 그냥, 그렇게 될까 봐...
- 하, 이런... 수민아, 우리 지금... 좋은 생각만 하고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거든?
- 흑~... 흑~
- 수민아...
- 흑~... 훌쩍...
- 수민아... 오빠가 수민이 사랑하잖아. 응? 수민이만 사랑하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잖아...
- .... 훌쩍~ ....
- 왜 그런 생각을 해? 응?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나와 있는 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던 수민이였는데... 손을 뻗어 수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쓰다듬으려 했다. 내가 그렇게 손을 뻗으면 먼저 다가와서 안겼던 수민이... 그러나 그때 수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조수석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멋쩍었지만 손을 뺄 수는 없었고, 쓰다듬지도 못하고 머리에 대고만 있었는데, 수민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더니 비로소 몸을 기울여 내 팔에 기대왔다. 수민이의 어깨를 안아 주었지만 조수석과 운전석이 멀어서 안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정말 오빠는... 오빠가 말하면 그게 전부고, 다 진실 같아.
- 수민이한테는 다 진실만 말했으니까.
- 피이...
- 진짜야.
- 오빠...
- 응?
- 오빠 분명히 말했다?
- 뭘?
- 난 오빠가 가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오빠가...
- 또 이상한 소리 !
- 아니, 보내준대도 오빠가 아니라고 한 거잖아. 그지?
- 차암, 나... 수민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 하여튼, 오빤 이제 간다 소리 하면 안 되는 거야. 이젠 내가 안 보내줄 거야.
- 그래, 알았어. 오빠, 어디 안 갈게. 수민이 곁에 있을게.
- 헤헷~ 쪽~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수민이는 곧 진정했다. 수민이는 웃었지만 나는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수민이는 왜 갑자기 내가 자기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민이는 내가 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 오빠, 우리 잠깐 걸어요.
- 비 오는데?
- 조금밖에 안 오는데, 뭐... 응?
- 그래...
우리는 차에서 나와서 손을 잡고 수목원 길을 걸었다. 부슬부슬 비가 왔지만 수민이가 묵묵히 걷길래 우산 쓰자는 얘기도 못 하고 그냥 천천히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수민이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우는 바람에 눈과 코가 붉어졌어지만 그래도 예뻤다. 아무래도 내 눈꺼풀에 콩깍지가 덮였었나 보다.
- ......
- 나, 오빠 여자 맞죠?
- ......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눈을 맞추어 주었다.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지수민은 한정우 여자라고 수민이네 학교 광장에서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내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 애타는 수민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날 수민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섹스하면서도 평소와 달리 심하게 흥분했던 것도 생각났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수민이는 내 품에 안기듯 내 허리를 안고 걸었고, 나도 껴안듯 수민이를 감싸고 걸었다. 걷기 불편했을 텐데도 수민이는 팔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가 부슬비도 오고 그래서 그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마침 길가에 원두막인지 정자인지, 지붕이 있는 작은 평상이 있어 그 처마 밑에 잠시 멈췄다. 나는 수민이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이런 자세였을 때 우리는 항상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수민이는 아까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듯했다.
- 오빠도 수민이 남자 맞죠?
- 그러엄... 수민이 거 맞지.
- ......
- 아니야? 난 수민이 거였으면 좋겠는데?
- 사랑해요, 오빠... 알죠?
- 수민아.... 무슨 일 있어?
- ......
- 오늘 수민이 좀 이상한... 평소랑 좀 다른 거 같아...
- ......
수민이는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날 왜 좋아하지...?
- 이쁘니까 좋아하지.
- 오빠는 능력있고, 매력있고, 어디서든 눈에 띄는 사람인데 난...
- 수민이가 어때서? 지나가는 사람들 잡고 물어 볼래? 열이면 열, 나보다는 수민이가 아깝다고 할 걸?
- 피이~
- 이쁘지, 날씬하지, 풍만하지, 착하지...
- 오빠만 그렇게 보는 거라니까요?
눈에 콩깍지가 덮인 건 내가 아니라 수민이였던 모양이다. 나야말로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고 있는 게 꿈은 아닌지 볼을 꼬집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수민이를 누가 채갈까 봐 안절부절 못 하던 판이었는데.
- 아무도 수민이 못 보게 숨겨놓고 싶어. 진짜로...
- 그건 오빠가 바보라서 그런 거구... 나는 오빠한테 비하면...
- 수민아, 비 많이 온다. 빨리 가자.
- 난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 수민이가 어때서? 내 품에 쏙 들어오는구만.
- 잘하는 것도 없고...
- 야, 이 바보야.
수민이가 점점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드는 걸 막으려고 수민이를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화가 났다.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수민이가 놀랐는지 움찔했다.
- 오빠 말하는 걸 뭘로 듣는 거야? 응? 왜 그런 생각을 해? 나한텐 수민이가, 지수민이라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워. 내가 수민이 어디 맘에 안 든다고 한 적 있어? 난 지금 수민이가 지금 이대로 예뻐. 더 필요해? 다른 사람한테도 예쁘게 보이고 싶어? 세상 모든 사람이 예쁘다고 해야 만족할 거냐고. 누구한테 예뻐 보이고 싶은 거야? 도대체 누구...?
- ......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수민이에게 호소했다. 그때 지어낸 말이 아니라 평소에 수민이에게도 했던, 그런 말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타이르듯 말했다.
- 뭐가 걱정돼? 응?
- ......
- 말했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거 아니라고. 매 순간 순간, 그 현재가 중요한 거라고. 응? 지금도 마찬가지야, 수민아... 오빠가 지금 수민이 사랑하잖아, 수민이만 바라보고, 수민이만 아끼는데... 수민인 오빠 맘 모르겠어?
- ......
- 지금만 생각해. 수민아... 지금. 지금 뭐 하고 싶어? 우리 뭐 할까?
- ......
고개를 드는 수민이 눈에 또 눈물이 그렁거렸다. 수민이의 두 볼을 감싸고 눈가에 키스했다. 눈물이 짭짤했다. 짠맛이 안 날 때까지 수민이의 눈가에 입맞추다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 수민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비가 왔지만 춥지는 않았는데도 수민이는 살짝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수민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수민이가 고개를 들었고, 내 허리를 안고 발돋움하며 입을 맞추어 왔다.
수민이의 볼도 입술도 축축하고 차가웠지만 입술은 금새 뜨거워졌다. 수민이가 격하게 내 입술을 빨다가 먼저 혀를 들이밀었고, 나는 그 상황에서도 수민이의 입술과 혀와 침이 달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빨았다.
수민이의 눈물이 안타까웠지만 수민이가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가두어 놓고 느끼는 안타까움은 남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꼭 안아주는 것밖에.
수민이가 키스를 하며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셔츠를 들추고 안으로 손을 넣어 맨살을 만졌다. 부슬비에 젖은 탓에 내 몸도 수민이의 손도 축축했다. 수민이의 입술을 가볍게 핥듯 입술만 대고 그 손길을 느끼는데 수민이가 내 손을 끌어 자기 가슴에 올려 주고는 내 허리띠에 손을 댔다.
그 당시 나에게 있어서 수민이의 가슴은 마약이었다. 가슴 만질래? 라는 말 비슷한 것도 없던 그때, 나한테 수민이 가슴이 그랬다. 수민이를 안고 그 말랑말랑하고 탄력있는 살덩이를 만지고 있으면 다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그 마약에도 전혀 취하지 않았고, 수민이의 그 예쁜 가슴을 만지면서도 수민이의 심리상태가 궁금했고 걱정되었다.
수민이는 한참을 더듬고도 내 허리띠를 풀지 못하자 그냥 막무가내로 잡아당기기만 했다. 수십 번 풀어봤던 내 허리띠, 눈감고도 잘 풀던 허리띠였는데, 그날따라 수민이는 풀지 못했다. 수민이는 잡아당겨도 소용이 없자 고개를 들어 투정하듯 얼굴을 찌푸리며 내 손을 허리띠로 끌어당겼다. 수민이는 많이 흥분해 있었다.
수민이가 당장 하고 싶었던 건 섹스였던 모양이다. 부슬비 내리는 수목원은 한밤중이라 우리 둘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민이 눈과 손이 시키는 대로 내가 버클을 풀자, 수민이가 허겁지겁 버클을 풀고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끌어내리며 쪼그려 앉았다. 키스하면서 이미 잔뜩 발기해 있던 자지가 튕겨져 나오면서 수민이의 얼굴에 조금은 거칠게 인사를 했다. 퉁~
- 하아,.. 하으읍~ 우움~ 후움~ 쭙쭙~
수민이는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바로 내 자지를 물어 왔다. 사타구니에 닿는 수민이의 숨결이 거칠었다. 수민이답지 않게 급하게 빨고 세게 빨았다. 그날 아침 그렇게 따사로왔던 모닝 블로우잡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강하게 빨면서 입의 움직임에 맞추어 손으로도 자지 기둥을 훑었다. 외국 싸구려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블로우잡이 생각날 정도로.
수민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고민하며 수민이의 머리를 감싸안고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더 부드럽게, 내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부드럽게...
그렇게 거칠게 빨던 수민이는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목에 매달려 입술을 원했다. 마지막에 길게 빨아주는 것도 없었고 입을 떼기 전에 마무리로 요도구를 핥아주는 것도, 입을 떼면서 귀두 끝에 쪽~ 하고 뽀뽀하는 것도 없었다. 한참 동안 내 입술을 강하게 빨아대다가 목을 껴안고 내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 오빠, 지금 사랑해 줘요.
- ......
- 오빠 거 넣어 줘요...
- ......
- 아이, 빨리요. 응?
- .....
수민이가 내 대답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했다. 수민이가 몸을 돌려 원두막 평상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수민이는 언제 벗었는지 이미 팬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수민이의 치마를 들추며 자지를 들이밀었다. 아래위? 좌우? 귀두로 쓰다듬고 문지를 새도 없었다. 흠뻑 젖은 보지에 귀두가 닿자마자 수민이가 엉덩이를 밀어 자지를 삼켰으니까.
- 하윽~
- 좋아? 수민아?
- 하아... 좋아요...
- 나도 좋아.
- 오빤 내 거... 수민이 거야. 하아...
- 그래, 오빠는 수민이 남자야... 사랑해, 수민아.
- 오빠, 사랑해요... 흑~
수민이의 목소리는 또 울먹이고 있었다. 수민이가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 너무 안타까웠다. 안타까웠지만 나까지 눈물을 흘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민이의 느낌에만 집중하며 움직였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러나 깊이...
익숙한, 너무나 익숙한 수민이의 샘이 주는 황홀한 느낌에 흥분해서 잠시 거칠게 박아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 수민이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주려는 생각만 했다.
- 하응... 하아... 오빠아... 하아...
- 수민아, 사랑해...
- 나도 오빠...하윽~ 윽... 하으으응~... 아아앙~..
수민이는 얼마 후 콧소리를 내며 평상에 엎어져 내 자지를 옥죄어 왔다. 나는 악착같이 참아 사정하지 않았다.
부슬비는 멈추지 않았고, 수민이의 등에서는 김이 올랐다. 숨을 몰아쉬는 수민이의 코와 입에서도 허옇게 증기가 뿜어져 허공으로 흩어졌고, 수민이의 젖은 머리에서도 안개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나오기 싫어하는 자지를 억지로 끄집어내 아직도 빳빳한 채 꺼떡대는 녀석을 팬티에 가두고 바지로 눌렀다. 바지 앞섶이 불룩해졌고 자지가 아플 정도로 뻗쳤지만 바지를 대충 입고 나서 수민이를 일으켜 안았다.
수민이의 블라우스는 많이 젖어 있었다. 등쪽은 섹스하는 동안 비를 맞아서 젖었고, 앞쪽은 그 전에 이미 평상에 들이친 비에 젖었다. 비에 젖은 수민이의 머리칼이 잔뜩 헝클어져 수민이의 예쁜 얼굴을 엉망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 수민이니까. 내 수민이니까. 수민이는 내 목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입술을 빨았다.
수민이는 섹스를 하고 나서 좀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서 수민이는 조용히 창 밖만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늘 재잘거리며 떠들었던 수민이였는데, 그날은 전혀 달랐다. 수민이네 집 근처에 차를 세우자, 그때에서야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오빠...
- 응?
- 미안해요.
- 미안하긴... 괜찮아.
- 오늘... 그냥...
- ......
- 내일부터는 이렇게 처지지 않을게요... 쪽~
- 수민아...
- ......
-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돼?
- ......
- 오빠네 집에서는 나보고 뭐래요?
- 응? 말했잖아... 우렁각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애 있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시지...
- 그냥... 그걸로 끝이예요?
- 그럼 또 뭐...?
- 아니, 내가 어떤 앤지...
- 우리 집은... 내가 좋다면 부모님도 좋다고 하실 거야.
- 그래요?
- 왜? 부모님이 뭐라고 하셔?
- 그건 아닌데...
- 아닌데?
- 엄마가... 짐작은 하시는 것 같아요.
- 나 만나는 거?
- 응... 누군지는 몰라도 남자 만난다는 거.
- 아직도 모르신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 그리고,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하면 이제는 좀 이것저것 물어보구...
- 음... 빨리 말씀드려야겠네. 그게 좋지 않겠어?
- 그래야 되는데...
- 내가 한번 찾아 뵐까? 후후...
- 그럴 수 있어요? 아니, 아직은 아닌 거 같아요.
- 좀 그렇지...?
- 엄마는... 아직도 나 어린애로만 생각하나 봐.
- 어머니들이 다 그렇지, 뭐.
- 아빠는 그냥 허허 웃는데, 엄마가...
- 음... 걱정돼?
- 좀...
- 걱정 마. 잘 될 거야.
- 그래요. 잘 돼야죠.
- 그거 걱정돼서 그랬어?
- 그것도 그렇고... 오빠도...
- 오빠가 왜...?
- 말했잖아요. 오빠가 왜 날 좋아하나...
- 수민아 !
- ......
- 오빠가 말했지?
- ......
수민이가 움찔했다. 또 내 언성이 살짝 높아졌던 모양이다. 최대한 노력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 난 달맞이꽃이라니까? 달맞이꽃이 달 없이 어떻게 피니?
- 알아요. 수민이도 지금이 전부고 오빠가 전부예요.
- 그래, 그럼 됐잖아.
- 후훗~ 나, 오빠가 말하면 다 믿는 거 알죠?
- 쪽~ 오빠가 수민이 많이 사랑해.
- 쪽~ 나도 사랑해요.
- 그래. 예뻐... 착해.
그렇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볼에 입맞추는 수민이의 어깨를 당겨 안고 키스했다.
그런데... 그런데 문득 혜진이와 했던 마지막 섹스가 생각났다. 미친 듯이 박아대기만 했던 그 슬펐던 섹스가... 왜 그 생각이 났을까...? 그 순간 수민이에게서 받은 느낌이 그때와 너무 비슷했다.
수민이를 더 꼬옥 끌어안으며 그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그 생각은 금새 사라졌지만 다른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수민이가 그 순간 하고 싶었던 건 단지 섹스였을까... 수민이를 안고 키스하면서도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
생각해 보면, 나는 대학에 다니는 의미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남들 가니까 대학엘 갔고, 입학 후에도 그렇게 다니다가 그렇게 졸업하고 끝이었다. 학과 공부에 흥미가 없다 보니 다른 것에 더 빠져들었고, 대학생활을 생각하면 동아리 말고는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 물론, 대학이라는 사회를 경험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운 게 많겠지만 대학은 나에게 있어서 별로 크지 않은 의미일 뿐이었다.
수민이는 나와 달리, 자신이 바라고 원해서 대학에 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 데이트하고, 거의 매일 아침 내 원룸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학교에 헐레벌떡 가야 했으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쁘게 다니고 걷는 거리가 많아지면서, 수민이 표현으로는 뚱뚱했고 내가 보기엔 살짝 통통했던 수민이의 몸매는 학교에 다니면서 눈에 띄게 날씬해졌다. 거의 매일 보던 나는 살이 빠졌는지도 잘 몰랐었는데, 연수 때 찍은 단체사진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살이 빠지면서 허리가 잘록해져 가슴과 엉덩이를 비롯한 몸매의 굴곡은 더욱 더 드러났다.
- 학교에 계단이 많아서 그래요.
- 교문에서 강의실까지 걷는 것도 만만치 않겠던데?
- 맞아요. 우리 학교 진입로 엄청 길어. 아침에 강의실 도착하면 다리 아프다니까요.
- 그리고 또 있잖아.
- 또? 또 뭐?
- 아니, 나랑 둘이 하는 운동도... 큭~
- 운동? 오빠랑 무슨 운동?
- 사랑 나누는 게 얼마나 칼로리 소모가 많은데.
- 아유~ 오빠는 정말, 언제 어디서나 야해.
- 큭큭...
- 오빠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도 알아요? 어우~
- 후후... 날씬해지니까 좋아?
- 날씬하긴요? 이제야 보통 몸매 된 거지.
- 아니야, 딱 좋아. 더 빠지면 보기 싫을 것 같은데?
- 치~... 오빠만 그렇지, 난 아니란 말이예요.
- 더 빼지 마. 혹시 밥 굶고 그러면 안 돼?
- 깔깔깔.... 내가 왜 굶어요오~?
- 크크크...
수민이는 요즘 말로 베이글녀라고 할 만한 용모로 바뀌어 갔다. 원래 귀여운 손바닥만한 얼굴에 S라인 몸매까지 갖추어 가면서, 나는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태우기도 했다. 다른 놈이 수민이를 채가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관심있다고 추근대거나 일방적인 고백만 해도 화날 일이었다.
- 혹시 전화번호 달라는 놈 없어?
- 킥~ 그런 남자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 아니야... 오빠가 언제 수민이네 학교 가서 하루 종일 있어야겠다.
- 하루 종일 나 지켜주려구요? 크큭~
- 아니, 그건 하루 갖고 안 되지.
- 킥킥~ 그럼요?
- 음.... 학교 광장에서 1인 시위 하게.
- 무슨 이슈로?
- 샌드위치맨 할 거야. 인문학부 xx 학번 이수민은 한정우 거. 이렇게 써서.
- 깔깔깔....
- 웃지 마... 언놈이 수민이 채갈까 봐, 얼마나 걱정인데... 오빠 살 빠지는 거 안 보여?
- 아유... 나 이쁘다는 거, 오빠밖에 없거든요?
- 얼래? 그 학교 놈들 다 눈이 삐었네, 이거? 예쁜 게 뭔지 가르쳐 줄 수도 없고...
- 깔깔깔...
- 참, 나... 웃음이 나와? 오빠는 이렇게 걱정하는데.
- 오빠... 진~~짜 걱정 안 해도 돼요. 나, 오빠 눈에만 이쁘다니까요?
- 걱정이 안 돼야 안 하지.
그러면서도, 수민이가 날씬해지면서 제일 좋아한 건 물론,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나였다. 특히, 풍만했던 가슴은 언제부터인가 탄탄함이 좀 줄고, 탱탱하면서도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바뀌어서 나를 정신 못 차리게 할 정도였다.
한번은 말랑말랑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가슴을 만지고 빨다 말고 벌떡 일어나 자지를 끼웠다. 예전에 언젠가 시도했었지만 별 느낌 없었던 파이즈리... 그러나 그날은 너무나 자극적이었던 수민이 가슴의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비벼대다가 결국 그대로 사정했다.
수민이의 턱에 뿜어진 정액은 목을 타고 천천히 흘렀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그 점액질을 문지르다가 손가락에 묻은 걸 핥아대었던 수민이... 그런 수민이를 입을 헤벌린 채 바라보기만 하다가, 바로 또 덤벼들어 수민이의 가슴을 빨아댔다. 내 자지는 금방 사정하고도 수민이의 그런 모습에 또 뻗쳐서 꺼떡거렸다.
- 하악, 오빠... 또?
- 쭈우웁... 할짝, 쭈웁~
- 하으응~, 오빠, 나 학교...
- 가만 있어 봐. 수민이 지금 얼마나 섹시한지 알아?
- 아이, 오빠... 지금 가도 늦는단 말이야... 하윽~
- 우움~... 후우... 후우...
- 하아... 오빠...
- 사랑해, 수민아...
학교 늦었다고 칭얼거리는 수민이를 놓아주지 않고 또 애무했고, 결국 수민이는 그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내가 떼를 쓰기도 했지만 사실은 수민이가 더 흥분해서 계속 날 자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날따라 많이 흥분했던 수민이는 두 번째 사랑을 나누면서도 금새 절정에 올랐고, 내가 사정할 때까지 거듭거듭 오르가즘을 반복했다.
우리 둘 다 처음 겪는 흥분이었고, 처음 보는 수민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사정하고 수민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수민이는 부들부들 떨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참 동안 껴안고 쓰다듬어 주다가 좀 진정된 듯해서 씻으러 갔지만,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도 수민이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결국 수민이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씻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오후였고, 학교에 가 봐야 소용없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수민이는 씻고 나서도 옷을 입기는커녕 내 품에 파고들었다.
- 오빠... 나 어떡해...? 힝~
- 왜? 무슨 일 있어?
- 나, 아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학교 가기 싫었단 말이야.
- 괜찮아. 매일 그러는 거 아니잖아.
- 오빠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 바보... 좋으면 계속 사랑하면 되지.
- 아니, 학교도 못 가고 아무 데도 못 가고 오빠랑만 있고 싶고...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 그러면 같이 있으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야...?
- 그래도... 나 이러다가 어떻게 될까 무서워.
- 뭐가 무서워? 괜찮아. 쪽~
- 사랑해요, 오빠.
입을 맞추어 주고 가만히 수민이의 눈을 바라보다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수민이의 입술을 덮쳤다. 수민이는 내 목에 매달려 내 혀를 오랫동안 빨았다. 매끈하고 보송보송한 수민이의 살결을 쓰다듬으며 아랫도리는 또 불끈거렸다. 아침에 세 번이나 사정하고 하루를 버틸 자신이 없어서 키스만 하고 놓아 주었지만, 수민이는 또 내려가서 내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잠깐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느끼다가 수민이를 달래어 겨우 떼어내고 옷을 입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수민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그날은 아무 것도 못하고 나하고만 있었으니까. 우리는 기왕 하루 땡땡이치기로 한 거, 재미있게 놀기로 했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그날 수민이가 해야 할 과제를 확인하고, 도서관에 가는 대신 인터넷 검색만으로 수민이와 함께, 사실은 거의 나 혼자 자료 수집을 후다닥 해치웠다.
파일로 만들고 꾸미는 건 나에게 맡기라고 큰소리 치는데 수민이가 질문 하나로 마우스를 놓게 만들었다.
- 오빠, 오피스 누가 가르쳐 줬었죠?
나는 hwp 와 엑셀 밖에는 쓸 줄 아는 게 없었다. 수민이가 파워포인트를 쓰는 걸 보고는 괜히 까불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엑셀은 대부분 수민이에게 배운 거고, 그나마 hwp 는 내가 수민이보다 좀 나았다. 중학교 때부터 만졌었고, 대부분의 단축키를 다 알고 있었으니까.
- 오빠, 포토샵은 안 깔려 있나 보네요?
- 포토샵? 저기 데스크탑엔 있을 거야. 켜 봐.
- 다행이다. 여기서 다 할 수 있겠다.
- 포토샵도 필요해?
- 뭐,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죠.
수민이가 포토샵을 쓸 때에는 입을 헤벌리고 수민이의 손놀림을 구경만 했다. 컴퓨터 조립할 때 불법복제로 깔아주는 포토샵... 나는 그 컴퓨터를 쓰는 동안 단 한번도 구동해본 적조차 없는 포토샵이었다.
내가 했으면 그렇게 빨리 끝내지 못했을 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민이가 더 예뻐 보였다. 뭐든 잘 하는 여자는 얼굴만 예쁜 여자보다 더 예쁘다. 그날 수민이는 세상 누구보다도 예뻤다. 뭐, 그날 뿐만 아니라 어느 날이나 그랬지만...
작성한 파일을 메일로 전송하자마자 놀러 나갔다. 언제부터인가 거의 내가 몰고 다니던 아버지 차로 수민이네 학교에 가서 학교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그 동네에서 유명했던 과일도 밭에서 직접 사먹고... 배부르다고 원두막에 잠시 눕는다는 게 낮잠까지 자고... 그렇게 그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는 길은 전에 돌아왔던 코스 그대로였고, 카섹스를 했던 수목원에도 또 들렀다. 이번엔 진짜 욕심부리지 않고 잠깐 바람만 쐬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사실, 다시 가 보자고 먼저 얘기를 꺼낸 것도 내가 아니라 수민이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수목원 주자창은 드문드문 차가 한두 대 있을 뿐, 거의 비어 있었다. 빗방울이 뿌옇게 맺힌 유리창을 바라보며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음악도 틀지 않아서 주위는 조용했다.
- 오빠...
- 응?
- 쪽~
- 후후후... 움~ 쪽~
- 오빤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 응? 으음... 언제지, 그게?
시월이었나? 첫 키스를 한 날이 생각났다. 그날 진하게 애무하다가 그냥 귀가했던 일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 음... 수민이가 스킨 로션 선물해준 날... 인가?
- 그 전엔 아니었구요?
- 수민이 예쁘다고 전부터 생각은 했었지.
- 그럼 그때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안고 뽀뽀했어요?
- 아, 맞다. 그 전부터였구나.
수민이는 연수원에서 살짝 뽀뽀한 걸 말하는 거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분위기가 나를 그렇게 이끌었지, 수민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하늘은 맑지, 별은 밝지, 호감가는 여자와 단 둘이 있지, 그 여자 향기는 좋지... 어쩌면 그 향긋함에 취한 건지도 몰랐다. 뭐, 수민이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분위기가...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 치, 그때는 순 응큼한 마음으로 했구나? 이 응큼쟁이 오빠.
- 아~니야, 좋았으니까 뽀뽀도 한 거지.
- 진짜?
- 그러엄~.
- 그때... 오빠가 뽀뽀 안 했으면 우리, 어떻게 됐을까요?
- 글쎄...? 그래도 수민이랑 만났을 거 같아.
- 난 그 훨씬 전부터 오빠 좋아했었는데...
- ......
수민이 목소리가 나지막했다. 인적이 없는 어두운 수목원의 분위기도 고즈넉했다. 수민이는 내 손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콘솔에 팔꿈치를 짚고 기댔고, 수민이는 내 팔에 머리를 기댔다.
- 오빠가 가끔 뭐 모르겠다면서 전화할 때, 진짜 좋았어요. 그래서 오빠가 물어보면 바로바로 알려주려고 일부러 더 공부하고... 그러면서도 정작 오빠 전화 오면 일부러 조금만 알려주고 끊고...
- 왜?
- 그래야 또 전화 올까봐...
- 후후... 그랬어?
- 그때, 나... 오빠가 날 좋아해서 일부러 그 핑계로 전화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었는데...
- 수민이가 좋으니까 수민이한테 물어본 거지.
- 근데 그날, 내가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오빠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그래서 너무 좋았었는데...
- 오빠도 그때 정말 좋았어, 수민아.
- ......
- 누가 먼저 좋아했든간에, 지금은 오빠가 수민이 사랑하잖아... 그지?
내 대답이 이렇게 설득력 없게 들린 적은 없었다. 아, 얘기가 왜 이렇게 됐지? 내가 어디서 대답을 잘못한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수민이 코가 빨갰다. 울고 있는 건가? 진짜 울어? 아니, 근데 왜 울지? 지금 한 얘기가 울 일인가?
- 오빠.
- 응?
- 나...
- 응, 수민이 뭐?
- 오빠가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 수민아, 갑자기 왜...
- 그럼 나, 오빠 곱게 보내줄 수... 흑~
- 갑자기 무슨 얘기야, 그게?
- 훌쩍~
- 에이, 참~... 왜 그런 생각을 해? 수민아, 응?
- 그냥, 그렇게 될까 봐...
- 하, 이런... 수민아, 우리 지금... 좋은 생각만 하고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거든?
- 흑~... 흑~
- 수민아...
- 흑~... 훌쩍...
- 수민아... 오빠가 수민이 사랑하잖아. 응? 수민이만 사랑하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잖아...
- .... 훌쩍~ ....
- 왜 그런 생각을 해? 응?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나와 있는 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던 수민이였는데... 손을 뻗어 수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쓰다듬으려 했다. 내가 그렇게 손을 뻗으면 먼저 다가와서 안겼던 수민이... 그러나 그때 수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조수석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멋쩍었지만 손을 뺄 수는 없었고, 쓰다듬지도 못하고 머리에 대고만 있었는데, 수민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더니 비로소 몸을 기울여 내 팔에 기대왔다. 수민이의 어깨를 안아 주었지만 조수석과 운전석이 멀어서 안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정말 오빠는... 오빠가 말하면 그게 전부고, 다 진실 같아.
- 수민이한테는 다 진실만 말했으니까.
- 피이...
- 진짜야.
- 오빠...
- 응?
- 오빠 분명히 말했다?
- 뭘?
- 난 오빠가 가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오빠가...
- 또 이상한 소리 !
- 아니, 보내준대도 오빠가 아니라고 한 거잖아. 그지?
- 차암, 나... 수민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 하여튼, 오빤 이제 간다 소리 하면 안 되는 거야. 이젠 내가 안 보내줄 거야.
- 그래, 알았어. 오빠, 어디 안 갈게. 수민이 곁에 있을게.
- 헤헷~ 쪽~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수민이는 곧 진정했다. 수민이는 웃었지만 나는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수민이는 왜 갑자기 내가 자기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민이는 내가 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 오빠, 우리 잠깐 걸어요.
- 비 오는데?
- 조금밖에 안 오는데, 뭐... 응?
- 그래...
우리는 차에서 나와서 손을 잡고 수목원 길을 걸었다. 부슬부슬 비가 왔지만 수민이가 묵묵히 걷길래 우산 쓰자는 얘기도 못 하고 그냥 천천히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수민이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우는 바람에 눈과 코가 붉어졌어지만 그래도 예뻤다. 아무래도 내 눈꺼풀에 콩깍지가 덮였었나 보다.
- ......
- 나, 오빠 여자 맞죠?
- ......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눈을 맞추어 주었다.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지수민은 한정우 여자라고 수민이네 학교 광장에서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내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 애타는 수민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날 수민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섹스하면서도 평소와 달리 심하게 흥분했던 것도 생각났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수민이는 내 품에 안기듯 내 허리를 안고 걸었고, 나도 껴안듯 수민이를 감싸고 걸었다. 걷기 불편했을 텐데도 수민이는 팔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가 부슬비도 오고 그래서 그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마침 길가에 원두막인지 정자인지, 지붕이 있는 작은 평상이 있어 그 처마 밑에 잠시 멈췄다. 나는 수민이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이런 자세였을 때 우리는 항상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수민이는 아까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듯했다.
- 오빠도 수민이 남자 맞죠?
- 그러엄... 수민이 거 맞지.
- ......
- 아니야? 난 수민이 거였으면 좋겠는데?
- 사랑해요, 오빠... 알죠?
- 수민아.... 무슨 일 있어?
- ......
- 오늘 수민이 좀 이상한... 평소랑 좀 다른 거 같아...
- ......
수민이는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날 왜 좋아하지...?
- 이쁘니까 좋아하지.
- 오빠는 능력있고, 매력있고, 어디서든 눈에 띄는 사람인데 난...
- 수민이가 어때서? 지나가는 사람들 잡고 물어 볼래? 열이면 열, 나보다는 수민이가 아깝다고 할 걸?
- 피이~
- 이쁘지, 날씬하지, 풍만하지, 착하지...
- 오빠만 그렇게 보는 거라니까요?
눈에 콩깍지가 덮인 건 내가 아니라 수민이였던 모양이다. 나야말로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고 있는 게 꿈은 아닌지 볼을 꼬집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수민이를 누가 채갈까 봐 안절부절 못 하던 판이었는데.
- 아무도 수민이 못 보게 숨겨놓고 싶어. 진짜로...
- 그건 오빠가 바보라서 그런 거구... 나는 오빠한테 비하면...
- 수민아, 비 많이 온다. 빨리 가자.
- 난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 수민이가 어때서? 내 품에 쏙 들어오는구만.
- 잘하는 것도 없고...
- 야, 이 바보야.
수민이가 점점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드는 걸 막으려고 수민이를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화가 났다.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수민이가 놀랐는지 움찔했다.
- 오빠 말하는 걸 뭘로 듣는 거야? 응? 왜 그런 생각을 해? 나한텐 수민이가, 지수민이라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워. 내가 수민이 어디 맘에 안 든다고 한 적 있어? 난 지금 수민이가 지금 이대로 예뻐. 더 필요해? 다른 사람한테도 예쁘게 보이고 싶어? 세상 모든 사람이 예쁘다고 해야 만족할 거냐고. 누구한테 예뻐 보이고 싶은 거야? 도대체 누구...?
- ......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수민이에게 호소했다. 그때 지어낸 말이 아니라 평소에 수민이에게도 했던, 그런 말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타이르듯 말했다.
- 뭐가 걱정돼? 응?
- ......
- 말했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거 아니라고. 매 순간 순간, 그 현재가 중요한 거라고. 응? 지금도 마찬가지야, 수민아... 오빠가 지금 수민이 사랑하잖아, 수민이만 바라보고, 수민이만 아끼는데... 수민인 오빠 맘 모르겠어?
- ......
- 지금만 생각해. 수민아... 지금. 지금 뭐 하고 싶어? 우리 뭐 할까?
- ......
고개를 드는 수민이 눈에 또 눈물이 그렁거렸다. 수민이의 두 볼을 감싸고 눈가에 키스했다. 눈물이 짭짤했다. 짠맛이 안 날 때까지 수민이의 눈가에 입맞추다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 수민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비가 왔지만 춥지는 않았는데도 수민이는 살짝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수민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수민이가 고개를 들었고, 내 허리를 안고 발돋움하며 입을 맞추어 왔다.
수민이의 볼도 입술도 축축하고 차가웠지만 입술은 금새 뜨거워졌다. 수민이가 격하게 내 입술을 빨다가 먼저 혀를 들이밀었고, 나는 그 상황에서도 수민이의 입술과 혀와 침이 달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수민이의 입술과 혀를 빨았다.
수민이의 눈물이 안타까웠지만 수민이가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가두어 놓고 느끼는 안타까움은 남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꼭 안아주는 것밖에.
수민이가 키스를 하며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셔츠를 들추고 안으로 손을 넣어 맨살을 만졌다. 부슬비에 젖은 탓에 내 몸도 수민이의 손도 축축했다. 수민이의 입술을 가볍게 핥듯 입술만 대고 그 손길을 느끼는데 수민이가 내 손을 끌어 자기 가슴에 올려 주고는 내 허리띠에 손을 댔다.
그 당시 나에게 있어서 수민이의 가슴은 마약이었다. 가슴 만질래? 라는 말 비슷한 것도 없던 그때, 나한테 수민이 가슴이 그랬다. 수민이를 안고 그 말랑말랑하고 탄력있는 살덩이를 만지고 있으면 다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그 마약에도 전혀 취하지 않았고, 수민이의 그 예쁜 가슴을 만지면서도 수민이의 심리상태가 궁금했고 걱정되었다.
수민이는 한참을 더듬고도 내 허리띠를 풀지 못하자 그냥 막무가내로 잡아당기기만 했다. 수십 번 풀어봤던 내 허리띠, 눈감고도 잘 풀던 허리띠였는데, 그날따라 수민이는 풀지 못했다. 수민이는 잡아당겨도 소용이 없자 고개를 들어 투정하듯 얼굴을 찌푸리며 내 손을 허리띠로 끌어당겼다. 수민이는 많이 흥분해 있었다.
수민이가 당장 하고 싶었던 건 섹스였던 모양이다. 부슬비 내리는 수목원은 한밤중이라 우리 둘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민이 눈과 손이 시키는 대로 내가 버클을 풀자, 수민이가 허겁지겁 버클을 풀고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끌어내리며 쪼그려 앉았다. 키스하면서 이미 잔뜩 발기해 있던 자지가 튕겨져 나오면서 수민이의 얼굴에 조금은 거칠게 인사를 했다. 퉁~
- 하아,.. 하으읍~ 우움~ 후움~ 쭙쭙~
수민이는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바로 내 자지를 물어 왔다. 사타구니에 닿는 수민이의 숨결이 거칠었다. 수민이답지 않게 급하게 빨고 세게 빨았다. 그날 아침 그렇게 따사로왔던 모닝 블로우잡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강하게 빨면서 입의 움직임에 맞추어 손으로도 자지 기둥을 훑었다. 외국 싸구려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블로우잡이 생각날 정도로.
수민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고민하며 수민이의 머리를 감싸안고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더 부드럽게, 내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부드럽게...
그렇게 거칠게 빨던 수민이는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목에 매달려 입술을 원했다. 마지막에 길게 빨아주는 것도 없었고 입을 떼기 전에 마무리로 요도구를 핥아주는 것도, 입을 떼면서 귀두 끝에 쪽~ 하고 뽀뽀하는 것도 없었다. 한참 동안 내 입술을 강하게 빨아대다가 목을 껴안고 내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 오빠, 지금 사랑해 줘요.
- ......
- 오빠 거 넣어 줘요...
- ......
- 아이, 빨리요. 응?
- .....
수민이가 내 대답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했다. 수민이가 몸을 돌려 원두막 평상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수민이는 언제 벗었는지 이미 팬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수민이의 치마를 들추며 자지를 들이밀었다. 아래위? 좌우? 귀두로 쓰다듬고 문지를 새도 없었다. 흠뻑 젖은 보지에 귀두가 닿자마자 수민이가 엉덩이를 밀어 자지를 삼켰으니까.
- 하윽~
- 좋아? 수민아?
- 하아... 좋아요...
- 나도 좋아.
- 오빤 내 거... 수민이 거야. 하아...
- 그래, 오빠는 수민이 남자야... 사랑해, 수민아.
- 오빠, 사랑해요... 흑~
수민이의 목소리는 또 울먹이고 있었다. 수민이가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 너무 안타까웠다. 안타까웠지만 나까지 눈물을 흘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민이의 느낌에만 집중하며 움직였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러나 깊이...
익숙한, 너무나 익숙한 수민이의 샘이 주는 황홀한 느낌에 흥분해서 잠시 거칠게 박아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 수민이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주려는 생각만 했다.
- 하응... 하아... 오빠아... 하아...
- 수민아, 사랑해...
- 나도 오빠...하윽~ 윽... 하으으응~... 아아앙~..
수민이는 얼마 후 콧소리를 내며 평상에 엎어져 내 자지를 옥죄어 왔다. 나는 악착같이 참아 사정하지 않았다.
부슬비는 멈추지 않았고, 수민이의 등에서는 김이 올랐다. 숨을 몰아쉬는 수민이의 코와 입에서도 허옇게 증기가 뿜어져 허공으로 흩어졌고, 수민이의 젖은 머리에서도 안개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나오기 싫어하는 자지를 억지로 끄집어내 아직도 빳빳한 채 꺼떡대는 녀석을 팬티에 가두고 바지로 눌렀다. 바지 앞섶이 불룩해졌고 자지가 아플 정도로 뻗쳤지만 바지를 대충 입고 나서 수민이를 일으켜 안았다.
수민이의 블라우스는 많이 젖어 있었다. 등쪽은 섹스하는 동안 비를 맞아서 젖었고, 앞쪽은 그 전에 이미 평상에 들이친 비에 젖었다. 비에 젖은 수민이의 머리칼이 잔뜩 헝클어져 수민이의 예쁜 얼굴을 엉망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 수민이니까. 내 수민이니까. 수민이는 내 목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입술을 빨았다.
수민이는 섹스를 하고 나서 좀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서 수민이는 조용히 창 밖만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늘 재잘거리며 떠들었던 수민이였는데, 그날은 전혀 달랐다. 수민이네 집 근처에 차를 세우자, 그때에서야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오빠...
- 응?
- 미안해요.
- 미안하긴... 괜찮아.
- 오늘... 그냥...
- ......
- 내일부터는 이렇게 처지지 않을게요... 쪽~
- 수민아...
- ......
-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돼?
- ......
- 오빠네 집에서는 나보고 뭐래요?
- 응? 말했잖아... 우렁각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애 있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시지...
- 그냥... 그걸로 끝이예요?
- 그럼 또 뭐...?
- 아니, 내가 어떤 앤지...
- 우리 집은... 내가 좋다면 부모님도 좋다고 하실 거야.
- 그래요?
- 왜? 부모님이 뭐라고 하셔?
- 그건 아닌데...
- 아닌데?
- 엄마가... 짐작은 하시는 것 같아요.
- 나 만나는 거?
- 응... 누군지는 몰라도 남자 만난다는 거.
- 아직도 모르신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 그리고,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하면 이제는 좀 이것저것 물어보구...
- 음... 빨리 말씀드려야겠네. 그게 좋지 않겠어?
- 그래야 되는데...
- 내가 한번 찾아 뵐까? 후후...
- 그럴 수 있어요? 아니, 아직은 아닌 거 같아요.
- 좀 그렇지...?
- 엄마는... 아직도 나 어린애로만 생각하나 봐.
- 어머니들이 다 그렇지, 뭐.
- 아빠는 그냥 허허 웃는데, 엄마가...
- 음... 걱정돼?
- 좀...
- 걱정 마. 잘 될 거야.
- 그래요. 잘 돼야죠.
- 그거 걱정돼서 그랬어?
- 그것도 그렇고... 오빠도...
- 오빠가 왜...?
- 말했잖아요. 오빠가 왜 날 좋아하나...
- 수민아 !
- ......
- 오빠가 말했지?
- ......
수민이가 움찔했다. 또 내 언성이 살짝 높아졌던 모양이다. 최대한 노력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 난 달맞이꽃이라니까? 달맞이꽃이 달 없이 어떻게 피니?
- 알아요. 수민이도 지금이 전부고 오빠가 전부예요.
- 그래, 그럼 됐잖아.
- 후훗~ 나, 오빠가 말하면 다 믿는 거 알죠?
- 쪽~ 오빠가 수민이 많이 사랑해.
- 쪽~ 나도 사랑해요.
- 그래. 예뻐... 착해.
그렇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볼에 입맞추는 수민이의 어깨를 당겨 안고 키스했다.
그런데... 그런데 문득 혜진이와 했던 마지막 섹스가 생각났다. 미친 듯이 박아대기만 했던 그 슬펐던 섹스가... 왜 그 생각이 났을까...? 그 순간 수민이에게서 받은 느낌이 그때와 너무 비슷했다.
수민이를 더 꼬옥 끌어안으며 그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그 생각은 금새 사라졌지만 다른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수민이가 그 순간 하고 싶었던 건 단지 섹스였을까... 수민이를 안고 키스하면서도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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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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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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