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련의 상황은 정말로 우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날의 내 감정은 정말로… 정말로 복잡했다고 밖에 할 수 없겠고, 그 때 내가 느낌 감정들 중 한 조각만 달라졌더라도 지금처럼 흘러오진 않았으리라. 운세를 믿지 않는 것처럼 운명도 믿지 않지만, 그 판단이 정말 그 순간의 산물들에 불과한지, 우연 같으면서도 그렇지만도 않았는지 그 순간들을 되새기며 판단해보는 게 필요하리라.
그래. 분명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런 삶이었다. 나는 분명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결과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 대단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그다지 부족한 결과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투입만큼 산출이 나오는 평범한, 어찌 보면 출중하고 어찌 보면 기대 이하인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더 나은 조건을 필요로 했었는데, 늘 내게 무리한 결과물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날 만큼은 무리한 그런 무언가가 주어졌던 것 같다. 무려 금요일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해 내가 최대한 낼 수 있는 결과물을 냈음에도 팀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핀잔들 들어야만 했다. 그래, 그 핀잔이 조금만 달랐어도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욕을 먹었어야 했고, 그래서 그 금요일 밤에 나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야근을 시작했어야만 했다.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금요일 밤에, 그런 이유로 야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하다못해 내가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야근을 하고 있었다면 그 부음에 그렇게까지나 반응했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말이 일이지, 도저히 뭘 위해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그걸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 순간 그 자리를 벗어났더라도 크게는 이 순간에도 그 상황에 얽매이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출처 없는 괴로움에 반항하고 있을 때, 익숙하지 않은 번호에서 P의 죽음을 알리는 문자가 울렸다. P는, 그야말로 말하면 애매한 사이였다. 비록 그 죽음이 놀랍긴 했지만, 금요일밤에 서울에서 족히 다섯 시간은 밟아야 하는 그 거리를 달려가기는 먼 사이였고, 그렇다고 내가 여느 때와 같은 주말을 맞이하기엔 우린 먼 사이였다. P의 죽음을 알린 저장조차 하지 않은 번호가 누구였나 싶었지만, 그게 그다지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 부음에 대해 평소였으면 대단한 고민에 휩싸였겠지만… 그래. 그 때는 좀 달랐다. 뭔가 나는 그 순간에서 도망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 지방에서 친구가 운명했다니 얼마나 달콤한 핑계인가. 온전히 주말을 일에 바쳐야할 상황이었는데 적어도 다음 월요일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핑계로는 정말 기가 막혔다. 그래, 다음 주에 하면 그만이지.
그렇다고 단순히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P는 분명히 애매한 사이긴 했지만, 분명히 우리는 상당한 인연은 있었다. 제대 후에 느지막하게 가입한 동아리에서 그는 대부분 갓 전역한 사람들이 가지는 그런 복잡한 기준을 완전히 만족시키진 못했더라도, 늘 선배가 택할 수 있었던 차선의 결과는 되어줬던 것 같다. 물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동아리 활동 할 때 나름 베스트에 가까운 L의 부음을 들었더라도 사실 크게 변화는 없었을 것 같다. 아마 그 날 나는, 그 누구라도 상관없이, 이 곳을 벗어나기만 해도 되었으리라. 그래. 잘못받은 문자라도 마치 수십년을 알아왔던 것 마냥 나설 정도로, 그저 그 주말에는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 때는 그저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잘 몰지도 않던 차를 몰고 M시로 출발했다. 대형 마트 배달서비스로도 배달해주지 않는 맥주를 궤짝으로 살 때나 차를 몰았을까, 익숙치 않은 운전이었다. KTX를 타고 중간에 하차하는 방법도 있었고, 버스로 오더라도 비교적 적은 시간이 걸리는 곳이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은 내가 몰았어야만 했던 것 같다. 불안전한 감정을 달래는데는 내 불안한 운전이 자신에게 가장 와닿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의례적인 조의금을 내고 절을 했다. P의 어머니가 눈물 섞인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했으나, 사실 난 P의 죽음의 이유조차 전해 듣지 못했다. 다른 후배보다는 좀 더 낫게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P는 한 때 동아리를 같이 한 사이에 불과하다. 그게 전부다. 내가 가진 그 와의 경험으로 그를 낮춰 말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이제 와서 그를 높여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 나였던 만큼, 이 장례식장에 오기 위해 운전한 먼 거리를 생각해봤을 때, 내가 정말 P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래도 어쨌든 난 P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그 애도하는 순간만큼은 진심이었고 진심이고자 했다.
P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와 맺은 인연, 그와 함께 맺은 인연.. 아는 이 하나 없는 장례식장에 홀로 앉아 많은 생각을 했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난 그녀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분명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런 삶이었다. 나는 분명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결과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 대단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그다지 부족한 결과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투입만큼 산출이 나오는 평범한, 어찌 보면 출중하고 어찌 보면 기대 이하인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더 나은 조건을 필요로 했었는데, 늘 내게 무리한 결과물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날 만큼은 무리한 그런 무언가가 주어졌던 것 같다. 무려 금요일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해 내가 최대한 낼 수 있는 결과물을 냈음에도 팀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핀잔들 들어야만 했다. 그래, 그 핀잔이 조금만 달랐어도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욕을 먹었어야 했고, 그래서 그 금요일 밤에 나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야근을 시작했어야만 했다.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금요일 밤에, 그런 이유로 야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하다못해 내가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야근을 하고 있었다면 그 부음에 그렇게까지나 반응했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말이 일이지, 도저히 뭘 위해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그걸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 순간 그 자리를 벗어났더라도 크게는 이 순간에도 그 상황에 얽매이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출처 없는 괴로움에 반항하고 있을 때, 익숙하지 않은 번호에서 P의 죽음을 알리는 문자가 울렸다. P는, 그야말로 말하면 애매한 사이였다. 비록 그 죽음이 놀랍긴 했지만, 금요일밤에 서울에서 족히 다섯 시간은 밟아야 하는 그 거리를 달려가기는 먼 사이였고, 그렇다고 내가 여느 때와 같은 주말을 맞이하기엔 우린 먼 사이였다. P의 죽음을 알린 저장조차 하지 않은 번호가 누구였나 싶었지만, 그게 그다지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 부음에 대해 평소였으면 대단한 고민에 휩싸였겠지만… 그래. 그 때는 좀 달랐다. 뭔가 나는 그 순간에서 도망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 지방에서 친구가 운명했다니 얼마나 달콤한 핑계인가. 온전히 주말을 일에 바쳐야할 상황이었는데 적어도 다음 월요일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핑계로는 정말 기가 막혔다. 그래, 다음 주에 하면 그만이지.
그렇다고 단순히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P는 분명히 애매한 사이긴 했지만, 분명히 우리는 상당한 인연은 있었다. 제대 후에 느지막하게 가입한 동아리에서 그는 대부분 갓 전역한 사람들이 가지는 그런 복잡한 기준을 완전히 만족시키진 못했더라도, 늘 선배가 택할 수 있었던 차선의 결과는 되어줬던 것 같다. 물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동아리 활동 할 때 나름 베스트에 가까운 L의 부음을 들었더라도 사실 크게 변화는 없었을 것 같다. 아마 그 날 나는, 그 누구라도 상관없이, 이 곳을 벗어나기만 해도 되었으리라. 그래. 잘못받은 문자라도 마치 수십년을 알아왔던 것 마냥 나설 정도로, 그저 그 주말에는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 때는 그저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잘 몰지도 않던 차를 몰고 M시로 출발했다. 대형 마트 배달서비스로도 배달해주지 않는 맥주를 궤짝으로 살 때나 차를 몰았을까, 익숙치 않은 운전이었다. KTX를 타고 중간에 하차하는 방법도 있었고, 버스로 오더라도 비교적 적은 시간이 걸리는 곳이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은 내가 몰았어야만 했던 것 같다. 불안전한 감정을 달래는데는 내 불안한 운전이 자신에게 가장 와닿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의례적인 조의금을 내고 절을 했다. P의 어머니가 눈물 섞인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했으나, 사실 난 P의 죽음의 이유조차 전해 듣지 못했다. 다른 후배보다는 좀 더 낫게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P는 한 때 동아리를 같이 한 사이에 불과하다. 그게 전부다. 내가 가진 그 와의 경험으로 그를 낮춰 말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이제 와서 그를 높여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 나였던 만큼, 이 장례식장에 오기 위해 운전한 먼 거리를 생각해봤을 때, 내가 정말 P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래도 어쨌든 난 P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그 애도하는 순간만큼은 진심이었고 진심이고자 했다.
P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와 맺은 인연, 그와 함께 맺은 인연.. 아는 이 하나 없는 장례식장에 홀로 앉아 많은 생각을 했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난 그녀를 생각하지 못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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