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4-8
[S제약 상무 미성년자강간 현행범으로 체포]
강남경찰서는 S제약의 상무로 재직중인 박광택씨를
미성년자강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광택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회사에 견습사원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을 강간하던 중, 피해자가
질경련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된 후 체포되었다.
현재 피해자는 회복 중이다.
S제약은 이 사건 이외에도 직원 간의 폭행치사, 간통 고소
등으로 회사의 도덕성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이는 이 회사의
주가에도 반영되었다.
고 대리는 집에 배달된 신문의 사회면을 말 없이 읽으며, 자신의 지난 날이 떠올랐다. 서울에 올라가 마냥 좋아했었고,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는 온세상이 자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로서의 자신의 업무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삶에 힘겨워 도박에 빠져버린 아버지의 도박빚 600만원에 힘들어했고, 그 돈이 미끼가 되어 자신의 처녀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잃어버렸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게 된 것에 어쩌면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인숙아”
“응? 언니.”
“너 나랑 서울에 올라가서 살자.”
“서울에? 나도 언니랑 같이 살고 싶은데…”
“우리 같이 살자. 죽을 때까지. 차장님한테서 메시지가 왔어. 조그만 아파트도 구해주셨다고 하고, 너 일자리도 구했데.”
“내 일자리까지?”
“응. 성형외과 간호원. 차장님 친구분 중에 성형외과 병원하시는 분 있거든.”
“나야 그럼 넘 좋지 뭐. 나도 여기 떠나고 싶어. 언니. 아빠도 죽고 엄마도 죽은 곳. 떠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래.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근데 인숙아.”
“응”
“삼미산에 선녀탕은 아직도 찾는 사람 많니?”
“그럼. 찾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지. 영험하다고 그러쟎아. 소원 다 들어준다고.”
“우리 오늘 밤에 거기 가지 않을래? 목욕하러.”
“겨울에? 흐르는 물이라서 얼어 있지는 않겠지만,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데.”
“감기 걸리면 어때. 난 선녀님들한테 소원 빌게 있어.”
“뭔데? 돈 많이 버는거?”
“아니, 내 몸을 다시 깨끗이 해 달라고 기도할거야.”
“… 언니, 그럼 나도 언니랑 같이 목욕하고 선녀님한테 기도할게.”
“그래, 우리 같이 가자.”
고 대리는 동생에게 어떤 소원을 빌거냐는 말은 묻지 않았다. 고향에서 꿋꿋하게 아버지를 돌보며 생활한 동생이었다. 자신보다 더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동생이었다.
한편, 신문기사를 본 조인숙도 무척 화가 나 있었다.
“관리부장은 나를 이런 강간범하고 같이 저녁을 먹게 할 작정이었어요?”
“그게…저도 박 상무가 그런 인간인 줄은 몰랐습니다.”
“하는 일 마다 한심하다니깐. 연구소장은 건강팬티 프로젝트 어떻게 진행하고 있어요?”
“예,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양산체계를 잡는 것으로 생산라인 조정하고 있고, 다음 주부터 양산에 들어갑니다.”
“마케팅하고 영업이랑 얘기 잘해서 빠른 시간 안에 많이 팔도록 해요.”
“무역부장 쪽은 어때요?”
“저희는 기존 라인 관리에 아무 문제 없고, 원자재 공급도 아무 문제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무역부가 제일 낫군. 자드라보드라사 상황은?”
“새로운 사장으로 데이빗 본 전 부사장이 내정되었습니다. 사장이 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가 없나요?”
“그건에 대해서는 저 쪽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습니다. 저희가 꼬치꼬치 케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회사 대 회사니까. 비즈니스상에 문제 없으면 상관 없겠지.”
“다들 무역부장처럼 똑 부러지게 일 좀 해봐요. 가봐요.”
사장실을 나오면서 무역부장으로 있는 나잘난 부장은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제 사장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어린 눈길을 받으며, 나 부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와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실었다. 오늘 저녁에 있을 최 대리와의 데이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그 놈의 엉덩이는 아무리 쓰다듬어도 이뻐죽겠단 말이야.”
나 부장의 최 대리의 벗은 엉덩이를 생각하며 옷 위로 자신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자드라보드라사와 얘기가 잘된 것도 최 대리 덕인 것 같았다.
“자식, 최 대리를 보고는 한 눈에 뻑 가서는 바로 사인하는 꼴이라더니…물건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나 부장은 미국 출장때 최 대리를 데리고 갔었다. 가족이나 회사와 떨어진 미국에서 일도 할 겸 그리고 최 대리와 즐기기도 할 겸해서 최 대리를 데이고 갔는데, 최 대리를 본 자드라보드라사의 사장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추파를 최 대리에게 던지는 것이었다. 나 부장은 미국 사장이 게이라는 것은 담박에 알 수 있었다. 출장 내내 혼자 밤을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나 부장은 최 대리를 미국 사장에게 빌려줬다. 엄청난 그 놈의 자지를 사흘 동안 항문으로 받느라고 귀국을 해서도 한 동안 불편했던 최 대리지만 그 일을 가지고 과장 진급을 좀 빨리 시켜주면 될 일이었다.
나 부장은 다리를 책상 위에 길게 뻗고는 지난 주 금요일에 최 대리와의 섹스를 생각했다. 최 대리의 매끈한 살결, 군살 하나 없는 배와 허리, 그리고 자신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엉덩이…나 부장이 눈을 감고 그 날의 생각에 잠겼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최 대리가 황급히 들어왔다.
“부장님.”
“어? 뭐야. 최 대리. 왜 그래?”
최 대리의 얼굴을 보니 공포감에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다.
“진정하고 천천히 얘길해봐.”
“전에 자드라보드라 사장한테서 저에게 이메일이 왔는데요. 전 이제 죽었어요. 저 어떡합니까?”
나 부장은 사무실의 문을 먼저 닫고는 최 대리를 진정시켰다. 그리곤 최 대리가 내미는 이메일을 읽어내려갔다. 나 부장의 얼굴도 공포감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에이즈 양성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며 자신과 섹스를 했던 최 대리도 병원에 가서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끝맺음과 함께.
“이제 우리 어떡해요? 부장님…어헝…”
“이봐…이봐…진정하자고. 우리 병원에 우선 가자. 가서 검사부터 받아보자.”
“전 병원 안갈래요. 그러다 진짜 에이즈라도 걸렸으면 어떡해요?”
“이 씨발놈아. 너 맘대로 해. 너야 니 한 몸하고 니 게이 친구들 밖에는 없겠지만, 난 내가 걸리면 우리 마누라도 걸리는거라구. 그럼 끝장이야.”
나 부장은 양복 외투를 집더니 사무실 문을 나섰고 최 대리도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는 나 부장의 뒤를 따랐다. 사무실 문을 나서니 벌써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에이즈 검사 신청을 한 뒤, 두 사람은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검사원은 차갑게 검사 결과를 한 시간 뒤면 알 수 있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두 사람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한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나잘난씨!, 최태로씨!”
기나긴 한 시간이 지나고 간호원이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두 사람은 무거울데로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금테 안경을 쓴 의사가 인상보다 더욱 차가운 몸짓으로 검사 챠트를 뒤적였다.
“나잘난씨”
“네…선생님.”
“나잘난씨는 에이즈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음성이면…안 걸렸다는…하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최태일씨”
“네…” 최태일은 거의 울음 일보직전이었다.
“최태일씨는 에이즈 검사결과가…음성 입니다.”
최 대리는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는 소리에 여태까지의 긴장이 풀리는지 의자에서 미끌어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최 대리, 임마 정신차려. 우리 살았어. 우리 살았다고.”
최 대리는 잠시 잃었던 정신을 차리더니, 나 부장의 손을 획하고 뿌리쳤다.
“이 씨발놈, 개 같은 놈. 날 그런 놈한테 넘겨. 이 씨발새끼야.”
“이 새끼가 어따대고 막말이야. 너 나 한테 죽어볼래.”
“이것들 보세요.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검사는 간이 검사 결과 자료 입니다. 정밀 검사 결과는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오니까 두 사람 모두 그 날 다시 오세요. 간호원! 이 사람들 내보네.”
나 부장과 최 대리는 의사로부터 정밀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 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시금 기운이 쭉 빠져서는 진료실을 나왔다.
“이 씨발놈아, 회사에서도 아는 채도 하지마…. 개새끼야….”
“씹새…내 근처에도 오리마라 새끼야…”
두 사람은 각 자 다른 택시를 타고는 회사로 향했다.
나 부장이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벌써 소문이 사무실에서 했던 얘기가 퍼져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웬지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 같았고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알랑방귀를 끼던 인간들이 자신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것이었다. 나 부장은 절규했다.
“이 씨발놈들아~ 나 에이즈 안 걸렸단 말이야!”
[S제약 상무 미성년자강간 현행범으로 체포]
강남경찰서는 S제약의 상무로 재직중인 박광택씨를
미성년자강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광택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회사에 견습사원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을 강간하던 중, 피해자가
질경련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된 후 체포되었다.
현재 피해자는 회복 중이다.
S제약은 이 사건 이외에도 직원 간의 폭행치사, 간통 고소
등으로 회사의 도덕성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이는 이 회사의
주가에도 반영되었다.
고 대리는 집에 배달된 신문의 사회면을 말 없이 읽으며, 자신의 지난 날이 떠올랐다. 서울에 올라가 마냥 좋아했었고,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는 온세상이 자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로서의 자신의 업무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삶에 힘겨워 도박에 빠져버린 아버지의 도박빚 600만원에 힘들어했고, 그 돈이 미끼가 되어 자신의 처녀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잃어버렸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게 된 것에 어쩌면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인숙아”
“응? 언니.”
“너 나랑 서울에 올라가서 살자.”
“서울에? 나도 언니랑 같이 살고 싶은데…”
“우리 같이 살자. 죽을 때까지. 차장님한테서 메시지가 왔어. 조그만 아파트도 구해주셨다고 하고, 너 일자리도 구했데.”
“내 일자리까지?”
“응. 성형외과 간호원. 차장님 친구분 중에 성형외과 병원하시는 분 있거든.”
“나야 그럼 넘 좋지 뭐. 나도 여기 떠나고 싶어. 언니. 아빠도 죽고 엄마도 죽은 곳. 떠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래.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근데 인숙아.”
“응”
“삼미산에 선녀탕은 아직도 찾는 사람 많니?”
“그럼. 찾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지. 영험하다고 그러쟎아. 소원 다 들어준다고.”
“우리 오늘 밤에 거기 가지 않을래? 목욕하러.”
“겨울에? 흐르는 물이라서 얼어 있지는 않겠지만,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데.”
“감기 걸리면 어때. 난 선녀님들한테 소원 빌게 있어.”
“뭔데? 돈 많이 버는거?”
“아니, 내 몸을 다시 깨끗이 해 달라고 기도할거야.”
“… 언니, 그럼 나도 언니랑 같이 목욕하고 선녀님한테 기도할게.”
“그래, 우리 같이 가자.”
고 대리는 동생에게 어떤 소원을 빌거냐는 말은 묻지 않았다. 고향에서 꿋꿋하게 아버지를 돌보며 생활한 동생이었다. 자신보다 더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왔을지도 모르는 동생이었다.
한편, 신문기사를 본 조인숙도 무척 화가 나 있었다.
“관리부장은 나를 이런 강간범하고 같이 저녁을 먹게 할 작정이었어요?”
“그게…저도 박 상무가 그런 인간인 줄은 몰랐습니다.”
“하는 일 마다 한심하다니깐. 연구소장은 건강팬티 프로젝트 어떻게 진행하고 있어요?”
“예,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양산체계를 잡는 것으로 생산라인 조정하고 있고, 다음 주부터 양산에 들어갑니다.”
“마케팅하고 영업이랑 얘기 잘해서 빠른 시간 안에 많이 팔도록 해요.”
“무역부장 쪽은 어때요?”
“저희는 기존 라인 관리에 아무 문제 없고, 원자재 공급도 아무 문제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무역부가 제일 낫군. 자드라보드라사 상황은?”
“새로운 사장으로 데이빗 본 전 부사장이 내정되었습니다. 사장이 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가 없나요?”
“그건에 대해서는 저 쪽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습니다. 저희가 꼬치꼬치 케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회사 대 회사니까. 비즈니스상에 문제 없으면 상관 없겠지.”
“다들 무역부장처럼 똑 부러지게 일 좀 해봐요. 가봐요.”
사장실을 나오면서 무역부장으로 있는 나잘난 부장은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이제 사장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어린 눈길을 받으며, 나 부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와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실었다. 오늘 저녁에 있을 최 대리와의 데이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그 놈의 엉덩이는 아무리 쓰다듬어도 이뻐죽겠단 말이야.”
나 부장의 최 대리의 벗은 엉덩이를 생각하며 옷 위로 자신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자드라보드라사와 얘기가 잘된 것도 최 대리 덕인 것 같았다.
“자식, 최 대리를 보고는 한 눈에 뻑 가서는 바로 사인하는 꼴이라더니…물건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나 부장은 미국 출장때 최 대리를 데리고 갔었다. 가족이나 회사와 떨어진 미국에서 일도 할 겸 그리고 최 대리와 즐기기도 할 겸해서 최 대리를 데이고 갔는데, 최 대리를 본 자드라보드라사의 사장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추파를 최 대리에게 던지는 것이었다. 나 부장은 미국 사장이 게이라는 것은 담박에 알 수 있었다. 출장 내내 혼자 밤을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나 부장은 최 대리를 미국 사장에게 빌려줬다. 엄청난 그 놈의 자지를 사흘 동안 항문으로 받느라고 귀국을 해서도 한 동안 불편했던 최 대리지만 그 일을 가지고 과장 진급을 좀 빨리 시켜주면 될 일이었다.
나 부장은 다리를 책상 위에 길게 뻗고는 지난 주 금요일에 최 대리와의 섹스를 생각했다. 최 대리의 매끈한 살결, 군살 하나 없는 배와 허리, 그리고 자신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엉덩이…나 부장이 눈을 감고 그 날의 생각에 잠겼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최 대리가 황급히 들어왔다.
“부장님.”
“어? 뭐야. 최 대리. 왜 그래?”
최 대리의 얼굴을 보니 공포감에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다.
“진정하고 천천히 얘길해봐.”
“전에 자드라보드라 사장한테서 저에게 이메일이 왔는데요. 전 이제 죽었어요. 저 어떡합니까?”
나 부장은 사무실의 문을 먼저 닫고는 최 대리를 진정시켰다. 그리곤 최 대리가 내미는 이메일을 읽어내려갔다. 나 부장의 얼굴도 공포감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에이즈 양성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며 자신과 섹스를 했던 최 대리도 병원에 가서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끝맺음과 함께.
“이제 우리 어떡해요? 부장님…어헝…”
“이봐…이봐…진정하자고. 우리 병원에 우선 가자. 가서 검사부터 받아보자.”
“전 병원 안갈래요. 그러다 진짜 에이즈라도 걸렸으면 어떡해요?”
“이 씨발놈아. 너 맘대로 해. 너야 니 한 몸하고 니 게이 친구들 밖에는 없겠지만, 난 내가 걸리면 우리 마누라도 걸리는거라구. 그럼 끝장이야.”
나 부장은 양복 외투를 집더니 사무실 문을 나섰고 최 대리도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는 나 부장의 뒤를 따랐다. 사무실 문을 나서니 벌써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에이즈 검사 신청을 한 뒤, 두 사람은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검사원은 차갑게 검사 결과를 한 시간 뒤면 알 수 있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두 사람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한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나잘난씨!, 최태로씨!”
기나긴 한 시간이 지나고 간호원이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두 사람은 무거울데로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금테 안경을 쓴 의사가 인상보다 더욱 차가운 몸짓으로 검사 챠트를 뒤적였다.
“나잘난씨”
“네…선생님.”
“나잘난씨는 에이즈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음성이면…안 걸렸다는…하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최태일씨”
“네…” 최태일은 거의 울음 일보직전이었다.
“최태일씨는 에이즈 검사결과가…음성 입니다.”
최 대리는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는 소리에 여태까지의 긴장이 풀리는지 의자에서 미끌어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최 대리, 임마 정신차려. 우리 살았어. 우리 살았다고.”
최 대리는 잠시 잃었던 정신을 차리더니, 나 부장의 손을 획하고 뿌리쳤다.
“이 씨발놈, 개 같은 놈. 날 그런 놈한테 넘겨. 이 씨발새끼야.”
“이 새끼가 어따대고 막말이야. 너 나 한테 죽어볼래.”
“이것들 보세요.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검사는 간이 검사 결과 자료 입니다. 정밀 검사 결과는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오니까 두 사람 모두 그 날 다시 오세요. 간호원! 이 사람들 내보네.”
나 부장과 최 대리는 의사로부터 정밀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 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시금 기운이 쭉 빠져서는 진료실을 나왔다.
“이 씨발놈아, 회사에서도 아는 채도 하지마…. 개새끼야….”
“씹새…내 근처에도 오리마라 새끼야…”
두 사람은 각 자 다른 택시를 타고는 회사로 향했다.
나 부장이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벌써 소문이 사무실에서 했던 얘기가 퍼져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웬지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 같았고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알랑방귀를 끼던 인간들이 자신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것이었다. 나 부장은 절규했다.
“이 씨발놈들아~ 나 에이즈 안 걸렸단 말이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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