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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수건 - 골목"은 이미 올려진 글인데,
작품등록시 본인의 실수로 인하여
작품제목이 2개가 되어 혼선이 있었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은 방법이
처음부터 다시 "소설게시판" 에 등록을 해야 수정이 된다고 하여
부득이 다시 올려서 수정을 하게 되었어요.
독자님들
번거롭게 다시 "클릭"하게 하여 정말 죄송해요.
설앵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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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빨간 수건 (번외)
(부제) 골목
그래 가거라. 이 년아. 가거든 다시는 이 산골에 오지 마라.
누구 말처럼 산골을 바라보고는 오줌도 누지 마라 말이야.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고도 뭔 이야기가 남았는지 그냥…그냥…
친구 남편이 아침을 보챈다.
형자야.
부르지 마. 내 이름도 잊어 이 년아.
모질고도 모진 니 운명을 누가 막아서겠니.
내년 추석 땐 벌초하려 와야 되고 구정 땐 다시 와야 해.
엄마 아빠가 너무 외롭잖아.
아. 참. 그렇지. 그래. 벌초는 니 대신 내가 하고 산소에 절도 내가 할 테니
넌…다시는 이 산골에 오지 마라.
응 ? 부탁이야.
형자야. 눈물이 고인다.
형자도 나도…
아냐 올 거야. 너도 보고…너의 애기도 봐야 하고.
이 년아. 또 다시 이 산골에 발목이 잡히면
넌 그대로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해 응 이 년아.
알아. 안다고. 그러나 난 어차피 산골의 촌년이야. 난 그걸 잊지 않고 살 거야.
우라질 년. 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 니 꼬라지 뵈기도 싫어 이 년아.
어서 가 이 년아.
서울로 가거든 부디 딴 데다 헛 지랄 하지말고 밥이나 잘 챙겨 먹어 응.
친구는 내가 야설쟁이가 되는 걸 싫어한다.
그러나 어느 누가 말린다 해도 나는 나의 글을 읽어주는 한사람의 독자가 있는 한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왜냐 고요 ? 저 좋아서 하는 일 누가 말려도 되던가요 ?
뒤돌아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무슨 나무예요 ? 예. 이건 설앵초란 꽃나무 이예요. 설앵초 ? 꽃 ? 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모두 멈춰 섰어요.
그 사이에 차들이랑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씽씽 지나갑니다.
아빠도 지나가고 엄마도 지나가고 친구도 지나가고 세월도 지나가고
이윽고 횡단보도에 6개월만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길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 사람들 속에 끼여 그렇게 서울의 자취방으로 이제 막 돌아 왔어요.
설이 왔어 ? 그래 얼마나 슬프고 고생했니 응 ? 우리 아가씨 죽는 줄 알았네.
6개월만에 보는 마음씨 좋은 주인아줌마가 저의 두 손을 잡고 금방 눈물을 글썽입니다.
자. 여기 그 동안 니 앞으로 날라 온 공과금 영수증이야.
어떤 거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일단 죄다 냈단다.
어줍잖은 것 때문에 설이가 신용불량자가 될까 봐 모두 다 냈어.
내가 안 내도 될 걸 잘못 낸 게 있다면 영수증만 돌려 줘.
아니 예요. 아줌마 고마워요. 눈물이 왈칵 솟는다.
집세도 6개월이나 밀렸는데 공과금까지 찾아서 다 내시고는
정작 자신이 받아야 할 밀린 방세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폰, 집 전화세, 수도세, 전기세, 인터넷 사용료, 책상 할부금 가스요금 등등
할부금은 제외하고 6개월 동안 어느 것 하나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두 내야 한단다.
누지도 않은 오줌세 까지…
동전 주머니의 잔돈까지 다 털어 주어도 6개월 간의 공과금 절반도 채 되질 않았다.
방세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급하게 산골로 갈 때 꾼 돈까지 합하면…
아줌마. 미안해요. 어쩌지요 ? 뭘. 천천히 내도 돼.
다니던 회사는 다시 가도 돼 ? 아뇨. 힘들 거예요. 후임자가 들어 왔데요.
그럼 과외는 ? 알바는 ? 천천히 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가 보다.
그래도 아직 6개월 치 방세 보증금이 남아 있으니 그걸로 까면 되지 뭐.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되묻는다. 그럼 나는 ? 내년 등록금은 ? 아니 지금 당장 쌀은 ?
아빠가 살아 계실 땐 산소자리로 달라고 뻔질나게 조르더니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도 서울로 간다고 하니까 "그거 우리 아니면 살 사람이나 있을까나" 하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2-3백을 이야기하다가 알아보니 30만원도 비싼 거래. 이거라도 받으려면 받아.
그래. 안 사도 돼. 나도 팔지 않을 거야.
내일 당장 굶어 죽어도 그 까짓 몇 푼에는 팔지 않는다.
아빠의 병간호로 나에게는 태산같은 짐으로 다가오는 빚도 갚아야 하지만
난 결코 당신 앞에 무릎은 꿇지 않을 것이다.
설이 씨죠 ?
네 ?
응. 옆방 새댁이야. 결혼한 지 10일이나 됐나 ? 그렇지 새댁 ?
네. 음…11일요.
아줌 마…아…
알아. 요즘 저기…니 방 뒤 길 건너편에 있는 공장이 문을 닫고 난 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2-3개월 비워 놓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랬어.
그래도 아줌마…
알아. 설이가 이해를 좀 해줘. 응 ? 결혼하지 않은 처녀만 들이기로 한 거지만 어쩔 수 없잖아 ?
조용히 할 깨요. 새댁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
(아니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1일짼데 젊은 니들이 조용히 한다고 ?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
응. 신랑은 지방으로 다니는 화물차 운전하는데 4일이나 5일 ?
어떤 땐 일주일만에 집에 온다고 하니까 조용 할거야 그렇지 새댁 ?
네. 그럼요.
(그럼 엊그제 갓 결혼한 부부가 매일 응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가끔 한번 씩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날은 그 동안 참았던 걸 다 하자고 밤새도록 덤비면
아이쿠. 그 날은 난 죽었구나)
당분간이야.
괜찮아요.
(오죽하면 이 산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렸겠는가 마는 나 보다 어려 보이는 새댁이 안쓰럽다)
이 새댁도 낮에는 저기 봉제공장에 나가니까 애도 없고 절간 같을 거야.
(아니 이 판국에 아기까지 있었다면…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왼지 씁쓸하다.
앞으로 우리 잘 지내요. 전 설이고요.
네. 아줌마에게 말씀 많이 들었어요. 낮엔 회사에 밤엔 학교 나가신다 고요 ?
회사는 쫑 났고요. 학교도 갈지 안 갈지 몰라요.
우리 그이 오면 우리 집에서 저녁이나 한 번 같이 해요.
번거롭게 뭘 그르세요. 먹었다고 생각 할 깨요. 고마워요.
그래도…
6개월이나 묵혀 먼지가 층층이 쌓인 방바닥에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내 발자국을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꾸만 발자국을 찍으면서.
그런데. 어라 ?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발자국이 ?
아니 그럼. 지금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거 아냐.
그래 난 살아 있었다.
이젠 비록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 뿐이어도…난 살아 있었다.
그리고 살아가야 하고. 기필코 난 살아야 한다.
그래. 하늘아.
어디 한번 무너져 봐라.
그래도 난 보아란 듯이 솟아나 살아 있을 것이다.
사골에서 가져온 아빠의 라디오를 켜 놓자 아빠가 내방에 오신 것 같았다.
난 갑자기 바빠졌다.
폰을 충전기에 넣어 벽 콘센트에 꼽자 말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반갑다. 아. 너도 살아 있었구나.
잠깐 기둘러요. 난 지금 매우 바쁘거든요.
컴에 전기를 넣고 웃옷을 벗어 부치고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미친 듯이 털고 쓸고 닦고 빨고 훔치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흐른다.
286 600메가 컴이 딱 멈추고는 종내 먹통이다. 왜 일까 ?
그래. 넌 이따 나중에 다시 보자.
우선 라면이라도.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렌즈에 올려놓고
퉁탕 퉁탕 우당탕.
나는 일부러 내가 살아있다는 소리를 크게 내고 싶었다.
김치 없지 ? 자. 김치. 또 라면이야 ? 여기 찬밥이 조금 남았어.
방이 이게 뭐니 ? 아. 이것아. 보일러 좀 올려 놔. 오래 묵혀서 그래. 지독하기는. 네.
우리 이번에 디지탈인가 뭔가 텔레비전을 바꾸었거든 우리가 보던가 여기 놓고 볼래 ?
설이가 텔레비전이 없었지 생각하고 버리지 않았거든…네…
참. 그리고 세탁기도 줄까 ? 덜컹덜컹 소리나고 작아도 아직 이야. 혼자니까.
네 고마워요.
컴을 6개월 간이나 사용하지 않았다고요 ?
바이온가 뭔가 다시 갈고 깔아야 한다 고요 ?
사양이 어떻게 되냐고요 ? 나한테 댁이 뭘 사양한다는 거 예요.
하드가 어떻다고요 ? 그야 하드는 있지요.
뱀요 ? 뱀이라고요 ? 왼 뱀요 ? 아. 뱀이 아니라 램요 램 ? 좁쌀 밥만 먹었나 왜 말이 짧아.
몰라요. 그건 뭐 하는 건 데요 ?
…OS는 뭐냐고요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오리지날 스트레오 예요 ? 그건 필요 없는데.
아…네. W98요.
네. 그 전에는…네. 클릭하고 나서 오줌누고 커피 끓여 놓고 있으면 떠요.
되게 빠르다고요 ?
네…모레나 오겠다 고요 ? 아니 글피나…오세요. 그래요.
(모래 오면 난 돈도 없는데…)
그러세요.
손님은 피부가 건성피부라서 수분이나 유지가 조금 들어 간 걸 고르셔야 해요.
…그래요…그냥 저기 저 영양크림 제일 적은 걸로 하나 주세요.
서울은 확실히 공기가 나쁘다.
가만 로션이 ? 크림이 ? 없으면 어때. 그냥 자자. 얼굴이 조여든다.
화장을 하지 않으니까 클린싱 크림으로 닦아 낼 필요도 없고 씻고 로션이나 바르고 자 자.
이제야 방바닥이 미지근하다. 얼른 보일러 스위치를 내리고 이불을 폈다.
뜨거운 라면을 후루루 먹다 그만 목이 맨다. 아빠 저녁 먹었어 ?
그랬어. 엄마가 맛있게 차려 주었다고 ?
그 봐. 엄마가 나보다 백 배 천 배 낫다고 했지. 맞지 ?
간밤에 한 숨도 못 자고 다시 시외버스에 시내버스에 청소에 시달린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지난 6개월을 반추해 본다.
이제 이대로 잠들었으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이대로 제발 잠들었으면…
나는 이렇게 서울의 첫날밤을 맞았다.
아빠처럼 라디오를 끄지 않은 채…
아빠 잘 자. 산골이 춥지는 않아. 엄마 곁이라 아빠는 더 따듯할 거야.
그런데 난 왜 더 춥지 ?
내일은 ?
그래.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밑줄과 동그라미를 친 벼룩시장과 가로수.
그래. 너만 믿는다.
그럼. 내일 새벽 3시에 나오세요. 한 2-3일 간은 길도 익히고 신문 넣는 집도 알아야하니까.
신문 접고 말고 던지고 신문사이에 광고전단지 끼우고 비 오는 날은 비닐도 씌워야 하고…
오토바이는 못 타요. 자전거는 배우다 말았는데…조그만 타면 될 거 에요.
그럼 내일 새벽 3시에…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잡고 가불 좀…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내일 보잔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뻔뻔하다.
점심은 주나요 ? 문방구 주인이 싸늘하게 쳐다본다. 그건 안 주는데요. 자기가 사먹어야 해요.
그럼…안되겠는데요. 돌아섰다.
난 밥이 급하다.
저 그릇을 다 씻어야 하나요 ? 네. 점심시간만 봐 주면 돼요. 밥은 ?
아니 식당에서 뭔 밥걱정이에요. 아. 네.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나올 깨요.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있는데 이걸 드릴 테니 가불 좀…
어 ? 아가씨 혼자네 ? 주민등본에 눈을 때지 않고 묻는다.
네. 그럼…엄마 아빠는 계셔 ? 네. 강원도에…전 공부하느라 혼자 와서 그래요.
엄마 아빠는 영원히 살아 계신다. 내 마음 속에…
학교는 이 전화로 확인하면…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네. 고마워요.
저…밥 남은 거 있으면…
그래. 마침 우리도 먹을 거야. 우리 점심시간은 남 밥 다 먹이고 오후 세시나 돼야 해.
설렁탕 그릇에 밥을 말자말자 허겁지겁 코를 박고 쉴 새 없이 퍼먹다가
너무 조용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설렁탕집 주인아줌마가 빙그레 웃으신다.
배가 고팠네. 더 줄까 ? 아뇨. 됐어요 (묻지만 말고 밥이나 좀 더 주지)
얼굴도 고만한 게 이런 험한 일을 할 애가 아닌데 아무래도 언니 그 돈 떼였소 그래.
가불금 20만원을 받아 들고 돌아서 나오는데 등뒤에서 나 들으라는 듯이 주고받는다.
아냐. 다른 데로 흐르지 않고 험한 일 하면서 땀 흘려 벌려고 하는 게 얼마나 이뻐.
쳇. 한나절이나 견디겠수. 아라이(그릇 씻기)가 어디 그리 쉬운 감.
(걱정 마세요. 산에서 지게 지고 나무하기보단 쉽겠죠)
자취방 주인 아줌마에게 진 빚들을 조금이라도 갚아 주고 기다려 달라고 해야 될 것 같고
아빠의 시체를 검진하였던 의사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해서 방사선과에 들려
X에이 직촬 이라던가 ? 객담검사까지의 병원비도 있어야 하고
컴이 말을 듣지 않고 메모지에 메모할 시간도 없어 작은 녹음기 하나라도 사야하고
철 지난 여름 티에 덮어 입을 가디건도 한 사야하는데 23,000원이라고 ? 더럽게 비싸네.
청바지도 갈아 줘야 하고
쌀도
라면도
배추도.
이런 일 해 보셨어요 ? 배워만 주면 금방 할 거 같은데…
좋아요. 당분간은 홀에서 서빙만 하다가 손에 익으면 깁밥도 싸보고 만두도 만들고…
그런데 밤을 새워야 하는데…몇 시까지 ?
새벽 3시 전 까지만…안 되요 ?
새벽 3시라…그 시간이면 손님도 뜸하고…그 대신 돈이 작은데…
괜찮아요.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있는데 가불 좀…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내일 보잔다.
됐어.
아자.
그랬구나. 친구한테 전화를 받고 휴학처리는 했다만…등록금 반환 문제는 그게…아마…
내년 신학기에 근로장학이나 다른 장학신청을 해 줄 테니 그 동안 내 자료나 정리해주고
시험지나 논문들을 채점 해주면…안 되겠니 ?
늙은 교수가 안경너머로 묻고 있었다.
그거 신청하려면…학점은 되겠지 ? 될…거 예요.
난 돌아섰다.
내년에 다시 이 교문을 드나 들 수가 있을는지.
교수님. 전 지금 배가 고파요. 배가 많이 고프거든요. 죄송해요.
낮에 본 켐퍼스가 정말 아름답고 낮에 본 학생들이 정말 부러웠다.
아. 설이 님이죠. 사장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빠가 아파서…네. 돌아 가셨군요.
사장님은 ? 산골에 가기 전에 다니던 회사다. 네. 지금 시내에 좀 나가셨어요.
왔다 갔다고 할 깨요. 봉급도 조금 줄게 있다고 하던데 (사실 난 그것 때문에 여기에 왔다)
아뇨. 말씀드리지 마세요.
워낙 황망해서 인수인계도 하지 못하고 가서 제가 오히려 미안해요
회사 문밖까지 배웅하는 아가씨의 화장이 너무 짙다고 느꼈다.
아니 내가 맨 얼굴이라서 그런가 ? 그래도 눈화장이랑 루즈가 너무 찐하게 느껴진다.
갈 깨요. 아니 바쁜데 더 나오실 꺼 없어요.
회사 마당을 지나는데 오른쪽에 텅 빈 테니스장이 보인다.
백핸드를 배우는데 4개월이나 걸렸던 사장님의 호탕한 웃음이
텅 빈 테니스 코트에 먼지를 일으키며 데굴데굴 구른다.
사장님이 설이 님을 한번 이겨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는데 테니스를 잘 치는가 봐요.
뭘 요. 사장님이 봐 주셔서 그렇지요.
(아. 지금 회사 식당에 가면 저녁 한끼는 때울 수가 있는데)
노란색 넘버의 화물차가 제품을 싣고 있다.
요즘은 보라색과 진빨강이 많이 나가는 모양이죠 ?
네. 사장님이 계셨으면 참 좋았을 것인데…
아뇨.
그래도…
갈 깨요.
다음에 한번…
…아뇨.
(다시는 내가 올 데가 아니다. 아가씨. 걱정 마세요. 내가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가 몰고 다니던 회사 차가 늦가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 저기 서 있다.
3년 동안 정이 들었던 찬데…
원고는 언제 완성되나요 ? 아. 그거야…그래도 설이 님 사정이죠. 늦어서 죄송해요.
되도록 빨리요. 네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잔금을 당겨서…좀…
내일 들리세요. 네.
내일은 곤란하고요. 아니 앞으로 시간이 너무 없을 것 같아서 계좌로…
그러세요. 잔금은 진작에 준비해 두었어요.
그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려 큰 X-레이도 찍고 객담검사까지 받았는데
X-레이만 보기엔 시집가는데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지만 2-3일 후 객담검사 결과까지 보잔다.
의사가 왜냐고 물었지만 난 그냥…그냥 한번 찍어 보는 거예요. 객담검사까지 그냥 ? 네.
아∼
아빠는 너무 못 먹어서 그 병에 걸렸고 또 너무나 못 먹어서
일찍 돌아가셨다는 공의의 말이 생각나서 내 가슴은 또 한번 무너진다.
뗄 레 레 레.
왔으면서 전화는 왜 안 받아 응 ? 휴대폰 건너에서 날 원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됐어.
지금 만나자.
안 돼.
왜 ?
난 상주야. 상주.
상주면 어때 ?
하늘아래 둘도 없는 천하의 죄인이야. 누굴 만나고 자시고 해선 안 된데.
거기 어디야 ? 내가 갈 깨.
아냐 오지마.
내가 니 아빠 장례식에 못 갔다고 그러니 ?
그건 아냐.
그럼 ?
아냐 그냥…
…
설아. 난 말이야. 너…한테서 도대체 난…뭐니 ? 2년 동안…
몰라.
지금 말야.
지금이고 어제고 내일도 난 몰라.
그럼 내가 너한테 남자니 ? (다급하게 묻고 있다)
그럼 여자니 ?
지금 만나자. (지금 만나면 밥은 한끼 얻어먹을 수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싫어. 아니 싫어지려고 해.
그르지 마. 우리 이대로 쫑 낼래 ?
너만 좋다면…
그르지 마. 우리 지금 만나자.
너. 우리…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쓰는 거 아냐.
…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어느새 깜깜하다
서울의 밤은 언제나 화려하다.
내가 너무 초라해서 인가 ?
손목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 같은 과 남자다.
낮에는 금형인가 뭔가 하는 조그만 회사에 나가고 나처럼 밤에는 학교에 나온다.
내가 지겹고 지겨운 이 공부를 겨우 주간 1년을 채우자마자 밤에만 벌어서는
등록금 조달이 어려워 애걸복걸 야간으로 돌려 5년 해서 6년씩이나 하고 있는데…
아니 앞으로 야간 1년을 더 해야하니 7년이다.
그것도 희망사항이고 내일도 모르는데 내년이라니…
그 친구는 군대에 갔다 온 것을 빼고 나면 5년 차다.
언제나 거기서 거기까지.
한 걸음도 진전이 없고 언제나 티격태격 그 자리다.
내년에 등록할 거니 ?
그걸 니가 왜 물어 ?
…
…이만 끓자. 난 바쁘거든
설아…
그래 알았어.
다음에 연락할 깨.
응.
참. 니 노트랑 책이랑 모두 나한테 있는데…
그건 구워 먹던지 삶아 먹든지 니가 알아서 해.
아니 내년에 다시 복학해야지.
내년 ? 몰라.
설아.
그렇게 됐어. 걱정하지마. 그럼 끊는다.
가슴에 싸∼아 하고 찬바람이 분다.
아줌마. 여기 밀린 공과금 조금…
아니. 넌 어떻게 된 애가 나갔다 하면 돈을 주워 오니 응 ? 넌 돈 만드는 기계야 응 ?
돈이 길바닥에 늘렸어요 늘렸어. 방세는 다음달부터 두 달치를 드릴 깨요.
그럼 6개월 치 밀린 건 6개월만에 다 갚는 셈이네요 그렇게 해도 되죠 ?
그럼. 아. 그런 걸랑 걱정하지 마. 니 형편 뻔히 알면서 이걸 받기가 이거 원 미안해서.
(그럼요. 아직 6개월 치 방세에 해당하는 보증금도 있는데 뭘 걱정하세요)
왜 라디오를 켜 놓고 나갔었니 ?
아빠가 계시 잖…아…요…
난 이젠 라디오 전용대본은 쓰지 않을 것이다.
산골에서 바깥 세상과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유일한 라디오.
주무실 때나 잠이 깨어 있으실 때도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 놓고 사셨던 아빠를 위해
살아 생전에 내 이름으로 된 라디오 연속극 하나 들려 드리는 것이
소원이었는데…대작가이신 학교 교수님을 도와 새끼 작가로 참여한 것이 단 한편.
그것도 내 이름은 나오지 않고 대표작가 이름만 나왔으니
이제 누가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운 라디오 전용대본을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 전용대본보다는 좀 더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쉬운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로 했다.
그것도 어려우면 그때는 예전부터 써 왔던 데로 일반적인 소설 형태의 글을 써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한다면 선이 굵고 박력이 있고 조금은 거친 남성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
남성이 주인공이고 그것도 장편으로 말이다.
단편은 나에 대한 형벌이다.
짧은 글 속에서 사건의 전개와 결말을 마무리 해야하고
등장인물간의 인과관계를 극적으로 만들면서 기승전결이 명확해야 하니까
어떤 땐 한 자도 쓰지도 못하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데만 2-3달 걸리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아예 다음에 하고 밀쳐 둔 것도 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하더니 더러는 억지 춘향이도 있었다.
그렇다고 장편이 쉽다는 것은 아니고 그나마 군더더기도 조금은 허용되고
잔소리도 좀 넣으면서 쉬어도 가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개가 늘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하여 여유를 부리면서 농담도 할 수가 있고
옆길로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않는다면 사설도 찔끔찔끔 적당히 넣고 하다보면
단편이 가지는 압박감보다 조금은 덜할 것이다.
그것도 장편을 쓰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테마와 줄거리가 정해졌다고 해도 당장은 안 되고
까다로운 자료들도 찾아야 하고…어휴∼ 이러다 언제나 쓰나 그래.
주인공이 군산 출신이라 전라도 사투리 특히 군산 쪽 사투리도 완전히 문외한이다.
군산사투리를 번역(?)해 줄 사람을 구하기 전에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첩첩산중이구나.
자기 몸보다 두 배나 큰 건전지를 병렬로 연결하여 고무줄로 칭칭 동여매고 등에 진 채
그래도 무거운 줄 모르고 노래를 하고 있는 아빠의 라디오.
아빠는 지금도 내 곁에 계시는 거야.
지금도…
방바닥이 차갑다.
아빠는 더 차가운데 주무실 건데…
벽에 걸린 테니스 라켓이 빙긋 웃는다.
꼴에…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고 자빠졌네.
테니스는 무슨 테니스야.
똥 팔아 밥 사 먹을 돈도 없는데…
다리가 천근이다.
집을 나설 땐 땡전한푼도 없기도 하거니와 O천 제00동에서 사당역까지 걸어서 또
벼룩시장과 가로수의 밑줄을 따라 새벽부터 족히 10군데는 다녔을 것이다.
겨우 세 군데는 건졌다.
겨우가 아니다.
이 불경기에 타율이 3할 3푼 3리라면 강타자다.
신문지국, 설렁탕집, 깁밥 집 그리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그 사이에…아직 밤 11신데…
골목으로 난 내 방 창문은 밤이면 언제나 보안등 불빛으로 훤한데 오늘은 왼지 어둡다.
어제 저녁도 어두웠나 ?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정말 가로등이 왜 꺼졌지 ? 내일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야지.
보안등이 켜지지 않았을 때의 컴컴한 이 골목에는 불량 청소년들의 소굴이었고
우범지역이라 사건 사고가 끓이질 않아 1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하여
겨우 설치한 보안등인데 사후 관리도 잘 해줘야지…
반쯤 열린 내 방 커튼을 치고 돌아서려는데 건너편 담벼락에 시커먼 물체가 움직인다.
뭘까 ?
가만 ? 저거 사람 아냐 ?
그랬다. 남자와 여자였다. 깜깜한데서 뭘 하는 거지 ?
잠이 깬 내 동공이 점차 커지고 꿈틀거리는 사물이 희미하게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난 커튼을 살짝 열고 그 사이로 지켜보기로 했다.
복 많은 년은 자빠져도 가지 밭에 자빠진다고 야설쟁이에게는 희한한 구경이라 왼 횡재냐.
두 사람 다 남루한 옷차림에 초라한 형색으로 미루어
근처 조그만 가내공장에 다니는 사람 같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30대 후반 ? 40대 초반 ?
이 동네 사람들 형색이 모두 비슷비슷하고 더럽게 못사는 것까지도 두루 비슷비슷하니까.
한참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남자가 갑자기 여자를 와락 껴안는다.
어머. 이 봐요 빨리 피해요 네 ? 그러나 그런 내 걱정은 기우였다
여인이 반항을 하지 않고 남자에게 안긴 채 멍하니 어두운 하늘만 바라보고만 있는 걸로 보아
두 사람은 초면은 아닌 것 같았다. 남자의 행동이 점점 대담해진다.
여자가 마지못해 같이 껴안는다.
갑자기 남자의 손이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리면서 여자의 사타구니 쪽으로 들어간다.
여자가 잽싸게 남자의 손을 뿌리치면서 엉덩이를 틀어 보지만 앞에는 남자가 막고 있고
주인 아줌마 말대로 뒤에는 문 닫은 공장의 담벼락이라 여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두 어 번 몸을 뒤틀다가 이내 포기한다.
남자는 왼손으로 능숙하게 여자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제치고
얼굴을 여자의 앞가슴에 처박고 걸신들린 듯이 훔치고 있다.
그런 남자를 엄마가 아기에게 젓 먹이 듯 처다 보고만 있던 여자는
이윽고 두 팔을 올려 남자의 머리를 잡는다.
여자는 남자의 머리칼에 입을 맞춘다.
남자는 더욱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입으로 가슴을 헤집고 있었다.
여자의 치만 속에 들어간 남자의 손이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남자는 오른 손이 치마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의 사타구니에 깊숙이 넣고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여자가 가끔씩 엉덩이를 뒤틀며 앞뒤로 도망 다니는 것 같았다.
실랑이를 치면서도 남자의 오른 손은 여자의 사타구니에서 더욱 바삐 움직이고
여자는 간혹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풀썩 주저앉으려다 다시 남자의 목을 껴안으며 일어선다.
그르다가 남자는 여자의 치마 밑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리려고 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손을 잡고 고개를 흔들며 거부하고 있다.
아마 팬티를 벗겨 내리려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남자는 그냥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이다.
안 돼지 ?
거절할 것이면 치마 밑에 손이 들어 올 때 처음부터 냉정하게 거절을 해야지
남자를 저렇게 달구어 놓고 지금 와서 거절한다고 그게 말이 되남.
저 지경이면 이미 저 여자 자신도 반쯤은 그 분위기에 젖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고 망설이는 그 눈치를 남자가 모를 리가 없다
남자는 어린애라고 했다.
과자가 한번 먹고 싶어 조르기 시작하면 끝내는 울고불고 투정을 부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기어이 과자를 먹고 마는 어린애처럼
이미 한 번 선 남자의 바지 속 그 놈은 하다 못해 쥐구멍이라도 쑤셔 박아서
풀썩대며 방아를 찧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바지를 뚫고 나오려는 그 놈은 죽을 줄 모르고
달래면 달랠수록 더 커지는데
그걸 남잔들 어떻게 하랴.
실랑이는 한참이나 계속되다가 드디어 여자가 지쳤는지 더 이상 남자의 손을 막지 않는다.
여자가 포기를 한 걸까 ?
체념을 한 걸까 ?
아니면 여자도 덩달아 흥분하여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일까 ?
그것도 아니면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 주기 위해서 일까 ?
그 원인이야 정확하게 모르지만 두 팔로 사내 가슴을 연신 떠밀고 고개를 젖고
머리를 흔들며 거부하던 몸짓이 일순 무너진다.
어머, 저런…
그 사이 남자는 여자의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자
여자는 아주 능숙하게 오른쪽 왼쪽 다리를 번갈아 들면서 팬티를 손쉽게 벗기게 도와주고 있다.
남자는 팬티를 들고 여자에게 이걸 어떻게 하고 묻는 모양이다.
여자는 팬티를 받아서 꽉 쥐여 한 줌으로 만든 후 핸드백 속에 넣는다.
이제 남자가 여자의 거길 입으로 빨아주는 것일까 ?
그것 참…
갑자가 나는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처지면서 으-으 하고 몸을 떤다.
얼씨구.
니가 왜 ?
그런데 내 예상은 또 빗나갔다.
남자를 안고 있던 여자의 오른 손이 바쁘게 남자의 바지 앞섶을 더듬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의 바지가 무릎까지 주르르 내려가자 남자의 하얀 삼각팬티가 보인다.
뭐 하자는 거야 ?
남자는 급하다는 듯이 서둘러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다.
남자의 하얀 궁둥이가 들어 난다.
어머.
춥지 않을까 ?
그럼. 가만 저 사람들이 지금 ?
여자는 분위기로 응응을 하고 무드로 즐기는데 저 사람들이 여기서, 가로등 아래서,
그것도 골목에서 그걸 한다는 말이야 응 ?
여보세요 포기하세요. 여자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몰라요 네 ?
여자의 손이 남자의 사타구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더니 남자가 엉덩이를 뒤로 뺀다.
이런. 기어이 여기서 일을 치르려고 하는 건가 ? 여기서 ?
그래. 필시 여관이나 여인숙 갈 돈도 없으리라.
아니면 돈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사정이 있겠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내방이라도 빌려 주고 싶다.
그런데 저기서 저 자세로 그게 가능할까 ?
정말 저대로 그냥…집어넣는 게 가능할 까 ?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궁금증이 발동한다
설사 한쪽 다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걸 그냥 넣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도 샤워를 할 때 좌변기에 오른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아래를 닦으면서 내 옥문을 보면
나의 옥문은 마치 심술이 나서 비뚤어진 어린애 입술같이 아래위로
우스운 모양으로 비틀어져 있는데 그 상태에서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몰라. 모를 일이야.
여자가 남자의 물건을 잡고 이리저리 구멍을 맞추는 모양이다.
그러는 중에도 남자의 하얀 엉덩이는 계속해서 여자를 밀어 부친다.
성질도 급하셔…
갑자기 여자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남자의 사타구니에 들어갔던 손을 빼서 남자의 목을 끌어안는다.
아∼
들어간 모양이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두 손을 깍지 끼고 남자의 목에 더욱 매달린다.
남자는 오른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잡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등을 힘껏 당기면서
여자의 엉덩이를 벽 쪽으로 거세게 밀어 부치고 있었다.
들어가긴 간 모양이다.
거 참.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어떻게 저런 자세에서 그게 들어갈까 ?
남자는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여자를 더욱 거세게 밀어 부치고
뭘 찾으려는지 계속 밀면서 살방아를 찧고 있다.
그 안에 뭐가 있어 저렇게 후벼파는 걸까 ?
남자의 엉덩이에 불끈불끈 힘이 들어 갈 때마다 여자는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린 채 거친 입김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
아니, 정말 들어가긴 들어 간 거야 ?
옥문은 더 밑인데 저러고도 들어가나 ?
나는 가만히 서서 손으로 바지 위의 내 옥문 위를 다시 한번 어림해 봤다.
그래.
확실히 더 밑인데 말이야.
옆으로 서서 바지 재봉선을 기준으로 잡아도 재봉선 앞보다 엉덩이 쪽으로 옥문이 나 있는데…
저렇게 선 자세로 하자면 남자의 그 놈이 아마 바나나처럼 휘게 생겨야
겨우 옥문에 들어갈 거 같은데…
의문은 계속 된다.
그런데 들어가긴 간 모양이다
그렇기에 지금 저렇게 열심히 들 방아를 찧고 있는 게 아닌가 ?
이윽고 남자는 여자의 나머지 한 발도 자신의 허리에 걸치고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더 높이 추슬러 올려서 앞으로 당기니까
여자의 고개는 맥없이 뒤로 꺾인다.
영락없이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가는 형국이다.
그래.
여자가 담벼락에 상체를 기댄 체 저렇게 몸을 뒤로 제키고 두 다리를 있는 데로 벌려
남자의 허리에 걸치면…
그래. 그건 가능 해.
이제야 완전한 결합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남자의 엉덩이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자신의 허리까지 들여 올려진 여자의 엉덩이를 더욱 앞으로 당기는 것과
같은 리듬으로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밀어 부치자
허공에서 간당거리는 여자의 두 다리가 덩달아 출렁출렁 춤을 춘다.
황소가 뿔을 세워 밀면서 들이대듯
남자의 엉덩이는 무엇을 향해서인지 더욱 빠르게 더욱 힘차게 들이박고 있다.
쯧 쯧.
저건 응응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이야 노동.
시멘트 담벼락에 비비고 있는 여자의 등이 얼마나 아플까 ?
저렇게 힘들게 그걸 하면 어디 그게 무슨 맛이 나나.
쯧 쯧.
두 사람의 그네 타기 놀이는 더욱 빨라지다가 갑자기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여자는 입을 더욱 크게 벌린 채 남자의 머리를 거세게 잡고 부르르 몸을 떤다.
끝난 걸까 ?
벌써 ?
너무 서두른다 싶었다.
그럼. 장소가 장소인 만큼 얼른 후딱 해치워야지 그 사이에 사람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간혹 남자의 엉덩이가 씰룩씰룩 하는 게 아직도 뭐가 남았나 보다.
이윽고 남자가 스르르 무너지면서 여자의 다리를 놓는다.
여자가 치마를 내린다.
남자도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바지를 추스른다.
저런.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
닦지도 않고 그대로…가다니.
내 빨간수건을 좀 빌려 줄까 ? 내가 별 걱정을 다하고 있네.
내 팬티가 축축하다. 팬티를 갈아입어야겠다.
두 사람은 긴 입맞춤을 나눈 후 남자는 여자를 안고 서서히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보였다.
쳇.
서울에 온 이튿날부터 이게 뭐야. 에 잉.
몸도 마음도 꿀꿀하다. 글도 자꾸만 옆으로 기면서 염병을 한다.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새벽 3시에. 새벽 3시에…일어나야 해.
이리 저리 잠을 설치다가 깜박 했던 거 같은 데
왼 할머니가 찢어진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버선발로 미끄러운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올라 와서 곡절하고 아빠 무덤에 엎드려 통곡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 할머니 등뒤에서
"우리가 그렇게 못살고 힘들 때 한번이라도 좀 도와 주지 이제 와서 왜 울고 있느냐" 고
고래고래 악을 쓰다가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니 새벽 2시다.
일 나가자면 아직 한 시간 남았다.
나는 아빠의 손에 꼭 쥐어 있었던 종이를 폈다.
빛이 바래서 누렇게 된 낡은 종이에 적힌 주소를 펴놓고 편지를 쓴다.
전라북도 ? O례군 ?
여기가 어디쯤일까 ?
안녕하세요.
난 설이라고 하는데 요.
우리 아빠 이름을 이OO이고요 우리엄마 이름은 이XO인데요
저는 엄마 아빠의 딸 설이고요.
그런데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
여기는 강원도고요. 아니 참. 이제 연락 주시려면 서울 이 주소로 연락을 주세요.
저는 이제 산골을 떠나 서울로 왔거든요.
그런데…그런데 정말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
누구세요 ? 네 ?
편지봉투에 침을 바르면서 편지야. 부디 주인 찾아 잘 가라 당부했다.
이젠 더 이상 신세 한탄과 푸념이랑은 결코 하지 안을래요.
물론 엉덩이를 퍼질고 앉아서 청승맞게 울고 짤고 그르고 싶어도
이젠 그렇게 할 시간도 없을 것이지만
오직 보아란 듯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아빠의 음성을 들으면서 그렇게 힘차게 살아 볼래요.
이 세상에는 저보다 더 고통스럽고 더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고 더 불행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한 쉽사리 그래 하마 하지 않고 냉정히 돌아앉은 삶을 애처롭게 부여잡고 허덕이는 분들이나
돈을 벌려고 해도 벌 수가 없고 일을 하고자 해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지금 이 넋두리들은 지나친 엄살이요 호강스러운 사치요 시건방진 푸념들이다.
그래도 난 아직 사지가 멀쩡하고 싱싱한 가슴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까
이젠 더 이상 푸념이나 넋두리나 신세한탄은 오늘로써 끝.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먹고 자고 읽고 쓰고 살아가고 있는 이 엄청난 행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하여
난 당연히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할 거예요.
여자로서 딱 한가지 일만 빼놓고는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요.
지금은 비록 시간당 3,000원짜리 인생이지만 말 이예요.
그리고 참.
사정상 도저히 쓰지도 못할 남의 이야기 소재나 작품에 대한 논평들을
자신은 먹지도 못하면서 개똥참외 맡아 놓듯 맡아 놓기만 하면
소제를 제공하는 독자 님들에게나 논평을 부탁하신 작가 님들에게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래서 올리는 말씀인데…
당분간 제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더는 받을 수가 없으니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안 될 까요 ?
너무 죄송해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저의 글을 대필하고 등록을 대행하면서 저를 도와주신 친구 형자.
그리고 정O영 님과 여러 독자 님들. 정말 고마워요. 정말 감사해요.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리옵니다.
그리고 이 년 애비의 초상에
댓글로 부의(賻儀)를 하시고 리플로 문상(問喪)을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를 올려요.
지금 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이 모이면 모두 다 불러서 제가 밥 한번 살 깨요.
…김밥이면 될까요 ?
괜찮겠죠 ?
그 대신 산나물을 넣은 구수한 된장국은 우리 아빠한테 배워서 맛있게 잘 끓이거든요.
기다려 주실 거죠 ?
◐
지금 막,
주인 아줌마에게서 내방 열쇠는 받아 내 컴을 보고 간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컴퓨터 말 이예요. 도저히 살릴 수가 없는데요. 죽었어요.
왜요 ? 6개월 동안 밥을 주지 않아서 죽었는가요 ?
그게 아니라…하여튼 아무리 해도 살아나지 않아요. 살리긴 해도 아마…
마드 뭐 ? 보드…아니 멀쩡했던 게 왜 ? 멀쩡하긴 ? 우선 우기고 보는 거다.
그럼…그 속에 있는 자료도 못 살리는 가요 ?
그건…우리 가게에서 컴퓨터를 새로 사시면 하드만 뽑아서 제가 살려 드릴 수는 있는데…
우라질.
아니 예요. 그럼…다음에…연락 드릴 깨요.
PC방에 가야하나 ? 어쩌지 ?
아줌마. 저기 학생 방에서 컴퓨터 좀…할 깨요. 한 이십 분 정도만. 아들은 학원에 가고 없었다.
…
설렁탕집이 바빠서 어제 그제 30분 더 해주었으니 되겠지 하고 사정을 했다.
그래. 그 대신 잘 써. 고장내면 안 돼. 고장 ? 덜컥 겁이 난다. 네.
디스켓으로 이곳 저곳에서 대충대충 해서 담은 것을 미친 년 제 그림자에게 쫓기 듯
글쓰기를 클릭 한 후…이것도 내 컴퓨터 같을 까 봐 그 사이를 못 기다리고 재촉을 한다.
야. 제발 빨리 빨리 좀 떠라.
떴다. 떴다.
간신히 이 글만 정리해서 부랴부랴 올리고 나니
마음은 벌써 깁밥집에 가 있다.
또 빨리 가야하고…
다른 걸 건들이지도 못할 바에는 아예 모조리 외면.
X, X, X, X.
중학생이 사용하는 컴이라 사이트 접속 흔적을 찾아 지우고
휘리릭.
OFF.
◐
"빨간수건 - 골목"은 이미 올려진 글인데,
작품등록시 본인의 실수로 인하여
작품제목이 2개가 되어 혼선이 있었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은 방법이
처음부터 다시 "소설게시판" 에 등록을 해야 수정이 된다고 하여
부득이 다시 올려서 수정을 하게 되었어요.
독자님들
번거롭게 다시 "클릭"하게 하여 정말 죄송해요.
설앵초
올림.
◐
(제목) 빨간 수건 (번외)
(부제) 골목
그래 가거라. 이 년아. 가거든 다시는 이 산골에 오지 마라.
누구 말처럼 산골을 바라보고는 오줌도 누지 마라 말이야.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고도 뭔 이야기가 남았는지 그냥…그냥…
친구 남편이 아침을 보챈다.
형자야.
부르지 마. 내 이름도 잊어 이 년아.
모질고도 모진 니 운명을 누가 막아서겠니.
내년 추석 땐 벌초하려 와야 되고 구정 땐 다시 와야 해.
엄마 아빠가 너무 외롭잖아.
아. 참. 그렇지. 그래. 벌초는 니 대신 내가 하고 산소에 절도 내가 할 테니
넌…다시는 이 산골에 오지 마라.
응 ? 부탁이야.
형자야. 눈물이 고인다.
형자도 나도…
아냐 올 거야. 너도 보고…너의 애기도 봐야 하고.
이 년아. 또 다시 이 산골에 발목이 잡히면
넌 그대로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해 응 이 년아.
알아. 안다고. 그러나 난 어차피 산골의 촌년이야. 난 그걸 잊지 않고 살 거야.
우라질 년. 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 니 꼬라지 뵈기도 싫어 이 년아.
어서 가 이 년아.
서울로 가거든 부디 딴 데다 헛 지랄 하지말고 밥이나 잘 챙겨 먹어 응.
친구는 내가 야설쟁이가 되는 걸 싫어한다.
그러나 어느 누가 말린다 해도 나는 나의 글을 읽어주는 한사람의 독자가 있는 한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왜냐 고요 ? 저 좋아서 하는 일 누가 말려도 되던가요 ?
뒤돌아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무슨 나무예요 ? 예. 이건 설앵초란 꽃나무 이예요. 설앵초 ? 꽃 ? 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모두 멈춰 섰어요.
그 사이에 차들이랑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씽씽 지나갑니다.
아빠도 지나가고 엄마도 지나가고 친구도 지나가고 세월도 지나가고
이윽고 횡단보도에 6개월만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길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 사람들 속에 끼여 그렇게 서울의 자취방으로 이제 막 돌아 왔어요.
설이 왔어 ? 그래 얼마나 슬프고 고생했니 응 ? 우리 아가씨 죽는 줄 알았네.
6개월만에 보는 마음씨 좋은 주인아줌마가 저의 두 손을 잡고 금방 눈물을 글썽입니다.
자. 여기 그 동안 니 앞으로 날라 온 공과금 영수증이야.
어떤 거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일단 죄다 냈단다.
어줍잖은 것 때문에 설이가 신용불량자가 될까 봐 모두 다 냈어.
내가 안 내도 될 걸 잘못 낸 게 있다면 영수증만 돌려 줘.
아니 예요. 아줌마 고마워요. 눈물이 왈칵 솟는다.
집세도 6개월이나 밀렸는데 공과금까지 찾아서 다 내시고는
정작 자신이 받아야 할 밀린 방세는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폰, 집 전화세, 수도세, 전기세, 인터넷 사용료, 책상 할부금 가스요금 등등
할부금은 제외하고 6개월 동안 어느 것 하나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두 내야 한단다.
누지도 않은 오줌세 까지…
동전 주머니의 잔돈까지 다 털어 주어도 6개월 간의 공과금 절반도 채 되질 않았다.
방세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급하게 산골로 갈 때 꾼 돈까지 합하면…
아줌마. 미안해요. 어쩌지요 ? 뭘. 천천히 내도 돼.
다니던 회사는 다시 가도 돼 ? 아뇨. 힘들 거예요. 후임자가 들어 왔데요.
그럼 과외는 ? 알바는 ? 천천히 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가 보다.
그래도 아직 6개월 치 방세 보증금이 남아 있으니 그걸로 까면 되지 뭐.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되묻는다. 그럼 나는 ? 내년 등록금은 ? 아니 지금 당장 쌀은 ?
아빠가 살아 계실 땐 산소자리로 달라고 뻔질나게 조르더니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도 서울로 간다고 하니까 "그거 우리 아니면 살 사람이나 있을까나" 하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2-3백을 이야기하다가 알아보니 30만원도 비싼 거래. 이거라도 받으려면 받아.
그래. 안 사도 돼. 나도 팔지 않을 거야.
내일 당장 굶어 죽어도 그 까짓 몇 푼에는 팔지 않는다.
아빠의 병간호로 나에게는 태산같은 짐으로 다가오는 빚도 갚아야 하지만
난 결코 당신 앞에 무릎은 꿇지 않을 것이다.
설이 씨죠 ?
네 ?
응. 옆방 새댁이야. 결혼한 지 10일이나 됐나 ? 그렇지 새댁 ?
네. 음…11일요.
아줌 마…아…
알아. 요즘 저기…니 방 뒤 길 건너편에 있는 공장이 문을 닫고 난 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2-3개월 비워 놓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랬어.
그래도 아줌마…
알아. 설이가 이해를 좀 해줘. 응 ? 결혼하지 않은 처녀만 들이기로 한 거지만 어쩔 수 없잖아 ?
조용히 할 깨요. 새댁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
(아니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1일짼데 젊은 니들이 조용히 한다고 ?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
응. 신랑은 지방으로 다니는 화물차 운전하는데 4일이나 5일 ?
어떤 땐 일주일만에 집에 온다고 하니까 조용 할거야 그렇지 새댁 ?
네. 그럼요.
(그럼 엊그제 갓 결혼한 부부가 매일 응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가끔 한번 씩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날은 그 동안 참았던 걸 다 하자고 밤새도록 덤비면
아이쿠. 그 날은 난 죽었구나)
당분간이야.
괜찮아요.
(오죽하면 이 산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렸겠는가 마는 나 보다 어려 보이는 새댁이 안쓰럽다)
이 새댁도 낮에는 저기 봉제공장에 나가니까 애도 없고 절간 같을 거야.
(아니 이 판국에 아기까지 있었다면…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왼지 씁쓸하다.
앞으로 우리 잘 지내요. 전 설이고요.
네. 아줌마에게 말씀 많이 들었어요. 낮엔 회사에 밤엔 학교 나가신다 고요 ?
회사는 쫑 났고요. 학교도 갈지 안 갈지 몰라요.
우리 그이 오면 우리 집에서 저녁이나 한 번 같이 해요.
번거롭게 뭘 그르세요. 먹었다고 생각 할 깨요. 고마워요.
그래도…
6개월이나 묵혀 먼지가 층층이 쌓인 방바닥에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내 발자국을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꾸만 발자국을 찍으면서.
그런데. 어라 ?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발자국이 ?
아니 그럼. 지금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거 아냐.
그래 난 살아 있었다.
이젠 비록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 뿐이어도…난 살아 있었다.
그리고 살아가야 하고. 기필코 난 살아야 한다.
그래. 하늘아.
어디 한번 무너져 봐라.
그래도 난 보아란 듯이 솟아나 살아 있을 것이다.
사골에서 가져온 아빠의 라디오를 켜 놓자 아빠가 내방에 오신 것 같았다.
난 갑자기 바빠졌다.
폰을 충전기에 넣어 벽 콘센트에 꼽자 말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반갑다. 아. 너도 살아 있었구나.
잠깐 기둘러요. 난 지금 매우 바쁘거든요.
컴에 전기를 넣고 웃옷을 벗어 부치고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미친 듯이 털고 쓸고 닦고 빨고 훔치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흐른다.
286 600메가 컴이 딱 멈추고는 종내 먹통이다. 왜 일까 ?
그래. 넌 이따 나중에 다시 보자.
우선 라면이라도.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렌즈에 올려놓고
퉁탕 퉁탕 우당탕.
나는 일부러 내가 살아있다는 소리를 크게 내고 싶었다.
김치 없지 ? 자. 김치. 또 라면이야 ? 여기 찬밥이 조금 남았어.
방이 이게 뭐니 ? 아. 이것아. 보일러 좀 올려 놔. 오래 묵혀서 그래. 지독하기는. 네.
우리 이번에 디지탈인가 뭔가 텔레비전을 바꾸었거든 우리가 보던가 여기 놓고 볼래 ?
설이가 텔레비전이 없었지 생각하고 버리지 않았거든…네…
참. 그리고 세탁기도 줄까 ? 덜컹덜컹 소리나고 작아도 아직 이야. 혼자니까.
네 고마워요.
컴을 6개월 간이나 사용하지 않았다고요 ?
바이온가 뭔가 다시 갈고 깔아야 한다 고요 ?
사양이 어떻게 되냐고요 ? 나한테 댁이 뭘 사양한다는 거 예요.
하드가 어떻다고요 ? 그야 하드는 있지요.
뱀요 ? 뱀이라고요 ? 왼 뱀요 ? 아. 뱀이 아니라 램요 램 ? 좁쌀 밥만 먹었나 왜 말이 짧아.
몰라요. 그건 뭐 하는 건 데요 ?
…OS는 뭐냐고요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오리지날 스트레오 예요 ? 그건 필요 없는데.
아…네. W98요.
네. 그 전에는…네. 클릭하고 나서 오줌누고 커피 끓여 놓고 있으면 떠요.
되게 빠르다고요 ?
네…모레나 오겠다 고요 ? 아니 글피나…오세요. 그래요.
(모래 오면 난 돈도 없는데…)
그러세요.
손님은 피부가 건성피부라서 수분이나 유지가 조금 들어 간 걸 고르셔야 해요.
…그래요…그냥 저기 저 영양크림 제일 적은 걸로 하나 주세요.
서울은 확실히 공기가 나쁘다.
가만 로션이 ? 크림이 ? 없으면 어때. 그냥 자자. 얼굴이 조여든다.
화장을 하지 않으니까 클린싱 크림으로 닦아 낼 필요도 없고 씻고 로션이나 바르고 자 자.
이제야 방바닥이 미지근하다. 얼른 보일러 스위치를 내리고 이불을 폈다.
뜨거운 라면을 후루루 먹다 그만 목이 맨다. 아빠 저녁 먹었어 ?
그랬어. 엄마가 맛있게 차려 주었다고 ?
그 봐. 엄마가 나보다 백 배 천 배 낫다고 했지. 맞지 ?
간밤에 한 숨도 못 자고 다시 시외버스에 시내버스에 청소에 시달린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지난 6개월을 반추해 본다.
이제 이대로 잠들었으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이대로 제발 잠들었으면…
나는 이렇게 서울의 첫날밤을 맞았다.
아빠처럼 라디오를 끄지 않은 채…
아빠 잘 자. 산골이 춥지는 않아. 엄마 곁이라 아빠는 더 따듯할 거야.
그런데 난 왜 더 춥지 ?
내일은 ?
그래.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밑줄과 동그라미를 친 벼룩시장과 가로수.
그래. 너만 믿는다.
그럼. 내일 새벽 3시에 나오세요. 한 2-3일 간은 길도 익히고 신문 넣는 집도 알아야하니까.
신문 접고 말고 던지고 신문사이에 광고전단지 끼우고 비 오는 날은 비닐도 씌워야 하고…
오토바이는 못 타요. 자전거는 배우다 말았는데…조그만 타면 될 거 에요.
그럼 내일 새벽 3시에…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잡고 가불 좀…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내일 보잔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뻔뻔하다.
점심은 주나요 ? 문방구 주인이 싸늘하게 쳐다본다. 그건 안 주는데요. 자기가 사먹어야 해요.
그럼…안되겠는데요. 돌아섰다.
난 밥이 급하다.
저 그릇을 다 씻어야 하나요 ? 네. 점심시간만 봐 주면 돼요. 밥은 ?
아니 식당에서 뭔 밥걱정이에요. 아. 네.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나올 깨요.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있는데 이걸 드릴 테니 가불 좀…
어 ? 아가씨 혼자네 ? 주민등본에 눈을 때지 않고 묻는다.
네. 그럼…엄마 아빠는 계셔 ? 네. 강원도에…전 공부하느라 혼자 와서 그래요.
엄마 아빠는 영원히 살아 계신다. 내 마음 속에…
학교는 이 전화로 확인하면…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네. 고마워요.
저…밥 남은 거 있으면…
그래. 마침 우리도 먹을 거야. 우리 점심시간은 남 밥 다 먹이고 오후 세시나 돼야 해.
설렁탕 그릇에 밥을 말자말자 허겁지겁 코를 박고 쉴 새 없이 퍼먹다가
너무 조용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설렁탕집 주인아줌마가 빙그레 웃으신다.
배가 고팠네. 더 줄까 ? 아뇨. 됐어요 (묻지만 말고 밥이나 좀 더 주지)
얼굴도 고만한 게 이런 험한 일을 할 애가 아닌데 아무래도 언니 그 돈 떼였소 그래.
가불금 20만원을 받아 들고 돌아서 나오는데 등뒤에서 나 들으라는 듯이 주고받는다.
아냐. 다른 데로 흐르지 않고 험한 일 하면서 땀 흘려 벌려고 하는 게 얼마나 이뻐.
쳇. 한나절이나 견디겠수. 아라이(그릇 씻기)가 어디 그리 쉬운 감.
(걱정 마세요. 산에서 지게 지고 나무하기보단 쉽겠죠)
자취방 주인 아줌마에게 진 빚들을 조금이라도 갚아 주고 기다려 달라고 해야 될 것 같고
아빠의 시체를 검진하였던 의사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해서 방사선과에 들려
X에이 직촬 이라던가 ? 객담검사까지의 병원비도 있어야 하고
컴이 말을 듣지 않고 메모지에 메모할 시간도 없어 작은 녹음기 하나라도 사야하고
철 지난 여름 티에 덮어 입을 가디건도 한 사야하는데 23,000원이라고 ? 더럽게 비싸네.
청바지도 갈아 줘야 하고
쌀도
라면도
배추도.
이런 일 해 보셨어요 ? 배워만 주면 금방 할 거 같은데…
좋아요. 당분간은 홀에서 서빙만 하다가 손에 익으면 깁밥도 싸보고 만두도 만들고…
그런데 밤을 새워야 하는데…몇 시까지 ?
새벽 3시 전 까지만…안 되요 ?
새벽 3시라…그 시간이면 손님도 뜸하고…그 대신 돈이 작은데…
괜찮아요.
여기…주민등록증하고…등본하고…학생증 있는데 가불 좀…지금 급하게 꼭 쓸데가…
내일 보잔다.
됐어.
아자.
그랬구나. 친구한테 전화를 받고 휴학처리는 했다만…등록금 반환 문제는 그게…아마…
내년 신학기에 근로장학이나 다른 장학신청을 해 줄 테니 그 동안 내 자료나 정리해주고
시험지나 논문들을 채점 해주면…안 되겠니 ?
늙은 교수가 안경너머로 묻고 있었다.
그거 신청하려면…학점은 되겠지 ? 될…거 예요.
난 돌아섰다.
내년에 다시 이 교문을 드나 들 수가 있을는지.
교수님. 전 지금 배가 고파요. 배가 많이 고프거든요. 죄송해요.
낮에 본 켐퍼스가 정말 아름답고 낮에 본 학생들이 정말 부러웠다.
아. 설이 님이죠. 사장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빠가 아파서…네. 돌아 가셨군요.
사장님은 ? 산골에 가기 전에 다니던 회사다. 네. 지금 시내에 좀 나가셨어요.
왔다 갔다고 할 깨요. 봉급도 조금 줄게 있다고 하던데 (사실 난 그것 때문에 여기에 왔다)
아뇨. 말씀드리지 마세요.
워낙 황망해서 인수인계도 하지 못하고 가서 제가 오히려 미안해요
회사 문밖까지 배웅하는 아가씨의 화장이 너무 짙다고 느꼈다.
아니 내가 맨 얼굴이라서 그런가 ? 그래도 눈화장이랑 루즈가 너무 찐하게 느껴진다.
갈 깨요. 아니 바쁜데 더 나오실 꺼 없어요.
회사 마당을 지나는데 오른쪽에 텅 빈 테니스장이 보인다.
백핸드를 배우는데 4개월이나 걸렸던 사장님의 호탕한 웃음이
텅 빈 테니스 코트에 먼지를 일으키며 데굴데굴 구른다.
사장님이 설이 님을 한번 이겨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는데 테니스를 잘 치는가 봐요.
뭘 요. 사장님이 봐 주셔서 그렇지요.
(아. 지금 회사 식당에 가면 저녁 한끼는 때울 수가 있는데)
노란색 넘버의 화물차가 제품을 싣고 있다.
요즘은 보라색과 진빨강이 많이 나가는 모양이죠 ?
네. 사장님이 계셨으면 참 좋았을 것인데…
아뇨.
그래도…
갈 깨요.
다음에 한번…
…아뇨.
(다시는 내가 올 데가 아니다. 아가씨. 걱정 마세요. 내가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가 몰고 다니던 회사 차가 늦가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 저기 서 있다.
3년 동안 정이 들었던 찬데…
원고는 언제 완성되나요 ? 아. 그거야…그래도 설이 님 사정이죠. 늦어서 죄송해요.
되도록 빨리요. 네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잔금을 당겨서…좀…
내일 들리세요. 네.
내일은 곤란하고요. 아니 앞으로 시간이 너무 없을 것 같아서 계좌로…
그러세요. 잔금은 진작에 준비해 두었어요.
그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려 큰 X-레이도 찍고 객담검사까지 받았는데
X-레이만 보기엔 시집가는데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지만 2-3일 후 객담검사 결과까지 보잔다.
의사가 왜냐고 물었지만 난 그냥…그냥 한번 찍어 보는 거예요. 객담검사까지 그냥 ? 네.
아∼
아빠는 너무 못 먹어서 그 병에 걸렸고 또 너무나 못 먹어서
일찍 돌아가셨다는 공의의 말이 생각나서 내 가슴은 또 한번 무너진다.
뗄 레 레 레.
왔으면서 전화는 왜 안 받아 응 ? 휴대폰 건너에서 날 원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됐어.
지금 만나자.
안 돼.
왜 ?
난 상주야. 상주.
상주면 어때 ?
하늘아래 둘도 없는 천하의 죄인이야. 누굴 만나고 자시고 해선 안 된데.
거기 어디야 ? 내가 갈 깨.
아냐 오지마.
내가 니 아빠 장례식에 못 갔다고 그러니 ?
그건 아냐.
그럼 ?
아냐 그냥…
…
설아. 난 말이야. 너…한테서 도대체 난…뭐니 ? 2년 동안…
몰라.
지금 말야.
지금이고 어제고 내일도 난 몰라.
그럼 내가 너한테 남자니 ? (다급하게 묻고 있다)
그럼 여자니 ?
지금 만나자. (지금 만나면 밥은 한끼 얻어먹을 수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싫어. 아니 싫어지려고 해.
그르지 마. 우리 이대로 쫑 낼래 ?
너만 좋다면…
그르지 마. 우리 지금 만나자.
너. 우리…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쓰는 거 아냐.
…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어느새 깜깜하다
서울의 밤은 언제나 화려하다.
내가 너무 초라해서 인가 ?
손목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 같은 과 남자다.
낮에는 금형인가 뭔가 하는 조그만 회사에 나가고 나처럼 밤에는 학교에 나온다.
내가 지겹고 지겨운 이 공부를 겨우 주간 1년을 채우자마자 밤에만 벌어서는
등록금 조달이 어려워 애걸복걸 야간으로 돌려 5년 해서 6년씩이나 하고 있는데…
아니 앞으로 야간 1년을 더 해야하니 7년이다.
그것도 희망사항이고 내일도 모르는데 내년이라니…
그 친구는 군대에 갔다 온 것을 빼고 나면 5년 차다.
언제나 거기서 거기까지.
한 걸음도 진전이 없고 언제나 티격태격 그 자리다.
내년에 등록할 거니 ?
그걸 니가 왜 물어 ?
…
…이만 끓자. 난 바쁘거든
설아…
그래 알았어.
다음에 연락할 깨.
응.
참. 니 노트랑 책이랑 모두 나한테 있는데…
그건 구워 먹던지 삶아 먹든지 니가 알아서 해.
아니 내년에 다시 복학해야지.
내년 ? 몰라.
설아.
그렇게 됐어. 걱정하지마. 그럼 끊는다.
가슴에 싸∼아 하고 찬바람이 분다.
아줌마. 여기 밀린 공과금 조금…
아니. 넌 어떻게 된 애가 나갔다 하면 돈을 주워 오니 응 ? 넌 돈 만드는 기계야 응 ?
돈이 길바닥에 늘렸어요 늘렸어. 방세는 다음달부터 두 달치를 드릴 깨요.
그럼 6개월 치 밀린 건 6개월만에 다 갚는 셈이네요 그렇게 해도 되죠 ?
그럼. 아. 그런 걸랑 걱정하지 마. 니 형편 뻔히 알면서 이걸 받기가 이거 원 미안해서.
(그럼요. 아직 6개월 치 방세에 해당하는 보증금도 있는데 뭘 걱정하세요)
왜 라디오를 켜 놓고 나갔었니 ?
아빠가 계시 잖…아…요…
난 이젠 라디오 전용대본은 쓰지 않을 것이다.
산골에서 바깥 세상과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유일한 라디오.
주무실 때나 잠이 깨어 있으실 때도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 놓고 사셨던 아빠를 위해
살아 생전에 내 이름으로 된 라디오 연속극 하나 들려 드리는 것이
소원이었는데…대작가이신 학교 교수님을 도와 새끼 작가로 참여한 것이 단 한편.
그것도 내 이름은 나오지 않고 대표작가 이름만 나왔으니
이제 누가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운 라디오 전용대본을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 전용대본보다는 좀 더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쉬운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로 했다.
그것도 어려우면 그때는 예전부터 써 왔던 데로 일반적인 소설 형태의 글을 써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한다면 선이 굵고 박력이 있고 조금은 거친 남성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
남성이 주인공이고 그것도 장편으로 말이다.
단편은 나에 대한 형벌이다.
짧은 글 속에서 사건의 전개와 결말을 마무리 해야하고
등장인물간의 인과관계를 극적으로 만들면서 기승전결이 명확해야 하니까
어떤 땐 한 자도 쓰지도 못하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데만 2-3달 걸리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아예 다음에 하고 밀쳐 둔 것도 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하더니 더러는 억지 춘향이도 있었다.
그렇다고 장편이 쉽다는 것은 아니고 그나마 군더더기도 조금은 허용되고
잔소리도 좀 넣으면서 쉬어도 가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개가 늘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하여 여유를 부리면서 농담도 할 수가 있고
옆길로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않는다면 사설도 찔끔찔끔 적당히 넣고 하다보면
단편이 가지는 압박감보다 조금은 덜할 것이다.
그것도 장편을 쓰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테마와 줄거리가 정해졌다고 해도 당장은 안 되고
까다로운 자료들도 찾아야 하고…어휴∼ 이러다 언제나 쓰나 그래.
주인공이 군산 출신이라 전라도 사투리 특히 군산 쪽 사투리도 완전히 문외한이다.
군산사투리를 번역(?)해 줄 사람을 구하기 전에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첩첩산중이구나.
자기 몸보다 두 배나 큰 건전지를 병렬로 연결하여 고무줄로 칭칭 동여매고 등에 진 채
그래도 무거운 줄 모르고 노래를 하고 있는 아빠의 라디오.
아빠는 지금도 내 곁에 계시는 거야.
지금도…
방바닥이 차갑다.
아빠는 더 차가운데 주무실 건데…
벽에 걸린 테니스 라켓이 빙긋 웃는다.
꼴에…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고 자빠졌네.
테니스는 무슨 테니스야.
똥 팔아 밥 사 먹을 돈도 없는데…
다리가 천근이다.
집을 나설 땐 땡전한푼도 없기도 하거니와 O천 제00동에서 사당역까지 걸어서 또
벼룩시장과 가로수의 밑줄을 따라 새벽부터 족히 10군데는 다녔을 것이다.
겨우 세 군데는 건졌다.
겨우가 아니다.
이 불경기에 타율이 3할 3푼 3리라면 강타자다.
신문지국, 설렁탕집, 깁밥 집 그리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그 사이에…아직 밤 11신데…
골목으로 난 내 방 창문은 밤이면 언제나 보안등 불빛으로 훤한데 오늘은 왼지 어둡다.
어제 저녁도 어두웠나 ?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정말 가로등이 왜 꺼졌지 ? 내일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야지.
보안등이 켜지지 않았을 때의 컴컴한 이 골목에는 불량 청소년들의 소굴이었고
우범지역이라 사건 사고가 끓이질 않아 1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하여
겨우 설치한 보안등인데 사후 관리도 잘 해줘야지…
반쯤 열린 내 방 커튼을 치고 돌아서려는데 건너편 담벼락에 시커먼 물체가 움직인다.
뭘까 ?
가만 ? 저거 사람 아냐 ?
그랬다. 남자와 여자였다. 깜깜한데서 뭘 하는 거지 ?
잠이 깬 내 동공이 점차 커지고 꿈틀거리는 사물이 희미하게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난 커튼을 살짝 열고 그 사이로 지켜보기로 했다.
복 많은 년은 자빠져도 가지 밭에 자빠진다고 야설쟁이에게는 희한한 구경이라 왼 횡재냐.
두 사람 다 남루한 옷차림에 초라한 형색으로 미루어
근처 조그만 가내공장에 다니는 사람 같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30대 후반 ? 40대 초반 ?
이 동네 사람들 형색이 모두 비슷비슷하고 더럽게 못사는 것까지도 두루 비슷비슷하니까.
한참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남자가 갑자기 여자를 와락 껴안는다.
어머. 이 봐요 빨리 피해요 네 ? 그러나 그런 내 걱정은 기우였다
여인이 반항을 하지 않고 남자에게 안긴 채 멍하니 어두운 하늘만 바라보고만 있는 걸로 보아
두 사람은 초면은 아닌 것 같았다. 남자의 행동이 점점 대담해진다.
여자가 마지못해 같이 껴안는다.
갑자기 남자의 손이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리면서 여자의 사타구니 쪽으로 들어간다.
여자가 잽싸게 남자의 손을 뿌리치면서 엉덩이를 틀어 보지만 앞에는 남자가 막고 있고
주인 아줌마 말대로 뒤에는 문 닫은 공장의 담벼락이라 여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두 어 번 몸을 뒤틀다가 이내 포기한다.
남자는 왼손으로 능숙하게 여자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제치고
얼굴을 여자의 앞가슴에 처박고 걸신들린 듯이 훔치고 있다.
그런 남자를 엄마가 아기에게 젓 먹이 듯 처다 보고만 있던 여자는
이윽고 두 팔을 올려 남자의 머리를 잡는다.
여자는 남자의 머리칼에 입을 맞춘다.
남자는 더욱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입으로 가슴을 헤집고 있었다.
여자의 치만 속에 들어간 남자의 손이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남자는 오른 손이 치마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의 사타구니에 깊숙이 넣고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여자가 가끔씩 엉덩이를 뒤틀며 앞뒤로 도망 다니는 것 같았다.
실랑이를 치면서도 남자의 오른 손은 여자의 사타구니에서 더욱 바삐 움직이고
여자는 간혹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풀썩 주저앉으려다 다시 남자의 목을 껴안으며 일어선다.
그르다가 남자는 여자의 치마 밑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리려고 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손을 잡고 고개를 흔들며 거부하고 있다.
아마 팬티를 벗겨 내리려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남자는 그냥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이다.
안 돼지 ?
거절할 것이면 치마 밑에 손이 들어 올 때 처음부터 냉정하게 거절을 해야지
남자를 저렇게 달구어 놓고 지금 와서 거절한다고 그게 말이 되남.
저 지경이면 이미 저 여자 자신도 반쯤은 그 분위기에 젖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고 망설이는 그 눈치를 남자가 모를 리가 없다
남자는 어린애라고 했다.
과자가 한번 먹고 싶어 조르기 시작하면 끝내는 울고불고 투정을 부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기어이 과자를 먹고 마는 어린애처럼
이미 한 번 선 남자의 바지 속 그 놈은 하다 못해 쥐구멍이라도 쑤셔 박아서
풀썩대며 방아를 찧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바지를 뚫고 나오려는 그 놈은 죽을 줄 모르고
달래면 달랠수록 더 커지는데
그걸 남잔들 어떻게 하랴.
실랑이는 한참이나 계속되다가 드디어 여자가 지쳤는지 더 이상 남자의 손을 막지 않는다.
여자가 포기를 한 걸까 ?
체념을 한 걸까 ?
아니면 여자도 덩달아 흥분하여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일까 ?
그것도 아니면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 주기 위해서 일까 ?
그 원인이야 정확하게 모르지만 두 팔로 사내 가슴을 연신 떠밀고 고개를 젖고
머리를 흔들며 거부하던 몸짓이 일순 무너진다.
어머, 저런…
그 사이 남자는 여자의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자
여자는 아주 능숙하게 오른쪽 왼쪽 다리를 번갈아 들면서 팬티를 손쉽게 벗기게 도와주고 있다.
남자는 팬티를 들고 여자에게 이걸 어떻게 하고 묻는 모양이다.
여자는 팬티를 받아서 꽉 쥐여 한 줌으로 만든 후 핸드백 속에 넣는다.
이제 남자가 여자의 거길 입으로 빨아주는 것일까 ?
그것 참…
갑자가 나는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처지면서 으-으 하고 몸을 떤다.
얼씨구.
니가 왜 ?
그런데 내 예상은 또 빗나갔다.
남자를 안고 있던 여자의 오른 손이 바쁘게 남자의 바지 앞섶을 더듬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의 바지가 무릎까지 주르르 내려가자 남자의 하얀 삼각팬티가 보인다.
뭐 하자는 거야 ?
남자는 급하다는 듯이 서둘러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다.
남자의 하얀 궁둥이가 들어 난다.
어머.
춥지 않을까 ?
그럼. 가만 저 사람들이 지금 ?
여자는 분위기로 응응을 하고 무드로 즐기는데 저 사람들이 여기서, 가로등 아래서,
그것도 골목에서 그걸 한다는 말이야 응 ?
여보세요 포기하세요. 여자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몰라요 네 ?
여자의 손이 남자의 사타구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더니 남자가 엉덩이를 뒤로 뺀다.
이런. 기어이 여기서 일을 치르려고 하는 건가 ? 여기서 ?
그래. 필시 여관이나 여인숙 갈 돈도 없으리라.
아니면 돈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사정이 있겠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내방이라도 빌려 주고 싶다.
그런데 저기서 저 자세로 그게 가능할까 ?
정말 저대로 그냥…집어넣는 게 가능할 까 ?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궁금증이 발동한다
설사 한쪽 다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걸 그냥 넣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도 샤워를 할 때 좌변기에 오른 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아래를 닦으면서 내 옥문을 보면
나의 옥문은 마치 심술이 나서 비뚤어진 어린애 입술같이 아래위로
우스운 모양으로 비틀어져 있는데 그 상태에서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몰라. 모를 일이야.
여자가 남자의 물건을 잡고 이리저리 구멍을 맞추는 모양이다.
그러는 중에도 남자의 하얀 엉덩이는 계속해서 여자를 밀어 부친다.
성질도 급하셔…
갑자기 여자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남자의 사타구니에 들어갔던 손을 빼서 남자의 목을 끌어안는다.
아∼
들어간 모양이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두 손을 깍지 끼고 남자의 목에 더욱 매달린다.
남자는 오른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잡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등을 힘껏 당기면서
여자의 엉덩이를 벽 쪽으로 거세게 밀어 부치고 있었다.
들어가긴 간 모양이다.
거 참.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어떻게 저런 자세에서 그게 들어갈까 ?
남자는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여자를 더욱 거세게 밀어 부치고
뭘 찾으려는지 계속 밀면서 살방아를 찧고 있다.
그 안에 뭐가 있어 저렇게 후벼파는 걸까 ?
남자의 엉덩이에 불끈불끈 힘이 들어 갈 때마다 여자는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린 채 거친 입김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
아니, 정말 들어가긴 들어 간 거야 ?
옥문은 더 밑인데 저러고도 들어가나 ?
나는 가만히 서서 손으로 바지 위의 내 옥문 위를 다시 한번 어림해 봤다.
그래.
확실히 더 밑인데 말이야.
옆으로 서서 바지 재봉선을 기준으로 잡아도 재봉선 앞보다 엉덩이 쪽으로 옥문이 나 있는데…
저렇게 선 자세로 하자면 남자의 그 놈이 아마 바나나처럼 휘게 생겨야
겨우 옥문에 들어갈 거 같은데…
의문은 계속 된다.
그런데 들어가긴 간 모양이다
그렇기에 지금 저렇게 열심히 들 방아를 찧고 있는 게 아닌가 ?
이윽고 남자는 여자의 나머지 한 발도 자신의 허리에 걸치고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더 높이 추슬러 올려서 앞으로 당기니까
여자의 고개는 맥없이 뒤로 꺾인다.
영락없이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가는 형국이다.
그래.
여자가 담벼락에 상체를 기댄 체 저렇게 몸을 뒤로 제키고 두 다리를 있는 데로 벌려
남자의 허리에 걸치면…
그래. 그건 가능 해.
이제야 완전한 결합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남자의 엉덩이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자신의 허리까지 들여 올려진 여자의 엉덩이를 더욱 앞으로 당기는 것과
같은 리듬으로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밀어 부치자
허공에서 간당거리는 여자의 두 다리가 덩달아 출렁출렁 춤을 춘다.
황소가 뿔을 세워 밀면서 들이대듯
남자의 엉덩이는 무엇을 향해서인지 더욱 빠르게 더욱 힘차게 들이박고 있다.
쯧 쯧.
저건 응응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이야 노동.
시멘트 담벼락에 비비고 있는 여자의 등이 얼마나 아플까 ?
저렇게 힘들게 그걸 하면 어디 그게 무슨 맛이 나나.
쯧 쯧.
두 사람의 그네 타기 놀이는 더욱 빨라지다가 갑자기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여자는 입을 더욱 크게 벌린 채 남자의 머리를 거세게 잡고 부르르 몸을 떤다.
끝난 걸까 ?
벌써 ?
너무 서두른다 싶었다.
그럼. 장소가 장소인 만큼 얼른 후딱 해치워야지 그 사이에 사람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간혹 남자의 엉덩이가 씰룩씰룩 하는 게 아직도 뭐가 남았나 보다.
이윽고 남자가 스르르 무너지면서 여자의 다리를 놓는다.
여자가 치마를 내린다.
남자도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바지를 추스른다.
저런.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
닦지도 않고 그대로…가다니.
내 빨간수건을 좀 빌려 줄까 ? 내가 별 걱정을 다하고 있네.
내 팬티가 축축하다. 팬티를 갈아입어야겠다.
두 사람은 긴 입맞춤을 나눈 후 남자는 여자를 안고 서서히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보였다.
쳇.
서울에 온 이튿날부터 이게 뭐야. 에 잉.
몸도 마음도 꿀꿀하다. 글도 자꾸만 옆으로 기면서 염병을 한다.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새벽 3시에. 새벽 3시에…일어나야 해.
이리 저리 잠을 설치다가 깜박 했던 거 같은 데
왼 할머니가 찢어진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버선발로 미끄러운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올라 와서 곡절하고 아빠 무덤에 엎드려 통곡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 할머니 등뒤에서
"우리가 그렇게 못살고 힘들 때 한번이라도 좀 도와 주지 이제 와서 왜 울고 있느냐" 고
고래고래 악을 쓰다가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니 새벽 2시다.
일 나가자면 아직 한 시간 남았다.
나는 아빠의 손에 꼭 쥐어 있었던 종이를 폈다.
빛이 바래서 누렇게 된 낡은 종이에 적힌 주소를 펴놓고 편지를 쓴다.
전라북도 ? O례군 ?
여기가 어디쯤일까 ?
안녕하세요.
난 설이라고 하는데 요.
우리 아빠 이름을 이OO이고요 우리엄마 이름은 이XO인데요
저는 엄마 아빠의 딸 설이고요.
그런데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
여기는 강원도고요. 아니 참. 이제 연락 주시려면 서울 이 주소로 연락을 주세요.
저는 이제 산골을 떠나 서울로 왔거든요.
그런데…그런데 정말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
누구세요 ? 네 ?
편지봉투에 침을 바르면서 편지야. 부디 주인 찾아 잘 가라 당부했다.
이젠 더 이상 신세 한탄과 푸념이랑은 결코 하지 안을래요.
물론 엉덩이를 퍼질고 앉아서 청승맞게 울고 짤고 그르고 싶어도
이젠 그렇게 할 시간도 없을 것이지만
오직 보아란 듯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아빠의 음성을 들으면서 그렇게 힘차게 살아 볼래요.
이 세상에는 저보다 더 고통스럽고 더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고 더 불행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한 쉽사리 그래 하마 하지 않고 냉정히 돌아앉은 삶을 애처롭게 부여잡고 허덕이는 분들이나
돈을 벌려고 해도 벌 수가 없고 일을 하고자 해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지금 이 넋두리들은 지나친 엄살이요 호강스러운 사치요 시건방진 푸념들이다.
그래도 난 아직 사지가 멀쩡하고 싱싱한 가슴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까
이젠 더 이상 푸념이나 넋두리나 신세한탄은 오늘로써 끝.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먹고 자고 읽고 쓰고 살아가고 있는 이 엄청난 행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하여
난 당연히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할 거예요.
여자로서 딱 한가지 일만 빼놓고는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요.
지금은 비록 시간당 3,000원짜리 인생이지만 말 이예요.
그리고 참.
사정상 도저히 쓰지도 못할 남의 이야기 소재나 작품에 대한 논평들을
자신은 먹지도 못하면서 개똥참외 맡아 놓듯 맡아 놓기만 하면
소제를 제공하는 독자 님들에게나 논평을 부탁하신 작가 님들에게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래서 올리는 말씀인데…
당분간 제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더는 받을 수가 없으니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안 될 까요 ?
너무 죄송해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저의 글을 대필하고 등록을 대행하면서 저를 도와주신 친구 형자.
그리고 정O영 님과 여러 독자 님들. 정말 고마워요. 정말 감사해요.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리옵니다.
그리고 이 년 애비의 초상에
댓글로 부의(賻儀)를 하시고 리플로 문상(問喪)을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를 올려요.
지금 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이 모이면 모두 다 불러서 제가 밥 한번 살 깨요.
…김밥이면 될까요 ?
괜찮겠죠 ?
그 대신 산나물을 넣은 구수한 된장국은 우리 아빠한테 배워서 맛있게 잘 끓이거든요.
기다려 주실 거죠 ?
◐
지금 막,
주인 아줌마에게서 내방 열쇠는 받아 내 컴을 보고 간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컴퓨터 말 이예요. 도저히 살릴 수가 없는데요. 죽었어요.
왜요 ? 6개월 동안 밥을 주지 않아서 죽었는가요 ?
그게 아니라…하여튼 아무리 해도 살아나지 않아요. 살리긴 해도 아마…
마드 뭐 ? 보드…아니 멀쩡했던 게 왜 ? 멀쩡하긴 ? 우선 우기고 보는 거다.
그럼…그 속에 있는 자료도 못 살리는 가요 ?
그건…우리 가게에서 컴퓨터를 새로 사시면 하드만 뽑아서 제가 살려 드릴 수는 있는데…
우라질.
아니 예요. 그럼…다음에…연락 드릴 깨요.
PC방에 가야하나 ? 어쩌지 ?
아줌마. 저기 학생 방에서 컴퓨터 좀…할 깨요. 한 이십 분 정도만. 아들은 학원에 가고 없었다.
…
설렁탕집이 바빠서 어제 그제 30분 더 해주었으니 되겠지 하고 사정을 했다.
그래. 그 대신 잘 써. 고장내면 안 돼. 고장 ? 덜컥 겁이 난다. 네.
디스켓으로 이곳 저곳에서 대충대충 해서 담은 것을 미친 년 제 그림자에게 쫓기 듯
글쓰기를 클릭 한 후…이것도 내 컴퓨터 같을 까 봐 그 사이를 못 기다리고 재촉을 한다.
야. 제발 빨리 빨리 좀 떠라.
떴다. 떴다.
간신히 이 글만 정리해서 부랴부랴 올리고 나니
마음은 벌써 깁밥집에 가 있다.
또 빨리 가야하고…
다른 걸 건들이지도 못할 바에는 아예 모조리 외면.
X, X, X, X.
중학생이 사용하는 컴이라 사이트 접속 흔적을 찾아 지우고
휘리릭.
OFF.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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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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