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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50 777회 0건
-넝쿨진세상 6부-


그냥 저 바람에 날 맡긴듯......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 삶의 지표나 포부가 없는바

는 아닌데, 요즘 내 스스로를 돌아보면 끝간데없이 이끌려다니는 삶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젊다는 이유, 아니 변명이리라..... 젊기에 어느 한 삶만을 추구하기 싫은것일뿐..

여민 옷속으로 찬바람이 파고든다.........한모금 마신듯한 커피는 어느덧 처음의 따뜻함을 잃

어버리고, 300원의 가치를 다하지 못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뿌려진다.

온기가 전해지겠냐만, 내뿜을때 흩뿌려지는 담배연기에 따뜻함이 묻어나는것만 같다. 난간

에 기대어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담배연기의 따뜻함에 취해있을즈음 간간이 여자 화장품

냄새도 코끝을 간지른다고 생각했다.

"맛있냐?"

"오셨어요.......그래도 이놈이 커피보단 내맘을 더 잘 헤아리는데요."

"왜 무슨 고민있어? 멀리서 보니까 그림은 좀 살던데 왠지 근심이 있어보이네."

"고민은요......그것보다 커피 그렇게 들고만 계심 다 식습니다."

"식으면 먹지말지 뭐........."

".........."

"춥다 이만 올라가자. 이러다 눈이라도 내리면 늦어지겠다."


석달전, 골프샵을 운영하는 어머니 친구분께서 집에 놀러오셨다가 일을 하나 소개하셨다.

방직공장을 운영하는 언니가 하나 있는데 주말에 대신 운전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위에 사람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나보다.

"세영아, 너 안해볼래? 주말에만 운전해주면 된단다. 그것도 주마다도 아니고 한달에 한두번,

장거리 움직일때만 대신 좀 해달래는데..........너 주말에 요즘 아르바이트 한다며? 통나무집

지으러 다닌댔니? 힘든일 하지말고 아줌마가 소개시켜주는일 해라 그냥."

"그일은 공부삼아 한건데 여름지나고 일거리가 딸려서 잠시 관뒀어요. 봄에 다시 가기로했는

데........"

"그러면 니가 좀 해라 세영아. 한두번 시간내서 아르바이트하는셈 치고 해봐라. 보수는 알아

서 안 섭섭하게 챙겨줄게다."

"제 성격에 그런거 하겠어요? 한 두번 하다 짤리는거 아녜요?"

"편하게 대해줄거야. 아줌마가 말 잘 해놓을께. 해라 알았제?"

"예,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대구에서 방직공장을 꾸리면서 강릉에 조그마한 가구공장도 하나 가지고있는 모양이었다.

첫인상도 큰키에 세련되어보이고, 호방한 성격이란걸 말투나 시원시원하게 사람대하는걸로

봐서 짐작할수 있었다. 54살이란 나이가 어울리지않게 젊은층의 사고방식에도 편협함을 보

이지 않았다. 물론 금전적으로 내가 속으로 불만을 토로할일도 없을것 같았다.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주말출장은 한번을 제외하곤 1박2일로 이어졌다. 처음 출장을 왔을때만해도 어색

하고 많이 불편했었는데, 그후론 업무 외적으론 여행온듯한 기분으로 다닐수 있었다.

주로 토요일날 업무를 보고 일요일은 드라이브나 단풍구경, 이름난 곳등을 찾아다니며 기사

겸 비서생활을 즐겁게 유지해나갔다.

오늘도 아침 7시에 대구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남짖 달려 이곳 망향휴게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더럽게 빠른속도로 식어버리는 커피와 함께......

1시간 정도만 더 가면 강릉에 도착할것 같다.

가끔 룸미러로 힐끔거리기도 하고 잠자는 모습을 쳐다봐도 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다.

위치에 맞게 행동하고 노력하고 애쓰면서 몸에 밴 그런모습이 아닐까 싶다. 항상 다리를 꼬고

앉던지,꼬지않을때도 무릎은 충실하게 붙어서 잠깐이라도 떨어질줄을 모른다. 바지정장을

입을때도 마찬가지다. 꽤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장님의 모습에서 언제부턴가 나는 여자의모습을 찾고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

니다. 29이라는 내 인생 초유의 나이차도 그러하고, 여자로서의 어떤 매력을 느끼고픈 상대

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한번씩 나도 모르게 뭇 여성들에게 그랬던것처럼 묘한

충동을 느낀다. 나이차이에서 오는 선입견이나 상식을 뛰어넘어 서로 본능만을 추구할수 있

을까 란 호기심도 들고, 이성이 존재하는 한 나에게서 남자를 느끼기란 불가능할테지만.....

펑퍼짐한 동네아줌마들과는 거리가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머니보다도 두살이 많다는 난관도

잊게할만큼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사장님나이대의 여자를 안아보지않았던것은 아니다. 21

살때 나보다 30살이 많았던 여자와 몇번 잠자리를 했던적이 있다. 그여자는 6살을 속이고 나

와 만났고 첫관계 후 실제나이를 얘기했었다. 물론 그여자는 경우가 다르다. 처음부터 육체적

인 탐욕만을 생각하고 만났고 처음만나 껍질을 벗겨보기도전에 50은 넘었겠구나......라고 생

각이 들었으니까. 그녀에 비하면 한참은 어릴것같은, 그리고 뭔가 고즈넉하게 아름다움을 발

산하는 이여인의 매력이 내 이런 무모할것만 같은 충동에 빌미를 제공한다. 그냥 나도 모르는

새 이따끔씩 그녀와 있을때 내물건이 기립을 한다는것이 그녀가 여자로 느껴진다는 확증이

아니겠는가.........

신문을 펼쳐들고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올려진 종아리의 눌려진 모습에서 쓰다드고싶다

는 생각과 함께 예전 국어선생님(3부에 소개된 그 선생님입니다.) 의 종아리와 겹쳐진다. 성

숙한여인의 탐스런 종아리를 보면 왜 선생님이 그려지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래도 장난같

은 스킨쉽이 자연스레 묵과되어지는 그런사이로까지 발전을 했다마는.........

아~ 또 선생님을 생각하니까 안그래도 내일 저녁같이먹자고 했는데 일땜에 취소된게 아쉽기

만 하다. 그 생각을 하니 괜시리 짜증이 난다. 발기했던 물건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가라앉았

다.

신문을 보다 펜으로 여러군데 체크를 하는것 같다.

"뭐하시는거에요?"

"응, 모르는 한자가 많아서.......세영인 한자 좀 많이 아나?"

"글쎄요.......저두 신문읽을때 모르는 한자 투성인걸요. 그렇게 체크하시고 찾아보시고 그러

시는걸 보니 저보다 사장님께서 더 많이 아실것같은데요."

"나야 모르니까 이러는거지. 한자를 많이몰라서 답답할때가 많아."

"저 사장님......오늘은 사장님 내려드리고 전 따로 볼일 좀 보면 안될까요?"

"왜? 산에 같이 안 올라갈꺼야? 무슨 볼일 있어?"

"볼일 있는건 아니고 예전에 근무했던 부대에 잠깐 다녀올까 하구요."

"그래? 그럼 강씨아주머니랑 둘이서 올라가야겠네. 갔다와 그럼. 늦게올꺼야?"

"아뇨......내려오시기전에 올꺼에요."


아직 같이 근무했던 녀석들이 남아있을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하사관으로 간 동기녀

석은 근무하고있지않을까 했는데 올초에 타부대로 재배치를 받았나보다. 부대 남아있는 간

부들과 사병들 사이에 끼어 오랜만에 축구다운 축구도 하고, 군기가 잔뜩 들어있는 엇그제

갓전입온 신병들한테 괜시리 말년때 생각하며 장난도 치고 같이 샤워도하고.......어느새 다시

말년으로 돌아온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군대시절 말년생활이 참 좋긴 좋은가보다. 스타들

과 맞먹는 그들의 권세!

부대에 오면서 한가지는 꼭 이루고가야지......하고 다짐한게 있다. 보급품의 습득! 군대보급

품중 사회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일수있는물건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단연 깔깔이가 아닐까.(깔깔이가 무엇인지 부연설명은 하지않겠습니다^^ 다들아실거라...)

동네수퍼 담배사러갈때나 목욕탕 갈때 등등.... 그 효용가치가 무한하다고 볼수있는 깔깔이

를 받아들고 나설때쯤 길에는 가로등이 한둘 켜지기 시작했다.

차에 도착하니 전화가 몇통이 와 있었다. 벌써 내려오신건가......내가 너무 오래있었

나..........

"여보세요? 사장님 내려오셨어요? 안그래도 지금 막 출발하는길인데.........."

"아니, 절에 있다가 지금 내려가는길인데 발목을 조금 접지른것 같아서.......오는길에 파스 좀

사가지고 오라고."

"다치셨어요? 걸으실수는 있으세요?"

"어, 아줌마 부축받아서 내려가고있다. 볼일은 다 봤나?"

"예, 금방 가겠습니다."

"그래, 급하게 오지말고 운전 조심해서 와. 천천히와도 돼, 아직 다 내려갈려면 멀었어."

"예,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그래."

절에서 막 출발했다면 평상시에 걸어서 30분 정도면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래도 조금 서둘러

가야할것 같았다. 왠지 동행하지않았을때 다쳐서 미안한생각도 들고.............

주차장에 도착했을땐 사위가 많이 어두워졌다. 절에서부터 내려오는길에는 그래도 가로등이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됐다.

"근데 이러고 차에서 기다리고있어도 되나.............."

기다리고 있기가 마음이 편치않아 마중을 나섰다.

간간이 내려오는 등산객들중에 어떤 등산객에게 업혀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많이 다치신거에요? 죄송합니다 모시고왔었어야 되는데........"

"아냐, 걸을수있는데 이분이 절름거리면서 내려가는게 너무 안쓰러워보인다고 업히라고하셔

서. 이제 내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무거우셨을텐데..........."

"얼마안남았는데 주차장까지 업어다드릴께요. 그냥 업혀계세요."

남자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한게 한참을 그렇게 업고 내려왔나보다............

"그래요.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업혀계세요, 다왔는데요 뭐."

내리려는 사장님까지는 왠지 모르지만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주차장까지 업고 데려다줄려는

40대의 등산객이나 더 업혀있으라는 강씨아줌마의 말에 일말의 서운함을 느꼈다. 어쩌면 당

연한 대화같겠지만.............심통이 났다.

"아닙니다, 이제 제가 모시고 내려가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예까지 수고해주셔서.........."

"...................."

엉거주춤 서 있는 남자의 눈이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세요. 힘드셨을텐데 너무 고맙습니다."

"그럴까요 그럼? 고맙긴요 산에 오를때만큼은 다 가족같이 돕고 원래 그러는겁니다. 그럼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발목은 가셔서 뜨거운물수건으로 찜질해주시고요."

"예,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걸어내려가는 남자, 참 지당한 말만 하고 간다. 언변은 꽤나 젠틀한데 저 내려가는 뒷모습에

왠지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는것만 같다.

"이거 입고 업히세요............."

"그래 알았어."

"아주머니 죄송한데요, 키 가지고 먼저 내려가셔서 차 히터 좀 틀어놔주실래요?"

"알았어요. 그럼 조심해서 모시고 내려와요."

사장님의 얼굴에서 왠지 아까부터 웃음기가 감도는것 같다.

"근데 무슨옷이 이래? 겉은 없고 내피만 있는것같이........."

"그래뵈도 따뜻해요. 군대서 추울때 겉옷속에 입는거거든요. 집에서 입을려구 하나 얻어왔어

요."

"좋긴한데 촌스럽다 얘~"

"군대물건이 원래 좀 그래요. 촌스런게 매력인데요."

".................."

등뒤의 그녀가 웃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웃으세요?"

"응? 내가 그랬어?.........."

"네..............."

"안웃었는데.........."

"웃고싶어하시는것 같아서요................"

"그냥, 이뻐서."

"............................."

"무겁지않아? 아직 좀 내려가야할텐데.........."

"아녜요, 이제 막 업었는데요. 별로 안 무거우세요."

실은 곧 무거워질것 같다. 처음엔 허벅지를 잡았는데 점점 뒤로 흘러내리는 느낌에 한번씩 들

출때마다 손이 엉덩이쪽으로 조금씩 나아가고있었다. 훨 받치기가 쉬웠다.

그리고 사장님의 엉덩이 바로아래 허벅지안쪽의 말랑말랑한 느낌이 곧 쓰러지는한이 있어도

무겁단 소리를 할수없게 만들고 있었다. 갈수록 내양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벌리는듯한 느낌

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비쩍 마른사람을 이렇게 업고간다면 아마 음부에까지 그 힘이 미쳐 내

손으로 거기를 벌리는듯한 느낌을 지울수없을것이다.

그런생각에까지 미쳤다. 그리고 약간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졌을것만같은 손의 느낌도....

더 내 느낌만 취하면 이상해보일것같아 더이상 들추는것조차 할수없었다. 무거운데.......


아무리 단순한 인간일지라도 이럴땐 오만가지 생각들이 든다...........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상하게 비치진 않을까.....힘들어도 좀 더 밑을 받치는게 옳지않을까.....내가 업는다고 말했

을때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내손이 받치고있는부분을 의식하고 계실까.....그래 그녀가

지금 내손이 닿아있는부분을 의식하고 있는지 아닌지 그게 제일 궁금하다. 그리고 어떻게 생

각할지도.....아마 사장님한테는 이런 내 생각들이 터무니없게 보이리라. 쩝.....

근데 왜 이쁘다고 하셨을까..... 그런걸까? 대견하다........뭐 그런거. 아님 심통나 하던 모습

에서?.............제길, 이런생각을 하고있는 내 자신이 졸라 쪽팔린다. 뭐야 이게.........

유학가 있는 은주가 알면 졸도할 일이다. 선생님도........

하지만, 그녀들이 알리가 없지 암~ 그녀들에게 최선을 다 하니까. 으흐흐흐.........ㅡ.ㅡv

(참고로 이글을 읽는 여성분이 계시다면 다 이사람같을까....라고 오해하진 마세요. 당신의

남자, 보이는 그대로 믿어주시길....의심은 갈등을 낳습니다.)


차에서 파스를 건넸다. 직접 붙여주고싶지만 왠지 아까의 일이 날 소심하게 만드는것같다.

상대방은 추호도 그런 난잡한생각이 없는데 나혼자 그런감정을 가지고있다는걸 들키고싶지

가 않다.

한마디로 난 쫄아있다 지금.

근데 그런생각들은 꼭 한번 트이기 시작하면 봇물처럼 밀려온다. 시도때도없이. 그게 문제다.

"식사는 어떻하실꺼에요?"

아주머니를 바래다주고 오는길에 물었다.

"글쎄.....뭐 먹고싶은데? 이제 만날사람도 없는데 둘이 먹지 뭐. 회 먹을래?"

"추어탕 드실래요?"

"추어탕 좋지. 그새 추어탕 잘하는 집이라도 봐둔거야?"

"예전에 전역할때 부대 주임원사가 추어탕집에 데리고 가줬는데 맛깔나게 잘했던거 같아요.

호텔에서도 별로 안멀구요. 근데 정말 병원에 안가보셔두 돼요?"

"아냐, 약간 접지른건데 뭐. 있디가 세영이가 물수건으로 찜질해주면 금새났겠지?"

어라, 이건 또 무슨소리야..........나보고 해달라는거잖아. 깊이 생각하지말자........

"해주기 싫은거구나 너?"

"제가 해드리면 정말 금새 나으실래요? 그럼 해드리구요."

"세영아.........낮에 내가 얘기할까 했는데."

"예. 말씀하세요."

"너 학교쉬고 나 도와주면 안될까? 정식으로 내일 도와달라는 소리야. 비서로서...

비서일도 봐주고 운전도 좀 해주고.........."

".............."

"어때? 옆에서 나 도와주면 안돼?

"사장님, 저 성격이 모나서 그런거 잘 못해요. 저 채용하시면 후회하실거에요."

"그래도 며칠 생각은 해봐. 세영이가 도와주면 참 좋을것 같은데......"

"예. 신중하게 생각할게요."

"다 와가니? 배고프다."

"예. 조금만 더 가면됩니다. 사장님도 배고프단 소리를 다 하시네요..........."

"그런소릴 내가 평상시엔 잘 안썼었나........."

차는 가로등 뛰엄뛰엄 있는 소박한 촌길을 달리며 양양의 어느 조그만 마을로 들어섰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응? 뭐가?"

"좀전에 같이 일하자고 말씀하신것 말입니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마우면 내말대로 해!"

"도착했어요 사장님. 배고프시다면서요~"

그녀를 부축해서 초로의 주인이 안내하는 룸(ㅋㅋ 그냥 아랫방입니다) 으로 들어갔다.

"이야 방이 뜨끈뜨끈하다."

"다른방도 있는데 일부러 아궁이때는방으로 주신것 같은데요."

"좋네, 이런곳도 다 알고있고...........여기 냄새 좋다."

"냄새요?"

"응. 장작타는냄새.....흙냄새.....연기냄새.....창호지냄새.....할머니냄새.....아랫목냄새....."

"사람사는 냄새말이죠?"

"응."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할머니가 찬거리 몇가지를 들여주신다. 사장님이 움찔 놀랬다. 덩

달아 나도 놀래고........

"왜 놀래는겨? 둘이 뭐 이상한 짖 한겨? 그래서 사람들어오는데 놀래능거시지?" (그때의 구

수한 할머니의 강원도사투리를 표현할수가 없네요. 억양은 어렴풋이 떠올릴수있겠는데.....)

봉께 부모자식간도 아닌듯허고 손이라도 잡고 있던 거시여? 요방말고 저~짝 골방으로 줘?"

사장님도 할머니의 농거리에 밝게 웃더니 한말씀 하신다.

"첨부터 그쪽방으로 주시쟎구요 그럼.......지금 옮겨도 돼요 할머니?"

"미안허이, 예약을 하고 올거 아녀. 그쪽방은 벌써 내가 영감하나하고 정분쌓고 있단 말여..

담버텀 두드리고 들올팅께 걱정말고 안고 입맞추고 하드라고........개새끼 짖으니께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말고.....소리는 속으로 삼키드라고. 그라고 냄시는 무신 냄시가 난다고 그려....

아즉끗 이방서 거시기한 사람들은 없었는디, 고론 손님은 저~짝 골방으로 주는디....댁들이

오늘 첫 개시하는거구먼."

할머니 얘기에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묘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아녜요 할머니. 이분은 저희 사장님이세요. 예전에 박원사님이랑 왔을때 맛있게 먹고가서

모시고 온거에요."

"아~ 그 배불뚝이? 그놈은 즈그부대 음식 버리는거 개줄라고 좀 갔다 달랬드만 지가 다 먹어

뿌는게벼. 안갔다주네. 담에 보믄 개밥 가져오란다고 전해줘. 그럼 내가 오늘 아궁이 불 팍팍

지피갛고 애인 옷 한까풀 한까풀 벗도록 해줄팅께..........워뗘 고맙쟈?"

"할머니도 참......얼른 주세요 배고파요."

"알았어. 보채기는......."

"맛있게 해주세요 할머니~할아버님 목 빠지시겠다~"

"내 언능 시원하게 끓여서 너어주께."

할머니땜에 한번씩 겻눈질로 사장님을 볼때도 재밌어하시고 즐거워하시는것 같아 더 이상

할머니땜에 신경안써도 될것 같았다.

"참 재밌으시다. 아이고 눈물날려 그러네. 우리 다음에 또오자."

"다음엔 예약하고 처음부터 골방으로 달라그래야겠다 그죠?"

"호호호호..........꼭 그래봐야지"

이여인과 이런화제거리로 즐거울수있어서 너무 고맙다. 이 여인이 즐거워해서 나는 더 바랄

게 없을만큼 뿌듯하다. 최소한 지금 이순간만큼은...............

"똑 똑"

"들어가도 되는겨?"

"호호호호...."

"예 할머니."

"자~ 가져왔어, 허던 일 잠시 쉬고 맛나게들 먹어. 그짖도 배가 불러야 허는법이여."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그려 그려."

나가시며 행여나 덜 따뜻한가 이리저리 손으로 바닥을 훔쳐보시고 나가신다. 너무 맛있게 드

시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맛있다. 역시.......할머니 손맛이 이렇게 느껴질줄 벌써부터 짐작했어. 세영아 얼른 먹어~"

"예.....사장님 혹시 보신탕도 드실줄 아세요?"

"왜? 못먹을것 같애? 사람상대하다보면 음식 가려선 못해. 나 못먹는 음식 없어~"

"원사님이 원래 이집 단골인 이유가 보신탕 때문이라고 그러셨거든요. 다녀보신 중에 할머니

솜씨가 제일 낫데요. 다음에는 보신탕 드셔보라구요."

"호호.... 그래 다음 메뉴는 보신탕이다."

잠시 숫가락을 놓으시더니 운동복 윗도리를 벗어두신다. 팔을 빼실때 목티위로 드러나는 브

래이지어 선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럴때 내 눈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잠깐 그 위로 젖꼭

지의 흔적도 놓치지않고 캐치를 했다.

"더우세요?"

콧잔등하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게 보인다.

"어. 할머니께서 정말 날 한꺼풀 한꺼풀 벗기시려나보다. 큰일이네~"

"하하하........할머니 만세."


정말 추어탕 한그릇 맛깔나게 뚝딱 비웠다. 거기다 할머니께서 쌍화차까지 끓여오셨다.

"잠깐 나갔다올께요."

"어디? 화장실?"

"네, 소변보고 담배 좀 피고 들어올려구요."

안에 있을땐 몰랐는데 정말 춥다 강원도. 밖에 나오니 나도모르게 저절로 몸이 움츠려진다.

입김인지 담배연긴지 구분이 안간다. 뱉어내는 담배연기가 하염없이 길게 이어진다.

"할머니 거기서 뭐하세요?"

난 할머니가 아궁이앞에 쪼그리고 앉으셔서 정말 사장님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시려는 약

속을 충실히 이행중이신게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했다. 역시 뭐눈엔 뭐만 보인다...

"고구마여. 가기전에 고구마 좀 드시고 가라고."

"할머니. 제가하면 안되요?"

"요기가 따뜻해뵈니께 뺐을라꼬 그러는것이제? 그려.........일롸."

한켠에는 할아버지 솜씬지 크기도 일괄되게 잘 쪼개놓은 나무장작들이 한쪽벽을 메우고

있다. 할머니랑 아궁이앞에 쪼그리고앉아 불쏘시개로 괜히 잘 타고있는 장작들 이리저리

건드려가며 "탁 타닥" 거리는 장작타는 소리 듣고있으려니 우리할머니 생각도 나고....우리 할

머니도 겨울이면 곧 잘 밤이니 고구마니 잘 구워주셨는데.....그때가 우리집에도 아궁이때

는방이 있었을때니 벌써 15년도 넘은 옛날 얘기다. 아마 부뚜막이라고 했던가....

"왜 안오나 했더니 여기있었네."

"추운데 왜 그러고 나오셨어요. 발목도 아프시면서........부르시지. 여기 앉으세요. 안추우

세요?그렇게입고........옷 가져올께요."

"아냐 괜찮아, 안그래도 화장실까지 좀 바래다 달랠려고 나와서 두리번 거렸는데 안보이길

래 화장실에 있는줄 알았지."

"갔다오셨어요?"

"어. 근데 세영이 너 여기앉아서 아궁이 불 키우고있었던건 설마 아니겠지?............."

뭐라고 말하려는데 아궁이에 장작을 하나 더 넣으시며 할머니께서 선수를 치신다.

"그려~맞어 맞어. 나보고 자꾸 더 넣으라는구먼......."

"너~ 너 딱 걸렸어. 현장을 들켰잖아. 눈감아줄테니까 정식으로 내밑에 들어와라."

"하하하........할머니도 참. 아녜요 사장님 그런거."

"이야~고구마네."

"것봐요. 할머니랑 고구마굽고 있었는데."

"시끄러, 이건 할머니가 구우시는거고 넌 불 지피고있었잖아. 할머니, 이거 저희주실려고 구

우시는거에요?"

"아녀~영감하고 나하고 밤에 둘이 먹을거여."

"후~~~~다 익은거 같은데.......어디........."

사장님은 소녀가 되신듯 하다. 할머니가 손주주실려고 고구마를 구우실때 그새를 못참고 쪼

르르 달려나와 자꾸 들춰본다고 가만 들여다본다고 빨리 익는것도 아닌데, 추운데 쪼그리고

앉아 손 데어가며 "할머니 다 익었을까? 할머니 언제 다 익어?" 보채는 그런 소녀가 된 듯하

다. 사장님이 30년만 젊었어도 사장님이랑 지금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겠다.....란 생각이 아

쉬움 반 설레임 반으로 스쳐간다.

"여기서 드실거에요?"

"왜~ 여기서 먹자. 불앞에서 먹어야 제맛이지. 할머니 저 하나 먹어봐도 되죠?"

"그려......인제 다 익었을것이여. 내 동치미 내올텡께 그거랑 같이 먹어."

"추운데........그럼 들어가서 체육복이라도 내 올께요."

고구마를 들고 뜨거워서 이손에 쥐었다 저손에 쥐었다 하면서 쳐다보더니 자기나이도 잊고

베시시~웃는다. 어이도 없지만 정말 지금 이 순간은 소녀같이 느껴진다. 천진난만한......

누가 들으면 욕이라도 퍼부을지 모르지만, 난 정말 괜찮은 여자를 흠모하고 있는거라고 생각

됐다. 누가 들으면 정말 서운해할테지만........

"맛있지?"

"예.....동치미랑 같이 드세요."

"할머니. 할머니도 같이 드세요. 아~여기서 잤음 좋겠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자고가 그럼. 이렇게 지펴노므는 낼아침까지는 거뜬 혀."

"주무시고 가시게요?"

"아냐, 아녜요 할머니. 다음에는 재워주세요. 오늘은 가서 할일도 좀 있고 샤워도 하고싶고

그래서요. 오늘 좀 힘들었거든요."

"그려.......멀리서 찾아와주믄 나야 고맙지."

실은 나도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픈 소망이 있다. 우리가 갈걸 모르고 장작불은 여전히 "타

닥 타닥" 반딧불같은 불씨를 날리고 있다.

"자네는 올해 나이가 몇인겨? 스물 한 대여섯 된겨?"

"예. 해바뀌면 스물여섯입니다. 토끼띠에요."

"그렇구먼.........강릉에 있는 우리 손녀보단 3살이 많네 그려. 장가가야긋네."

"아직 학생인걸요."

"이분이 회사 사장님이람서?"

"예~학교도 다니구요. 할머니! 다음에 오면 보신탕 끓여주세요."

"왜? 추어탕 별로 맛없었능겨?"

"아뇨~할머니. 원사님이 할머니 보신탕 솜씨가 일품이라고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다음에 얼

마나 맛있나~ 먹어볼려구요."

"그려. 꼭 와. 내가 맛깔나게 해줄팅께........자주 와이~"


강릉으로 항하는 차안.........

"호텔로 바로가면 됩니까 사장님?"

"그럼 이시간에 어딜 가...술한잔 하고싶어?"

"좀전에 자고가라고 하실때 볼일 있으시다고 하셨던것 같아서요."

"아~~볼일은 있지. 세영이가 해주는 찜질 받아야지~"

"전 또 다리도 아프신데 아직 볼일이 남으신줄 알았습니다."

"재밌었다 그지? 잠도 잘 올거같고...........오늘 나 되게 칠칠맞아보이지 않든?"

"소녀같으시던데요........"

"소녀? 정말 그랬어? 실은 안그래도 오늘 정말 소녀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 즐겁고 재밌

고...........행복하던데? 좋은곳 데려가줘서 고마워."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많이 피곤하시죠? 조금 빨리가겠습니다."

"천천히 가 괜찮어...........급할것 없어. 가서 바로 잘것도 아닌데..........."


얼른가서 당신발목 찜질해주고싶은 마음에 그러는겁니다.....오면서 그생각밖에 없었다구요.


"오늘 운전오래해서 피곤하지?"

"차가 좋아서그런지 별로 피곤한걸 못느끼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저하고 같이 계실땐

오늘처럼 사고나시거나 하셨을때 곧바로 호출주세요. 오늘도 제가 위에까지 모시러 갔어야

하는데........안그러심 제가 면목이 안섭니다."

"으이그.....알았다. 세영이도 그 호칭 좀 바꾸면 안될까?"

"예?"

"그 사장님 소리말야........"

"..............."

"왜 사장님 말고.........그러니까........호호. 그러고보니 달리 부를만한 호칭이 없구나. 아니면

내 별명하나 지어가지고 부르던지......."

"소녀"

"응?"

"소녀....라고 불러드릴까요?"

"호호호.....괜찮다~ 근데 소녀야~ 이렇게 부를거니 너?"

"소녀씨....아니 소녀님......소녀......그렇네요. 이것도 안되겠는데요. 그냥 사장님이라고 부르

겠습니다."

"소녀..........좋은데."

"그럼 사장님 안계실때 제가 사장님을 칭할때 소녀로 칭하겠습니다. 저혼자 사장님 없으신데

서 소녀라고 부르겠습니다."

"호호호.......그러니까 뒤에서 나랑 맞먹겠다 이거지?"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알아알아......소심하기는."

"또 지금같을때 속으로 소녀한테 궁시렁 대겠습니다."

"뭐라고? 왜?"

"소심하다고 하셨잖습니까."

"야 너~..........너무한거 아니냐?"

"죄송합니다. 잠깐 사장님을 소녀로 착각하고 장난친거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요 게~......맞먹어라 맞먹어."

정말 그러리라 생각했다. 앞으로 난 사장님을 나혼자만 소녀화시키기로.........지금 현재의 그

녀에게 소녀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나말고 또 누가 있을까........또 그녀가 나 아닌 누구앞에서

그런 소녀같은 모습을 할수있을까..........아마 지금의 사장님의 위치에선 남편앞에서조차 그

러지 못하리라. 뭔가 나만이 그녀의 한부분을 독차지한듯 한 뿌듯함에 전율이 인다.

"소녀하고 시간을 보낸듯해서 한편으로 저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장님."

"너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돼네........ 부끄럽다 야."


도착하고 새벽에나 내리지않을까 했는데 어느새 유리에 하얀 눈송이가 내려앉고있다. 내일

은 내일이고, 밤새 펑펑 쏟아져 아침에 커피한잔을 들고 커튼을 젖혔을때 온통 하얀 가운데

눈 내리는 바다를 볼수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을 타지에서 이 소녀하고 바라보는것도 기억으

로 간직하고싶다.






--;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5부 쓸때만 해도 어느정도 감이 온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많이 쉬었나봅니다. 원하시는 섹스씬도 없을뿐더러 하물며 스토리 전개라고 한것이....

또 야설이 아닌게 되고말았습니다. 7부에선 좀 나아지겠지요^^.

이글을 쓰기위해 5일동안 짜투리시간을 다 소모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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