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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가는 길 (단편) - 단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40 694회 0건

- 소설 내용 中에서 -

겨우 눈을 뜨고 보니 그녀는 분명 고운 내 사랑, 다혜였다.
순간,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입술을 포개었다. 아주... 세게..........!!

"읔~! 읔...! 읔!"

도망치려는 비명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녀를 더듬었다.
한참을 버둥거리던 그녀는 힘이 빠진 것인지 포기하고서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듯 하였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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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나홀로 가는 길 **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나머지 나는 밤샘 작업으로 원고를 쓰고 있었다.
문틈 새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 좌판 옆에 던져 저 있던 타월로 문틈을 막았다.
가끔 들리는 윙윙 바람소리에 오싹 한기를 느끼는 적막한 밤이다.

자꾸만 내려감기는 눈꺼풀...
어쩔 수 없이 커피포트에 손이 간다.
두 컵 분량의 물을 붓고 콘센트를 꽂고 스위치를 누른다.
보글보글...
금방 끓기 시작한 물에 헤즐 반 티스푼과 맥심 한 스푼을 넣어 휘휘 저어 한 모금 마신다.
삽시간에 몸은 따뜻해지고 아래로만 내려가던 눈꺼풀이 똘망똘망 되살아나고 있었다.

내가 여기를 들어 온지도 벌써 3개월이 접어들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을주는 곳도 아니오,
내 거주할 곳을 헤매기를 닷새째 되는날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안주하게 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 크기는 내가 혼자 살기엔 가장 적당한 크기에, 침대하나, 장농 하나,
단 하나 유일한 내 보물단지인 컴퓨터가 언제나 나를 마주하고 있다.
잠을 잘 때는 언제나 컴과 이별의 입마춤을 하고 잔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 무엇도 부러운 것 없었다.
48평 아파트도 버리고, 내 명의로 된 22평짜리 상가도 버리고
이렇게 도망치듯 아니, 도망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내 스스로 버리고, 간절히 그것만을 원하는 사람에게 건네주고,
난 혈혈단신 내 발과 같은 짚차에 몸을 싣고 안주할 곳을 찾지 않았던가!
더러운 게 목숨이라 호구지책은 고려되어야 하건만 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수중에 금전 한 푼 없이 가족을 떠나 왔다.

그러나 떠나 온 그날부터...
난 어디서 하룻밤을 보내지?
허허허... 하늘을 향해 웃어보지만...
하늘조차 나의 편을 들어주기 싫어서인지 그날은 종일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곰곰 내 주변을 돌아보니 보험회사에 연금을 붓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꽤 오래 부었으니 해약을 하면 제법 돈이 될거야 .

능숙한 솜씨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아가씨는

"얼마를 대출 받으시렵니까?" 물었다.

"대출 아니고 해약을 하려구요. 해약해 주세요"

"네 손님, 하지만 해약은 손해를 많이 보게되구요 대출을 하시면..."

"아닙니다. 그냥 해약해 주세요.
내용은 다 알고 있으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테니..."

그렇게 창구 아가씨의 입을 막고서 해약을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하루밤 잠을 청하고 다시 안주할곳을 찾아 며칠을 다녔다.
심심산골 몇집 살지않는 오지에는 낯선 사람을 꺼려하는 건지 하나같이 빈 방이 없다고 했고,
내 나름으로 시골이라 생각되는 작은 읍내로 가서 견공의 노상방뇨로 몸살을 앓는 전봇대에
너덜거리는 것... [방세노음]... 노인의 글씨인지 겨우 알아볼 정도의 글을 보고찾아 온 곳...
그곳이 내가 살아서 숨쉬는 이 방이다.

커피 한잔과 담배 한모금에 훠어이 시름은 사라지고 다시 글을 쓴다.
새 날이 밝아오고 있을무렵 휴대폰이 울린다.
누굴까? 내 휴대폰 번호를 아는사람이 없는데...
낮설지 않은 번호이다. 고추친구 영식이 녀석이다.

"야~~ 너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냐?"

"야 임마 어떻게 알았냐를 먼저 묻냐? 반갑지도 않냐?
너 임마 세상에 살아있는한 나를 속일순 없다. 이자식아~ 하하하~"

그렇게 나는 과거와 단절되지 못하고 연결되어 있었다.

"야! 임마 어떻게 지내냐?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 거야?"

반가움에 큰소리로 안부를 묻는 첫마디가 밥을 제대로 먹는지를 물었다.
그렇지 밥을 챙겨주는 게 당연 여자의 몫이라는 발상에서 본다면
여자도 없이 홀로 사는 남자가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리 없지.

"걱정 마라. 난 밥도 잘하고 반찬도 잘하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잘 먹으니..."

"그래, 그래야지. 짜슥아~! 니 같은 놈을 친구로 둔 내가 죄다 죄여. 껄껄껄 쯧쯧쯧...."

딸그락 끊어지는 전화기 속의 소리가 크게 가슴에 진동을 일으켰다.

한 컵 분량의 쌀을 씻어 밥통에 넣는다.
그리곤 가스에 불을 붙인다.
찬 통을 들여다보니 밑반찬으로 며칠 전 슈퍼에서 사온
오징어젓갈, 김치 두 가지... 된장, 참치.. 아~ 이만하면 진수성찬이지 뭐.
쓸데없이 좋은 식탁에 번지르하게 차려놨지만 숟갈이 갈 곳 없어 헤매던 예전보다 나아.. 암..

- 내게 마누라는 그런 존재였다.
- 늦게 들어오면 밥통에 밥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고...
-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라치면 때 아니게 냄새를 피워
- 다이어트를 하는 딸아이 식욕을 자극한다고 베란다로 나가서 먹어라며 쏘아붙인다.
- 순간 먹고싶은 맘이 사라져 그대로 쓰레기로 버리고 만다.
- 팅팅 불은 라면이 쓰레기통에서 보일 때면 마누라는 또 내게 일격을 가한다.

- "먹지도 않을 거면 뭐하러 끓여서 여러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매일 같은 공방만 계속되는 그런 날들이 20여 년간 계속되었다.
- 가정이란 울타리가 지친 육신을 끌고 돌아오면
- 아늑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고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싶었다.
- 마누라는 아이들까지 포섭해서...
- 조금 늦게 귀가하는 날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 소가 닭 쳐다보듯, 개가 돼지를 보듯 한 날들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 직장생활이라곤 해 본 적이 없었던 마누라는
- 퇴근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전혀 이해해 줄 생각을 못했다.
- 퇴근을 하면 바로 집으로 와야한다는 것이었다.
- 어찌 그럴 수 있는가!
- 어찌 보면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퇴근 후에 풀 수도 있는 것이거늘...
- 직장에서 집에까지 오는 시간을 계산에 넣고
- 그때부터는 늦어지는 시간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랬던 생활보다야 여기에서의 내 생활은 신선이다.
조금 비약했나? 아니다. 어쩜 신선보다 나을지 몰라.
신선은 맘대로 외출도 못했을지 몰라. 난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으니...
몇 안되는 반찬이지만 그렇게 상을 차리고 뜨거운 밥을 떠서 입에 넣는다.
꿀맛이야. 하하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식사를 마치고 일회용 커피로 입 가심을 했다.
밤에 원고를 쓸 때는 일회용 커피를 사용하지 않는다.
잠을 쫓으려니, 조금이라도 부스럭거리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을 두어 보려니, 그럴 수밖에...

원고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파일에다 원고를 저장하고 주소를 클릭해서 저장 파일을 열어 보내기를 했다.
스르륵 스르륵.... 원고가 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

오랜만은 휴식이다.
일 주일간 밤낮으로 나를 옭가매었던 시간이 풀려나
지천 명 청춘(?) 앞에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키리리릭~~ 털털터얼~!
며칠을 돌아보지 않아서일까.
시동 소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자동차도 자주 점검을 해주지 않으면 녹이 스는것 같았다.

어디로 갈까?
누구에게로 갈까?
그 순간 내 눈앞에는 그녀의 얼굴이 살포시 웃고 있었다.
눈을 감는다.
안돼.........!!
내가 지금 두 눈을 감으며, "안돼" 라고 도리질 치는 그녀... 다혜..,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는 그녀가 나에게로 온 것은 3년 전...
내가 가정을 포기하고 꼭꼭 숨어들기 3개월쯤 전의 일이다.

- 모 협회의 모임 중간 중간 유달리 내 시선을 잡고 있던 그녀...
- 모임을 마친 후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 누군가가 내 차 앞에 가로 주차를 해 놓고서 기어를 채워 놓은 채...
- 앞유리에 적힌 전화번호로 아무리 눌러도 받지 않았다.
- 30분쯤 시간은 흘렀고...
-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때에 슬그머니 나타난 차주가 바로 그녀(다혜)였다.
- 내가 뱉을 말이 고울 리 없건만...
-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그녀 앞에서 아주 온순한 양처럼 부드러운 털을 보이고 말았다.
- 연방 미안하다며 허리를 구부리는 그녀에게

- "아,, 예 괜찮습니다. 많이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죠 뭐"

- 그렇게 생각과는 틀린 말을 하고 만 것이다.
- 그녀는 죄송하다며 차 한 잔을 사겠다고 했다.
-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따라 근처 찻집으로 향했다.
-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고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고 또 그러다 만나고,
- 그녀의 아픔이 내게도 아픔으로 다가오면서 그녀의 아픔으로 나역시 밤잠을 설치기도하고
- 그렇게..난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 불행이도 난 정말 사랑을 이때까지도 잘 모르고 살았다.
- 그녀는 가정을 잘 이끌어가는 프로였다.
- 남편은 두세 달에 한 번정도 집에 들러서 생활비를 놓고 사라지긴 해도
- 한 번도 거기에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는 아주 긍정적인 생각의 소유자였고
- 점차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을 때.. 난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그녀.. 아이도 아직 어리고...
- 나의 존재로 하여금 그녀에게 아픔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방황을 했다.
- 잠 못 드는 밤이 늘어갔고 그녀의 전화를 일부러 피해보기도 하고
- 또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감성과 이성의 싸움에서 턱없이 감성이 쾌재를 부르는 날엔
- 불쑥 그녀를 향해 20-30 킬로미터의 밤길을 달리기도 했다.
- 지천 명에 찾아드는 사랑이란 서글프기 그지없고, 아무리 정당화하려해도
- 그건 불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우리 인연이 닿는다면 20년 후에 그때 다시 만나자
. 그래서 그때에도 이토록 못잊어하며 사랑한다고 확신한다면
. 그때는... 아무 제약도 없는 순수한 사랑을 하자
. 다혜!! 내 고운 님아~~ 안녕~!!"

맘으로 다지고 다지며 이별을 했다
그렇게 접은 고운 사랑이다.
오늘 문득 그리운 그녀는 가슴 저 밑에 숨겨둔 가시 같은 사랑이다.
가끔 살을 뚫고 나와 따끔거리며 찌르는 그런 가시이다.
그러나 살집이 깊으면 숨겨지리라~ 속살 아주 깊은 곳에...........!!

나는 도리질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웠고...
천천히 차를 움직여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30여 분을 나가야 넓은 차로가 나온다.
넓은 차로 옆에 선 가로수는 벌써 앙상한 뼈만 남아 볼품없는 거리가 되어버렸고
빈 들에 이따금 보이는 짚더미에서는 옛 운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지금 그대로의 겨울로 달려갈 뿐이었다.

도시가 보였다.
가만히 간판들을 살펴보니 남원인 것 같았다.
유달리 회간이라는 간판들이 눈에 띄는 곳이다.
[인터넷 모텔 바하마]...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는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회관이라는 간판들이 밥집이라는 모텔 주인의 말을 따라 난 -월매회관- 이라는 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

돌아와 잠을 청하려다 인터넷 모텔이라는 말이 떠올라 컴퓨터에 전원을 올렸다.
웬 성인 사이트가 이리도 많은지 컴퓨터를 켜고 부팅이 되기가 무섭게 뜨는 화면은 성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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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쓰레한 미소를 짓던 예전과는 달리 오늘은 무료라는 것에 호기심 반 충동 반으로 그곳을 열었다.
쭉쭉 뻗쳐진 다리맵시가 돋보이는 아가씨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가슴을 흔들며 묘한 눈빛을 보이는 여자들..
게다가 콧소리도 빼놓을 수 없는지 감기 걸린 소리로 앞에 앉아있는 사내들을 유혹한다.
나도 사내인가? 자문해 보았다.

내 고운 그녀 다혜랑 있을 때 솟아오르던 충동을 제외하곤
수개월 동안 남자임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혼자 사는 남자들은 자위를 한다지?
아주 오래된 옛시절 그걸 해본 적이 있었다.
마누라는 언제나 잠자리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노력을 하면서 시간을 끌면 귀찮다며 빨리 끝내라며 앙탈이였고 빠르면 또 그것이 불만이였던 때,
차라리 하지말자는 생각을 하고서 몇 주일을 보냈을 때, 그때 한 번 해 본 적이 있는 행위였다.
그러나 끝난 뒤에 허무함이란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함을 느꼈기에
오늘 난 순간적으로 성인 사이트를 보며 욕망의 그것을 스스로 잠재웠다.

잠이 오지를 않아 밖으로 나왔다.
곳곳에 이도령과 춘향이를 상징하는 간판들도 보이니 과연 여기가 남원이구나 생각을 들게 하였다.
꽤나 차가운 밤 공기가 폐부 속을 파고드니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 집 건너 또 다른 건물 곳곳에 노래방이 보이고 그 건물의 꼭대기는 여지없이 모텔이 있었다.
휘휘 둘러 보다가 깔끔하게 단장해 놓은 간판 [라밤바] 출입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 후끈하게 달아오를 정도로 난방이 덥다.

"누구 또 오실 건가요? 혼자세요?"

"혼자입니다."

"룸으로 안내할까요?"

"아니요 여기가 좋습니다"
답답한 룸은 싫어 넓은 공간에 앉았고 앞을 보니 작은 라이브 무대가 보였다.

"라이브 하는 곳인가요?"

"네. 그렇지만 시간이 되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해요.
선생님... 기다릴 수 있죠? 그동안에 제가 말 벗 해 드릴께요.. "

이런 곳의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수더분한 여자...
그러나 자세히 보니 눈매엔 우수가 가득 배어있는 중년의 여자였다.

"그러세요 "

"제 이름은 주희라고 해요. 기억해주세요"

주희는 내 곁에 다가앉아서 맥주를 따르곤 자기도 따라서 가볍게 잔을 부딪치더니...

"선생님의 건강을 위하여!"를 가볍게 외치고 요술처럼 맥주잔의 거품을 지우고 있었다.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멀리서 오신 거 같아요"

"허허 얼굴에 그렇게 쓰였나? 어떻게 알아?"

"선생님도 참... 여기 남원이 어디 넓어요?
거의 다 외지에서 관광 오신 분들이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충 알아요. 여기서 이 장사를 10년 동안 했으니까요"

"그렇구먼 허허허 "

"그런데 선생님... 너무 외로워 보이세요. 외로우세요?"

"왜?"

"모르겠어요 저 문을 들어설 때 부터 선생님한테서 고독이 느껴졌어요.
뭐랄까...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마치 어디 먼 별나라에서 오신 이방인 냄새가 났어요.
제가 잘못 봤나요?"

"허허허 허허허... 이봐 사람이란 원래가 태어나면서부터 외로운 법이야.
어머니 뱃속을 벗어나는 순간 혼자이고... 자네나 나나 다 외로운 게지... 암..."

"아니에요. 태어날 땐 혼자였지만 사람은 혼자는 살 수가 없는 법이에요. 늘 군중 속에서 살아야해요.
외로움은 저 가슴 밑바닥에 숨겨뒀다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꺼내보세요.
그땐 그 고독과 친구 할수 있을 거예요. 아직은 그럴 연세가 아니잖아요.
얼마든지 세상과 어울리세요. 호호호호..."

주희... 그런데 내 눈엔 그녀가 나보다 더 외로워보이는 밤이다.
눈매에 짙게 깔려있는 고독은 나의 것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연거푸 맥주를 마신 게 얼마나 되었을까... 취기가 온몸을 엄습한다.
나는 원래 술을하지 못한다.

"주희? 자네 외로움과 나의 외로움을 우리 함께 섞어서 이 밤 날려 보내버릴까?"

나도 모르게 취기 때문일까? 이상한 말이 뛰어 나오고 말았다.

"2차 말씀이신가요? 저희 업소는 그런 거 하는 곳이 아니예요"

"아니여. 허허허~ 2차 같은 건 나도 생각 없구먼. 지금 마음이 그런것 뿐이여..
그냥 자네랑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하며 외로움을 떨쳐버리고 싶다는 말이지.
이거 원... 내가 술이 과했나 보네. 허허허~~"

"선생님은 웃은 소리 뒤에도 고독이 흘러요.
언제나 그렇군요. 겉으론 웃지만 마치 속으론 꺼이꺼이 우는 것 같아요"

"아니! 이 사람아~ 자네가 시인인감? 어찌 시인 같은 소릴허네 그려...

"선생님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 알아맞혀 볼래?"

"음.... 법관이신가요? 아님 음... 학교 선생님?
아니... 그게 아니라 소설가 같으셔. 맞아... 글 쓰시는 분... 호호호~~"

"허허허허... 법관, 선생, 글쟁이 어느 거란 말인고? 허허허허... 허허허...."

"호호호... 호호호... 그 중에 하나는 맞지요? 그럼 다 맞힌 거나 마찬가지네요.
그 많은 직업들 중에 세 개로 압축 하였으니 저도... 이 바닥에 밥 먹을만하죠?
호호호~ 복채 받는 일이나 하면서 살아도 되겠어요? 호호호~"

라이브 무대가 차려지고 내 딸아이같은 여자아이,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 키 작은 아이가 통기타를 들고서 의자에 앉는다.
예쁜 목소리로 소개를 하더니 내 쪽으로 보며 씽긋 웃어보이고는
익숙한 솜씨로 통기타를 치며 약간의 콧소리로 [참새와 허수아비] 노래를 한다.
내가 참 즐겨 부르던 노래다.
홀 안엔 세개의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고 손님 거의가 40대를 지난 사람들이라 그랬을까?
세대에 맞는 노래를 하는것 같았다.

나를 빤히 보면서 노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어찌 저 아이가 내 속내를 보고서 노래를 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 속내를 들킨 것 같이 가슴이 쿵쿵 거렸다.
시원한 맥주를 또 들이켰다. 가슴을 식히기라도 하려는듯...
신청곡도 받는다는 주희의 말에 여자아이가 부르면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해 하며
노래 하나를 신청했다.

- 박강성의 노래- [내일을 기다려]...

♬ 잊어야한다고 눈을 감으면 가까운 빛으로 다가오는 것을 ~
♬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 ~
♬ 하지만 어쩌다 그리울 때면 지나간 날들을 사랑이라 여기고 ~
♬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달래려 잊을 수는 없을까 ~
♬ 아는지 모르는지 웃음만 보이던 그대가 커피 한잔의 추억은 아닌 거야 ~
♬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슬픈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채 ~
♬ 또 다시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 ♬

여자가 불러도 노래는 역시 좋구먼! 그렇구먼!


몇 번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라이브무대의 노랫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 그래. 그렇지... 잊어야한다고 맘 먹는 일은 쉬운지 몰라"
` 하지만,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 했지만... 돌아서기도 전에 눈이 내리지... 그렇지..."

라이브 가수의 발그레한 볼을 그려 보다 문득 딸아이가 보고 싶었다.
주희의 소박한 웃음을 보며 내 곱던 다혜...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리웠다.
취기는 도를 지나쳐 구역질을 하였다.
화장실을 겨우 가서는 꽥~꽥~~ 토하고서 겨우 나왔을까...

그리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잤을까... 내실의 전화가 울렸다.
한참을 울리고서 듣긴 했는데 도저히 손이 닿지가 않았었다.

꿈결처럼. 시간은 흐르고... 또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는 시간에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
겨우 눈을 뜨고 보니 그녀는 분명 고운 내 사랑, 다혜였다.
순간,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입술을 포개었다. 아주... 세게..........!!

"읔~! 읔...! 읔!"
도망치려는 비명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녀를 더듬었다.
한참을 버둥거리던 그녀는 힘이 빠진 것인지 포기하고서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듯 하였다.
그녀의 옷을 우왁스럽게 다 벗겨 버리고 미친듯이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풍만한 유방을 두 손 가득 움켜쥐고 젖꼭지를 비틀어 대자
그녀가 전율을 하며 입으로 신음을 토해내었다.
나는 천천히 페니스에 애액을 묻혀가며 삽입을 시도했다.
이내 엉덩이에 힘을주며 삽입을 하자 질의 수많은 지렁이가 귀두를 희롱하며
수많은 혓바닥으로 페니스를 조금씩 물어 당길뿐 무리한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힘껏 빨며 한손으로 젖꼭지를 조금 세게 비틀었다.
그러자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질의 입구를 조금 더 넓혀 주었다.
내가 엉덩이에 더 힘껏 힘을주자 페니스는 미끈덩하며 질속으로 다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두다리를 쭉 뻗었다가 내 허리를 휘감더니
그녀의 질구가 힘껏 내 페니스를 조여가면서 요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혓바닥같은 지느러미가 귀두를 세게 핥아대기 시작하고
질 자체가 얽히고 설키며 수축작용을 하면고...
그 리듬과 율동으로 페니스를 감싸기도 하면서
페니스와 귀두를 살짝 밀어 내었다가 이내 꽉 무는듯 하더니
다시 살짝 물고 또 조금씩 안으로 물어 당기며... 그리고... 또...
나는 구름을 타고 둥실둥실 날아가는 기분에 빠져 들면서...
마치 내 몸이 하늘을 날으는 듯한 무아지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펌프질 속도를 높여 가면서...10분...20분...30분...
결국 나는 얼이 빠진 사람처럼 그 질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황홀감에 휩싸인 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긴 시간의 무아지경에 빠져 황홀경속에서 사정을 하게 되었다.

그녀를 향해 힘껏 밀어붙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주를 밀어내듯 한 강한 힘을 쏟아붓고는... 나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희미한 기억의 의식 속에서 눈을 뜨고...
옆에 누군가 있는듯하여 돌아보니...
왠여자의 허연 다리가 홋 이불 넘으로 살포시 보였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누... 누구요?"

"..........."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서야 간밤의 상황이 머리를 스쳐갔다.
"아~~~~~ 이 일을...!!"
[라밤바]... 주희였다...
주희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고

"간밤의 일을 기억 못하시는군요 참... 남자들이란..."

"아니오 기억이 나...요, 수... 술이 많이 취했었나보네.
그런데 어찌된 거지? 여길 어떻게 온거냐구...?"

주희 말은 이랬다.
[라밤바]에서 나올 적에 지갑을 빠뜨리고 나와버린 거다.
영업을 마치고 탁자를 정리하다 내 지갑을 본거고...
내 숙소를 알아차린 것은 그 주변의 숙박업소는 죄다 알고 있으니
가까운 곳 부터 찾아보다가 한 곳에선 찾지 못했고 두 번 째 이 곳에 와 본 거라고했다.
새벽에 모텔 후론트에서 주인에게 대충의 이미지를 말하니 호실을 말해주며 맞을 것 같다고 했단다.
후론트에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자 왠지 섬뜩한 생각이 들었었다고...
그래서 방 키를 얻어서 올라왔는데 방문은 잠기지 않았었고 그냥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들어와서 흔들어 깨운 것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덮치는 남자를 이길 수가 없었다고...
주희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 듯하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난 꿈속에서 다혜를 보았고 한 번도 안아보지 않았던 그녀를 으스러지게 안아 보았고,
`사랑해! 사랑해!"를 술의 힘을 빌어 수없이 퍼 부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녀가 아니였다는 것은 술이 깬 지금에야 알아차린 것이다.
어쩌나... 왜 주희가 그녀로 보였을까?
어슬픈 침묵이 한참 동안 흐르고...주희 역시 말이 없이 가만히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덜미가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울고 있구나... 어쩌지..."

"저 갈께요. "주희는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나중에 내가 갈테니 가 있어"
왠지 이대로 끝을 낼 수없을 것 같았기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
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입문 을 열고 사라졌다.

나는 남원을 떠날 수가 없었다. 가야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건 아니지만 아침을 먹고나면 또 어디론가로 떠나가서
떠난 계절의 배설물을 뒤져서 은둔하며 숨쉬는 싱싱한 언어들을 송두리 째 보쌈하려던 것이였는데...
남원에서 내 스스로 한쪽 날개를 찢어버리고는 두 번째 밤을 맞아야했다.

여기저기 네온들이 반짝거리고...
포장마차에서 빠져나오는 청년의 입김에서 벌써 단내가 느껴지는 즈음,
내 발길은 [라밤바]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라밤바]는 불이 꺼져있고, *금일휴업*이라는 빨간 글씨가 출입문에 붙어 있었다.
나는 출입문에서 멍청히 빨간글을 보고 있었다.

담배를 몇 개나 태우면서 속이 탔다. 까맣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뭐가 흥겨운지 연방 웃으며 떠들었고...
나는 주희 말대로 낯선 이방인처럼 그들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절로 흥겨운 이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담배가 떨어져 길 건너 24시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건너갔을 때였다.
빨간 승용차 한 대가 [라밤바] 앞에 멈춰서는 것이 눈이 들어왔다.
빨간 승용차는 한 참을 그 자리에 서 있더니 운전석에서 주희가 내렸다.
비틀비틀.. 저렇게 술이 취해서 운전을 했단 말인가!
주희는 겨우 몸을 가누는 듯하며 핸드백에서 열쇠를 꺼내 라밤바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길 건너에서 나는 또 한 대의 담배를 물고 지켜보다가 라밤바로 들어갔다.
홀 안엔 불도 켜지지 않았고 깜깜해서 뭐가뭔지 분간이 어려워
출입문 안에서 눈동자를 굴리며 움직이는 물체만 찾고있었다.

"오늘... 여~엉어블~ 안하는 디용~"
어디서인지도 모르게 고주망테가 된 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희! 나여~ 하상태... 그래, 상태라구..."

"상태?.. 그런사람 여그 종어븐 아니여유..."

요즘말로 완전히 맛이 갔다.
그제서야 어렴푸시 눈에 띠는 물체가 있었다.
라이브 무대 사이드 쪽에 아주 작은 문 하나가 있었고,
그 문이 반 쯤 열린상태에서 주희는 그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밖을 보며 말을 하고있는 것이다.
난 그쪽을향해 걸어 들어갔다.

"나라구.. 나를 몰라 주희야, 어제밤에.. 아니, 새벽에..
저..오늘 새벽 바하마..."

"아~~~ 하선생님? 그렇군요"

좀전보다 확 달리진 주희의 목소리다.
주정뱅이 목소리가 아니라 거의 보통 목소리에 가깝다는 생각을했다.

"왜~엔 일루... ?"

"..................."

"그냥 가시지 그랬어요? 안오실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술을 마신거야? 또 영업은 왜 안허고... 무슨 일 있었던 거야?"

"호호호호... 하선생님! 우리 아무사이 아니잖아요?
제 일에 상관마세요. 그리고.. 낭패 보시기 전에 얼른 가세요...
빨리 나가시는 게 좋아요."

문을 닫아 버린다.
금새 문이 다시 열리더니...

"선생님! 저 돈이 필요해요. 거금 천 만원요...
그걸 주실 수 없으시면 그냥 가세요. 제게 천 만원을 주시다면... 하선생님 원하는거 뭐든해요.
더 이상은 아니예요. 천 만원요! 수표로 한장이면 되죠!... 그거면 전 다시 살 수 있으니까요"

"................."

이럴때 심정은 뭐라 표현을 하나...

바하마로 돌아온 시간은 자정을 넘고 있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주희의 애원이 섞인 목소리를 뒤로하고 그냥 도망치듯 돌아온 것이다.
천 만원? 그거면 다시 살수 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왜 더 물어보지 못했을까?
바보마냥 왜 뒷걸음질 쳐 도망쳤을까?
왜 나는 주희에게 매달리는 거지?
날이 새면 떠나자.
없었던 일로 하고 떠나야지.

늦잠을 잤다.
천천히 일어나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다 실수로 목젖 옆에 상처가 났다.
화장지로 꼭꼭 눌렀는데도 자꾸 피가 흐른다.
거울앞에 나체로 서서 물끄러미 나를 본다.
참 알수 없는 놈... 내가 나를 모르는 놈... 넌 도대체 누구더란 말이냐?...
내가 가진 것 모두를 줄 줄만 알았지 지것하나 챙기지 못하는 멍청한 놈,
어린시절엔 공부 잘하고 똑똑한 누나가 먼저이고... 난 그 다음이였지.
학교 다닐적에도 한번도 일등을 해 본 적이 없었지.
결혼도 그랬다.
친구들과 그룹으로 미팅을 갔다가 내가 찍었던 맘씨 곱게 생긴 그 여학생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공교롭게 그 여학생이 몸이 좋지 않아 대신 친구가 나왔었다.
그때야 흔히 있는일쯤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계획적이라는 걸 20년 뒤에야 알았었지.
그 대타가 내 마누라가 될줄은 몰랐었어.
그렇게 나게 집요하게 달라붙었던 마누라가 왜 등짝을 후려치도록 무방비 상태로 살았을까..
참 바보같은 놈.. 나.. 하상태...
늙으막에 이렇게 내동댕이 쳐진 몸둥아리.. 수염 깍으면 뭘해..
허허허허.. 웃어본다. 이런 너털 웃음이 딱 어울린다. 반쯤은 바보같은 웃음이..
바하마 모텔을 나왔다.

어디든 가리라~ 미련없이 남원을 또 접고 떠나리라...
그런데 모텔 입구 쪽을 나오는 순간,
주희의 빨간 승용차가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아 반갑다는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하선생님 잠시만 뵐 수 있을까요?"

운전석 유리를 열고 내다보며 건넨 말이다.
주희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이 무척 초췌해 보였다.

"잠시면 돼요... 바쁘시면... 그냥 가시든지요..."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커피가 다 식어버릴 때까지 주희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무슨 할말이 저렇게도 꺼내기가 힘든 걸까?

"해 봐! 할 말이란 게... 뭔지... 돈 천만원이 왜 필요한 건데... 그 때문인 게지?"

언뜻 고개를 떨어뜨린 탁자 위로 굵은 눈물자국이 뚝 뚝 떨어졌다.

"아- 또 왜 이래... 난 또 왜 이 여자의 장난에 걸려들어야 하는가-"
갑자기 뭔가에 홀린 기분이 들었다.
주희... 이 여자가 지금 내게 올가미를 씌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확, 그냥 뿌리치고 나오고 싶었는데 뭔가가 자꾸 나를 내리 누르는 것 같았고
주희의 이야기를 꼭 들어 보고 싶었다,

"말을 해. 나 바쁜 사람이여. 허허허~~ 이 사람 참...
그렇게 고개 빠트리고 있음 어쩌라는 거여. 허허허~~~!!"

핸드백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희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주희는 대학 1학년 때 Classmate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수로 딸 하나를 낳고 말았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님은 그녀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버렸고 아이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주희는 부모님이 아이를 길러준다고 했던 출국 전의 약속을 믿었고...
미국서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로 들어온 주희는 부모님이 아이를 보육원에 보냈다는 사실에 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보육원의 곳곳을 뒤져 찾아낸 그녀의 딸은 도박과 마약을 상습적으로 한 혐의로 복역중이었다.
주희는 딸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전공과는 무관한 야간 업소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겨우... 딸을 데려온 주희, 엄청난 딸과의 마찰로 두세 번의 자살 소동도 겪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딸아이가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노래를 잘하는 딸아이와 함께 라이브 카페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내가 [라밤바]에서 보았던 그 아이가 주희의 외동딸이었다.
그러나... 치료 된 줄만 알았던 마약의 그림자는 주희 딸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가끔 힘들어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마약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 엄마가 가로막고 있었던 것인데...
주희가 나와 쾌락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던 그 시간...
주희의 외동딸은 또 마약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
그러다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들려 지금 유치장에 있는 것이였다.

언제나 [라밤바]가 문닫는 시간을 노려오던 놈들이 있었단다.
그때 주희가 라밤바를 빠져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지켜 본 놈들이
악마의 손을 뻗쳐 딸아이를 납치해 예리한 바늘로 마구 찔러 댄 것이다.
딸아이 나이는 지금 스물한 살... 고등학교때 부터 퇴학을 경험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 졸업장만 겨우 있는 아이...
[라밤바]를 개업하면서... 모녀는 함께 밤새도록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시는 헤어지는 일 만들지 말자던 딸이 지금 어려운 곤경에 처한 것이다.
밤마다 주희는 딸을 지키기 위해 거친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하였고,
밤 업소를 찾은 뭇 남성들의 질시와 냉대도 받아넘기며 꿋꿋하게 버티며 살았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딸아이를 위해서...

"돈 천만 원만 주면 딸아이를..."

울먹이면서 겨우 내뱉는 말이다. 그것이었구나. 그 천만 원이...
딸아이를 지키는데 수입의 전부를 썼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현재로선 빈 털털이라고...
친척은 이미 미국서 돌아와서는 소식을 끊고 산다고...

그렇다.
이유야 어찌되였던 나로인하여 그 시간에 그렇게 엉망이 되여버린 상황을...
스스로 자문도 해보고 회피도 해보려하면 할수록 난 죄책감에 나를 건져 낼 힘이 없었다.
아니 설령 나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 이야기를 듣고 어느누가 먼 산을 보듯하겠는가...
그래. 세상에는 나만 외로운것이 아니라 분명 나보다도 더 외로운 사람... 너... 주희야 !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 한움큼의 뜨거운 선혈이 솟아짐을 느꼈다.
이일을 어쩐다... 이일을...

"가중 처벌이 되지 않게 손을 써 주는 댓가로 천만원을 요구하네요.
하선생님 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께 그런 술 주정을 내뱉았어요"

눈물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없었던 것으로 해도 되요. 너무 죄송하구요.
괜히 저를 이상한 여자로 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훌쩍거림이 지나쳐 헐떡거림으로 들렸다.
여자가 우는 것을 첨보는 것은 아니다.

- 어느 날,
- 밤 늦게 들어온 마누라가 술이 취해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들어오더니
- 이름모를 약을 앞에다 놓고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 너무 놀라서 얼른 약을 뺏어 숨기곤 달래면서 왜 그러는지를 물었다.
- 마누라 말로는 월급 받은 것 조금씩 적금을 부었다가 만기금으로 찾아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 주식의 이익금은 많았고, 재미가 나서 친구의 돈과 처가의 돈을 빌려서
- 또 주식을 샀는데 깡통계좌가 됐다는 것이었다.
- 친구의 돈과 처가에서 갖고 온 돈은 그대로 빚으로 남은 것이다.
- 너무도 슬피우는 마누라를 난 달래었다.
-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느냐 고...
- 걱정하지 말고 돈은 벌면 되고 그 빚 벌어서 갚아주겠다 고..
- 헐떡거리다 그치는 마누라를 쓰다듬으며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 후로 오랫동안...
- 그것까지도 마누라의 가증스런 연극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 돈은 어디로 새어 나갔는지 모르고, 주식에 계좌를 튼 적도 없고
- 은행에 적금 계좌조차도 튼 적이 없었고....

난 그렇게 집안 일에는 바보처럼 모르고 살고 있었다.
남들도 항상 나처럼 살고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또 한 여자가 내 앞에서 뚝뚝 뜨거운 눈물을 보인다.
한번 만 속지 두 번은 절대 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 옛날에...
그런데 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희 앞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 검찰로 넘겨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할 텐데... 그렇다지?"

"네, 그런가 봐요. 그래서 다급하게 선생님께.. 그렇게 말을 해버린 겁니다."

"너무 상심하지마라, 내가 알아볼께. 천 만원이야 어떻게 구해지겠지."

"네? 선생님 정말이세요?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꼭 갚을께요. 흑흑흑..."

"어허 이 사람아~ 울지 좀 마라. 내가 해결해 준다니까. 그만 그치고 차나 마셔~.
저어기~ 아가씨! 커피 뜨거운 걸로 한 잔 더 갖다줘요..."

그렇게 타일러 주희를 보내놓고 다시 [바하마]로 왔다.

"아까 퇴실을 했는데요... 다시 그 방으로 하루 더 묵을 겁니다."

그런데 어디서 돈을 만들지?.
이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사람마냥 난 걱정이 앞선다.
홀로 집을 떠나올 때 연금을 해약한 돈은 지금 오백만원 정도 남아 있었다.
그 오백만원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데...
원고료라고 해봐야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 터,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일이고...
담배를 피워문다. 연거푸...

그러다 나는 전화를 건다. 친구 영식이한테로-

"어이- 친구, 나야, 상태... 허허허허 잘 지내고있지?"

"그럼, 야 임마 한번씩 술생각나서 니가 보고싶은 것 말고는 사지멀쩡하다."

"그래..음.. 내일 내가 니한테로 갈까? 시간이 괜찮냐?"

"어. 알았다. 오후에 와라. 2시 이후에... 운전 조심해라.
또 사고치치 말고... 하하하하."

"오~케이! 낼 보자 이 친구야. 허허허~~"

술이 약했던 몇 년 전에 취중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걸려서 파출소에 간 적이있다
운전석에 앉아서 엑설레이트을 밟아서 앞에있는 경찰차를 박은 적이 있었다.
술이 깨고나서는 멀쩡한 놈이 술버릇 고약하다고 얼마나 댓가를 치루었던지...
내 실수를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혀서 그때부터 술을 좀처럼 마시지 않는다.

내가 운전만 한다면 이녀석은 걱정이 앞서나 보다.
그래서 통화할 때마다 운전조심하라고, 술 먹고 운전하지 말라며 잔소리다.

"야, 돈은 어디에다 쓸거냐? 너 또 사고쳤어?"

"아냐, 사고친 건 아니고 어디에다 쓸건지 묻지말고 좀 빌려줘라.
내,꼭 갚으마."

아무리 친한 친구라해도 지금의 일을 얘기할 수가 없었다.
이해 못할건 나도 아니까...

"너... 여자 생겼냐? 아니 아니.. 그건 아닐 것 같구...
다혜도 그렇게 했는데 또 여자를 사귀었을 리는 없을 것 같구...
아니다, 혹시, 너 못된 여자를 잘못 건드린 거 아니야? 도무지 이해가 안돼..."

혼자서 중얼거리듯 고개를 갸우뚱거려 가면서 자문자답을 한다.

"줄래? 말래? 이유는 묻지 말랬잖아.
짜아식... 오백 만원이야. 넌 만들기 쉽잖아. 급하다구....
오늘 안으로 통장에 넣어줘.
반드시 갚는다. 내가 살아있는 한..."

잠시 나를 기다리게 하고 영식은 나가더니 내 통장에다 오백만원을 입금하고 돌아왔다.

"난 니 청은 거절하지 못하지. 하하하~~"

겨울이 깊어가서 그런가, 아니면 바닷바람이라서 그런가, 밤바람은 아주 차가웠다.
금새 어둠이 가라앉은 이곳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내가 원하는 자리에다 갖다놓은 듯 적재적소에서 반짝거리고...
광안대교를 물끄러미 처다보다 영식이가 이끄는 대로
내려가는 계단마다 천국의 계단처럼 융단을 깔아놓은 어느 바아(Bar)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한창 분위기 음악이 흐르고...
전라(全裸)의 여자가 흐느적 흐느적 엉덩이 춤을 추고 있었다.
웨이터가 다가와 우리를 안내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아주 곱게 차려입은 우아한 여자가 나긋이 인사를 한다.

"저희 업소에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여기에 주인입니다.
제 식구가 불편하게 하거나 불친절하면 이 버턴을 눌러주세요.
그러시면 제가 오겠습니다"

탁자 아래에 있는 버턴 하나를 내 손을 잡고 그곳으로 가져간다.
여자가 버턴있는 곳을 가르쳐 주기위해 내 손을 잡는 순간, 주희가 떠올랐다.
돈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서 아무런 연락도 못하지 않았던가!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로 소식을 기다릴 것인데...
연락처를 모른다. 나는 가야한다.
그녀의 가녀린 손.. 부드러운 손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가녀린 손으로 닦아내던 그 손이
지금 이 여자의 손을 만지는 순간 생각난다.

"아직 술을 마시지 않았음이야. 난 간다. 그래... 주희에게 간다."
후다닥 일어서 미친듯이 융단을 구겨밟고 밖으로 나온다.

"야! 임마! 미친놈아~ 넌 미쳤어! 수용소에 보내버릴 거다. 임마~!!"

등 뒤에서 영식이가 고함을 질러 댔지만 난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주희에게로...

[라밤바]에 도착을 했지만 여전히 출입문은 잠겨져 있었다.
연락처도 모른다. 한 시간을 서성거리다 출입문에 메모지를 끼웠다.

[하상태 왔다 감. 연락바람.]

밤새도록 그녀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더니... 이튿날 초저녁쯤 주희한테서 연락이 왔다.

"인제서야 메모를 보았어요.
어제도 오늘도 영업을 하지 않아요.
잠시 왔다가 메모를 봤어요.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그리로 갈께요"

아직, 내가 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 생각을 하니 조금은 기뻤다.
혼자 철저히 내버려졌다 생각했던 피해의식보다도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다는데 작은 용기랄까 힘이랄까...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았다.

욕실로 들어갔다.
발가벗은 채 거울을 본다.
며칠 전에 여기에서 보았던 그 사내보다
지금 거울 앞에서 있는 이 사내는 좀 잘생긴 것 같다.
가슴에 유달리 많이 난 털을 면도기로 깎아 내렸다.
배꼽 아래로도 털이 아랫도리까지 이어져 나있었다.
내 몸을 이렇게 관심있게 본 것도 처음같고,
내 몸에 난 털도 처음으로 유심히 보는 것 같다.
"여자들은 싫어할지도 몰라"
주희가 올 거라는 말에 난 온몸의 털을 정리하고 있었다.
보아주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난 그렇게 털을 밀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다 문득 영식의 말이 떠올랐다.
"미친놈아. 넌 미쳤어 수용소에 보내버릴 거야~~"
그렇다. 지금 내가 하는 짓은 영락없이 미친 짓이야.
거울 속의 사나이는 표정은 바보처럼 보였다.

똑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니 밝게 웃는 주희의 손에 잔뜩 뭐가 들려있었다.

"선생님 받아주세요 무거워요"

양주에다 안주... 그리고 무슨 선물포장 같은 게 제법 무거웠다.
테이블에다 양주를 꺼내서 놓고 안주를 차렸다.
예쁘게 과일을 깎아 돌려가며 차렸다.
준비해온 얼음을 양주잔에다 몇 개씩 넣고

"선생님 고마워요. 정말... 제 잔 받으세요"

"고맙긴... 그것이라도 해줄 수있다는 게 좋은 거지. 허허허~"

"선생님은요... 웃음소리부터 바꾸세요. `허허허~" 하고 웃지마세요.
`하하하..." 그렇게 웃어보세요.
`허허허"는 세상 다 살아버린 웃음입니다. 알아요?"

주희는 예쁜 얼굴은 아니다.
그러나, 쌍꺼풀이 없는 눈매, 그 눈매가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쌍꺼풀을 싫어한다.

언젠가 마누라가 쌍꺼풀 수술을 허락도없이 하고 들어와서는
일주일 동안 눈을 뜰 수 없다면서 온 식구를 긴장으로 몰아넣던 일 이후로
저절로 생겨있는 쌍꺼풀이 아니라면 수술해서 만든 쌍꺼풀이 너무 싫었다.
여자들 대부분이 수술을해서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는,
한국 미인은 쌍꺼풀 없이 그냥 고운 눈매가 좋았다.
단 한 번도 쌍꺼풀이 싫다는 표현조차 해 본적은 없지만...
난 눈꺼풀이 얇은 그런 눈매가 곱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수하고 진하지 않은 화장이 어딘지 나를 끄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해서 실수를 했던 기억 때문에 최근엔 술을 멀리하고 자제했는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고 맹세까지 했는데... 왜 잊어버릴까?
나는 또 오늘 밤 만취상태로 가고 있었다.

"주희! 지난번에 미안했어. 다른 사람으로 착각을 했거든, 사과한다. 오늘..."

"술이 저지른 사고였지요?
호호호! 사고는 원래 예고 없이 일어 나잖아요.
그건 사고였으니까요. 너무 맘 두지 마세요"

"나는 말이야 나 자신도 내가 싫은 놈이거든.
가까이 다가오면 네가 아플 거야.
난 나쁜 놈이야. 아니? 모르지...?"

"......"

"내 나이는 올 겨울이 지나면 쉰 이지...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힘들게 대학을 마치고
제법 괜찮다는 기업체에 역군으로 있다가 7년 전에 그만 두었지."

"왜요?"

"허허허... 글쎄, 그게 말이야 취미로 만족하고 말았어야 할 글쓰기를...
우연하게 문단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만 본업이 되어 버렸어.
허허허..., 참 어이없는 놈이 나란 놈이지.
가정도 바로 지키지 못하고... 혼자 살겠다고 다 버리고 나온 몹시 나쁜 놈이라구."

얼음도 넣을 여가도 없이 양주를 맥주처럼 마신다.

"그만 마셔요. 너무 취했어요"

"주희, 난 말이야..."

"사모님이 선생님을 버렸구나. 그렇죠?
글 쓴다고 폼만 잡고 있으니까 보기 싫다 했죠?"

"그렇지, 바로 그걸 거야.
문단 모임에 나가고 없는 날 밤에 딸을 시켜 내 컴퓨터 안에 있는 모든 걸 다 없애버리고..."

"됐어요. 그만하세요. 선생님 너무 취했어요 "
주희는 내 말을 막았다.

`들으면 뭘 해. 잘한 거야. 알아본들 뭐가 득이 되는데..."
~~~ ~~~ ~~~
- 그렇게 해서 난 결정적으로 집을 나오기로 결심했지.
- 수시로 마누라가 내다버린 재산도 만만 잖은데도
- 내 수입은 괜찮은 편이어서 살던 아파트가 있고 상가를 하나 사 둔 게 있었지.
- 그걸 다 마누라한테로 이전을 했었다.
- 어차피 해로하기 힘들 바에야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 다 주었는데 뭐라고 하겠어. 아이들이 걱정은 되지만...
- 그래도 최소한의 희망은 아이들과 엄마의 사이가 나쁘지 않으니...

천만원, 비틀거리며 천만원의 돈다발을 꺼내 탁자위에 놓았다.
그리고는 주희를 살며시 안았다.
주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나는 오늘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

어쩌면 나야말로 지독한 에고이스트(egoist)인지 모른다.
그 누구에게도 속해 있기를 거부하고...
혼자서 나만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우산처럼 안으로 안으로 접으면서 살아가는지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주희를 두고 살며시 모텔을 나섰다.
내 가까이에 아주 가까이에 와 있는 지도 모르는 한 여자...
아니다. 어쩌면 돈 천만 원 때문에 가까이 와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하는 건지도...
어쨌든 동정이든 사랑이든 그런 주희를 두고 나는 또 길을 나선다.

"주희, 미안해.
그 어떤 형식으로 든 그대에게 필요한 건 돈이었을 거야.
난 그것을 그대에게 주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대에게서 또 자유롭고 싶다.
사랑은 반드시 구속이 따르는 법,
나 홀로 가는 길에 사랑 따윈 구속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지...
사랑하는 딸과 아름답게 세상을 살길 바란다.
부디...
험한 세상에 더 이상의 어려움이 없길 바라면서... 너를 떠난다.
내가 네 곁에 서성거리면 넌 천만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거야.
잘 있어라.
-하상태-"

[라밤바]의 출입문 속으로 내 짧은 글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는 내 차에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남원은 내게서 다시 과거 속으로 숨어들길 바라면서...
~~~~~~~~~~~~~~~~~~~~~~~~~~~~~~~~~~~~~~~~~~~~~~~~~~~~~~~~~~~~

내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온 것은 집을 떠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돌아와서 내 방으로 들어서니 우편물이 와있었다.
- 하상태 선생님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
한 문예지 출판사에서 축하 글이 도착해 있었다.
"그렇구나, 내 생일이 지나버렸구나. 허허허... 허~
내 생일이 뭐 대단하기나 한 건가. 축복받은 출생이 아니었을 걸..."
주희는 내게 웃음소리를 고쳐라 했지만 난 또 `허허허~" 웃고 말았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부팅이 되는 동안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내 일상으로 돌아갈 량으로... 메일 함을 열어보았다.
스팸메일들이 꽉 차있었다.
"이놈의 스팸 언제나 안보이남..."
스팸을 걸러준다는 것에 동의했는데도 뭐가 잘못됐는지 스팸은 그대로다.
그대로 휴지통을 버리려는데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하수정]-딸 이름이다.
딸이 무슨 일?... 망설이다 열어 보았다.

...아버지! 저예요.
어디 계시든 안녕하시리라 믿으며 이 글을 보시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저랑 수희 수철인 잘 지냅니다.
저는 아버지의 처신을 백번 이해합니다.
그러나 수희는 아닌가 보네요.
어머니랑 같은 생각인 것 같아 보이네요.
저는 새해초엔 아버지도 잘 아시는 제 남자 친구 희철이랑 유학을 갈 겁니다.
수희도 수철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좋은 학교에 갈 것 같구요.
아버지 안 계셔도 이렇게 저희는 제 앞가림을 하고 있으니 염려 마십시오.
그러나- 문제는 어머니입니다.
결국은 어머니... 우리들 곁을 떠나려합니다.
아버지께서 넘겨 주신 재산을 전부 정리해서 바다를 건넜다는 뒷소문만 성성합니다.
대동한 남자가 있었다네요.
아버지... 이건 아버지도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어머니께 재산을 다 주신 거 말이예요.
제게도 남겼더라면...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버지!
저희들 성인입니다.
어머니의 부정이 아버지의 책임처럼 떠넘긴 엄마... 용서 못하지요.
그러나 미연의 방지는 어려우셨는지요?
아버지께 작은 푸념을 털어내 봅니다.
수희와 동생은 전세로 옮겼습니다.
유학자금은 충분히 있으니 염려는 마세요.
전세금은 나중에 수희 몫으로 제가 줄 것입니다.
어디 계시든 저희들 아버지로 남아있는 것 고맙게 여깁니다.
내내, 건강 지키셔서 저의 유학길에는 와 주시리라 믿으며...
이만 줄입니다.
- 수정 드림 -"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점 없이 투명한 하늘...
그러나 이내 다시 땅을 내려다보았다.
내겐 하늘을 볼 자격이 없는듯 하였다.
"난 죄인이야"
마누라의 불륜을 눈 감아야 했단 말인가!

- 마누라의 불륜을 안 것은 10년 전이다.
- 어디론가 자꾸만 돈이 새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때...
- 술마시고 돌아온 마누라가 펑펑 울면서 주식에 투자해서
- 돈을 날렸다고 했던 그때...
-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내가....

- "무슨 그런말을 해요? 내가 어디 춤바람이라도 나서
- 제비에게 갖다 바친단 말인가요? 참... 나 기막혀서 자기 일이나 해요
-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 그러나 통장의 적은 돈도 자꾸만 물 새듯 흘러나가고 있었다.
- 모든 걸 여동생에게 얘기하였고...
- 그러곤 잘 좀 살펴보라고 일러둔 지 보름 만에 여동생한테 덜미를 잡혔다.
- 자기 스스로 말했던 대로 카바레에서 나와 여관으로 직행하는 올케를 보고는
- 내 여동생은 기겁을 하고 내게 전화를 했었다.
- 모 여관으로 가보라고...
- 그때... 나는 여관을 덮쳐서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고 너 죽네 내가 죽네 해야하는지를 많이 망설였다.
- 그러다 난 가만히 눈을 감아버렸다.
- 내 이기심은 아니었을까?
- 그대로 넘겼지만 늘 찜찜한 구석이 있었으니 마누라도 내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 잔인했어... 내가... 그래 지독한 이기주의자였어...
- 모르는척 할 수 없는 일에 모르는 척 했으니 잔인할 수밖에...
- 그 후 10년을 살면서도 거기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으니
- 차라리 그게 형벌이었을지 몰라. 마누라한테는...
- 그럴 바에야 여동생한테도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 내가 모른 척 한다 해도 여동생이 그냥 있을 리 없지.
- 삽시간에 집안이 알아져 버렸고 마누라는 그 눈총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 그래도 난 마누라가 자숙해주길 바랬는데...
- 아니었다. 기고만장... 내겐 일일이 퇴근시간까지 챙기면서 헛점을 잡으려하였고,
- 하다못해 인터넷카페 사람들이라도 만날라치면 인터넷카페가 어떻다느니 트집을 잡기가 일수였다
- 그러다 내게 헛점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때부턴 터놓고 나들이에 외박까지...
- 그리곤 가족들을 팽개치는 것이다.
- 난 마누라에게 조금만 고개를 숙이길 바랐고,
- 마누라는 나의 그런 처사가 관대하기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 그렇게 어긋난 가정이 이런 파국을 맞다니...

난 아이의 글에 어떻게 답해야하나...
- 아버지는 죄인이다 - 라고 써야 하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볼 수 없고...
땅을 봐도 땅은 꽁꽁 얼은 채 가슴을 닫을 뿐 내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난 시동을 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출발 기어를 넣었다.
스멀스멀 어둠이 찾아오고 언 땅위를 아주 천천히 바퀴를 굴렸다.

무관심 속에선 사랑도 미움도 없고, 배신도 믿음도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난 정말로 이방인처럼 살았던 것 같다.
주희의 말대로 남의 나라에 살고있는 외국인 - 이방인,
이방인은 주인이기를 원치 않으면서 책임 또한 원치 않는다.
그 나라에서야 어떤 일이 일어나건 신경쓰지 않지.
그나라 사람에겐 분통 터질일도 태연할 수있고 신날것도 슬플 것도 또 창피할 것도 없음이야.
주희가 내게 이방인 같다는 말을 했을 땐 가슴이 뜨끔 했었지.
"너 웃기는구나. 난 이 나라의 역군이였어. 주인이였지. 한 때는....허허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호프집에 들어섰다.
호프집에서 3000CC의 술을 마시고 나는 거리로 나왔다.
어디선가 캐캐묵은 캐롤송이 들린다.
요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캐롤송도 사라진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디에서 보낼까?
흥청거리는 취객도 어디로 숨었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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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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