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해가 오면서 과외를 그만두게 되었다...
과외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그녀에게 전달했을 때 당혹한 표정을 감추려던 그녀의 부자연스런 얼굴빛이 떠오른다...내가 서두를 꺼내고부터 줄곧 그녀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얼굴을 내게 보이고 있었다...과연 내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자가 지난동안 나와 관계를 가졌던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시금 일주일이 지나서야 정말로 과외가 끝났다...마치 새로운 인생길로 접어든 것같은 느낌이었다...지난 시간이 망상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그렇게 또 봄이 지났다...그리고 분주하게 공부에 빠져살고 있었다...
핸드폰 번호는 필요에 의해 바꾸지 않고서 그대로 두었다...내심 연락이 와주길 바라는 맘이 없지 않아 있었다...그러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과외를 끝내고서 며칠동안은 그녀가 자꾸만 떠올라 지난 동안 있었던 일들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들었다...그녀의 보드라운 살결, 풍만한 몸매, 웃을 때 살짝 드러나는 잇몸...그렇지만 세월은 이러한 미련들을 마치 바람이 모래를 쓸어내리듯 기억에서 흩어놓았다...
이렇게 다시 6월이 되었다...
그 해에는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습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햇볕은 강해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핸드폰을 램프모드로 해두는 버릇이 생겼다...때문에 어느순간부터 걸려오는 전화도 날아오는 문자도 제 때 확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도 늦게서야 전화를 확인했다...여러 건의 부재중통화와 한 건의 문자...등등...
문자를 확인하던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긴장과 흥분...
그 때의 흥분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날은 하루종일 공부가 되질 않았다...공부를 해야한다는 의무감과 탈선을 향한 생각의 끈을 끊임없이 붙잡고 있는 나의 본능이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교차했기 때문이다...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끝내 책을 덮고 집 밖으로 나왔다...
차를 가져갈까 생각하다 그냥 지하철을 탔다...평소 시끄럽던 소음도 그날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신문을 사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역에서 내려 개찰구 밖으로 나왔다...익숙한 길거리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예전처럼 낡은 전자제품 수리점을 지나 첫번째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향했다...잠시후 아파트가 보였다...
"반 년정도 지났구나...페인트 칠을 다시 했구나..."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층수와 호수를 기억에서 더듬으며 다행히도 그곳에 도착했다...날은 이미 어두웠다...아직은 초여름이라 약간 서늘했다...
통로쪽으로 나 있는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집에 있구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망설임 끝에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나를 확인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선생님...연락도 없으시길래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예전보다 머리를 더욱 기른 그녀가 살짝 웃음 지으며 나를 맞았다...이윽고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자 형광등 빛 아래로 하얀 주름치마를 입고 몸에 살짝 끼는 연두빛의 반팔 라운드 티를 입고 있는 그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저...잘 지내셨어요?"
나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서 인사말을 건네었다...
"선생님...어색한가보다...난...하나도 안 어색한데...편하게 해요...난 선생님이 예전처럼 나 편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여자란 이 얼마나 대범한 동물인가...반 년만에 만나는 정부에게 스스럼없는 이 태도란...
"그래?...그럼 그럴게...남편이랑은 다들 정말로 집에 안와?"
내가 묻자...
"네...남편은 일본가구...애는 지금 수학여행 갔어요...다들 토요일에 와요..."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선생님, 건강해보여서 좋다...나 선생님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데...선생님 공부하는거 방해할까봐...꾹참았어...난 또 선생님이 연락줄까 기다렸는데...나 안보고 싶었어요?"
"미안...바빴어...보고 싶었어...머리 기르니까 우아해보인다...좋아..."
"정말...?"
"응...정말..."
"고마워요..."
여자들의 분위기가 머리모양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생님...식사 했어요?"
"응...오기 전에 먹었어..."
"선생님...그럼 씻어요...나 간식거리 좀 준비할게요..."
"응..."
"선생님...편하게 해요..."
"알았어..."
그래 맘을 편히 가지자...예전의 기억을 떠올리자...그때의 기분을 되찾자...
간단히 씻고서 욕실에서 저장된 문자를 다시금 확인했다...
"오늘 와주실래요? 아무도 없을 거에요...유미옥"
눈을 감았다...그래...예전처럼...
과외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그녀에게 전달했을 때 당혹한 표정을 감추려던 그녀의 부자연스런 얼굴빛이 떠오른다...내가 서두를 꺼내고부터 줄곧 그녀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얼굴을 내게 보이고 있었다...과연 내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자가 지난동안 나와 관계를 가졌던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시금 일주일이 지나서야 정말로 과외가 끝났다...마치 새로운 인생길로 접어든 것같은 느낌이었다...지난 시간이 망상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그렇게 또 봄이 지났다...그리고 분주하게 공부에 빠져살고 있었다...
핸드폰 번호는 필요에 의해 바꾸지 않고서 그대로 두었다...내심 연락이 와주길 바라는 맘이 없지 않아 있었다...그러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과외를 끝내고서 며칠동안은 그녀가 자꾸만 떠올라 지난 동안 있었던 일들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들었다...그녀의 보드라운 살결, 풍만한 몸매, 웃을 때 살짝 드러나는 잇몸...그렇지만 세월은 이러한 미련들을 마치 바람이 모래를 쓸어내리듯 기억에서 흩어놓았다...
이렇게 다시 6월이 되었다...
그 해에는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습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햇볕은 강해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핸드폰을 램프모드로 해두는 버릇이 생겼다...때문에 어느순간부터 걸려오는 전화도 날아오는 문자도 제 때 확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도 늦게서야 전화를 확인했다...여러 건의 부재중통화와 한 건의 문자...등등...
문자를 확인하던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긴장과 흥분...
그 때의 흥분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날은 하루종일 공부가 되질 않았다...공부를 해야한다는 의무감과 탈선을 향한 생각의 끈을 끊임없이 붙잡고 있는 나의 본능이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교차했기 때문이다...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끝내 책을 덮고 집 밖으로 나왔다...
차를 가져갈까 생각하다 그냥 지하철을 탔다...평소 시끄럽던 소음도 그날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신문을 사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역에서 내려 개찰구 밖으로 나왔다...익숙한 길거리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예전처럼 낡은 전자제품 수리점을 지나 첫번째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향했다...잠시후 아파트가 보였다...
"반 년정도 지났구나...페인트 칠을 다시 했구나..."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층수와 호수를 기억에서 더듬으며 다행히도 그곳에 도착했다...날은 이미 어두웠다...아직은 초여름이라 약간 서늘했다...
통로쪽으로 나 있는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집에 있구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망설임 끝에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나를 확인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선생님...연락도 없으시길래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예전보다 머리를 더욱 기른 그녀가 살짝 웃음 지으며 나를 맞았다...이윽고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자 형광등 빛 아래로 하얀 주름치마를 입고 몸에 살짝 끼는 연두빛의 반팔 라운드 티를 입고 있는 그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저...잘 지내셨어요?"
나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서 인사말을 건네었다...
"선생님...어색한가보다...난...하나도 안 어색한데...편하게 해요...난 선생님이 예전처럼 나 편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여자란 이 얼마나 대범한 동물인가...반 년만에 만나는 정부에게 스스럼없는 이 태도란...
"그래?...그럼 그럴게...남편이랑은 다들 정말로 집에 안와?"
내가 묻자...
"네...남편은 일본가구...애는 지금 수학여행 갔어요...다들 토요일에 와요..."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선생님, 건강해보여서 좋다...나 선생님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데...선생님 공부하는거 방해할까봐...꾹참았어...난 또 선생님이 연락줄까 기다렸는데...나 안보고 싶었어요?"
"미안...바빴어...보고 싶었어...머리 기르니까 우아해보인다...좋아..."
"정말...?"
"응...정말..."
"고마워요..."
여자들의 분위기가 머리모양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생님...식사 했어요?"
"응...오기 전에 먹었어..."
"선생님...그럼 씻어요...나 간식거리 좀 준비할게요..."
"응..."
"선생님...편하게 해요..."
"알았어..."
그래 맘을 편히 가지자...예전의 기억을 떠올리자...그때의 기분을 되찾자...
간단히 씻고서 욕실에서 저장된 문자를 다시금 확인했다...
"오늘 와주실래요? 아무도 없을 거에요...유미옥"
눈을 감았다...그래...예전처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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