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10부]
사장은 차돌 이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흰머리가 히 끗 히 끗 보이고 주름이 지고 있으나 풍족한 생활 탓인지 그것도 하나의 멋으로 보일만큼 넉넉해 보인다.
사장은 그때 차돌이의 짐을 갖다놓고 오는 파출부를 보며 지시한다.
[아줌마, 오늘 점심은 모처럼 정원에서 하고 싶어요, 삼겹살도 굽고......
김 기사와 그렇게 준비하도록 해요..그리고 소주도 준비하구...하하하......]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파출부가 지시를 듣고 주방으로 사라지자 사장은 다시 차돌 이를 바라보며 웃는다.
[정말 잘 와 주었네,
접땐 고맙다는 인사도 채 못해 보통 미안하지가 않았어.
정말 고마우니 하하하...]
차돌 이는 마냥 그런 인사가 거북하였다.
왜 자기를 이 사람들이 데려왔는지가 궁금하였다.
[사장님, 전 그런 인사 받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우연이었고 왜 그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절 여기로 데려 온 거죠.
전 여기서 할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차돌 이는 사장을 당돌하게 쳐다본다.
그 얼굴이 어디에도 건방져보이지는 않고 사내의 기개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린나이에도 비록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권력이나 권세에 조금도 굴하지 않겠다는 당당함이 스며있었다.
사장은 그런 차돌 이를 보며 역시하는 마음인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천천히 말문을 연다.
[당황했으리라 안다.
이왕 이렇게 왔으니 솔직히 말하마.
난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무얼 하나 내 맘대로 해보지 못했어.
솔직히 지금도 그러하고.... 나중엔 몰라도.....
무엇하나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짓 하나라도 간섭받지 않고 해온 적이 없어.
그냥 부모의 관심 속에 로봇처럼 부모가 원하는 그런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어.
난 자네가 부러웠어.
용기도 당당함도 난 그런 것이 없었어.
그걸 부러워했고 자네가 그걸 보여 준거지. 하하하...]
[사장님, 단지 이유가 그것이라면 사람을 잘못 선택했습니다.
전 사장님을 만족시켜줄 사람도 만일 그렇다고 해도 자손심이 상해 그러질 못하는
놈입니다.
전 돌아가겠습니다.]
차돌이는 자기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실망했다는 얼굴을 숨기지 못한다.
[역시 당당하군,
이보게,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네......
자넨 야망이 없는가.]
사장이 차돌 이에게 묻는다.
차돌 이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찌 야망이 없겠는가,
남보다 위에서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그리해서 누나를 조금이라도 당당하게 죄를 빌려고 이런 고통도 참고 이때까지 외로움과 싸우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차돌이가 말을 못하자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난 자네의 야망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하는 것뿐이네,
난 자네를 용으로 보았네,
지금은 비록 이무기에 불과할지 몰라도 난 자네가 개천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자네를 넓은 호수에 옮겨 마음껏 호연지기를 닦으며 승천하는 용이 되는걸 보고 싶어
할 뿐이네.
그런 승천하는 용을 보고 싶어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되네.
난 자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까.......]
[사장님,
절 그런 사람으로 보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전 솔직히 그다지 착한사람이 못됩니다.
이제까지는 남의 물건이 좋아도 그냥 지켜보기만 했었고 그걸 뺐거나 훔칠 생각은 가져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만일용이라 승천한다면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조금도 서 슴 치 않고 뺏을
겁니다.
사장님이 그러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뺏을 겁니다.
즉 배신할 수도 있다 그 말입니다.
그래도 절 키워 주실 겁니까.......]
차돌이가 당돌하게 반문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장이 말문을 닫고 얼굴이 굳어진다.
이 조그만 아이의 입에서 진정 상상하기 힘든 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동안 굳어있던 사장이 차돌 이를 똑바로 쳐다본다.
[나에게도 제법 쓸만한 인재들이 많아.
자네가 그러한대도 난 조금도 자네를 미워하지 않겠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겠네, 그런 놈을 내가 키웠다는 자부심은 남으니까.....
진정 당돌하이, 난 전혀 개의치 않겠네.
내게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어떤 방법이던 빼앗아가도 난 원망치 않겠네...
하하. 어쩌면 자네와 나 사이에도 전쟁이 벌어 지 겠 구만........기대가 크네....하하하...]
[알겠습니다,
단지 하나만 약속해 주시면 사장님이 날 어떻게 키우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따르겠습니다.]
[그게 뭔가...]
[제가 언제 어느 때 떠나려고 하면 보내주십시오.
전 불편하다 여기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여겨지면 조금도 주저치 않고
떠나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차돌이가 사장을 마주보며 묻는다.
사장은 그런 차돌 이를 한참 쳐다본다.
아직은 새파란 애송이가 대담하게 그런 요구를 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한 일이기에.........
사장은 잠시 생각하는가 하더니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러나 떠날 때 최소한 이유쯤은 알려주겠지.]
차돌 이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 벌떡 일어나 두 분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하하하.........이젠 그만하세,
여보 이젠 차돌이도 우리 식구나 다름없으니 애들도 불러 인사를 시키지요.
아니 정원으로 부르시오.
점심 같이 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것도 괜찮겠지.]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인도 따라 일어나며 사장을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그렇게 할게요, 호호호...]
[자, 차돌아 아랑같이 밖으로 나가자.]
사장은 차돌 이를 보며 웃으며 나가자고 하면서 앞서 발걸음을 옮긴다.
차돌 이는 이미 결심을 굳혔는지 당당하게 사장의 뒤를 따른다.
조금치도 비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불손하거나 그런 것이 없고 공손함도 곁 드려있다.
정원에 나가자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차돌 이와 사장이 자리에 앉자 파출부가 음식을 나른다.
잠시 후 사모님이 아주 미인인 아가씨의 손을 잡고 나온다.
얼굴엔 도도함과 거만 이 가득해 보인다.
뒤이어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따라 나오고 있다.
사장은 모두가 자리에 앉자 활짝 웃으며 모두를 쳐다본다.
[오늘 우리 집에 가족이 하나 늘었어.
서로 인사를 나누어야겠지.
아니 내가 먼저 소개하지. 자넨 첨이라 아무것도 모를 테니......
먼저 난 김 덕만 이라 하네....
여긴 자네도 알다시피 내 내자고 그리고 여긴 우리 집 공주이네.
손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 미지라 하네. 지금 18살 대학1학년이고..........
그리고 엉덩이에 뿔난 내 아들 민수야.......... 16살 고 1인데 저놈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나에겐 목숨과도 같은 놈이지. 하하하......
자넨 몇 살인가.]
사장은 자기집 식구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는 차돌이의 나이를 묻는다.
[예, 전 17살입니다. 그리고 이름은 손 차돌입니다.]
[차돌이라..........그래, 고학 한다 들었네, 지금도 공부는 하고 있는가,]
[예, 재작년에 대입검정고시를 합격했습니다.
지금 방송대학에 2년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뭣이......으음.........그럼 우리 미지보다 1살이나 작으면서 학년은 한해가 위가 아닌가.....
놀라워.....역시 내가 처음으로 사람을 알아봤어,
그래 미지가 너보다 한살 위니 누나라 부르려무나...
민수 너는 형 말 잘 듣고......]
사장 김 덕만은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 덕만의 자식들은 무언가 불쾌한지 시무룩하여 있다가 드디어 발을 뱉고 만다.
[흥......어디서 굴러온 자식이....흥.........]
[그러게 누나, 씨이...........빅 터................]
미지가 눈을 흘기고 민수가 아니꼽다는 표정을 짓더니 느닷없이 민수가 누군가를 찾는다.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검고 흉악하게 생긴 개가 침을 질질 흘리며 민수 곁으로 달려오더니 낯선 차돌 이를 보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 르릉 거린다.
차돌 이는 흉측한 개가 달려들 듯이 으 르릉 거리자 말없이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개와 눈을 마주친다.
그 눈빛이 살기가 등등하고 으스스 해 보인다.
개는 그 눈빛과 조금 눈을 마주하더니 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돌린다.
그런 개의 행동을 보고 차돌 이는 개에게 조용하게 말을 건넨다.
[이리와 앉아.]
개는 두말없이 차돌이 곁에 엉덩이를 내리고 순종의 표시로 다리에 얼굴을 비빈다.
민수는 어처구니도 없지만 차돌이의 능력에 의아심을 나타낸다.
[빅 터.. .너......... 이리와,]
빅 터라는 개가 일어나서 엉거주춤하지만 차돌이가 쳐다보지도 앉자 그 자리에 앉아 민수 말을 무시하고 만다.
딴청을 떨고 있는 것이다.
민수는 화가 났다.
벼락같이 일어나 빅 터를 혼내려 했으나 빅 터가 오히려 자기에게 이빨을 보이며 적개심을 드러내자 기가 죽어 그만 그 자리에 앉아 버린다.
[아빠, 저 똥개새끼 내다버려요, 저 개새끼가 주인을 몰라보고....]
덕만 이도 그런 개의 행동을 보고 놀라고 만다.
이제껏 개의 훈련을 시켜 들인 돈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한번도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짖지 않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항상 으 르릉 거리며 적개심을 보이던 사나운 개가 스스로 꼬리를 내리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목격했던 것이다.
덕만 이는 점점 차돌이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대단한 아이라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사나운 개를 눈빛하나로 제압할 수 있다니 도무지 이 아이의 능력이 어디인가 궁금해지고 있었다.
차돌이도 무섭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러나 알지 못 할 적개심이 치밀어 올라 개와 눈싸움을 벌였고 그리고 그 싸움의 기에서 자기가 이긴 걸 느끼고 있었다.
이런 용기가 차돌 이에게 있었던가......
차돌 이는 그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일었고 개는 차돌이의 몸에서 풍기는 알지못할 위엄에스스로 굴복했는데 사람들은 심지어 차돌이도 모르고 있으니 그 이유는 지금껏 밝히지 않았지만 사신이 자기 품속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었기 때문 일거다.
사신이 누구인가........
접때 차돌 이를 물은 그 백사의 이름이 아니던가.....
차돌 이와 사신이 이렇게 가까이 신체접촉을 하고 있는 이유는 서서히 밝히기로 하자.
덕만 이도 사모님도 그리고 미지도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한다.
민수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만류하기도 전에 상황은 벌어졌고 그 상황은 차돌이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모님은 차돌이가 무슨 화를 당할까 염려하다가 오히려 개를 제압하자 안도하면서도 이아이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곁에 둠을 행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민수야, 처음 보는 형 인데.그러면 쓰나...
빅 터 저리가........]
덕만 이가 개를 물리쳐도 개는 꼼짝을 않는다.
오히려 이빨을 보이며 적개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때 차돌이가 나직이 개를 보며 꾸짖는다.
[이런....어디서. 짐승이 ........
썩 물러나 부르기 전엔 절대 나타나지마.......]
개는 살았다는 듯 재빨리 꼬리를 흔들며 건물뒤편으로 사라진다.
차돌 이는 미지와 민수를 쳐다본다.
[누나, 잘 부탁해.....그리고 민수도......]
차돌이가 웃으며 두사람을 정겹게 쳐다본다.
[흥............어디서 굴러먹던 놈이...흥........]
[씨이펄...........]
아직도 미지와 민수는 차돌이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차돌 이는 애써 그들의 표정을 외면한다.
덕만은 분위기가 아니다 싶었는지 아이들을 꾸짖는다.
[너희들 정말 버릇없구나. 썩 방으로 사라져.......못된 것들.......]
미지는 금방 두 눈에 눈물을 담으며 뛰어가 버린다.
[치이..아빠 나빠.......저까짓 게 뭔데 우리를 무시하고 그래........흑......흑......]
[차돌이라고......씨 팔 용서하지 않겠어.
어디서 잘난척하고 그래...더러운 새끼.....]
사내아이도 울분을 터뜨린다.
그렇게 아이들이 불만에 가까운 소리를 퍼붓고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린다.
그런 자식들의 행동을 지켜본 사모님이 안절부절 못한다.
사전에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라고 설명을 했고 동의도 얻었는데 이제 와서 아이들이 차돌 이에게 반기를 들고 있으니 정말 어찌할 수 없어 안달이 났다.
[얘야..너희들 왜 그래.........]
사모님이 아이들에게 ?아간다.
삽시간에 정원에 덕만 이와 차돌이만 남게 되었다.
덕만 이는 차돌 이에게 술잔을 건넨다.
[한잔 하겠나,]
[예, 주십시오. 이제까지 남들 앞에서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술이지만 오늘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차돌이가 호기롭게 대답하며 오른손을 내민다.
[그래. 한잠 받게.
그리고 아이들이 한 행동에 마음깊이 담지 말게........]
덕만은 차돌 이에게 술을 부어주면서 아이들이 한 행동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차돌 이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사장님은 절 용 으로 보고 키워주시려 하잖아요.
이 정도일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사장님이 실망하시거지노아요.
전 이보다 더 악천후라도 스스로 극복 할 수 있어요.
조금도 마음 쓰지 마세요.]
[하하하.....역시.........정말 누가 자네를 철없는 열일곱 살이라 보겠는가.
이것도 고행이라 여기게.
저애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것을 보지 못하는 모양일세...
내가 자식들을 버릇없이 키운 탓일 걸세....하하하///.........]
차돌 이는 대답을 않는다.
대신에 한잔 가득한 소주를 입에 틀어넣는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 모습을 본 덕만은 호기롭게 웃고는 자기의 잔에든 술을 비우고는 안주를 집으며 차돌 이에게 명한다.
[내일부터 학원을 알아보게, 영어학원하고 일어학원....자네가 여의치 못하면 내가
알아봐 주지......
그리고 내년엔 정규대학 3년에 편입할 수 있도록 내가 손을 쓰 두겠네.
그리고 운전학원에도 다니도록 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무조건 사장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치도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고맙다는 인사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차돌이는 사장의 말에 감사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정중하게 답한다.
[하하하........민수가 자네 같으면 오죽이나 좋겠나...하하하........]
사장은 망설임없고 어쩌면 대담하기도 한 차돌이가 대견한지 자기 자식을 비유하며 차돌이를 칭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 가면서 즐겁게 식사를 한다.
옆에서 지켜보며 시중들던 파출부도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절 래 흔들며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 만큼 차돌 이의 행동이 의젓하였기 때문이다.
11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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