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5부]
기분 좋게 긴 잠을 자고 차돌 이는 부스스 일어난다.
그리고 뭔가 써늘한 느낌이 전신을 음습 한다.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상의는 걸쳐져 있는데 하의는 벌거숭이다.
눈을 아래로 하여 자기의 상징을 본다.
축 늘어진 자지에 뭔가 검붉은 액체가 붙어 말라있다.
주위의 털들이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고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를 바른 것 같이 번들거리며 쑥대밭이 되어있다.
그제 서야 상황을 알 것 같다.
차돌 이는 망연자실해진다.
누나의 젖가슴을 만진 것 까지는 알 것도 같은데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분명 여자를 안았음을. 그리고 그 여자를 처참하게 범하였음을 떠올린다.
[내가....내가 어찌 누나를.........
정녕 내가 사람이란 말인가......아.....]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바지를 입고 상의를 걸친 뒤 밖으로 뛰쳐나간다.
도저히 누나를 볼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자기를 돌봐준 누나를...피를 나눈 누나를.....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 해도 어찌 친누나를 범할 수가 있단 말인가........
차돌이가 방문을 열고 그리고 빠르게 밖으로 나가자 부엌에 쪼그리고 울고 있던 선영이가 벌떡 일어나 차돌 이를 부른다.
[차돌아..누난 괜찮아..가지마.......제발 차돌아.......]
선영이의 애타는 목소리가 등 뒤로 들린다.
차돌 이는 그 음성에 그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뚝거리며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선영 이는 차돌 이를 잡으려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가 붙잡으려했으나 사타구니사이에서 몰아치는 통증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차돌 이를 불러볼 뿐이다.
저 아이가..저렇게 나가버리면.........괴로워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내가 참고 모른 척 해 버렸으면 저 아이가 괴로워하지 않았을 텐데.......
[흑......흑.....차돌아...누난 괜찮단 말이야........
제발 돌아와 줘..........]
차돌 이는 사람도 별로 왕래하지 않는 거리를 정처 없이 넋이 빠진 사람처럼 걷고 있다.
아직 밤이라 가로들 불빛과 간간이 지나가는 차의 불빛이 거리를 밝힐 뿐 거리는 너무나 조용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그런 거리를 차돌 이는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걷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찌 누나를 볼 수 있으리........
내가 짐승이 아니고서야........흑...........흑.....
그래 나 같은 놈이 여기서 무얼 하겠나........
떠나자...누나에게서 멀리멀리 떠나자........
누나가 날 그리고 오늘의 추악한 날을 잊기 위해서라도 내가 떠나버리자.]
차돌 이는 누나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나보다.
그럼 누나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는 누나는 어찌 살아가나.......
[누나..미안해..........용서 해....].
.
.
.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는 새벽이다.
세찬 찬바람이 모질게도 불어온다.
차돌 이는 보퉁이를 들고 커다란 대문 앞에 서 있다.
언젠가 신문배달을 하고 오면서 습득했던 그 보퉁이다.
차돌 이는 커다란 집 차임벨을 누른다.
잠시 후 안에서 인터폰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는 기운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누구십니까..........]
[저, 신문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신문은 안에 넣으면 될 것 아닌가..
왜 아침부터 사람을 귀찮게 하는가.......그렇지 않아도 속이 상해 미치겠는데.........]
남자는 인터폰 수화기를 놓으려는 모양이다.
차돌 이는 급히 말을 건넨다.
[잠깐만요. 전할물건이 있어 왔습니다.]
[아니 정말..뭘 전하겠다는 건가...일 없으니 어서 가봐...]
[저....이 댁에서 잃어버린 물건 같기에 전하러 왔습니다.
그런 일이 없다면 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차돌이가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돌아 걷는다.
인터폰에서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뭣이....정말이야.....여보세요, 여보세요.]
차돌이가 대답이 없자 남자는 몇 번인가 부르더니 수화기를 끊는다.
이어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남자가 잠옷 바람으로 스위퍼를 끌고 대문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저 앞에 보퉁이를 들고 절뚝거리며 걷는 차돌 이를 발견하곤 번개같이 달려 와 차돌이의 앞을 가로 막는다.
[얘야, 네가 방금 통화한 아이니..]
[예,]
[그래...사실 아저씨 집에 도둑이 들어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단다.
그래서 짜증을 냈던 것이니 이해하고 주웠다는 물건을 보여줄 수 없겠니]
차돌 이는 아무 말 없이 보퉁이를 내민다.
남자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보퉁이를 푼다.
그리고 보퉁이 속에서 나오는 물건을 보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맞아 이것이야......하늘이 도우셨어.
진정 오늘이 지났으면 엄청난 결과를 맞이할 뻔 했는데.....정말 하늘이 도우신거야.]
중년 남자는 보퉁이에 담긴 물건을 보고 감격에 겨운 듯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차돌 이는 몸을 돌린다.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줬으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고 또 한편 그 보퉁이에서 얼마간의 돈을 꺼내 쓴 죄가 있어 말없이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발자국도 옮기기 전에 중년남자의 손에 몸을 잡히고 말았다.
[아니..이렇게 고마운 물건을 찾아주고 그냥가다니........
이보게 아이야 너무 고맙다.. 아니 여기서 인사할게 아니지.....
자..자. 잠시 집으로 들어가자꾸나. 내 고마운 성의라도 표시해야지. 암.........]
[아닙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허허허.......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다니.........허허.....
아닐세, 어서 들어가자.........]
중년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한사코 사양하는 차돌 이를 끌다시피 하여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차돌 이는 집 응접실에 들어오기까지 수차례 놀라고 또 어리둥절하였다.
마치 왕궁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화사하게 꾸민 정원과 여러 가지 장식품 현관을 들어서고 응접실 소파에 앉기까지 쳐다본 모든 것이 너무나 으리으리했고 호화스러워 진정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
중년남자는 차돌 이를 앉히고 자기도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그때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은 예쁜 아주머니가 안방에서 나와서는 대충 의도를 알았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차돌 이와 맞은편에 앉아서 차돌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하늘 이는 감히 그 아주머니를 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입고 있는 잠옷이 젖가슴과 팬티를 환히 나타내주는 그야말로 도발적인 차림 이였기 때문이다.
중년남자는 그러한 차돌이의 낌새를 알았는지 헛기침을 한다.
그러나 여자는 막무가내로 앉아있다.
[여보, 아직 어린아이잖아요,
뭐 어때요, 호호호.....]
[그래도 남자인데....허허...]
차돌 이는 얼굴이 빨개진다.
허긴 이 사람들이 뭘 알겠는 가 몇 시간 전에 차돌이가 여자를 품었다는 것을......
중년남자가 차돌 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어떻게 보답해야지.....
사실 오늘 이 서류가 없다면 만 명도 없는 사람들이 고충을 입을뻔 했어.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서류야....
회사의 사활이 걸린 서류 였 거 던......너무 감사하네.......]
[여보, 말로만 해서야 되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알면 우리가 모질다고 그러겠어요,
보아하니 어려운 모양인데 우리를 살려주었으니 우리도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이보게......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게....
내 아무것도 아끼지 않겠네...]
차돌 이는 당황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짐작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저..실은.....그 보퉁이에 있는 돈 중에 조금 훔쳤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내 언제고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 도움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그 것은 아저씨 것이고 전 주인을 찾아주었을 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신경 안 쓰도 됩니다.]
[허허. 이런 조그만 아이가 정말 맹랑한 꼬마가 아닌가.....
나도 고집은 있는 사람이네.. 절대 그냥 보내지 않을 테니 소원을 말해보시게.]
[없습니다.]
차돌이도 당당했다.
누가 차돌 이를 15살이라고 보겠는가.
하나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뜻을 밝힌다.
[요즘 보기 드문 아이로고.........허허.....
네가 이 서류의 중요성을 알면 내 맘을 이해 할 것이네...
좌우간 내 이것의 10%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네에게 주겠네. 허허허.....]
[아저씨......부자인 것은 알아요,
그 서류가 무엇인지 몰라도 아저씨가 내게 주려는 금액이 100만원쯤 됩니까.....]
[하하하..........호호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배를 잡고 웃는다.
아마 차돌이의 말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한참을 웃더니 남자는 자세를 바로하고 다시 차돌 이를 본다.
[아마. 그 액수의 5000배는 넘을 걸세.......하하....]
[옛,]
이번엔 차돌이가 놀란다.
5000배라면 500억이다.
그 이상의 서류와 뭐가 그 보퉁이에 있은 모양이다.
[자네는 어리기에 이것의 중요성을 모를 거야..
이것이 어떻게 내 비밀금고에서 흘러나갔는지는 몰라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야.
이제 내 맘을 알겠지.]
차돌 이는 한참을 생각하고 망설인 끝에 말을 꺼낸다.
[아저씨가 말하라니 말하겠어요.
정말 나에겐 소원이 하나 있어요.
나에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누나가 있어요.
오래전에 뺑소니차에 다쳐서 다리를 절고 있어요.
누나에게 다리를 고쳐주어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리고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주시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면 전 아저씨가 사업을 하시니 그 것을 다시 아저씨
기업에 투자한다고 여기고 거둬주십시오.]
[허허허.....과연...예사 아이가 아닌지고......
나에게 자네 같은 아들놈만 하나있어도...........]
남자는 차돌이의 마음 씀이 비상한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자기에게 딸만 셋 있어 아들이 그리운 차에 맹랑하고 당당한 차돌 이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여보......]
칼날 같은 여자의 목소리에 남자는 어깨를 움추린다.
[알았어..허허. 그저 아들이야기만 나오면 저런 다니까......허허...]
남자는 중얼거리더니 다시 차돌 이를 본다.
[그래. 자네가 사는 곳은........그리고 지금 어느 학교에 다니나...]
[전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이곳을 뜰까 합니다.
다행히 하나밖에 없는 누나를 편하게 해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은 묻지 마십시오.
누나에게도 오늘 일을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제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쳤다고 누난 절대 호의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누나를 설득하는 일도 아저씨가 해 주십시오.
그럼 이야기가 끝났으니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차돌이가 주소를 적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년부부는 차돌이의 얼굴에서 확고한 결의를 보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일어나서 가는 차돌이의 등에다 대고 하는 남자의 말이 들린다.
[꼬마야,,언제고 힘들면 날 찾아오게나........
누난 걱정하지 말고.....어디에 있어도 건강하고 자네의 앞길에 행운이 있길 빌겠네.
그리고 자네가 투자한 돈 꼭 찾아가길 바라네..]
중년부부는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보기 드문 아이가 아닌가....
생김새도 별로 특출 나 보이지도 않고 다만 키가 크고 몸집이 좋은 것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아이가......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있어 보이질 않는가....
더군다나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 아이가 조리정연하고 남을 위하며 조금도 굽히지 않는 자세에 속으로 연신 감탄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아이가 아닌가. 허허........]
[그래요, 여보, 나도 처음이에요......
어쩜 아이가 말하는 게 어른 같은지.........참 마음에 들어요,]
여자도 당당한 차돌이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당신도 그러 했소.
조금 나이가 많다면 우리 애들하고 짝 지워 주고 싶은 아이던데..허허.....]
[그러게요,
그 아이에게 누나가 있으니 언제고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때도 지금 같으면 우리 애 랑 교재 시키죠 뭐...호호호......]
[맞아....우리에게 누나가 있으니 언제고 올 거야..암.......
좌우간 김 실장 오면 바로 보내야겠어.
아니 우리가 가 봅시다.
그 아이가 어떤 아인지 주위의 평판도 들어보고 또 누나를 우리가 직접 데리고 와야
체면이 서지 않겠소.]
[그래요, 당신 생각이 옳아요.
우리 그렇게 해요.]
중년부부는 보퉁이를 마치 신주단자를 모신 듯이 들고는 안방으로 간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바쁘게 전화하는 소리가 역력히 들린다.
목소리엔 밝고 활기에 가득 차서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을 정도이다.
그 만큼 중년남자는 신이 났던 것이었다.
차돌 이는 집을 나섰다.
옷깃을 세우고 바람과 싸우며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마 걱정이던 누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있기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누난, 절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미친놈아 차돌아 미친놈아......어찌 짐승 같은 짓을..........]
차돌 이는 달리기 시작한다.
절뚝거리며 목적도 없이 달린다.
6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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