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21부]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한동안 비가오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궂은 하늘을 보이고 있다가 저녁 무렵부터 보슬비가 내리는 것이다.
차돌 이는 지금 사장님부부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덕만은 차돌 이를 칭찬하기에 여염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차돌이가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했던 것이다.
차돌 이에겐 신조가 있었다.
절대 교만하지 않겠다는.........
차돌 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것이다.
사흘이면 완치될 병도 자기 관리 소홀과 태만으로 열흘이상을 입원하고서야 완치되는 사람,
즉 일도 그러한 것이지만.........
또한 열흘을 걸려서야 할 일을 열심히 매달려 사흘에 끝내는 사람.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개념아래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음을......
차돌 이는 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무척 아끼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교만하지 않고 충심으로 무슨 일이든지 열성으로 매달렸던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말을 안 해 모르지만 덕만은 그 일로 인해 아버님의 신임을 조금 더 얻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차가 가는 곳은 XX그룹 회장이고 덕만의 아버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차돌 이는 특별히 아버님이 보고 싶다고 해서 덕만 이가 데려가는 것이고 자기에게 차돌이가 있다는 것을 아버님께 소개시켜 보여주고도 싶었다.
차는 커다란 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일행은 차에서 내려 승강기를 타고 오른다.
그리고 약속장소에 들어간다.
차돌 이는 그저 어리벙벙할 뿐이다.
호화스럽게 치장한 어느 장소에 들어갔는데 그 화려함에 또 다시 놀랐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핀다.
홀 구석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차렷 자세로 묵묵히 서 있다
그리고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음식이 들은 듯한 접시가 뚜껑이 닫힌 채로 산재해 있다.
그런 테이블 주위로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다.
덩치가 좋고 눈이 가 늘은 남자가 덕만이 들어오자 앉아 있다가 일어난다.
그뿐이 아니고 다른 2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도 일어나 덕만 이에게 인사를 한다.
[형님, 오십니까..........]
[오빠. 어서 와............]
여러 사람이 덕만 에게 차례로 인사하자 덕만은 웃음으로 반기고 남자끼리는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차돌 이는 잠시 주위 인물을 살핀다.
처음 덕만 에게 인사를 한 이복동생을 보니 어쩐지 냉정하고 비열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그런 사람으로 보았다.
그 옆에 일화보다도 더 예쁜 부인이 앉아 있었는데 동생 덕 수의 부인인 모양이다.
그리고 두 명의 여자는 덕만의 동생이고 남자들은 여동생의 남편인 모양이다.
여동생의 남편들은 모두 호감이 가는 아주 넉넉한 그리고 하나같이 총기가 서린 눈빛을 보이고 있어 가히 뛰어난 머리를 소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덕만이 자리에 앉고 차돌 이는 덕만의 뒤에 다소곳이 기립하고 서자 모두는 한결같은 눈으로 차돌 이를 쳐다본다.
[오빠..저 사람이야.......
이번에 큰일을 해낸 사람이...]
[하하하..그래.....조금 있다 아버님 오시면 인사시키지........]
[잘생기지는 안하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너무 사내 다와 보인다.
오빠는 언제 저런 청년을 곁에 두고도 말 안하고 있다니.....오빠도 무서운 사람이네.]
여동생은 덕만이 그 일을 해냈음에 칭찬하며 아울러 차돌 이를 자기들에게 알리지 않았음을 서운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동생은 뭔가 여운이 남는.......누구더러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표정이 순간 흐트러지는가 하더니 이내 평정을 찾는다.
차돌 이는 정면을 응시하고 부동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덕 수는 그런 차돌 이를 조그만 눈으로 살피기에 여염이 없었다.
[회장님 오십니다.]
40대의 정장을 입은 신사가 나타나며 소리를 지른다.
모두가 테이블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반백발이 된 노신사가 들어오며 반갑게 웃는다.
[허허허.....간만에 식구들을 보는구나......
자자...모두 앉아...........]
회장이 테이블 정중앙에 자리한 의자에 앉자 모두들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홀 구석에 있던 종업원들이 우루 루 몰려들어 음식을 덮은 접시의 뚜껑을 연다.
온갖 진귀한 음식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향기를 품어낸다.
절로 입맛이 날 정도로 감미로운 냄새가 삽시간에 홀을 메운다.
[모처럼 식사를 같이 하게 되는 구 만. 하하하.......
그리고 자네들은 나가있게.......]
회장이 종업원들을 밖으로 내몰자 회장의 비서라는 분도 따라서 나간다.
차돌이도 식구간의 식사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고 여기고 밖으로 발길을 옮긴다.
[잠깐, 자네는 나 좀 보세.]
차돌 이는 회장이 자기를 부르자 몸을 돌리며 그 자리에 멈추고 회장님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어쩌면 건방져 보이겠지만 차돌 이는 당당하게 회장님과 눈을 맞춘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러네,........당돌하다 느껴질 만큼 당당한 젊은이군.......
차돌이라 했는가.....이름이 정겨워 잊어지지가 않더군...........]
회장은 차돌이의 당당함에 일순 노기를 띄우는가 하더니 이내 지우고 만다.
[그렇습니다. 손자 차자 돌 자를 쓰고 있습니다.]
차돌 이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그러나 공손하게 자기의 이름 석자를 밝힌다.
[으흠.......자네의 신상은 아들놈에게 들었네............
이번에 아들놈 일에 큰 힘을 보탰다고 들었네, ]
[별 말씀이십니다, 사장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것이었습니다.
전 단지 협박하고 욱 박 질러 겁을 줬을 뿐입니다.]
[허허허....하여간........나는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을 뿐이었네.
도움이 있어 고맙기도 했지만.....어때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줄 수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제가 필요하시다면 사장님께 언제든 손발이 되어드릴 겁니다.]
차돌 이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아니, 만일 내가 부탁한다면..........]
회장은 넌지시 차돌 이의 마음을 떠본다.
그러나 차돌 이는 겸허하게 거절한다.
[회장님께는 곁에 인재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회장님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이 아직은 미천한지라 언감생심 꿈을
거두겠습니다.
전 사장님의 이번일도 그냥 우연찮게 해결된 거지 실력이 있어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더 배워야하고 전 제가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허허허..........정말 야무진 청년이군.......
감히 내 앞에서 머리를 들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다니..허허허..........
이놈아..넌 대단한 아이를 가까이 두고 있어....잘 보살펴 줘.........
그게 네놈에게 득이 될 것 같으니.......허허허......]
회장은 차돌 이를 칭찬하더니 아들 덕만 에게 얼굴을 돌리며 덕만 에게 충고한다.
[예, 아버지.........]
덕만은 공손하게 아버님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차돌 이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차돌이가 허리를 숙인다.
그러자 회장이 급히 만류한다.
[아니네, 잠시 이리와 보게......이렇게 만난 인연으로 내 술 한잔 받고 가야하지 않겠나.]
차돌 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두말없이 회장님 곁으로 간다.
그리고 회장이 주는 잔을 받고 넘치도록 따라주는 포도주를 단숨에 입에 털어 넣는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고는 말없이 돌아 홀을 빠져나간다..
.
./
돌아오는 차안에서 덕만은 희희낙락했다.
[덕 수 자식, 오늘 한마디도 안 하 더 구만.........
비열하고 야비한 자식이 또 무슨 꿍꿍이로 아버님의 환심을 살지...........
좌우간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얼마만이야. 내가 아버님 칭찬 들은 적이......하하하.]
[여보, 너무 도련님을 핍박하려 하지 마세요. 전 무서워요,]
일화는 시동생을 두려워했다.
아마 시동생 댁과 무슨 트러블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알았어, 그전일도 내 생각인데 그놈이 저지른 일이 분명해.....
말해봤자 나만 병신이 될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지만 놈이 사주한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차가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이었다.
느닷없는 말이 덕만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차돌아, 어쩌면 네가 원하는 연구실을 구할 것도 같아.
이번일 보상차원에서라도 멋진 곳을 구해줄게...하하하...........]
[어머..정말이에요, 진즉 그렇게 하셔야했어요, 호호호........]
일화가 덕만 이의 결정을 반갑게 맞아들이며 부추긴다.
차돌 이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전 지금도 좋습니다.
제게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아냐..하하하..아까 아버님 얘기도 들었잖아.......자네를 잘 보살피라고.....하하하...]
[.................]
.
.
짜여진 것 같은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만 간다.
오늘도 아침부터 일화가 보내는 야릇한 눈빛을 무시하고 집을 나온 것이다.
차돌이도 일화와 변태놀음을 하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는 극도로 자제하고 있었다.
일화의 행동이 점점 노골적으로 나오기에 따가운 일침을 주어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고 그 벌로 아직까지 안아주지를 앉자 일화가 몸이 달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런 일화를 매정하게 뿌리치고 나온 차돌 이는 학교로 걸음을 옮긴다.
오늘강의가 없었지만 알아볼 것이 있어 학교 도서관에 들리고자 한 것이다.
차돌 이는 공부가 좋았고 뭔가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뭔가를 결심하고 그것을 알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날이 늘어나고 싸여가는 지식도 기분 좋았지만 다른 것도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한의학도 한번도 빼놓지 않고 다니던 어학학원은 며칠 전에 그만뒀고 대신에 외국에서 온 유학생을 사귀는데 선심을 아끼지 않는다.
차돌 이는 외국말은 그 나라사람과 대화하며 숙달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고 단정 지었고 결심은 바로 행동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자 차돌 이에게는 제법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있었다.
미국사람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심지어 아랍 권 친구까지 사귀고 그 나라말로대화하길 좋아했던 것이다.
물론 그 친구들도 차돌 이를 처음 이상하게 보았지만 어눌하지만 자기나라말로 다가오는 차돌이가 너무도 다정하기에 그만 마음을 뺏기고 좋아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처음엔 영어와 일어말고는 어눌한 외국어로 대화하기가 무척 힘들어하던 차돌이가 빠른 시간에 말뜻을 이해하고 자기 말에 익숙해지는 것을 본 외국친구들은 차돌이의 머리의 우수함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들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나뭇가지사이로 비추이고 있다.
차돌 이는 어른 몸통만한 나무등걸에 등을 붙이고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두 다리는 일자로 쭉 펴고 시선은 오직 책에 파묻혀 있었다.
몸이 움직이는 부위는 눈동자와 책을 넘기는 손 말고는 없을 정도로 책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그런 차돌이 몸으로 그림자가 길게 이어지더니 그림자는 사라지고 싱그러운 그러면서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냄새를 가진 사람이 옆에 앉는 걸 느낀다.
그런 좋은 냄새를 가진 사람이 불쑥 캔 커피를 손에 들고 책 위로 내민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고개를 돌려 손의 주인을 쳐다본다.
긴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학 같은 목을 이리저리 덮으며 어깨주위로 마구 날리고 있으며
예쁘게 생긴 얼굴, 하얀 피부에 가 늘은 손가락으로 커피를 내밀며 웃고 있는 미인이 있었다.
차돌 이는 미인의 미소 짓는 얼굴과 손에든 커피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빙긋이 웃음으로 답하고는 캔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캔 뚜껑을 따고 단숨에 한 모금 마시고는 캔을 옆에 두고 다시 책에 시선을 보낸다.
현영 이는 차돌이가 자기를 보며 웃어주고는 캔을 들고 마시자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다가 다시 차돌이의 시선이 책으로 쏠리자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잠시 쳐다보다가 표정을 푼다.
그리고 우울한 음성으로 혼자 말처럼 뇌까린다.
[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인가요.
내가 그렇게 보기 싫은가요, 아니면 누나친구라 그냥 싫어선 가요.
도대체 내가 어찌해야 당신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솔직히 나 오늘까지 살면서 댁에게서 받은 수모...... 한번도 다른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않았는데...당신은 그렇게 내가 미워요.]
차돌 이는 계속 책을 볼 수가 없었다.
말 안하고 그냥 있으면 현영이가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우수에 젖은 목소리가 걸린다.
차돌 이는 책을 덮고 현영 이를 쳐다본다.
현영이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차돌 이를 마주 쳐다본다.
차돌 이는 눈물이 맺혀 떨어질 것 같은 현영이의 눈물을 두툼한 손가락으로 닦아준다.
[돈 있어,
갑자기 한잔 하고 싶어지네........대낮이지만........]
[예, 있어요......지금 뭐라 했어요...돈 있냐고...... 있다마다요........
어서가요, 제가 가끔 가는 곳이 있걸랑요....술맛이 괜찮을 거 에요.]
현영 이는 부리나케 일어나 차돌이의 손을 잡고 끌어당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애정을 표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현영이도 자기가 한 행동에 일순 당황했지만 행동을 자제하지는 않는다.
차돌 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영이가 이끄는 데로 이끌려간다.
[후후.....정말 못된 아가씨 아닌가......선뜻 남자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호호호...뭐. 어때요, ]
[후후후.....이것 봐....당신은 아무렇게나 내손을 잡지만 난 괜찮은데 오직 한군데만
당신을 혼내주려고 하는지 노해있다 말이야...
그놈은 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놈이라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후후후...]
[그럼요..내가 책임질 게요........어.........아니 뭐라고요 어머. 어머.......
정말 못됐어, 변태......말미잘.........흥...흥........]
현영 이는 차돌 이와 같이 있다는 생각에 생각 없이 책임진다 해놓고 그 말뜻을 헤아리곤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현영 이는 자기가 왜 이렇게 흥분하고 정신이 없는지 생각해도 모를 지경이다.
이 남자가 무엇인데. 그냥 친구의 동생이라...아니 친구의 부모가 아끼고 보살피는 자기보다 어린 남자가 머리가 얼마나 좋아서 우리보다 학년은 선배이고 하여간 모든 게 궁금하여 처음엔 호기심에서 그리고 지켜보고 말을 나눠보았는데 당당하고 건방진 모습들이 현영이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남자이기에 더욱 마음이 쏠린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처음엔 분한기도 하고 쾌심해서 견딜 수 없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진정 사나이 같은 매력으로 현영이의 가슴을 채우고 오자 갈피를 잡지도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다.
오늘도 그러했다.
냉정히 그리고 자손 심 죽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새 자손 심은 어디에도 없고 차돌이의 한마디에 웃고 우는 듯한 모습만 보여주는 듯한 추태만 보이고 있으니 어찌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마음도 표출하지 못한다.
차돌이가 기분나빠할까 해서이다.
현영 이는 쓴웃음을 떠올린다.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가 무엇에 홀린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차돌 이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냥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으니............
그때 차돌이의 손이 자기의 엉덩이를 때린다.
[이봐..... 말괄량이 아가씨....안 갈 거야......]
[어머.....어머....이 남자가 어디를 때리고 그래.......흥..별꼴이네..........흥.....]
현영 이는 더욱 당황한다.
차돌이가 자기의 엉덩이를 때리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장난을 치려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없는데 차돌 이는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그러한 행동을 멋대로 하고 있으니....어처구니가 없어진다.
[가요... 그리 고...난 현영이라고 했어요...
흥 한번만 더 반말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면 나도 반말로 대할테니........
아니 내가 누난데 난 존대하고 댁은 반말하고. 정말이네.......그것도 몰랐네......
이런....내가 바보 아냐........흥....댁과 있으면 내가 정신이 없어진다니까.......정말 미워..]
현영이가 씩씩거린다.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도 차돌 이를 잡고 있는 손은 풀지 않고 잡고 있다.
[후후후...마음대로 해..그렇지만 여자가 편하려면 어째야 하는지 잘 알거라 믿어...
당신 같은 미인이 그걸 모를 리 없을 테고........
난 여자가 내 위에 올라오는 걸 절대 못 봐주는 사람이라.....후후후....]
[치 이. 당신 나빠. 그런 게 어디 있어.]
현영이의 튀어나온 입이 한결 들어가 있었다.
아마 차돌이가 미인이라고 한말에 모든 것이 봄눈 녹듯 풀리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 정도로 현영 이는 빠르게 밝은 모습을 찾아간다.
젊음이 부럽다.
푸른 교정에 청춘남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교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2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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