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19부]
오늘도 차돌 이는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하고서야 책을 챙겨 도서관을 빠져나온다.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싸고돈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 찬 공기가 마음에 드는지 깊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천천히 교정을 빠져나온다.
[빵,,,,빵.........]
늦은 밤에 누가 예의 없이 크 락 숀을 누르고 다니는 걸까......불쾌한 얼굴로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본다.
빨간 자동차가 차돌이 옆에 미 끌어 지듯 정차하며 조수석 문이 열린다.
작지만 아주 비싼 외제 차다......
차돌이가 누가 자기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가 하여 고개를 숙이고 안을 본다.
머리를 어깨너머로 넘기고 통통한 얼굴에 매력적으로 생긴 아가씨가 자기를 보고 웃는다.
하는 행동은 건방진 것인데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명랑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오를 만큼 정겨운 얼굴이다.
차돌 이는 문뜩 다른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누나도 저랬는데.....언제 봐도 편안한 얼굴..................]
차돌 이는 생각을 접고 아가씨에게 말을 건다.
[저보고 타라는 것입니까.]
[호호호. 그래요..그렇지 않음 여기 누구 다른 사람이 있나요,]
아가씨는 웃으며 차돌 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차돌 이는 아가씨의 호의를 사양한다.
[아...그렇군요. 하지만 난 댁을 모릅니다.
그리고 아직은 멀쩡한 다리라 누구에게 빌붙지 않아도 견딜만하니..............]
[듣던 대로군요,.......내가 궁금하지도 않아요.
이 늦은 시간에 여자가.....그리고 왜 당신을 기다렸는지도.........]
[궁금하긴 해요........하지만 내일이 아니라서...안녕히 가세요.]
차돌 이는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다시 앞을 보며 길을 걷는다.
아가씨는 기도 차지 않는 듯 멍청한 표정을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급하게 차를 몰더니 차돌 이를 앞 지러 고는 길을 막듯 차를 세운다.
[이번에는 길만 막았지. 또다시 사양하면 정말로 댁을 치게 하겠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내차에 싣고 말테니 선택하세요.]
아가씨의 앙골 찬 소리가 터져 나온다.
차돌 이는 기가 차기도 했지만 그 용기가 정말대담하고 사랑스럽다.
[하하..이런 죽기 싫으면 타라는 뜻인데..........
아직 청춘이라 벌써 죽기는 무엇하고 할 수없이 타야겠군요..하하하......
그리고 어떤 아가씬데 이렇게 용감한지 이젠 정말 궁금해져서 견딜 수도 없고.....하하.]
차돌 이는 망설이지 않고 조수석에 올라탄다.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제켜 비스듬히 몸을 눕히고는 정면을 쳐다본다.
그런 차돌 이를 지켜본 아가씨는 싱긋 웃으며 차를 출발시킨다.
[언제나 그렇게 당당하세요.]
[후후후...............]
차돌이가 대답은 않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는 웃기만 한다.
아가씨는 얼굴에 노한 표정을 올리다가 다시 웃음을 되찾는다.
[난 박 현영이라 해요,]
[..........................]
다시 아가씨가 이름을 밝힌다.
그러나 차돌 이는 묵묵부답이다.
[흥, 댁은 인사도 할줄 모르는 그런 사람인가요......
건방지다고 생각지는 않은가요.]
현영은 차돌이의 행동이 거슬리는지 콧방귀를 낀다.
여자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데 반응이 없다니.....
적어도 뭐라 한마디 할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되는 일 아닌가.
목석이라면 모를까 현영 이는 건방진 차돌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전방을 보던 시선을 아가씨에게로 돌린다.
[아가씨,
댁이 이 밤중에 날 기다렸다면 내가 누구고 어떤 놈인지는 알고 왔을 것 아닌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다고 기억이 새로워지는 것은 아닐 텐데....구 태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머...어머...점점.....처음 보는 여자한테 반말 비슷하게 하고.......
내가 댁보다 나이가 많을 텐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나요.]
현영 이는 기가 차지도 않는 모양이다.
이제껏 많은 남자를 보아왔지만 초면에 건방지게 반말을 하지 않나......하물며 자기보다 어린 남자한테 반말을 듣고 있으니 화가 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차돌 이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점점 답이 나오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걸보면 날 많이 안다는 뜻이야...
결국 아가씨가 전부 말할 건데 내가 물어볼 이유가 없지 않겠어.....
후후후..그리고 보니 미지누나 친구인 모양인데..굉장히 친한 모양이지.....
미지누나는 나를 몹시 어쭙잖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나를 알려줄 정도면 ..후후후....]
차돌 이는 뭔가 짐작이 갔다.
현영이가 누군지 알겠다는 투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차돌이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흉계인줄을 그녀가 알면 과연 표정이 저러할까........
[호호호..그래요. 난 미지 친구에요...
아직까지 한번도 댁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해 건방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대단해요. 마음에 들고요........호호호.....]
현영이도 그만 웃고 만다.
차돌이가 예의 바르고 붙임성이 있다는 주위의 평판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예상외의 성격을 발견하자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사나이라면 그런 기개가 있어야. 적어도 나와 만나는 남자라면 그 정도의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영이다.
처음엔 나이도 어린 차돌이가 반말을 하지 화가 났기도 했지만 누나친구라는 걸 알고도 여전히 자기의 소신대로 행동하자 그만 그것이 하나의 멋으로 보였고 호감이 갔던 것이다.
현영 이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호호호......어쩐지...친구들이 미지에게 댁을 소개해달라고 조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어.
이봐요......차돌아저씨........나랑 사귀지 않을래요.]
[후후후...............]
차돌 이는 웃기만 한다.
그녀가 당돌하고 귀엽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작전대로 움직이고 있기에 흐뭇하기도 했다.
[왜요, 사귀기 싫어요. 난 그렇게 막 되먹은 여자가 아니에요.]
[후후후..........]
여전히 차돌 이는 미소를 그리며 웃고만 있다.
현영 이는 자손심도 상하고 화가 치솟는다.
현영 이는 차를 길옆으로 세우더니 차돌 이를 째려본다.
[정말 여자를 엄청 무시하는군요.
건방진 것도 적당하면 멋이 되지만 지나치면 화를 불러온다는 것쯤은 알 텐데.......]
차돌 이는 그제 서야 현영 이를 쳐다본다.
싱글거리며 웃던 표정은 지우고 날카롭게 현영 이를 쳐다본다.
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하여 현영 이는 째려보던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현영이로서는 이제껏 남자 앞에서 꼬리를 내리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차돌이의 눈빛이 강렬하여 마주 대할 수가 없었다.
[이봐, 아가씨........
나하고 사귀자고 했어.
난 그럴 여유도 이유도 없어,
무턱대고 여자나 사귀는 그런 안일한 삶을 살 형편도 안 되는 놈이야.
또 하나...난...여자를 사귀지 않아.....
가슴 크고 엉덩이 큰 여자가 나에게 무릎 꿇고 순종할줄 아는 여자를 곁에 두지...
아가씨처럼 당돌하고 동격으로 나를 대하려는 여자는 나에게 밥맛이야...
눈빛이 고와서 듣고 있었지만 너무 지랄 같은 말을 하기에 일러두는 거야..
날 계속 태워주려면 가고 그렇지 않겠다면 여기서 내리지......
제기랄..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뭣이.......나보고 밥맛이라고........이런 개떡 같은 자식이........철썩............]
차돌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영이의 불같이 노한 음성이 터지는 가 했더니 연이어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이 개자식아...흑...흑...........]
현영이가 서러운가 보다.
현영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는가......무남독녀 외동딸로 집안의 귀여움이란 귀여움은 독차지 하고 살았는데 어디서 개망나니 같은 놈이 자기에게 밥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뭐라....엉덩이 크고 가슴 큰 여자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자기와 사귈 수 있다는 말인데.....하잘 것 없는 거지새끼가 감히 누구더러 종년 취급하는가 하고 불같이 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분함에 그만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것이다.
[엉,,,,엉,,,,,말미잘 같은 새끼.....개새끼......누구더러......엉 엉엉........]
현영은 분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언제 자기가 남자에게 이토록 깊은 관심을 표한 적이 있었는가.
자존심 팽개치고 행하였는데도 도리어 돌아온 건 욕설과 거절이 아닌가.
분함에 눈물과 고함을 쳐가며 성질을 부려보지만 상대는 더욱 기고만장 하지 않는가.
[후후후.......감히 사나이의 뺨을 때리다니.........넌 후회할거야.........
그러나 한번은 용서하지....미지누나를 봐서..........후후후......]
차돌 이는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거리를 걸어간다.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시내와 떨어진 곳이 분명하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는 한산한 거리이다.
지나가는 택시가 있나 살피며 그냥 큰길을 어 설렁거리며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가도 기다리는 택시는 오지 않고 점점 차들의 왕래도 뜸해진다.
그래도 차돌 이는 앞을 향해 꿋꿋이 걸어간다.
뒤에서 차의 불빛이 비치고 그 차가 앞으로 가는가했는데 차돌이 옆에 멈춘다.
다시 조수석 문이 열리고 맑고 고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앙칼지다.
[타세요.....그길로 가면 집도 없는 길이란 말이에요.]
차돌 이는 현영 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차에 올라탄다.
현영 이는 조금 가다가 차를 돌려 속도를 내며 달린다.
눈엔 눈물이 흘러서인지 얼굴이 엉망이다.
화장한 얼굴이 얼룩이 지고 눈엔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으며 입은 한일자로 닫혀있다.
차는 한참을 달려 차돌이의 집으로 가는 어귀에 당도했다.
[세워...여기서 걸어야겠어. 오늘 기분이 엉망이야........]
현영 이는 차를 세운다.
그런데 차돌이가 기분이 엉망이라지 않는 가 기분은 자기가 엉망인데 도리어 자기 때문에 기분이 엉망이 된 듯 하지 않는가......정말 못 말릴...그리고 아집으로 똘똘 뭉친 망나니로 보인다.
차돌이가 조수석을 열고 나가려 한다.
[저....................]
현영이가 뭔가 말하려고 차돌 이를 세운다.
차돌 이는 차에서 내리려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현영 이를 쳐다본다.
[왜,,,,,아직 할말이 남았어.]
[아니에요, 안녕히 가세요.]
현영 이는 할말을 하지 않고 인사로 대신 한다.
차돌 이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현영 이는 차돌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차를 돌려 오던 길로 사라진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햇살이 포근하게 비추는 오후였다.
차돌이가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나온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건물을 빠져나와 교정 안 잔디밭에 설치된 나무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햇빛이 가려지는가 하더니 옆에서 아주 좋은 향수냄새가 나질 않는가.....
차돌 이는 책에서 눈을 떼고 냄새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바로 자기 옆자리에 미지가 노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자기를 매섭게 쏘아보지 않는가........
[흥......네가 뭔데 내 친구를 울리고 그래.....
어디서 굴러먹던 거지새끼가...누구한테 건방지게..........]
[철썩............]
미지는 말도 끝내지도 못하고 뺨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차돌이가 노기를 잔뜩 띠우고 자기를 노려보고 있다.
미지는 차돌이의 눈빛을 보고는 진저리를 친다.
아직 미지는 차돌이의 저런 눈빛을 본적도 없었지만 그 눈빛에 기가 꺽 이려 든다.
그러나 눈빛보다 뺨을 맞았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아픔도 같이 온다.
미지는 뺨을 손으로 감싼다.
[감히 네가 누구에게.......]
[철썩.........]
또다시 다른 쪽 뺨이 떨어져나가는 통증이 온다.
미지는 분하기도 하지만 아픔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만다.
[엉...엉...엉........네가 나를 때리다니...........엉. 엉....]
미지가 벤치에 엎드려 대성통곡한다.
차돌 이는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부드럽게 말한다.
[누나......이건 내가 때린다고 생각하지 마.....누나의 부모님이 때린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누나....나 정말 많이 참았어........갈게.]
[엉..엉...그래 네까짓 게 안 참으면 어쩔 건데.. 엉. 엉..엄마..엉엉.......]
차돌 이는 울고 있는 미지를 그냥 두고 교정 밖으로 빠져나간다.
얼굴에 아까 미지에게 보내던 부드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뭔가 눈빛이 틀리다.
꼭 무슨 일을 저지르고자 할 때 보이던 눈빛을 차돌 이는 하고 있다.
무얼 하려고 그러한 눈빛을 나타내는 것일까......
.
.
어느 봄날 저녁
차돌이가 집에 들어온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있었고 얼굴엔 피멍이 잔뜩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만취하도록 마셨고 일부러 시비를 걸어 무수히 맞기도 했다.
군데군데 옷은 찢어지고 피가 묻어있다.
다행히 집엔 일하는 아줌마 밖에 없었다.
아줌마가 있는 힘을 다하여 차돌 이를 자기 방에 넣고서야 크게 허리를 펼 수 있었으니 아줌마도 차돌이의 행동이 기가 막히는 모양이다.
아직 이집에 10년을 가까이 있었지만 누구하나 만취하여 걸음을 옮길 수 없도록 취해서 들어온 사람을 본적이 없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차돌 이는 방안에 엎어져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차돌 이를 찾아온 사람은 민수였다.
민수는 차돌 이를 힘들게 움직여 찢어진 옷을 벗겨내고 차돌 이를 침대에 옮긴 것이다.
술 취해 늘어진 사람이 이렇게 무거운지 민수는 처음 알았던 것이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훔치며 민수는 중얼거린다.
[치. 형은......그 무서운 힘은 왜 안 쓰고 맞고 다니지........
하여간 이상한 형이야........
그나저나 내가 형을 이렇게 부축했다는 것을 형이 알아야 하는데..........에이..]
민수는 차돌 이를 섬기는데 다른 속셈도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잘한 짓을 누구보다 차돌이가 알기 바라는 마음이 제일 강했다.
언제부터인가 차돌이의 카리스마가 좋았고 자기도 차돌 이를 닮길 바라고 있었다.
그만큼 민수의 눈에는 차돌이가 우상이었던 것이다.
민수가 방문 앞에서 나오려는데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온다.
엄마는 침대에 누운 차돌 이를 바라보더니 민수에게 시선을 준다.
[네가 형을 보살폈니,]
민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라 우리 민수가 형과 친해지더니 정말 멋있게 변했네.......
아마 형도 이걸 알면 네게 고마워 할 거야.]
엄마의 칭찬이 너무도 기분 좋은 민수다.
[헤헤헤......]
[잠깐 기다려, 형 이불 덮어주고 같이 나가자.]
일화는 차돌 이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차돌 이를 쳐다보는 눈길이 온통 회색빛으로 젖어 너무나 부드럽고 살같이 대하는 엄마를 본 민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언제 자기들의 잠자리를 봐준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차돌이 혀의 잠자리를 봐주는 엄마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자. 민수야.....]
방문을 열며 일화는 민수를 다구 친다.
[그래, 엄마....그런데 엄마는 형이 좋아.........]
민수는 방을 나오며 대뜸 일화에게 묻는다.
일화는 일순간 대답을 못하더니 민수를 보며 되묻는다.
[그래. 넌 어땠으면 좋겠니..........]
[헤헤헤..난 엄마가 형을 무지하게 좋아했으면 좋겠어......]
[아버지보다 더 말이야.........]
엄마의 말에 민수는 순간 대답을 못한다.
그러나 이내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를 쳐다본다.
[으음..........헤헤. 아버지만큼이나..........헤헤....]
[녀석. 쓸데없는 소리한다.
나 형 미워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빨리 올라가 자, 녀석아......]
일화는 민수에게 알밤을 약하게 먹여주며 올려 보낸다.
민수가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기 마음을 아는 듯하자 흐뭇한 마음도 든다.
민수는 그런 엄마를 쳐다보며 웃고는 자기 방으로 올라간다.
일화는 차돌이가 평소 마시지도 않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셨는지 궁금해진다.
일화는 차돌 이에게 길들여져 그의 한마디에 웃고 우는 여자가 된지 오래이다.
비록 차돌이가 한번도 남이 있을 때 무리한 요구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 만일 차돌이가 그러한 힘든 요구를 한다면 두말없이 따를 정도로 완전히 차돌이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남편이 있기에 자신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지금도 그러하다.
차돌이가 남편에게도 순종하고 평시대로 행하라 하였기에 궁금한 마음을 묻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애가 타 있었다.
일화는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안방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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