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50부]
호텔 로비를 지나 현관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윤지야, 차 잡아줄까......
아쉽지만 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 뿐인 것 같아.....
제기랄......이럴 줄 알았으면 발가벗겨 날것으로 잡아먹는 건 데.. 히히히.]
차돌이가 농지 꺼리로 이별을 대신한다.
[선배.....지금 날 잡아먹지 그래...
난 선배라면 뭐든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윤지는 이상하게도 그런 상소리가 밉거나 역겹지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발을 옮기려다말고 차돌 이를 돌아보더니 뭔가 굳은 결심을 한 듯 힘겹게 말을 뱉는다.
[어라... 계집애 그 사이 농담도 다 하고.......
봐, 나하고 있으면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전염된다고, 흐흐흐...]
차돌 이는 윤지가 농담하는 줄 알고 같이 맞장구를 친다.
순진하고 착한 윤지가 농담하는 줄 착각하고 있다.
[선배, 농담 아냐......
솔직히 고백할게.........지금 내 가슴속엔 선배만이 가득 차 있어.
선배를 다시 못 만난다면 정말 살 희망도 없을 것 같아.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분명한건 내가 선배를 무지하게 사랑한다는 거야, 비록 짝사랑이지만......
그런데 이제 이렇게 선배를 만났는데 벌써 이별이라니. 난 그렇게 할 자신이 없어.]
차돌 이는 멍해진다.
굴러온 복이지만 먹고 차 버리기엔 너무나 순수한 아이다.
그런 순수한 아이가 모든 자존심을 내던지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윤지의 얼굴을 보니 진정 하기 힘든 결정을 내리고 그걸 고백한 것이 하나도 허투루 한 것이 아니라 진심임을 읽을 수 있었다.
[난 누구라도 나를 구속할 수 없는 사람이라 했어.
네게는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또 한 내 곁에 있고 싶다면 여자로서 견디기 힘든 그런 비싼 댓 가를 치루지 않고는
어림도 없어.
나도 사실 윤지가 좋아. 네게만은 더 이상 나쁜 짓 하고 싶지 않아. 잘 가,
훗날 인연이 있음 또 만나겠지. 만약 그런데도 모른척해........안녕......]
차돌 이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현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윤지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한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급기야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곡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눈물만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보인다.
윤지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느낌이다.
난생 처음으로 이성에게 마음을 가졌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홀로 안는 사랑이 되어 그 사랑을 고백했건만 돌아온 건 싸늘한 대답이고 허무한 결실이다.
이렇게 내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게 처참하게 짓이겨지고 망가뜨릴 수 있다 말인가.
눈앞이 캄캄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면 눈이 먼다고 하던데 지금 나의 꼬락서니가 그 꼴이 된 것 같지 않는가.....
윤지는 허무하고 허전한 마음을 또 다르게 생각해본다.
여기서 내 사랑을 접을 수 없다고 여겨졌다.
사랑은 신뢰로부터 시작한다, 믿고 있는 윤지다.
나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의 중심에서 행하자.
그 길이 끝없이 멀고 먼 길일지라도 아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일지라도 용기 있게 헤쳐보리라 결심한다.
그러면 언젠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조그만 잔물결이 일 것이고 그것이 해일처럼 내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그 사람이 무얼 행하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맹수를 길들이려면 맹수의 습성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나운 맹수를 온순하게 길들여 같이 어울리는 즐거움이 언젠가 오지 않겠나....그때까지 참고 인내하며 견뎌보자.
그 사람을 믿고 신뢰하며 참아보자
참는 것만큼 기쁨도 크지 않으리......
그렇게 생각하는 윤지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듯하다.
과연 차돌 이가 이런 윤지의 마음을 알기나 하련지........
.
.
차돌이가 객실로 들어가자 알렌이 기다렸다는 듯 벌거벗은 몸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엄청나게 굴곡이 진 매력적인 몸매로 안기면서 차돌이의 귀로 뜨거운 숨을 몰아쉰다.
[아........다 알 링.......]
차돌 이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알렌의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품을 아는지라 덮쳐오는 몸을 켜 안으며 조용히 속삭인다.
[이봐. 알렌.....나도 좀 씻어야하지 않겠나...]
[싫어. 싫어....나 지금 급해. 어서 안아 줘. 빨리......]
차돌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냉큼 알렌을 안아들며 침대로 가 알렌의 몸을 침대위에 내동댕이친다.
침대가 울렁거리고 풍만한 알렌의 몸이 스프링의 반동 작용으로 인해 상하로 들썩인다.
차돌 이는 급히 옷을 벗어 제킨다.
순식간에 차돌이도 벌거숭이가 된다.
침대에 누워 차돌이의 행동을 지켜보던 알렌은 한없이 성이 난 차돌이의 자지를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오우..멋져. 정말 멋져..오.. 내 사랑......
빨리 와요. 그리고 나를 짓밟아주세요. 오..내 사랑.......]
차돌이가 알렌의 위로 덮치자마자 앵두 같은 젖꼭지를 혀로 애무하며 풍만한 젖가슴을 이지러져라 주물러댄다.
알렌의 호흡도 거칠어지고 비음이 연신 입에서 새어나온다.
그로부터 2시간을 오로지 알렌의 육체를 탐미하며 침대보에 오줌이 흥건하도록 적시게 만든 뒤에야 차돌 이는 일어선다.
그리고 말없이 알렌을 쳐다보며 싱긋이 웃어준다.
알렌의 땀에 절고 헝클어진 머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대변해주듯 엉망이 되어있었다.
사지를 벌리고 누워 축 늘어져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은 오로지 사랑과 감동밖에 없어 보인다.
알렌도 차돌 이를 보며 한없는 사랑이 담긴 웃음을 보여준다.
알렌은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절정을 맛보았는가.......
언제 이런 기분을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오직 차돌이 에게 서만 얻는 섹스의 커다란 기쁨에 알렌은 오줌뿐 아니라 눈물까지 흘려대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차돌 이에게 매달렸다.
이런 남자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으랴.
이렇게 2시간을 쉬지 않고 나를 즐겁게 해주고도 지금 표정은 아직도 기운이 철철 넘쳐나는 것 같지 않는가..
자기가 이 남자를 알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으로 느껴진다.
비록 온몸의 기운을 상실하여 움직이기도 귀찮았지만 차돌 이를 바라보며 한없는 사랑을 전하는 눈빛만은 잊지 않고 보내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알렌을 그대로 두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나와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그런 차돌 이를 보며 알렌은 슬픈 미소를 떠올린다.
잡고 싶은데 잡을 궁리도 없고 잡는다고 있을 사람도 아님을 알고 있다.
영원히 저 사람을 내 옆에 두고 살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된다는 걸 안다.
오직 내가 저사람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알렌은 그 상황이 미웠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이 진정 잘해줄 수가 있는데...저 사람의 마음은 나에게 조금도 기울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고 있는지 애 뜻한 마음도 인다.
그러나 현실은 내편이 아니고 저 사람편이다.
그나마 나를 반겨주고 안아준다는 것만도 감사할 뿐이다.
어디 가서 이런 느낌 쾌락을 볼 수 있는가......
저 사람의 어디에서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이 솟아나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인가...
차돌이의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 가야겠어...]
차돌이의 한마디가 알렌의 상념을 깬다.
알렌이 일어나려 애쓴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런 그녀를 만류한다.
[일어나지마.........그리고 한동안 우리 보지 못하겠지.
나 없다고 바람 피 지마.. 그러면 정말 다시는 안 볼 테니.........]
[정말, 보고 싶어 어째......
이제 당신만이 나의 주인이야......
당신 말고는 누구도 날 가질 수 없어. 맹세할게........
흑,,,,흑.... 당신이 정말 그리울 거야..흑흑.........]
알렌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렇다.
지금 헤어지면 근 1년이라는 세월을 헤어져있어야 한다.
알렌은 정인과 또다시 헤어지는 슬픔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운다.
[이런 바보......내가 갔다 오면 꼭 너를 찾는다는 걸 약속할게.....
그러니 울지 말고.........잘 있어......]
차돌이도 울고 있는 알렌이 안타까운지 더 이상 있지 못하고 급하게 방문 쪽으로 발길을 뗀다.
[잠깐...]
알렌이 어디서 기운이 솟았는지 벌떡 일어나 서랍 속에 조그만 케이스를 들고 와 차돌 이에게 전해주며 키스를 해 댄다.
차돌 이는 알렌의 키스를 받아준다.
잠깐 동안의 키스를 끝내고 차돌 이는 그녀가 준 케이스를 보며 궁금해 한다.
[졸업 선물이야.. 집에 가서 봐.......
다르게 졸업선물 준비하려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당신이 갔다 오면 더욱 멋진 선물을 준비해 놓을게............]
차돌 이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엇인가 말을 하려하다가 그만두고 빙그레 웃어준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천천히 나와 버린다.
조그맣게 들리던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차돌 이는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줄 것도 없었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은 법 발길을 빨리하여 빨리 그 장소를 벗어나려 할 뿐이다.
.
.
차돌이가 호텔을 나와 택시를 잡기위해 택시정류장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가하더니 가느다란 팔이 다가와 자기의 팔짱을 끼지 않는가.....
깜짝 놀라 옆을 쳐다 본 차돌 이는 또 한 번 놀란다.
윤지가 눈이 벌겋게 부운채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자기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아직 집에 가지 않았어.
여태 이 추운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윤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난 집에 가야해.....
집에서 누가 기다리는 줄 윤지도 봤으니 알 것 아냐.......
지금 시간이 늦어 윤지랑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 내가 택시 잡아 줄 테니 집으로 가........]
차돌 이는 윤지가 애처로웠다.
지금 그녀의 행동이 무얼 뜻하는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그녀를 아프게 하는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돌려보내려는 것이다.
[싫어요, 집에 가지 않을래요.
당신을 잊어버릴 수가 없는데 내가 어찌 갈수 있어요.
당신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릴래요.]
윤지가 대담하게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않고 털어낸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상대에게 전적으로 얽매여 그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무릅쓴다고 했다.
윤지는 사랑에 목말랐고 그를 그리워만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서 결국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해야 한다.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도전이 되더라도 물러 설 수가 없었다.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비참할지 몰라도 언제고 이이의 마음속에 나라는 존재가 영구불멸 한 것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는가.
그때까지 피눈물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도 생긴다.
설령 모든 것을 잃고 빈껍데기만 남은 허망한 삶이 닥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용감하게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차돌 이는 어이가 없었다.
그토록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는데 막무가내가 아닌가....
용의 아가리에 들어가 통째로 고기를 상납하려는 하루살이의 행동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지 않는가....
사람이란 본래 사랑을 위해서라는 허울을 쓰고 모든 것을 팽개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윤지가 갖고 있는 정열은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마치 자기의 욕심을 이루어지기전에는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이것이 자기 일생을 송두리째 망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바보 같은 그녀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너도 정말 바보다.
내 곁에 있으면 몸 버리고 그리고 울 일 말고는 없어.
젊은 청춘을 아름다운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청승떨 일 말고는 없을 텐데....
네가 원하면 이제 나로서도 더 이상 말릴 재간도 없어.
그러나 지금은 내가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설마 대담하게 내 집까지 와서 다른 여자 앞에서 수치를 당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
그럴 용기도 아직은 없겠지만........]
차돌 이는 더 이상 그녀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시간을 가질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다시 한 번 집에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럴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거 에요.
언니들이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윤지는 대담하게 차돌 이를 쳐다보며 앙칼지게 그리고 분명하게 자기의 뜻을 밝힌다.
차돌 이는 잠시 동안 윤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살며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조그마한 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차돌 이는 미소를 짓는다.
좋아서 짓는 미소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기의 그물에 걸려든 고기를 보며 애처로운 미소 같기도 하다.
택시가 와서 멎는다.
[자. 가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의 진면목을 보여줄 테니........
아마 넌 오늘 결심을 뼈저리게 후회할거다.]
차돌이가 먼저 택시에 탄다.
윤지는 잠시 망설인다.
[안타면 난 간다........]
차돌이가 문을 닫으려는 시늉을 하자 윤지가 급하게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 안이 푸근한 데에도 윤지의 몸은 계속 떨고 있다.
떨고 있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으니 얼음덩어리처럼 차갑다.
[병신.......이렇게 추운데 기다리고 있다니..........]
차돌 이는 윤지를 당겨 안아준다.
윤지도 차돌이의 몸에 쓰러지듯 안긴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아버린다.
얼어 차갑게 변해버린 볼 살이 부들부들 떨면서 차돌이의 품속을 병아리가 어미닭의 품속을 찾아들 듯 자꾸자꾸 파고든다.
윤지는 차돌이의 품이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아늑한 솜이불에 싸인 느낌이었다.
윤지는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잠속으로 빠져든다.
차돌 이는 그런 윤지를 처음부터 품에 안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아이가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니.....또 하나의 여성이 불행으로 치달리고 있으니 뭐가 뭔지도 모를 막막함에 못 박힌 듯 윤지를 지켜보고 있다.
윤지야...
너의 사랑이 널 불행하게 만들 텐데 왜 떠나지 않고 그 길을 걸으려고 하니....
너 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곤경에 빠진 여인이 한둘이 아닌데 이제 너도 그 길을 스스로 찾아드는 불나방인가...
난 아무것도 네게 해줄 것이 없다.
고작해야 너를 안고 싶어 하고 나의 취향에 맞게 변태놀음에 쓰일 하나의 도구로 여기고 괴롭히고 아픔만 줄 수 있는데......너의 목을 조이는 그런 고통도 나는 방관만 하고 있을 뿐인데도 악마의 소굴로 스스로 걸어오다니.......이젠 나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너로 그냥 놓아둘 수도 없다.
나의 마음은 이미 널 소유하고 짓밟으라는 악마의 교시가 끊임없이 메아리치며 들려오고 있고 난 너를 산산이 부셔놓고 싶은 열망만이 가득하다......
난 널 부셔줄 것이고 너의 눈엔 하루도 빠짐없이 눈물만이 가득하리라.
너의 그 눈물도 내 앞에서는 마음대로 흘리지도 못하는 그런 냉가슴을 앓을 것이다.
차돌 이는 더 이상 윤지를 지켜보지 못한다.
욕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해 가슴이 갑갑하여 그도 윤지처럼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
집에 도착하자 식구들 모두가 반긴다.
떨고 있는 윤지를 현영 이더러 안방 침대에 눕히게 하고는 거실 쇼 파에 앉는다.
거실과 방은 한여름을 방불케 하듯 후끈후끈 달아올라 덥기까지 한다.
차돌 이는 술을 가져오게 하고는 집의 식구들과 늦은 만찬을 갖는다.
[형수도 한잔해...]
차돌이가 곰의 처를 앉게 하고는 술잔을 권한다.
곰의 처는 연신 곰을 쳐다보며 사양한다.
[삼촌, 전 술 못해요..]
보다 못한 곰이 나선다.
[당신 오늘은 한잔 받아야 하는 것 아냐.......
우리대장 졸업 날이고 또 모래면 다시 이별인데........]
그제 서야 마지못해 곰의 처가 잔을 받더니 차돌이가 부어주는 술을 받는다.
[자, 다시 이렇게 모여 한잔하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됩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길 바라며 건배합시다.]
차돌이가 술잔을 올린다.
그러자 모두는 술잔을 높이 올려 건배를 외친다.
[건배.................건배...]
술잔에 든 술을 모두 마신 차돌 이는 현영 이를 보며 미안한 듯 웃어준다.
[윤지를 데려와서 미안해.......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저러는데 어쩌겠어, 추운데 벌벌 떨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할 수 없잖아, 데리고 올 수밖에.......]
[치이......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윤지를 데려오다니....
나보고 어찌하라고.....미워죽겠어, 정말...........]
현영 이는 셀 쭉 해진다.
오늘 둘만의 시간에 마음껏 섹스의 향락을 즐겨보려 했는데 윤지라는 방패가 방해를 놓고 있으니 어찌 기분이 좋을 수 있으랴....
[하하하...................]
[하하하........아가씨...우리 대장 바람둥이인줄 아시잖아요.
어쩌겠어요, 두 사람이 같이 우리 대장을 모셔야지...........
그건 그렇다하지만 팔 없는 저 동생은 어찌할 고.......
나야 저사람 붙들고 용쓰면 된다지만.
저 아우는 혼자서 고달픈 밤을 보내야겠군. 하하하........]
곰과 외팔이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현영 이를 놀려댄다.
마치 오늘 저녁일이 눈앞에 원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어마. 아저씨. 난 몰라........]
현영 이는 그 말을 듣고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여보, 어떻게 그런 말을............]
곰의 처도 듣기 민망한지 눈을 흘기며 곰을 쳐다본다.
그러나 그녀 역시도 웃음을 짓고 있다.
[하하하...괜찮습니다, 사실이 그런걸요....
형수는 어제도 보았잖아요, 이놈이 얼마나 나쁘고 변태인가를......
그래도 식구들이 날 이해해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차돌 이는 솔직히 자신의 작태를 시인 한다.
그리고 이왕 모두 알았으니 모른 척 이해하라는 암시다.
[무슨 말씀을....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사나이의 성욕이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솔직히 나 역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죄의식은 가졌지만 한 번도 사양해본적은
없었네......
우린 대장이 그런 데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으리라 보네......
그리고 우린 대장이 하는 일에 조금도 꼬투리를 달거나 불만이 없네.
아니.. 역시 우리대장이란 생각이 들어 흐뭇하기만 해..하하하......]
곰이 솔직하게 지난날의 자기행동과 차돌이의 행위에 불만이 없다는 걸 밝혀준다.
오히려 지금 차돌이가 하는 것이 너무나 사나이답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이런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절륜한 정력이 아니면 도무지 엄두도 못 낼 일을 차돌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니 그의 정력에 감탄했고 그러고서도 여자를 후려잡아 꼼짝 못하게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있으니 부럽기도 했다.
[형 고마워........
그나저나 외팔이형이 외로워서는 안 되는데.......
하여간 외팔이형은 다음 귀국 때까지 여자를 집에 데려오지 못하면 내 집에 있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 알았지. 히히히........
그렇지 않아 형, 우리만 즐긴다는 것이 말이나 돼.......
내 집에 그런 사람이 잇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내가 그런 것 엔 통 미련하단 말이야...
형, 내말 꼭 지켜야해..]
차돌 이는 외팔이를 쳐다본다.
농담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디 차돌이가 농담이나 하는 사람이었던가.......
[어디 나 같은 놈에게 올 여자가 있겠어요,
허지만 노력해 보겠소이다........]
외팔이도 민망한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그 뒷머리에 손을 가져가더니 간질이고 만다.
[아니, 꼭 데려다놓아야 해.......
안 그러면 정말 형을 다시는 안볼 테니.........]
차돌 이는 다시 한 번 다짐을 준다.
..................................
정겨운 술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때껏 이렇게 속마음을 보이며 이야기한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차돌 이는 자기 옆에 든든한 형이 둘이나 있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술이 모두 없어지고서야 모두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넓은 거실에 차돌 이와 현영 이와 그리고 방에 윤지가 있을 뿐이다.
차돌 이는 현영 이에게 다가와 살포시 안아든다.
그리고 귀에다가 나지막이 속삭인다.
[저앤 처녀야....
지금 무지하게 부끄러울 텐데 네가 용기를 심어줘야겠어.
너라면 날 위해서 충분히 그래줄 수 있으리라 믿어.]
[치이..둘이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어쩌겠어, 오빠의 일인데. 도울 수밖에.....그렇지만 오빠 미워..........]
현영 이는 입이 한발이나 나오고 만다.
차돌이가 무얼 원하는지 알았고 이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물 건너 간 것이었으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또 그이 곁에 있자니 그를 거역할 수도 없고.....마지못해 들어준다는 안타까운 표정이 그대로 보인다.
[하하하......]
차돌이도 민망한지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현영이의 토라진 모습을 보고 대소를 터뜨린다.
51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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