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36부]
늦은 오후
차돌 이는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에 들리려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학교 도서관 옆 나무그늘아래 만들어 놓은 나무벤치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푸석하다 못해 거칠어 보인다.
아마 피곤이 극도에 다 달은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차돌 이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있다.
도대체 난 이제껏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내가 바라고 누나가 바라던 그런 삶을 살아왔는가.....
나 혼자 조금 더 잘 되자고 남을 괴롭히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부와 명예와 권세에 집착하여 정말 명예로운 삶을 포기하고 살아오진 않았는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남을 위하는 그런 마음은 진정 가지고 살았는가.......
차돌 이는 고개를 젓는다.
성실하고 거짓 없는 삶을 살아갈 때 부와 명예는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마련인데 지금껏 허황된 공명심에 사로잡혀 타락의 길로 들어선 듯 느껴지지 않는가....
나 한 몸의 부와 권세를 누리는 출세에만 급급하다 그릇된 마음이 가슴속에 파고들어 사람 으로써 행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고 살지는 않았는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해서 부와 명예를 얻는다면 그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위선과 거짓으로 얻은 모래위에 성일 뿐 인데......
명예란 자연발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우러나오는 존경에서 일어나는 발로인데 애써 그것을 만들어봐야 파문처럼 없어질 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탐하면 탐할수록 멀어지는 명예.
차돌 이는 진정 존경받으며 이 세상을 살고 싶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다시 단추를 꿰고 싶었다.
그리하여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 사람들이 존경과 더불어 바치는 명예를 얻고 그렇게 한세상을 마감하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차돌 이를 그렇게 한가하게 살도록 놓아주지 않는 법이다.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을 차돌이도 알고 있다.
눈을 감은 차돌 이는 입술을 앙 다문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쥔다.
[그래. 떠나자..그래서 더 배우고 더 많이 알자.......]
차돌 이는 유학을 결심한다.
먼저 모자라는 공부를 완성하고 싶기도 했지만 자기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을 보다 빨리 실현 시키려면 다른 세상의 공부도 필요하다 생각했다.
또 하나는 이상하게도 여자와 섹스를 하려들면 광폭해지고 마구 대하며 마치 자기의 하인이나 노예가 되는 걸 즐기다시피 냉정하고 변태로 변하는 자신의 몸도 치료하고 싶었다.
부드럽게 대할 때가 없는 것도 아니다.
허지만 이상한 마음만 먹으면 꼭 그렇게 난폭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만족스러워지니 끝나고 나면 허탈해지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왜 그런지.....아무리 억제하고 있어도 악마의 유혹 앞에 한없이 무너지고 굴욕당해 마음과 달리 유혹의 광기에 스스로 빠져드는 자신을 치료하고 싶었다.
[그래..지금부터 준비하자......
내년이면 학교 공부도 끝나니 그때 떠나자........]
차돌 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이때
차돌이의 망상을 깨는 청량한 소리가 들린다.
[선배........어디 가려는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키가 작고 예쁘장한 여학생이 겨드랑이에 책을 한 아름 끼고 벤치 앞에 서서 자기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하늘하늘한 브라우스 속으로 부 라의 선을 여실히 나타내주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 아주 맑고 청순한 여학생이 반가운 얼굴을 하고는 서 있었다.
[아니...이게 누구신가.......윤지 씨 아닌가.............
그런데 내가 소리를 질렀어.]
차돌이도 여학생을 보며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작년인가 방학을 이용하여 자연 생태 연구차 동행하였던 바로 그 예쁘장한 여학생이 아닌가.....
차돌 이는 기차 안에서 만져보던 윤지의 다리사이 털 밭이 생각나 슬며시 웃음을 띠운다.
[어머머......떠나자며 소리를 질러놓고는.........호호호......
선배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요.
어디 사흘에 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는 사람처럼 푸시시하고....눈은 휑하고........]
윤지는 차돌이가 반가웠다.
저만치서 차돌인가하고 보고 있다가 차돌이라는 확신이 서자 자기도 모르게 한달음에 달려와 반갑게 말을 건넸는데 차돌 이는 자기가 한 행동을 모른척하자 어이없는 표정과 함께 손을 입가에 두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차돌이의 얼굴을 가지고 민망한 인사를 대신하는 것이다.
[정말 그래........그렇지만 이건 못 먹어서 그런 얼굴이 아냐......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난거지 후후후.........]
차돌이의 장난 끼가 발동이 걸렸나,
아무것도 모르는 윤지를 가지고 노는 것 같지 않는가........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윤지가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묻는다.
[어쩐 일이냐......지금 집에 가나보지........]
차돌 이는 조금 진지해진다.
오랜만에 보는 윤지에게 자꾸 농담으로 일관할 수도 없었다.
[그래요.
모처럼 도서관에 들러 자료 좀 뽑아가지고 나오다가 선배인 것 같아서 와 봤는데..
웬 소리를 그렇게 질러대고.....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윤지는 차돌이의 뜬금없는 행동이 궁금했다.
[무슨 일은.........잘됐어. 나도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
우리 같이 갈까........]
차돌이가 일어나 다짜고짜 윤지의 손을 잡아 이끈다.
[어머머....정말........왜 이래요.]
윤지는 갑자기 손을 잡히자 기겁을 한다.
그리고 예전에 짓궂은 장난에 눈물을 쏟아내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못 된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몸은 이미 차돌이가 끄는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다.
[남자 여자가 같이 걸으며 떨어져 걷는다는 게 보기가 뭐 하잖아.....
그리고 윤지양은 복 받았다는 걸 알아.....
이 학교에서 나랑 사귀고 싶은 여자가 많다는 것은 윤지도 알고 있을걸..후후후...]
[어머머...정말,,,,,,,,]
윤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윤지는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자마자 차돌 이에 대해 세심히 알아봤다.
자기에게 그렇게 심한 짓을 한 이 사람이 쾌심하기도 했고 도무지 겁이라곤 상실한 이남자의 호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여 나름대로 알아보곤 질려버렸다.
국내에서 내 노라 하는 재벌가의 여식도 이 남자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아양을 떤다는 소문과 진실을 확인했고 그러한 처자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 남자가 진정 남자다워 보이기도 했다.
윤지의 어린 마음에 차돌 이라는 이름이 새록새록 새겨지고 그리워하였으나 이 남자에게 근접할 기회조차 생기지 않았다.
항상 근거리에서 가끔 지켜보고 혼자 벙어리냉가슴 앓듯 가슴앓이를 해왔던 것인데 우연찮게 주어진 기회가 왔지만 마음 한구석이라도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기도 했다.
학교의 모든 여학생이 저 사람과 사귀길 원하는데 나는 기회를 잡았는데 마음에 없는 말만 하고 있으니..답답한 심정이 가슴을 짓누른다.
정문을 빠져나오고 버스 정류장을 두 군데나 거치면서도 윤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돌이도 윤지가 말이 없자 재미가 없는지 따라서 말을 않는다.
차돌이가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윤지를 끌어당겨 옆에 앉히며 조용히 그러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윤지......나..내 욕심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난 빼앗을 줄만 알고 줄줄은 모르는 도둑 같은 심보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야..
행여 다시 날 봐도 날 외면하는 게 좋아....
그렇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면 난 윤지의 모든 것을 빼앗고 ?아버릴 테니....
내 말 명심하고 새겨들어.........
난 윤지에게조차. 악마의 우산에 가둬두고 싶은 마음이 없어 솔직히 말하고 있어.
더 이상 날 아는 체 하면 윤지는 엄청 후회하게 돼.......]
[선배....왜..그런 말을........]
윤지는 당황했다.
마치 자기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실제로 윤지는 그날 이후로 늘 혼자 무얼 생각할라치면 차돌이가 떠올랐고 그가 한 행동이 괘씸하고 밉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가 보고 싶어지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기는 아무른 내색도 않았는데 차돌 이는 자기가 이미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처럼 방어벽뿐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하고 있지 않는가..
윤지는 슬퍼진다.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차돌 이는 아예 근접조차 못하게 하지 않는가.
자존심도 상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차돌 이는 분명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해가 될 성도 싶었지만 다짜고짜 경고하는 차돌이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후후후. 나도 몰라. 이런 말 하면 너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정말 나도 왜 그런지 몰라....그렇지만 내말은 분명한 사실이야............
어......저기 버스 온다.......나 먼저 갈 게......안녕.......]
차돌 이는 윤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함께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자 곧 바로 차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윤지는 인사도 못하고 버스 안으로 사라지는 차돌 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가슴을 치고 올라 곧 눈물이 날것도 같다.
그러나 차에 올라탄 차돌 이는 일부로인지 진심인지 몸은 윤지가 보는 반대방향을 보고 있다.
윤지의 눈엔 끝내 한 방울의 눈물을 눈에서 토하고야 만다.
서둘러 그것을 감추는 윤지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치이. 자기가 무슨 대단한 남자라고........]
차돌이가 사라지고 윤지혼자 남은 정류장 너머 먼 산 쪽으로부터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고
그 노을은 하늘을 수놓아 아름답게 퍼져있다.
..........................................
[대장, 이제 오시는가.........
안에 손님이 와 계셔.]
차돌이가 집으로 들어가자 외팔이 형이 차돌 이를 반기며 손님이 와 있음을 알린다.
[그래요. 형. 누구지.......
그리고 아가씬 돌아갔습니까........]
차돌 이는 현영이가 궁금해 물어본다.
그러자 외팔이는 더욱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차돌 이를 놀리려 든다.
[허허허.......아까 전에 형수님이 바래다 드리고 돌아왔네.....
그런데 어떻게 다루었길 래 아가씨가 새파랗게 질려있지....허허허.......]
아직 새파란 처녀아이를 녹다운 시킨 차돌이의 정력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탕화게 웃는 외팔이다.
[에이. 형은..........어라 부회장님 댁에서 누가 오신 모양이네......]
차돌 이는 외팔이가 놀리자 조금은 민망해진다.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걸 핑계로 놀리는 외팔이에게 뭐라 하기도 쑥스러웠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 마당에 주차해 있는 차를 보고 외팔이를 쳐다본다.
그제 서야 외팔이는 웃음을 지우고 공손하게 대답한다.
[그래. 사모님이랑 따님이 와 계시네.]
[그래요...............]
차돌 이는 급히 안채로 들어간다.
현관을 밀고 들어가자 주방에서 어정거리고 있던 여자들이 한달음에 몰려와 차돌 이를 반긴다.
[이제 오는가.......]
[잘 다녀오셨어요, 삼촌.......]
일화가 제일먼저 달려와 반가움을 표시하곤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미지가 자기의 행동을 의아스럽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화는 집에서 덕 만이가 와도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맞이한 적이 없었다.
차돌 이를 보고픈 마음이 앞섰고 차돌 이를 보자 그만 자기도 모르게 사랑의 표시를 감추지 못하고 취한 행동을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가 이상한 듯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뒤이어 곰 처가 차돌 이를 반기고 미지는 엄마를 보다가 차돌 이를 보며 얼굴에 우수 짙은 표정을 지으며 살짝 웃고 있다.
차돌 이는 반기는 여자들에게 웃음으로 맞아준다.
[어쩐 일이세요........그리고 누나도 왔네.....
누난 우리 집이 처음이지........]
차돌이가 미지를 보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래.........]
미지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말을 끊고 차돌 이를 원망하는 시선을 그치지 않는다.
차돌 이는 미지의 시선이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찾아와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것도........
그러나 차돌 이는 그런 미지의 마음을 모르는 척 일견해 버린다.
[헤헤.....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오니 이상하네........
어째.....사모님, 식사는 했어요.]
[아니, 너 들어오면 같이 먹으려고 참고 기다리고 있어. 호호호......]
일화는 차돌이가 자기들을 반기며 환하게 웃어주자 여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미지와 같이 왔지만 차돌 이를 마음깊이 사모하고 있고 그런 사람이 자기를 따뜻한 눈빛으로 보아주니 모든 것이 즐거워졌다.
[그래요,]
그때 곰 처가 나선다.
[삼촌, 사모님이 갈비를 가져오셨어.
그리고 밑반찬도 많이 가져오셨고..............]
[형수, 그랬어요........]
차돌 이는 곰 처의 말을 듣고는 고마운 얼굴을 하며 일화를 쳐다본다.
[뭐 하러 그러셨어요.
여기 형수님의 음식솜씨가 좋아 전 아쉽지도 않는데........]
[그래도......미지가 닦달하기도 하고......]
일화는 차돌 이가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듯하자 서운한 감정이 든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보인다.
[하여간 고마워요. 사실 전에 먹던 음식들이 먹고 싶었는데......
어때요.. 이왕 가져오시려면 많이 가져오셨는지.......]
차돌 이가 금방 분위기를 바꿔준다.
그제 서야 일화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럼 많이 가져왔지.......
그리고 내가 수시로 가져올 테니 걱정 말고 많이 먹어라 고. 호호호........]
[그래요...그렇지 않아도 오늘 먹은 것이 없어 배가 무지 고픈 참인데..........
자.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그리고 형수는 형들도 전부 오시라고 해요.......]
차돌 이가 곰 처에게 밖의 형들도 들어 올 것을 지시한다.
곰 처는 난감한지 어쩔 줄을 모른다.
이분들이 어떤 분이신가...
국내에서 굴지의 기업을 가지신 사모님이란 따님이 아니신가..
그런 자리에 언감생심 자기 처지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아 식사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처사라 여기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일화가 풀어준다.
[저 사람 시키는 대로 하세요.
여긴 저 사람집이고 또한 당신들은 한 가족 아니에요.
난 저 사람 성격을 아니 그 분들이 안 오면 아마 식사하지도 않을 거 에요.]
[그렇지만........]
곰 처가 아직도 난감한 모양이다.
그래도 대기업의 부회장님 사모님인데 함께 동석하며 먹는다는 게 여간 껄끄럽지 않은 것이다.
[맞아, 난 분명히 그럴 거 에요.
형수는 어서 나가 형들을 모시고 오세요.]
차돌이가 닦달하자 곰 처는 어쩔 수가 없는 듯 미적거리며 집에서 나간다.
그리고 금방 형들을 뒤로하고 들어온다.
차돌 이는 들어오는 형들을 향해 웃어준다.
[어서 와.....오늘 사모님이 갈비를 가져왔다하니 우리 소주한잔 곁 드리면 어때......
형, 좋지 않아..........사모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야 괜찮아. 그렇게 하도록 해.......]
일화가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의자에 엉덩이만 걸치고 부담스럽게 앉던 두 사람은 여간 불편하지 않는지 선뜻 대답을 못한다.
[대장....저희들이야.......나중에 먹으면 안 될까.....]
곰과 외팔이는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다.
오늘 오신분이 누구신가.
우리나라 기업을 대표하는 분 중의 하나인 사모님이 아니가.
그런 분과 나란히 앉아 소주를 먹는 그런 송구하고 영광스런 자리를 어찌 감히 한단 말인가.
언감생심. 분에 넘치는 행동을 하다가 나중에 큰 봉변을 당하는 그런 우를 범할까 겁도 났다.
[하하하....안 돼. 빨리 자리에 앉아. 오늘 기분 좋게 한잔 해보자고.....]
차돌이가 대소를 터뜨리며 웃으며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힌다.
그러자 곰 처가 갈비찜을 조심스럽게 나른다.
그 것을 본 일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주방으로 가더니 다른 음식들을 챙겨 곰 처와 함께 탁자에 나른다.
곰 처가 몇 번이고 그냥 있으라고 권해도 막무가내로 도우고 있다.
그런 엄마가 이상하고 못마땅한지 미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얼굴에 잔뜩 그리고 인상을 쓰며 무슨 생각인지 골똘해 있다.
미지는 엄마가 정말 이상했다.
집에서 아빠가 식사할 때도 아줌마가 차리고 엄마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었는데...여기서 저렇게 호들갑을 지으며 식사 시중을 들다니......
다른 사람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정도의 열성이라면 저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바치는 정성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엄마가 차돌 이를 애인이라도 되어 저러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차돌이의 표정에 변화가 없어 어떤 사이인지는 짐작할 수가 없다.
다만 엄마가 차돌 이를 생각하는 것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음식이 식탁에 올려지고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여자들은 밥과 고기를 남자들은 밥보다는 술과 고기를 주로 먹어가며 일상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정말 고기도 맛있었고 차돌 이는 모처럼 포식을 하였다.
별로 많이 먹지 않는 차돌 이가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많이 먹어대자 전부는 놀란 눈을 하기도 했다.
일화는 정말 기분이 하늘을 나를 것 같았다.
차돌 이가 이렇게 잘 먹다니........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사가지고 올걸...진즉 행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기도 하지만 차돌이가 맛있게 먹어주니 사가지고 온 보람도 느껴진다.
[우...정말 맛있게 많이 먹었네.......
내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많이 먹어본 적은 진정 처음일거야.............
사모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차돌 이가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을 나타낸다.
실로 엄청나게 많이 먹은 것이다.
그런 차돌 이를 보는 모든 사람은 빙그레 웃음으로 호응한다.
.....................................
37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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