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41부]
차돌 이는 욕실에서 나와 그대로 꼬꾸라지듯 침대에 쓰러진다.
피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천근인데 머릿속이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들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무엇보다 여자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고국에 있는 여자들 자기 말 한마디, 몸짓하나로도 발가벗고 달려들 여자들이 있는데 벌써 한 달이나 금욕을 했으니 젊은 혈기에 어찌 달아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종내에는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누나의 생각에 미치자 차돌 이는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는다.
누나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번 떠올린 누나생각이 어찌 쉬 지워지겠는가.......
무엇보다 누나를 가질 때의 그 감각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아온다.
[아....누나..........]
차돌 이는 헐렁한 잠옷 밖에서 자기의 불두 덩이를 손으로 잡는다.
한손에 넘치고도 남을 묵직한 물건이 가득 잡혀온다.
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린다.
[똑....똑.]
차돌 이는 얼른 자세를 잡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얼굴아래까지 덮어쓰고 잠자는 시늉을 한다.
한참을 노크하며 기다리던 방밖의 사람이 조용히 문을 따고 들어온다.
그리고 차돌 이를 직시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우며 들고 온 옷가지를 한 쪽 에다 두고 물러난다.
양양이었다.
차돌 이는 양 양이 물러나고 난 뒤에도 이불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가랑이 사이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이불이 덜 썩 이더니 잠잠해진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얕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
.
한편 선영 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그토록 차돌이가 보고파하는 선영 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넓고 호화스런 사무실이다.
가운데 기주가 앉아있고 그 세로로 길게 이어진 첫째자리에 선영 이가 앉아있다.
기주는 만면에 웃음을 지우고 선영 이를 쳐다보고 있다.
넉넉한 웃음 뒤에 아쉬운 그런 표정도 섞여있다.
[손 실장.......정말 그 사람이 싫어......]
기주는 웃으면서도 선영 이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회장님, 전 이미 마음속에 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전 영원토록 그 남자를 내 사람으로 살기로 맹세한바 있고
또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맹세를 지키고자 합니다.
회장님이 괜한 수고를 하셨습니다.]
선영 이는 단호했다.
이미 자기의 마음을 가져간 사람이 있으니 그런 쓸데없는 짓은 다시는 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 있었다.
[허허허...이런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처자를 누가 점 찌었을꼬..........
내가 질투가 다 나네......허허.....]
기주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몸을 앞으로 당긴다.
[설마....동생은 아니겠지............아니 동생이냐....]
기주는 선영이가 한시도 못 잊고 있는 남자가 차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친 혈육이 아닌가.
혈육에게 사랑하고 서로 아끼며 사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이성으로서는 아니지 않는가.
기주는 설마 선영이가 천인 공로할 천륜을 어기는 그런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니라고 믿었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니 자기가 알고 선영 이는 지금껏 한 번도 남자와 테이트조차 하지 않은 그런 여자였다.
자나 깨나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뿐인 선영이가 마음을 준 남자가 있다니 그러면 동생이냐며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사장님, 아무렇게도 짐작해도 좋습니다.
허나 내가 내 마음속의 사람을 밝히면 회장님과는 인연이 다하는 것이라 여겨도
좋습니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전 회장님께 지금 바른말을 하겠습니다.]
선영 이는 테이블을 보며 이야기하면서도 절대 물러나지 않고 자기의 할 말을 다하고 만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줄 테니 대신에 다시는 자기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란 말을 잊지 앉는다.
[허허..이런 고약할 데가.........
사람을 궁금하게 해놓고 엄포라니................나 원 참.........
이거 더 알고 싶어지는데......... 허지만 자네를 내 곁에서 보내고 싶지 않네......허허...]
[..............................................]
선영 이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기주는 그래도 뭔가 아쉬운지 선영 이를 힐끔거리며 요모조모를 살핀다.
선영 이는 기주의 눈빛이 어디를 살피고 있는지 잘 안다.
지금껏 자기에게 보여준 호의는 감당하기도 어려웠지만 어찌 보면 자기의 환심을 사기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나쳤고 자기를 보는 눈빛은 먹이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그런 아쉽고 애가 타는 빛이었다.
기주는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힌다.
[손실장이 사실 마다하기를 난 바랐는지도 몰라.......
저쪽에서 워낙 손 실장에게 반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걸하기에 운을 놓은
것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그냥 놔두는 남자가 과연 누구일꼬......
지금 나라도 솔직히 자네를 강간이라도 하고 싶은데.......허허.....참.......]
[..........................................]
선영 이는 그래도 말이 없다.
기주는 다시 한 번 선영 이를 살피더니 허탈하게 말한다.
[솔직히 나도 남자라네.......
지금도 자네를 어찌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난 조금은 호색한 편이지만 자네에게 향한 마음은 절실해.......
자네가 이런 내 마음을 알까 모르겠네........]
기주가 힘없이 이야기 한다.
그것은 사랑 고백이었다.
그제 서야 선영 이는 고개를 들어 기주를 쳐다본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회장님, 전 회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장님이 절원하면 거절하지 못합니다.
물론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 몸 뿐이겠지만........
그러나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 일로 회장님의 앞길에 내가 구렁텅이로 몰아 떨일 수 있으니까요.
전 몰라도 내 남자가 회장님의 목을 원하면 전 서슴없이 회장님의 목에 칼을 그릴
것입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래도 절원하시겠어요.]
선영 이는 매섭게 기주를 쳐다본다.
도움을 받았으니 주겠지만 절대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 그만 한 각오 없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엄포였다.
[허허......무서운 아가씨네.........
솔직히 지금 심정이면 자네를 안는 조건에 내 목숨을 걸어도 하고 싶네.........
그러나 난 아직은 견딜힘은 있어.
그러나 정말 나중에 자네를 원해도 자네가 들어주겠나......]
기주는 선영 이를 마주 쳐다본다.
그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러나 선영 이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는다.
[한번은 들어주겠습니다.
동생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절 이만큼 만들어 주신 분이니까요.
그렇지만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전 한번한말 다시 번복하지 않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저 같으면 두 번 다시 절 쳐다보지 않고 한지로 내쳐버리겠습니다.]
선영 이는 승낙한다.
그러나 그것은 승낙보다 더 무서운 거절이었다.
[솔직히 그러려고도 했어,
허나 내가 자네를 보지 않으면 이상하게 하루를 지내기 힘들어.
마누라에게도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또한 자네의 능력이 나를 감탄하게 하고 있고 자네 같은 사람을 한지에 묻어 섞이게
하는 것은 기업인의 도리도 아니고.........
하지만 자네의 마음을 알았네. .
그만 나가보게......허허허......]
기주는 선영 이를 내친다.
선영이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설마 했던 생각이 진실로 다가오니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선영 이는 지금 차돌 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돌 이에게만 준 몸 이였고 이제 차돌 이를 위해서만 살 생각을 했었는데 기주가 부탁해오면 딱히 거절할 묘책도 없었다.
이제껏 보여준 호의는 도가 칠만큼 지대하였고 기주의 여자관계를 지켜보며 지나치게 밝히는 남자인데 자기를 지금껏 그냥 두고 온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인내였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도 희 언니가 자기를 보면 항상 남편의 바람기를 걱정하곤 했었는데 그 바람기를 재워줄 여자가 자기인거 같다며 넌지시 기주의 여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비쳐 오질 않았던가.
처음엔 그런 도 희가 너무나 쾌심 하고 원망스러웠던 것이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여기저기 날리느니 한 여자에게 안주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진 것이 아닌가하고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기주가 자기의 마음을 밝혀오자 선영 이는 올 것이 온 것인 냥 항상 생각하고 마음먹고 있던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해준 것이다.
처녀의 몸으로 그런 말을 하려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망설일 일도 아니고 기주가 보여준 마음을 보니 언젠가는 그런 일이 분명 닥칠 것이 뻔하고 억울하게 당하느니 조금은 당당하게 그리고 나중에 차돌이가 무슨 일을 하려면 기주를 등에 업고 일을 하면 나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한번쯤 몸을 주어 차돌이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다면 바꾸고도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을 보여준 것이다.
자기를 취하면 엄청난 손해를 가져온다고 미리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래도 취하려 든다면 어쩔 수 없고 포기한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기주한테 먹혀들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선영 이는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물러난다.
기주와 불편한 대화를 가졌던 선영 이가 다시 기주와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저녁이었다.
이번엔 사무실이 아닌 레스토랑이었다.
호화롭고 아늑한 그리고 크고 널찍한 홀에 오직 두 사람만이 마주보고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 자리는 기주가 만들었고 선영 이는 다른 일이 있겠지 하고 나왔지만 몇 번의 물음에도 말은 하지 않고 포도주와 음식을 먹고 있는 기주의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다.
선영이도 더 이상 이유를 묻는 것을 포기하고 억지로 호크와 스프를 들고 가끔씩 음식을 취할 뿐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음식을 먹고 있던 기주가 뭔가 마음을 굳힌 듯 잔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더니 굳은 표정을 그대로 한 채 선영 이를 쳐다본다.
[손 실장.........
전에 한말 지금도 유효하겠지........
난 세상에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빼앗겨도 자네를 얻고자 하네......
일주일을 생각해도 내 마음을 돌리지 못하였네.....
난 자네를 갖지 못하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네.
그 만큼 내 절실한 심정을 들어줄 수 있겠나.........]
[.................................]
선영 이는 고개를 들고 기주를 쳐다본다.
기주가 말을 하고 자기를 쳐다보는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 구고 다시 호크에 손을 가져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자기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내리는 선영 이를 보며 틀렸구나하는 절망감에 빠져든다.
[아.......그렇겠지........
내가 자네를 탐내 선의를 베푼 꼴이 되어 버렸으니 자네의 실망도 크겠군.....
허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서야 용서해.......
그리고 이젠 내가 더 이상 자네를 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어.
자네가 무얼 하든 내가 적극적으로 돕겠네........
그러나 난 언제나 자네를 노리고 기회를 만들어 볼 참이야.............]
기주가 다시 잔에 술을 채우고 입으로 가져간다.
그때 조용히 선영이의 목소리가 기주의 귀로 스며든다.
[회장님,
절 한번 안는 것으로 만약 정말로 회장님의 소중한 무엇들을 잃어도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습니까........
저 같은 여자의 몸뚱이는 얼마든지 회장님이 구하실수도 있고 그래서 취할 수도 있는데 무엇이 회장님에게 저를 갖게 하게 만들었을까요.
천한 저 같은 여자를 한번 안는데 엄청난 댓 가를 치룰 수도 있는 위험한 여자를........
정말 그것이 용기인가요, 아님 객기인가요......
다시 말하지만 회장님이 절원하시면 전 지금은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미끼로 엄청난 댓 가를 요구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취하시겠다면 절 드릴게요.
분명한건 지금 한말의 약속을 남겨주신다면.........
전 그걸로 회장님을 꼼작 못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선영 이는 확실한 댓 가를 요구한다.
선영이의 마음속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이걸 미끼로 언젠가 만날 그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영 이는 서글펐다.
오직 그 사람에게만 줄 몸이라 여겼는데 이제 그 사람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길 운명이라 여겨지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린다.
창 너머엔 적막한 어둠과 하얀 고층빌딩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저 멀리 번화가의 불꽃들이 화려하게 출렁일 텐데도 창밖엔 화려한 그 무엇도 없었다.
맞은편 건물의 창속에서 파 아란 불빛만이 눈을 어지럽힌다.
밝기를 달리한 그 불빛들이 간혹 깜박이기도 한다.
그 빛을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허탈하고 처연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지난 수년을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몸이라고 가꾸고 지켜왔는데 이제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일어야만 했다.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파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고대하는 것이다.
[그래, 자네를 안을 수 있다면 내 무엇이든 주겠네.
내 약속하마....]
기주는 선영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욕망과 충동이 모든 걸 떨쳐내었다.
그녀를 품을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해주고 빨리 그녀를 품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했다.
다 잡은 고기를 눈앞에서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제껏 보아온 선영 이는 남을 괴롭히거나 해칠 성격이 아니다.
또한 예전에 봤던 차돌이란 동생도 남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그런 강직한 성격이었고 그러고도 착하고 진실 된 아이로 보았다.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있는 선영이가 자기를 해하고자 한대도 극히 미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여자를 취하는데 물질적이던 무엇이든 잃기는 마련인데 일단 선영 이를 먼저 안고 그 다음일은 차후에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기주의 이 짧은 시간에 생각한 결정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와 혼자 속 앓 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일은 모르는 법인데 기주는 너무 성급히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 만큼 선영 이를 안고 싶었던 마음이 절실했다.
[회장님이 방을 얻으세요,
난 지금 내 가슴속에 든 남자에게 용서를 빌고 조금은 울어야겠어요.
단 한번이지만 내가 그 남자에게 죄를 짓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나중에 내가 그 남자를 만나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면 오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사죄 받고 싶어요.
만일 용서를 해 주지 않는다면 죽음으로 죄를 씻을 거 에요.
회장님이 저에게 건네줄 것을 만들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전 이만 일어날게요.
전화주세요.]
선영이가 조용히 일어나 몸을 돌려 홀을 빠져나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말을 하며 초롱초롱한 눈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보았다.
곱고 매끄러운 피부에 눈물이 흘러내려 자욱이 날까 두려워진다.
기주는 모든 여자가 그러했듯이 자기를 향해 웃어주기를 바랬는데 선영 이는 그렇지가 않았다.
어쩔 수없이 분명 반항하고 거절해도 되건만 선영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어 날 거역 지 못하고 어렵사리 받아들이려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쩜 선영 이의 착한 마음에 이제껏 도와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라도 갚고 싶은 것인지..아님 진실로 이것을 미끼로 날 이용하려할 것인지...기주는 먼저의 생각에 더 마음을 둔다.
만일 후자의 일이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여겨졌고......
기주는 선영이도 자기를 진정 원하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인다.
기주는 다시 마음을 정했다.
그래 이것을 계기로 선영 이의 마음을 잡도록 해보자......저 순진한 선영 이가 모질고 악착같은 면도 있음을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서 잘하다보면 선영이의 마음도 내게 기울어 잘 된다면 후처라도 만들어 평생을 살 수 있다 여겼다.
자기의 바람기를 잘 알고 있는 마누라도 넌지시 그런 마음을 표하지 않았던가.......
선영이라면 안심이 된다고 착하고 욕심 없고 또한 일가도 없는 그런 아이라면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언질이 있지 않았던가.....
좌우간 이런 일이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일은 나중 일이고 오늘 선영 이를 취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기주는 아랫도리가 후줄근하도록 설레 임을 가진다.
저렇게 젊고 환상적인 몸매를 갖추고 있는 여자를 내가 안는다.
저렇게 예쁘고 청초한 여자를 내가 가랑이를 벌리고 그 가랑이속을 마음껏 내 자지로 흠집을 낼 수 있다 여기니 더 이상 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기주도 급히 일어나 홀을 나간다.
두 시간이 지난듯하다.
XX호텔
현관정문에 택시가 선다.
택시 안에서 정장을 한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현관을 들어선다.
여자가 안내데스크로 가고 있을 때 그리고 그곳 종업원과 뭐라 속삭이고 있을 때 호텔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힐끔거리며 그 여자를 살펴보곤 한다.
그만큼 여자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몸매와 청초하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중반 가량 된 젊은 여자가 호텔에 왔으니 이상할 법도 한데 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아닌 눈빛에 야한 그리고 음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니....
길게 뻗어나간 다리가 무릎위에 감춰진 치마로 인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듯 쉬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아가씨는 말을 끝냈는지 또박또박 구두소리를 내면서 승강기 쪽으로 가더니 때마침 정차한 승강기에 몸을 숨겨버린다.
여러 곳에서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물론 후론 트의 남자도 그 아가씨에 온통 시선을 빼앗기고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선영이었다.
선영이의 표정은 어딘가 암울해 보인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선영이인데도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모양이다.
선영이가 승강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 맨 끝 쪽에 자리 잡은 로 얄 객실 앞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몇 번이고 호흡을 크게 내쉬고는 마음에 안정을 가져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가 천천히 객실을 노크한다.
[똑, 똑, 똑........]
기주는 벌써 목욕을 끝냈는지 가운을 걸치고 호화스런 의자에 앉아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노크소리가 들리자 만면에 회색이 돈다.
그 노크소리가 누군가가 자기 방을 들어올 때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박자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주가 벌떡 일어나 문으로 뛰어가 문을 열어준다.
선영이가 문 앞 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어서와. 밖이 몹시 춥지.........]
기주는 선영이의 손을 잡아끌어 객실로 들여놓고는 문을 닫는다.
기주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득하다.
그런데 좋기만 웃음 뒤에 음침하고 고약한 웃음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마 흉측한 생각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전부 감추지 못한 것 같다.
분명 선영 이를 나름대로 요리하려는 계책이 숨어있는 듯......
기주는 선영 이를 의자에 앉히고는 맥주잔을 권한다.
[한잔 하겠어.]
[아니에요. 난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하네요.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밖에 없어요.
회장님은 이미 준비가 되신듯하니 저도 망설일 이유가 없겠네요.
씻고 올게요.]
선영이가 일어난다.
42부에 계속
차돌 이는 욕실에서 나와 그대로 꼬꾸라지듯 침대에 쓰러진다.
피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천근인데 머릿속이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들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무엇보다 여자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고국에 있는 여자들 자기 말 한마디, 몸짓하나로도 발가벗고 달려들 여자들이 있는데 벌써 한 달이나 금욕을 했으니 젊은 혈기에 어찌 달아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종내에는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누나의 생각에 미치자 차돌 이는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는다.
누나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번 떠올린 누나생각이 어찌 쉬 지워지겠는가.......
무엇보다 누나를 가질 때의 그 감각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아온다.
[아....누나..........]
차돌 이는 헐렁한 잠옷 밖에서 자기의 불두 덩이를 손으로 잡는다.
한손에 넘치고도 남을 묵직한 물건이 가득 잡혀온다.
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린다.
[똑....똑.]
차돌 이는 얼른 자세를 잡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얼굴아래까지 덮어쓰고 잠자는 시늉을 한다.
한참을 노크하며 기다리던 방밖의 사람이 조용히 문을 따고 들어온다.
그리고 차돌 이를 직시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우며 들고 온 옷가지를 한 쪽 에다 두고 물러난다.
양양이었다.
차돌 이는 양 양이 물러나고 난 뒤에도 이불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가랑이 사이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이불이 덜 썩 이더니 잠잠해진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얕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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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선영 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그토록 차돌이가 보고파하는 선영 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넓고 호화스런 사무실이다.
가운데 기주가 앉아있고 그 세로로 길게 이어진 첫째자리에 선영 이가 앉아있다.
기주는 만면에 웃음을 지우고 선영 이를 쳐다보고 있다.
넉넉한 웃음 뒤에 아쉬운 그런 표정도 섞여있다.
[손 실장.......정말 그 사람이 싫어......]
기주는 웃으면서도 선영 이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회장님, 전 이미 마음속에 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전 영원토록 그 남자를 내 사람으로 살기로 맹세한바 있고
또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맹세를 지키고자 합니다.
회장님이 괜한 수고를 하셨습니다.]
선영 이는 단호했다.
이미 자기의 마음을 가져간 사람이 있으니 그런 쓸데없는 짓은 다시는 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 있었다.
[허허허...이런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처자를 누가 점 찌었을꼬..........
내가 질투가 다 나네......허허.....]
기주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몸을 앞으로 당긴다.
[설마....동생은 아니겠지............아니 동생이냐....]
기주는 선영이가 한시도 못 잊고 있는 남자가 차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친 혈육이 아닌가.
혈육에게 사랑하고 서로 아끼며 사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이성으로서는 아니지 않는가.
기주는 설마 선영이가 천인 공로할 천륜을 어기는 그런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니라고 믿었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니 자기가 알고 선영 이는 지금껏 한 번도 남자와 테이트조차 하지 않은 그런 여자였다.
자나 깨나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뿐인 선영이가 마음을 준 남자가 있다니 그러면 동생이냐며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사장님, 아무렇게도 짐작해도 좋습니다.
허나 내가 내 마음속의 사람을 밝히면 회장님과는 인연이 다하는 것이라 여겨도
좋습니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전 회장님께 지금 바른말을 하겠습니다.]
선영 이는 테이블을 보며 이야기하면서도 절대 물러나지 않고 자기의 할 말을 다하고 만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줄 테니 대신에 다시는 자기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란 말을 잊지 앉는다.
[허허..이런 고약할 데가.........
사람을 궁금하게 해놓고 엄포라니................나 원 참.........
이거 더 알고 싶어지는데......... 허지만 자네를 내 곁에서 보내고 싶지 않네......허허...]
[..............................................]
선영 이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기주는 그래도 뭔가 아쉬운지 선영 이를 힐끔거리며 요모조모를 살핀다.
선영 이는 기주의 눈빛이 어디를 살피고 있는지 잘 안다.
지금껏 자기에게 보여준 호의는 감당하기도 어려웠지만 어찌 보면 자기의 환심을 사기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나쳤고 자기를 보는 눈빛은 먹이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그런 아쉽고 애가 타는 빛이었다.
기주는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힌다.
[손실장이 사실 마다하기를 난 바랐는지도 몰라.......
저쪽에서 워낙 손 실장에게 반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걸하기에 운을 놓은
것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그냥 놔두는 남자가 과연 누구일꼬......
지금 나라도 솔직히 자네를 강간이라도 하고 싶은데.......허허.....참.......]
[..........................................]
선영 이는 그래도 말이 없다.
기주는 다시 한 번 선영 이를 살피더니 허탈하게 말한다.
[솔직히 나도 남자라네.......
지금도 자네를 어찌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난 조금은 호색한 편이지만 자네에게 향한 마음은 절실해.......
자네가 이런 내 마음을 알까 모르겠네........]
기주가 힘없이 이야기 한다.
그것은 사랑 고백이었다.
그제 서야 선영 이는 고개를 들어 기주를 쳐다본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회장님, 전 회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장님이 절원하면 거절하지 못합니다.
물론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 몸 뿐이겠지만........
그러나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 일로 회장님의 앞길에 내가 구렁텅이로 몰아 떨일 수 있으니까요.
전 몰라도 내 남자가 회장님의 목을 원하면 전 서슴없이 회장님의 목에 칼을 그릴
것입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래도 절원하시겠어요.]
선영 이는 매섭게 기주를 쳐다본다.
도움을 받았으니 주겠지만 절대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 그만 한 각오 없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엄포였다.
[허허......무서운 아가씨네.........
솔직히 지금 심정이면 자네를 안는 조건에 내 목숨을 걸어도 하고 싶네.........
그러나 난 아직은 견딜힘은 있어.
그러나 정말 나중에 자네를 원해도 자네가 들어주겠나......]
기주는 선영 이를 마주 쳐다본다.
그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러나 선영 이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는다.
[한번은 들어주겠습니다.
동생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절 이만큼 만들어 주신 분이니까요.
그렇지만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전 한번한말 다시 번복하지 않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저 같으면 두 번 다시 절 쳐다보지 않고 한지로 내쳐버리겠습니다.]
선영 이는 승낙한다.
그러나 그것은 승낙보다 더 무서운 거절이었다.
[솔직히 그러려고도 했어,
허나 내가 자네를 보지 않으면 이상하게 하루를 지내기 힘들어.
마누라에게도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또한 자네의 능력이 나를 감탄하게 하고 있고 자네 같은 사람을 한지에 묻어 섞이게
하는 것은 기업인의 도리도 아니고.........
하지만 자네의 마음을 알았네. .
그만 나가보게......허허허......]
기주는 선영 이를 내친다.
선영이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설마 했던 생각이 진실로 다가오니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선영 이는 지금 차돌 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돌 이에게만 준 몸 이였고 이제 차돌 이를 위해서만 살 생각을 했었는데 기주가 부탁해오면 딱히 거절할 묘책도 없었다.
이제껏 보여준 호의는 도가 칠만큼 지대하였고 기주의 여자관계를 지켜보며 지나치게 밝히는 남자인데 자기를 지금껏 그냥 두고 온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인내였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도 희 언니가 자기를 보면 항상 남편의 바람기를 걱정하곤 했었는데 그 바람기를 재워줄 여자가 자기인거 같다며 넌지시 기주의 여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비쳐 오질 않았던가.
처음엔 그런 도 희가 너무나 쾌심 하고 원망스러웠던 것이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여기저기 날리느니 한 여자에게 안주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진 것이 아닌가하고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기주가 자기의 마음을 밝혀오자 선영 이는 올 것이 온 것인 냥 항상 생각하고 마음먹고 있던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해준 것이다.
처녀의 몸으로 그런 말을 하려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망설일 일도 아니고 기주가 보여준 마음을 보니 언젠가는 그런 일이 분명 닥칠 것이 뻔하고 억울하게 당하느니 조금은 당당하게 그리고 나중에 차돌이가 무슨 일을 하려면 기주를 등에 업고 일을 하면 나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한번쯤 몸을 주어 차돌이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다면 바꾸고도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을 보여준 것이다.
자기를 취하면 엄청난 손해를 가져온다고 미리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래도 취하려 든다면 어쩔 수 없고 포기한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기주한테 먹혀들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선영 이는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물러난다.
기주와 불편한 대화를 가졌던 선영 이가 다시 기주와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저녁이었다.
이번엔 사무실이 아닌 레스토랑이었다.
호화롭고 아늑한 그리고 크고 널찍한 홀에 오직 두 사람만이 마주보고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 자리는 기주가 만들었고 선영 이는 다른 일이 있겠지 하고 나왔지만 몇 번의 물음에도 말은 하지 않고 포도주와 음식을 먹고 있는 기주의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다.
선영이도 더 이상 이유를 묻는 것을 포기하고 억지로 호크와 스프를 들고 가끔씩 음식을 취할 뿐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음식을 먹고 있던 기주가 뭔가 마음을 굳힌 듯 잔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더니 굳은 표정을 그대로 한 채 선영 이를 쳐다본다.
[손 실장.........
전에 한말 지금도 유효하겠지........
난 세상에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빼앗겨도 자네를 얻고자 하네......
일주일을 생각해도 내 마음을 돌리지 못하였네.....
난 자네를 갖지 못하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네.
그 만큼 내 절실한 심정을 들어줄 수 있겠나.........]
[.................................]
선영 이는 고개를 들고 기주를 쳐다본다.
기주가 말을 하고 자기를 쳐다보는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 구고 다시 호크에 손을 가져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자기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내리는 선영 이를 보며 틀렸구나하는 절망감에 빠져든다.
[아.......그렇겠지........
내가 자네를 탐내 선의를 베푼 꼴이 되어 버렸으니 자네의 실망도 크겠군.....
허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서야 용서해.......
그리고 이젠 내가 더 이상 자네를 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어.
자네가 무얼 하든 내가 적극적으로 돕겠네........
그러나 난 언제나 자네를 노리고 기회를 만들어 볼 참이야.............]
기주가 다시 잔에 술을 채우고 입으로 가져간다.
그때 조용히 선영이의 목소리가 기주의 귀로 스며든다.
[회장님,
절 한번 안는 것으로 만약 정말로 회장님의 소중한 무엇들을 잃어도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습니까........
저 같은 여자의 몸뚱이는 얼마든지 회장님이 구하실수도 있고 그래서 취할 수도 있는데 무엇이 회장님에게 저를 갖게 하게 만들었을까요.
천한 저 같은 여자를 한번 안는데 엄청난 댓 가를 치룰 수도 있는 위험한 여자를........
정말 그것이 용기인가요, 아님 객기인가요......
다시 말하지만 회장님이 절원하시면 전 지금은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미끼로 엄청난 댓 가를 요구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취하시겠다면 절 드릴게요.
분명한건 지금 한말의 약속을 남겨주신다면.........
전 그걸로 회장님을 꼼작 못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선영 이는 확실한 댓 가를 요구한다.
선영이의 마음속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이걸 미끼로 언젠가 만날 그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영 이는 서글펐다.
오직 그 사람에게만 줄 몸이라 여겼는데 이제 그 사람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길 운명이라 여겨지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린다.
창 너머엔 적막한 어둠과 하얀 고층빌딩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저 멀리 번화가의 불꽃들이 화려하게 출렁일 텐데도 창밖엔 화려한 그 무엇도 없었다.
맞은편 건물의 창속에서 파 아란 불빛만이 눈을 어지럽힌다.
밝기를 달리한 그 불빛들이 간혹 깜박이기도 한다.
그 빛을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허탈하고 처연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지난 수년을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몸이라고 가꾸고 지켜왔는데 이제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일어야만 했다.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파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고대하는 것이다.
[그래, 자네를 안을 수 있다면 내 무엇이든 주겠네.
내 약속하마....]
기주는 선영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욕망과 충동이 모든 걸 떨쳐내었다.
그녀를 품을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해주고 빨리 그녀를 품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했다.
다 잡은 고기를 눈앞에서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제껏 보아온 선영 이는 남을 괴롭히거나 해칠 성격이 아니다.
또한 예전에 봤던 차돌이란 동생도 남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그런 강직한 성격이었고 그러고도 착하고 진실 된 아이로 보았다.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있는 선영이가 자기를 해하고자 한대도 극히 미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여자를 취하는데 물질적이던 무엇이든 잃기는 마련인데 일단 선영 이를 먼저 안고 그 다음일은 차후에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기주의 이 짧은 시간에 생각한 결정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와 혼자 속 앓 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일은 모르는 법인데 기주는 너무 성급히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 만큼 선영 이를 안고 싶었던 마음이 절실했다.
[회장님이 방을 얻으세요,
난 지금 내 가슴속에 든 남자에게 용서를 빌고 조금은 울어야겠어요.
단 한번이지만 내가 그 남자에게 죄를 짓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나중에 내가 그 남자를 만나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면 오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사죄 받고 싶어요.
만일 용서를 해 주지 않는다면 죽음으로 죄를 씻을 거 에요.
회장님이 저에게 건네줄 것을 만들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전 이만 일어날게요.
전화주세요.]
선영이가 조용히 일어나 몸을 돌려 홀을 빠져나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말을 하며 초롱초롱한 눈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보았다.
곱고 매끄러운 피부에 눈물이 흘러내려 자욱이 날까 두려워진다.
기주는 모든 여자가 그러했듯이 자기를 향해 웃어주기를 바랬는데 선영 이는 그렇지가 않았다.
어쩔 수없이 분명 반항하고 거절해도 되건만 선영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어 날 거역 지 못하고 어렵사리 받아들이려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쩜 선영 이의 착한 마음에 이제껏 도와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라도 갚고 싶은 것인지..아님 진실로 이것을 미끼로 날 이용하려할 것인지...기주는 먼저의 생각에 더 마음을 둔다.
만일 후자의 일이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여겨졌고......
기주는 선영이도 자기를 진정 원하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인다.
기주는 다시 마음을 정했다.
그래 이것을 계기로 선영 이의 마음을 잡도록 해보자......저 순진한 선영 이가 모질고 악착같은 면도 있음을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서 잘하다보면 선영이의 마음도 내게 기울어 잘 된다면 후처라도 만들어 평생을 살 수 있다 여겼다.
자기의 바람기를 잘 알고 있는 마누라도 넌지시 그런 마음을 표하지 않았던가.......
선영이라면 안심이 된다고 착하고 욕심 없고 또한 일가도 없는 그런 아이라면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언질이 있지 않았던가.....
좌우간 이런 일이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일은 나중 일이고 오늘 선영 이를 취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기주는 아랫도리가 후줄근하도록 설레 임을 가진다.
저렇게 젊고 환상적인 몸매를 갖추고 있는 여자를 내가 안는다.
저렇게 예쁘고 청초한 여자를 내가 가랑이를 벌리고 그 가랑이속을 마음껏 내 자지로 흠집을 낼 수 있다 여기니 더 이상 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기주도 급히 일어나 홀을 나간다.
두 시간이 지난듯하다.
XX호텔
현관정문에 택시가 선다.
택시 안에서 정장을 한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현관을 들어선다.
여자가 안내데스크로 가고 있을 때 그리고 그곳 종업원과 뭐라 속삭이고 있을 때 호텔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힐끔거리며 그 여자를 살펴보곤 한다.
그만큼 여자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몸매와 청초하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중반 가량 된 젊은 여자가 호텔에 왔으니 이상할 법도 한데 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아닌 눈빛에 야한 그리고 음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니....
길게 뻗어나간 다리가 무릎위에 감춰진 치마로 인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듯 쉬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아가씨는 말을 끝냈는지 또박또박 구두소리를 내면서 승강기 쪽으로 가더니 때마침 정차한 승강기에 몸을 숨겨버린다.
여러 곳에서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물론 후론 트의 남자도 그 아가씨에 온통 시선을 빼앗기고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선영이었다.
선영이의 표정은 어딘가 암울해 보인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선영이인데도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모양이다.
선영이가 승강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 맨 끝 쪽에 자리 잡은 로 얄 객실 앞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몇 번이고 호흡을 크게 내쉬고는 마음에 안정을 가져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가 천천히 객실을 노크한다.
[똑, 똑, 똑........]
기주는 벌써 목욕을 끝냈는지 가운을 걸치고 호화스런 의자에 앉아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노크소리가 들리자 만면에 회색이 돈다.
그 노크소리가 누군가가 자기 방을 들어올 때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박자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주가 벌떡 일어나 문으로 뛰어가 문을 열어준다.
선영이가 문 앞 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어서와. 밖이 몹시 춥지.........]
기주는 선영이의 손을 잡아끌어 객실로 들여놓고는 문을 닫는다.
기주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득하다.
그런데 좋기만 웃음 뒤에 음침하고 고약한 웃음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마 흉측한 생각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전부 감추지 못한 것 같다.
분명 선영 이를 나름대로 요리하려는 계책이 숨어있는 듯......
기주는 선영 이를 의자에 앉히고는 맥주잔을 권한다.
[한잔 하겠어.]
[아니에요. 난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하네요.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밖에 없어요.
회장님은 이미 준비가 되신듯하니 저도 망설일 이유가 없겠네요.
씻고 올게요.]
선영이가 일어난다.
42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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