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48부]
집을 나온 차돌 이는 힘 빠진 걸음걸이로 뒤편 야산으로 발길을 향한다.
눈이 왔는지 아직 채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덮여있다.
나무란 나무는 잎이라곤 하나 없이 벌거숭이가 되어 가지마다 조금씩 눈을 담고 있었다.
조그만 개울물이 흐르던 곳에는 이미 얼음이 얼어 물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차돌 이는 예전에 앉아 명상하던 평평한 바위를 찾아낸다.
그는 바위에 걸터앉아 조그맣게 사신을 부른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5분정도 걸렸을까......콧속으로 기이한 향기가 들어오고 손목어림에 간지러움을 느끼고 눈을 떤다.
하얀 백사가 가랑이 사이에 앉아 긴 혀로 손목을 간 지르며 하얀 김을 내 뿜어 차돌이가 흡입케 하고 있었다.
[오우.......사신이로구나...반가워...잘 지냈어.......]
차돌 이는 몸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기운이 넘쳐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기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묻는다.
그러나 미물이 어찌 대답이 있을 손가, 백사는 눈을 깜박일 뿐이다.
차돌 이는 사신이 반가움을 나타내자 손으로 사신을 감아쥐고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있어 무심코 앞을 보다가 깜작 놀라고 만다.
바위아래 붉은 홍사가 그것도 사신의 몸길이의 5배는 넘은 직 한 홍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머리 중앙에 몸 색깔과 같은 붉은 깃을 한 희귀한 홍사였다.
차돌 이는 홍사를 보다가 무엇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어 백사를 본다.
[어라...친구 사귀었군. 아니지. 마누란가....후후후........]
사신은 여전히 차돌이의 손에서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피운다.
차돌 이는 그런 사신이 귀여운지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운다.
차돌 이는 홍사를 향해 손짓을 한다.
[자...이리와 보겠어.]
홍사는 경계의 빛을 띠운다.
비록 백사를 따라왔지만 자기와는 다른 종족동물이 아닌가...
마땅히 경계의 빛을 띠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홍사의 경계심이 불쾌한지 백사의 고개가 치켜 올라가고 공격자세로 바뀐다.
홍사는 백사가 두려운 모양이다.
금방 꼬리를 내리고 머리를 숙이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차돌 이는 대소를 터뜨린다.
[하하하......내가 너 닮은 거야. 아니면 네가 날 닮은 거야.....
어째 하는 짓이 나랑 같은지 모르겠어..하하하.........]
목소리가 우렁차기 그지없다.
대문을 나서던 차돌이의 몰골은 아무 곳에서도 볼 수가 없다.
눈빛엔 사기가 넘쳐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푸석한 피부는 언제인가 모르게 팽팽하게 조금 전에 느꼈던 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만큼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너 보고 싶어 왔어.
그렇지만 또 이별해야 해...
내년 추운 겨울 이맘때면 돌아올 것이야.......
그런데, 넌 동면에도 들어가지 않아...
아님, 나 때문에 나온 거야..........
하여간 모습이라도 보았으니 너무 좋다.]
차돌 이는 그런 사신을 보며 호쾌하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오던 길로 천천히 내려간다.
손목에는 작은 백사가 꽈리를 틀고 있었고 두어 발 뒤에 붉은 홍사를 거느리며 산을 내려온다.
집이 저 앞에 나타난다.
차돌 이는 손목에 감겨있는 백사에게 말한다.
[이제 가......정확히 10개월 후면 여기서 볼 수 있을 거야...
그땐 너와 떨어지지 않을게.....
이제 돌아가..그리고 마누라와 뜨거운 밤을 보내렴. 하하하..........]
백사는 차돌이의 손에서 차돌이의 눈을 보며 긴 혀로 차돌이의 입술을 간질이더니 손을 벗어나 바람처럼 사라지고 만다.
백사가 사라지자 홍사도 역시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다.
과연 영물은 어딘가가 틀린 모양이다.
눈 깜작할 사이 모습을 감추고 말았으니.......
차돌 이는 백사가 간질이고 간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외팔이가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가 차돌 이를 보며 반갑게 웃는다.
[어. 대장 그사이 보약이라도 잡쉈소이까........
어제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하하하.........]
외팔이가 넌더리를 치며 차돌 이를 보며 웃는다.
차돌 이는 외팔이가 자기를 놀리려 든다고 생각하며 말머리를 돌린다.
[설마. 그럴 리가......... 형 요즘은 어때.
내가 보기엔 자세도 안정되고 주먹과 발길에 파워도 많이 실린 것 같은데...........]
차돌 이는 쑥스러웠다.
그래서 괜히 외팔이가 하는 동작을 보며 칭찬을 한다.
[하하하..모두가 대장이 가르쳐준 덕분이 아니오. 다시 한 번 감사드리오.]
외팔이가 고개를 숙인다.
차돌 이는 팔을 내저으며 호의를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한다.
[형, 또 쓸데없는 소리....후후후...]
차돌 이는 환하게 웃고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주방엔 곰의 처가 식사준비에 여염이 없다가 차돌 이를 발견하곤 예쁘게 웃어 보인다.
[삼촌, 어제 삼촌 덕에 밤새 무지 시달렸어요.
정말 대단한 삼촌이에요.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나요...호호호......
하여튼 삼촌 땜에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 책임져야겠어요. 호호호.............]
너무 요란하고 지나친 섹스를 나무라는 것인지 부러워서 하는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중년여인의 능청스러움이 그대로 묻어있는 말이다.
[어라..우리 형수도 그런 말 할 줄 알아.......
난 형수가 형하고 잘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지...하하하.......]
차돌이가 쑥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도리어 곰의 처를 놀린다.
지나친 음담패설이 아닌 가.
그만큼 곰의 처와 차돌이간에 내면을 숨기지 않는 사이로 발전되어 있었다.
곰의 처도 그런 차돌 이를 눈웃음으로 가볍게 흘긴다.
[호호호..나도 여자인걸요.]
[그런데 형수. 왜 혼자서 식사준비하고 그래.
안에 있는 여자들이 도와주지 않겠데........]
차돌이의 눈 꼬리가 약간 올라간다.
적어도 내 집에 있으려면 자기 집에서 하는 버릇 등을 고쳐야 함에도 곰의 처만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니. 삼촌 내가 다른 일 하라고 들여보냈어,
그리고 삼촌은 여자들을 움직이기도 힘들게 해놓고는 무슨 일을 하라한단 말이에요.
삼촌, 아주 나쁜 사람 아니에요.]
곰의 처는 연신 도리질을 하며 눈을 흘긴다.
그녀는 차돌이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자기 한마디에 안에 있는 여자들이 받을 고충을 생각했고 그리고 지금 자기 집에 와 있는 여자들이 어떤 집의 여자 분인지 알고 있었으며 감히 그 분들에게 무얼 시키기도 같이 하기도 거북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못하고 괜히 차돌이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다.
[맞아요, 형수 난 아주 나쁜 사람이 맞아요..
그러니 형수도 형 옆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아니면 내가 잡아먹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차돌 이는 뒷머리를 글 적이며 민망해한다.
[어머....어머........삼촌 못하는 말이 없네......]
곰의 처의 얼굴이 삽시에 홍당무가 된다.
차돌이의 말이 농을 지나쳤고 듣기에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한 것이다.
[하하하. 형수 알았어요, 나중에 예쁘게 해서 그 사람들 집에 태워 주세요.
여자들이 그렇게 기운 없다니 어디 운전이나 하겠어요. 부탁해요..]
차돌 이는 곰의 처가 예쁘게 눈을 흘기는 모습을 뒤로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방안의 두 모녀가 화장을 하다말고 문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뛰어나오고 싶었지만 차돌 이와 곰의 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그것을 눈치 챘다.
[자. 하던 일이나 해.........
난 좀 씻을 테니....]
차돌 이는 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차돌 이는 욕실에 들어가 아까 외팔이가 하던 말이 생각나고 자기가 사신을 만나고 난 뒤부터 힘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의아해 거울을 본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눈에 광채가 솟는 듯하다.
문뜩 이상한 생각에 잠시 어젯밤을 떠올리며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본다.
분기탱천하게 솟아오르는 거대한 몽둥이를 본다.
어제보다 더한 줄기에 힘줄을 내비치며 끊어질 듯 아프도록 용솟음치는 자지를 본다.
차돌 이는 싱겁게 웃는다.
[그놈이 내게 또 몹쓸 병을 가져다 준 게로군.......]
차돌 이는 사신을 들먹인 것이다.
사신을 만나고 나면 확실히 몸에 변화가 있었고 그중 자신의 성기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는 확연히 표시가 드러날 정도로 달라지는 것이다.
샤워기에 물을 쏟아내게 하고는 욕실바닥에 앉아 그 물줄기를 머리에 맞으며 눈을 감는다.
끓어오르는 신체의 변화를 잠재우기 위해서였고 그리고 머리에 맞는 물줄기가 무엇보다 좋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오빠.......식사하러 나오래.]
미지의 부름이 들린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몸을 일으켜 머리를 감고 온몸에 비누칠을 하며 어젯밤의 찌꺼기를 지우기 시작한다.
차돌이가 목욕을 마치고 대충 옷을 입고 식탁으로 간다.
모두가 차돌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돌이가 수저를 들며 식사를 시작하자 모두는 식사를 한다.
차돌이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집의 제일 어른이다, 라는 것을 나타내 주는 단면이기도 한다.
곰 형이랑 외팔이도 그걸 인정하고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그렇게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곰 형이랑 외팔이가 나가면서 차돌 이를 본다.
[대장, 졸업을 축하해..........]
[대장, 졸업을 축하하오이다.]
곰은 편하게 반말하는데 외팔이는 그렇지 못하다.
언제인가 차돌 이에게 한수 지도받고 그때부터 이상하게 반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차돌이도 외팔이가 그러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누가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져야 될 일이기 때문이다.
[형, 고마워..............].
.
......................................................
시끌벅적한 교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되고 많은 장사치들이 교정을 어지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졸업 복을 받아들고 그 옷을 갈아입고는 곧이어 열릴 졸업식장 맨 앞자리에 앉아있다.
과 수석으로 졸업했으니 당연히 학장의 상을 받는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이 졸업식에 꼭 참석한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귀국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누나가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할까.
그 누나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이 세상 무엇보다 우선했기에 참석한 것이다.
졸업식이 거행되고 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돌이가 상을 받는 모습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서 후 레 쉬가 터진다.
본시 사진 찍기를 꺼려하는 차돌이 였 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한껏 포즈를 취해가며 시진 찍기를 서 슴 치 않았다.
미지도 사진 찍는 한사람중의 하나였다.
어딘지 모르게 엉거주춤한 걸음걸이였지만 사력을 다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성적으로 차돌이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식이 끝나고 모두가 식장을 빠져 나온다.
꽃다발을 전해주는 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삽시간에 꽃다발 속에 파묻힌 차돌 이였다.
그때였다.
차돌이가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때 누가 차돌 이를 크게 부르짖으며 달려오고 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에 놀라 소리 나는 곳으로 얼굴을 돌린다.
사랑해 를 외치며 뛰어오는 서양 여자가 있었다.
금발머리를 찰랑거리며 팔등신 각선미를 뽐내며 예쁜 얼굴에 얼굴 가득히 환희를 담고 오는 여자가 있었다.
알렌 이였다.
알렌의 뒤편으로 오는 중년신사가 따라오고 있었다.
언젠가 차돌이랑 미국에 갔을 때 동행했던 이사라는 직책을 가진 덕만의 회사 간부였다.
알렌은 꽃다발 속에 파묻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차돌이의 품속에 사정없이 안긴다.
그리고 양쪽 볼과 입술에 매혹적인 입술로 도장을 찍어댄다.
주위의 시선들이 이런 새로운 상황에 얼떨떨하더니 요란한 박수로 두 사람을 열광한다.
[부라 보... 부라 보.]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졸지에 벌어진 것이다.
누구 말릴 틈도 없이 급하게 이루어진 상황에 차돌이도 당황하여 멍청해지고 만 것이다.
알렌을 겨우 진정시키고 차돌 이는 알렌을 향해 웃어준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리고 내가 오늘 오는 줄 어떻게 알았어.]
유창한 영어로 알렌에게 묻는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렌의 뒤를 따라오던 이사가 차돌이의 말을 받는다.
[내가 알려주었네.........
먼저 자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이....허허........
그리고 사모님도 나오셨습니다그려.......허허허........]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환하게 웃으며 차돌이의 손을 잡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뒤이어 일화를 보며 머리를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그간 별고 없으시고 회사는...........
그리고 알렌이 어찌...........]
차돌 이는 정중히 인사를 한다.
그리고 회사의 사정과 알렌이 온 것이랑 이것 저 것 궁금증을 묻는다.
특히 알렌이 어찌 알고 여기 나타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다.
[하하. 알렌은 미국 측 회장님 고문역으로 한국에 와 있다네......
일 년에 6 개월가량은 상주한다고 하네........
그런데 지금 알고 보니 자네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네만, 허허허........]
이사는 우스개 소리를 곁 드리며 차돌 이에게 알렌이 여기 오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넌지시 부럽다는 눈빛을 보내며 웃는다.
합작회사의 대지주를 대신하는 모든 권한을 지닌 그런 사람이 차돌 이에게 목을 매듯이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곤 진정 차돌이의 매력이 얼마만큼 대단하기에 그런 것인가 하고 의문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새삼 느끼지만 주위에 있는 부회장님 외동딸도 다른 여인들 모두 다 그를 사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들 모두 차돌 이를 보는 눈에 애정이 충만해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대단한 젊은이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꽉 차있었다.
[그렇습니까.......
합작 건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알렌이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겠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회사 일을 묻는다.
[그러네....
다행히 비슷한 공장이 있어 그걸 확보하고 지금 생산라인을 설계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어.
빠른 시일 내 자네도 그 회사로 와야겠지만......지금 정신이 없을 지경이네, 하하하....]
[아닙니다, 이사님 전 저대로 아직 할일이 있습니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미련이 없음을 확고하게 밝힌다.
그러나 이사의 답변도 확고하기 그지없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허허허... 자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네 그려..
계약조건에 자네가 회사에 적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 않는가.....
자넨 이미 대외 협력이사로 발령이 나 있는 상태라네......
미진한 내가 한국 측 사장을 맡고 있지만....자네가 앞으로 많이 도와줘야겠어.
부회장님도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거든.....허허허......]
[하여간 아직은 회사 일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리고 부회장님은 미국에 계시다는데.....잘 계시겠지요.]
차돌 이는 더 이상 말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여기고 덕만의 안부를 여쭙는다.
[그러네, 요즘 무척 바쁘시지,
하지만 내게 몇 번이나 당부 하셨네, 자기대신 자네를 축하해줘야 한다고...
허허허.......]
사장은 큰소리로 웃는다.
부회장의 배려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 비치는 것이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회사일이 바쁘실 텐데도 저에게 이렇게 신경 쓰 주시다니........]
차돌 이는 다시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다.
[무슨 소린가.....자넨 우리 회사의 일등공신일세..
그런 말마시게, 마땅히 나와서 축하하는 게 도리지 암. 허허허...]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차돌 이는 허리를 깊숙이 숙인다.
사장은 차돌 이와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일화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속닥속닥 무슨 말인가를 나누고 있다.
차돌 이는 여자들 속에 파묻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개방적인 알렌의 적극적인 사랑표시는 차돌 이를 엄청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미지와 현주는 갑자기 나타난 알렌의 등장으로 차돌 이를 알렌에게 빼앗긴 것 같은 표정으로 어이없어하다가 자기들도 질세라 차돌이의 몸에 바싹 붙어 연신 조잘거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또 다른 기이한 느낌이 뒤통수를 간질이는 것 같았다.
기이한 느낌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뒤편의 많은 인파를 살펴본다.
번뜩, 눈에 띄 이는 사람이 있었다.
멀지 않은 건물 기둥사이로 슬픈 눈동자를 하고 손에 꽃다발을 든 윤지가 처량하게 서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것인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꽃다발을 받을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기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차돌 이는 품안 가득한 꽃다발을 여자들에게 맡기며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는 명을 내리고는 윤지에게 다가간다.
[후후. 부드러운 아가씨.... 오래만이야......
왜 아직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 꽃을 전해주지도 못하고 말이야.......]
차돌이가 얼굴엔 반가움으로 그득하다.
[선배님 졸업을 축하해요,]
윤지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묵례를 한다.
[고마워. 그런데 그 꽃 받을 임자가 누구지...
그놈은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털을 가진 아가씨로부터 받는 행운아일거야..하하...]
차돌이가 싱글거리며 윤지를 골려댄다.
[정말 선배님..여기서도 날 놀릴 거 에요.]
윤지가 눈을 부라리며 앙칼진 목소리로 차돌 이를 직시한다.
처음 윤지는 부드러운 아가씨라 하여 그 뜻을 모르고 있다가 재차 차돌 이가 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 이유를 알았다.
언젠가 기습적으로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자기의 소중한 보지 털 밭을 주무르지 않았는가.
그 뿐인가 그 털을 뽑기까지 하면서 약 올리지 않았던가,
그 생각을 하니 얼굴이 금 새 붉게 타오른다.
[아.......미안 .미안.......]
차돌 이는 손을 비벼가며 용서를 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는 그만 피식 실소를 터뜨리고 만다.
49부에 계속
집을 나온 차돌 이는 힘 빠진 걸음걸이로 뒤편 야산으로 발길을 향한다.
눈이 왔는지 아직 채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덮여있다.
나무란 나무는 잎이라곤 하나 없이 벌거숭이가 되어 가지마다 조금씩 눈을 담고 있었다.
조그만 개울물이 흐르던 곳에는 이미 얼음이 얼어 물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차돌 이는 예전에 앉아 명상하던 평평한 바위를 찾아낸다.
그는 바위에 걸터앉아 조그맣게 사신을 부른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5분정도 걸렸을까......콧속으로 기이한 향기가 들어오고 손목어림에 간지러움을 느끼고 눈을 떤다.
하얀 백사가 가랑이 사이에 앉아 긴 혀로 손목을 간 지르며 하얀 김을 내 뿜어 차돌이가 흡입케 하고 있었다.
[오우.......사신이로구나...반가워...잘 지냈어.......]
차돌 이는 몸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기운이 넘쳐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기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묻는다.
그러나 미물이 어찌 대답이 있을 손가, 백사는 눈을 깜박일 뿐이다.
차돌 이는 사신이 반가움을 나타내자 손으로 사신을 감아쥐고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있어 무심코 앞을 보다가 깜작 놀라고 만다.
바위아래 붉은 홍사가 그것도 사신의 몸길이의 5배는 넘은 직 한 홍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머리 중앙에 몸 색깔과 같은 붉은 깃을 한 희귀한 홍사였다.
차돌 이는 홍사를 보다가 무엇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어 백사를 본다.
[어라...친구 사귀었군. 아니지. 마누란가....후후후........]
사신은 여전히 차돌이의 손에서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피운다.
차돌 이는 그런 사신이 귀여운지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운다.
차돌 이는 홍사를 향해 손짓을 한다.
[자...이리와 보겠어.]
홍사는 경계의 빛을 띠운다.
비록 백사를 따라왔지만 자기와는 다른 종족동물이 아닌가...
마땅히 경계의 빛을 띠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홍사의 경계심이 불쾌한지 백사의 고개가 치켜 올라가고 공격자세로 바뀐다.
홍사는 백사가 두려운 모양이다.
금방 꼬리를 내리고 머리를 숙이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차돌 이는 대소를 터뜨린다.
[하하하......내가 너 닮은 거야. 아니면 네가 날 닮은 거야.....
어째 하는 짓이 나랑 같은지 모르겠어..하하하.........]
목소리가 우렁차기 그지없다.
대문을 나서던 차돌이의 몰골은 아무 곳에서도 볼 수가 없다.
눈빛엔 사기가 넘쳐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푸석한 피부는 언제인가 모르게 팽팽하게 조금 전에 느꼈던 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만큼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너 보고 싶어 왔어.
그렇지만 또 이별해야 해...
내년 추운 겨울 이맘때면 돌아올 것이야.......
그런데, 넌 동면에도 들어가지 않아...
아님, 나 때문에 나온 거야..........
하여간 모습이라도 보았으니 너무 좋다.]
차돌 이는 그런 사신을 보며 호쾌하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오던 길로 천천히 내려간다.
손목에는 작은 백사가 꽈리를 틀고 있었고 두어 발 뒤에 붉은 홍사를 거느리며 산을 내려온다.
집이 저 앞에 나타난다.
차돌 이는 손목에 감겨있는 백사에게 말한다.
[이제 가......정확히 10개월 후면 여기서 볼 수 있을 거야...
그땐 너와 떨어지지 않을게.....
이제 돌아가..그리고 마누라와 뜨거운 밤을 보내렴. 하하하..........]
백사는 차돌이의 손에서 차돌이의 눈을 보며 긴 혀로 차돌이의 입술을 간질이더니 손을 벗어나 바람처럼 사라지고 만다.
백사가 사라지자 홍사도 역시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다.
과연 영물은 어딘가가 틀린 모양이다.
눈 깜작할 사이 모습을 감추고 말았으니.......
차돌 이는 백사가 간질이고 간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외팔이가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가 차돌 이를 보며 반갑게 웃는다.
[어. 대장 그사이 보약이라도 잡쉈소이까........
어제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하하하.........]
외팔이가 넌더리를 치며 차돌 이를 보며 웃는다.
차돌 이는 외팔이가 자기를 놀리려 든다고 생각하며 말머리를 돌린다.
[설마. 그럴 리가......... 형 요즘은 어때.
내가 보기엔 자세도 안정되고 주먹과 발길에 파워도 많이 실린 것 같은데...........]
차돌 이는 쑥스러웠다.
그래서 괜히 외팔이가 하는 동작을 보며 칭찬을 한다.
[하하하..모두가 대장이 가르쳐준 덕분이 아니오. 다시 한 번 감사드리오.]
외팔이가 고개를 숙인다.
차돌 이는 팔을 내저으며 호의를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한다.
[형, 또 쓸데없는 소리....후후후...]
차돌 이는 환하게 웃고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주방엔 곰의 처가 식사준비에 여염이 없다가 차돌 이를 발견하곤 예쁘게 웃어 보인다.
[삼촌, 어제 삼촌 덕에 밤새 무지 시달렸어요.
정말 대단한 삼촌이에요.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나요...호호호......
하여튼 삼촌 땜에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 책임져야겠어요. 호호호.............]
너무 요란하고 지나친 섹스를 나무라는 것인지 부러워서 하는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중년여인의 능청스러움이 그대로 묻어있는 말이다.
[어라..우리 형수도 그런 말 할 줄 알아.......
난 형수가 형하고 잘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지...하하하.......]
차돌이가 쑥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도리어 곰의 처를 놀린다.
지나친 음담패설이 아닌 가.
그만큼 곰의 처와 차돌이간에 내면을 숨기지 않는 사이로 발전되어 있었다.
곰의 처도 그런 차돌 이를 눈웃음으로 가볍게 흘긴다.
[호호호..나도 여자인걸요.]
[그런데 형수. 왜 혼자서 식사준비하고 그래.
안에 있는 여자들이 도와주지 않겠데........]
차돌이의 눈 꼬리가 약간 올라간다.
적어도 내 집에 있으려면 자기 집에서 하는 버릇 등을 고쳐야 함에도 곰의 처만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니. 삼촌 내가 다른 일 하라고 들여보냈어,
그리고 삼촌은 여자들을 움직이기도 힘들게 해놓고는 무슨 일을 하라한단 말이에요.
삼촌, 아주 나쁜 사람 아니에요.]
곰의 처는 연신 도리질을 하며 눈을 흘긴다.
그녀는 차돌이의 성격을 알고 있었고 자기 한마디에 안에 있는 여자들이 받을 고충을 생각했고 그리고 지금 자기 집에 와 있는 여자들이 어떤 집의 여자 분인지 알고 있었으며 감히 그 분들에게 무얼 시키기도 같이 하기도 거북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못하고 괜히 차돌이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다.
[맞아요, 형수 난 아주 나쁜 사람이 맞아요..
그러니 형수도 형 옆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아니면 내가 잡아먹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차돌 이는 뒷머리를 글 적이며 민망해한다.
[어머....어머........삼촌 못하는 말이 없네......]
곰의 처의 얼굴이 삽시에 홍당무가 된다.
차돌이의 말이 농을 지나쳤고 듣기에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한 것이다.
[하하하. 형수 알았어요, 나중에 예쁘게 해서 그 사람들 집에 태워 주세요.
여자들이 그렇게 기운 없다니 어디 운전이나 하겠어요. 부탁해요..]
차돌 이는 곰의 처가 예쁘게 눈을 흘기는 모습을 뒤로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방안의 두 모녀가 화장을 하다말고 문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뛰어나오고 싶었지만 차돌 이와 곰의 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그것을 눈치 챘다.
[자. 하던 일이나 해.........
난 좀 씻을 테니....]
차돌 이는 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차돌 이는 욕실에 들어가 아까 외팔이가 하던 말이 생각나고 자기가 사신을 만나고 난 뒤부터 힘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의아해 거울을 본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눈에 광채가 솟는 듯하다.
문뜩 이상한 생각에 잠시 어젯밤을 떠올리며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본다.
분기탱천하게 솟아오르는 거대한 몽둥이를 본다.
어제보다 더한 줄기에 힘줄을 내비치며 끊어질 듯 아프도록 용솟음치는 자지를 본다.
차돌 이는 싱겁게 웃는다.
[그놈이 내게 또 몹쓸 병을 가져다 준 게로군.......]
차돌 이는 사신을 들먹인 것이다.
사신을 만나고 나면 확실히 몸에 변화가 있었고 그중 자신의 성기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는 확연히 표시가 드러날 정도로 달라지는 것이다.
샤워기에 물을 쏟아내게 하고는 욕실바닥에 앉아 그 물줄기를 머리에 맞으며 눈을 감는다.
끓어오르는 신체의 변화를 잠재우기 위해서였고 그리고 머리에 맞는 물줄기가 무엇보다 좋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오빠.......식사하러 나오래.]
미지의 부름이 들린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몸을 일으켜 머리를 감고 온몸에 비누칠을 하며 어젯밤의 찌꺼기를 지우기 시작한다.
차돌이가 목욕을 마치고 대충 옷을 입고 식탁으로 간다.
모두가 차돌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돌이가 수저를 들며 식사를 시작하자 모두는 식사를 한다.
차돌이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집의 제일 어른이다, 라는 것을 나타내 주는 단면이기도 한다.
곰 형이랑 외팔이도 그걸 인정하고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그렇게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곰 형이랑 외팔이가 나가면서 차돌 이를 본다.
[대장, 졸업을 축하해..........]
[대장, 졸업을 축하하오이다.]
곰은 편하게 반말하는데 외팔이는 그렇지 못하다.
언제인가 차돌 이에게 한수 지도받고 그때부터 이상하게 반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차돌이도 외팔이가 그러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누가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져야 될 일이기 때문이다.
[형, 고마워..............].
.
......................................................
시끌벅적한 교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되고 많은 장사치들이 교정을 어지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졸업 복을 받아들고 그 옷을 갈아입고는 곧이어 열릴 졸업식장 맨 앞자리에 앉아있다.
과 수석으로 졸업했으니 당연히 학장의 상을 받는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이 졸업식에 꼭 참석한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귀국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누나가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할까.
그 누나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이 세상 무엇보다 우선했기에 참석한 것이다.
졸업식이 거행되고 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돌이가 상을 받는 모습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서 후 레 쉬가 터진다.
본시 사진 찍기를 꺼려하는 차돌이 였 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한껏 포즈를 취해가며 시진 찍기를 서 슴 치 않았다.
미지도 사진 찍는 한사람중의 하나였다.
어딘지 모르게 엉거주춤한 걸음걸이였지만 사력을 다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성적으로 차돌이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식이 끝나고 모두가 식장을 빠져 나온다.
꽃다발을 전해주는 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삽시간에 꽃다발 속에 파묻힌 차돌 이였다.
그때였다.
차돌이가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때 누가 차돌 이를 크게 부르짖으며 달려오고 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에 놀라 소리 나는 곳으로 얼굴을 돌린다.
사랑해 를 외치며 뛰어오는 서양 여자가 있었다.
금발머리를 찰랑거리며 팔등신 각선미를 뽐내며 예쁜 얼굴에 얼굴 가득히 환희를 담고 오는 여자가 있었다.
알렌 이였다.
알렌의 뒤편으로 오는 중년신사가 따라오고 있었다.
언젠가 차돌이랑 미국에 갔을 때 동행했던 이사라는 직책을 가진 덕만의 회사 간부였다.
알렌은 꽃다발 속에 파묻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차돌이의 품속에 사정없이 안긴다.
그리고 양쪽 볼과 입술에 매혹적인 입술로 도장을 찍어댄다.
주위의 시선들이 이런 새로운 상황에 얼떨떨하더니 요란한 박수로 두 사람을 열광한다.
[부라 보... 부라 보.]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졸지에 벌어진 것이다.
누구 말릴 틈도 없이 급하게 이루어진 상황에 차돌이도 당황하여 멍청해지고 만 것이다.
알렌을 겨우 진정시키고 차돌 이는 알렌을 향해 웃어준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리고 내가 오늘 오는 줄 어떻게 알았어.]
유창한 영어로 알렌에게 묻는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렌의 뒤를 따라오던 이사가 차돌이의 말을 받는다.
[내가 알려주었네.........
먼저 자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이....허허........
그리고 사모님도 나오셨습니다그려.......허허허........]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환하게 웃으며 차돌이의 손을 잡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뒤이어 일화를 보며 머리를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그간 별고 없으시고 회사는...........
그리고 알렌이 어찌...........]
차돌 이는 정중히 인사를 한다.
그리고 회사의 사정과 알렌이 온 것이랑 이것 저 것 궁금증을 묻는다.
특히 알렌이 어찌 알고 여기 나타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다.
[하하. 알렌은 미국 측 회장님 고문역으로 한국에 와 있다네......
일 년에 6 개월가량은 상주한다고 하네........
그런데 지금 알고 보니 자네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네만, 허허허........]
이사는 우스개 소리를 곁 드리며 차돌 이에게 알렌이 여기 오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넌지시 부럽다는 눈빛을 보내며 웃는다.
합작회사의 대지주를 대신하는 모든 권한을 지닌 그런 사람이 차돌 이에게 목을 매듯이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곤 진정 차돌이의 매력이 얼마만큼 대단하기에 그런 것인가 하고 의문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새삼 느끼지만 주위에 있는 부회장님 외동딸도 다른 여인들 모두 다 그를 사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들 모두 차돌 이를 보는 눈에 애정이 충만해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대단한 젊은이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꽉 차있었다.
[그렇습니까.......
합작 건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알렌이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겠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회사 일을 묻는다.
[그러네....
다행히 비슷한 공장이 있어 그걸 확보하고 지금 생산라인을 설계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어.
빠른 시일 내 자네도 그 회사로 와야겠지만......지금 정신이 없을 지경이네, 하하하....]
[아닙니다, 이사님 전 저대로 아직 할일이 있습니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미련이 없음을 확고하게 밝힌다.
그러나 이사의 답변도 확고하기 그지없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허허허... 자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네 그려..
계약조건에 자네가 회사에 적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 않는가.....
자넨 이미 대외 협력이사로 발령이 나 있는 상태라네......
미진한 내가 한국 측 사장을 맡고 있지만....자네가 앞으로 많이 도와줘야겠어.
부회장님도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거든.....허허허......]
[하여간 아직은 회사 일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리고 부회장님은 미국에 계시다는데.....잘 계시겠지요.]
차돌 이는 더 이상 말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여기고 덕만의 안부를 여쭙는다.
[그러네, 요즘 무척 바쁘시지,
하지만 내게 몇 번이나 당부 하셨네, 자기대신 자네를 축하해줘야 한다고...
허허허.......]
사장은 큰소리로 웃는다.
부회장의 배려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 비치는 것이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회사일이 바쁘실 텐데도 저에게 이렇게 신경 쓰 주시다니........]
차돌 이는 다시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다.
[무슨 소린가.....자넨 우리 회사의 일등공신일세..
그런 말마시게, 마땅히 나와서 축하하는 게 도리지 암. 허허허...]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차돌 이는 허리를 깊숙이 숙인다.
사장은 차돌 이와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일화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속닥속닥 무슨 말인가를 나누고 있다.
차돌 이는 여자들 속에 파묻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개방적인 알렌의 적극적인 사랑표시는 차돌 이를 엄청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미지와 현주는 갑자기 나타난 알렌의 등장으로 차돌 이를 알렌에게 빼앗긴 것 같은 표정으로 어이없어하다가 자기들도 질세라 차돌이의 몸에 바싹 붙어 연신 조잘거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또 다른 기이한 느낌이 뒤통수를 간질이는 것 같았다.
기이한 느낌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뒤편의 많은 인파를 살펴본다.
번뜩, 눈에 띄 이는 사람이 있었다.
멀지 않은 건물 기둥사이로 슬픈 눈동자를 하고 손에 꽃다발을 든 윤지가 처량하게 서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것인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꽃다발을 받을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기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차돌 이는 품안 가득한 꽃다발을 여자들에게 맡기며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는 명을 내리고는 윤지에게 다가간다.
[후후. 부드러운 아가씨.... 오래만이야......
왜 아직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 꽃을 전해주지도 못하고 말이야.......]
차돌이가 얼굴엔 반가움으로 그득하다.
[선배님 졸업을 축하해요,]
윤지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묵례를 한다.
[고마워. 그런데 그 꽃 받을 임자가 누구지...
그놈은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털을 가진 아가씨로부터 받는 행운아일거야..하하...]
차돌이가 싱글거리며 윤지를 골려댄다.
[정말 선배님..여기서도 날 놀릴 거 에요.]
윤지가 눈을 부라리며 앙칼진 목소리로 차돌 이를 직시한다.
처음 윤지는 부드러운 아가씨라 하여 그 뜻을 모르고 있다가 재차 차돌 이가 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 이유를 알았다.
언젠가 기습적으로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자기의 소중한 보지 털 밭을 주무르지 않았는가.
그 뿐인가 그 털을 뽑기까지 하면서 약 올리지 않았던가,
그 생각을 하니 얼굴이 금 새 붉게 타오른다.
[아.......미안 .미안.......]
차돌 이는 손을 비벼가며 용서를 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는 그만 피식 실소를 터뜨리고 만다.
49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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