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53부]
싸늘한 겨울 날씨다.
추위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 기 에다 날씨까지 우중중하여 곧 비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집 대문을 나서며 차돌 이는 무엇이 즐거운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큰 도로를 향하여 걷는다.
아마 지난 이틀 밤의 변태적인 섹스를 경험하고 기분이 좋아서일까....
그랬다.
차돌 이는 남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섹스를 경험하고 또 앞으로도 그와 같은 섹스를 아무른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여기니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아니 그러겠는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허긴 모른다.
그런 일은 모두가 쉬쉬하고 당사자가 있어도 절대 아니라고 부인할 일인데 아무도 터버리고 다니지 않는데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
하여간 세상 소문에 그러한 일이 있다고 알려지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다.
차돌 이는 남들이 가히 하기 어려운 일을 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여기니 어찌 기분이 하늘을 날지 않으리....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큰 도로로 나온 차돌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새벽이고 여긴 시내를 벗어난 한지라 택시를 좀체 잡을 수 없다.
아니 아예 택시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차돌 이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고 날씨마저 우중충하여 더한 추위를 느끼게 함에도 전혀 차돌 이는 춥지 않는가 보다.
일화와 미지랑 같이 자고 일어났을 땐 다리에 힘이 없어 비틀거리던 차돌이가 그보다 심하게 알렌과 정사를 했고 또한 윤지와 현영 이와도 했다.
이틀 새에 5명의 여자와 관계를 가졌으며 그 시간은 거의 하루가 넘는다고 봐도 좋을 텐데 지금 차돌 이는 여전히 기운이 넘쳐있다.
아마 차돌이가 사신을 만나고 사신이 차돌이의 기운 없는 모습에 하얀 기포를 차돌 이에게 흡입시키더니 그 효과가 아닌가 짐작이 될 뿐이다.
여러모로 사신이 차돌 이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차돌이의 변태행각과 절륜해지는 정력이 무섭도록 겁이 난다.
사실 차돌 이는 사신이 자기에게 기운을 줬다고는 생각하지만 정력까지 절륜하게 만들어주는 줄은 미 쳐 모르고 있었다.
멀리서 노란 택시가 나타난다.
차돌 이는 손을 들어 택시를 태우고는 어디론 가로 사라진다.
,
,
저만치 걸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차돌 이는 그 여자가 누군지 한눈에 알았다.
한순간도 가슴속에서 지우지 않고 있던 누나였다.
누나는 어디론 가를 향해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차돌 이는 반가워 소리 높여 누나를 부른다.
그러나 누나는 자기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계속 걷고 있다.
[누나.......누나...]
차돌 이는 누나를 부르며 달음박질로 누나를 ?아갔다.
천천히 걷는 누나였고 자기는 달음박질로 가는데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누나를 따라잡고는 다시 누나를 부르며 ?아갔다.
들릴 것이 분명한데도 누나는 들리지 않는지 그렇게 계속 앞으로만 간다.
그런데 누나의 차림새가 이상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신발도 신지 않았고 옷은 속옷 차림이었다.
차돌 이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빨리 달려 누나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치달렸다.
다급했다.
누나의 몇 발자국 앞에는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가 있었고 누나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차돌 이는 목청껏 멈추라고 외친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누나가 자기의 외침을 들었는지 몰라도 낭떠러지 앞에 멈추고는 뒤를 돌아본다.
차돌 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반가움에 누나를 부르며 안기려든다.
누나가 손을 저어 차돌 이를 멈추게 한다.
누나가 자기를 쳐다보는 표정이 냉랭한 겨울날씨처럼 차갑다.
왜 이제 왔느냐고 추궁하는 것도 같고 자기를 내버려두고 도망간 차돌 이를 원망하는 것도 같다.
[누나, 그게 아니야. 미안해, 아.....누나. 제발.......]
차돌이가 서둘러 변명하자 누나는 싸늘한 미소를 차돌 이에게 안겨주고는 낭떠러지 밑으로 몸을 날린다.
갑작스런 누나의 행동이었다.
차돌 이는 차마 누나가 이렇게까지 자기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을 줄은 진정 몰랐다.
[누나......안 돼...]
누나를 잡기엔 늦었다.
누나는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바다로 사라지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앉아 통곡한다.
[누나......엉엉..누나......엉 엉엉.........]
.............................
누군가가 차돌이의 몸을 흔들고 있다.
차돌 이는 눈을 떴다.
[손님, 꿈을 꾸셨나보군요,
하하하...택시에서 주무시다가 꿈까지 꾸는 분은 난생 처음입니다..하하하..]
기사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는다.
[아.........꿈이었구나, 휴우............]
차돌 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그리고 기사 분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피곤했나 봅니다. 좀체 꿈을 꾸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 꿈을 꾸다니..나 원 참........]
[괜찮습니다,
몹시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누나를 엄청 부르더군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기사는 웃으며 차돌이가 헛소리를 했음을 말해준다.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누나에게 용서받을 일이 많지요,]
[하하하..그런 마음을 지니고 계시니 누나도 용서하실 겁니다.
그나저나 이 근방인데 어디쯤 세워 드릴까요.]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주위를 살펴본다.
거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몇 년 사이에 무척이나 달라 보인다.
저 건너 큰 건물을 보고서야 어디쯤인지 알 것 같았다.
[되었습니다, 여기서 세워 주십시오.]
차돌 이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요금을 지불하고 거리를 걷는다.
거리는 많이도 변해 있었다.
이 동네는 훤히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변한 환경에 어리둥절해진다.
그러나 차돌이의 발걸음은 거칠 것 없이 한곳으로 향하여 걷고 있다.
변환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는 발걸음은 빠르기 그지없다.
저기 보인다.
[XX반점]
잊지 못할 간판이 예전 그대로 서 있다.
차돌 이는 문이 닫혀 진 건물 앞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한다.
감회가 새로워진다.
힘들고 어려울 때 날 보살펴준 곳이다.
여기서 사신도 덕만 이도 만났지 않았는가....
그렇게 보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준 곳인데 은혜도 모르고 여태껏 한 번도 찾지 않았으니 죄스러운 마음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유리문을 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은 조용하기만 하고 아무도 자기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아저씨, 아주머니.............]
차돌이가 목소리를 높여 사람을 부른다.
그의 목소리는 사뭇 떨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반가운 음성이다.
아줌마의 변함없는 따뜻한 음성이 들리며 가게 안에 딸린 방문이 열리며 중년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민다..
아줌마는 밖에 서 있는 차돌 이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는 한동안 멍해 있다가 갑자기 집안이 떠나가라고 호들갑을 피운다.
[아니.......이게 누구냐,......차돌이가 아니냐........
여보,...여보. 차돌이가 왔어요...]
아줌마는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오더니 차돌 이를 안고 펄쩍펄쩍 뒤면서 기뻐 날뛴다.
그녀는 몇 년이 지나도 차돌 이를 잊지 않았다.
자기 자식처럼 귀히 여기고 식구처럼 대하고 살았던 차돌이가 잊고 살았던 차돌이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 반가움을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뭐야.. 누가 왔다고..차돌이가........이게 누구냐. 자식........허허허...]
아저씨가 뒤이어 나와 차돌 이를 얼싸 안으며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네가 왔구나.
그간 별고 없었지....그분들이 네게 잘해주시던가.......
아픈 데는 없고..그래 지금은 무얼 하는가........]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냥 질문을 하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눈에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정이 배여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처럼 한없이 맑고 평화롭고 깊은 정이 묻어 있었다.
가벼운 재주가 아니라 가슴으로 정을 밝히는 사람.
인간의 정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다가 마냥 퍼다 부어 주는듯하다.
차돌 이는 그 눈빛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이제까지 별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라는 놈이 여기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행복을 왜 나는 찾아보지를 않았는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모르고 살았을까,
살아있다는 게 고맙고 한없이 쏟아주는 사랑에 울컥 눈물이 치솟아 올 뻔하였다.
차돌 이는 눈물이 핑 돌아 말도 못하고 반가움에 울먹이고 있다.
눈에 물기가 가득 어려 금시라도 떨어질 듯 해 있으면서 아직도 날 잊지 않고 염려하고 계시는구나, 그런데 난 이때까지 이분들을 잊고 있었으니 죄스러운 마음이 연신 치밀어 올라 기어이 눈물을 눈에서 흘려내고야 만다.
아저씨는 그런 차돌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방으로 가기를 종용한다.
[자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방으로 가자.]
아저씨가 차돌이의 어깨를 안듯이 하며 방으로 이끈다.
[그래요, 방으로 가. 춥겠다. 어서 방으로 가자.]
아줌마도 차돌이의 손을 꼭 잡고는 방으로 인도한다.
차돌 이와 주인 부부가 몇 발자국 걸었을까, 이때 다른 방문이 열리더니 눈을 비비고 나타나는 단발머리 소녀가 나타나더니 차돌 이를 보더니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지더니 그만 울면서 차돌 이에게 덥석 안긴다.
[오빠, 차돌이 오빠.............미워, 오빠 미워 .나 보고 싶지도 않았나 봐..
왜 이제 온 거야. 엉엉.......오빠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선주가 들어오는 차돌이품에 안겨 서럽게 운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사람이니 오죽했으랴.............
선주는 차돌이가 원망스러운지 조그만 손으로 차돌이의 가슴을 때리며 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미안, 정말 미안해........그래 어디보자, 자식, 단발머리를 보니 중학생이 된 거구나.....
너무 예뻐졌어...하하 녀석.......]
차돌이가 선주를 품에서 떼어내며 얼굴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가볍게 선주의 등을 다독거려준다.
[형,....형........]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 나타났는지 또 다른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주위를 울린다.
차돌 이는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키가 훌쩍 커버린 민 철이 반가움에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쳐다본다.
사내아이가 쳐다보는 눈에도 반가움이 그득하다.
[오......... 민 철이구나. 이제 고등학생이지.. 그래 공부는 잘 하고 있지.]
차돌 이는 다가오는 민 철 이와 악수를 하며 해후를 반긴다.
차돌이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피었지만 눈엔 어느새 물기가 축축하게 젖어들고 있다.
모든 게 반가웠고 좋았다.
나의 조그만 추억이 묻어있는 이곳엔 아직도 나를 식구처럼 생각하고 잊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나는 이분들에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여기니.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신발조차 신지 않고 날 반겨주지 않는가.............
정말 고맙고 선량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날 반겨주는 곳이 있다 여기니 고마움과 행복감에 저절로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다.
...................
......
방안에 때 아닌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하하하.........그래, 어제 졸업했다고...이 놈아, 연락을 하지.......
하여간 축하하이..하하하. 넌 참. 대단한 놈이다. 암.......하하하...]
아저씨는 졸업을 축하하며 차돌 이를 치켜세운다.
차돌이가 행한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난 사실이고 그걸 이룩한 차돌이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요, 차돌 이는 뭔가 크게 될 아이라고 당신이 입버릇처럼 했잖아요.
봐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고 얼마나 대견해요. 호호호..]
아주머니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차돌 이는 두 분이 너무나 고맙다.
배고파 울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국밥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이분들이 아니던가.
추워서 떨고 있는 이에게 모닥불이라도 피워줄 수 있는 분이 이분들이 아니던가.
그런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행동하기가 쉽지 않는 법이다.
더없이 마음이 따뜻하고 부자인 이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인 것이다.
이렇게 남이지만 정을 생각하고 자기를 혈육처럼 여기고 잘되기를 바라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진심으로 기원해준 사람이니 어찌 차돌이가 감격하지 않겠는가.
눈물이 다시 핑 돈다.
아직까지도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사람일진데 이분들은 자기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돌봐주신 분들이라
더 없는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모른다.
[모두가 두 분이 절 자식처럼 대해주고 아껴주신 덕분입니다.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두 분이 절 이만큼 만들어주신 것이라 여기고 졸업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또 내일
중국으로 떠나면 한동안 못 뵈올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제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차돌 이는 거듭 용서를 빈다.
허긴 별로 멀지도 않는 곳에 있으면서도 소식을 두절하고 살았으니..... 이분들이야 삶이 바빠서 그렇다 치지 만 자기가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진정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됐네..이제라도 이렇게 와 주었잖아........
자네가 잘되고 있다니 무엇보다 기쁘네. 하하하........
여보. 뭣이라도 내 와야 하지 않겠나.....아니 그냥 술 가져와....
오늘같이 좋은날 하루 임시 휴업하지 뭐....하하하.........]
아저씨가 호기를 부린다.
그런데 아줌마는 아저씨보다 한술 더 뜬다.
아예 마음껏 놀아도 좋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래요, 오늘 하루 쉽시다,
그 깐 돈이 인정보다 앞서서야 되겠어요, 그렇게 해요. 오늘 맘껏 마시세요.
당신 주정 모두 받아 드릴 테니 차돌이랑 맘껏 마시세요. 호호호.......]
[어라. 저 사람이.......
가만히 보니 나보다 차돌 이를 더 좋아하는 것 아냐. 하하하.......]
아저씨는 마누라가 너무 쉽게 허락하자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놀린다.
[그럼요, 당신이야 이제 늙었으니 어디 쓰 먹겠어요.
어디보아도 차돌이가 좋지요,,,호호호..................]
[저런.....저런......하하하.............]
아저씨도 아줌마의 구수한 농에 기분이 좋은 듯 큰소리로 웃는다.
[하하하.................]
차돌이도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두 분의 장난이 너무나 정답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담을 나누며 웃던 아줌마가 나가더니 잠시 후 맥주랑 과일을 가져온다.
[에헤..이래가지고 어디 취하기야 하겠어.......
좀 시시하다. 그렇지..]
아저씨는 마누라가 가져온 술상을 보며 인상을 그리더니 차돌 이를 쳐다보며 핀잔을 준다.
차돌이도 그런 아저씨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한껏 부추겨 준다.
[그러게요, 아마 아저씨 몸 생각해서 그러나보죠. 하하......]
[어머나..........그래도 남자라고....
이른 아침이라 속 버릴까봐 먼저 맥주 내어 놓은 건데 어디 고량주라도 내올까요.
내가 아까워서 안 주는 줄 아나 봐.......]
아줌마는 두 남자가 자기를 골려대자 입술을 삐죽인다.
그러나 얼굴 가득 번져있는 웃음은 지우지 못한다.
[하하하.....하하하..............]
술이 몇 순배 돈다.
차돌 이는 오늘 두 분을 모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홀가분해지리라 느꼈다.
[오늘 제가 미련하여 그냥 왔네요.
이술 끝내고 어디 따뜻한 곳에 가서 맘껏 먹도록 해요.
내가 두 분을 모실 테니.........]
차돌 이는 두 사람을 밖으로 나갈 것을 청한다.
오늘은 두 분에게 접대받기위해 온 것이 아니고 대접하려고 왔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정중하게 청한다.
[그래, 그러자, 우리 차돌이도 왔으니 모처럼 외식한번 해 보자고...하하하........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언제 우리가 외식 해 보겠어.
돈 걱정은 말아. 우리한테도 너 실컷 사줄만한 형편은 있으니....하하하.....]
아저씨는 거절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기가 먼저 말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
이른 아침의 술자리가 끝나고 두 분이 외출 준비하는 사이 차돌 이는 민 철의 방에 있다.
민 철의 걸상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민 철을 본다.
[공부 잘하지,]
[그럼 형, 열심히 하고 있어,]
민 철이 역시 차돌 이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 열심히 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네가 호강시켜드려야지, 암......]
차돌 이는 늠름하게 자란 민철 이가 무엇보다 대견했다.
그때의 철없는 모습을 한 꺼풀 더 벗겨내었는지 제법 어른티를 내고 있었으니 형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걱정 마...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형만큼은 못 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형, 너무 좋아 보인다.]
민 철의 대답이 차돌이의 상상을 점점 벗어난다.
어른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이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대견스러웠다.
키가 커지고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생각도 깊어진 듯 했다.
이놈이 이 나이에 부모를 걱정하고 있으니 필시 성공하리라 여겨지며 민 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자식, 어른이 다 되었어,
네가 대학 졸업하고 그때에도 형이랑 같이 있고 싶으면 내 꼭 그렇게 할게.....
그렇지만 게으름피우고 적당주의로 세상을 살면 절대 용서 안 해, 알았지.]
[체...형이랑 아빠랑 똑 같은 말만해........
형은 나이도 젊으면서.......알았어..............그런데 그 말 분명히 지킬 거지.......]
민 철의 두 눈이 크게 뜨여진다.
언제나 담고자한 형이 아닌가.
그런 형이 자기가 원하면 언제까지 같이 있어주려 하지 않는가.....
민 철은 차돌이가 행여 말을 번복할까봐 재차 다짐의 약속을 받아내려 한다.
[후후후..자식.. 난 두말 안하잖아.
내가 원하면 꼭 그렇게 해 주마............하하하.......]
차돌 이는 민 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걱정마라는 말을 해준다.
민 철은 차돌 이의 약조를 받아내고는 해맑게 웃는다.
54부에 계속
싸늘한 겨울 날씨다.
추위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 기 에다 날씨까지 우중중하여 곧 비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집 대문을 나서며 차돌 이는 무엇이 즐거운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큰 도로를 향하여 걷는다.
아마 지난 이틀 밤의 변태적인 섹스를 경험하고 기분이 좋아서일까....
그랬다.
차돌 이는 남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섹스를 경험하고 또 앞으로도 그와 같은 섹스를 아무른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여기니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아니 그러겠는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허긴 모른다.
그런 일은 모두가 쉬쉬하고 당사자가 있어도 절대 아니라고 부인할 일인데 아무도 터버리고 다니지 않는데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
하여간 세상 소문에 그러한 일이 있다고 알려지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다.
차돌 이는 남들이 가히 하기 어려운 일을 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여기니 어찌 기분이 하늘을 날지 않으리....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큰 도로로 나온 차돌 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새벽이고 여긴 시내를 벗어난 한지라 택시를 좀체 잡을 수 없다.
아니 아예 택시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차돌 이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고 날씨마저 우중충하여 더한 추위를 느끼게 함에도 전혀 차돌 이는 춥지 않는가 보다.
일화와 미지랑 같이 자고 일어났을 땐 다리에 힘이 없어 비틀거리던 차돌이가 그보다 심하게 알렌과 정사를 했고 또한 윤지와 현영 이와도 했다.
이틀 새에 5명의 여자와 관계를 가졌으며 그 시간은 거의 하루가 넘는다고 봐도 좋을 텐데 지금 차돌 이는 여전히 기운이 넘쳐있다.
아마 차돌이가 사신을 만나고 사신이 차돌이의 기운 없는 모습에 하얀 기포를 차돌 이에게 흡입시키더니 그 효과가 아닌가 짐작이 될 뿐이다.
여러모로 사신이 차돌 이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차돌이의 변태행각과 절륜해지는 정력이 무섭도록 겁이 난다.
사실 차돌 이는 사신이 자기에게 기운을 줬다고는 생각하지만 정력까지 절륜하게 만들어주는 줄은 미 쳐 모르고 있었다.
멀리서 노란 택시가 나타난다.
차돌 이는 손을 들어 택시를 태우고는 어디론 가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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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걸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차돌 이는 그 여자가 누군지 한눈에 알았다.
한순간도 가슴속에서 지우지 않고 있던 누나였다.
누나는 어디론 가를 향해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차돌 이는 반가워 소리 높여 누나를 부른다.
그러나 누나는 자기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계속 걷고 있다.
[누나.......누나...]
차돌 이는 누나를 부르며 달음박질로 누나를 ?아갔다.
천천히 걷는 누나였고 자기는 달음박질로 가는데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누나를 따라잡고는 다시 누나를 부르며 ?아갔다.
들릴 것이 분명한데도 누나는 들리지 않는지 그렇게 계속 앞으로만 간다.
그런데 누나의 차림새가 이상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신발도 신지 않았고 옷은 속옷 차림이었다.
차돌 이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빨리 달려 누나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치달렸다.
다급했다.
누나의 몇 발자국 앞에는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가 있었고 누나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차돌 이는 목청껏 멈추라고 외친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누나가 자기의 외침을 들었는지 몰라도 낭떠러지 앞에 멈추고는 뒤를 돌아본다.
차돌 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반가움에 누나를 부르며 안기려든다.
누나가 손을 저어 차돌 이를 멈추게 한다.
누나가 자기를 쳐다보는 표정이 냉랭한 겨울날씨처럼 차갑다.
왜 이제 왔느냐고 추궁하는 것도 같고 자기를 내버려두고 도망간 차돌 이를 원망하는 것도 같다.
[누나, 그게 아니야. 미안해, 아.....누나. 제발.......]
차돌이가 서둘러 변명하자 누나는 싸늘한 미소를 차돌 이에게 안겨주고는 낭떠러지 밑으로 몸을 날린다.
갑작스런 누나의 행동이었다.
차돌 이는 차마 누나가 이렇게까지 자기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을 줄은 진정 몰랐다.
[누나......안 돼...]
누나를 잡기엔 늦었다.
누나는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바다로 사라지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앉아 통곡한다.
[누나......엉엉..누나......엉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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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차돌이의 몸을 흔들고 있다.
차돌 이는 눈을 떴다.
[손님, 꿈을 꾸셨나보군요,
하하하...택시에서 주무시다가 꿈까지 꾸는 분은 난생 처음입니다..하하하..]
기사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는다.
[아.........꿈이었구나, 휴우............]
차돌 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그리고 기사 분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피곤했나 봅니다. 좀체 꿈을 꾸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 꿈을 꾸다니..나 원 참........]
[괜찮습니다,
몹시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누나를 엄청 부르더군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기사는 웃으며 차돌이가 헛소리를 했음을 말해준다.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누나에게 용서받을 일이 많지요,]
[하하하..그런 마음을 지니고 계시니 누나도 용서하실 겁니다.
그나저나 이 근방인데 어디쯤 세워 드릴까요.]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주위를 살펴본다.
거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몇 년 사이에 무척이나 달라 보인다.
저 건너 큰 건물을 보고서야 어디쯤인지 알 것 같았다.
[되었습니다, 여기서 세워 주십시오.]
차돌 이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요금을 지불하고 거리를 걷는다.
거리는 많이도 변해 있었다.
이 동네는 훤히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변한 환경에 어리둥절해진다.
그러나 차돌이의 발걸음은 거칠 것 없이 한곳으로 향하여 걷고 있다.
변환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는 발걸음은 빠르기 그지없다.
저기 보인다.
[XX반점]
잊지 못할 간판이 예전 그대로 서 있다.
차돌 이는 문이 닫혀 진 건물 앞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한다.
감회가 새로워진다.
힘들고 어려울 때 날 보살펴준 곳이다.
여기서 사신도 덕만 이도 만났지 않았는가....
그렇게 보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준 곳인데 은혜도 모르고 여태껏 한 번도 찾지 않았으니 죄스러운 마음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유리문을 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은 조용하기만 하고 아무도 자기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아저씨, 아주머니.............]
차돌이가 목소리를 높여 사람을 부른다.
그의 목소리는 사뭇 떨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반가운 음성이다.
아줌마의 변함없는 따뜻한 음성이 들리며 가게 안에 딸린 방문이 열리며 중년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민다..
아줌마는 밖에 서 있는 차돌 이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는 한동안 멍해 있다가 갑자기 집안이 떠나가라고 호들갑을 피운다.
[아니.......이게 누구냐,......차돌이가 아니냐........
여보,...여보. 차돌이가 왔어요...]
아줌마는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오더니 차돌 이를 안고 펄쩍펄쩍 뒤면서 기뻐 날뛴다.
그녀는 몇 년이 지나도 차돌 이를 잊지 않았다.
자기 자식처럼 귀히 여기고 식구처럼 대하고 살았던 차돌이가 잊고 살았던 차돌이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 반가움을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뭐야.. 누가 왔다고..차돌이가........이게 누구냐. 자식........허허허...]
아저씨가 뒤이어 나와 차돌 이를 얼싸 안으며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네가 왔구나.
그간 별고 없었지....그분들이 네게 잘해주시던가.......
아픈 데는 없고..그래 지금은 무얼 하는가........]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냥 질문을 하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눈에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정이 배여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처럼 한없이 맑고 평화롭고 깊은 정이 묻어 있었다.
가벼운 재주가 아니라 가슴으로 정을 밝히는 사람.
인간의 정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다가 마냥 퍼다 부어 주는듯하다.
차돌 이는 그 눈빛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이제까지 별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라는 놈이 여기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행복을 왜 나는 찾아보지를 않았는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모르고 살았을까,
살아있다는 게 고맙고 한없이 쏟아주는 사랑에 울컥 눈물이 치솟아 올 뻔하였다.
차돌 이는 눈물이 핑 돌아 말도 못하고 반가움에 울먹이고 있다.
눈에 물기가 가득 어려 금시라도 떨어질 듯 해 있으면서 아직도 날 잊지 않고 염려하고 계시는구나, 그런데 난 이때까지 이분들을 잊고 있었으니 죄스러운 마음이 연신 치밀어 올라 기어이 눈물을 눈에서 흘려내고야 만다.
아저씨는 그런 차돌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방으로 가기를 종용한다.
[자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방으로 가자.]
아저씨가 차돌이의 어깨를 안듯이 하며 방으로 이끈다.
[그래요, 방으로 가. 춥겠다. 어서 방으로 가자.]
아줌마도 차돌이의 손을 꼭 잡고는 방으로 인도한다.
차돌 이와 주인 부부가 몇 발자국 걸었을까, 이때 다른 방문이 열리더니 눈을 비비고 나타나는 단발머리 소녀가 나타나더니 차돌 이를 보더니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지더니 그만 울면서 차돌 이에게 덥석 안긴다.
[오빠, 차돌이 오빠.............미워, 오빠 미워 .나 보고 싶지도 않았나 봐..
왜 이제 온 거야. 엉엉.......오빠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선주가 들어오는 차돌이품에 안겨 서럽게 운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사람이니 오죽했으랴.............
선주는 차돌이가 원망스러운지 조그만 손으로 차돌이의 가슴을 때리며 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미안, 정말 미안해........그래 어디보자, 자식, 단발머리를 보니 중학생이 된 거구나.....
너무 예뻐졌어...하하 녀석.......]
차돌이가 선주를 품에서 떼어내며 얼굴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가볍게 선주의 등을 다독거려준다.
[형,....형........]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 나타났는지 또 다른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주위를 울린다.
차돌 이는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키가 훌쩍 커버린 민 철이 반가움에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쳐다본다.
사내아이가 쳐다보는 눈에도 반가움이 그득하다.
[오......... 민 철이구나. 이제 고등학생이지.. 그래 공부는 잘 하고 있지.]
차돌 이는 다가오는 민 철 이와 악수를 하며 해후를 반긴다.
차돌이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피었지만 눈엔 어느새 물기가 축축하게 젖어들고 있다.
모든 게 반가웠고 좋았다.
나의 조그만 추억이 묻어있는 이곳엔 아직도 나를 식구처럼 생각하고 잊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나는 이분들에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여기니.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신발조차 신지 않고 날 반겨주지 않는가.............
정말 고맙고 선량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날 반겨주는 곳이 있다 여기니 고마움과 행복감에 저절로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다.
...................
......
방안에 때 아닌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하하하.........그래, 어제 졸업했다고...이 놈아, 연락을 하지.......
하여간 축하하이..하하하. 넌 참. 대단한 놈이다. 암.......하하하...]
아저씨는 졸업을 축하하며 차돌 이를 치켜세운다.
차돌이가 행한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난 사실이고 그걸 이룩한 차돌이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요, 차돌 이는 뭔가 크게 될 아이라고 당신이 입버릇처럼 했잖아요.
봐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고 얼마나 대견해요. 호호호..]
아주머니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차돌 이는 두 분이 너무나 고맙다.
배고파 울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국밥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이분들이 아니던가.
추워서 떨고 있는 이에게 모닥불이라도 피워줄 수 있는 분이 이분들이 아니던가.
그런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행동하기가 쉽지 않는 법이다.
더없이 마음이 따뜻하고 부자인 이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인 것이다.
이렇게 남이지만 정을 생각하고 자기를 혈육처럼 여기고 잘되기를 바라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진심으로 기원해준 사람이니 어찌 차돌이가 감격하지 않겠는가.
눈물이 다시 핑 돈다.
아직까지도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사람일진데 이분들은 자기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돌봐주신 분들이라
더 없는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모른다.
[모두가 두 분이 절 자식처럼 대해주고 아껴주신 덕분입니다.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두 분이 절 이만큼 만들어주신 것이라 여기고 졸업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또 내일
중국으로 떠나면 한동안 못 뵈올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제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차돌 이는 거듭 용서를 빈다.
허긴 별로 멀지도 않는 곳에 있으면서도 소식을 두절하고 살았으니..... 이분들이야 삶이 바빠서 그렇다 치지 만 자기가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진정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됐네..이제라도 이렇게 와 주었잖아........
자네가 잘되고 있다니 무엇보다 기쁘네. 하하하........
여보. 뭣이라도 내 와야 하지 않겠나.....아니 그냥 술 가져와....
오늘같이 좋은날 하루 임시 휴업하지 뭐....하하하.........]
아저씨가 호기를 부린다.
그런데 아줌마는 아저씨보다 한술 더 뜬다.
아예 마음껏 놀아도 좋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래요, 오늘 하루 쉽시다,
그 깐 돈이 인정보다 앞서서야 되겠어요, 그렇게 해요. 오늘 맘껏 마시세요.
당신 주정 모두 받아 드릴 테니 차돌이랑 맘껏 마시세요. 호호호.......]
[어라. 저 사람이.......
가만히 보니 나보다 차돌 이를 더 좋아하는 것 아냐. 하하하.......]
아저씨는 마누라가 너무 쉽게 허락하자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놀린다.
[그럼요, 당신이야 이제 늙었으니 어디 쓰 먹겠어요.
어디보아도 차돌이가 좋지요,,,호호호..................]
[저런.....저런......하하하.............]
아저씨도 아줌마의 구수한 농에 기분이 좋은 듯 큰소리로 웃는다.
[하하하.................]
차돌이도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두 분의 장난이 너무나 정답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담을 나누며 웃던 아줌마가 나가더니 잠시 후 맥주랑 과일을 가져온다.
[에헤..이래가지고 어디 취하기야 하겠어.......
좀 시시하다. 그렇지..]
아저씨는 마누라가 가져온 술상을 보며 인상을 그리더니 차돌 이를 쳐다보며 핀잔을 준다.
차돌이도 그런 아저씨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한껏 부추겨 준다.
[그러게요, 아마 아저씨 몸 생각해서 그러나보죠. 하하......]
[어머나..........그래도 남자라고....
이른 아침이라 속 버릴까봐 먼저 맥주 내어 놓은 건데 어디 고량주라도 내올까요.
내가 아까워서 안 주는 줄 아나 봐.......]
아줌마는 두 남자가 자기를 골려대자 입술을 삐죽인다.
그러나 얼굴 가득 번져있는 웃음은 지우지 못한다.
[하하하.....하하하..............]
술이 몇 순배 돈다.
차돌 이는 오늘 두 분을 모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홀가분해지리라 느꼈다.
[오늘 제가 미련하여 그냥 왔네요.
이술 끝내고 어디 따뜻한 곳에 가서 맘껏 먹도록 해요.
내가 두 분을 모실 테니.........]
차돌 이는 두 사람을 밖으로 나갈 것을 청한다.
오늘은 두 분에게 접대받기위해 온 것이 아니고 대접하려고 왔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정중하게 청한다.
[그래, 그러자, 우리 차돌이도 왔으니 모처럼 외식한번 해 보자고...하하하........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언제 우리가 외식 해 보겠어.
돈 걱정은 말아. 우리한테도 너 실컷 사줄만한 형편은 있으니....하하하.....]
아저씨는 거절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기가 먼저 말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
이른 아침의 술자리가 끝나고 두 분이 외출 준비하는 사이 차돌 이는 민 철의 방에 있다.
민 철의 걸상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민 철을 본다.
[공부 잘하지,]
[그럼 형, 열심히 하고 있어,]
민 철이 역시 차돌 이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 열심히 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네가 호강시켜드려야지, 암......]
차돌 이는 늠름하게 자란 민철 이가 무엇보다 대견했다.
그때의 철없는 모습을 한 꺼풀 더 벗겨내었는지 제법 어른티를 내고 있었으니 형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걱정 마...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형만큼은 못 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형, 너무 좋아 보인다.]
민 철의 대답이 차돌이의 상상을 점점 벗어난다.
어른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이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대견스러웠다.
키가 커지고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생각도 깊어진 듯 했다.
이놈이 이 나이에 부모를 걱정하고 있으니 필시 성공하리라 여겨지며 민 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자식, 어른이 다 되었어,
네가 대학 졸업하고 그때에도 형이랑 같이 있고 싶으면 내 꼭 그렇게 할게.....
그렇지만 게으름피우고 적당주의로 세상을 살면 절대 용서 안 해, 알았지.]
[체...형이랑 아빠랑 똑 같은 말만해........
형은 나이도 젊으면서.......알았어..............그런데 그 말 분명히 지킬 거지.......]
민 철의 두 눈이 크게 뜨여진다.
언제나 담고자한 형이 아닌가.
그런 형이 자기가 원하면 언제까지 같이 있어주려 하지 않는가.....
민 철은 차돌이가 행여 말을 번복할까봐 재차 다짐의 약속을 받아내려 한다.
[후후후..자식.. 난 두말 안하잖아.
내가 원하면 꼭 그렇게 해 주마............하하하.......]
차돌 이는 민 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걱정마라는 말을 해준다.
민 철은 차돌 이의 약조를 받아내고는 해맑게 웃는다.
54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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