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지난밤 일을 하다가 끄지 않고 잔 모양이었다.
메신져에서 편지모양의 아이콘이 깜빡거렸다.
경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콘을 눌렀다.
‘놀라셨지요? 저 경미친구 세희예요. 지난번 저녁 함께 했던....’
경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집을 나서는 세희는 흥분이 되어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드디어 지난 오년동안 참아온 그 일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지난 오년동안 세희는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었다.
자신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음란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그 자신을 꺼내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삶의 진정한 쾌감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이젠 시작이라는 생각이 세희의 온 몸을 지배했고 이젠 자위로도 제어가 잘 되지 않는 또 다른 하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경수였다.
우연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세희는 이미 경수를 알고 있었다.
물론 경미도 알고 있었고 경미의 자신에 대한 질투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희는 경수를 갖기고 했다.
그렇게 결정한 그날 세희는 오랜시간의 자위를 해야만 했다.
짜릿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기에...
세희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오셨네요. 죄송해요.”
미안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세희를 본 경수는 양손을 앞으로 들어 흔들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도 금방 왔습니다.”
한시간이나 기다린 경수의 말이었다.
세희는 밥을 먹는 내내 경수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희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즐거워지는 경수였다.
경수는 꿈만 같았다.
참으로 꿈만 같았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상상속에서보다....
세희는 더욱 아름다웠다.
살짝 말아올린 머리와 베이지색 실크 블라우스와 옥빛이 도는 짧은 스커트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통이 있는 블라우스 덕에 상체의 자세한 사이즈는 알수 없었지만 가끔씩 움직이는 가운데 보이는 가슴의 압박이 블라우스를 팽팽하게 만들어 주는것을 보면 작지 않은 크기였다.
다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짧은 치마 덕에 드러난 세희의 다리는 흡사 마네킹과 같았다.
게다가 광택이 도는 흰 피부에 탄력까지 느껴지는 다리였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경미남편님? 아님 경미 신랑님? 호호.”
“편한데로 불러주세요.”
“편한데로요? 경미는 뭐라고 불러요?”
“글쎄요....”
경미이야기를 꺼내자 조금은 찔리는 경수였다.
“그냥 집에 있을때는.....여보라고...”
“아. 그렇군요, 그럼 경미여보라고 부를까요? 호호. 아님 좀 길으니까 경미를 빼고....”
경수는 가슴이 쾅하고 울려왔다.
“여보라고..부를까요?”
“여...여..여보라고요?”
“왜요? 싫으세요? 그냥 경미여보니까.....짧게 줄여서 경미 빼고 여보...”
“...................”
입을 벌린 채 아무말도 못하는 경수였다.
“괜찮아요? 여보?”
“괘....괘...괜찮습니다....”
“좀 기분이 이상하긴 하네요. 하두 오랜만에 불러보는 말이라서....”
“오래 되셨나봐요?”
“네, 벌써 한참 된것 같아요.”
“보고 싶진 않으세요?”
“왜 안보고 싶겠어요. 호호호....”
경수는 심히 실망감을 느꼈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그녀석한테 적의감이 들었다.
“여보, 그런데..자꾸 여보라고 하니까.....괜히 설레네요. 혹시 기분 나쁘시지는 않으세요?”
“아닙니다. 절대로....듣기 좋네요. 세희씨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까요.”
“어머!! 그래요? 다행이네요. 전 마음속으로 걱정했었는데...”
“그러셨어요? 하하.”
“음, 그럼 부탁이 있는데요....들어주실래요? 꼭요.”
“무슨 부탁인가요? 들어드려야지요. 세희씨 부탁인데...”
“음...어려운데... 이왕 말 나온김에 부탁드릴께요. 저 혹시 오늘 저랑 하루만 제 남편 역할 좀 해 주시지 않을래요?”
“네....?”
경수는 마시던 와인을 뿜을 뻔 했다.
“별건 아니고요. 같이 쇼핑도 하고 구경도 가고..그런거요.. 백화점 가본지 한달도 더 된것 같아요. 혼자 다니자니 좀 그렇기도 하고...”
세희의 말에 오히려 펄쩍 뛰면서 세희를 그렇게 만든 세희의 남편에 대해 살짝 욕을 하면서 흔쾌히 허락하는 경수는 오히려 자신이 부탁하고 싶었다.
세희와의 일일 부부라....
경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하는 내내 경수는 너무나 행복했다.
“여보, 이거 어때요?”
“응, 너무나 아름다워.”
옷을 입은후 거울 앞에 선 세희가 경수는 보면서 말을 할때면 경수의 입은 귀에 걸렸다.
실제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희의 탁월한 감각도 감각이겠지만 워낙 갖고 있는 몸의 곡선은 경수를 홀릴만 했다.
백화점의 직원들도 감탄하는 세희의 센스와 외모는 당연히 경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존대를 하던 경수는 ‘남편이 아내에게 존대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라는 세희의 말에 말을 놓게 되었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남편 노릇에 푹 빠진 경수는 하늘을 나를듯한 기분이 되었다.
옷매장에서 서너벌의 옷을 산 세희는 일층의 구둣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경수는 또 다른 천국을 맛보게 되었다.
세희가 자신의 구두를 신고 벗기는 일을 경수에게 부탁한 것이다.
경수는 세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세희의 예쁜 발을 잡고 연신 구두를 신고 벗겼다.
여자 직원들의 자상한 남편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나 기분이 좋아진 경수는 남자직원들의 수근거림은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경수는 눈 앞의 세희의 다리에 눈이 풀렸다.
너무나도 하얗고 너무나도 매끈하게 잘 빠진 다리에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 하나도 찾을수 없었고 더군다나 과장하면 땀구멍조차도 보이지 않을것 같은 그 다리와 발에 경수는 경외심마져 생겼다.
사실 경수의 사회적 위치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면 세희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자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업소에서 만나는 아가씨들과 자신의 부인을 단지 외모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예쁘고 섹시해도 사회적 지위나 명예, 그리고 재산, 학벌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한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희는 그런면에 있어서도 오히려 아내보다 월등했고 그런 조건에 업소의 여자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지적인 분위기와 함께 점점 느껴지는 섹시함은 경수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듯 했다.
비록 발과 다리였지만 손에 느껴지는 살결의 느낌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세희의 발에 신을 신기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커진 자지 때문에 일어나기도 뻘쭘했다.
결국 경수의 극단적인 칭찬에 빨간 하이힐을 고른 세희가 자리를 옮겼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속옷 가게였다.
여러 가지 야시시한 속옷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세희가 향하자 경수는 들어가기도 뭐해 매장 앞에서 서성거렸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평소라면 경수도 이런곳에 따라가지도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어쩔수가 없이 매장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남사스러운 마음에 차마 들어갈 수는 없고 매장앞에서 서성거리기만 한 것이었다.
그런 남자손님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매장안으로 경수를 끌고 들어와 세희의 옆에 세웠다.
“어머, 너무나 멋진 커플이시다. 아내 속옷을 골라주는 남편만큼 자상해 보이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직원의 수다에 더욱 뻘쭘해진 경수는 헛기침만 해댔다.
그런 경수는 보면서 미소를 짓던 세희가 말했다.
“여보, 저 하나만 골라줄래요?”
갑작스런 세희의 요청에 당황스런 경수였다.
하지만...
점원이 쥐어주는 속옷의 느낌은 정말 야시시했다.
‘으응...이거 어때?“
손 안의 속옷을 살짝 펼친 경수는 얼른 다시 손안으로 감추었다.
“아이, 이리 줘 보세요.”
세희가 경수의 손에서 속옷을 빼앗아 펼쳐 보았다.
앞쪽의 아주 작은 부분만 가리는 천과 뒤쪽의 망사가 중간에 얇은 밴드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어머, 사장님도... 하긴 사모님 정도면 충분히 소화하시겠는데요?”
“여보, 정말로 제가 이런거 입은거 보고 싶어요?”
직원이 들을 수 있을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세희의 말에 경수는 고개를 황급히 끄덕였다.
그런 경수에 미소지으면서 세희는 직원에게 말했다.
“이거하고 아까 제가 고른 것 하고 주세요.”
이렇게 세희의 쇼핑이 끝났고 나오면서 경수는 왠지 아쉬웠다.
‘이젠 집으로 가야 하나....’
경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이 세희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 하시지 않나요?”
서운한 표정의 세희에게 경수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아니예요..
“휴..다행이다. 가셔야 되는 줄 알고 서운했어요.”
세희의 안도하는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경수는 세희와 함께 자신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이미 거리는 깜깜해져 있었다.
삼십여분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니 산장처럼 생긴 집앞에 도착했다.
경수의 에스코트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니 아주 럭셔리한 분위기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쇼핑하느라 시장하셨지요?”
“호호. 네, 조금요.”
“주문하시겠습니까?”
“음...여보, 여기 뭐가 맛있어요?”
세희의 여보란 소리에 잠시 당황한 경수가 바로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 했다.
“응, 여긴 송아지 스테이크가 괜찮아. 당신 괜찮겠지?”
“네.”
“음, 와인 한잔 어때?”
“네..좋아요.”
웃음을 지은 세희의 얼굴은 언제나 싱그러웠다.
웨이터가 와인을 한병 들고 와 커다란 와인잔에 따라주었다.
빨간 와인이 투명한 잔에 담기고 건배를 한 후 빨간 세희의 입술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이 넘나 섹시했다.
“여보, 맛있어요.”
경수는 웨이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부르는 세희의 여보라는 말에 온몸이 짜릿했다.
“많이 먹어.”
“고마와요. 여보.”
웨이터가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와 각종 음식들을 가지고 와 세팅을 했다.
“참 멋진 부부시네요. 맛있게 드세요.”
웨이터가 부러운 눈길로 두 사람을 쳐다 보았다.
경수는 자랑스런 표정으로 어깨를 폈다.
“여보,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세희의 표정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런 세희를 바라보는 경수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디저트로 먹는 새로운 와인을 시켜 건배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아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남편을 위해..”
둘은 진짜 서로를 사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건배를 했다.
경수는 진짜 서로 사랑하는 듯한 기분이 빠졌다.
자신을 보는 세희의 표정은 너무나 밝고 행복해 하는 듯 했다.
“여보, 오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여보.....”
경수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세희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래서 제가 선물 하나 해 드릴께요.”
“선물?”
“네.”
“무슨?”
“맞추어 보실래요? 힌트는 쇼핑, 남편, 그리고 권리예요.”
“쇼핑, 남편, 권리?”
경수는 수수께끼같은 세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저 세 단어가 서로 무슨 연관성이 있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선물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희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수가 없는 경수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경수는 세희의 도발적인 제안을 생각할 만큼 세희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커다란 것이었으리라...
“모르겠어.......”
경수의 말에 세희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여보, 아까 쇼핑할 때 생각 안나요?”
“나지, 처음부터 끝까지..”
경수는 ‘내가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가 있겠어. 당신과의 쇼핑은 너무나 흥분되고 기분이 좋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했다.
“그럼, 마지막 쇼핑도 생각나겠네요?”
“마지막 쇼핑? 아.......음...”
속옷이란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경수였다.
“그 때 제가 산거 기억 나요?”
“응.....”
“사실 오늘 쇼핑하면서 전부 경수씨한테 물어봐서 산것 기억나지요? 그리고 경수씨가 좋아하는 것들로요...”
“응...기억나...”
경수는 생각해 보니 전부 자신이 고른 것을 세희가 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쇼핑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도 기억나요?”
“응..하지만 그건.....어쩔수 없이...”
“그래요, 어쩔수 없이 그랬지만....”
세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경수는 입안의 와인을 뿜을 뻔 했다.
‘네.....? 뭐라고요?“
“왜요? 싫으세요?”
경수는 말까지 더듬으면서 말했다.
“시시시시....싫긴요.....아닙니다...절대로....”
“그럼 다행이고요. 제가 너무 못 생겨서....싫어하시는줄 알았잖아요..”
경수는 아직도 세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
‘설마....내 앞에서 속옷만 입고.......’
경수는 순간 아래쪽이 순식간에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우리 나가요.”
세희가 몸을 일으켰다.
“아....네....”
경수는 자신의 아랫부분을 감추고자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어디 불편하세요?”
해맑게 웃는 세희를 보면서 경수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아...아닙니다.”
“그런데 어디서....?”
“글쎄요. 음....저기...괜찮겠어요?
경수가 더욱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식당 옆에 화려하게 지어진 모텔을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지난밤 일을 하다가 끄지 않고 잔 모양이었다.
메신져에서 편지모양의 아이콘이 깜빡거렸다.
경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콘을 눌렀다.
‘놀라셨지요? 저 경미친구 세희예요. 지난번 저녁 함께 했던....’
경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집을 나서는 세희는 흥분이 되어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드디어 지난 오년동안 참아온 그 일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지난 오년동안 세희는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었다.
자신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음란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그 자신을 꺼내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삶의 진정한 쾌감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이젠 시작이라는 생각이 세희의 온 몸을 지배했고 이젠 자위로도 제어가 잘 되지 않는 또 다른 하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경수였다.
우연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세희는 이미 경수를 알고 있었다.
물론 경미도 알고 있었고 경미의 자신에 대한 질투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희는 경수를 갖기고 했다.
그렇게 결정한 그날 세희는 오랜시간의 자위를 해야만 했다.
짜릿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기에...
세희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오셨네요. 죄송해요.”
미안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세희를 본 경수는 양손을 앞으로 들어 흔들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도 금방 왔습니다.”
한시간이나 기다린 경수의 말이었다.
세희는 밥을 먹는 내내 경수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희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즐거워지는 경수였다.
경수는 꿈만 같았다.
참으로 꿈만 같았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상상속에서보다....
세희는 더욱 아름다웠다.
살짝 말아올린 머리와 베이지색 실크 블라우스와 옥빛이 도는 짧은 스커트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통이 있는 블라우스 덕에 상체의 자세한 사이즈는 알수 없었지만 가끔씩 움직이는 가운데 보이는 가슴의 압박이 블라우스를 팽팽하게 만들어 주는것을 보면 작지 않은 크기였다.
다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짧은 치마 덕에 드러난 세희의 다리는 흡사 마네킹과 같았다.
게다가 광택이 도는 흰 피부에 탄력까지 느껴지는 다리였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경미남편님? 아님 경미 신랑님? 호호.”
“편한데로 불러주세요.”
“편한데로요? 경미는 뭐라고 불러요?”
“글쎄요....”
경미이야기를 꺼내자 조금은 찔리는 경수였다.
“그냥 집에 있을때는.....여보라고...”
“아. 그렇군요, 그럼 경미여보라고 부를까요? 호호. 아님 좀 길으니까 경미를 빼고....”
경수는 가슴이 쾅하고 울려왔다.
“여보라고..부를까요?”
“여...여..여보라고요?”
“왜요? 싫으세요? 그냥 경미여보니까.....짧게 줄여서 경미 빼고 여보...”
“...................”
입을 벌린 채 아무말도 못하는 경수였다.
“괜찮아요? 여보?”
“괘....괘...괜찮습니다....”
“좀 기분이 이상하긴 하네요. 하두 오랜만에 불러보는 말이라서....”
“오래 되셨나봐요?”
“네, 벌써 한참 된것 같아요.”
“보고 싶진 않으세요?”
“왜 안보고 싶겠어요. 호호호....”
경수는 심히 실망감을 느꼈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그녀석한테 적의감이 들었다.
“여보, 그런데..자꾸 여보라고 하니까.....괜히 설레네요. 혹시 기분 나쁘시지는 않으세요?”
“아닙니다. 절대로....듣기 좋네요. 세희씨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까요.”
“어머!! 그래요? 다행이네요. 전 마음속으로 걱정했었는데...”
“그러셨어요? 하하.”
“음, 그럼 부탁이 있는데요....들어주실래요? 꼭요.”
“무슨 부탁인가요? 들어드려야지요. 세희씨 부탁인데...”
“음...어려운데... 이왕 말 나온김에 부탁드릴께요. 저 혹시 오늘 저랑 하루만 제 남편 역할 좀 해 주시지 않을래요?”
“네....?”
경수는 마시던 와인을 뿜을 뻔 했다.
“별건 아니고요. 같이 쇼핑도 하고 구경도 가고..그런거요.. 백화점 가본지 한달도 더 된것 같아요. 혼자 다니자니 좀 그렇기도 하고...”
세희의 말에 오히려 펄쩍 뛰면서 세희를 그렇게 만든 세희의 남편에 대해 살짝 욕을 하면서 흔쾌히 허락하는 경수는 오히려 자신이 부탁하고 싶었다.
세희와의 일일 부부라....
경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하는 내내 경수는 너무나 행복했다.
“여보, 이거 어때요?”
“응, 너무나 아름다워.”
옷을 입은후 거울 앞에 선 세희가 경수는 보면서 말을 할때면 경수의 입은 귀에 걸렸다.
실제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희의 탁월한 감각도 감각이겠지만 워낙 갖고 있는 몸의 곡선은 경수를 홀릴만 했다.
백화점의 직원들도 감탄하는 세희의 센스와 외모는 당연히 경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존대를 하던 경수는 ‘남편이 아내에게 존대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라는 세희의 말에 말을 놓게 되었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남편 노릇에 푹 빠진 경수는 하늘을 나를듯한 기분이 되었다.
옷매장에서 서너벌의 옷을 산 세희는 일층의 구둣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경수는 또 다른 천국을 맛보게 되었다.
세희가 자신의 구두를 신고 벗기는 일을 경수에게 부탁한 것이다.
경수는 세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세희의 예쁜 발을 잡고 연신 구두를 신고 벗겼다.
여자 직원들의 자상한 남편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나 기분이 좋아진 경수는 남자직원들의 수근거림은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경수는 눈 앞의 세희의 다리에 눈이 풀렸다.
너무나도 하얗고 너무나도 매끈하게 잘 빠진 다리에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털 하나도 찾을수 없었고 더군다나 과장하면 땀구멍조차도 보이지 않을것 같은 그 다리와 발에 경수는 경외심마져 생겼다.
사실 경수의 사회적 위치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면 세희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자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업소에서 만나는 아가씨들과 자신의 부인을 단지 외모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예쁘고 섹시해도 사회적 지위나 명예, 그리고 재산, 학벌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한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희는 그런면에 있어서도 오히려 아내보다 월등했고 그런 조건에 업소의 여자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지적인 분위기와 함께 점점 느껴지는 섹시함은 경수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듯 했다.
비록 발과 다리였지만 손에 느껴지는 살결의 느낌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세희의 발에 신을 신기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커진 자지 때문에 일어나기도 뻘쭘했다.
결국 경수의 극단적인 칭찬에 빨간 하이힐을 고른 세희가 자리를 옮겼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속옷 가게였다.
여러 가지 야시시한 속옷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세희가 향하자 경수는 들어가기도 뭐해 매장 앞에서 서성거렸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평소라면 경수도 이런곳에 따라가지도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어쩔수가 없이 매장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남사스러운 마음에 차마 들어갈 수는 없고 매장앞에서 서성거리기만 한 것이었다.
그런 남자손님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매장안으로 경수를 끌고 들어와 세희의 옆에 세웠다.
“어머, 너무나 멋진 커플이시다. 아내 속옷을 골라주는 남편만큼 자상해 보이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직원의 수다에 더욱 뻘쭘해진 경수는 헛기침만 해댔다.
그런 경수는 보면서 미소를 짓던 세희가 말했다.
“여보, 저 하나만 골라줄래요?”
갑작스런 세희의 요청에 당황스런 경수였다.
하지만...
점원이 쥐어주는 속옷의 느낌은 정말 야시시했다.
‘으응...이거 어때?“
손 안의 속옷을 살짝 펼친 경수는 얼른 다시 손안으로 감추었다.
“아이, 이리 줘 보세요.”
세희가 경수의 손에서 속옷을 빼앗아 펼쳐 보았다.
앞쪽의 아주 작은 부분만 가리는 천과 뒤쪽의 망사가 중간에 얇은 밴드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어머, 사장님도... 하긴 사모님 정도면 충분히 소화하시겠는데요?”
“여보, 정말로 제가 이런거 입은거 보고 싶어요?”
직원이 들을 수 있을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세희의 말에 경수는 고개를 황급히 끄덕였다.
그런 경수에 미소지으면서 세희는 직원에게 말했다.
“이거하고 아까 제가 고른 것 하고 주세요.”
이렇게 세희의 쇼핑이 끝났고 나오면서 경수는 왠지 아쉬웠다.
‘이젠 집으로 가야 하나....’
경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이 세희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 하시지 않나요?”
서운한 표정의 세희에게 경수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아니예요..
“휴..다행이다. 가셔야 되는 줄 알고 서운했어요.”
세희의 안도하는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경수는 세희와 함께 자신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이미 거리는 깜깜해져 있었다.
삼십여분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니 산장처럼 생긴 집앞에 도착했다.
경수의 에스코트를 받아 집으로 들어가니 아주 럭셔리한 분위기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쇼핑하느라 시장하셨지요?”
“호호. 네, 조금요.”
“주문하시겠습니까?”
“음...여보, 여기 뭐가 맛있어요?”
세희의 여보란 소리에 잠시 당황한 경수가 바로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 했다.
“응, 여긴 송아지 스테이크가 괜찮아. 당신 괜찮겠지?”
“네.”
“음, 와인 한잔 어때?”
“네..좋아요.”
웃음을 지은 세희의 얼굴은 언제나 싱그러웠다.
웨이터가 와인을 한병 들고 와 커다란 와인잔에 따라주었다.
빨간 와인이 투명한 잔에 담기고 건배를 한 후 빨간 세희의 입술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이 넘나 섹시했다.
“여보, 맛있어요.”
경수는 웨이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부르는 세희의 여보라는 말에 온몸이 짜릿했다.
“많이 먹어.”
“고마와요. 여보.”
웨이터가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와 각종 음식들을 가지고 와 세팅을 했다.
“참 멋진 부부시네요. 맛있게 드세요.”
웨이터가 부러운 눈길로 두 사람을 쳐다 보았다.
경수는 자랑스런 표정으로 어깨를 폈다.
“여보,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세희의 표정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런 세희를 바라보는 경수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디저트로 먹는 새로운 와인을 시켜 건배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아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남편을 위해..”
둘은 진짜 서로를 사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건배를 했다.
경수는 진짜 서로 사랑하는 듯한 기분이 빠졌다.
자신을 보는 세희의 표정은 너무나 밝고 행복해 하는 듯 했다.
“여보, 오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여보.....”
경수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세희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래서 제가 선물 하나 해 드릴께요.”
“선물?”
“네.”
“무슨?”
“맞추어 보실래요? 힌트는 쇼핑, 남편, 그리고 권리예요.”
“쇼핑, 남편, 권리?”
경수는 수수께끼같은 세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저 세 단어가 서로 무슨 연관성이 있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선물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희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수가 없는 경수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경수는 세희의 도발적인 제안을 생각할 만큼 세희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커다란 것이었으리라...
“모르겠어.......”
경수의 말에 세희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여보, 아까 쇼핑할 때 생각 안나요?”
“나지, 처음부터 끝까지..”
경수는 ‘내가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가 있겠어. 당신과의 쇼핑은 너무나 흥분되고 기분이 좋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했다.
“그럼, 마지막 쇼핑도 생각나겠네요?”
“마지막 쇼핑? 아.......음...”
속옷이란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경수였다.
“그 때 제가 산거 기억 나요?”
“응.....”
“사실 오늘 쇼핑하면서 전부 경수씨한테 물어봐서 산것 기억나지요? 그리고 경수씨가 좋아하는 것들로요...”
“응...기억나...”
경수는 생각해 보니 전부 자신이 고른 것을 세희가 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쇼핑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도 기억나요?”
“응..하지만 그건.....어쩔수 없이...”
“그래요, 어쩔수 없이 그랬지만....”
세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경수는 입안의 와인을 뿜을 뻔 했다.
‘네.....? 뭐라고요?“
“왜요? 싫으세요?”
경수는 말까지 더듬으면서 말했다.
“시시시시....싫긴요.....아닙니다...절대로....”
“그럼 다행이고요. 제가 너무 못 생겨서....싫어하시는줄 알았잖아요..”
경수는 아직도 세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
‘설마....내 앞에서 속옷만 입고.......’
경수는 순간 아래쪽이 순식간에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우리 나가요.”
세희가 몸을 일으켰다.
“아....네....”
경수는 자신의 아랫부분을 감추고자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어디 불편하세요?”
해맑게 웃는 세희를 보면서 경수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아...아닙니다.”
“그런데 어디서....?”
“글쎄요. 음....저기...괜찮겠어요?
경수가 더욱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식당 옆에 화려하게 지어진 모텔을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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