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보내고 보채는 수진이를 얼르고 재운후,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난뒤 자고 있는 수진이를 안아들고
나와 밝은 거실에 자리를 마련하고 뉘였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수진이를 위해 끓여놓은 미역국을
듬뿍 그릇에 담아 한수저 뜨니 맛이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아 게눈 감추듯 먹고 정리했다.
예쁘게 자고있는 수진이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누운후 새로 이사온 텅빈 집을 뭐로 메꿀까 하고 메모지에
이것저것 떠올리는데로 끄적이며 옆에서 얌전히 자는 수진이를 보며 헤죽 웃는것을 반복했다.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 통에 집중하는게 힘이 들어서 차분하게 떠올려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일단 안방, 도련님방에 들여놓을 침대와 거실 쇼파와 탁자, 이제 앉은뱅이 밥상 대신 식탁을 놓기로
했다. 그리고 안방, 도련님방에 각각 들여놓을 장농과 철지난 옷들과 속옷이나 양말을 넣어둘 작은장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자 정말 빈손으로 시작했다는게 실감이 났다.
심지어 이사오기전에 집은 전화기도 없었고 도련님의 물건이라곤 학교다닐때의 교재와 교복, 체육복,
얼마 되지도 않는 낡은 옷가지들 정도뿐 정말 살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거였다.
이사올때 도련님이 다 버리고 왔기에 지금 집에는 도련님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 아예 도련님이
밖에서 동가식서가숙 시키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메모지에 적어 내려가다 남편것도 떠오르는대로 적었다.
우리 수진이는 아직 서랍장정도면 충분하기에 커가면서 하나씩 준비하기로 하고 적어놓은 메모지를
봤더니 장장 5장이나 되었다.
정말 있는것보다 없는게 더 많은 집이라 한숨도 나왔지만 금새 행복함으로 물들어 입가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메모지에 내게 필요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남편과 수진이, 도련님것들을 구해놓는것만으로
입이 안다물어 졌다. 당분간 지금처럼 결혼전에 쓰던 것들을 써도 괜찮을만큼 출산후 석달이 지난 지금은
붓기와 살도 완전히 다 빠져 전에 입던 옷가지들중 타이트한 것들도 다 맞았다.
지금도 친정집에서 입던 무릎위까지 오는 면으로된 쫄운동복에 상의는 남편이 이제 안입는 와이셔츠를
맵시있게 입고 있었다. 수진이 젖을 수시로 먹이고 젖이 묻어 얼룩이져도 버리기 아깝지 않은 옷들로
상의를 찾아 입다보니 이런 차림새가 나왔지만 마냥 좋았다.
그렇게 뒹굴던중 도련님이 일어나는 기척이 들려 일어나 앉았다. 아까전에 생각한데로 도련님 식사를
할때 말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얌전히 새근거리며 자는 수진이를 보니 정말 든든한 나만의 가족이라는게
실감이 가며 또 가슴이 두망망이질 쳐댔다.
이렇게 바보처럼 웃다가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일찍 생길거란 실없는 생각을 할때 도련님 방문이 열렸다.
자다부시시의 전형의 모습이었고, 눈을 빨개 가뜩이나 부리부리한 인상이 험학해 보여 멋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바탕 드잡이질하고 씩씩거리는것처럼 보일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하나뿐이 도련님부터
챙겨야했다.
" 일어나셨어요? 속 쓰리죠? 머리도 아프고?
일단 꿀물 갖다 드릴테니 드세요...ㅎㅎㅎ.
그리고 시원하게 씻고 나오세요..해장국 끓여줄게요..ㅎㅎㅎ "
" ....으응...형수!...고마워요.... "
거실로 나와 수진이가 깨지 않게 조금 떨어져서 조심스럽게 앉고 눈가와 얼굴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려는
도련님에게 얼른 시원한 꿀물을 4컵이나 드렸을때에야 갈증이 풀렸는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목과 팔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들어가서 씻으라고 한뒤 도련님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 혀..형수!! 내..내가 치우고 씻을테니 얼른 해장국이나 끓여줘요! 나 금방 다 해요! "
" 그러실래요? ㅎㅎㅎ. 알았어요! 금방 해드릴게요...ㅎㅎㅎ "
출산이후 삼사일에 한번씩 들어와 수진이와 날 챙기고, 가끔은 남편과 셋이 저녁도 먹고 얘기할때도
더이상 싸우지 않게獰鄕嗤?전에 있던 집에서는 자고 간적이 없었다. 임신한 내가 자신까지 챙겨주는게
부담스러웠는지 몸조리 잘하라고 인사만 하고 갔었기에 이렇게 한집에서 잔적은 첨이라 쑥쓰러워 하는것
같아 동갑에 산만한 덩치와 험한 인상을 가진 도련님이 깨물어줄 정도로 무척 귀엽게 보였다.
그래도 처음에 너무 다가가는건 좋지 않겠다 싶어 도련님에게 방정리를 맡기고 부엌에 들어가 다시 해장국을
끓이고 불려놓은 미역을 가지고 냉국까지 만들고 나자 자신이 깔고 잤던 이불도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에
안방에서 남편의 속옷중 제일 큰것을 준비하고 남편이 집에서 입는 무릎아래까지 오는 허리끈으로 조이는
칠보 반바지와 남편의 반팔면티중 제일 큰 것을 준비해서 욕실앞에 놔두고 욕실에 들어간 도련님에게
말을 걸었다.
" 도련님~~!!! 갈아입을옷이랑 속옷 밖에 놔뒀어요! 입었던 속옷이랑 겉옷도 내놔요! 빨아줄게요! "
"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
"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어제 땀 많이 흘리고 갈아입지도 않았는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놔요!! 볕좋아서 금새 말라요!! "
" 그..그럼 속옷은 내가 빨게요!! 겉옷만 가져가요! "
" ㅎㅎㅎㅎ..그래요 그럼! 후후훗! "
" 저...저기...자리 좀.... "
" 호호호홋!! 알았어요~~! 담에는 속옷도 내놔요! 알았죠? "
" .....얼른 저리가욧!...... "
" 호호호홋! "
자주 얼굴 맞대고 말을 나누면서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는게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걸 이미 예전에
알았고, 착하고 순하지만 남편과 달리 약간 충동적인 면이 있다는걸 알았다. 형수인 나와 자주 만나며
동갑이란 점과 남이 아니라는 생각에 내게 평대와 반공대를 오가며 말을 나누게 嗤?이런 상황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하는 도련님을 놀리는게 너무나 재밌었고, 그런 도련님이
정말 귀여웠다.
부엌 냉장고 앞에 서서 욕실을 주시하니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잽싸게 옷가지를 움켜쥐고 들어가더니
입고 있던 겉옷을 곱게 개어 밖에 조심스럽게 놔두는걸 보고 실실 웃으며 가져가 세탁이 다된 이불을
꺼내고 도련님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 도련님이 나오면 사용한 수건들과 같이 빨기로 하고서 상을 다
차리자 도련님이 욕실에서 쭈삣거리며 딴청을 부리며 뒤춤에 감춘 속옷들을 얼른 널러 갔다.
" 도련님~~!! 사용한 수건은 세탁기에 넣어요~~!! "
" 아...알았어요... "
" 제가 돌릴테니까 넣기만 해요! 그리고 얼른 와요! 미역냉국 시원할때 드세요! "
" 아..알았어요! "
" ㅎㅎㅎㅎ. 자~~!! 차린것 없지만 맛있게 다 드세요! 후훗! "
" ...으..응....잘 먹을게요... "
빨래를 걸고와 나와 시선도 제대로 못맞추고 귓볼까지 벌개진체 밥상만 내려다보는 도련님이 편하게
식사하도록 하기위해 세탁기를 돌리러 갔다. 빨래대에 널려진 남편옷, 도련님옷, 내옷, 아기옷을 보니
입가가 실룩거려지는 가운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렇게 기분 좋은데 우는 내가 바보같았다.
내가 원래 이렇게 맘약한 여자가 아니었는데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가를 쓰윽 훔친후 안으로 들어오니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과 마지막으로 미역냉국을 들이키고 있는 도련님이 보였다. 상을 치우려는 도련님을
말리고 거실로 보내 수진이나 봐달라고 한뒤 먹은것을 정리하고 세탁이 끝난 빨래를 잘 펴서 널었다.
냉커피를 한잔 타서 도련님께 드린뒤 수진이옆에 앉아 도닥이며 아까전에 결심했던것을 위해 말문을 열었다.
" 도련님 있잖아요....이제 방도 많은 새 집으로 왔으니 들어와 같이 살면 어때요? "
" ........... "
" 인제 집도, 이렇게 조카도 생겻고 한데 밖에서 괜히 고생하시지 마시고 들어와요! "
" .....후우....그러기엔 지금 하는 일이.... "
" 어차피 맘에도 없으시잖아요? "
" ...사표쓰고 나오면 땡인 일반 회사도 아니고... 거기서 나와 여기서 살다가 나쁜일이라도.... "
" 형이랑 전 도련님이 거기서 다칠까봐 얼마나 걱정하는데요.....
저희가 가진게 뭐 있나요? ㅎㅎㅎㅎ.. 얻어먹을게 뭐있다고 귀찮게 하겠어요?..후훗!
으음~?! 말하고보니 이상하네?.....쳇! 뭐 어때요?
귀찮게 해도 모른척하고 시간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죠...ㅎㅎㅎ "
" 후훗! 저같은 부류치곤 많이 가진거죠...ㅎㅎㅎㅎ "
" 이참에 거기에서 나오세요! 뭘 처음 시작해도 전혀 늦은거 아니에요! "
" .....생각해 볼게요..ㅎㅎㅎ "
" 생각할게 뭐 있어요? 이제 집도 생겼겠다~ 한식구들끼리 모여 잘 살아야죠...ㅎㅎㅎㅎ
저도 이제 도련님 가족이라구욧! 요기 앙큼하게 자고 있는 수진이도 마찬가지고요..후훗! "
" ....ㅎㅎㅎㅎ.... "
" 전 모두 모여 이집에서 산다구 생각한다구요! 일어나봐요! "
아까전에 적은 메모지를 들고 일어나 도련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집안을 돌아다니며 물건과 물건을 놓을
장소를 일일히 말해주었다. 살풍경한 집안이지만 입에 침을 튀기며 말하는동안 눈앞에 내가 말한것들이
놓여져갔다. 내게 이끌려다니던 도련님이 내곁에 왔고 나도 모르게 도련님의 팔짱을 낀체 집안곳곳을
누비며 다니다가 도련님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도련님은 내 손을 꼭 잡고서 내 곁에 있었다.
" 여기 도련님꺼라고 적어놓은것도 있죠? "
" ....으..응... "
" 여기에 침대를 놓고, 여기에 거울을 걸고, 장농은 여기, 서랍장은 여기 그리고.....???? "
" ......... "
아무것도 없는 베겟잇 벗긴 베개만 있는 텅빈 도련님방 한가운데 서서 여기저기 신나서 떠벌리는 사이
도련님이 뒤에서 날 꼭 안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순간 놀라서 가만히 있는 사이 난 남편보다 훨씬
큰 도련님의 두팔이 더 세게 감싸져 꿈쩍도 못할 정도로 조여왔다.
도련님이 입은 옷에서 우리집 냄새가 맡아져오자 안심이 되며 힘이 들어가있던 몸이 스르르 풀리고
눈이 감겼다. 남편의 큰 겨울외투를 뒤집어 쓰고 있는것처럼 따뜻했고 아늑해서 몸을 편하게 기대자
도련님은 한팔을 내려 내 배를 감싸안으며 날 자신쪽으로 밀착시키듯 힘을 주었다. 서 있어도 내 얼굴은
도련님의 가슴팍이라 도련님의 품안으로 쏘옥 파뭍혔다.
" ...알았어요...나 거기 관둘게요...그리고 여기와서 살게요.... "
" ...저...정말요? "
" 응!.....거기 완전히 정리할때까지 안올게요...안전하다 싶으면 올게요.. "
" ...네...네에..... "
" 대신! 나 돌아오면 그때 나와 같이 이방을 채워줘요... "
" ...네..네에.... "
" 약속했어요? "
" ...네..네에.... "
내 뒤쪽이 도련님과 밀착이 되자 등허리쪽에 길고 단단한것이 눌려왔다. 순간 풀어졌던 몸이 다시 다시
바짝 긴장되어지며 당혹스럽고 불안해졌다. 그러나 도련님의 울음기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고 도련님의
품에 밀착된체 파묻히자 도련님이 말할때마다 내 몸을 그렁그렁 울리자 더이상 불안해지지 않았다.
결혼하기전 친정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했던 행복을 남편에게 받아 기쁨이 북받쳐 올랐던걸 떠올리니
도련님도 이제서야 안정된 가족이 주는 그럼 기쁨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나와 동갑으로 한창때이니
형수이지만 젊은 여자인 나를 안고 발기하는건 당연한 생리작용이라고 여겼다.
도련님이 당황스럽지 않도록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은체 도련님의 굳은 결심이 느껴지는 약속의 말을
들었다. 사실 기대치않게 내 부탁을 이렇듯 빨리 들어주는게 굉장히 기뻤고, 예전에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느끼는것 같아 대답하는 내 목소리도 떨려나왔다.
" ....고마워요...형수...고마워요.... "
" 후훗! 고맙긴요! 가족끼리 그런말 안하는거에요... "
" ....흐흑!...형수!.. "
" .....!!!!! "
도련님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어서 안고있는 도련님의 팔뚝을 손을 올려 토닥이자 도련님은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더욱 거세게 끌어왔다. 그런데 내 귓가와 뺨에 도련님이 입술을 대고 키스를 해오자 너무나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온몸의 솜털까지 곤두설 정도로 전신 짜릿해왔다. 저절로 신음이 비어져
나오는걸 숨을 내뱉는것을 멈추고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버텼다.
" ....흐윽!...흡!..사랑해요 형수.... "
" ...으으음~~...하아~하아~ "
도련님이 울음을 그치며 마지막에 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귓가에 입을 맞추는 순간 참고 있던 숨을
내쉬며 저절로 비음이 흘러나오며 멈췄던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듯 짜릿해졌다가 나른하게
풀려나가길 수차례 거듭하자 몸에 힘이 쏘옥 빠져버려 기진맥진하게 되어버렸다.
도련님에 대한 원망, 나에 대한 분노, 남편에게만 얻었던 지극했던 황홀함을 도련님에게서도 얻었다는
짜릿함과 당혹감, 건장한 젊은 사내가 내게 느낀 흥분과 고백에 우월감과 자신감등등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나를 안고 있는 도련님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히려 황홀한 느낌에 취해 두손으로 도련님의 팔뚝을
부여잡은체 바들거리며 주저앉지 않도록 버틸뿐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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