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題 ; 사랑했지만
되지 않음에 항상 불만이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자식 밖에 없어.”
그럼 나머지는 다 돈으로 된다는 말인데 아마 이 세상 작금이 그러한가 보다.
승호는 게임을 끝내고 밖에 나오니 아버지는 세면장에 씻으러 들어가고 새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갔는지 거실이 조용했다.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오락도 많이 했는지 더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책은 책상에 펴 있지만 그냥 의자에 앉아 시선은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공부할 자세가 아니었다. 승호의 가슴 한 구석엔 콩콩 뛰고 머리 속엔 아까 본 숙경의 웃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맘 속에 한 여자를 새겨놓고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슬쩍 한 번 본 것이 왜 이리 선명히 기억에 남아 더 새로워 지는지? 쇠 조각이 자석에 끌리 듯. 승호는 고개를 들어 저 쪽 벽에 걸린 둥근 시계를 쳐다봤다. 밤 12시가 지나고 어느덧 1시를 향해 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책상 머리에 앉아 조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렇게 눈앞 벽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승호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허리를 펴고 상체를 이리저리 몇 번 돌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담배 한 개피를 빼 들고 서랍 여기저기를 열어 라이터를 찾아 조용히 문을 열고 불 꺼진 거실을 통과하여 베란다로 나갔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한 밤공기에 날려보고 싶은 가 보다. 담배는 이런 기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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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 피워야 하는 것인 양 연신 연기를 빨아 대지만 담배 맛을 알고 피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승호가 가끔씩 피는 곳이 여기인지라 언젠가 모르게 새엄마가 재털이 하나를 갖다 놓은 듯 했다. 승호는 무심코 재털이에 담배 개비 몸통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재를 털어냈다. 숙경의 아련한 모습 속에 다시 새엄마의 모습이 겹쳤다. 평소 생각을 별로 안 했던 새엄마였다. 사방은 조용하고 창 밖으로는 어둠만이 뒤덮여 있지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은 야경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함을 깨고 약하게 끊어질 듯 말 듯 여자의 이상한 소리가 승호의 귓전을 간질이고 있었다.
“아…… 아흑…… 아…….”
승호의 헝클어진 머리 속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버지와 새엄마가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오늘 따라 문이 열렸나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짜증스러웠다가는 다시 귀가 곤두세워졌다.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재털이에 구겨 비벼대고는 조용히 다시 들으려 했다. 잠시 있으니 또 들렸다.
“아아윽…… 아흑…… ."
새엄마의 신음소리와 숙경의 모습이 뒤엉켰다. 바지 한복판에서 자지가 꿈틀거렸다. 승호는 조용히 베란다를 빠져 나와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약간 열린 상태로 두고 아무렇게나 바지를 벗어 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져 엎어졌다. 자기 몸을 침대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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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고 머리 속 숙경의 모습을 지우려는 듯 서 있는 자지를 배 위쪽으로 붙여 마구 비벼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더 이상 새엄마의 신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승호는 여자의 교성을 다시 듣고 싶고 아직도 하는지 궁금하여 몸을 반듯하게 등을 침대 바닥에 붙이고 천정을 쳐다보고 누워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또 들렸다. 그러나 대화는 있는지 없는지 들리지 않고 간간히 신음소리만이 약하게 열어 놓은 승호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승호는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사각 티슈를 획획 3장을 뽑아 옆에 놓고는 다시 누웠다. 앞으로 터져 나오려는 자지를 가로막는 장애물 한 겹을 벗어 던지고는 한 손으로 자지를 움켜쥐었다.
“아흥…… 아아응…….”
새엄마의 신음소리에 손놀림을 맞추고 머리 속은 숙경을 안으며 그렇게 설치다가 잠시 후 시원해지니 이젠 좀 살 것 같은가 잠이 들었다.
담 날 아침.
식구 4명은 식탁에 둘러앉아
“여보! 오늘은 내가 일찍 올테니 세영이 가정교사 함 봐야 되겠어.”
“그렇게 하셔요. 밤 10시 전까지 들어오셔요.”
“아빠! 전에 선생님 봤다 하지 않았어요?”
세영이 아빠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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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한 번 그때 아빠 사무실에서 봤어. 근데 집에서 봐야지. 우리 집 귀한 손님인데.”
“우리 세영이는 선생님 어때? 좋아?”
“응. 새엄마. 예쁘고 착하던데. 말이나 모습이 꼭 친구 같았고 언니 같았어.”
“하하하... 우리 세영이가 좋아하니 아빠는 그냥 좋구나.”
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 승호의 표정을 옆으로 보고는 윤희가 말을 시켰다.
“승호야! 넌 세영이 선생님 어떻던데?”
“몰라요. 그저 그랬......”
어제 밤 그렇게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숙경이었건만 자신의 속내를 들키기 싫어 그렇게 얼버무렸다.
“승호야! 너도 잘 지내 봐.”
“네. 아버지!"
식사가 끝나고 텅 빈 집에 혼자 남은 윤희! 집안 일 도우미를 넣어주려는 태식의 친절을 한사코 사양하며 가족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특히 승호의 마음을 사려는 윤희의 애 씀이 돋보였다. 윤희는 설겆이를 하고 집안 청소를 대충 끝내고는 조용히 커피 한 잔을 타 소파에 앉았다. 찌는 듯 더운 날이지만
“그래도 커피는 뜨거운 것이 제 맛이야!”
몸은 편하나 지금은 외로이 혼자였고 모두들 나가버리는 낮 시간은 마음 둘 곳이 없었다. 늘 대하는 것이 커피지만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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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퍼지고 코 끝을 자극하는 커피 향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그렇게 사색에 잠겼다. 잠에 빠진 듯 그렇게 있다가는 다시 일어났다. 못 다 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걸레를 들고 승호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 아무렇게 너질러 있는 홑이불을 말끔히 개어 접고 책상을 닦고, 책들을 책꽂이에 가지런히 끼우고 의자를 뒤로 꺼내 책상 밑 여기저기 바닥을 걸레로 훔쳤다. 꼬불꼬불한 털이 몇 개 나왔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나가 쓰레기비닐봉투를 하나 갖고 와서는 옮겨 담았다.
“한 여름에 감기 걸리지도 않았을텐데 웬 휴지가 이렇게 많지?”
손에 쥔 하얀 휴지 뭉치를 자세히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승호도 이젠 남자야.”
쓰레기봉투에 모두 옮겨 담아 그 자리에 놓고는 일어나 별로 볼 것도 없는 승호 방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침대로 가서 앉았다. 윤희는 아들 방 청소하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남자의 방을 훔쳐보러 들어온 여자인 것 같이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지금 뭐 생각해?’
피식 웃다간 침대 끝에 앉은 채 몸을 내리깔고 누웠다. 젖가슴이 침대바닥에 꾹 눌렸다. 좀 더 새게 몸을 눌러보며 가슴을 짓눌러오는 느낌을 받으며 두 손을 쭉 펴고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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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쓸듯 하며 코끝으로 킁킁~ 소리를 냈다.
세월을 거슬러 20년 전
어린 시절 태식의 가정은 별로 좋지 않았고, 대구 소재 K대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은 촌에 계시고 혼자 학교 근처 해바라기집 방 한칸 자취하면서.
4학년 아마 한창 단풍이 들던 계절이었으리라. 곧 졸업을 하게 될 것이고 취업을 해야 하니 준비하느라 제 딴엔 정말 바쁜 나날이었으며 한가히 캠퍼스 벤치에 앉아 계절을 얘기하며 인생을 논할 그런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중앙도서관 열람실의 오픈된 큰 직사각형 테이블형 책상에 여러 명이 앉는 곳에 끼여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봐야 할 필요한 책이 있어 도서 진열대로 가서 몇 권을 꺼내와 다시 아까 앉았던 책상으로 들고 왔다. 이것 저것 보다가 몇 권은 집에 가져가 더 봐야 할 내용이 있어 도서대출증으로 빌리고 나니 한번에 빌릴 책의 권 수를 넘겨버렸다. 이 일을 어찌해야 되나 생각하다가 옆에 앉아 공부하는 여학생이 아까부터 있었는데 옆으로 힐끗, 책 가지러 가며 오며 힐끗 보며 신경이 좀 쓰였다. 강의 중이나 도서관에서나 구내식당에서나 모르는 여학생이 옆에 있는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계속 그 여학생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는 말 거는 좋은 방법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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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신경 쓴 여자가 아니었으면 말이 쉽게 나왔을 텐데 그런 맘이 자리잡고 나니 그만 입이 얼어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공부도 안되고 손엔 땀만 나며 어수선한 맘을 정리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아~ 일어나 가버리면 안 되는데…….’
여기저기서 몇 몇 학생들이 공부하던 책을 정리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보고 더 불안해졌다.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일어나 가버릴까 싶어서. 그러나 그 여학생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고 태식은 더 망설이다가는 영영 기회를 놓친다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옆의 여학생을 쳐다보며
“저어…….”
그 여학생이 말없이 고개를 들고 옆을 쳐다 보았고 태식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애써 감추고는 못다 빌린 도서관 책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저어……. 도서대출증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내일 책 반납해 드릴게요.”
그 여학생이 태식을 쳐다보며 잠깐 말이 없자 묻지도 않았는데
“저 대출증으로도 빌렸는데 더 빌릴 책이 있어서…….”
그 여학생은 두 말 하지 않고 자기 도서대출증을 꺼내더니
“책 이리 주세요.”
“고맙습니다.”
그 여학생은 태식에게 책을 받아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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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절차를 간단히 밟고서는 다시 와서는 그 책과 기록된 도서대출증을 태식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그 여학생은 보던 책을 주섬주섬 덮고는 일어날 준비를 했고 태식도 따라 일어나야 했다. 내일 책을 반납하면 도서대출증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태식은 그 여학생을 따라 나오며
“흔쾌히 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태식이 인사하자 그 여학생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아뇨. 전 도서관 책 잘 빌리지 않아요.”
그러니 필요하면 또 빌려가라는 말로 들려 태식은
“담에도 또 필요하면 좀 더 빌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셔요.”
둘은 그런 대화를 하며 도서관을 벗어나 야외로 나왔다. 태식은 낮에는 혼자 공부하고 수강신청은 모두 야간으로 해 놨다. 야간 강의는 모두 달아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대 사이에 비는 시간을 없애는 데는 그만이었다. 도서관 나올 때가 5시 30분 정도 되었으니 6시부터 강의가 줄줄이 시작이니 저녁도 먹어야 하고 길게 그 여학생과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만 앉았다 갈까요?”
그 여학생의 제안에 태식은 정말 신이 났고 또 곧 수업에 들어 가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일단 성공했고 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만 아쉬운 것 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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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만났고 담 날 낮에 캠퍼스에서 다시 만났다. 붉은 벽돌로 유럽식으로 고풍스럽게 건축된 건물들 사이의 아름드리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사이사이 나무 밑에 깨끗하게 줄지어 있는 벤치 여기저기엔 남녀, 혹은 여자들간, 혹은 남자들간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이에 태식과 어제 그 여학생 둘이 앉아 있었다. 가끔씩 보면 무슨 영화나 연속극 촬영이 있으면 유럽으로 유학간 그 캠퍼스라며 자주 영화 촬영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었던 그런 아담하고 여성스러운 고풍이 베어 있는 교정이었다.
태식은 어제 헤어지면서 도서대출증을 보았다. 이름은 ‘조계야’ KM전문대 유아교육과 1학년이었다. 당시 KM대는 4년제와 2년제 전문대가 같이 있었다. 나이는 태식보다 1살 적었고 나이가 들어 늦게 대학에 들어왔다.
“계야 씨! 다시 만나줘서 고맙습니다.”
“호호... 언제 이름 보셨네요?”
“도서대출증을 봤어요.”
“이름 예쁘죠? 호호호…….”
“아뇨. 이름 보다 얼굴이 더 예쁜 대요?”
둘은 그렇게 하여 사귀게 되었고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태식은 계야에게 이해 못할 부분이 있었다. 태식이 계야를 좋아하듯 계야도 같이 좋아해 주면서도 항상 일정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꼈다. 그게 태식이로 하여금 안달 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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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음에 항상 불만이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자식 밖에 없어.”
그럼 나머지는 다 돈으로 된다는 말인데 아마 이 세상 작금이 그러한가 보다.
승호는 게임을 끝내고 밖에 나오니 아버지는 세면장에 씻으러 들어가고 새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갔는지 거실이 조용했다.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오락도 많이 했는지 더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책은 책상에 펴 있지만 그냥 의자에 앉아 시선은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공부할 자세가 아니었다. 승호의 가슴 한 구석엔 콩콩 뛰고 머리 속엔 아까 본 숙경의 웃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맘 속에 한 여자를 새겨놓고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슬쩍 한 번 본 것이 왜 이리 선명히 기억에 남아 더 새로워 지는지? 쇠 조각이 자석에 끌리 듯. 승호는 고개를 들어 저 쪽 벽에 걸린 둥근 시계를 쳐다봤다. 밤 12시가 지나고 어느덧 1시를 향해 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책상 머리에 앉아 조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렇게 눈앞 벽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승호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허리를 펴고 상체를 이리저리 몇 번 돌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담배 한 개피를 빼 들고 서랍 여기저기를 열어 라이터를 찾아 조용히 문을 열고 불 꺼진 거실을 통과하여 베란다로 나갔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한 밤공기에 날려보고 싶은 가 보다. 담배는 이런 기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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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 피워야 하는 것인 양 연신 연기를 빨아 대지만 담배 맛을 알고 피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승호가 가끔씩 피는 곳이 여기인지라 언젠가 모르게 새엄마가 재털이 하나를 갖다 놓은 듯 했다. 승호는 무심코 재털이에 담배 개비 몸통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재를 털어냈다. 숙경의 아련한 모습 속에 다시 새엄마의 모습이 겹쳤다. 평소 생각을 별로 안 했던 새엄마였다. 사방은 조용하고 창 밖으로는 어둠만이 뒤덮여 있지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은 야경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함을 깨고 약하게 끊어질 듯 말 듯 여자의 이상한 소리가 승호의 귓전을 간질이고 있었다.
“아…… 아흑…… 아…….”
승호의 헝클어진 머리 속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버지와 새엄마가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오늘 따라 문이 열렸나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짜증스러웠다가는 다시 귀가 곤두세워졌다.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재털이에 구겨 비벼대고는 조용히 다시 들으려 했다. 잠시 있으니 또 들렸다.
“아아윽…… 아흑…… ."
새엄마의 신음소리와 숙경의 모습이 뒤엉켰다. 바지 한복판에서 자지가 꿈틀거렸다. 승호는 조용히 베란다를 빠져 나와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약간 열린 상태로 두고 아무렇게나 바지를 벗어 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져 엎어졌다. 자기 몸을 침대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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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고 머리 속 숙경의 모습을 지우려는 듯 서 있는 자지를 배 위쪽으로 붙여 마구 비벼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더 이상 새엄마의 신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승호는 여자의 교성을 다시 듣고 싶고 아직도 하는지 궁금하여 몸을 반듯하게 등을 침대 바닥에 붙이고 천정을 쳐다보고 누워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또 들렸다. 그러나 대화는 있는지 없는지 들리지 않고 간간히 신음소리만이 약하게 열어 놓은 승호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승호는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사각 티슈를 획획 3장을 뽑아 옆에 놓고는 다시 누웠다. 앞으로 터져 나오려는 자지를 가로막는 장애물 한 겹을 벗어 던지고는 한 손으로 자지를 움켜쥐었다.
“아흥…… 아아응…….”
새엄마의 신음소리에 손놀림을 맞추고 머리 속은 숙경을 안으며 그렇게 설치다가 잠시 후 시원해지니 이젠 좀 살 것 같은가 잠이 들었다.
담 날 아침.
식구 4명은 식탁에 둘러앉아
“여보! 오늘은 내가 일찍 올테니 세영이 가정교사 함 봐야 되겠어.”
“그렇게 하셔요. 밤 10시 전까지 들어오셔요.”
“아빠! 전에 선생님 봤다 하지 않았어요?”
세영이 아빠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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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한 번 그때 아빠 사무실에서 봤어. 근데 집에서 봐야지. 우리 집 귀한 손님인데.”
“우리 세영이는 선생님 어때? 좋아?”
“응. 새엄마. 예쁘고 착하던데. 말이나 모습이 꼭 친구 같았고 언니 같았어.”
“하하하... 우리 세영이가 좋아하니 아빠는 그냥 좋구나.”
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 승호의 표정을 옆으로 보고는 윤희가 말을 시켰다.
“승호야! 넌 세영이 선생님 어떻던데?”
“몰라요. 그저 그랬......”
어제 밤 그렇게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숙경이었건만 자신의 속내를 들키기 싫어 그렇게 얼버무렸다.
“승호야! 너도 잘 지내 봐.”
“네. 아버지!"
식사가 끝나고 텅 빈 집에 혼자 남은 윤희! 집안 일 도우미를 넣어주려는 태식의 친절을 한사코 사양하며 가족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특히 승호의 마음을 사려는 윤희의 애 씀이 돋보였다. 윤희는 설겆이를 하고 집안 청소를 대충 끝내고는 조용히 커피 한 잔을 타 소파에 앉았다. 찌는 듯 더운 날이지만
“그래도 커피는 뜨거운 것이 제 맛이야!”
몸은 편하나 지금은 외로이 혼자였고 모두들 나가버리는 낮 시간은 마음 둘 곳이 없었다. 늘 대하는 것이 커피지만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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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퍼지고 코 끝을 자극하는 커피 향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그렇게 사색에 잠겼다. 잠에 빠진 듯 그렇게 있다가는 다시 일어났다. 못 다 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걸레를 들고 승호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 아무렇게 너질러 있는 홑이불을 말끔히 개어 접고 책상을 닦고, 책들을 책꽂이에 가지런히 끼우고 의자를 뒤로 꺼내 책상 밑 여기저기 바닥을 걸레로 훔쳤다. 꼬불꼬불한 털이 몇 개 나왔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나가 쓰레기비닐봉투를 하나 갖고 와서는 옮겨 담았다.
“한 여름에 감기 걸리지도 않았을텐데 웬 휴지가 이렇게 많지?”
손에 쥔 하얀 휴지 뭉치를 자세히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승호도 이젠 남자야.”
쓰레기봉투에 모두 옮겨 담아 그 자리에 놓고는 일어나 별로 볼 것도 없는 승호 방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침대로 가서 앉았다. 윤희는 아들 방 청소하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남자의 방을 훔쳐보러 들어온 여자인 것 같이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지금 뭐 생각해?’
피식 웃다간 침대 끝에 앉은 채 몸을 내리깔고 누웠다. 젖가슴이 침대바닥에 꾹 눌렸다. 좀 더 새게 몸을 눌러보며 가슴을 짓눌러오는 느낌을 받으며 두 손을 쭉 펴고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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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쓸듯 하며 코끝으로 킁킁~ 소리를 냈다.
세월을 거슬러 20년 전
어린 시절 태식의 가정은 별로 좋지 않았고, 대구 소재 K대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은 촌에 계시고 혼자 학교 근처 해바라기집 방 한칸 자취하면서.
4학년 아마 한창 단풍이 들던 계절이었으리라. 곧 졸업을 하게 될 것이고 취업을 해야 하니 준비하느라 제 딴엔 정말 바쁜 나날이었으며 한가히 캠퍼스 벤치에 앉아 계절을 얘기하며 인생을 논할 그런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중앙도서관 열람실의 오픈된 큰 직사각형 테이블형 책상에 여러 명이 앉는 곳에 끼여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봐야 할 필요한 책이 있어 도서 진열대로 가서 몇 권을 꺼내와 다시 아까 앉았던 책상으로 들고 왔다. 이것 저것 보다가 몇 권은 집에 가져가 더 봐야 할 내용이 있어 도서대출증으로 빌리고 나니 한번에 빌릴 책의 권 수를 넘겨버렸다. 이 일을 어찌해야 되나 생각하다가 옆에 앉아 공부하는 여학생이 아까부터 있었는데 옆으로 힐끗, 책 가지러 가며 오며 힐끗 보며 신경이 좀 쓰였다. 강의 중이나 도서관에서나 구내식당에서나 모르는 여학생이 옆에 있는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계속 그 여학생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는 말 거는 좋은 방법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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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신경 쓴 여자가 아니었으면 말이 쉽게 나왔을 텐데 그런 맘이 자리잡고 나니 그만 입이 얼어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공부도 안되고 손엔 땀만 나며 어수선한 맘을 정리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아~ 일어나 가버리면 안 되는데…….’
여기저기서 몇 몇 학생들이 공부하던 책을 정리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보고 더 불안해졌다.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일어나 가버릴까 싶어서. 그러나 그 여학생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고 태식은 더 망설이다가는 영영 기회를 놓친다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옆의 여학생을 쳐다보며
“저어…….”
그 여학생이 말없이 고개를 들고 옆을 쳐다 보았고 태식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애써 감추고는 못다 빌린 도서관 책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저어……. 도서대출증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내일 책 반납해 드릴게요.”
그 여학생이 태식을 쳐다보며 잠깐 말이 없자 묻지도 않았는데
“저 대출증으로도 빌렸는데 더 빌릴 책이 있어서…….”
그 여학생은 두 말 하지 않고 자기 도서대출증을 꺼내더니
“책 이리 주세요.”
“고맙습니다.”
그 여학생은 태식에게 책을 받아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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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절차를 간단히 밟고서는 다시 와서는 그 책과 기록된 도서대출증을 태식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그 여학생은 보던 책을 주섬주섬 덮고는 일어날 준비를 했고 태식도 따라 일어나야 했다. 내일 책을 반납하면 도서대출증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태식은 그 여학생을 따라 나오며
“흔쾌히 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태식이 인사하자 그 여학생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아뇨. 전 도서관 책 잘 빌리지 않아요.”
그러니 필요하면 또 빌려가라는 말로 들려 태식은
“담에도 또 필요하면 좀 더 빌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셔요.”
둘은 그런 대화를 하며 도서관을 벗어나 야외로 나왔다. 태식은 낮에는 혼자 공부하고 수강신청은 모두 야간으로 해 놨다. 야간 강의는 모두 달아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대 사이에 비는 시간을 없애는 데는 그만이었다. 도서관 나올 때가 5시 30분 정도 되었으니 6시부터 강의가 줄줄이 시작이니 저녁도 먹어야 하고 길게 그 여학생과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만 앉았다 갈까요?”
그 여학생의 제안에 태식은 정말 신이 났고 또 곧 수업에 들어 가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일단 성공했고 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만 아쉬운 것 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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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만났고 담 날 낮에 캠퍼스에서 다시 만났다. 붉은 벽돌로 유럽식으로 고풍스럽게 건축된 건물들 사이의 아름드리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사이사이 나무 밑에 깨끗하게 줄지어 있는 벤치 여기저기엔 남녀, 혹은 여자들간, 혹은 남자들간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이에 태식과 어제 그 여학생 둘이 앉아 있었다. 가끔씩 보면 무슨 영화나 연속극 촬영이 있으면 유럽으로 유학간 그 캠퍼스라며 자주 영화 촬영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었던 그런 아담하고 여성스러운 고풍이 베어 있는 교정이었다.
태식은 어제 헤어지면서 도서대출증을 보았다. 이름은 ‘조계야’ KM전문대 유아교육과 1학년이었다. 당시 KM대는 4년제와 2년제 전문대가 같이 있었다. 나이는 태식보다 1살 적었고 나이가 들어 늦게 대학에 들어왔다.
“계야 씨! 다시 만나줘서 고맙습니다.”
“호호... 언제 이름 보셨네요?”
“도서대출증을 봤어요.”
“이름 예쁘죠? 호호호…….”
“아뇨. 이름 보다 얼굴이 더 예쁜 대요?”
둘은 그렇게 하여 사귀게 되었고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태식은 계야에게 이해 못할 부분이 있었다. 태식이 계야를 좋아하듯 계야도 같이 좋아해 주면서도 항상 일정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꼈다. 그게 태식이로 하여금 안달 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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