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경의 자태를 훔쳐봤다.
“숙경양! 오늘은 이렇게 담소나 나누다 파하지. 벌써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아뇨. 세영 아버님! 할 건 해야죠. 세영이가 기다리는 듯 한데요. 맞지 세영아! 호호호.”
“선생님 가요.”
딸의 방으로 들어가는 숙경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태식의 가슴 속에서는 긴 세월 지워지는 듯 살아나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갑자기 계야 생각이 왜 나지? 지금 어디 있을까?’
혼자 속으로 생각을 곱씹으며 이미 비워지고 식어버린 커피잔을 내려다 보며 들었다 놓았다. 혼자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윤희가 보고는
“여보! 커피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냐! 됐어. 잘 밤에.”
일어나 안방으로 가서는 TV를 켜고는 침대에 덜렁 누웠다. 승호는 그 자리 그대로 앉은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지켜보던 윤희는
“승호야. 뭔 걱정 있니?”
“아뇨. 걱정은? 그런 것 없어요.”
윤희는 승호와 마주보고 앉아 모처럼 쾌활하던 승호의 얼굴을 살피니 분명 뭔가 있어 보였다. 그게 뭔지 윤희는 알길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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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야! 선생님과 같이 꼭 공부해. 이 새엄마는 승호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잘 될 거라 믿어.”
승호는 윤희의 관심과 격려가 싫지 않았고 지금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될지언정 새엄마가 방해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승호는 윤희에게 그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갔다. 보통 때 같으면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컴퓨터를 켜는데 쳐다보지도 않고는 의자에 앉아 아까 잠시 숙경과 마주 앉아 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뿌듯한 뭔가가 가슴에 와 닿다가는 이내 허전해 지고 말았다. 하얀 블라우스 속으로 비칠 듯 말 듯 했던 브래지어의 선이, 또 얘기 중 웃을 때 하얗게 드러나던 가지런한 치아의 모습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밖엔 아직 숙경의 기척이 없다. 온 정신이 거기에만 쏠려 있는 듯 했다.
잠시 후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새엄마! 선생님 가셔.”
승호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가려고 나와 거실에 서 있던 숙경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숙경은 승호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승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목례하듯 고개만 약간 숙였다. 안방에서 윤희가 나오더니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늦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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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아직 지하철 있어요.”
윤희는 지폐를 두 장 준비하여 나왔는지 승호 손에 쥐어주며
“승호야! 늦은 밤 길에 숙녀 혼자 보낼 수는 없지. 택시 타는데 까지 바래다 드려.”
순간 승호는 새엄마의 배려가 고마웠다. 이제 다시 숙경과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새엄마에게서 돈을 받아 쥐고는
“그렇게 할게요.”
“괜찮아요. 세영 어머님! 혼자 갈 수 있는데…….”
태식도 밖에 숙경이 가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일부러 나오지 않았다. 잠옷바람이기도 하거니와 조르러 나간다는 게 체면이 아니다 싶어 겨우 참고 있으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은 밤길을 걸으며 승호는 숙경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혼자 가도 되는데 괜히 수고하게 했어요.”
“아닌데요. 난 거기와 같이 걸으니 좋은데요.”
“그기? 호호호.”
승호는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아 대충 ‘거기’라고 얼버무렸는데 숙경이 웃어버리니 순간 무안하기도 하였고 또 단번에 말을 받아주고 웃어주니 좋았다.
“고 2 ? 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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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내가 누나네? 누나라 불러요. 이제 자주 볼 텐데. 고 3 이었으면 친구해 줄 수도 있었는데.”
“누나? 누나라. 뭐 그렇게 부르죠 뭐.”
“싫어요?”
“아뇨.”
“후훗~”
“나 거기 아니 누, 누나에게 공부 배우고 싶어요.”
승호는 무조건 숙경을 잡기 위해서는 같이 붙어 있을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과외 선생으로 만들어야 함을 생각하고는 용기 내어 말했다.
“그건 내일 대답해 줄게요.”
“고마워요. 누나!”
“이제 누나라 말하네? 승호라 했죠? 승호 학생 공부 열심히 하겠다면…….”
“할게요.”
승호는 ‘할게요’란 말이 쉽게 나오고 또 자신이 누구에게도 그런 적이 잘 없었는데 마음을 뺐기고 나니 유독 숙경에겐 이상하리만치 고분고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잠시 걸으니 대로변이었다. 승호는 아까 새엄마로부터 받은 돈을 숙경에게 주며
“이거로 택시비 하시죠. 자요.”
“안 받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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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요. 내 돈도 아닌데.”
돈을 내 밀고 또 선뜻 받지 않는 마치 실랑이하는 것 같은 둘의 모습이 마치 귀한 것을 서로 양보하는 듯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데이트하다 헤어지는 연인 같기도 하였다.
“그럼, 잘 받을게요. 승호 학생 들어가요. 여기서 택시 잡으면 돼요.”
“담 봐요. 누나!”
“응. 예, 낼 봐요.”
승호는 숙경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곤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숙경은 잠시 승호의 뒷모습을 보다가 웬지 낯설지 않고 호감이 가는 것 같은 자신의 마음을 이상히 여기며 택시 잡는다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는 그냥 바로 옆에 있는 지하철 출구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니 전철이 도착하고 전철 안으로 들어가 빈 자리가 많아 아무데나 앉았다. 한 참을 가다 보니 환승역인지 많은 사람들이 새로 타고 있었는데 누군가
“숙경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소혜었다.
“아니! 소혜야! 이 늦은 시간에?”
“늦긴?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아~ 나? 아르바이트 해.”
소혜는 숙경이 대학 입학하여 만난 같은 과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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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같은 동내고 성격 관심사 등등 코드가 서로 맞아 서울 올라와서 사귄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사이였다.
“소혜야! 오늘 물리 실험한 것 그 숙제 다 했어? 낼 제출해야 하는 거지?”
“응. 너 안 했니?”
“시간이 없어서.”
“낼 비는 시간 오전에 봐. 보여줄게.”
옛날엔 대학 과제물은 모두 리포트라 했다던데 요즘 대학생들은 그냥 숙제라 하는 것 같아서.
몇 역을 통과하니 내릴 역이다.
“내리자.”
“응,”
둘은 내려 잠시 같이 걷다가 서로 헤어졌다. 숙경은 혼자 걸으며 휴대폰을 들더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아직 집 아냐?”
“나? 지금 막 집에 들어가는 길이지.”
“곧 온다고? 알았어. 나도 오늘 좀 늦었어.”
정옥은 오늘 영업이 끝나고 매장 판매직원들인 친한 아줌마 몇이 모여 회식이랍시고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대패삼겹살을 시켜놓고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요새 매출이 너무 안 오르니, 오늘 반품이 많이 떨려 매출이 초상 났느니, 밑에 아르바이트가 오늘 빵구를 내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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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하러도 못 갔다느니 뭐 그런 종류의 얘기들이다. 시간은 밤 11시 반을 훌쩍 지나가는데 아줌마 네 명은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뭐가 신명 나는지 떠들고 있었다. 요새 경기도 시원찮아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이 아줌마들은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매장 판매직을 하고 있는 그렇고 그런 40대 들이다. 옛날엔 매장 판매직은 대부분 아가씨였으나 요즘은 그 아가씨들은 다 어디 갔는지 매장 판매원은 거의 아줌마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 넷 중에 한 아줌마 해숙이
“정옥 언니! 우리 2차 가자. 가요방 가서 우리 노래 하나 부르자.”
“집에 가야 되는데.”
“뭐? 집에 신랑이 기다려?”
옆에서 또 어느 아줌마가
“해숙아! 넌?”
해숙은 약간 취기가 올라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언니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아.”
“괜찮아. 그래 2차 가자.”
정옥이 남편이 없다는 것을 친구들이 모르는 바 아닌데, 그렇게 말해 버리니 실수했음이 분명하다 생각할 만도 했다. 옆에서 또 다른 아줌마가
“정옥이 넌 그래도 좋겠다. 걱정이 없어서.”
“언니! 내가 뭐 좋다고? 걱정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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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앤 떡하니 한국대 다니잖아. 우리 앤 큰 게 지금 고3인데 그 놈 쟈식은 공부를 못해서.”
“괜찮아. 언니! 공부가 다 뭔가? 제 살길 다 제가 타고나는 법이야.”
또 한 여자가
“정옥이 넌 그렇게 말 할 수 있으니 좋겠다. 너 작년에도 그렇게 말 할 수 있었니?”
해숙이 다시
“애 공부 얘기 그만하자. 어구, 머리 아파.. 2차 가자. 나가면 바로 앞에 가요방 있어.”
여기 아줌마들은 말은 서로 놓으면서 한 살이라도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동갑이거나 한 살이라도 적으면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네 명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잔을 각각 비우고는 일어나 서로 갹출하여 계산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느닷없이 해숙이
“오늘 2차는 내가 쏜다.”
모두들 좋아서
“그래? 그럼 가자.”
해숙은
“우리 아저씨 오늘 아침에 공돈 생겼다고 자랑하던데 불러낼 거야.”
해숙은 휴대폰을 걸어 남편에게 전화했다.
“그래. 우리 오늘 해숙이 신랑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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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네 명은 서로 좋아 제잘거리며 식당 바로 맞은편 지하 가요방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반주 소리에 맞춰 누구는 노래 부르고 누구는 춤춘다고 제 신명에 겨워 설치고 있는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캔 맥주 여러 개를 뽑아 들고 들어왔다. 해숙이 남편이었다.
“여보! 어서와. 빨리 왔네?”
그녀들은 잠시 반주를 끄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아~ 아가씨 네 명과 같이? 오늘 영광입니다. 하하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호쾌하게 인사하는 것이 여자들에게 호감이 갈 만 하였다. 해숙은 제 남편이 오니 신이 나서 술도 좀 취했겠다
“지금부터 가요방비 술값은 당신이 내는 거야.”
“알았어. 오늘 영광에 비하면 이 술값은 아무것도 아니지.”
잠시 음악을 죽이고 캔 맥주를 따서 서로 마시며 통성명을 하며 얘기를 나눴다. 해숙이 남편 이름은 ‘강동호’였고, 동호도 세 명의 여자 이름을 다 들었으나 건성으로 듣다가 ‘정옥’이란 이름만이 그냥 머리에 꼽혔다. 정옥 또한 동호가 풍채나 인상에서 풍기는 맛이 좋아 보였다.
“아저씨 금방 오셨는데 한 곡 하셔요.”
정옥은 분주히 일어나 노래책을 저 옆에서 가져와 동호에게 건네줬다.
“고맙습니다.”
인사하며 정옥을 쳐다봤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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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좀 취한 탓인지 훤칠한 키에 나이 보다 젊게 보이는 몸매를 얇은 블라우스가 겨우 살을 가리고 있었지만 비집고 나오려는 가슴의 둥근 윤곽선은 저절로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 곡 그럼 하겠습니다. 음치지만. 숙녀님들!”
동호는 좀 망설이는 듯 하다가는 한 곡 뽑고 네 명의 여자는 신이 나 춤을 추며 흔들었다. 잠시지만 마치 광란의 카니발 같았다. 동호의 노래가 끝나자 담 예약해 놓은 전주가 나오고 그 중 한 여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노래가 블루스 풍이어서 모두들 이리저리 힐끗힐끗 보다가는 제자리로 들어왔다.
“해숙아! 뭐해? 아저씨하고 블루스 쳐봐.”
“아이~ 언니도. 됐어. 맨날 안는 신랑인데…… .”
해숙은 제 남편 귀에다 대고는
“옆에 이 아줌마하고 함 쳐 볼래? 당신!”
“실례되는 것 아냐?”
“아냐. 괜찮아. 내가 쳐라 하면 당신이 손 붙잡고 일으켜 세워. 알았지?”
“해 봐.”
“정옥 언니! 언니! 우리 아저씨 하고 블루스 쳐봐.”
“됐어. 어떻게…….”
“괜찮아. 언닌…….”
해숙은 제 남편에게 눈치를 줬다. 그 사이 노래 1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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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간주가 나오고 있었다.
“결례가 안 된다면 한번?”
동호는 일어나 옆에 앉아 있는 정옥에게 말을 걸고는 잠시 머뭇거리는 정옥의 손을 잡아 세웠다. 정옥은 마지 못한 듯 동호의 손에 이끌려 스테이지로 나갔다. 2절 노래가 시작되고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동호는 살며시 정옥을 안았다. 남자의 넓은 가슴이 유난히도 큰 양쪽 젖 무덤을 눌러오는 감촉이 잠시지만 술을 확 깨게 만들어 정신이 돌아왔다. 정옥은 별로 헤프지도 않았고 단정히 살아온 여자인지라 나이는 40대 중반이어도 남자의 스킨십에 반응하는 정도는 20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동호도 뭉클 밀려오는 낯선 여자의 가슴 압박이 숨을 멎게 하는 것 같았다. 서로가 초면의 남자, 내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접촉의 짜릿함은 느끼며 춤이라야 좁은 가요방 공간에서 그게 그거인지라 서로 잠시 안고 있음에 잔잔한 흥분이 일어날 뿐이다.
그 잠시의 시간은 다하고 동호와 정옥의 가슴 한 구석엔 그 순간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자리를 파하고 그들은 헤어졌다. 정옥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 2시 정도 된 것 같았다. 대문 따는 소리가 들리자 숙경은 엄마를 기다리며 보던 책을 옆에 놓고는 일어나 출입문을 열면서
“엄마?”
“응. 숙경아! 엄마 오늘 좀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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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은 옷을 훌훌 벗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물 소리가 들리고 숙경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지리 위에 요 두 개를 펴고 얇은 이불 두 개를 꺼내 엄마 자리에 하나 놓고 하나는 자기가 덮고 눕었다. 그 해 구월은 유난히도 더웠다. 정옥은 알 몸으로 나와 원피스 형 잠옷을 머리에 덮어 쓰며 입고는 서랍장을 열어 팬티를 꺼내 발을 끼우면서
“오는 왜 늦었지?”
“응! 엄마. 그 집에서 저녁 먹고 공부는 좀 있다 하느라.”
“그랬어?”
“엄마! 오늘 기분 좋은 것 같은데? 뭔 좋은 일 있었어?”
“왜? 그래 보여? 있었지. 우리 따님에겐 비밀. 호호호.”
“근데, 엄마! 그 집에 고등학생 머슴애가 하나 있는데 걔 공부도 같이 시켜 달라 하던데 어쩔까 싶어.”
정옥은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거울을 들여다 보며
“그렇게 하면 숙경이 너 개인 시간 또 공부할 시간 뺏겨 어쩌지?”
“나도 엄마! 그게 걱정이야.”
“저녁 먹었다면 그 집 식구들과?”
“그 집 식구 모두 같이.”
“그 집 아버지는 어때? 사람 괜찮았어?”
“응. 엄마! 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인상도 좋았어. 아마 멋쟁이 인 것 같아. 뭐 하는지는 몰라도 돈도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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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고…….”
“그렇게 하면 공부 시간은?”
“학교 마치면 일주일에 5일은 그냥 그 집에서 살아야 되는 격이지.”
“참! 그렇게 과외 해 주면 돈은 얼마 준대?”
“매 학기 등록금 대 주고 월 백만 원.”
“그럼 한 달에 얼마야?”
“보자. 등록금은 6개월 마다 내니 500이면 그리고 월 100이면 한 달에 200 조금 안되네!”
“둘 가르치면 그 정도 해?”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되야 안 되겠어?”
“숙경아! 엄마는 하라 마라 뭐라 말을 못하겠어. 미안해서…….”
“엄마는? 무슨 소리를…….”
정옥은 숙경의 말에 돈은 탐이 났지만 딸년의 자유분방해야 할 시간을 돈으로 바꿔버리게 해야 하는 것이 모두 자기 책임인지라 그만 시무룩해졌다. 정옥은 머리를 다 말리고는 그만 말 없이 자기 자리에 눕었다. 숙경은 엄마 쪽으로 돌아누워
“엄마! 신경 쓰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깐 울 엄마 기분 좋더니 갑자기 왜 이러실까?”
“미안해. 숙경아!”
“괜찮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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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는 나란히 누워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애써 딸이 엄마를 달래 보려 했다. 숙경은 엄마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서는
“오늘은 울 엄마하고 같이 자야지.”
정옥을 안았다. 엄마의 가슴 아래 배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엄마 품에 안기 듯 파고 들었다.
“얘는.... 다 큰 게. 징그러워.”
숙경은 정옥을 꼭 껴안으니 손이 정옥의 저쪽 겨드랑이 밑에 닿았다. 손가락으로 몇 번 간질이니
“야야~ 아이 간지러워. 이러지 마. 호호호.”
정옥은 몸을 심하게 움직였다. 숙경은 엄마를 더 세게 꼭 안고는 말이 없자. 정옥도 그제야 숙경에게로 돌아 마주 보며 누워 같이 안았다. 둘은 말없이 잠시 그렇게 있는 듯 했다. 숙경은 팔을 엄마의 아랫배 쪽으로 움직여 잠옷 속으로 손을 넣어 뱃 살을 타고 가슴으로 왔다. 정옥의 크고 탐스런 가슴을 살짝 감싸며 숙경은 조용히 정옥의 귀에 입술을 대고는 나지막이
“엄마 가슴은 포동포동... 마치 아가씨 같아.”
비록 딸애의 손이지만 예민한 젖가슴이 자기 손이 아닌 다른 손이 스치자 전신이 마비되는 듯 정옥은 두 눈을 감고 말이 없었다. 숙경은 살며시 엄마의 잠옷을 허리에서 빼내 머리 위로 벗겨내고 있었다. 정옥은 어깨를 살짝 들어주며
“숙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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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경양! 오늘은 이렇게 담소나 나누다 파하지. 벌써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아뇨. 세영 아버님! 할 건 해야죠. 세영이가 기다리는 듯 한데요. 맞지 세영아! 호호호.”
“선생님 가요.”
딸의 방으로 들어가는 숙경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태식의 가슴 속에서는 긴 세월 지워지는 듯 살아나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갑자기 계야 생각이 왜 나지? 지금 어디 있을까?’
혼자 속으로 생각을 곱씹으며 이미 비워지고 식어버린 커피잔을 내려다 보며 들었다 놓았다. 혼자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윤희가 보고는
“여보! 커피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냐! 됐어. 잘 밤에.”
일어나 안방으로 가서는 TV를 켜고는 침대에 덜렁 누웠다. 승호는 그 자리 그대로 앉은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지켜보던 윤희는
“승호야. 뭔 걱정 있니?”
“아뇨. 걱정은? 그런 것 없어요.”
윤희는 승호와 마주보고 앉아 모처럼 쾌활하던 승호의 얼굴을 살피니 분명 뭔가 있어 보였다. 그게 뭔지 윤희는 알길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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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야! 선생님과 같이 꼭 공부해. 이 새엄마는 승호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잘 될 거라 믿어.”
승호는 윤희의 관심과 격려가 싫지 않았고 지금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될지언정 새엄마가 방해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승호는 윤희에게 그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갔다. 보통 때 같으면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컴퓨터를 켜는데 쳐다보지도 않고는 의자에 앉아 아까 잠시 숙경과 마주 앉아 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뿌듯한 뭔가가 가슴에 와 닿다가는 이내 허전해 지고 말았다. 하얀 블라우스 속으로 비칠 듯 말 듯 했던 브래지어의 선이, 또 얘기 중 웃을 때 하얗게 드러나던 가지런한 치아의 모습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밖엔 아직 숙경의 기척이 없다. 온 정신이 거기에만 쏠려 있는 듯 했다.
잠시 후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새엄마! 선생님 가셔.”
승호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가려고 나와 거실에 서 있던 숙경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숙경은 승호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승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목례하듯 고개만 약간 숙였다. 안방에서 윤희가 나오더니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늦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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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아직 지하철 있어요.”
윤희는 지폐를 두 장 준비하여 나왔는지 승호 손에 쥐어주며
“승호야! 늦은 밤 길에 숙녀 혼자 보낼 수는 없지. 택시 타는데 까지 바래다 드려.”
순간 승호는 새엄마의 배려가 고마웠다. 이제 다시 숙경과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새엄마에게서 돈을 받아 쥐고는
“그렇게 할게요.”
“괜찮아요. 세영 어머님! 혼자 갈 수 있는데…….”
태식도 밖에 숙경이 가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일부러 나오지 않았다. 잠옷바람이기도 하거니와 조르러 나간다는 게 체면이 아니다 싶어 겨우 참고 있으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은 밤길을 걸으며 승호는 숙경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혼자 가도 되는데 괜히 수고하게 했어요.”
“아닌데요. 난 거기와 같이 걸으니 좋은데요.”
“그기? 호호호.”
승호는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아 대충 ‘거기’라고 얼버무렸는데 숙경이 웃어버리니 순간 무안하기도 하였고 또 단번에 말을 받아주고 웃어주니 좋았다.
“고 2 ? 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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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내가 누나네? 누나라 불러요. 이제 자주 볼 텐데. 고 3 이었으면 친구해 줄 수도 있었는데.”
“누나? 누나라. 뭐 그렇게 부르죠 뭐.”
“싫어요?”
“아뇨.”
“후훗~”
“나 거기 아니 누, 누나에게 공부 배우고 싶어요.”
승호는 무조건 숙경을 잡기 위해서는 같이 붙어 있을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과외 선생으로 만들어야 함을 생각하고는 용기 내어 말했다.
“그건 내일 대답해 줄게요.”
“고마워요. 누나!”
“이제 누나라 말하네? 승호라 했죠? 승호 학생 공부 열심히 하겠다면…….”
“할게요.”
승호는 ‘할게요’란 말이 쉽게 나오고 또 자신이 누구에게도 그런 적이 잘 없었는데 마음을 뺐기고 나니 유독 숙경에겐 이상하리만치 고분고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잠시 걸으니 대로변이었다. 승호는 아까 새엄마로부터 받은 돈을 숙경에게 주며
“이거로 택시비 하시죠. 자요.”
“안 받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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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요. 내 돈도 아닌데.”
돈을 내 밀고 또 선뜻 받지 않는 마치 실랑이하는 것 같은 둘의 모습이 마치 귀한 것을 서로 양보하는 듯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데이트하다 헤어지는 연인 같기도 하였다.
“그럼, 잘 받을게요. 승호 학생 들어가요. 여기서 택시 잡으면 돼요.”
“담 봐요. 누나!”
“응. 예, 낼 봐요.”
승호는 숙경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곤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숙경은 잠시 승호의 뒷모습을 보다가 웬지 낯설지 않고 호감이 가는 것 같은 자신의 마음을 이상히 여기며 택시 잡는다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는 그냥 바로 옆에 있는 지하철 출구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니 전철이 도착하고 전철 안으로 들어가 빈 자리가 많아 아무데나 앉았다. 한 참을 가다 보니 환승역인지 많은 사람들이 새로 타고 있었는데 누군가
“숙경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소혜었다.
“아니! 소혜야! 이 늦은 시간에?”
“늦긴?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아~ 나? 아르바이트 해.”
소혜는 숙경이 대학 입학하여 만난 같은 과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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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같은 동내고 성격 관심사 등등 코드가 서로 맞아 서울 올라와서 사귄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사이였다.
“소혜야! 오늘 물리 실험한 것 그 숙제 다 했어? 낼 제출해야 하는 거지?”
“응. 너 안 했니?”
“시간이 없어서.”
“낼 비는 시간 오전에 봐. 보여줄게.”
옛날엔 대학 과제물은 모두 리포트라 했다던데 요즘 대학생들은 그냥 숙제라 하는 것 같아서.
몇 역을 통과하니 내릴 역이다.
“내리자.”
“응,”
둘은 내려 잠시 같이 걷다가 서로 헤어졌다. 숙경은 혼자 걸으며 휴대폰을 들더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아직 집 아냐?”
“나? 지금 막 집에 들어가는 길이지.”
“곧 온다고? 알았어. 나도 오늘 좀 늦었어.”
정옥은 오늘 영업이 끝나고 매장 판매직원들인 친한 아줌마 몇이 모여 회식이랍시고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대패삼겹살을 시켜놓고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요새 매출이 너무 안 오르니, 오늘 반품이 많이 떨려 매출이 초상 났느니, 밑에 아르바이트가 오늘 빵구를 내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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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하러도 못 갔다느니 뭐 그런 종류의 얘기들이다. 시간은 밤 11시 반을 훌쩍 지나가는데 아줌마 네 명은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뭐가 신명 나는지 떠들고 있었다. 요새 경기도 시원찮아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이 아줌마들은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매장 판매직을 하고 있는 그렇고 그런 40대 들이다. 옛날엔 매장 판매직은 대부분 아가씨였으나 요즘은 그 아가씨들은 다 어디 갔는지 매장 판매원은 거의 아줌마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 넷 중에 한 아줌마 해숙이
“정옥 언니! 우리 2차 가자. 가요방 가서 우리 노래 하나 부르자.”
“집에 가야 되는데.”
“뭐? 집에 신랑이 기다려?”
옆에서 또 어느 아줌마가
“해숙아! 넌?”
해숙은 약간 취기가 올라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언니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아.”
“괜찮아. 그래 2차 가자.”
정옥이 남편이 없다는 것을 친구들이 모르는 바 아닌데, 그렇게 말해 버리니 실수했음이 분명하다 생각할 만도 했다. 옆에서 또 다른 아줌마가
“정옥이 넌 그래도 좋겠다. 걱정이 없어서.”
“언니! 내가 뭐 좋다고? 걱정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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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앤 떡하니 한국대 다니잖아. 우리 앤 큰 게 지금 고3인데 그 놈 쟈식은 공부를 못해서.”
“괜찮아. 언니! 공부가 다 뭔가? 제 살길 다 제가 타고나는 법이야.”
또 한 여자가
“정옥이 넌 그렇게 말 할 수 있으니 좋겠다. 너 작년에도 그렇게 말 할 수 있었니?”
해숙이 다시
“애 공부 얘기 그만하자. 어구, 머리 아파.. 2차 가자. 나가면 바로 앞에 가요방 있어.”
여기 아줌마들은 말은 서로 놓으면서 한 살이라도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동갑이거나 한 살이라도 적으면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네 명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잔을 각각 비우고는 일어나 서로 갹출하여 계산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느닷없이 해숙이
“오늘 2차는 내가 쏜다.”
모두들 좋아서
“그래? 그럼 가자.”
해숙은
“우리 아저씨 오늘 아침에 공돈 생겼다고 자랑하던데 불러낼 거야.”
해숙은 휴대폰을 걸어 남편에게 전화했다.
“그래. 우리 오늘 해숙이 신랑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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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네 명은 서로 좋아 제잘거리며 식당 바로 맞은편 지하 가요방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반주 소리에 맞춰 누구는 노래 부르고 누구는 춤춘다고 제 신명에 겨워 설치고 있는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캔 맥주 여러 개를 뽑아 들고 들어왔다. 해숙이 남편이었다.
“여보! 어서와. 빨리 왔네?”
그녀들은 잠시 반주를 끄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아~ 아가씨 네 명과 같이? 오늘 영광입니다. 하하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호쾌하게 인사하는 것이 여자들에게 호감이 갈 만 하였다. 해숙은 제 남편이 오니 신이 나서 술도 좀 취했겠다
“지금부터 가요방비 술값은 당신이 내는 거야.”
“알았어. 오늘 영광에 비하면 이 술값은 아무것도 아니지.”
잠시 음악을 죽이고 캔 맥주를 따서 서로 마시며 통성명을 하며 얘기를 나눴다. 해숙이 남편 이름은 ‘강동호’였고, 동호도 세 명의 여자 이름을 다 들었으나 건성으로 듣다가 ‘정옥’이란 이름만이 그냥 머리에 꼽혔다. 정옥 또한 동호가 풍채나 인상에서 풍기는 맛이 좋아 보였다.
“아저씨 금방 오셨는데 한 곡 하셔요.”
정옥은 분주히 일어나 노래책을 저 옆에서 가져와 동호에게 건네줬다.
“고맙습니다.”
인사하며 정옥을 쳐다봤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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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좀 취한 탓인지 훤칠한 키에 나이 보다 젊게 보이는 몸매를 얇은 블라우스가 겨우 살을 가리고 있었지만 비집고 나오려는 가슴의 둥근 윤곽선은 저절로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 곡 그럼 하겠습니다. 음치지만. 숙녀님들!”
동호는 좀 망설이는 듯 하다가는 한 곡 뽑고 네 명의 여자는 신이 나 춤을 추며 흔들었다. 잠시지만 마치 광란의 카니발 같았다. 동호의 노래가 끝나자 담 예약해 놓은 전주가 나오고 그 중 한 여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노래가 블루스 풍이어서 모두들 이리저리 힐끗힐끗 보다가는 제자리로 들어왔다.
“해숙아! 뭐해? 아저씨하고 블루스 쳐봐.”
“아이~ 언니도. 됐어. 맨날 안는 신랑인데…… .”
해숙은 제 남편 귀에다 대고는
“옆에 이 아줌마하고 함 쳐 볼래? 당신!”
“실례되는 것 아냐?”
“아냐. 괜찮아. 내가 쳐라 하면 당신이 손 붙잡고 일으켜 세워. 알았지?”
“해 봐.”
“정옥 언니! 언니! 우리 아저씨 하고 블루스 쳐봐.”
“됐어. 어떻게…….”
“괜찮아. 언닌…….”
해숙은 제 남편에게 눈치를 줬다. 그 사이 노래 1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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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간주가 나오고 있었다.
“결례가 안 된다면 한번?”
동호는 일어나 옆에 앉아 있는 정옥에게 말을 걸고는 잠시 머뭇거리는 정옥의 손을 잡아 세웠다. 정옥은 마지 못한 듯 동호의 손에 이끌려 스테이지로 나갔다. 2절 노래가 시작되고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동호는 살며시 정옥을 안았다. 남자의 넓은 가슴이 유난히도 큰 양쪽 젖 무덤을 눌러오는 감촉이 잠시지만 술을 확 깨게 만들어 정신이 돌아왔다. 정옥은 별로 헤프지도 않았고 단정히 살아온 여자인지라 나이는 40대 중반이어도 남자의 스킨십에 반응하는 정도는 20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동호도 뭉클 밀려오는 낯선 여자의 가슴 압박이 숨을 멎게 하는 것 같았다. 서로가 초면의 남자, 내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접촉의 짜릿함은 느끼며 춤이라야 좁은 가요방 공간에서 그게 그거인지라 서로 잠시 안고 있음에 잔잔한 흥분이 일어날 뿐이다.
그 잠시의 시간은 다하고 동호와 정옥의 가슴 한 구석엔 그 순간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자리를 파하고 그들은 헤어졌다. 정옥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 2시 정도 된 것 같았다. 대문 따는 소리가 들리자 숙경은 엄마를 기다리며 보던 책을 옆에 놓고는 일어나 출입문을 열면서
“엄마?”
“응. 숙경아! 엄마 오늘 좀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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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은 옷을 훌훌 벗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물 소리가 들리고 숙경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지리 위에 요 두 개를 펴고 얇은 이불 두 개를 꺼내 엄마 자리에 하나 놓고 하나는 자기가 덮고 눕었다. 그 해 구월은 유난히도 더웠다. 정옥은 알 몸으로 나와 원피스 형 잠옷을 머리에 덮어 쓰며 입고는 서랍장을 열어 팬티를 꺼내 발을 끼우면서
“오는 왜 늦었지?”
“응! 엄마. 그 집에서 저녁 먹고 공부는 좀 있다 하느라.”
“그랬어?”
“엄마! 오늘 기분 좋은 것 같은데? 뭔 좋은 일 있었어?”
“왜? 그래 보여? 있었지. 우리 따님에겐 비밀. 호호호.”
“근데, 엄마! 그 집에 고등학생 머슴애가 하나 있는데 걔 공부도 같이 시켜 달라 하던데 어쩔까 싶어.”
정옥은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거울을 들여다 보며
“그렇게 하면 숙경이 너 개인 시간 또 공부할 시간 뺏겨 어쩌지?”
“나도 엄마! 그게 걱정이야.”
“저녁 먹었다면 그 집 식구들과?”
“그 집 식구 모두 같이.”
“그 집 아버지는 어때? 사람 괜찮았어?”
“응. 엄마! 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인상도 좋았어. 아마 멋쟁이 인 것 같아. 뭐 하는지는 몰라도 돈도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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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고…….”
“그렇게 하면 공부 시간은?”
“학교 마치면 일주일에 5일은 그냥 그 집에서 살아야 되는 격이지.”
“참! 그렇게 과외 해 주면 돈은 얼마 준대?”
“매 학기 등록금 대 주고 월 백만 원.”
“그럼 한 달에 얼마야?”
“보자. 등록금은 6개월 마다 내니 500이면 그리고 월 100이면 한 달에 200 조금 안되네!”
“둘 가르치면 그 정도 해?”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되야 안 되겠어?”
“숙경아! 엄마는 하라 마라 뭐라 말을 못하겠어. 미안해서…….”
“엄마는? 무슨 소리를…….”
정옥은 숙경의 말에 돈은 탐이 났지만 딸년의 자유분방해야 할 시간을 돈으로 바꿔버리게 해야 하는 것이 모두 자기 책임인지라 그만 시무룩해졌다. 정옥은 머리를 다 말리고는 그만 말 없이 자기 자리에 눕었다. 숙경은 엄마 쪽으로 돌아누워
“엄마! 신경 쓰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깐 울 엄마 기분 좋더니 갑자기 왜 이러실까?”
“미안해. 숙경아!”
“괜찮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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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는 나란히 누워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애써 딸이 엄마를 달래 보려 했다. 숙경은 엄마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서는
“오늘은 울 엄마하고 같이 자야지.”
정옥을 안았다. 엄마의 가슴 아래 배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엄마 품에 안기 듯 파고 들었다.
“얘는.... 다 큰 게. 징그러워.”
숙경은 정옥을 꼭 껴안으니 손이 정옥의 저쪽 겨드랑이 밑에 닿았다. 손가락으로 몇 번 간질이니
“야야~ 아이 간지러워. 이러지 마. 호호호.”
정옥은 몸을 심하게 움직였다. 숙경은 엄마를 더 세게 꼭 안고는 말이 없자. 정옥도 그제야 숙경에게로 돌아 마주 보며 누워 같이 안았다. 둘은 말없이 잠시 그렇게 있는 듯 했다. 숙경은 팔을 엄마의 아랫배 쪽으로 움직여 잠옷 속으로 손을 넣어 뱃 살을 타고 가슴으로 왔다. 정옥의 크고 탐스런 가슴을 살짝 감싸며 숙경은 조용히 정옥의 귀에 입술을 대고는 나지막이
“엄마 가슴은 포동포동... 마치 아가씨 같아.”
비록 딸애의 손이지만 예민한 젖가슴이 자기 손이 아닌 다른 손이 스치자 전신이 마비되는 듯 정옥은 두 눈을 감고 말이 없었다. 숙경은 살며시 엄마의 잠옷을 허리에서 빼내 머리 위로 벗겨내고 있었다. 정옥은 어깨를 살짝 들어주며
“숙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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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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