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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그리고 여자 - 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33 1,720회 0건
선생님 숙경의 만남을 위해 저녁거리를 만드느라 분주히 주방에서 손놀림이 바빴다. 준비가 거의 다 되었는지 물에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고는 저 쪽으로 가서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당신? 오늘 일찍 들어오시는 것 알죠?”
“아~ 그렇지. 알았어.”
다른 통화는 없이 수화기를 놓았다. 다시 세영이 방에 가더니
“세영아! 배 고프더라도 오늘은 좀 참아. 모두 같이 먹자.”
“응! 알았어. 새엄마.”
승호는 여느 때와 같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골목길로 접어들자 앞에 한 여자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승호는 오늘 학원을 마치자마자 급히 서둘러 집으로 오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숙경의 모습을 그리며 오늘은 관심있게 다시 보고 싶었고, 기회가 생긴다면 뭔가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여자에게 환심을 살려면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으며 아무리 머리를 짜 보아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바쁜 걸음으로 걸으니 앞서가던 여자를 추월하려는데 옆을 힐끗 보니 숙경이었다.
승호가 옆을 스쳐 지나다가 걸음걸이를 늦추며 쳐다보자 숙경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리다가는 시선이 마주쳤다. 숙경은 금방 승호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앞만 보며 아까보다 좀 더 빨리 걸어갔다. 승호는 뭐라 말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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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숙경과 나란히 걸으며 힐끗 다시 쳐다봤다. 교복 입은 학생이지만 숙경의 눈엔 순간 어리다고 보이지 않았다. 훤칠한 키에 모습은 이미 남자이고 어른으로 보였다. 숙경은 다시 쳐다 볼 수도 없고 그만 불안하여 앞만 보고 걷는데 승호는 용기를 내어
“저어~ 안녕하세요?”
숙경은 다시 옆으로 돌아보다가는 다시 말 없이 걷는데
“…… ?”
승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세영이 오빠…….”
숙경은 그제야 다시 쳐다보더니 안심이 되는 듯
“아~ 맞아. 세영이 오빠? 그러네요. 못 알아봐서 미안해요.”
두 사람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승호는 나란히 걷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잠시 걸으니 집 앞 대문이었다. 차고에 셔터문이 열려 있고 주차하느라 약간씩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승호와 숙경이 잠시 기다리니 태식이 나왔다.
“아버지 오셨어요?”
“응. 승호! 우리 숙경이 아가씨도 오셨구먼? 선생님!
태식은 씩 웃으며 숙경을 쳐다보며 먼저 인사를 했다. 입에 익지 않은 호칭 ‘선생님’이라고. 그 인사를 들으니 숙경도 귀에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라 겸연쩍게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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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으며
“안녕하세요? 세영 아버님! 선생님이라니 부끄러워요.”
옆에 승호가 한 마디 거들었다. 숙경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선생님 맞잖아요?”
“들어가자.”
태식은 기분이 좋았다. 마치 사랑하는 남매를 데리고 어디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마당을 통과하여 현관으로 들어섰다. 윤희가 반갑게 맞았다.
“어찌 약속이나 한 듯 같이 들어오세요? 선생님 안녕?”
“안녕하세요? 세영 어머님! 혼자 오다가 다 와서 두 분 만났어요.”
승호는 숙경의 말이 예쁘고 고마웠다. ‘두 분’이라면 자기도 포함되어 있고 ‘분’이라고 호칭해 주는, 아무 것도 아닌 그 호칭이, 의미가 담기지 않은 그 호칭이 연민의 정이 싹트는 승호의 가슴에 사소한 것이 불씨가 되어 불을 집혔다. 밖에 부산한 소리를 듣고는 세영이 제 방에서 나와
“아빠! 선생님? 오빠 모두 같이…….”
“세영이 잘 있었어?”
"네. 선생님."
숙경은 세영에게 인사하고
“집에 들어서니 맛 있는 냄새가…….”
승호의 이 한마디가 윤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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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에 관한 말은 하지 않았는데, 승호의 밝은 표정을 보며 윤희는 흡족해 하며
“여보! 우리 함께 식사해요. 모두 저녁 전이죠?”
잠시 후 윤희가 아까부터 준해 놓은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았다.
“우리 온 식구 다같이 저녁 식사하는 것이 오랜만이지?”
“첨 아닌가요?”
“새엄마가 우리 식구가 되고는 첨이죠?”
승호의 말에 윤희는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다 말고는
“고마워. 승호!‘ 새엄마’라고 불러 준 것도 첨이야.”
“승호도 이젠 다 컸는데 사리 분별 없으려고?”
“집안 분위기 참 좋아요?”
“선생님, 늘 이런 것도 아녀요. 오늘 선생님 오셨다고 선생님 환영하는 거에요.”
“호호호…… 그런가? 세영.”
“숙경 아가씨! 아니 세영이 선생님! 덕분에 오늘 우리가 즐거운가?”
“저로 인해 즐겁다면 저는 좋고요. 세영 아버님 그냥 ‘숙경’이라고 불러주셔요.”
옆에 듣고 있던 윤희가
“여보! 그냥 ‘숙경’이라 불러요. 뭐, 어때요? 딸 같은데. 괜찮죠? 숙경 씨!”
“그렇게 불러도 될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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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은 빙그레 웃으며 ‘선생님’을 강조했다.
“아이~ 부끄러워요. 놀리셔요? 세영 아버님. 말씀 낮추셔요.”
“아냐. 아냐. 놀리는 것은.”
태식은 숙경을 지난 번 사무실에서 소위 면접 겸 첨 본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웬지 첨 본 것 같지 안고 친근감이 갔다. 가슴 한 구석 태식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면서 숙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들뜨고 좋아지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윤희는 승호의 미묘하게 변해 가는 감정을 읽지 못하며 그냥 말 수가 없던 입에서 말이 나오니 그냥 좋았고, 남편 태식의 표정은 보니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여보! 당신이 왜 그렇게 오늘 기분이 좋으세요?”
“내가? 내가 뭐 어때서? 하하하……”
태식은 자신의 속내를 어린애가 뒤주에서 쌀 훔쳐먹다 엄마에게 들킨 듯 윤희에게 들켜버리고는 호탕하게 한 번 웃어버렸다.
“재채기와 얼굴에 그려지는 감정은 감출 수 없는 거에요.”
윤희에게 정곡을 찔렸다 생각하며 태식은 순간 움찔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숙경은 난생 처음 해보는 가정교사 그것도 그 집에 방문하여 식구들이 있는 곳에서 학비 조달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하는 것이라 첨에는 낯선 환경이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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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였고 집에서 마주치게 될 세영이 아버지 보는 것이 마치 며느리가 시아버지 무릎에 앉은 듯 좌불안석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음을 분위기로 파악했다.
잠시 후 그들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럼, 저는…… 세영아! 우리 공부하러 갈까?”
승호는 아직 숙경에게 아무 말도 해보지 못했다. 식구들 모두 앉아 식사하는 곳이라 특별히 숙경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도 없었을 것이고 그리고 특별히 관심 가져주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승호는 밥이 어디로 넘어 간지도 모르게 식사를 끝내자마자 다시 숙경이가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려 했다.
“오늘은 우리 서로 첨인데 얘기나 하며…… 공부는 낼 부터 하면 안 되겠니? 세영아!”
“예! 아빠.”
“그래도 될까요?”
승호는 아버지의 말이 정말 고마웠다. 보통 밥을 먹고 나면 횡하니 자기 방으로 가버리는 승호지만 오늘은 그냥 죽치고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제안이 정말 고마웠다. 윤희는 윤희대로 자신이 자신을 돌이켜봐도 의아하게 느껴지면서도 승호가 옆에 있어주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해요. 선생님. 오늘은 그냥 얘기나 하고요. 공부는 낼 부터 열심히.”
숙경은 하는 수 없이 실내에 여럿 둘러져 큼직하게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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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로 와서 앉았다. 윤희는 식탁을 대충 치우고는 커피며 음료수들을 사람 숫자에 맞게 준비해 왔다.
“우리 세영이 공부는 어째?”
“세영이 공부 참 잘 하네요. 제가 준비를 많이 해야 되겠어요. 낮에 수업이 비면 간간히 오늘 저녁 공부할 문제집 풀어봐야 되겠어요."
“하하하…… 뭐 그를려고? 겸손하긴. 그깟 중학생인데.”
“그렇지 않아요. 세영 아버님! 요새 중학생도 심화 학습 들어가면 엄청 어려워요.”
윤희가 태식과 숙경의 말에 끼어들며 승호를 한 번 쳐다보며
“호호호…… 그런가요? 그렇겠지요.”
하더니 무언가 말 하려다 마는데
“세영이 보단 우리 승호가 더 급한데 저 녀석이 공부하겠다 하면 전문 과외 교사를 붙여줄 수도 있는데. 하려 해야 말이지.”
태식의 말에 윤희가 아까 못다한 말을 했다. 세영의 과외 선생인 숙경을 초대한 자리가 자리인 만큼 공부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일 수 밖에 없었다. 윤희는 가능하면 승호의 관심을 꺼 보려 애썼다.
“선생님 우리 승호 공부도 좀 봐 주셔요. 승호야! 그럼 되겠지?”
윤희는 숙경이 한 번 승호 한 번 보며 눈치를 살폈다.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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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태식이
“그렇게 해 주면 좋고.”
“세영이 보니 공부를 참 잘 하던데, 그럼 오빠인 승호 학생도 공부 잘 할 텐데 고등학생은 힘들어서 어려워요.”
정말 힘든지 그냥 덕담으로 존 말하는지는 몰라도
“숙경양은 우리 승호 충분히 가르칠 수 있어. 승호 저 눔이 안 하려는 게 문제지.”
“아버지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는…….”
승호는 새엄마의 제안이 순간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은 듯 좋아하다가는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안 할 것이다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아버지가 못마땅했다. 승호는 나름대로는 고민도 있고 공부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대학 다니는데 유독 제 혼자만 지방으로 유학 간다는 게 자존심 상한다 생각했을 때도 있었고 그리고 근본적으로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워낙 공부를 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이제 스스로 공부하게 될 계기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있었다. 승호의 불쑥 튀어 나온 말에 윤희는 반갑다. 오늘은 이상하게 자신이 말을 꺼내면 모두 승호가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승호의 말에 더 놀란 것은 태식이다.
“좋아. 좋아. 승호도 생각이 있구먼. 숙경양! 승호도 공부시켜 줘요.”
“세영 아버님, 고등학생은 제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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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건 그렇지 않아. 숙경 학생처럼 한국대 갈려면 반에 일 이등은 했을 텐데. 승호 저 눔은 반에 15등 정도하는데 충분히 가르칠 수 있어.”
숙경은 반에서 승호가 15등 정도 한다니 세영과 견주어 보아 미끼지 않았다. 속으로 그 정도는 가르칠 수 있지 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 그 역할을 해 주면 되는 것이고.”
“오빠 그렇게 해. 선생님 참 좋고 모르시는 게 없던데 .오빠! 같이 해.”
윤희가 승호에게 다짐했다.
“승호야! 선생님만 허락하면 공부하는 게지?”
“예!”
“그렇게 해줘요. 숙경양. 일주일에 월화수목금 5일간 좀 일찍 와서 승호 2시간 세영이 2시간 돌아갈 때는 매일 택시비 드릴께.”
숙경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6개월 한 학기마다 등록금 500만원 정도되지? 그것 드리고 매월 도서비 잡비 등등으로 감사의 표시로 100만원씩 드릴께.”
“그럼 선생님 매일 보겠네. 그렇게 해 줘요. 선생님.”
세영은 보채듯 숙경을 졸랐다. 현재는 일주일에 3일 와서 가르치기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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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이 정도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나도 낼 알아보고 이 돈이 많다면 그냥 드리고, 적다면 다시 계산해야 되겠지.”
“생각해 보고요. 낼 말씀 드릴게요.”
“고마워. 숙경양 덕분에 우리 승호 존 대학 아니 서울에 있는 대학 함 보내보자. 승호 너 공부 열심히 할 수 있겠어?”
승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네. 아버지.”
‘좋았어. 우리 아들. 암 그래야지.”
숙경도 그 제안의 내용이 달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뜻 그 돈이 적절한지 많은지 가늠할 길은 없어도 최소한 고생하는 엄마의 시름을 덜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숙경도 가정교사 아르바이트 한탕 더 뛰려고 첨엔 생각해 봤으나 강남, 노원 이렇게 거리가 떨어진 곳의 제안을 받아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우선은 하나만 선택했었다. 아쉬운 건 학교 수업 마치고 자기 시간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토일 이틀은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세영아! 오늘 공부는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래도 해야지. 우리 방으로 갈까?”
“예 선생님!”
숙경과 세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식과 승호는 그만 서운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감정을 감추며 일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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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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