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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30 1,050회 0건
[6부]


태현은 하루종일 오늘 아침에 있었던 유리와의 일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아빠와 딸 사이에 키스를 한단건 역시 이상한것 같았다. 특히 요전번과 같이 자신이 무의식 상태에서 딸과 키스를 하는것과 오늘처럼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딸과 키스를 하는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태현은 유리가 아빠를 너무나 좋아해서 자신과 키스도 하고싶어 하는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아빠와 딸 사이에서 그런짓은 허용되지 않는 범위에 있는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밤에 유리가 독서실에서 돌아오면 확실히 아빠와 딸 사이의 선을 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유리는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날아 갈것같았다. 시험도 정말 잘쳤다. 아마 OMR카드에 마킹 실수만 없으면 오늘 친 시험은 모두 만점일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의 기분이 좋은것은 단지 시험을 잘쳤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공부하다말고 생각에 잠겨있던 유리의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지어졌다. 그녀의 머리속엔 지금 온통 아침에 있었던 아빠와의 키스 장면으로 가득했다. 아빠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숨결과...두툼하지만 말랑 말랑한 그 입술...생각같아선 그 입술을 한입에 베어 물어버리고 싶다.
유리는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생각해보면 아빠에게 키스를 한적은 많았지만 오늘처럼 아빠가 잠들어있지 않을때 키스를 한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오늘의 키스는 그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유리는 시계를 봤다. 9시. 아직 집에 가기엔 좀 이른시간이지만 그래도 아빠가 너무 보고싶었다. 유리는 아빠에게 지금 집으로 간다는 문자를 날리곤 서둘러 책을 챙겨 일어섰다. 오늘 아침에 그렇게 키스를 했으니 아마도 조금만 말을 잘하면 아빠와 매일 그렇게 키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유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보며 걸음을 빨리해서 독서실을 빠져나왔다. 입에서 노랫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유리는 그렇게 즐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이제 두가지 갈림길에 있는곳에 이르게 되었다.
한쪽 길은 넓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고 한쪽 길은 지름길이긴 한데 좀 음침한, 그러니까 불량배들이 나타나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런 길이었다. 유리는 보통 큰길로 다녔지만 오늘은 마음이 급했기에 설마 무슨일이야 있으랴 지름길로 향했다.
약간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이제 자신이 들어온 길 입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을때쯤 유리는 저 앞에 대충 20 초반대의 남자 5명이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유리는 겁이 덜컥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심정으로 길을 재촉했다.
유리가 그 남자들 옆을 지나치려 할때쯤.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헤에~~. 아가씨 예쁜데? 어느 학교야?"

다섯명의 남자들이 갑자기 유리를 빙 둘러쌌던것이다.

유리는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왜이러세요."
"왜긴 왜야. 아가씨가 너무 이뻐서 우리들 가슴에 불을 질렀잖아."
"그래~. 이쁜이-. 우리랑 좀 같이 놀다가~. 응?"
"사,사람을 부르겠어요!"

유리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의 그런 말에 남자들은 키득 거렸다.

"야야. 지금 이런데서 사람을 불러봐야 아무도 오는 사람따윈 없다구. 그러지 말고 우리랑 좀 노는게 어때~?"
"그래~~. 우리랑 조금만 놀다가~~."

남자들중 한명이 유리의 팔을 낚아챘다.

"꺄악!"

유리는 깜짝 놀랐고 남자들은 그런 유리의 모습이 재미있다는듯이 더욱 웃어 재끼며 두명은 유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그들중 처음으로 유리에게 말을 걸어온 남자가 유리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었다. 나머지 두명은 키들거리며 친구들이 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이야~~. 머릿결도 좋네~?"
"마,만지지마!"

유리는 남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건장한 두명의 남자의 힘을 이겨낼순 없었다. 유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던 남자는 이제 서서히 손을 가져가 유리의 가슴을 만졌다.

"와! 이년 가슴 죽인다! 감촉이 장난 아닌데?"
"싫어! 만지지마!!"

유리는 남자의 손길에 몸서리를 치며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유리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거기다 자신을 붙잡고있는 남자들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남자들은 더욱 세게 자신을 잡아왔기 때문에 더이상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진짜? 야 나도 만져보자."
"만져봐. 어때? 죽이지?"
"우와~! 장난 아닌데?"

군침을 꼴깍 꼴깍 흘리며 유리를 붙잡고 있는 두명의 남자 외에 나머지 세명은 돌아가면서 유리의 가슴을 만졌고 유리는 수치심에 죽어 버릴것 같았다.
유리는 남자들의 손길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구역질이 올라 오려는것을 느꼈다. 유리의 마음만이 아니라 그녀의 몸 자체가 아빠외의 남자에겐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것이었다.
게다가 유리는 아직 아빠에게도 만져보게 하지 않은곳을 이런 남자들에게 만져지다니 너무 억울하고 기분 나빴다.

"아빠...아빠...도와줘...아빠..."

유리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아빠를 불렀다.

"야! 바꿔! 우리도 좀 만져보게."
"아씨. 좀만더-."

남자들은 서로 유리의 가슴을 만지겠다고 티격 태격했다. 아마 이런 시간에 이런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한 탓일까, 남자들의 태도는 느긋했다. 잠시후 자신들이 당할 일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채.

"멈춰."
"......?"

그때, 어디에선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들은 주변을 둘러보았고 곧 저쪽에서 자신들에게로 성큼 성큼 걸어오는 20대 후반 정도의 사내를 발견했다.

"아빠~!!"

그 사내를 본 유리가 얼굴을 활짝 펴며 그를 불렀다. 남자들은 유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빠?"
"아빠라고?"

분명 자신들에게 걸어오는 남자는 아무리 봐도 20대로 보였기 때문에 남자들은 어리둥절 해 했다. 하지만 어쨋거나 그 사내가 이 여자의 아빠든 오빠든 남자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저 사내는 이 즐거움에 방해가 되는 훼방꾼이란 사실뿐.

"헤이. 이봐. 꼴을 보니 지나가던 사람같은데 험한꼴 당하기전에 그냥 가지?"
"그래. 어차피 우리도 폭력은 싫어해서 말이야."

남자들은 아마도 다가온 사내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고 이 여자애가 사내를 아빠라고 부른것은 단지 그녀의 임기응변일뿐이라고 생각했다. 오빠라고 불렀으면 좀더 설득력이 있었을것을... 한편 사내, 아니. 태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남자들 앞으로 다가와 선채 손을 내밀었다.

"유리야. 일루와."
"응! ...꺅!"

남자들중 한명이 태현에게로 가려는 유리를 재빨리 붙잡곤 말했다.

"어이~어이~. 그럴순 없지. 이 언니는 오늘 우리랑 선약이 벌써 되어있단 말야."

태현은 남자의 그런 말에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아인 내 딸이다. 다섯 셀동안 그 아일 놓아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하나."

태현은 천천히 숫자를 세었고 남자들은 피식거리며 태현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쪽수란 사람의 겁대가리를 상실하게 만드는가보다.

"...다섯."
"그래. 자. 이제 어쩔건데?"

태현은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을 한번 주욱 훑어보고는 유리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유리야. 거기 꼼짝 말고 가만히 서있어-."

유리는 아빠가 어떻게 할지 몰라 단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남자들은 조금만 더 있으면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콩깍지가 쓰여져 지금 자신들 주위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어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태현의 눈에서 순간 빛이 번쩍였다. 유리는 그 순간 온몸이 꼼짝 못할정도로 얼어붙는걸 느꼈다.
살기.

퍼버버벅! 퍼벅! 두둑! 두두둑! 퍼벅! 퍽! 두둑! 퍼버벅! 두두둑!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리는 아빠가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빠가 금세 다시 나타났을땐 방금전에 아빠에게 능글맞게 굴었던 남자 한명을 빼곤 나머지 남자들은 모두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유리는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아마 아빠가 저들을 때려눕혔다는 사실과 지금 자신 앞에 서있는 남자가 오줌을 지리고 있다는 사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얼굴 가득히 여유로움을 띄고 있던 남자는 두려움에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태현은 남자에게 다가가 유리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했다.

"각각 갈비뼈 세대와 손가락을 분질러 놓았다. 내 딸에게 한짓을 생각하면 죽여야 마땅하겠지만, 오늘은 딸도 있고하니 이정도에서 끝내겠다. 친구들을 데리고 꺼져라."
"예,예...예!"

남자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서둘러 친구들을 일으켯다.

"그리고. 넌 내일 이시간에 이자리로 혼자 나와라. 오늘은 친구들을 데리고 가야하니까 그냥 놔둔거지만. 너도 죄값은 치뤄야지."
"예,예?!!"

자신은 무사할줄 알았던 남자는 태현의 말에 화들짝 놀랐고 태현은 싸늘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했다.

"아니면 오늘 죄값을 치룰건가?"
"아,아닙니다! 아니에요!"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서 바닥에 뒹굴고 있던 친구들을 부축해가며 그들을 데리곤 도망쳐 버렸다.
태현은 그들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까지 보곤 천천히 유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유리야...많이 무서웠지?"
"흐윽..."

유리는 아빠의 따스한 품을 느끼자 그제서야 긴장을 풀며 이제야 자신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걸 실감 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유리는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트려버렸다.

"흐윽...흐으윽...흐아아아앙~~~~~~~~~. 아빠아~~~."

태현은 목놓아 우는 유리를 더욱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빠가 그 남자들 다 쫓아보냈어. 걱정마. 괜찮아."

한없이 부드러운 아빠의 목소리에 유리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태현은 유리를 자신의 침대에 앉혀 놓곤 토닥여주고 있었다. 유리는 이제 좀 마음이 진정되는듯이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태현에게 말했다.

"아빠. 나 너무 무서웠어...이대로 무슨짓 당하는건 아닌가하구..."
"걱정마. 앞으로도 아빠가 지켜줄테니까."

태현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유리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유리는 아빠의 그런 말에 안심이 되는듯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근데 어떻게 거길 온거야?"
"하하. 네가 문자 보낸거 보고. 문자에 유리 네가 아빠 보고싶어 죽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지름길로 올거라 생각했지."
"헤헤~~."

유리는 기분 좋은듯이 웃음지으며 태현의 입술에 뽀뽀를 쪽 했다. 그런데 그 바람에 태현은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오늘 유리에게 확실히 말해둬야 겠다고 생각한것. 태현은 유리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유리야. 아빠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얼른 가서 씻구와."
"응? 할 말? 잠시만 기다려~~."

유리는 아빠가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는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생글거리며 방을 나갔다. 태현은 유리가 씻고 올 동안 어떻게 말해야 유리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 말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유리는 금세 후다닥 씻곤 뽀송 뽀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얀 반팔티에 짧은 반바지 트레이닝복 차림. 태현은 어떤 차림을 해도 이쁜 딸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정말 유리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어떤 녀석이 유리를 데려가겠지. 태현은 왠지 가슴 한켠이 씁쓸해 오는것을 느꼈다.

"아빠~~. 할 말이 뭐야~?"

유리는 이제 아까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원래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태현은 생글거리며 자신 옆에 꼭 붙어앉는 유리를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 유리야. 아빠는 오늘 쭈욱 생각했어."
"응? 뭘?"
"...음...그게. 흐,흠. 유리가 오늘 아침에 아빠한테 키스한것에 대해서 말이야."

태현의 말에 유리의 얼굴이 환한 기쁨으로 물들었다.

"정말~?"

태현은 유리의 얼굴이 환해지는걸 보곤 그녀가 뭔가 자신의 말을 잘 못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계속 말을이었다.

"응...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역시 아빠랑 유리랑 그러는건 옳지 않은것 같아."

태현의 말에 유리의 환했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져 버렸다. 유리는 아빠가 자신과의 키스가 좋아서 오늘 내내 생각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빤 그 말이 아니었던것 같았다. 유리가 약간의 신경질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난 몇주동안 우리 아침마다 계속 키스 했잖아."
"하지만 유리야. 그건..."
"그럼 사실은 내가 아침마다 키스하는거 기분 나빴구나."
"으,응? 아냐-아냐. 기분 나쁘지 않았어. 단지..."
"단지 뭐? 내가 그렇게 키스한게 기분 나빴으면 오늘 아침에 내가 한 키스는 정말 불쾌 했겠네?"

유리는 아빠가 말 할 틈을 주지 않으며 계속 그를 몰아부쳤다.

"아냐 유리야. 불쾌하진 않았어. 하지만..."
"불쾌"하진" 않았다구? 무슨 말이야 그거? 그럼 결국 내가 키스한게 기분은 나빴단 소리잖아?"
"아냐 유리야. 우리딸이 아빠한테 키스해주는건데 기분이 나빴을리가..."
"그럼 뭐야? 왜 이런말 하는건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면서?"

태현은 쉴세없이 몰아부치는 유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유리야. 그러니까 아빠말은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데. 단지 아빠랑 아빠 딸인 유리랑 그렇게 키스하는건 옳지 않다는 말이야."
"거짓말쟁이."
"...?"

유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빠를 노려보았다.

"거짓말쟁이. 아빠 사실은 기분 나빴잖아. 그러니까 나보고 키스하지 말라는거고. 역시 나같은건 아빠한테 키스 할 자격도 없는 그런 여자였어."
"유리야. 너같은거라니. 그런말 하면 못써."
"그럼 뭐야. 난 아빠한테 키스도 거부 당하는데."

태현은 유리의 등을 쓸어주며 뭔가를 말하려했다.

"나 만지지마."

그때 유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태현은 움찔 놀라며 유리에게서 손을 뗏다. 유리가 눈망울에 이슬을 한껏 머금은채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때. 기분 좋아?"
"응?"
"나 못만지니까 기분 좋아? 아빠가 딸도 마음대로 못만지는데 그게 기분 좋아?"

뭔가 약간 어감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태현은 일단 유리의 기분을 달래는게 우선이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해주었다.

"아니. 유리가 아빠보고 유리 등도 못쓸어주게 하는데 기분이 좋을리가 있겠어."

교묘하게 질문의 요지를 바꾼 아빠의 대답에 유리는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걸 느꼈다. 사실 지금 이렇게 하는건 다 아빠랑 앞으로 키스를 하기 위한 연기였지만, 일부러 질문의 요지의 범위를 확대시켜 물은 자신의 질문에 아빠가 속아넘아가지 않는것에 유리는 화가 정말로 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애써서 마음을 추스리며 어조의 변화없이 말했다. 이대로 감정을 폭발시키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것 봐. 아빠도 나한테 마음대로 손 못대니까 기분 안 좋잖아. 무지 슬프잖아. 딸도 마음대로 못만지는건 아빠로서 너무 비참한거잖아. ...그러면 입장 바꿔 생각해봐. 아빠한테 키스도 못하는 난 얼마나 비참하겠는지..."

태현은 유리의 말에 어찌 대답 해야할지를 몰랐다. 이대로 그냥 미안하다고 말해버리면 앞으로 유리와 키스를 계속 해야할지도 몰랐고. 아니면 아빠와 딸의 키스와 아빠가 딸을 마음대로 못만지는건 다른거라고 말하자니, 그건 아빠라면 딸을 마음대로 만져도 되는거라고 말하는셈이 되어버려 그렇게 말 할 수도 없었다.
태현은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설마 유리가 이런것까지 다 생각(하고 말한 것이다.물론.)하고 말한것일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질문이 너무 교묘했다.

"대답 안 해줄거야...?"

태현은 눈물을 그렁거리며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유리를 보며 급히 속으로 자신을 자책했다. 이렇게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한 유리가 그런것까지 다 계산해가며 말했을리가 없다. 태현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유리야. 아빠는...유리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주는거 너무 기뻐. 하지만 유리야. 아빠랑 딸은 원래 키스같은거 하는게 아니야..."

태현의 조용히 타이르는 말에 유리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말했다.

"세상에 원래라는게 어딧어...그리고 누가 보는것도 아니잖아..."

태현은 눈물젖은 유리의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지는것을 느꼈다. 남자란 원래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지만 태현은 비단 유리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너무나도 사랑하는 딸이었기에 눈물을 글썽이는 유리의 모습에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리야...하지만...키스라는건 연인들 사이에서나 하는거야."

유리는 이미 그 기세가 꺽여있는 아빠의 목소리에 아빠가 이제 거의 다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리는 한층더 목소리에 눈물을 섞어 말했다.

"...키스란게 꼭 연인들 사이에서만 하는거라고 법으로 정해져 있는것두 아니잖아...나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거야...그러니까..."

물론 아빠를 남자로서 사랑하는것이지만 유리는 자신의 말의 의미를 아빠가 자신이 아빠를 아빠로서 사랑하는것이라 여기게끔 여운을 남기며 말했다.

한편 태현은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와 딸이 키스를 한다는건 너무나도 이상할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의 저런 애타는 눈길을 보니 차마 거절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런일까지 당했는데 오늘 만약에 자신이 유리의 부탁을 거절해버리면 유리의 가슴에 남는 상처가 너무 커질것 같았다.

"...하긴. 누가 보는것도 아니니까..."

태현은 단지 키스뿐이라면 허락해줘도 될것 같았다. 유리도 이렇게나 원하고, 그냥 입술을 맞대는건데 아빠랑 딸 사이라고 그게 무슨 근친상간같은 그런건 아니었다. 단지 아빠랑 딸의 사이가 너무 좋으니까... 태현은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지금이야 아직 어려서 이러지만 나중에 철이 좀 더 들면 지가 알아서 키스하는걸 관둘것이다.
태현은 생각을 정리하곤 유리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알았어. 유리가 아빠를 이렇게 좋아해줘서 그러는거니까..."
"...정말? 정말이지?"

자신의 말에 믿기 어렵다는 눈길로 되물어 오는 유리에게 태현은 아무말 없이 그저 빙그레 웃음지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하~~~!!"

유리는 금방이라도 방안을 폴짝 폴짝 뛰어다닐듯이 기쁜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딴소리하기 없기!"

태현은 유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고 도장까지 찍었다.

"아빠 사랑해~~!"
"어이쿠~. 하하."

태현은 와락 안겨오는 유리를 꼭 안아주었다. 유리는 태현의 목을 꽉 끌어안았고 태현은 유리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흐응..."

유리는 아빠가 어루만져주는 느낌에 등골을 타고 전율이 찌르르 흐르는걸 느꼈다. 벌써 밑에선 애액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유리는 한순간 그만 그 느낌에 몸을 내맡길뻔 하다가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란걸 떠올리며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한손으론 자신의 등을, 한손으론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아빠의 손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유리는 너무나도 흥분되면서도 편안한, 그래서 그냥 이대로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 느낌에 더이상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큰일 나겠다 싶어서 얼른 아빠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자신이 금세 떨어지자 아빠의 얼굴에선 왠지 섭섭한 빛이 감돌았고 유리는 그런 아빠가 사랑스러워서 미칠것만 같았다.

"...정말 너무..."

...가지고 싶어서. 그가 너무 너무 가지고 싶어서, 자신만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서 유리는 미칠것만 같았다.
유리는 천천히 입술을 가져가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아빠는 자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쥐어 주었고 유리는 따뜻하면서도 말랑 말랑한 아빠의 입술의 감촉이 가져다주는 너무나 황홀하고 달콤한 느낌을 즐겼다. 얼마나...얼마만큼이나 기다리고, 느껴보길 원했던 느낌인지 모른다. 이 느낌을 느껴보려고 몇년의 세월을 가슴앓이 했던가... 하지만 유리는 곧 자신이 더이상 아빠에게 키스를 하지 못할 상태가 되어버렸음을 느끼며 아빠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자신의 소중한 곳이 물을 너무나 많이 쏟아내어버려서 이대로 있다간 바지까지 젖어버려 아빠에게 보여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실 이 이상 (제정신으로) 키스를 하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아빠와의 키스가 너무나 기분 좋은것이어서 유리는 방금 그 짧은 시간 동안만 벌써 몇번이나 황홀경에 빠져들뻔 했었기 때문이다.
유리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머릿결을 어루만져주는 아빠를 바라보며 속에서 뭔가가 왈칵 치밀어 오르는걸 느꼇지만 그걸 꾸욱 눌러 참으며 생긋 웃었다.

"그럼 난 이제 내방으로 갈께~. 내일 시험 준비도 해야되구."
"응--. 일루와. 우리딸 한번만 더 안아보자."

태현은 빙긋 웃으며 유리를 끌어당겨 품에 꼬옥 안았다. 유리는 불시에 당한 공격(?)에 꼼짝 없이 아빠 품속에 갇혀버렸다.

"...흐윽...그만...아빠...그만 놓아줘..."

유리는 속으로 그렇게 아빠에게 애원했지만 아빠는 자신을 놓아줄 기미가 안 보였다.

"유리야...아빠가 우리 유리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으..응."

유리는 눈을 질끔 감으며 너무나 따뜻하고 기분 좋은 아빠의 품안 느낌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대로 여기서 풀어져 버리면 자신의 속마음을 아빠에게 들켜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까진 자신의 속마음을 아빠에게 들키면 안된다.

"나...도 아빠 사랑해."

약간의 떨림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였지만 태현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유리의 모습에 눈이 팔려 그걸 느끼지 못했다. 태현은 유리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고, 아빠의 품에서 풀려난 유리는 긴장된 얼굴을 생글거리는 미소로 감추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응~~. 유리도 잘자~~."

태현은 윙크를 찡긋하며 나가는 깜찍한 유리의 모습에 다시 한번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유리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난뒤. 태현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어쩌다보니 딸과 키스를 하게 되어버렸다. 왠지 이런 자신이 우스워 보였지만 그래도 태현은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 키스같은건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렇게나 사랑하는 딸이기에 나중에 다른 녀석에게 보내기가 힘들것 같았다. 방금전 태현의 한숨은 그 걱정 때문일지도.
한편, 유리는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곤 그대로 풀썩 주저 앉았다.

"휴우..."

유리는 팬티를 축축히 물들여버린 자신의 소중한 곳을 내려다보며 한숨지었다.

"...조금만 더 참지 그러니...이 바보야."

유리는 그러면서 한편으론 입가에 지어지려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드디어 그토록 숙원했던 아빠와의 키스를 할 수 있게 된것이다.

"꺄하하~!"

유리는 벌떡 일어나 침대로 몸을 던지며 발을 동동 굴렸다. 정말 너무나 기뻤다. 꿈속에서나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하지만 유리는 곧 정신을 수습하곤 팬티를 새걸로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이미 예전에 그 다음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지금은 일단 내일 시험이 중요했다.
중1때 아빠가 자신이 공부를 잘하면 기뻐한단걸 알고나서는 그때부터 단 한번도 반에서 1등을 놓쳐본적이 없다. 가끔은 전교 1등도 하긴 했지만 역시 그러려면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 했고, 곧 다가올 자신의 생일날 생일 선물을 아빠에게 부탁하려면 이번 시험 전교 1등이라는 성적표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유리에게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는 것이다. 유리는 손뼉을 한번 짝 치며 책을 펴들었다.

"남은 시간도 열심히!"

그토록 소원했던 소망을 이루었기 때문일까. 유리는 오늘따라 책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는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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