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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29 704회 0건
[9부]

츄우우...쪼오옥...쪼...옥...

"하아아...아빠...사랑해..."

어찌할바를 모르며 대책없이 유리에게 키스를 해주던 태현의 귓가에 가늘게 떨리는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태현을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 유리의 사랑한다는 말이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의미로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리가 아직 어리다보니 키스를 하다 그만 분위기에 취해버린듯 했다. 방금전 그 목소리는 아빠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누가 들어도 연인에게 속삭이는 그런 목소리였다.
태현은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뒤로 물려 유리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사실 지금 자신도 이 야릇한 분위기에 언제까지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흐응...싫어...조금만 더..."

유리는 태현이 입술을 떼어내자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술을 태현에게로 가져갔다. 그녀의 눈빛은 아빠와의 키스가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빠져버려 초점이 흐릿해져 있었다. 태현은 또다시 부드럽게 덮쳐오는 유리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끼며 급히 머리를 굴렸다. 일단은 유리를 진정시키는게 중요했다. 혹시라도 여기서 진도가 더 진행되어버린다면 나중에 유리를 마주보기 힘들것 같았다.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천천히 몸을 앞으로 일으켰다. 유리는 완전히 몸을 태현에게 내맡긴채 그의 목에 매달려 정신없이 아빠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탐하기 바빴다. 태현은 부드럽게 유리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입술을 떼어냈다. 그런데 태현의 그런 손길이 유리를 더욱 흥분시켜버릴 줄이야. 유리는 등을 쓸어내리는 아빠의 손길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걸 느끼며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당연히 태현은 손을 통해 느껴져 오는 유리의 떨림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자신이 지금 딸을 흥분 시켜버린것인가?

"하악...하아...아빠...하아..."

유리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아빠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태현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유리의 그 눈빛속에서 자신을 향한 그녀의 커다란 갈망을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일시적인 것이겠지만, 태현은 역시 저 나이대의 여자애는 분위기에 휩쓸리면 정신을 못차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태현은 한편으론 걱정이 들었다. 만약 친구들과 캠핑이라도 가서 남자애랑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아마도 그 남자 녀석은 웬 떡이냐 하고 유리에게 못된짓을 해버리겠지. 하지만 일단 그런 걱정보다는 현재의 상황 해결이 중요했다. 태현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이제 우리 등밀어주기 할까?"
"키스...조금만 더하면 안되...?"
"안되~~. 많이 했잖아. 자~. 그러니까 어서 등밀어주기 합시다~~."

태현은 일부러 쾌할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고 유리는 잠시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활짝 웃음지으며 말했다.

"응~~. 그럼~. 내가 먼저 아빠 등밀어줄께."
"고마워~."

태현은 옆에 있는 수건을 들어 자신의 중심부를 가리며 욕조 밖으로 나가 욕실 의자(목욕탕가면 있는거)에 앉았다. 유리는 아빠의 넓직한 등을 바라보며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달며 자신도 욕실 의자를 하나 끌어와 아빠 뒤에 앉았다. 그리곤 타올에 바디 샴푸를 뿌리곤 천천히 아빠의 등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시원해~?"
"응~. 하하. 우리 유리 힘좋네~~."
"피이~! 뭐야 그런말. 실례라구~."
"하하. 미안 미안~."

태현은 다시 금방 환해진 분위기에 안심하며 얼굴 가득히 다행어린 웃음을 지었다. 유리는 태현의 등을 꼼꼼히 다 밀어주고는 물을 뿌려 씻겨주었다. 태현은 빙긋 웃으며 유리에게 차례를 바꾸자고 말했다.

"자~. 이제 아빠가 유리 등밀어줄 차례..."

그때 태현은 갑자기 등에 부드러운 뭔가가 문질러져 오는 느낌에 흠짓 놀랐다.

"헤헤~~. 이건 서비스~~."

유리는 자신의 가슴에 비누 거품을 묻혀 태현의 등에 문지르기 시작했고, 태현은 그 느낌에 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한척하며 유리에게 말했다.

"하하...유리야. 서비스는 됐네요~~. 자~. 그러니까 얼른 돌아앉아~~."
"싫어~요~~. 그리구 아빠도 기분 좋지않아? 나같은 미녀가 이런 서비스 해주는데~~."

분명 여자가 알몸으로 자신의 가슴을 등에 문질러오는 느낌은 남자로선 엄청난 흥분을 느끼는 것일 것이고, 태현도 이런 서비스(?)는 처음 받아보는것이라 한편으론 야릇한 느낌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런것 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더했다. 도대체 유리가 왜 이러는걸까...? 확실히 자신들의 관계가 다른 일반적인 아빠와 딸의 관계보다 훨씬 가까운건 사실이다. 하지만...솔직히 이건 완전히 유혹아닌가...? 태현은 복잡한 심정을 억누르며 유리에게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유리야. 이제 그만해."
"싫어~~. 아빠도 기분 좋잖아~~."

아빠의 말에 유리는 이번엔 한술 더떠서 의자를 끌어다 아빠의 등에 아예 몸을 완전히 찰싹 붙여 앉아버렸다. 유리는 그리곤 뒤에서 아빠를 꼬옥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아빠...나 아빨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해..."

태현은 유리의 그런 속삭임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일단은 유리가 이렇게 아빠인 자신을 사랑해주는건 고마운데, 태현이 생각하기에 그 사랑의 표현 방법(키스라든지, 알몸으로 몸을 붙여오는것 등..)이 잘못 된것 같았다. 그래서 이러면 안된다, 딱 잘라서 훈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제 목숨보다 더 자신을 사랑한다는 딸에게 지금 그렇게 훈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태현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 자신도 뭐라 말해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아빠도 우리 유리를 아빠 목숨보다 더 사랑해."
"거짓말."
"...뭐...?"
"거짓말 하지마."

태현은 딱 잘라 말하는 유리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아무리 뭔가 말해줘야 겠다는 생각에서 입을 연거라지만 자신이 딸인 유리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만약 자신의 목숨이 열개라면 그 열개를 모두 딸을 위해 희생 할 수도 있었다. 태현은 왠지 자신의 이런 마음을 몰라주는 유리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태현은 둘다 벗고 있어서 마주보며 말 할 수 없는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거짓말 아니야 유리야. 아빤 정말 아빠 목숨보다 유리를 더 사랑해."
"...거짓말. 누군가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건 그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줄 수 있을때 하는 말이야."

태현은 유리의 말에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하하...아빠는 유리에게 아빠의 모든걸 줄 수 있어~?"
"...정말이야?"
"그럼~! 당연하지--. 아빠가 유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러면..."

태현은 갑자기 또 돈들 일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지었다. 하지만 하나뿐인 딸에게 자신이 뭔들 못사주겠는가. 유리의 부탁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줄 자신인데. 태현은 가만히 유리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유리는 뭔가를 망설이는듯이 뜸을 들이고 있었고 태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말해~~? 유리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줄테니까~."
"약속...할 수 있어?"
"당연하지~~. 말해봐~."
"......"

하지만 유리의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태현은 도대체 뭘 사달라고 할 생각이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나 궁금했지만, 재촉하지 않고 유리의 대답이 이어지길 계속 기다렸다.
잠시후. 마침내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역시 좀 더 아껴둘래. 대신~. 약속 잊지마~?"

유리의 목소리엔 가벼운 웃음이 묻어있었고, 태현도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도대체 뭐길래~. 하핫. 알았어~. 약속 안 잊을께~."
"응~. 그럼 난 이만 내 방에 갈께."
"응? 아직 아빠가 등 안 밀어줬잖아?"
"피이~. 내가 뭐 내 등밀러 들어왔나? 호호~. 그럼~. 아저씨 눈좀 돌려주세요~~.
숙녀 좀 나가게~."
"예~예~."

태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려주었고 유리는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는 욕실을 빠져나갔다.

"휴우~."

태현은 유리가 빠져나가자마자 욕조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목욕한번 힘들게 했다.
...그리고.

"...아빠를 나에게 줘."

닫혀진 문에 기대어 선 유리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태현과 유리가 타고갈 유람선은 요번 여름 자선행사로 특별히 한 이벤트 회사가 미국에서 빌려온 초호화 유람선이라 했다. 특히 유리가 예정 잡아놓은 2주후에 출발하는 홍콩행은 그 자선행사의 스타트를 끊는것이라 의미가 컸고, 자선행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중시하는 정재계 거물들도 많이 탈 예정에 있었다. 한편 여름동안 단 두번만 출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약은 이미 거의 완료되어 있었고, 태현은 예약을 하는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 그것도 이미 2,3등석은 몇주전에 이미 예약 완료되어 있었고 몇자리 남지 않은 1등석 티켓을 간신히 끊었다.
어느새 목욕 사건이 있은지도 일주일이 흘러버렸고, 유리는 아빠 품속에서 행복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아빠랑 같이 자겠다고 떼를 쓰는 도중에 아빠한테 꾸중도 들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옆에 아빠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건 그 어떠한 즐거움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유리는 조심 조심 아빠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요번 일주일 동안은 유리에게 있어서 그 어떠한 때보다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매일 매일 아빠와 키스 할 수 있고, 하루종일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행복함을 일주일 더 즐긴 뒤에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유리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아빠..."
"......"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시간이다. 유리는 조용히 다시 한번 아빠를 불렀다.

"아빠..."
"......"

아빠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른 숨만 내쉬고 있었고 유리는 그래도 혹시나 하며 아빠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변함없이 잠들어 있는 아빠. 유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끼며 아빠에게 조용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태현씨..."
"......"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없다. 유리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다시한번 아빠를 불렀다.

"태현씨..."
"......"

역시 곤히 잠에 빠져있는 아빠는 아무런 기척도 없고. 유리는 가슴이 터질듯이 두근거려옴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아빠를 그 호칭으로 부를 수 있을것 같았다. 이제껏 단 한명의 여자만이 아빠를 그렇게 불렀던, 그리고 유리가 목적으로 하는 그 위치에 있었던 그녀만이 아빠에게 사용 할 수 있었던 단어...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숨도 고르고 아무런 기척도 없다.
자고있다.
그리고...듣지 못할 것이다.
유리는 세차게 뜀박질하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났다.

"...여..."
"요녀석-."
"......!!"

유리는 번쩍 눈을 뜨는 아빠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안 자고 있었어?!"

태현은 피식 웃으며 유리의 볼을 잡고 장난스레 흔들었다.

"니가 부르는 소리에 깻어."
"자고있더니! 사실은 깨어 있었던 거야?"
"뭐~. 잠든척 하고 있었던거지. 그리고~. 아빠한테 태현씨가 뭐냐? 태현씨가."
"뭐야! 몰라! 아빠 미워!!"

유리는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는 방을 뛰쳐나가버렸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그 말을 꺼내었다면 어쩔뻔 했을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유리는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킨것 같아 너무나 속상했다. 굳이 자신의 마음을 아빠에게 보인다면 들키는것 같은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아빠와 얼굴을 마주하고 고백하고 싶었다.
유리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워 버렸다. 아직까지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방금전에 아빠가 갑자기 눈을 떴을땐 심장이 내려 앉는줄만 알았었다. 유리는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덮어버리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유리야~~. 아직 삐졌어?"

아침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 태현은 식사를 할때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던 유리를 바라보며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유리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런 아빠를 노려보았고 태현은 움찔하며 급히 말했다.

"미안해~~. 앞으론 그런 장난 안 칠께~. 응?"

유리는 아빠의 사과에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없더니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 화풀께. 대신 조건이 있어."
"응? 뭔데. 말만해~."
"...여행갈때까지 매일 아빠랑 같이 잘래."
"으,응?"

태현은 유리의 말에 움찔 놀랐고 유리는 그런 태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싫어?"
"아...아니야. 그러자. 하하. 아빠도 우리딸이랑 같이 자는게 얼마나 좋은데~?"
"정말?"
"그러엄~. 물론이지."

태현의 말에 그제야 유리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헤헤~~."

태현은 유리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혹시 또 저번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그날 밤. 태현은 유리에게 이끌려 그녀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옆구리에는 베개를 하나 낀채로.

"유리야... 정말 여기서 자야되? 그냥 아빠방에서 자자. 응?"
"싫어. 아빠도 오늘은 내방에서 잔다는데 동의 했잖아."

태현은 유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섰다. 태현은 왠지 향긋한 향기가 코를 휘감는 듯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유리의 방은 그녀의 취향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딸의 방에도 와본지 오랜만이다. 태현은 유리에게 이끌려 그녀의 침대에 앉았다.

"유리야. 근데... 침대가 좀 좁지않아? 둘이서 자기에..."
"괜찮아~. 꼭 붙어자면 되는거지."

...그리고 바로 그걸 내가 노린거고. 유리는 뒷말은 삼키며 생긋 미소지었다. 태현은 생글거리는 유리를 보며 아무리 자기딸이라지만 새삼 그녀가 무척이나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샴푸 모델로 나가도 될법하게 결좋은 긴생머리는 하지만 유리에게 있어선 그녀의 매력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머리를 쓸어넘겨보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조그만 얼굴이 나타난다. 그저 예쁘다는 표현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움... 겨우 열여덟살짜리에게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쓰긴 좀 그랬지만, 그래도 유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절벽위에 피어난 어떤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을 바라볼때처럼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게된다. 태현은 나중에 유리를 시집보낼때 속이 정말 쓰릴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빠~. 무슨생각해?"
"...으,응?"

그때 유리의 목소리가 태현을 깨웠고 태현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방금 넋을 잃은채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유리는 태현의 목을 감싸며 그에게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뭘 그렇게 멍하게 있어?"

태현은 자신의 모든 생각을 읽어낼듯이 자신의 두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리에게 애써 태연하게 웃음지으며 말했다.

"아. 하하.. 하하하. 그게말야. 나중에 너 시집보낼때 정말 속이 쓰릴것 같다고 생각했어."
"정말~?"

태현의 말에 유리는 활짝 웃었다. 아빠가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갈때 질투를 느낄것 같다고 말하니(사실 태현은 그런 의미로 말한것이 아니지만.) 너무 기뻤다. 사실 방금전이나, 아니면 가끔 아빠가 멍하게 있을땐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리는 마음같아선 아빠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 담배는 몇개나 폈는지, 오늘은 누구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몇번을 웃었는지. 아빠에 관한거라면 무엇이든지 알고 싶었다.
그런게 유리의 심정이었지만, 여하튼 방금전엔 아빠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유리는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걸 어쩔 수 없었다.

"헤헤~~. 그럼 나 결혼하지말까~~?"

유리는 생글거리며 그렇게 말했고 태현은 유리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헛. 이녀석아. 결혼은 해야지~. 결혼해서 신랑이랑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피이~. 그래두 아빠가 질투하는데 그래서야 내맘이 편하겠어~?"
"하핫. 아빠가 왜 질투를 해-?"

유리는 아빠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었다.

"...뭐? 하지만. 방금전엔 질투난다고 했잖아."
"에이~. 내가 언제-? 그냥 너 시집갈때 속이 쓰릴것 같다고 그런거지~. 너도 생각해봐. 애써서 그렇게나 예쁘게 키워놓은 딸을 다른 녀석이 훔쳐가버릴때 아빠의 심정이 어떻겠어~?"

유리의 눈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화가 났다는 소리다.

"...그래서. 질투는 안 나?"
"응...?"

태현도 유리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것을 보았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태현은 자신이 방금전에 한 말을 떠올려 보았지만 유리가 화낼만한 말을 자신은 한적이 없었다.

"대답해."
"으,응?"
"질투 안 날것 같아?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데도...?"

태현은 유리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질투같은거야 날리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딸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덩달아 행복해 질것만 같은데. 만약에 아빠된 입장으로 그 상황에서 질투를 느낀다면 주책도 그런 주책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리는 마치 자신에게서 질투가 날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싶어 하는 눈치였다.
태현은 망설였다. 질투가 날것 같다는 대답을 한다면 정말 주책스러운 아빠가 될것 같았고, 그렇다고 그렇게 대답하지 않자니 이번엔 유리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태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질투...날것 같아."
"...정말?"
"으...응. 정말. 이렇게나 예쁜 딸이 아빠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데 당연히 질투가 나야 정상이겠지--."

유리의 표정이 환해졌다. 태현은 자신을 향해 기분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웃음짓는 유리를 보며 일단 자신이 정답을 맞췄다는데 안도했다. 만약 질투가 나지 않을거란 말을 했으면 지금쯤 유리에게 엄청나게 싸늘한 눈빛을 받고 있었을지도.

"헤헤~~. 우리 주책쟁이 아빠~~."

태현은 유리가 생글거리며 자신의 볼을 잡고 장난스레 흔들자 마주 웃음지어주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신은 주책쟁이가 되어버렸다.





태현은 뭔가 촉촉하고 부드러운것이 입술위를 왔다갔다하는 느낌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옆을 더듬어보니 자다가 떨어질까봐 벽쪽에 눕게했던 유리가 어디갔는지 없었다. 입술에서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뭔가가 왔다갔다거리고, 태현은 그 느낌이 왠지 오래전에 많이 느껴봤던 어떤 느낌과 비슷해서 그게 뭘까하고 가만히 입술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집중했다. 분명 익숙한 느낌이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특히 잠에서 깨어날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고보니 아내가 살아생전엔 항상 키스로 자신을 깨워줬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핥아주며...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럴때라면 항상 자신은 아내를 꼬옥 끌어안아주며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잠깐. 그리고보니 이건..."

"......!!"

태현은 기겁할듯이 놀랐다.
이건 혀로 핥아질때의 느낌 아닌가...?! 태현은 가슴이 미칠듯이 방망이질 치는걸 느끼며 가늘게 실눈을 떴다. 가는 수면등 불빛 사이로 유리의 감겨진 눈이 보인다. 수면등의 불빛 때문일까...? 유리의 얼굴이 무척이나 붉어보였다. 태현은 가슴이 너무나 쿵쾅거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조차 없었다. 너무나 놀랐다. 유리가 지금 도대체 무슨짓을...

"하아...하아..."

그때 유리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가쁜숨을 몰아쉬며 태현을 바라보았다. 태현은 심장이 마치 귀에 달리기라도 한듯이 너무나 크게 들려오는 고동소리에 혹시나 유리도 그 소리를 들을까 조바심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거 싫어..."

그때 유리가 나직한 음성으로 태현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태현은 이대로 자신이 눈을 뜨면 유리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을까봐 어쩔 수 없이 가는 실눈만을 뜬채 유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게 싫다니...? 무슨 소릴까...? 태현은 귀를 기울였고, 유리의 속삭임은 계속 되었다.

"...아빠 몰래 이러는거...이제는 지쳐버렸어. ...지겨워. 바로 눈앞에 아빠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데...언제까지 이렇게 몰래 몰래 해야되는거야...?"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태현은 이제 머리에 심장이 달린게 아닌가 생각했다. 커다란 고동소리는 머리가 아프도록 울려온다.

"...미칠것같아..."

태현은 유리가 무슨말을 할지 겁이 덜컥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게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가지고 싶어."

...뭘? 태현은 제발 유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자신의 상식을 뛰어 넘는것이 아니길 빌었다. 유리의 속삭임은 계속 이어졌다.

"...아빠가...가지고 싶어서...미쳐버릴것 같아..."
"......!!"

태현은 순간 뭔가로 한대 얻어맞은듯이 머리가 멍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지금...
유리가 무슨 말을 한거지...? 태현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태현에게 유리는 마치 확실히 알아들으라는듯이 한번 더 말했다.

"아빠를 가지고 싶어...아빠를 내 남자로 만들고 싶어...그래서...나만 바라보게...나만 사랑하게...나만 보고 웃게...그렇게 만들고 싶어..."

태현은 서서히 덮쳐오는 유리의 입술을 느끼며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지금은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아빠에게 깊디 깊은 키스를 하고 천천히 입술을 뗀 유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반드시 널 가지고 말겠어..."

수면등 불빛 사이로 보이는 유리의 눈동자는 아빠를 향한 소름끼치는 갈망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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