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남자로서 사랑하게 된거...]
[......!!]
유리의 눈동자가 놀람과 충격으로 급격하게 커졌다. 태현은 유리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걸 보며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괜찮아...아빠 다 이해해..]
유리는 여전히 충격에 빠진 얼굴로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알고...있었어...?]
태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눈가에서 이슬 방울이 물줄기 되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아빠는...내가 제정신이..아니라고 생각하지...? 딸이 아빠를...남자로서..사랑하다니 말야...]
유리의 음성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불안감... 그동안 누려왔던 것들을 한번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유리야 아니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빠는..아빠는 미안해..유리한테 너무 미안해...]
[...무슨...말이야...?]
[그동안 몰라준거...유리가 그동안 너무 힘들어 했던걸 몰라준거...너무 미안해...]
아빠의 말에 유리는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르는걸 느꼈다.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아빠를 남자로 사랑하는데도...?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
태현은 유리의 이마에 입술을 쪼옥 맞춰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유리야...아빠는 다 이해해...다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흐흑...정말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 유리는 이런 것까지 이해해주는 아빠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이렇게 아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동안 참았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걸 느꼈다.
[흐흑...흐앙~~! 으아아앙~~!]
태현은 울음을 터트리며 와락 안겨드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유리야...괜찮아...]
태현은 유리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고 유리는 따뜻한 아빠의 품속에서 실컷 울었다. 그동안 남몰래 아빠를 사랑하면서 겪었던 고통과 서러움을 호소라도 하듯이... 그리고 그렇게 한참동안 울고 나서 유리는 충열된 눈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이제...어떻해...? 나는...나는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아무리 노력해봐도...멈출 수 없어...]
태현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며 말했다.
[유리야.. 네 나이 또래의 여자애라면 한번쯤은 아빠를 이성으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쉬---.]
태현은 뭔가 급히 말하려 하는 유리의 말을 막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유리 네가 엄마 없이 자라서 더욱 아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유리야. 아빠랑 유리는 그런 사이가 되면 안되는거.. 유리도 알고 있지?]
[...그치만...그치만 나는...]
[알아... 유리가 힘든거...하지만 유리야. 그런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하지만...]
유리는 힘없이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아빠가 아니면 안 되...아빠가 아닌 다른 어떤 남자도 이성으로서 좋아해본적 없어...그동안 다른 남자애도 일부러 사귀어 보고 했지만...겨우 며칠을 못갔어...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니까...머릿속에 온통 아빠 생각밖에 없으니까...나 정말 미칠것 같아...]
[유리야...]
태현은 유리의 하소연에 가슴이 아파오는걸 느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유리가 고개를 번쩍 치들며 불안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
[내가..이런다고 아빠 나 싫어하지 않을꺼지? 나 미워 안 할꺼지? 나 안 버릴꺼지..?]
유리의 말에 태현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유리는 아빠의 하나뿐인 딸이야. 그런 생각은 하지마.. 아빠는 이 세상에서 유리를 제일 사랑하니까...]
유리는 진심어린 아빠의 목소리에 가슴이 놓이는걸 느끼며 다시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고마워...]
태현은 말없이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리고 유리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아빠...나는...너무 욕심쟁이 인가봐...]
[......]
[...난 단지 아빠의 딸로는 만족을 못하니까...난...아빠 앞에서 딸이 아닌 여자이고 싶어...그것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진심으로... 그리고...]
[......]
[...이런 마음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
[후우....유리야...]
한숨섞인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그냥 내 남자가 되어주면 안되...? 나 아빠한테 정말 잘할 자신있어. 아침에는 항상 따뜻한 모닝 커피를 아빠한테 타다 주고...매일 저녁마다 시원하게 안마도 해줄께...아빠가 바라는건 뭐든지 해줄테니까...아빠 앞에서는 항상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줄테니까...응? 아빠...]
태현은 간절한 음성으로 사랑을 애걸해오는 유리를 바라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려왔다. 그 대답이 부정일 수밖에 없는 부탁을 해오는 딸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태현은 안타까운 눈길로 유리를 바라보고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리야...그건 안 돼...아빠와 유리는 그럴 수 없는 사이니까...]
[그러면...그러면 난 어떻해...난 어떻해...? 아빠가 그냥 이대로 날 놔두면...난...난......]
태현은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 유리보고 혼자서 그 마음을 삭히라고 하는건 너무나 잔인한 짓이다. 유리에겐 지금 자신이 필요했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좀더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유리는 자신이 지금 그토록이나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아빠에의 사랑이 얼마나 철없던 것인가 깨닫게 될것이고, 태현은 그때가 되면 유리가 알아서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태현은 어차피 지금 현재 유리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그냥 그때가 될때까지 유리의 철부지 사랑을 받아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대로 자신이 유리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유리가 어떻게 삐뚤어질지 겁이났고, 또 그랬기에 태현에게는 이것이 아빠로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유리야.]
태현의 따뜻한 음성이 유리의 떨리는 눈동자를 진정시켰다. 태현은 천천히 유리의 머리를 보듬으며 말했다.
[..유리 말대로 해줄께...대신.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이야. 알았지...?]
[...정말...?]
아빠의 말에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아빠가 내 연인이 돼주는거야...?]
태현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꼭 명심해?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 인거...]
[응-!!]
아빠의 말에 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란건 기한 없는 약속일 뿐이다. 유리는 하늘을 날아갈듯이 기뻤다.
[하지만-.]
[응..? 하지만 뭐...?]
[아빠가 말하는게 어느 선까지인지 유리도 알지?]
...섹스는 안 된다...
유리는 아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고 그런 아빠의 말에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아빠와 연인이 된것 만으로도 자신은 너무나 행복했고, 이 이상 뭔가를 더 원하면 그나마 얻은것도 잃을까 겁이났기 때문이다. 유리는 방긋 웃음지으며 말했다.
[응-. 알아. 그것보다 약속해줘.]
[응?]
[말 바꾸기 없기. 아빠가 내 연인이 되기로 한거.]
태현은 깜찍하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유리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빠가 딸의 연인이 된다니... 하지만 태현은 겉으론 부드럽게 미소지어주며 유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알았어. 약속.]
두 사람은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었다. 유리는 활짝 웃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 사랑해~~.]
[아빠두 우리 유리 사랑해~.]
유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에게 입술을 맞췄고 태현 역시 부드럽게 웃으며 딸에게 감미로운 키스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유리의 입술의 감촉이 달짝지근하게 자신의 입술 전체로 퍼져나가는걸 느끼며 태현은 왠지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태현은 자신이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고, 또 유리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하늘에 있는 아내도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다. 한편, 이때까지도 태현은 유리 걱정만 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이 너무도 아름다운 딸의 육체가 가져다주는 유혹을 이겨내어야 한다는 사실을.
노란색 투명한 액체가 입안 가득히 차가움을 전해주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입술에 서늘한 촉감을 전해주는 얼음은 이제 그 크기가 반쯤 줄어있었고, 태현은 독한 알코올이 가져다 주는 몽롱함에 취해 천천히 식탁위에 머리를 박았다. 불과 몇시간 전에 일어났던 그 일이 지금 태현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빠인 자신이 딸인 유리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니. 단순히 그것이 딸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태현은 가슴에 죄책감이 드는걸 어쩔 수 없었다. 아내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태현은 사진속에서 웃고만 있는 아내의 미소를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손가락질 받는건 괜찮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건 싫었다.
[후우...]
태현은 식탁위의 서늘한 유리(琉璃)에 얼굴을 붙이며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려온다. 연인이 되어주기로 하고 나서 태현은 유리가 갑자기 많은것을 요구해올줄 알았다. 하지만 유리는 단지 키스 한번과 팔베개를 원했을 뿐이었다. 역시 딸은 단지 자신에게 여자로서 인정을 받고싶었던것 뿐이었을까. 태현은 유리가 쾌락보다는 단지 자신의 사랑을 원했을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일까. 태현은 너무나 순수하고 예뻐보이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었다.
꼴깍...꼴깍...
다시 차갑지만 뜨거운 알코올이 물처럼 넘어가고... 태현은 천천히 식탁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취기가 올라오는걸까...아니면 늦은 밤이 가져다 주는 졸음일까. ...피곤했다.
[남자로서 사랑하게 된거...]
[......!!]
유리의 눈동자가 놀람과 충격으로 급격하게 커졌다. 태현은 유리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걸 보며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괜찮아...아빠 다 이해해..]
유리는 여전히 충격에 빠진 얼굴로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알고...있었어...?]
태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눈가에서 이슬 방울이 물줄기 되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아빠는...내가 제정신이..아니라고 생각하지...? 딸이 아빠를...남자로서..사랑하다니 말야...]
유리의 음성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불안감... 그동안 누려왔던 것들을 한번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유리야 아니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빠는..아빠는 미안해..유리한테 너무 미안해...]
[...무슨...말이야...?]
[그동안 몰라준거...유리가 그동안 너무 힘들어 했던걸 몰라준거...너무 미안해...]
아빠의 말에 유리는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르는걸 느꼈다.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아빠를 남자로 사랑하는데도...?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
태현은 유리의 이마에 입술을 쪼옥 맞춰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유리야...아빠는 다 이해해...다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흐흑...정말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 유리는 이런 것까지 이해해주는 아빠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이렇게 아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동안 참았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걸 느꼈다.
[흐흑...흐앙~~! 으아아앙~~!]
태현은 울음을 터트리며 와락 안겨드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유리야...괜찮아...]
태현은 유리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고 유리는 따뜻한 아빠의 품속에서 실컷 울었다. 그동안 남몰래 아빠를 사랑하면서 겪었던 고통과 서러움을 호소라도 하듯이... 그리고 그렇게 한참동안 울고 나서 유리는 충열된 눈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이제...어떻해...? 나는...나는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아무리 노력해봐도...멈출 수 없어...]
태현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며 말했다.
[유리야.. 네 나이 또래의 여자애라면 한번쯤은 아빠를 이성으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쉬---.]
태현은 뭔가 급히 말하려 하는 유리의 말을 막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유리 네가 엄마 없이 자라서 더욱 아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유리야. 아빠랑 유리는 그런 사이가 되면 안되는거.. 유리도 알고 있지?]
[...그치만...그치만 나는...]
[알아... 유리가 힘든거...하지만 유리야. 그런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하지만...]
유리는 힘없이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아빠가 아니면 안 되...아빠가 아닌 다른 어떤 남자도 이성으로서 좋아해본적 없어...그동안 다른 남자애도 일부러 사귀어 보고 했지만...겨우 며칠을 못갔어...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니까...머릿속에 온통 아빠 생각밖에 없으니까...나 정말 미칠것 같아...]
[유리야...]
태현은 유리의 하소연에 가슴이 아파오는걸 느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유리가 고개를 번쩍 치들며 불안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
[내가..이런다고 아빠 나 싫어하지 않을꺼지? 나 미워 안 할꺼지? 나 안 버릴꺼지..?]
유리의 말에 태현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유리는 아빠의 하나뿐인 딸이야. 그런 생각은 하지마.. 아빠는 이 세상에서 유리를 제일 사랑하니까...]
유리는 진심어린 아빠의 목소리에 가슴이 놓이는걸 느끼며 다시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고마워...]
태현은 말없이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리고 유리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아빠...나는...너무 욕심쟁이 인가봐...]
[......]
[...난 단지 아빠의 딸로는 만족을 못하니까...난...아빠 앞에서 딸이 아닌 여자이고 싶어...그것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진심으로... 그리고...]
[......]
[...이런 마음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
[후우....유리야...]
한숨섞인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그냥 내 남자가 되어주면 안되...? 나 아빠한테 정말 잘할 자신있어. 아침에는 항상 따뜻한 모닝 커피를 아빠한테 타다 주고...매일 저녁마다 시원하게 안마도 해줄께...아빠가 바라는건 뭐든지 해줄테니까...아빠 앞에서는 항상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줄테니까...응? 아빠...]
태현은 간절한 음성으로 사랑을 애걸해오는 유리를 바라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려왔다. 그 대답이 부정일 수밖에 없는 부탁을 해오는 딸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태현은 안타까운 눈길로 유리를 바라보고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리야...그건 안 돼...아빠와 유리는 그럴 수 없는 사이니까...]
[그러면...그러면 난 어떻해...난 어떻해...? 아빠가 그냥 이대로 날 놔두면...난...난......]
태현은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 유리보고 혼자서 그 마음을 삭히라고 하는건 너무나 잔인한 짓이다. 유리에겐 지금 자신이 필요했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좀더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유리는 자신이 지금 그토록이나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아빠에의 사랑이 얼마나 철없던 것인가 깨닫게 될것이고, 태현은 그때가 되면 유리가 알아서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태현은 어차피 지금 현재 유리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그냥 그때가 될때까지 유리의 철부지 사랑을 받아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대로 자신이 유리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유리가 어떻게 삐뚤어질지 겁이났고, 또 그랬기에 태현에게는 이것이 아빠로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유리야.]
태현의 따뜻한 음성이 유리의 떨리는 눈동자를 진정시켰다. 태현은 천천히 유리의 머리를 보듬으며 말했다.
[..유리 말대로 해줄께...대신.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이야. 알았지...?]
[...정말...?]
아빠의 말에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아빠가 내 연인이 돼주는거야...?]
태현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꼭 명심해?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 인거...]
[응-!!]
아빠의 말에 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란건 기한 없는 약속일 뿐이다. 유리는 하늘을 날아갈듯이 기뻤다.
[하지만-.]
[응..? 하지만 뭐...?]
[아빠가 말하는게 어느 선까지인지 유리도 알지?]
...섹스는 안 된다...
유리는 아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고 그런 아빠의 말에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아빠와 연인이 된것 만으로도 자신은 너무나 행복했고, 이 이상 뭔가를 더 원하면 그나마 얻은것도 잃을까 겁이났기 때문이다. 유리는 방긋 웃음지으며 말했다.
[응-. 알아. 그것보다 약속해줘.]
[응?]
[말 바꾸기 없기. 아빠가 내 연인이 되기로 한거.]
태현은 깜찍하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유리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빠가 딸의 연인이 된다니... 하지만 태현은 겉으론 부드럽게 미소지어주며 유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알았어. 약속.]
두 사람은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었다. 유리는 활짝 웃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 사랑해~~.]
[아빠두 우리 유리 사랑해~.]
유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에게 입술을 맞췄고 태현 역시 부드럽게 웃으며 딸에게 감미로운 키스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유리의 입술의 감촉이 달짝지근하게 자신의 입술 전체로 퍼져나가는걸 느끼며 태현은 왠지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태현은 자신이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고, 또 유리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하늘에 있는 아내도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다. 한편, 이때까지도 태현은 유리 걱정만 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이 너무도 아름다운 딸의 육체가 가져다주는 유혹을 이겨내어야 한다는 사실을.
노란색 투명한 액체가 입안 가득히 차가움을 전해주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입술에 서늘한 촉감을 전해주는 얼음은 이제 그 크기가 반쯤 줄어있었고, 태현은 독한 알코올이 가져다 주는 몽롱함에 취해 천천히 식탁위에 머리를 박았다. 불과 몇시간 전에 일어났던 그 일이 지금 태현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빠인 자신이 딸인 유리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니. 단순히 그것이 딸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태현은 가슴에 죄책감이 드는걸 어쩔 수 없었다. 아내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태현은 사진속에서 웃고만 있는 아내의 미소를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손가락질 받는건 괜찮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건 싫었다.
[후우...]
태현은 식탁위의 서늘한 유리(琉璃)에 얼굴을 붙이며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려온다. 연인이 되어주기로 하고 나서 태현은 유리가 갑자기 많은것을 요구해올줄 알았다. 하지만 유리는 단지 키스 한번과 팔베개를 원했을 뿐이었다. 역시 딸은 단지 자신에게 여자로서 인정을 받고싶었던것 뿐이었을까. 태현은 유리가 쾌락보다는 단지 자신의 사랑을 원했을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일까. 태현은 너무나 순수하고 예뻐보이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었다.
꼴깍...꼴깍...
다시 차갑지만 뜨거운 알코올이 물처럼 넘어가고... 태현은 천천히 식탁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취기가 올라오는걸까...아니면 늦은 밤이 가져다 주는 졸음일까.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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