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육체의 시계 시즌 TWO 1편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제 5월 초순인데 반갑지도 않은 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다. 뒷산인 야산으로 새벽
운동은 남편은 손등으로 땀방울을 훔치며 안방 문부터 열고 들어갔다.
나는 언제나 시아버지 침대 아래쪽부터 펼쳐진 남편의 이불자리는 말끔하게 치웠다.
건강하시던 시아버지는 3년전 중풍으로 쓰러진 다음부터 남편은 언제나 시아버지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 이십이년간을 같이 살면서 남편은 시내에서 알아주는 효자였다.
시청과 도청에서 효자상을 준다고 했지만, 그때마다 자식의 도리를 한 것 뿐이다면 그걸
물리치고 했다.하지만 나는 남편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들에게는
효자라 칭송을 했지만. 사실상 남편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자신의 신분상승에 이용한다는
것을..
“벌써 땀이 배어요? 아직은 그렇게 덥지 않은데..”
“아니..아직은…”
“……”
손을 빼내고 등을 돌리던 남편은 어쩡쩡한 나의 표정에 피식 혼자웃음을 짓고 말앗다.
5년간 과부아닌 과부로 살아가는 나에 대한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애들은?”
“성현이는 도장갔고..혜주는 MT 같잖아요....”
“녀석..그래도 할아버지 고희 시덴..
“어쩌겠어요..그렇단고 빠지면 안돼죠..”
“하긴….”
수건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꾸만 삶이 시들해져 갔다.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차리려고 애쓰는 게 무의미하고 귀찮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젊어을때는 애들을 키우느니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내 커버린 애들은 이제 내손이 필요
하지 않을 만큼 든든하게 켜져가고 있었다.
엄마의 맘이야 언제까지나 내 치마속에서 품고 싶었지만, 이미 머리가 커버린 애들에게 이제는
내가 필요없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렇다고 애들이 엄마인 나를 무시하는 것
은 아니었다. 옛날보다 내가 손이 덜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남편에게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청춘의 치기처럼 짜릿한 그 무엇을 느껴지도 않았고, 변화도
없는 무료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수 없었다.
“성현이는 중간고사는 잘 봤데..?”
“네..자알....봤데요…”
남편이라는 사람, 만나서 작심해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영원히 남인 사람. 결혼전에는 불같이
뜨겁게 사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 점점 익숙해지면서는 편안함이 자리를 잡아갔다.
단순히 생활에서의 편안함이 이제는 지겨워지는 시절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긴..그놈이 고집도 있고..끈기도 있으니..”
아들인 성현이는 이제 고2이가 되었지만, 남들처럼 겪는 사춘기도 조용히 넘어가고 있었가고 있었다.
아들의 승부근성은 남달랐다. 하나의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공부면..공부..운동이면 운동..뭐하나 빠지지 않은 요즘 말로 [엄친아]였다.
..”
남편은 자식들에게는 무심한 것 같지만, 나를 통해서 자식들이 자라나가는 것을 지켜보곤 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남매끼리 티격태격하고 자랐지만, 그러면서도 남매간의 사랑을 익히고 했었다.
굳히 말하지 않았지만, 작게나마 내 자신을 지켜보며 스스로 깨우쳐 배워가기를 바랬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커가면서도 사람다워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아이들의 사랑의 마음이 제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도 엄마의 도리였기 때문이다.
“오늘 아버지 고희이신데..인숙이는 언제온데..”
“참..당신도..아무리 동생이라도 인숙이가..뭐예요..”
“아참..정호네는..”
“오후 3시쯤에나 오겠죠..
…
와~ 우리 아버지 한복이 훨씬 기품 있으시네..”
시누이가 손뻑을 치며 탄성했다. 고희을 맞는 시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상도 간소하게나마
차릴려고 반찬거리를 사왔다. 일가친척들을 대접할 음식들을 차리면서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에게는 위로는 형과 여동생이 하나씩 있었다. 형인 시아주버니는 다리가 불편해서 오지 못하고,
나보다 여섯살 어린 시누이가 와 있었다.
시누이는 친구와 같은 막연한 사이였다. 한창 여고졸업을 마치고 제법 성숙한 상태였고,
시아버지가 아프기 전에도 이웃에 살며 정을 쌓아가며 살았다.
아버님이 쓰러진 후에도 별 스스럼 없고 편안해준는 지기 같은 사이였다.
시누이의 남편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지내고 있었다. 소위 “잘나간다”는 삶의 모습이었지만,
그런 내색을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형편이 닿는대로 내옆을 지켜주던 든든한
지기였다.
시누이의 그런 고집이나 위세도 부리지도 않았고, 우정의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느끼고 했었다.
이제까지는 남편을 위해 태어났다고, 그저 숨을 쉬며 살아왔다. 현실이 기약할 수 없는
시아버지의 완쾌만을 바라보는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참으로 갑갑한 날들이었다. 언제나 그런 남편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에 치열하고
절박하게 살아왔다. 그저 한숨이 잦아들이며 이내 최소한 그런 남편의 모습보다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삶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떡하니..우리 아버지..
주방으로 들어오는 밝은 시누이의 모습이었다. 얼핏 보면 자신감을 내비치는 그 모습이
가끔은 지나친 자만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알고 있었다.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 남부러울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시누이였다.
스스로 능력도 그랬지만 성격 또한 호탕하고 쾌활했다. 내가 모르는 아프면도 있겠지만
그런 내색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크림색 투피스 차림이 고혹적이다.
시누이는 90년대 한국평균여성보다 173센티미터 큰 키였다.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다리의 선은 30대중반여성라고 보기에도 젊은 20대중반의 미끈하게
잘 빠진 다리선과 발목이 가늘어서 날렵했다.
용모는 펑범하지만 적당한 콧날 밑으로 눈이 맑았고, 적당한 크키의 입술이 다소곳한게
상류층여자의 기품이 있었다.
“그나저나..성현이는 잘 있죠?”
“응..그럼…아마..아가씨 오기전에..학교 마치고 돌아왔을거에요?”
“그래요..이 놈..얼마나 커는지 볼러갈까..?”
갈비를 재우면서 내 삶을 돌이켜보고 한다. 혜주를 비롯한 둘 아이는 큰 탈 없이 자라고
있었다. 아들은 성현이는 여전히 깐깐한 성격에 고집스러운 면이 강했다.
그래서 인지 두어 군데인가 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 학교에서 상위의 성적을 유지하고 ?었지만.
그런 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면 고장난 기차처럼 삐둘어지 마련이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사랑을 주고 자란 아들이 만큼 그만큼 사랑을 베풀고 나눌 줄도 알게 되는
사람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 마음을 쓰지는 않았다.
딸인 혜주는 있는지 없는지 흔적도 없이 조용히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맏이라서 그런지
제 할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편인지라 내손이 별반 가지 않았다.
한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요리를 할쯤에 시아버지의 죽을 만들 전복을 안사왔다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들어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시장을 갔다오면 뜸을 들어놓고 있는 갈비가
너무 익어 흐물흐물해질 것 같아 누가 지켜봐줘야 한다. 어쩔수 젖은 손을 앞치마를 닦으며
시누이에게 불 좀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아들이 있는 3층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아흐응..그렇치..성현아..그렇게 하는거야..아..”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계단으로 올라가는 나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떨려오고 있엇다.
그건 남녀간의 육체행위를 할 때 내는 여자의 가뿐 숨소리였다.
3층 아들의 옥탑방의 창문사이로 나오는 소리는 고모와 조카간의 있어서는 안될 소리였다.
떨리는 발걸음을 죽여가며 아들의 방문앞에 있는 창문가로 다가갔다.
“고모..엄마가 올라오면 어떡하지..”
“괜찮아..너희엄마 음식 만들느라..정신없을거야..빨리..빨리..성현아..나..미치겠어..”
“후후..우리 고모..그동안 내자지 맛 못봐서 어떻해 지냈어..우리고모보지....”
“아으윽…그래…..”
“우욱…”
한손으로 내입을 틀어막았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아들의 창문가에 밑으로 숨었다.
제어할 수 없는 고통이 짐승의 포효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옥탑방 바닥에 허물어지듯이
주저 않았다.
마치 완전한 어둠속에서 메아리쳐 울리는 건 시누이에 대한 배신감과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들의
비뚤어짐에 늘 걱정했던 내 인생의 설움이었다.
어쩌자고 이제까지 느꼈왔던 시누이의 행동을 단순히 조카에 대한 애정으로 봤았던 나의 불찰이었다.
하지만 더욱 내 맘을 아프게 한건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나의 사랑이 이제까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고 생각하자 뼈시린 외로움이 묻어났다.
내 청춘의 세월과 고스란히 함께했던 아들에게 바친 시간. 그건 내인생이 붕괴되는 외침이었다.
태어나 눈을 뜨면서부터 줄곧 보고 내 손으로 키우며 외면만의 사랑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순수한 모자간의 사랑의 마음이 찢밟아져가고 있었다.
오직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며 아들을 키워왔는데..그런 아들을 고모라는 사람이..
아무리 커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고 철없는 고등학생을 ….
이제 5월 초순인데 반갑지도 않은 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다. 뒷산인 야산으로 새벽
운동은 남편은 손등으로 땀방울을 훔치며 안방 문부터 열고 들어갔다.
나는 언제나 시아버지 침대 아래쪽부터 펼쳐진 남편의 이불자리는 말끔하게 치웠다.
건강하시던 시아버지는 3년전 중풍으로 쓰러진 다음부터 남편은 언제나 시아버지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 이십이년간을 같이 살면서 남편은 시내에서 알아주는 효자였다.
시청과 도청에서 효자상을 준다고 했지만, 그때마다 자식의 도리를 한 것 뿐이다면 그걸
물리치고 했다.하지만 나는 남편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들에게는
효자라 칭송을 했지만. 사실상 남편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자신의 신분상승에 이용한다는
것을..
“벌써 땀이 배어요? 아직은 그렇게 덥지 않은데..”
“아니..아직은…”
“……”
손을 빼내고 등을 돌리던 남편은 어쩡쩡한 나의 표정에 피식 혼자웃음을 짓고 말앗다.
5년간 과부아닌 과부로 살아가는 나에 대한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애들은?”
“성현이는 도장갔고..혜주는 MT 같잖아요....”
“녀석..그래도 할아버지 고희 시덴..
“어쩌겠어요..그렇단고 빠지면 안돼죠..”
“하긴….”
수건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꾸만 삶이 시들해져 갔다.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차리려고 애쓰는 게 무의미하고 귀찮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젊어을때는 애들을 키우느니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내 커버린 애들은 이제 내손이 필요
하지 않을 만큼 든든하게 켜져가고 있었다.
엄마의 맘이야 언제까지나 내 치마속에서 품고 싶었지만, 이미 머리가 커버린 애들에게 이제는
내가 필요없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렇다고 애들이 엄마인 나를 무시하는 것
은 아니었다. 옛날보다 내가 손이 덜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남편에게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청춘의 치기처럼 짜릿한 그 무엇을 느껴지도 않았고, 변화도
없는 무료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수 없었다.
“성현이는 중간고사는 잘 봤데..?”
“네..자알....봤데요…”
남편이라는 사람, 만나서 작심해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영원히 남인 사람. 결혼전에는 불같이
뜨겁게 사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 점점 익숙해지면서는 편안함이 자리를 잡아갔다.
단순히 생활에서의 편안함이 이제는 지겨워지는 시절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긴..그놈이 고집도 있고..끈기도 있으니..”
아들인 성현이는 이제 고2이가 되었지만, 남들처럼 겪는 사춘기도 조용히 넘어가고 있었가고 있었다.
아들의 승부근성은 남달랐다. 하나의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공부면..공부..운동이면 운동..뭐하나 빠지지 않은 요즘 말로 [엄친아]였다.
..”
남편은 자식들에게는 무심한 것 같지만, 나를 통해서 자식들이 자라나가는 것을 지켜보곤 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남매끼리 티격태격하고 자랐지만, 그러면서도 남매간의 사랑을 익히고 했었다.
굳히 말하지 않았지만, 작게나마 내 자신을 지켜보며 스스로 깨우쳐 배워가기를 바랬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커가면서도 사람다워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아이들의 사랑의 마음이 제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도 엄마의 도리였기 때문이다.
“오늘 아버지 고희이신데..인숙이는 언제온데..”
“참..당신도..아무리 동생이라도 인숙이가..뭐예요..”
“아참..정호네는..”
“오후 3시쯤에나 오겠죠..
…
와~ 우리 아버지 한복이 훨씬 기품 있으시네..”
시누이가 손뻑을 치며 탄성했다. 고희을 맞는 시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상도 간소하게나마
차릴려고 반찬거리를 사왔다. 일가친척들을 대접할 음식들을 차리면서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에게는 위로는 형과 여동생이 하나씩 있었다. 형인 시아주버니는 다리가 불편해서 오지 못하고,
나보다 여섯살 어린 시누이가 와 있었다.
시누이는 친구와 같은 막연한 사이였다. 한창 여고졸업을 마치고 제법 성숙한 상태였고,
시아버지가 아프기 전에도 이웃에 살며 정을 쌓아가며 살았다.
아버님이 쓰러진 후에도 별 스스럼 없고 편안해준는 지기 같은 사이였다.
시누이의 남편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지내고 있었다. 소위 “잘나간다”는 삶의 모습이었지만,
그런 내색을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형편이 닿는대로 내옆을 지켜주던 든든한
지기였다.
시누이의 그런 고집이나 위세도 부리지도 않았고, 우정의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느끼고 했었다.
이제까지는 남편을 위해 태어났다고, 그저 숨을 쉬며 살아왔다. 현실이 기약할 수 없는
시아버지의 완쾌만을 바라보는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참으로 갑갑한 날들이었다. 언제나 그런 남편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에 치열하고
절박하게 살아왔다. 그저 한숨이 잦아들이며 이내 최소한 그런 남편의 모습보다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삶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떡하니..우리 아버지..
주방으로 들어오는 밝은 시누이의 모습이었다. 얼핏 보면 자신감을 내비치는 그 모습이
가끔은 지나친 자만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알고 있었다.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 남부러울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시누이였다.
스스로 능력도 그랬지만 성격 또한 호탕하고 쾌활했다. 내가 모르는 아프면도 있겠지만
그런 내색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크림색 투피스 차림이 고혹적이다.
시누이는 90년대 한국평균여성보다 173센티미터 큰 키였다.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다리의 선은 30대중반여성라고 보기에도 젊은 20대중반의 미끈하게
잘 빠진 다리선과 발목이 가늘어서 날렵했다.
용모는 펑범하지만 적당한 콧날 밑으로 눈이 맑았고, 적당한 크키의 입술이 다소곳한게
상류층여자의 기품이 있었다.
“그나저나..성현이는 잘 있죠?”
“응..그럼…아마..아가씨 오기전에..학교 마치고 돌아왔을거에요?”
“그래요..이 놈..얼마나 커는지 볼러갈까..?”
갈비를 재우면서 내 삶을 돌이켜보고 한다. 혜주를 비롯한 둘 아이는 큰 탈 없이 자라고
있었다. 아들은 성현이는 여전히 깐깐한 성격에 고집스러운 면이 강했다.
그래서 인지 두어 군데인가 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 학교에서 상위의 성적을 유지하고 ?었지만.
그런 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면 고장난 기차처럼 삐둘어지 마련이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사랑을 주고 자란 아들이 만큼 그만큼 사랑을 베풀고 나눌 줄도 알게 되는
사람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리 마음을 쓰지는 않았다.
딸인 혜주는 있는지 없는지 흔적도 없이 조용히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맏이라서 그런지
제 할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편인지라 내손이 별반 가지 않았다.
한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요리를 할쯤에 시아버지의 죽을 만들 전복을 안사왔다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들어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시장을 갔다오면 뜸을 들어놓고 있는 갈비가
너무 익어 흐물흐물해질 것 같아 누가 지켜봐줘야 한다. 어쩔수 젖은 손을 앞치마를 닦으며
시누이에게 불 좀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아들이 있는 3층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아흐응..그렇치..성현아..그렇게 하는거야..아..”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계단으로 올라가는 나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떨려오고 있엇다.
그건 남녀간의 육체행위를 할 때 내는 여자의 가뿐 숨소리였다.
3층 아들의 옥탑방의 창문사이로 나오는 소리는 고모와 조카간의 있어서는 안될 소리였다.
떨리는 발걸음을 죽여가며 아들의 방문앞에 있는 창문가로 다가갔다.
“고모..엄마가 올라오면 어떡하지..”
“괜찮아..너희엄마 음식 만들느라..정신없을거야..빨리..빨리..성현아..나..미치겠어..”
“후후..우리 고모..그동안 내자지 맛 못봐서 어떻해 지냈어..우리고모보지....”
“아으윽…그래…..”
“우욱…”
한손으로 내입을 틀어막았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아들의 창문가에 밑으로 숨었다.
제어할 수 없는 고통이 짐승의 포효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옥탑방 바닥에 허물어지듯이
주저 않았다.
마치 완전한 어둠속에서 메아리쳐 울리는 건 시누이에 대한 배신감과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들의
비뚤어짐에 늘 걱정했던 내 인생의 설움이었다.
어쩌자고 이제까지 느꼈왔던 시누이의 행동을 단순히 조카에 대한 애정으로 봤았던 나의 불찰이었다.
하지만 더욱 내 맘을 아프게 한건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나의 사랑이 이제까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고 생각하자 뼈시린 외로움이 묻어났다.
내 청춘의 세월과 고스란히 함께했던 아들에게 바친 시간. 그건 내인생이 붕괴되는 외침이었다.
태어나 눈을 뜨면서부터 줄곧 보고 내 손으로 키우며 외면만의 사랑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순수한 모자간의 사랑의 마음이 찢밟아져가고 있었다.
오직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며 아들을 키워왔는데..그런 아들을 고모라는 사람이..
아무리 커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고 철없는 고등학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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