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유미 누나와 함께 전철을 타고 선미 누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아침이 얼마만인지... 유미 누나와 단둘이 있다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내 기분일 뿐이었다. 나를 보는 유미 누나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기만 하고, 꼭 필요할 때 말고는 말도 걸지 않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은 분명 그 전날과 달라져 있었다. 당당해졌다고 할까?
그 변화는, 굳이 이유를 달자면, 전날 밤의 선미 누나와의 섹스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근원적인 이유는 계속된 유미 누나와의 심리적 갈등 속에서 내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원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미 누나를 좀더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내 마음은 그 날 아침 내 얼굴에도 드러나 있었다. 그 전 날과는 달리, 얼굴이 마주치면 미소까지 지어주는 내 변화를 보고 누나는 분명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선미 누나의 집에는 이미 진규 군과 숙모가 도착해 있었다.
“작은 엄마가 제일 어려 보이네요? 뭘 그리 요란하게 꾸미셨어요? 운동하러 가는 건데...”
“아이... 외간 남자가 둘이나 있잖아. 수호한테도 잘 보이고 싶고...호호호.”
항상 쓰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 ‘수호’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 ‘외간 남자들’ 때문에 부득이한 것이지만, 역시 그녀로부터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나았다. 그 도련님이라는 호칭에는 왠지 모를 설렘 같은 게 깃들어 있다. 단 둘이 있을 때는 또 도련님이라 불러 주겠지...
무주에 도착하자 ‘차 상무’라는 사람이 마중 나와 있었다. 광식 군 회사와 거래하는 모 중소기업의 간부라는 데, 원래부터 그런 역할이 본업이라는 듯,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나, 잔일을 처리하는 것이나, 감탄스러울 만큼 매끄러웠다. 숙소의 수속이니, 스키 렌탈이니, 리프트 이용권 구매 같은 귀찮은 일을 모두 차 상무가 도맡아서 처리하고, 우리는 그저 손님으로서 그가 가라는 데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됐다. 특히, 사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그가, 아직 서른도 안 된 광식 군을 대하는 태도는... 옆에서 보기에도 얼굴이 뜨거워질 만큼 이었다. 나 뿐 아니라, 숙모도 그렇게 느꼈는지 조용한 귓속말...
“선미 신랑 쎄다... 그렇지?”
“그러게요.”
더 조용한 귓속말...
“도련님도 나중에 매형처럼 돼야 해. 차 상무처럼 되지 말고...”
“크크크...”
리조트 밖에 있는 오두막집이 우리 숙소였다. 말이 오두막집이지 원목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별장이나 다름없었다. 30명까지 수용하는 독채를 차 상무가 우리를 위해 예약해 놓은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 다들 입을 딱 벌리자, 그렇잖아도 그 날 조금 뻣뻣해 보이던 광식 군의 목은 부러질 정도로 빳빳해졌다. 그리고 차 상무도 의기양양...
“스키장까지는 좀 멀지만 제가 차하고 사람 하나 배정해 놨습니다. 잔일은 그 친구한테 맡기면 시원시원하게 할 겁니다.”
오후에는 스키 대신 눈 덮인 구천동 계곡을 감상하고, 차 상무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차 상무는 식사 자리에 유미 누나 또래쯤으로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제 여식입니다. 혜린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차 혜린입니다.”
그녀를 보고 우리 일행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차 상무의 유전자를 아무리 잘 조합해도, 저런 딸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땅딸막한 키에 째진 눈의 차 상무와 그녀 사이에는 외견 상 닮은 곳이 전혀 없었다. 엄마가 천하의 미인이거나, 아니면 딸을 입양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만은 아빠를 닮은 듯 했다. 아빠 거래처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거라고 하기에는 과도할 만큼 활달했다.
“혜린 씨는 몇 학년이세요?”
광식 군의 질문에 전혀 주저 없는 솔직한 대답...
“호호호, 저는 공부를 못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빠 밑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어요. 삼 년째네, 벌써.”
식사가 들어오고 술잔이 오갔다. 광식 군과 유미 누나는 자제 모드... 나머지는 들뜬 기분 그대로 마셔댔다. 차 상무와 그의 딸도 아낌없이 잔을 비웠다. 어... 그런데...
“아빠! 나 담배 한 대 피울게.”
저런... 승낙 기다리지도 않는 딸이나, 그저 고개만 끄덕하고 마는 아빠나... 무슨 집안이 저러냐? 차 상무도 술이 오르자, 점점 숙모에게 추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혜린이 맞은편에 앉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랑 시선이 마주쳤는데도, 피하는 대신 한 쪽 눈을 찡긋 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누나?”
“귀여워서... 호호호.”
나도 씩 웃어 주었다.
“다른 식구들은 어디 계세요?”
“아빠하고 나만 왔어.”
“참 개방적인 가족이세요. 아빠하고 한 자리에서 담배도 피우고...”
“개방적? 아... 하하하하...!”
기분이 나빠야 맞는 말인데, 오히려 목을 뒤로 젖히고 웃어댔다. 그러더니 머리를 내 쪽으로 숙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담배 피우는 딸이 많거든...”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녀가 마지막 한 모금을 빨더니 담배 연기를 내 얼굴에 훅! 하고 불어냈다.
“혜린아! 손님한테 실례하면 못 써!”
“괘...괜찮습니다, 차 상무님.”
정작 그녀는 아빠의 나무람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내 얼굴에 눈을 붙이고는 또 조용히 한마디 했다.
“끝나고 나이트 갈래?”
“누나하고요?”
“응. 우리 둘 만.”
“가서 짐을 정리해야 하는데...”
“열 한 시쯤, 오케이? 손바닥 내 봐.”
볼펜을 꺼내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내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끄적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찡긋!
하하...참...! 이해 안 되는 가족이네... 아빠는 딸 앞에서 유부녀한테 치근거리고... 딸은 아빠 앞에서 남자를 꼬시고...
식사를 마친 후, 파트너가 술과 피곤에 쓰러진 두 쌍을 숙소에 두고, 숙모와 공기를 쐬러 바깥으로 나왔다.
“으.... 춥다.”
숙모가 내게 팔짱을 끼워 왔다. 두툼한 외투 때문에 감촉은 느껴지지 않지만, 언제 맡아도 좋은 그녀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작은 아빠는 바쁘시대요?”
“응... 뭐, 외국 세미나 준비하나 봐요.”
“덕분에 작은 엄마가 내 차지니 감사해야겠어요. 히히.”
“사실 나도... 도련님하고 같이 있을라구 그이가 안 왔으면 했어요... 기분 좋지, 도련님?”
“하하하! 네. 좋기도 하고, 묘해지기도 하네.”
“근데 뉴 페이스랑 같이 있으니까 나한테는 눈길도 안주던데, 뭐?”
“피장파장이죠. 아까 그 차 상무님이란 분, 작은 엄마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던데... 맞죠?”
“응.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그냥 넘어가 버릴 뻔 했네. 호호호.”
“오오~! 작은 엄마 그런 스타일 좋아하시는구나.”
“내가 요즘 스타일 안 가리거든요, 도련님. 사내면 무조건 오케이, 크크크.”
“그래서... 약속이라도 했어요?”
“호호, 오늘 따로 만나재요. 야경 좋은데 있다고 구경 가자구...”
“오오~! 좋으시겠다, 아줌마. 쎄련된 중년 아저씨하고 데이트라... 간다 그랬어요?”
“뭐... 음음. 내가 좀 되니까... 그래도 장소 가르쳐 주면 나중에 혼자 가서 보겠다 그랬어. 잘했지?”
“자~알 했어요. 착하기도 해라... 그나저나 참 재밌는 집안이네.”
“왜?”
“아빠랑 딸이랑 단 둘이 와서 각자 파트너 사냥을 하고 있으니...”
“도련님하고 만나재? 혜린 씨가?”
“네. 열 한 시에 전화달래요.”
“뭐? 그래서 나갈라구요?”
“음... 작은 엄마 하는 거 봐서... 아얏! 왜 폭력을 쓰고 그러세요?”
“이런... 난봉꾼!”
한참을 걸어 몸이 얼만 할 때쯤 카페가 하나 보였다. 산책도 좋지만 일단 살아야 하니 들어가자는 내 제안에 숙모도 두 말 없이 동의... 맥주를 두어 잔하고 창 밖에 오는 눈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던 작은 엄마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전에 나한테 물었지?”
“뭘요?”
“결혼 후에... 다른 남자랑 잤냐고.”
“네... 맞다고 하셨잖아요.”
“그이도 알아요. 내가 그러는지...”
“그...그래요?”
“그리고 나도 알아요. 그이가 그러는지...”
“......”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다들 그러니 바람 피우는 건 그저 보편적인 것일 뿐이다. 그런대도 모른 척하고 부부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파트너의 불륜이 자신에게 발각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마 우리 헤어질 것 같아요.”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숙모의 표정으로는 이미 결심을 굳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걸 내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쓸데 없는 노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건 서로 용서하고 살면 안 돼나요?”
내 얼굴을 쳐다보고 빙긋 웃었다.
“용서라뇨? 서로 잘못했다고 생각 안하는데... 둘이 살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데요.”
“그렇게 안 좋은가요?”
“서로 바람피운다는 거 알아도 아무 감정이 없잖아요. 밉지도... 분하지도 않고... 아버님 살아계실 때는 그 분 핑계로 버텼는데, 이제 그 분도 돌아가시고... 한 마디로 이유가 없어졌어요.”
“제가 말리길 바라세요?”
숙모가 고개를 가로 젓더니, 건배하자는 듯 맥주잔을 내밀었다.
“내 새로운 미래를 축하해줘요, 도련님.”
쨍! 하고 잔을 부딪침으로써 나도 그녀의 결심에 의의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표현해 주었다. 친척이 이혼을 한다는 게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워진 숙모의 잔에 내가 맥주를 따랐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노란 액체...
“작은 엄마의 미래가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머, 이걸 도련님이 채우면 어떡해.”
“아앗!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네.”
“도련님이 나 책임질라구?”
“그럴까요?”
“도련님이 그랬잖아. 내 또래 연상의 여자 좋아한다고...”
“아뇨,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연상의 여자랑 섹스하는 거...”
“뭐예요? 일루 와 봐!”
“아니, 이 아줌마가 뻑 하면 폭력을 쓰시네?”
“맞아야 돼, 도련님. 숙모 치맛 속이나 탐하는 못 된 조카니까.”
“머... 볼 것두 없던데요?”
“근데 왜 봤어? 고소할거야!”
“하하하하!”
“호호호호!”
맥주도 시원하고, 대화도 시원했다. 저런 성격이니 이혼해도 절대 지금보다 못한 삶을 살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잃었던 날개를 찾은 것일 수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녀는 내 곁에 바짝 붙어 걸었다. 이 여자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내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도련님, 열 한 시네?”
“아.. 벌써 시간이...”
“전화할 거예요?”
“어떡할까요?”
“흠... 지금 만나면 나이트클럽 가서 춤추고, 그 다음에 그 아가씨랑 같이 자겠네?”
“정답!”
“성격이 적극적인 여자니까 먼저 홀라당 벗을 거야... 시간이 좀 걸리겠다... 입은 게 많아서... 호호호... 그러면 도련님도 같이 벗겠지?”
“메이비.”
“여자가 도련님한테 달라 들어 키스하고... 도련님은 슬며시 안고... 그러다 여자가 도련님을 침대로 밀치면 못 이기는 척 벌렁 누울 거야, 쳇!”
“음... 좋군요.”
“그 여자가 도련님 위에 올라타고... 그... 그러니까... 그거 만지작거리다가 어떤 맛인가 볼라구 입에 넣어 볼 거야... 으! 기분 나뻐.”
“그거 뭐요?”
“그거.... 꼬추.”
“꼬추라뇨... 애들도 아니고...”
“아무튼! 맛 다 보고 나면 이제 그 여자가 벌렁 누울 거야. 그러면 이제 도련님이 그 여자 꼬추 맛 볼라구 위로 올라가고...”
“가슴부터 맛볼래요.”
“히힛! 별 맛 없어.. 거긴... 그러면 여자가 응... 응... 하면서 기분 좋다는니, 사랑 한다느니 그런 말 하고... 어쩌면 머리카락도 잡아당길 지 몰라... 얼른 하자고... 아프겠다, 도련님.”
“그 정도야 뭐, 애교로 참죠.”
“그러면 도련님이 이제 꼬추를 거기 넣구서... 폭... 폭... 그러면 여자가 정말 잘 한다느니... 너무 좋다느니... 에잇! 못된 계집애!”
“그러다 제가 여자를 뒤집을 거예요. 엎드리라구...”
“어머 도련님. 뒤에서 하는 거 좋아하는 구나?”
“작은 엄마는?”
“뭐... 싫진 않지.”
“그러면 뒤에서 하는 걸로 해요. 엉덩이를 꽉 붙들고 꼬추를 조개에 넣구 폭... 폭...”
“조개? 푸후후후!”
“그러면 여자가 시트를 꽉 쥐고.. 아이... 미치겠어...”
“오오... 도련님 쎈데?”
“저는 손가락으로 그 여자 크리토리스를 꼭꼭 눌러 주는 거예요. 그러면 여자가... 엄마... 나 죽어...”
“그런데,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그러는 거야, 도련님. 아... 내가 만난 서른 명의 남자 중에 제일 잘 해...”
“뭐라구요?”
“그러면 도련님 기분이 갑자기 상하는 거야. 그거 쌤통이다... 크크크... 도련님이 말없이 옷을 입으면 여자가 그러는 거야. 왜? 계속하지?”
“계속할래요.”
“아니지... 도련님. 도련님은 멋있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싫으니까 나가서 서른 한 번째 남자를 찾아 보시지... 그리고는 바람처럼 퇴장하는 거야. 오~~! 너무 멋있다, 우리 도련님.”
“쳇!”
“그러니 전화하지 마, 도련님. 그게 오늘의 시나리오야. 흐흐흐흐!”
“이미 전화하긴 늦었어요.”
“아아! 오늘 우리 도련님을 꽃뱀한테서 구했네, 내가.”
“어차피 전화할 생각도 없었어요. 근데... 제가 중요한 걸 알아냈어요.”
“뭘요?”
“작은 엄마 섹스 패턴... 그다지 재밌진 않겠어요.”
“뭐라구요? 거기 서, 도련님! 잡히면 죽었어.”
“하하하하!”
한참을 달아나다 숙소 입구까지 와서 멈춘 다음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렸다. 뛰어오는 관성으로 숙모가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겼고, 나는 그녀의 몸을 두 팔 사이에 가두어 버렸다. 달싹거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
“반칙할라구?”
대답 대신 내 입술을 포갰다. 차가운 감촉... 내 혀가 그녀의 입 속으로 파고들자 그녀의 혀가 그걸 감쌌다. 내가 그녀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녀가 날 시조카보다는 남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키스인데도, 더 이상 진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역시 근친이라는 도덕적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숙소의 문을 열기 전에 숙모가 속삭였다.
“도련님... 나 오늘 쫌 짜릿했어.”
“저두요.”
운동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스키는 강적이었다. 경력이 있는 숙모, 광식 군과 선미 누나는 리프트로 사라져 버리고, 유미 누나와 진규 군 그리고 나는 머리에 해골바가지를 쓴 채, 슬로프 한 쪽 구석에서 눈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래도 처음 초보자용 슬로프에 올라 미끄러질 때의 그 쾌감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루 종일 강사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가 숙소에 돌아오자 선미 누나와 광식 군이 뭘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었다.
“벌써 도착해 있었네?”
“응, 주린 배 채울 준비는 해야지. 스키는 어땠어? 탈 만해?”
“나야 뭐든 잘 하잖아. 근데, 누나가 식사 준비하는 거 어색하다. 크크크. 너무 낯설어. 그렇죠, 매형?”
“야! 너 광식 씨 앞에서 말 함부로 할래? 자꾸 그러면 너 밥에 침 뱉을 거야.”
“아니, 아니! 너무 자연스러워. 역시 누나는 타고난 현모양처야.”
“하하하, 처남이 협박에는 약하구나.”
“유미 누나 커플은?”
“아직 안 왔지, 오늘 저녁 식사 당번은 우리고, 내일 아침은 유미랑 진규 씨.”
“그러면 내일 저녁은?”
“당연히 너 하구 작은 엄마지.”
“쯧! 귀염둥이 막내 동생은 좀 쉬어줘야지. 이런 데 오면...”
“까불고 있네. 이런 데 오면 다 남자들이 하는 건데 많이 봐 주는 거야. 가서 불이나 쬐고 있어. 시간이 좀 걸려.”
불을 쬐는 대신 어제 다 못 보았던 숙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1층에 방이 충분해서 우리가 쓰지 않는 2층에도 몇 개의 방이 있었다. 옥상에 나가 보니 경치가 그만이었다. 옥상이 2층 방을 다 둘러싸고 있어서 한바퀴를 빙 돌 수 있는 구조였다. 돈이 좋긴 좋구나, 이래서 다들 돈 벌려고 혈안인가 보지?
유미 누나와 진규 군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유미 누나가 오늘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듯 뭔가 말을 하고 있고, 진규 군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 진규 군을 향하는 유미 누나의 미소를 봐도 예전처럼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 커플이 순탄하게 묶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 낯 익은 차 상무의 승용차에서 숙모가 내리는 것이다. 혼자서 스키를 타는 숙모에게 차 상무가 하루 종일 바짝 붙어 치근거렸을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어휴... 그냥 매정하게 싫다고 끊어 버리지... 그가 숙모에게 뭔가 다짐을 하자, 숙모는 거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무슨 약속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숙모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다.
“작은 엄마, 어디 가시려구요?”
“응, 선미야.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어머, 좋겠다. 누구 멋진 남자랑 데이트하시나 봐요.”
“아이 참, 그냥 잠깐 나갔다 오는 거래두. 다녀 올께.”
숙모의 외출에 기분이 상했다는 걸 스스로 발견한 나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성을 독점하려는 관습적인 태도는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생각...
“괜찮을까? 그 차 상무라는 분 위험해 보이던데...”
“걱정 마, 유미야. 차 상무님이나 작은 엄마나 시댁 조카들이랑 같이 있는데, 사고 치겠어?”
“그래도 좀 그런데...”
“괜찮아, 처제. 내 얼굴 봐서라도 차 상무님이 험한 짓은 안 할 거야.”
“자~! 자~! 얼른 치우고, 우리도 한 잔 때리자. 광식 씨, 나 좀 도와줘.”
재잘거리며 맥주를 마시다 이야기 소재가 다들 바닥났는지 조용해질 무렵, 어떻게든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는지 광식 군이 뜻 밖의 제안을 했다.
“우리 예전에 그 게임할까? 그... 진실게임?”
다들 좋다고 찬성... 선미 누나네 집들이 때의 기억 때문에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뻔한 질문들이 반복되었지만, 다들 분위기가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조금 과도하다 싶을 만큼 소란스럽게 게임에 참여했다. 선미 누나가 유미 누나한테 질문할 차례...
“진규 씨랑 어디까지 갔어?”
“아잇!”
“하하하하! 동생한테 너무하는 질문 아냐, 선미 씨?”
“나두 유미한테 맥주 한 잔 먹이려구... 기다려 봐요.”
하지만 대답 못하고 맥주를 들이킬 거라는 선미 누나의 기대와는 달리, 유미 누나는 너무나 쉽게 대답했다.
“키스...까지.”
“어머, 그래? 입술에?”
“아니... 이마.”
“에이 시시해.”
진규 군이 옆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죄송합니다. 진도 빨리 못 빼서...”
“아아~~ 됐어요. 또 결혼 전까지는 순결을 지켜주고 뭐 어쩌고 그런 말 하려고 그러죠?”
그 다음 유미 누나가 질문할 차례... 그녀의 무표정한 시선이 내 얼굴을 향했다.
“수호 너... 사랑하고 섹스는 별개라고 생각해?”
유미 누나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깐 동안의 고요함이 모두의 놀라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우리 유미, 많이 변했네. 어쩜.”
“그러게... 나도 처제 다시 봤어.”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유미 누나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진지했다. 당연히 별개지... 누나... 누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맥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내가 질문할 차례...
“누나는... 누나는 어때? 꼭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섹스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녀도 맥주를 택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 아직은.”
어색함을 풀기 위한 선미 누나의 수다로 다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유미 누나의 대답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직은... 이라고? 절대 바람피우지 않는 신랑 만나야 해, 누나. 아니면... 빨리 생각을 바꾸던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유미 누나와 진규 군, 그리고 술 기운이 오른 광식 군은 자러 들어가고 선미 누나와 나는 숙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 두 시가 넘자 괜한 걱정 때문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렇게 걱정되면 전화해 보던지...”
“걱정은 무슨... 내일 늦잠 자서 스키 타는 시간이 줄까봐 그러는 거지.”
“이층에 가 봤어, 수호야? 뭐 있던?”
“그냥 방하고 욕실뿐이야.”
“그래? 함 가봐야겠다.”
“응, 그래. 내가 기다릴게.”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던 선미 누나의 발자국 소리를 흘려듣고 있었다. 그런데 ㄷ 자로 꺾어지는 층계참에서 발자국 소리가 뚝 멎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어두컴컴한 층계참에서 선미 누나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난기 어린 시선이 뭘 의미하는 건지 이내 알 수 있었다. 야릇한 흥분보다 막연한 불안감이 앞섰다.
‘너무 지나친데...’
마치 마약의 유혹에 빠진 것처럼 선미 누나는 나와의 유희에 너무도 거침없이 몰입해 가고 있었다. 누나의 집에서 매형이 잠든 사이에 위험한 섹스를 나눈 게 불과 이틀 전인데... 게다가 오늘은 매형 뿐 아니라, 유미 누나와 진규 군까지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의 모습이 층계 위로 사라졌을 때 나는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둑어둑한 계단을 올라가 틈이 벌어져 있는 문을 열었다.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내 옆, 열린 문짝의 뒤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문을 닫자 벽에 붙어 있는 선미 누나의 음영이 드러났다.
“이제... 너 보기만 해도 미치겠어. 어떡하지?”
“누나.”
“하고 싶어!”
“너무 위험하잖아?”
“알아. 근데 그러니까 더 하고 싶어.”
누나가 내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원피스 트렁크 아래로 잡아끌었다. 매끄러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간 손바닥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사타구니에 닿았다.
“하~~! 좋아.”
목을 뒤로 꺾은 채 그녀는 내 손에 자신의 입구를 비벼대며 그 감촉을 즐겼다. 얇은 팬티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짜면 흐를 듯 축축이 젖어 있었다. 나도 능동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팬티의 옆자락을 들추고 손가락을 밀어 넣어 매끈거리는 꽃 잎 속에 주저 없이 밀어 넣었다.
“흐응~~!”
쾌감을 못 견딘 그녀의 허벅지가 내 손을 조였다. 그녀는 더 이상의 애무가 불필요할 만큼 궤도에 올라 있었고, 나도 질질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숙모가 벨을 누르면 당장 내려가 문을 열어줘야 하니...
“침대에 엎드려, 누나.”
누나가 침대 시트에 머리를 박고 엉덩이를 치들었다. 따라 올라가는 대신 침대 가에 서서 그녀를 다시 잡아당겨 거리를 맞췄다. 트렁크 자락을 허리 위로 올려 치우고, 삼각형의 천 조각을 주저 없이 벗겨 내렸다. 커다랗게 벌어진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두어번 쓰다듬어 애정을 표시해 주고 나도 츄리닝과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더듬더듬 입구의 위치를 찾은 다음 끝을 대강 맞추어 밀어 넣었다. 마치 길이 있는 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 속으로 쑤셔드는 불기둥... 그걸 부드럽게 둘러싸는 뜨거운 점막...
“흐윽~~~!”
누나의 손아귀에 잡힌 시트가 거미줄 같은 그림자를 만드는 게 보였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처음부터 빠르게 허리를 쳐올렸다. 찌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시트에 막힌 입에서 흘러나오는 억압된 신음 소리가 조용한 방을 채웠다. 트렁크 아래로 드러난 늘씬한 허리를 부러질까 두려울 만큼 꺾어 엉덩이를 뒤로 내미는 누나의 음영은 음란함 그 자체였다. 정신적인 문제일거야...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계산하며 살아온 자신에 대한 반감... 뭐 그런 걸 거야.
“으읍... 읍... 읍... 읍... 읍...”
아마 나한테 당하던 그 순간 깨어났을 거야... 자존심이 짓밟히면서... 그 아래 숨겨져 있던 피학적 본성이 드러난 거겠지...
조급함에서 벗어나 나도 그녀의 몸을 즐기고 있었다. 두 손으로 풍성한 엉덩이 살을 있는 힘껏 움켜쥐고서, 삽입한 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범위의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점점 위로 올려 창문으로 향했다. 사각형의 반듯한 창문... 그 길다란 직선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불규칙한 곡선.... 헉!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그 음영이 유미 누나의 얼굴 반쪽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물 밖 옥상에서서 선미 누나와 나의 행위를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짧은 시간에 내 머리는 많은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우선은 당장 멈추고 변명을 해야 할 것인가를... 그 다음엔 우리의 행위가 유미 누나에게 미칠 심리적 충격을... 그리고 그 다음 유미누나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는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것이다.
나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유미 누나가 훔쳐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 척 하는 대신, 음영 속에서 유미 누나의 눈이 있을만한 위치를 찾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선미 누나를 공격하는 내 허리의 움직임은 훨씬 더 과격해지고,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선미 누나의 신음소리는 계속해서 나와 유미 누나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에잇! 될 대로 되라지!’
어쩌면 유미 누나에게 선미 누나와 나의 행위가 당당한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 남아 있을 지 모를 나에 대한 유미 누나의 미련을 끊어내려는 거창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그녀가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이 쾌감을 증폭시키기 있었고, 점점 더 흉폭해지는 내 공격을 견디기 위해 선미 누나의 육체도 마치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흡... 읍... 읍... 수호야... 읍... 나... 나... 이상해... 흑.... 으윽... 으윽... 으으으윽!”
후련한 사정의 쾌감에 두 눈이 질끈 감겼다. 허리를 힘껏 밀어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푸들거리는 누나의 몸 속에 아낌없이 흘러 넣었다.
‘봐! 누나... 누나가 말하는 더러운 짓. 그냥 아무 것도 아냐... 게임하는 것처럼... 아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그저 본능에 충실한 쾌락일 뿐이야.’
눈을 떠 보니 유미 누나의 음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받았을 충격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
“하... 하... 산삼이라도 먹었니? 마지막엔 죽는 줄 알았어...”
‘짝’ 소리가 나게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
“가자, 김 선미. 얼른 옷 입어. 그리고 이제 어지간히 좀 밝혀.”
그 변화는, 굳이 이유를 달자면, 전날 밤의 선미 누나와의 섹스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근원적인 이유는 계속된 유미 누나와의 심리적 갈등 속에서 내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원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미 누나를 좀더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내 마음은 그 날 아침 내 얼굴에도 드러나 있었다. 그 전 날과는 달리, 얼굴이 마주치면 미소까지 지어주는 내 변화를 보고 누나는 분명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선미 누나의 집에는 이미 진규 군과 숙모가 도착해 있었다.
“작은 엄마가 제일 어려 보이네요? 뭘 그리 요란하게 꾸미셨어요? 운동하러 가는 건데...”
“아이... 외간 남자가 둘이나 있잖아. 수호한테도 잘 보이고 싶고...호호호.”
항상 쓰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 ‘수호’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 ‘외간 남자들’ 때문에 부득이한 것이지만, 역시 그녀로부터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나았다. 그 도련님이라는 호칭에는 왠지 모를 설렘 같은 게 깃들어 있다. 단 둘이 있을 때는 또 도련님이라 불러 주겠지...
무주에 도착하자 ‘차 상무’라는 사람이 마중 나와 있었다. 광식 군 회사와 거래하는 모 중소기업의 간부라는 데, 원래부터 그런 역할이 본업이라는 듯,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나, 잔일을 처리하는 것이나, 감탄스러울 만큼 매끄러웠다. 숙소의 수속이니, 스키 렌탈이니, 리프트 이용권 구매 같은 귀찮은 일을 모두 차 상무가 도맡아서 처리하고, 우리는 그저 손님으로서 그가 가라는 데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됐다. 특히, 사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그가, 아직 서른도 안 된 광식 군을 대하는 태도는... 옆에서 보기에도 얼굴이 뜨거워질 만큼 이었다. 나 뿐 아니라, 숙모도 그렇게 느꼈는지 조용한 귓속말...
“선미 신랑 쎄다... 그렇지?”
“그러게요.”
더 조용한 귓속말...
“도련님도 나중에 매형처럼 돼야 해. 차 상무처럼 되지 말고...”
“크크크...”
리조트 밖에 있는 오두막집이 우리 숙소였다. 말이 오두막집이지 원목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별장이나 다름없었다. 30명까지 수용하는 독채를 차 상무가 우리를 위해 예약해 놓은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 다들 입을 딱 벌리자, 그렇잖아도 그 날 조금 뻣뻣해 보이던 광식 군의 목은 부러질 정도로 빳빳해졌다. 그리고 차 상무도 의기양양...
“스키장까지는 좀 멀지만 제가 차하고 사람 하나 배정해 놨습니다. 잔일은 그 친구한테 맡기면 시원시원하게 할 겁니다.”
오후에는 스키 대신 눈 덮인 구천동 계곡을 감상하고, 차 상무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차 상무는 식사 자리에 유미 누나 또래쯤으로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제 여식입니다. 혜린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차 혜린입니다.”
그녀를 보고 우리 일행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차 상무의 유전자를 아무리 잘 조합해도, 저런 딸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땅딸막한 키에 째진 눈의 차 상무와 그녀 사이에는 외견 상 닮은 곳이 전혀 없었다. 엄마가 천하의 미인이거나, 아니면 딸을 입양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만은 아빠를 닮은 듯 했다. 아빠 거래처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거라고 하기에는 과도할 만큼 활달했다.
“혜린 씨는 몇 학년이세요?”
광식 군의 질문에 전혀 주저 없는 솔직한 대답...
“호호호, 저는 공부를 못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빠 밑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어요. 삼 년째네, 벌써.”
식사가 들어오고 술잔이 오갔다. 광식 군과 유미 누나는 자제 모드... 나머지는 들뜬 기분 그대로 마셔댔다. 차 상무와 그의 딸도 아낌없이 잔을 비웠다. 어... 그런데...
“아빠! 나 담배 한 대 피울게.”
저런... 승낙 기다리지도 않는 딸이나, 그저 고개만 끄덕하고 마는 아빠나... 무슨 집안이 저러냐? 차 상무도 술이 오르자, 점점 숙모에게 추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혜린이 맞은편에 앉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랑 시선이 마주쳤는데도, 피하는 대신 한 쪽 눈을 찡긋 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누나?”
“귀여워서... 호호호.”
나도 씩 웃어 주었다.
“다른 식구들은 어디 계세요?”
“아빠하고 나만 왔어.”
“참 개방적인 가족이세요. 아빠하고 한 자리에서 담배도 피우고...”
“개방적? 아... 하하하하...!”
기분이 나빠야 맞는 말인데, 오히려 목을 뒤로 젖히고 웃어댔다. 그러더니 머리를 내 쪽으로 숙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담배 피우는 딸이 많거든...”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녀가 마지막 한 모금을 빨더니 담배 연기를 내 얼굴에 훅! 하고 불어냈다.
“혜린아! 손님한테 실례하면 못 써!”
“괘...괜찮습니다, 차 상무님.”
정작 그녀는 아빠의 나무람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내 얼굴에 눈을 붙이고는 또 조용히 한마디 했다.
“끝나고 나이트 갈래?”
“누나하고요?”
“응. 우리 둘 만.”
“가서 짐을 정리해야 하는데...”
“열 한 시쯤, 오케이? 손바닥 내 봐.”
볼펜을 꺼내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내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끄적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찡긋!
하하...참...! 이해 안 되는 가족이네... 아빠는 딸 앞에서 유부녀한테 치근거리고... 딸은 아빠 앞에서 남자를 꼬시고...
식사를 마친 후, 파트너가 술과 피곤에 쓰러진 두 쌍을 숙소에 두고, 숙모와 공기를 쐬러 바깥으로 나왔다.
“으.... 춥다.”
숙모가 내게 팔짱을 끼워 왔다. 두툼한 외투 때문에 감촉은 느껴지지 않지만, 언제 맡아도 좋은 그녀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작은 아빠는 바쁘시대요?”
“응... 뭐, 외국 세미나 준비하나 봐요.”
“덕분에 작은 엄마가 내 차지니 감사해야겠어요. 히히.”
“사실 나도... 도련님하고 같이 있을라구 그이가 안 왔으면 했어요... 기분 좋지, 도련님?”
“하하하! 네. 좋기도 하고, 묘해지기도 하네.”
“근데 뉴 페이스랑 같이 있으니까 나한테는 눈길도 안주던데, 뭐?”
“피장파장이죠. 아까 그 차 상무님이란 분, 작은 엄마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던데... 맞죠?”
“응.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그냥 넘어가 버릴 뻔 했네. 호호호.”
“오오~! 작은 엄마 그런 스타일 좋아하시는구나.”
“내가 요즘 스타일 안 가리거든요, 도련님. 사내면 무조건 오케이, 크크크.”
“그래서... 약속이라도 했어요?”
“호호, 오늘 따로 만나재요. 야경 좋은데 있다고 구경 가자구...”
“오오~! 좋으시겠다, 아줌마. 쎄련된 중년 아저씨하고 데이트라... 간다 그랬어요?”
“뭐... 음음. 내가 좀 되니까... 그래도 장소 가르쳐 주면 나중에 혼자 가서 보겠다 그랬어. 잘했지?”
“자~알 했어요. 착하기도 해라... 그나저나 참 재밌는 집안이네.”
“왜?”
“아빠랑 딸이랑 단 둘이 와서 각자 파트너 사냥을 하고 있으니...”
“도련님하고 만나재? 혜린 씨가?”
“네. 열 한 시에 전화달래요.”
“뭐? 그래서 나갈라구요?”
“음... 작은 엄마 하는 거 봐서... 아얏! 왜 폭력을 쓰고 그러세요?”
“이런... 난봉꾼!”
한참을 걸어 몸이 얼만 할 때쯤 카페가 하나 보였다. 산책도 좋지만 일단 살아야 하니 들어가자는 내 제안에 숙모도 두 말 없이 동의... 맥주를 두어 잔하고 창 밖에 오는 눈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던 작은 엄마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전에 나한테 물었지?”
“뭘요?”
“결혼 후에... 다른 남자랑 잤냐고.”
“네... 맞다고 하셨잖아요.”
“그이도 알아요. 내가 그러는지...”
“그...그래요?”
“그리고 나도 알아요. 그이가 그러는지...”
“......”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다들 그러니 바람 피우는 건 그저 보편적인 것일 뿐이다. 그런대도 모른 척하고 부부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파트너의 불륜이 자신에게 발각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마 우리 헤어질 것 같아요.”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숙모의 표정으로는 이미 결심을 굳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걸 내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쓸데 없는 노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건 서로 용서하고 살면 안 돼나요?”
내 얼굴을 쳐다보고 빙긋 웃었다.
“용서라뇨? 서로 잘못했다고 생각 안하는데... 둘이 살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데요.”
“그렇게 안 좋은가요?”
“서로 바람피운다는 거 알아도 아무 감정이 없잖아요. 밉지도... 분하지도 않고... 아버님 살아계실 때는 그 분 핑계로 버텼는데, 이제 그 분도 돌아가시고... 한 마디로 이유가 없어졌어요.”
“제가 말리길 바라세요?”
숙모가 고개를 가로 젓더니, 건배하자는 듯 맥주잔을 내밀었다.
“내 새로운 미래를 축하해줘요, 도련님.”
쨍! 하고 잔을 부딪침으로써 나도 그녀의 결심에 의의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표현해 주었다. 친척이 이혼을 한다는 게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워진 숙모의 잔에 내가 맥주를 따랐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노란 액체...
“작은 엄마의 미래가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머, 이걸 도련님이 채우면 어떡해.”
“아앗!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네.”
“도련님이 나 책임질라구?”
“그럴까요?”
“도련님이 그랬잖아. 내 또래 연상의 여자 좋아한다고...”
“아뇨,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연상의 여자랑 섹스하는 거...”
“뭐예요? 일루 와 봐!”
“아니, 이 아줌마가 뻑 하면 폭력을 쓰시네?”
“맞아야 돼, 도련님. 숙모 치맛 속이나 탐하는 못 된 조카니까.”
“머... 볼 것두 없던데요?”
“근데 왜 봤어? 고소할거야!”
“하하하하!”
“호호호호!”
맥주도 시원하고, 대화도 시원했다. 저런 성격이니 이혼해도 절대 지금보다 못한 삶을 살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잃었던 날개를 찾은 것일 수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녀는 내 곁에 바짝 붙어 걸었다. 이 여자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내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도련님, 열 한 시네?”
“아.. 벌써 시간이...”
“전화할 거예요?”
“어떡할까요?”
“흠... 지금 만나면 나이트클럽 가서 춤추고, 그 다음에 그 아가씨랑 같이 자겠네?”
“정답!”
“성격이 적극적인 여자니까 먼저 홀라당 벗을 거야... 시간이 좀 걸리겠다... 입은 게 많아서... 호호호... 그러면 도련님도 같이 벗겠지?”
“메이비.”
“여자가 도련님한테 달라 들어 키스하고... 도련님은 슬며시 안고... 그러다 여자가 도련님을 침대로 밀치면 못 이기는 척 벌렁 누울 거야, 쳇!”
“음... 좋군요.”
“그 여자가 도련님 위에 올라타고... 그... 그러니까... 그거 만지작거리다가 어떤 맛인가 볼라구 입에 넣어 볼 거야... 으! 기분 나뻐.”
“그거 뭐요?”
“그거.... 꼬추.”
“꼬추라뇨... 애들도 아니고...”
“아무튼! 맛 다 보고 나면 이제 그 여자가 벌렁 누울 거야. 그러면 이제 도련님이 그 여자 꼬추 맛 볼라구 위로 올라가고...”
“가슴부터 맛볼래요.”
“히힛! 별 맛 없어.. 거긴... 그러면 여자가 응... 응... 하면서 기분 좋다는니, 사랑 한다느니 그런 말 하고... 어쩌면 머리카락도 잡아당길 지 몰라... 얼른 하자고... 아프겠다, 도련님.”
“그 정도야 뭐, 애교로 참죠.”
“그러면 도련님이 이제 꼬추를 거기 넣구서... 폭... 폭... 그러면 여자가 정말 잘 한다느니... 너무 좋다느니... 에잇! 못된 계집애!”
“그러다 제가 여자를 뒤집을 거예요. 엎드리라구...”
“어머 도련님. 뒤에서 하는 거 좋아하는 구나?”
“작은 엄마는?”
“뭐... 싫진 않지.”
“그러면 뒤에서 하는 걸로 해요. 엉덩이를 꽉 붙들고 꼬추를 조개에 넣구 폭... 폭...”
“조개? 푸후후후!”
“그러면 여자가 시트를 꽉 쥐고.. 아이... 미치겠어...”
“오오... 도련님 쎈데?”
“저는 손가락으로 그 여자 크리토리스를 꼭꼭 눌러 주는 거예요. 그러면 여자가... 엄마... 나 죽어...”
“그런데,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그러는 거야, 도련님. 아... 내가 만난 서른 명의 남자 중에 제일 잘 해...”
“뭐라구요?”
“그러면 도련님 기분이 갑자기 상하는 거야. 그거 쌤통이다... 크크크... 도련님이 말없이 옷을 입으면 여자가 그러는 거야. 왜? 계속하지?”
“계속할래요.”
“아니지... 도련님. 도련님은 멋있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싫으니까 나가서 서른 한 번째 남자를 찾아 보시지... 그리고는 바람처럼 퇴장하는 거야. 오~~! 너무 멋있다, 우리 도련님.”
“쳇!”
“그러니 전화하지 마, 도련님. 그게 오늘의 시나리오야. 흐흐흐흐!”
“이미 전화하긴 늦었어요.”
“아아! 오늘 우리 도련님을 꽃뱀한테서 구했네, 내가.”
“어차피 전화할 생각도 없었어요. 근데... 제가 중요한 걸 알아냈어요.”
“뭘요?”
“작은 엄마 섹스 패턴... 그다지 재밌진 않겠어요.”
“뭐라구요? 거기 서, 도련님! 잡히면 죽었어.”
“하하하하!”
한참을 달아나다 숙소 입구까지 와서 멈춘 다음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렸다. 뛰어오는 관성으로 숙모가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겼고, 나는 그녀의 몸을 두 팔 사이에 가두어 버렸다. 달싹거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
“반칙할라구?”
대답 대신 내 입술을 포갰다. 차가운 감촉... 내 혀가 그녀의 입 속으로 파고들자 그녀의 혀가 그걸 감쌌다. 내가 그녀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녀가 날 시조카보다는 남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키스인데도, 더 이상 진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역시 근친이라는 도덕적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숙소의 문을 열기 전에 숙모가 속삭였다.
“도련님... 나 오늘 쫌 짜릿했어.”
“저두요.”
운동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스키는 강적이었다. 경력이 있는 숙모, 광식 군과 선미 누나는 리프트로 사라져 버리고, 유미 누나와 진규 군 그리고 나는 머리에 해골바가지를 쓴 채, 슬로프 한 쪽 구석에서 눈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래도 처음 초보자용 슬로프에 올라 미끄러질 때의 그 쾌감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루 종일 강사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가 숙소에 돌아오자 선미 누나와 광식 군이 뭘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었다.
“벌써 도착해 있었네?”
“응, 주린 배 채울 준비는 해야지. 스키는 어땠어? 탈 만해?”
“나야 뭐든 잘 하잖아. 근데, 누나가 식사 준비하는 거 어색하다. 크크크. 너무 낯설어. 그렇죠, 매형?”
“야! 너 광식 씨 앞에서 말 함부로 할래? 자꾸 그러면 너 밥에 침 뱉을 거야.”
“아니, 아니! 너무 자연스러워. 역시 누나는 타고난 현모양처야.”
“하하하, 처남이 협박에는 약하구나.”
“유미 누나 커플은?”
“아직 안 왔지, 오늘 저녁 식사 당번은 우리고, 내일 아침은 유미랑 진규 씨.”
“그러면 내일 저녁은?”
“당연히 너 하구 작은 엄마지.”
“쯧! 귀염둥이 막내 동생은 좀 쉬어줘야지. 이런 데 오면...”
“까불고 있네. 이런 데 오면 다 남자들이 하는 건데 많이 봐 주는 거야. 가서 불이나 쬐고 있어. 시간이 좀 걸려.”
불을 쬐는 대신 어제 다 못 보았던 숙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1층에 방이 충분해서 우리가 쓰지 않는 2층에도 몇 개의 방이 있었다. 옥상에 나가 보니 경치가 그만이었다. 옥상이 2층 방을 다 둘러싸고 있어서 한바퀴를 빙 돌 수 있는 구조였다. 돈이 좋긴 좋구나, 이래서 다들 돈 벌려고 혈안인가 보지?
유미 누나와 진규 군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유미 누나가 오늘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듯 뭔가 말을 하고 있고, 진규 군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 진규 군을 향하는 유미 누나의 미소를 봐도 예전처럼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 커플이 순탄하게 묶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 낯 익은 차 상무의 승용차에서 숙모가 내리는 것이다. 혼자서 스키를 타는 숙모에게 차 상무가 하루 종일 바짝 붙어 치근거렸을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어휴... 그냥 매정하게 싫다고 끊어 버리지... 그가 숙모에게 뭔가 다짐을 하자, 숙모는 거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무슨 약속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숙모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다.
“작은 엄마, 어디 가시려구요?”
“응, 선미야.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어머, 좋겠다. 누구 멋진 남자랑 데이트하시나 봐요.”
“아이 참, 그냥 잠깐 나갔다 오는 거래두. 다녀 올께.”
숙모의 외출에 기분이 상했다는 걸 스스로 발견한 나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성을 독점하려는 관습적인 태도는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거라는 생각...
“괜찮을까? 그 차 상무라는 분 위험해 보이던데...”
“걱정 마, 유미야. 차 상무님이나 작은 엄마나 시댁 조카들이랑 같이 있는데, 사고 치겠어?”
“그래도 좀 그런데...”
“괜찮아, 처제. 내 얼굴 봐서라도 차 상무님이 험한 짓은 안 할 거야.”
“자~! 자~! 얼른 치우고, 우리도 한 잔 때리자. 광식 씨, 나 좀 도와줘.”
재잘거리며 맥주를 마시다 이야기 소재가 다들 바닥났는지 조용해질 무렵, 어떻게든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는지 광식 군이 뜻 밖의 제안을 했다.
“우리 예전에 그 게임할까? 그... 진실게임?”
다들 좋다고 찬성... 선미 누나네 집들이 때의 기억 때문에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뻔한 질문들이 반복되었지만, 다들 분위기가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조금 과도하다 싶을 만큼 소란스럽게 게임에 참여했다. 선미 누나가 유미 누나한테 질문할 차례...
“진규 씨랑 어디까지 갔어?”
“아잇!”
“하하하하! 동생한테 너무하는 질문 아냐, 선미 씨?”
“나두 유미한테 맥주 한 잔 먹이려구... 기다려 봐요.”
하지만 대답 못하고 맥주를 들이킬 거라는 선미 누나의 기대와는 달리, 유미 누나는 너무나 쉽게 대답했다.
“키스...까지.”
“어머, 그래? 입술에?”
“아니... 이마.”
“에이 시시해.”
진규 군이 옆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죄송합니다. 진도 빨리 못 빼서...”
“아아~~ 됐어요. 또 결혼 전까지는 순결을 지켜주고 뭐 어쩌고 그런 말 하려고 그러죠?”
그 다음 유미 누나가 질문할 차례... 그녀의 무표정한 시선이 내 얼굴을 향했다.
“수호 너... 사랑하고 섹스는 별개라고 생각해?”
유미 누나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깐 동안의 고요함이 모두의 놀라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우리 유미, 많이 변했네. 어쩜.”
“그러게... 나도 처제 다시 봤어.”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유미 누나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진지했다. 당연히 별개지... 누나... 누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맥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내가 질문할 차례...
“누나는... 누나는 어때? 꼭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섹스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녀도 맥주를 택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 아직은.”
어색함을 풀기 위한 선미 누나의 수다로 다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유미 누나의 대답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직은... 이라고? 절대 바람피우지 않는 신랑 만나야 해, 누나. 아니면... 빨리 생각을 바꾸던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유미 누나와 진규 군, 그리고 술 기운이 오른 광식 군은 자러 들어가고 선미 누나와 나는 숙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 두 시가 넘자 괜한 걱정 때문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렇게 걱정되면 전화해 보던지...”
“걱정은 무슨... 내일 늦잠 자서 스키 타는 시간이 줄까봐 그러는 거지.”
“이층에 가 봤어, 수호야? 뭐 있던?”
“그냥 방하고 욕실뿐이야.”
“그래? 함 가봐야겠다.”
“응, 그래. 내가 기다릴게.”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던 선미 누나의 발자국 소리를 흘려듣고 있었다. 그런데 ㄷ 자로 꺾어지는 층계참에서 발자국 소리가 뚝 멎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어두컴컴한 층계참에서 선미 누나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난기 어린 시선이 뭘 의미하는 건지 이내 알 수 있었다. 야릇한 흥분보다 막연한 불안감이 앞섰다.
‘너무 지나친데...’
마치 마약의 유혹에 빠진 것처럼 선미 누나는 나와의 유희에 너무도 거침없이 몰입해 가고 있었다. 누나의 집에서 매형이 잠든 사이에 위험한 섹스를 나눈 게 불과 이틀 전인데... 게다가 오늘은 매형 뿐 아니라, 유미 누나와 진규 군까지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의 모습이 층계 위로 사라졌을 때 나는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둑어둑한 계단을 올라가 틈이 벌어져 있는 문을 열었다.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내 옆, 열린 문짝의 뒤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문을 닫자 벽에 붙어 있는 선미 누나의 음영이 드러났다.
“이제... 너 보기만 해도 미치겠어. 어떡하지?”
“누나.”
“하고 싶어!”
“너무 위험하잖아?”
“알아. 근데 그러니까 더 하고 싶어.”
누나가 내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원피스 트렁크 아래로 잡아끌었다. 매끄러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간 손바닥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사타구니에 닿았다.
“하~~! 좋아.”
목을 뒤로 꺾은 채 그녀는 내 손에 자신의 입구를 비벼대며 그 감촉을 즐겼다. 얇은 팬티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짜면 흐를 듯 축축이 젖어 있었다. 나도 능동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팬티의 옆자락을 들추고 손가락을 밀어 넣어 매끈거리는 꽃 잎 속에 주저 없이 밀어 넣었다.
“흐응~~!”
쾌감을 못 견딘 그녀의 허벅지가 내 손을 조였다. 그녀는 더 이상의 애무가 불필요할 만큼 궤도에 올라 있었고, 나도 질질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숙모가 벨을 누르면 당장 내려가 문을 열어줘야 하니...
“침대에 엎드려, 누나.”
누나가 침대 시트에 머리를 박고 엉덩이를 치들었다. 따라 올라가는 대신 침대 가에 서서 그녀를 다시 잡아당겨 거리를 맞췄다. 트렁크 자락을 허리 위로 올려 치우고, 삼각형의 천 조각을 주저 없이 벗겨 내렸다. 커다랗게 벌어진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두어번 쓰다듬어 애정을 표시해 주고 나도 츄리닝과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더듬더듬 입구의 위치를 찾은 다음 끝을 대강 맞추어 밀어 넣었다. 마치 길이 있는 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 속으로 쑤셔드는 불기둥... 그걸 부드럽게 둘러싸는 뜨거운 점막...
“흐윽~~~!”
누나의 손아귀에 잡힌 시트가 거미줄 같은 그림자를 만드는 게 보였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처음부터 빠르게 허리를 쳐올렸다. 찌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시트에 막힌 입에서 흘러나오는 억압된 신음 소리가 조용한 방을 채웠다. 트렁크 아래로 드러난 늘씬한 허리를 부러질까 두려울 만큼 꺾어 엉덩이를 뒤로 내미는 누나의 음영은 음란함 그 자체였다. 정신적인 문제일거야...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계산하며 살아온 자신에 대한 반감... 뭐 그런 걸 거야.
“으읍... 읍... 읍... 읍... 읍...”
아마 나한테 당하던 그 순간 깨어났을 거야... 자존심이 짓밟히면서... 그 아래 숨겨져 있던 피학적 본성이 드러난 거겠지...
조급함에서 벗어나 나도 그녀의 몸을 즐기고 있었다. 두 손으로 풍성한 엉덩이 살을 있는 힘껏 움켜쥐고서, 삽입한 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범위의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점점 위로 올려 창문으로 향했다. 사각형의 반듯한 창문... 그 길다란 직선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불규칙한 곡선.... 헉!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그 음영이 유미 누나의 얼굴 반쪽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물 밖 옥상에서서 선미 누나와 나의 행위를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짧은 시간에 내 머리는 많은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우선은 당장 멈추고 변명을 해야 할 것인가를... 그 다음엔 우리의 행위가 유미 누나에게 미칠 심리적 충격을... 그리고 그 다음 유미누나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는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것이다.
나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유미 누나가 훔쳐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 척 하는 대신, 음영 속에서 유미 누나의 눈이 있을만한 위치를 찾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선미 누나를 공격하는 내 허리의 움직임은 훨씬 더 과격해지고,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선미 누나의 신음소리는 계속해서 나와 유미 누나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에잇! 될 대로 되라지!’
어쩌면 유미 누나에게 선미 누나와 나의 행위가 당당한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 남아 있을 지 모를 나에 대한 유미 누나의 미련을 끊어내려는 거창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그녀가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이 쾌감을 증폭시키기 있었고, 점점 더 흉폭해지는 내 공격을 견디기 위해 선미 누나의 육체도 마치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흡... 읍... 읍... 수호야... 읍... 나... 나... 이상해... 흑.... 으윽... 으윽... 으으으윽!”
후련한 사정의 쾌감에 두 눈이 질끈 감겼다. 허리를 힘껏 밀어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푸들거리는 누나의 몸 속에 아낌없이 흘러 넣었다.
‘봐! 누나... 누나가 말하는 더러운 짓. 그냥 아무 것도 아냐... 게임하는 것처럼... 아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그저 본능에 충실한 쾌락일 뿐이야.’
눈을 떠 보니 유미 누나의 음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받았을 충격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
“하... 하... 산삼이라도 먹었니? 마지막엔 죽는 줄 알았어...”
‘짝’ 소리가 나게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
“가자, 김 선미. 얼른 옷 입어. 그리고 이제 어지간히 좀 밝혀.”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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