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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 쪽이었다 - 1부1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08 795회 0건
글을 올릴 때 한글 2007에서 작업을 하고

복사해서 올리는데 실수로 아랫부분이 잘려버렸네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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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야아아.”
“지은아.”
“왜?”
“결혼하자.”

어쩌다 나온 말이었을까. 방금 전에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결혼의 기윽자도 떠올리지 않았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예전에 누나가 술 마시고 들어와서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입은 뇌의 명령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부탁을 받는 기관이라고. 그래서 뇌의 부탁이 듣기 싫을 땐 제멋대로 떠들어댄다고.

“푸, 푸하하!”

갑자기 지은이 웃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웃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웃는다는 건 설마.

“너.”
“당연히 거짓말이지. 원래 바로 거짓말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말을 못했어. 푸하하!””
“그래…….”

지은의 말에 맥 빠지는 대답 밖에는 안 나왔다.

“혹시 화났어, 운하야?”
“아니야.”

거짓말이라는 말과 함께 생긴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안도였다. 기운이 너무 빠진 나머지 화조차 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그냥. 내가 웃겨서.”

지은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허둥지둥댄 것이나, 이상한 말을 해버린 것 모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나름대로는 스스로 감정 컨트롤에 능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결국 보통 사람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착각 속에 살고 있었구나. 뭐, 나중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도 지금처럼 당황하지는 않을 테니, 한 번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지금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건 사절이지만.

지쳤던 몸이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내 허약한 체력으로는 괜찮아졌어도 나른한 게 당장 잠들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윽.”
“왜 그래?”
“아니야.”

방금 일어나면서 허리가 묵직한 느낌이 났다. 정말 내일 자고 일어나면 꽤나 볼만할 것 같다. 학교에 갈 때와 올 때를 빼고는 달리 운동이란 것을 하질 않으니, 이렇게 허약한 몸이 되었구나.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움직이는 버릇을 들여놔야겠다.

상체를 일으킨 상태로 주의를 둘러보았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져진 옷가지들이 보였다. 그리고 기울어진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 손이 미끄러워 바닥을 보니 땀으로 반들반들하게 젖어있다. 아침저녁은 아직 서늘한 편이지만, 확실히 12시 이후부터 해가지기 전까지는 후끈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점점 서늘해질 것이다.

조금 있으면?

얼른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어느덧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곧 누나가 올 시간이다. 누나는 늘 6시에서 7시 사이 정도에 학교에서 집으로 온다. 특히 오늘은 화요일.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보통 6시 10분 정도면 집에 온다. 나른함도 어느새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운하야?”
“이제 곧 누나가 올 시간이야. 얼른 정리해야 돼!”

얼른 거실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들을 줍기 시작했다. 지은도 일어나 옷가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밖에서 희미하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왔다. 얼른 숨어야 돼.”

고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장에 지은을 붙잡고 욕실로 향했다. 욕실 안으로 지은을 넣었다.

“운하야, 옷! 옷!”

지은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거실 바닥에 급하게 오다가 떨어뜨린 교복과 옷이 널려 있었다. 얼른 달려가 그것을 주웠다. 빠뜨린 것 없나, 없지. 없을 거다. 없어야 한다. 당장에 다시 욕실 쪽으로 달려가 옷가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 문을 닫음과 동시에 누나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수도꼭지를 위로 올렸다. 샤워기걸이에 걸려있는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차가웠던 물이 조금씩 따뜻해져 알맞은 온도가 되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욕실 쪽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열었다. 신고 온 구두를 현관에 벗어두고 집으로 들어온 누나가 보인다. 캐주얼한 옷차림.

“누나 왔어?”
“응. 샤워하고 있었어?”
“어, 이제 막. 땀이 좀 나서.”

아주 많이 흘렸지. 그러고 보니 거실 바닥에 흘린 나와 지은의 땀을 닦는 걸 잊어버렸다. 그걸 들키면 어디어디의 과학수사대처럼 거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변명하기가 많이 곤란할 것이다.

“하긴, 요즘 좀 많이 덥긴 하다. 나도 오면서 땀 좀 흘렸는데 얼른 샤워해야겠다.”
“그래 얼른 해.”

그 말이 나오길 기대했다. 우리 집에는 욕실이 내 방 옆쪽에 하나, 그리고 누나 방이자 안방에 하나, 이렇게 두 개가 있다. 이제 누나가 샤워하러 들어가면 몰래 지은을 내보내면 될 것이다. 누나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얼른 옷을 입고 나가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지은이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왜 그래?”
“없어!”
“없다니?”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는 지은. 뭐가 없다는 소리일까.

“팬티. 내 거 팬티가 없어. 거실에 떨어져 있나봐!”

가슴이 철렁했다. 현관에서 신을 벗고 올라오면 곧바로 거실이 있으니 만약에 눈에 띄는 곳에 떨어져 있으면 누나가 발견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누나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으니, 못 본 것 같긴 하지만 이대로 두면 당연히 들킨다.

“지은아 옷 좀.”

지은이가 들고 있는 옷가지를 받아 욕실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내 팬티를 찾았다. 욕실에서 맨 몸으로 나갔다가 누나와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팬티를 끌어올리곤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두리번거리며 팬티를 찾았다. 저기 있다. 소파 옆과 벽이 붙어있는 구석에 지은의 팬티가 있었다. 이런 구석에 있어서 이래서 조금 아까 급하게 옷을 챙길 때 발견하지 못했구나. 여기에 있었다면 아마 누나도 못 봤겠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욕실로 돌아왔다.

지은은 어느새 교복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내가 손을 앞으로 내밀자 팬티를 받아들고는 입기 시작했다. 한쪽 다리를 들고, 이번엔 다른 쪽 다리를 들었다. 그리곤 팬티를 잡아 올려 골반까지 올려 마무리 지었다. 그 모습이 무척 섹시해보였다. 지은이 팬티를 다 입고는 이번엔 교복치마를 집어 고개를 들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게 아닌가 싶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지은이가 쿡쿡 웃는다.

“운하야, 귀여워.”

귀엽다는 말은 누나에게 듣는 것 이외에는 처음 듣는다. 누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귀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은이 교복을 입은 것을 보고, 나도 셔츠정도는 입어야겠다 싶어서 바닥에서 교복 셔츠를 집어 올려 입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교복셔츠는 달리 정해진 것이 없다. 일단 하얀색 와이셔츠면 모두 오케이이기 때문에 나도 그냥 싸구려 와이셔츠를 여러벌 사놓고 학교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입고 다닌다. 와이셔츠는 추우면 단추를 잠그고 더우면 단추를 풀면 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애용하는 편이다. 셔츠를 모두 입었다. 이제 조용히 지은이를 내보내야한다.

“지은아.”
“응.”
“내가 일단 안방으로 가서 누나가 뭐하고 있는지 볼 테니까. 신호하면 소리 안 나게 여기서 나가. 오케이면 손을 뒷머리에 댈게.”
“알았어.”

욕실에서 나와서 누나 방 겸 안방으로 걸어갔다. 문이 3분의 1정도만 열려있는 상태다. 얼굴을 문 안 쪽으로 들이밀었다. 누나가 상의를 벗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누나 몸 보고 싶어서?”
“아니, 집에선 맨날 속옷차림이면서 뭘.”

최근 더워졌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속옷을 내비치고 다니는 누나다. 물론 나도 상의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곤 하지만.

“남들이 들으면 야한 여자인 줄 알겠다.”
“야한 여자 말고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여자.”
“그것도 좀 그렇다.”
“네이키드 우먼?”
“그건 좀 괜찮다. 히히.”
“뭐야, 이상해.”

그렇게 말하며 뒷머리에 손을 올렸다. 뒤쪽에 주의를 기울이니 욕실 문이 열리고 지은이 살금살금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 이제 브라 벗을 거니까 문 닫아. 아님 볼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현관에서 신을 신고 있는 지은이가 보였다. 발걸음을 죽이고는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열었다. 버튼을 눌러서 열면 띠리링하고 멜로디가 나오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돌려 열어야한다. 그리곤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최대한 소리가 안 나도록 신경을 집중했지만, 어느 정도 마찰음이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 이제 됐어.”
“응.”
“마당에 도어락도 이거랑 비슷한 거야. 이런 식으로 검은색 버튼이 있는데 그거 누르고 나가면 돼. 손으로 돌리는 것도 있는데 굳이 안 돌려도 누나한테 안들릴 거야.”
“알았어.”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하야.”

지은이 나가려는 듯 하다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대답하지는 못했다. 지은이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와 내 입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내 입을 막은 것은 물론 지은이의 입술.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고 지은이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멀어졌다.

“내일 봐.”
“그래.”

지은이 대문까지 가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조심히 닫고 잠금장치를 수동으로 잠궜다. 자동으로 잠기면 소리가 나니까.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무언가가 어디론가 사라진 듯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끈적한 여름의 공기도 한결 시원하게 느껴졌다.

“저녁이나 준비할까.”

양팔을 돌리며 몸을 풀며 부엌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누나가 저녁을 준비하지만 누나는 샤워하고 있고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냥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지금 몸이 조금 나른하고 쑤시는 걸로 봐서 내일 아침에 일어날 때 조금 고생할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진짜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





저녁을 준비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래 우리 집은 식사를 준비할 때 김치나 나물 같은 야채류를 기본으로 두고, 메인메뉴를 하나나 둘 준비하면 끝이다. 너무 다양하게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남기 때문에 그때그때 재료를 사서 만든다. 오늘의 메인메뉴는 계란말이다. 요즘 들어 누나가 다이어트를 하려는 듯 하니 무난한 식단으로 가기로 했다.

“어, 저녁 해놨네?”

누나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평소에는 꽤 오래 걸리는데 오늘따라 일찍 끝낸 모양이다. 수건으로 아직 덜 마른 머리를 닦으며 방에서 나오는 누나. 흰색 반팔 셔츠에 팬티바람이다. 아무리 남매라도 보통 대학생 정도 되면 집안에서 복장을 신경 쓰고 다니지 않나? 뭐, 보통이든 특이든 간에 그다지 상관없긴 하지만. 게다가 나도 지금 셔츠에 팬티바람인데 무슨 트집을 잡으리오.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만들었어.”
“그래?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누나가 물었다.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부족할 일들이 있었지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별일 없었어. 평소랑 똑같지 뭐. 수업 듣고, 집에 오고.”

그리고 그 다음에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

“누나는 별일 없었어?”
“나도 뭐. 수업 듣고 그냥 집에 왔지.”

평소라면 끊임없이 뭔가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였는지 한동안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 났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누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누나가 말했다.

“진짜? 뭐라고 대답했어?”
“거절했어. 아직은 연애에 별 생각이 없으니까.”
“그래?”

누나는 이쁜 편이다. 내 생각도 그렇고, 누나를 알고 있는 몇몇 친구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는 일도 딱히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고백했다는 사람 이외에도 분명 누군가 우리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왜?”
“그냥 궁금해서.”
“어떨 것 같은데?”

며칠 전 밤이 생각났다. 누나가 술에 취해 들어온 그 날. 그 생각을 하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누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없더라도, 언젠가는 생긴다. 나도 누나도 곧 어른이 될 테고, 누나가 나보다 그 시기가 빠를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테고, 지금처럼은 있을 수 없겠지.

“있어?”
“응, 있어.”
“아, 그래.”

그렇구나. 어렴풋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본인의 입으로 들으니 조금 충격이다.

“그 좋아하는 사람이랑 친해?”
“친한가? 잘 모르겠어. 대화는 자주 하는 편인데.”
“그래?”

그럼 아마 그 사람도 누나를 좋아할 걸. 이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나이는 연상이야, 연하야, 동갑이야?”
“나보다 어려.”

누나는 왠지 연상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그건 조금 의외다.

“성격은 어때?”
“착해. 일단 내가 보기에는.”
“언제부터 좋아했어?”
“글쎄. 언제였을까. 모르겠어. 그냥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있더라.”

어느새 나도 누나도 먹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뒤늦게 깨닫고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있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누나가 나에게 질문을 해온다.

“나도 물어볼 거 하나 있어.”
“뭔데?”
“좀 전까지 있던 여자는 누구야?”
“어?”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누나가 지은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구나. 설마 누나가 거실에 떨어져 있던 팬티를 봤을까? 오늘은 깜짝 놀라고 당황하기만 하는 날인가 보다. 무엇을 보고 안 거지? 혹시나 화장실 문 열린 틈으로 살짝 보인 건가?

“내가 바보야? 처음 보는 여자 신발이 있는데 눈치도 못 챌 거 같아?”
“…….”

아까 급해서 당연히 눈에 띌 신발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황하는 와중에도 속으로 안도했다. 다행히 신발을 본 거구나.

“누구야? 여자 친구?”
“아니야.”
“근데 왜 숨겼어? 찔리는 일 있어?”

누나가 조금 화가 난 어투로 말한다. 난 이때의 누나가 제일 무섭다. 어떠한 변명도 못하게 만든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날 속이니까 재밌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왜 숨겼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럴듯하게 나올 변명이, 거짓말이 누나를 대상으론 생각도 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대며 누나를 납득시켰을 텐데 그러지 못하겠다.

“대답해 봐. 왜 그랬어?”
“누나.”
“대답해! 왜 그랬는데!”

어느새 누나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누나…….”
“왜 날 속이는데! 왜!”

뭔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만 먹을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누나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이 쾅하고 닫혔다. 누나가 화가 났다. 내가 누나를 속이려고 했기 때문에.

누나를 화를 풀어줄만한 거짓말을 생각해내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민을 멈췄다. 내키지도 않을뿐더러, 누나의 화를 풀어줄만한 거짓말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누나의 화가 어느 정도 풀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일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은 누나의 화를 풀어주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먼저 내일 당장 해야 할 일을 결정해두기로 했다. 지은에 관한 일이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오늘의 일은 가볍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식사를 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따라 날씨가 평소보다 더 덥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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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의 제목은 임시입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 고민하다가 그냥 마음가는대로 적어버렸는데 그대로

제목을 지을 생각을 버리고 있었네요.

괜찮은 제목 없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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