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과 알몸이 된 후, 5분인지 10분인지 모르는 시간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다. 혹시 기절이라도 했던 걸까. 하지만 기억이 돌아왔을 때는 지은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기억에만 없다 뿐이지 몸은 제대로 움직인 것 같다. 본능에만 몸을 맡긴 결과라는 것일까.
몸도 정신도 뜨거운 열기에 지배된 것 같다. 지금까지 지은을 저지하려했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대체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에는 이성도 합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나란 녀석은 처음부터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단지 아무런 생각 없이 살고 있던 것뿐이다.
“하아, 하아. 아! 하아.”
나와 지은은 여름의 무더운 열기를 밀어낼 듯 뜨겁게 움직였다. 혀와 혀가 엉키고 결합된 부위를 쉼 없이 움직인다. 어느새 나는 지은을 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있다. 지금에 와선 “사실 억지로 당한 거지 처음엔 이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다.
“좋아해, 사랑해.”
지은의 뜨거운 숨결 섞인 말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본능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는 주제에, 지은의 말에 발린 말로라도 대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난 분위기 같은 걸 맞출 줄 모르는 녀석이다.
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미소다. 미소를 지은 채 내 목을 양팔로 껴안는다. 나도 지은을 껴안는다. 그리곤 지은의 쇄골에 얼굴을 파묻었다. 지은과 몸을 맞붙이자, 탄탄하게 단련된 몸과, 누워서도 형태를 잃지 않는 봉긋한 가슴이 느껴진다.
“하, 아아!”
지은의 숨결이 좀 더 간절하게 변했다. 쇄골부분이 약한 걸까. 쇄골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아, 앙. 음, 음!”
아, 역시 이 부분이 약하구나.
“흐으, 흥! 아…….”
내 목에 두른 팔에 들어가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격한 반응에 나도 더욱 흥분했다.
“운하야. 아, 흐으. 앙! 아아!”
결합부위가 강하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압박한다기보다는 부드럽게 감싸준다는 느낌. 기분이 무척 좋았다. 좀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도 지은도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힘이 들지만, 힘이 든다는 느낌도 쾌감으로 느껴진다.
“아아, 흐윽 아아앙!”
이제 곧 끝이 다가온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은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중심부를 부드럽게 압박하는 감각도, 모든 것이 아까와는 다르다. 지은을 겨안고 있던 팔을 풀고 방바닥을 짚어 상체를 들어올렸다.
처음엔 상체를 양팔로 지탱한 채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내 팔의 근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상체를 완전히 일으켰다. 지은도 함께 일어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내가 바닥에 앉고 지은이 그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지은의 얼굴이 보인다. 분홍빛으로 상기된 얼굴. 본디 다른 사람보다 붉은 편이던 입술은 립글로즈를 바르기라도 한 듯 새빨갛게 변해있다. 그 입술로 뜨거운 숨길을 내뱉는다. 그리고 애원하는 듯 바라보는 눈. 나를 바라보는 눈. 이것은 내가 만든 얼굴이다. 사랑하고 싶은 얼굴.
“하아, 지은아. 하아.”
“아아, 흐윽, 응. 아, 아, 응.”
지은의 상태에만 신경을 쓰느라 몰랐는데, 나도 무척이나 숨이 거칠어져 있다. 흥분의 정도를 떠나 지쳤기 때문에 나오는 격한 숨이다. 뭔가 운동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났을 때부터 천성적으로 운동을 잘 안하던 녀석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간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니 지치지 않을 리가 없다. 아마 내일쯤 되면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것이다.
“아, 하앙! 아, 아아. 운하야. 나. 하아, 손 잡아줘.”
지금 나는 앉은 상태이기 때문에 허리를 움직이는 것이 무척 힘들다. 차라리 침대라면 매트리스의 반동이라도 이용하겠지만 여기는 방바닥이다. 힘들 뿐만 아니라 바닥과 부딪히고 쓸리는 곳이 아프기까지 하다. 게다가 중심을 잡는 것이 은근히 어려워 양팔로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양팔로 지은의 손을 맞잡자 자연히 바닥에 눕게 되었다. 처음과 같은 자세다. 시간으로 따지면 그때로부터 1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그때가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아아, 흐응, 아, 아!”
지은의 목소리톤이 점점 높아진다. 나도 지은의 움직임도 최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은이 허리를 젖힌다. 목을 젖힌다. 땀방울이, 머리카락이 함께 공중으로 비산한다.
“아아, 아으으…….”
움찔 움찔 경련하는 지은의 몸. 맞잡은 손에서부터, 접촉하고 있는 내부에서부터, 다리에서부터, 허리에서부터, 가슴에서부터, 목에서부터 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은이 내 위로 쓰러졌다. 그런 지은을 안아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지은의 숨이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은아 괜찮아?”
“으응, 괜찮아.”
“정말?”
“응.”
이제는 지은의 숨이 완전히 안정되었다. 오히려 아직까지 헐떡이고 있는 것은 내 쪽이다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섹스는 100M를 전력질주 한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던가. 몇 년 동안 전력질주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100M란 건 정말 엄청난 거리구나.
행위가 끝나 몸과 마음이 진정이 되고, 생각할 겨를이 생기게 되니 불현듯 죄책감이 엄습해온다. 나 사고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 미성년자의 섹스란 건 간단하게 ‘문제’라는 단어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무런 경제적 활동이 없는, 세간에서 말하는 백수와 하등 차이가 없는, 아니 어찌보면 백수보다도 더 돈을 잡아먹는 존재가 미성년자다. 그런 미성년자 둘이 성관계를 가져서 만약에 임신해버린다면?
이 때 길은 둘로 나뉜다. 그대로 아이를 출산하느냐, 낙태하느냐. 그대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일단은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일단 서로 사랑한 두 사람은 아무런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그 부담은 당연히 양 집안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양 집안의 형편이 넉넉하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넉넉지 못하다면 오랜 세월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어날 아이의 교육문제다. 과연 아이를 누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한창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나이에 사고치고 애를 낳은 철없는 미성년? 아들딸의 학비를 벌기위해 분골쇄신하고 있는 그들의 부모?
낙태를 할 경우엔, 일단 출산보다는 돈이 적게 든다. 그러나 낙태는 물질로는 측정할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생명의 무게다. 처음 낙태를 결정하고 시술을 실행에 옮긴 후, 한동안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는 때가 있다. 그 때 한때는 한 아이를 임신했던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한 생명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지은이 내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와 누웠다. 나와 지은은 현재 옆으로 누워 마주보고 있는 상태다. 지은은 턱을 괴고 모델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역시 긴 사람은 어떤 자세를 해도 그림이 나오는구나. 부럽다.
“나 임신하면 어쩌지?”
지은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자, 가슴이 철렁했다. 확실히 위험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피임도구를 준비할 새도 없었으니. 만약에 그럴 틈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평소에 나는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단번에 이성을 잃고 몸을 통제하지 못했다.
“저, 지은아. 혹시 생리주기가 어떻게 돼?”
여자의 생리주기를 알면, 배란기도 알 수 있다. 일단 평소의 생리주기를 토대로 다음번 생리가 시작할 날짜를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된 날로부터 2주전이 예상되는 배란일이다. 반대로 말하면 생리가 끝나고 2주후가 배란일이다. 생리주기가 일정치 않은 여자는 배란기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지은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건강한 여자애니까 아마도 생리주기가 일정하겠지.
“글쎄. 언제일까.”
“…….”
지은은 나를 놀리듯 미소를 짓는다. 조금 초조해졌지만 그렇다고 다그치면서 물을 수는 없다.
“흠, 끝난 지 2주일 됐나?”
“…….”
“진짜?”, “정말?”, “거짓말이지?” 등의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이럴 땐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현재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
“응.”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짜낸 말에 지은이 곧바로 대답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건 지은이에게 실례다.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만약에 임신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어떻게?”
“음…….”
어떻게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 머릿속이 헝클어지면서 뇌에서 언어구사를 담당하는 부분이 마비된 느낌이다. 아니 아예 생각을 관장하는 기능이 마비가 되었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어떻게든 할게.”
“그러니까 어떻게?”
“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계속 대답을 재촉하는 지은 때문에 더더욱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얼른 뭔가 그럴듯한 말을, 아니 제대로 된, 합리적인 판단을 세워야한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줄래?”
“잠시? 얼마나?”
지은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부모님이 안 계시고,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고아다. 가가운 친척도 없다. 경제적 능력도 없다. 현재로서는 무능력자다. 물론 삼촌이 한 분 계시지만, 이 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소개시키기 힘든 사람이다.
반면에, 지은은 부모님이 두 분 다 계신다. 현재 지은의 아버지가 하시는 격투기 체육관은 꽤나 인기가 많아서 수입이 많다고 들었고, 지은의 어머니도 뭔가 사업을 하셔서 전체적으로 집안이 여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그저 언젠가 같은 반 녀석들이 떠드는 걸 흘려들은 정보이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우리보다는 한결 나은 상황일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잠시 생각한다고 가볍게 해결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운하야아아, 운하야아아. 내 말 들려?”
지은이 내 이름을 부른다.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까, 잠자다 일어나기 직전처럼 지은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운하야아아.”
“지은아.”
“왜?”
“결혼하자.”
어쩌다 나온 말이었을까. 방금 전에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결혼의 기윽자도 떠올리지 않았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예전에 누나가 술 마시고 들어와서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입은 뇌의 명령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부탁을 받는 기관이라고. 그래서 뇌의 부탁이 듣기 싫을 땐 제멋대로 떠들어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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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을 잘 못씁니다.
근데 글 쓰는 건 좋아합니다.
못 쓰는 실력으로 최대한 머릴 쥐어짜내다보면
쓰는 속도가 많이 느립니다.
바로 전편과 이번편이 올라오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린 이유는
작년의 제 실력이 너무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한테 보여드리기도 쪽팔리고
제 자신한테도 스스로 쪽팔렸습니다.
그나마 작년보다 실력이 조금은 늘어서 다시 글을 써봅니다.
몸도 정신도 뜨거운 열기에 지배된 것 같다. 지금까지 지은을 저지하려했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대체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에는 이성도 합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나란 녀석은 처음부터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단지 아무런 생각 없이 살고 있던 것뿐이다.
“하아, 하아. 아! 하아.”
나와 지은은 여름의 무더운 열기를 밀어낼 듯 뜨겁게 움직였다. 혀와 혀가 엉키고 결합된 부위를 쉼 없이 움직인다. 어느새 나는 지은을 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있다. 지금에 와선 “사실 억지로 당한 거지 처음엔 이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다.
“좋아해, 사랑해.”
지은의 뜨거운 숨결 섞인 말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본능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는 주제에, 지은의 말에 발린 말로라도 대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난 분위기 같은 걸 맞출 줄 모르는 녀석이다.
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미소다. 미소를 지은 채 내 목을 양팔로 껴안는다. 나도 지은을 껴안는다. 그리곤 지은의 쇄골에 얼굴을 파묻었다. 지은과 몸을 맞붙이자, 탄탄하게 단련된 몸과, 누워서도 형태를 잃지 않는 봉긋한 가슴이 느껴진다.
“하, 아아!”
지은의 숨결이 좀 더 간절하게 변했다. 쇄골부분이 약한 걸까. 쇄골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아, 앙. 음, 음!”
아, 역시 이 부분이 약하구나.
“흐으, 흥! 아…….”
내 목에 두른 팔에 들어가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격한 반응에 나도 더욱 흥분했다.
“운하야. 아, 흐으. 앙! 아아!”
결합부위가 강하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압박한다기보다는 부드럽게 감싸준다는 느낌. 기분이 무척 좋았다. 좀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도 지은도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힘이 들지만, 힘이 든다는 느낌도 쾌감으로 느껴진다.
“아아, 흐윽 아아앙!”
이제 곧 끝이 다가온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은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중심부를 부드럽게 압박하는 감각도, 모든 것이 아까와는 다르다. 지은을 겨안고 있던 팔을 풀고 방바닥을 짚어 상체를 들어올렸다.
처음엔 상체를 양팔로 지탱한 채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내 팔의 근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상체를 완전히 일으켰다. 지은도 함께 일어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내가 바닥에 앉고 지은이 그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지은의 얼굴이 보인다. 분홍빛으로 상기된 얼굴. 본디 다른 사람보다 붉은 편이던 입술은 립글로즈를 바르기라도 한 듯 새빨갛게 변해있다. 그 입술로 뜨거운 숨길을 내뱉는다. 그리고 애원하는 듯 바라보는 눈. 나를 바라보는 눈. 이것은 내가 만든 얼굴이다. 사랑하고 싶은 얼굴.
“하아, 지은아. 하아.”
“아아, 흐윽, 응. 아, 아, 응.”
지은의 상태에만 신경을 쓰느라 몰랐는데, 나도 무척이나 숨이 거칠어져 있다. 흥분의 정도를 떠나 지쳤기 때문에 나오는 격한 숨이다. 뭔가 운동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났을 때부터 천성적으로 운동을 잘 안하던 녀석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간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니 지치지 않을 리가 없다. 아마 내일쯤 되면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것이다.
“아, 하앙! 아, 아아. 운하야. 나. 하아, 손 잡아줘.”
지금 나는 앉은 상태이기 때문에 허리를 움직이는 것이 무척 힘들다. 차라리 침대라면 매트리스의 반동이라도 이용하겠지만 여기는 방바닥이다. 힘들 뿐만 아니라 바닥과 부딪히고 쓸리는 곳이 아프기까지 하다. 게다가 중심을 잡는 것이 은근히 어려워 양팔로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양팔로 지은의 손을 맞잡자 자연히 바닥에 눕게 되었다. 처음과 같은 자세다. 시간으로 따지면 그때로부터 1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그때가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아아, 흐응, 아, 아!”
지은의 목소리톤이 점점 높아진다. 나도 지은의 움직임도 최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은이 허리를 젖힌다. 목을 젖힌다. 땀방울이, 머리카락이 함께 공중으로 비산한다.
“아아, 아으으…….”
움찔 움찔 경련하는 지은의 몸. 맞잡은 손에서부터, 접촉하고 있는 내부에서부터, 다리에서부터, 허리에서부터, 가슴에서부터, 목에서부터 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은이 내 위로 쓰러졌다. 그런 지은을 안아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지은의 숨이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은아 괜찮아?”
“으응, 괜찮아.”
“정말?”
“응.”
이제는 지은의 숨이 완전히 안정되었다. 오히려 아직까지 헐떡이고 있는 것은 내 쪽이다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섹스는 100M를 전력질주 한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던가. 몇 년 동안 전력질주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100M란 건 정말 엄청난 거리구나.
행위가 끝나 몸과 마음이 진정이 되고, 생각할 겨를이 생기게 되니 불현듯 죄책감이 엄습해온다. 나 사고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 미성년자의 섹스란 건 간단하게 ‘문제’라는 단어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무런 경제적 활동이 없는, 세간에서 말하는 백수와 하등 차이가 없는, 아니 어찌보면 백수보다도 더 돈을 잡아먹는 존재가 미성년자다. 그런 미성년자 둘이 성관계를 가져서 만약에 임신해버린다면?
이 때 길은 둘로 나뉜다. 그대로 아이를 출산하느냐, 낙태하느냐. 그대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일단은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일단 서로 사랑한 두 사람은 아무런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그 부담은 당연히 양 집안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양 집안의 형편이 넉넉하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넉넉지 못하다면 오랜 세월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어날 아이의 교육문제다. 과연 아이를 누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한창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나이에 사고치고 애를 낳은 철없는 미성년? 아들딸의 학비를 벌기위해 분골쇄신하고 있는 그들의 부모?
낙태를 할 경우엔, 일단 출산보다는 돈이 적게 든다. 그러나 낙태는 물질로는 측정할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생명의 무게다. 처음 낙태를 결정하고 시술을 실행에 옮긴 후, 한동안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는 때가 있다. 그 때 한때는 한 아이를 임신했던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한 생명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지은이 내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와 누웠다. 나와 지은은 현재 옆으로 누워 마주보고 있는 상태다. 지은은 턱을 괴고 모델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역시 긴 사람은 어떤 자세를 해도 그림이 나오는구나. 부럽다.
“나 임신하면 어쩌지?”
지은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자, 가슴이 철렁했다. 확실히 위험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피임도구를 준비할 새도 없었으니. 만약에 그럴 틈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평소에 나는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단번에 이성을 잃고 몸을 통제하지 못했다.
“저, 지은아. 혹시 생리주기가 어떻게 돼?”
여자의 생리주기를 알면, 배란기도 알 수 있다. 일단 평소의 생리주기를 토대로 다음번 생리가 시작할 날짜를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된 날로부터 2주전이 예상되는 배란일이다. 반대로 말하면 생리가 끝나고 2주후가 배란일이다. 생리주기가 일정치 않은 여자는 배란기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지은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건강한 여자애니까 아마도 생리주기가 일정하겠지.
“글쎄. 언제일까.”
“…….”
지은은 나를 놀리듯 미소를 짓는다. 조금 초조해졌지만 그렇다고 다그치면서 물을 수는 없다.
“흠, 끝난 지 2주일 됐나?”
“…….”
“진짜?”, “정말?”, “거짓말이지?” 등의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이럴 땐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현재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
“응.”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짜낸 말에 지은이 곧바로 대답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건 지은이에게 실례다.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만약에 임신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어떻게?”
“음…….”
어떻게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 머릿속이 헝클어지면서 뇌에서 언어구사를 담당하는 부분이 마비된 느낌이다. 아니 아예 생각을 관장하는 기능이 마비가 되었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어떻게든 할게.”
“그러니까 어떻게?”
“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계속 대답을 재촉하는 지은 때문에 더더욱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얼른 뭔가 그럴듯한 말을, 아니 제대로 된, 합리적인 판단을 세워야한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줄래?”
“잠시? 얼마나?”
지은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부모님이 안 계시고,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고아다. 가가운 친척도 없다. 경제적 능력도 없다. 현재로서는 무능력자다. 물론 삼촌이 한 분 계시지만, 이 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소개시키기 힘든 사람이다.
반면에, 지은은 부모님이 두 분 다 계신다. 현재 지은의 아버지가 하시는 격투기 체육관은 꽤나 인기가 많아서 수입이 많다고 들었고, 지은의 어머니도 뭔가 사업을 하셔서 전체적으로 집안이 여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그저 언젠가 같은 반 녀석들이 떠드는 걸 흘려들은 정보이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우리보다는 한결 나은 상황일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잠시 생각한다고 가볍게 해결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운하야아아, 운하야아아. 내 말 들려?”
지은이 내 이름을 부른다.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까, 잠자다 일어나기 직전처럼 지은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운하야아아.”
“지은아.”
“왜?”
“결혼하자.”
어쩌다 나온 말이었을까. 방금 전에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결혼의 기윽자도 떠올리지 않았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예전에 누나가 술 마시고 들어와서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입은 뇌의 명령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부탁을 받는 기관이라고. 그래서 뇌의 부탁이 듣기 싫을 땐 제멋대로 떠들어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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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을 잘 못씁니다.
근데 글 쓰는 건 좋아합니다.
못 쓰는 실력으로 최대한 머릴 쥐어짜내다보면
쓰는 속도가 많이 느립니다.
바로 전편과 이번편이 올라오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린 이유는
작년의 제 실력이 너무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한테 보여드리기도 쪽팔리고
제 자신한테도 스스로 쪽팔렸습니다.
그나마 작년보다 실력이 조금은 늘어서 다시 글을 써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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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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