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한민국!"

힘찬 우리나라의 국명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의 웅장한 기합소기가 이 하늘 끝까지 퍼진다.

띠띠빵빵!

교통대란이라고 해야 할까? 서울시청 시민광장에 웅집한 사람들과 이를 보기위한 행렬이 장관이였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흘러 경기가 있는 당일 1시간전.

이미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은 인산이해를 이루며 목청 높이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도하고 있었고

나는 정문에서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인씨가 늦네..."

차가 많이 밀려서 도착하기 힘들꺼란 생각으로 조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지금 저희 고객 전화기에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꺼져있는 핸드폰. 조바심은 더더욱 심해졌다.

"이러다가 경기도 못보겠네. 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였다. 연락이 되질 않으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미아신고하는거 처럼 경찰서에 찾아달라고 부탁하기도 모하고...-_-

경기시작 15분전.

"미치겠네... 차가 이렇게 막히니 큰일인걸."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날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정인씨가 온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에 시간이 흐르는 동안도 너무 좋았지만 너무 늦는다는 생각에

조금씩 불안감이 감돌았다.

경기시작 5분전.

와~! 사람들의 함성이 내 귓청을 찢을 듯 했다. 급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꺼져있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 그녀와 비슷한 외형의 여자만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얼마나 지났을까....

"삐~"

"와아아아!"

경기가 시작된듯 했다. 어이가 없었다. 연락도 안되고 경기는 이미 시작하고...

"대~ 한민국!"

답답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월드컵경기장 불빛에 별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하늘에 비행기만이 한대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연락을 해보기로 하고 번호를 눌렀다.

<지금 저희 고객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망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짜증나는 마음에 소리샘 1번 음성 녹음을 눌렀다.

"정인씨. 경기 시작했어요. 전화기는 꺼져있고 어떻게 된거에요? 걱정되니까 이 음성 확인 하는데로 바로

연락주세요."

그녀가 이 음성을 확인 할 수 있을 지 걱정됐지만 믿어보는 수밖에...

공황... 공황을 하는가? 시끄러운 함성 소리에 혼자서서 공황의 상태를 느끼고 있을때...

사람들이 지나가고 울고 슬퍼하는 얼굴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경기장의 불빛은 꺼져있고 나는 혼자 경기장 앞에서 서있었다.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연락을 기달리는 마음에. 그때였다.

삐삐삐.

문자메시지가 왔을뿐. 번호를 보는 순간 나는 두눈이 둥그레 졌다. 그녀였다.

<날 이해해주세요. 영원히 잊지 못할꺼에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아 뭐야... 나 바람 맞고 버림받은건가? 이런 좃같은 일이...

혼자 쓴 웃음을 지으며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 찼다.

쾅!

순간 발끝에서 찌릿한 전기가 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너무 아팠다.

지나가시던 경기장 관리인이 나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대리고 갔다. 발목이 뿌러졌단다. 씨댕...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 황당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그렇게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목발을 집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와 함께 잠들었던 내방으로 들어 갔다.

아직 이불이 깔려 있었고 그 이불에는 그녀의 체온이 남아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인지 더 짜증났다.

다시는 여자와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 생각하고 다짐했다. 몇년동안은...

그로부터 7년 후.... 2009년 3월 2일.

나는 2003년에 미국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 아버지와 함께 말이다.

"10년만에 들어오는 한국은 여전하군."

"아버지도 참... 10년이 뭐에요. 15년만이신데..."

"시간이 그렇게 됐던가? 하하하."

나는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가가 되어 한국에 왔다.

"다음주 개인전 준비는 잘 되가고 있니?"

"그냥 대충 하는 거죠 뭐."

"땍끼 이놈아!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하는거야."

"아 또 잔소리 시작하셨군. 저도 이제 어른이거든요?"

부자지간의 덕담이 오고 가고 즐거운 마음으로 예전 살던 우리 집으로 아버지와 함께 도착했다.

변하지 않은 거실. 그리고 오래된 집 냄새...

내방에는 아직까지 그 이불이 펴져 있었다. 내방으로 들어서고 불을 켜자 그녀와의 일들이 기억났다.

"정인씨는 뭐하고 지낼까..."

망연한 그리움으로 한국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단 자고 다음날 고민하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서울시립미술관.

"현작가님, 어서오십시요. 먼길 오시느라 피곤하시겠습니다."

미술관 관장님이 나를 따뜻하게 마지해주셨다.

"별말씀을요. 저에게 이런 전시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 입니다."

"하하하.. 인물도 훤칠 하셔서 그런지 예의도 바르시네요."

간단한 서로간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나의 작품들을 어떻게 전시 할 것인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미술관 매니져가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작품전 하실때 도움을 드릴까하고 제가 도우미들을 몇명 뽑았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이선생님, 이쪽으로 오셔서 인사하세요."

매지녀가 도우미를 소개해준다고 그녀를 불러들였다.

"!"

"안녕하세요..."

그녀가 그녀다. 그녀가 그녀라니... 그녀가 그녀일줄은...

"이쪽 이선생님과 준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는..."

매니져가 돌아가고 그녀와 둘이 마주했다. 얼어 붙을 꺼 같은 내 얼굴... 그리고 온 몸....

"축하드려요. 성공하셨네요."

그녀의 축하말에 나는 어리벙벙했다.

"정... 정인씨?"

"이제 우리 예전일 말고 현재 일만 신경써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긴장되고 흥분되고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그리움 때문이였다.